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183화 (183/225)
  • < 183. 두 팀 사이의 간격 >

    “···응?”

    한창 유벤투스의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

    진영을 어우르며 자리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던 페르난지뉴의 미간 사이에 가느다란 실선이 잡혔다.

    ‘뭔가···, 달라졌어.’

    전반전이 진행된지 벌써 26분가량.

    주어진 시간의 반 이상이 흐른 상황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갑작스러운 변화가 나타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기도 하다.

    페르난지뉴 본인도 그런 변화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확실하지 않았기에 무엇이 변했다고 콕 짚어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는 분명 달라졌다. 이건 틀림 없었다.

    아마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중원을 이루고 있는 세 명의 미드필더들과···.

    “아···!”

    뒤늦게 그 변화가 무엇인지 알아차린 페르난지뉴의 입이 벌어졌다.

    그들이 이루고 있는 간격.

    그 간격이···.

    ***

    “유벤투스 선수들간의 간격이 경기 초반과 비교했을 때 많이 좁아졌군요.”

    “네? 간격이요?”

    “예. 미세하지만 분명 좁아졌습니다. 한 60센치···, 몇몇 선수들은 1미터까지 줄인 것 같네요.”

    “아, 예···.”

    “모르시는 분들께선 겨우 1미터라고 말씀할 수 있을 법한 미세한 차이지만, 이게 중원 선수들 전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면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변화죠.”

    “···.”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중 해설자가 꺼낸 짧은 말에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던 캐스터의 안색이 파래졌다.

    한창 유벤투스의 공세로 이어지고 있는 급박한 공수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입이 부족하거늘.

    갑자기 간격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니.

    물론 경기장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설명해주는 게 좋긴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않은가?

    현재 눈앞에선 무서운 속도로 맨체스터 시티의 빈공간을 노리고 있는 유벤투스의 공세가 펼쳐지고 있었고, 맨체스터 시티는 어떻게든 그걸 막기 위해 일분, 일초를 나눠쓰고 있는데.

    ‘그런 디테일한 해설은 나중에 해도 괜찮잖아?!’

    눈이 너무 좋아도 이런 게 문제다.

    99%의 사람들이 궁금해할 이야기보다 그와 같은 1%가 찾아낸 특이 점에 취해 그에 관한 해설을 늘어놓으니 말이다.

    쯧, 한 차례 혀를 찬 캐스터는 잠시간 입술을 이리저리 씰룩이더니 포기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간격이 좁아진 게 지금 중요한 건가요?”

    이미 대화는 이어졌고, 여기서 그걸 단호히 자르기엔 상황이 너무도 부자연스러웠으니까.

    속마음과는 전혀 달랐지만, 일단은 계속 설명해달라는 캐스터의 말에 장철호 해설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어떤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상황을 살피면서 말했다.

    “유벤투스는 만주키치를 필두로 측면을 담당하는 두 선수가 있고, 그 밑으로 퍄니치, 케디라, 그리고 마투이디 선수가 허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소 5명, 많을 땐 최전방과 후방의 선수들까지 포함해 허리에 7명이 모이게 되는 특이한 ‘전술 진영’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전술보다 간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던 것인데, 지금 그 간격에 변화가 생긴 겁니다. 게다가 이 경우엔···.”

    “이 경우엔···?”

    캐스터가 장철호 해설가 남긴 뒷말의 꼬리를 물었고, 장철호 해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야 모두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간격의 변화는 처음부터 알레그리 감독이 짜놓은 전술의 일환인 것 같군요.”

    “···전술의 일환이라니. 그건 또 무슨···.”

    “해설자 아저씨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다만 그런 해설자의 말을 모두가 이해한 것은 아니었고, 캐스터가 그런 것처럼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재희 또한 고개를 갸웃였다.

    축구 지식이 제법 쌓인 캐스터가 이해 못 할 이야기를 재희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재희의 반응에 차범수는 쓴웃음을 흘렸다.

    “장철호 저 친구는 선수 때부터 저게 문제였어. 세밀함 속에 담긴 묘를 본능적으로 읽을 줄은 아는데, 그걸 혼자만 이해하고 있는단 말이지.”

    “···아저씨?”

    “아, 이런. 하마터면 나도 똑같은 행동을 할 뻔 했군. 그래, 간격이라.”

    다시 한 번 되묻는 재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차범수는 가능한 쉬운 단어들을 골라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경기장 위에 배치한 선수들 사이의 간격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란다.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3미터인지, 4미터인지, 혹은 5미터인지에 따라 팀 전체의 성향이 달라지니까. 그렇지만 의외로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소들 중 하나이기도 하지. 경기를 뛰고 있는 상대 선수들이 특히 말이다. 아무래도 전체를 보지 않는다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부분이거든.”

    간략하게 간격에 관한 설명을 끝을 낸 차범수는 쉬지 않고 맨시티의 수비진을 공략하고 있는 유벤투스의 공세를 지긋이 지켜보며 물을 한 모금 삼킨 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유벤투스의 간격이 ‘자연스럽게’ 바뀌었어. 특히 중원을 구성하는 허리진과 공격수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의 간격이 특히 말이지. 그리고 그 결과 촘촘하게 구성된 유벤투스의 공격진을 맨체스터 시티는 쉽사리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거야. 지금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장면 자체를 못 만드는 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지.”

    “응? 그 말씀은···!”

    아무리 재희가 축구에 관해 무지하다 할지라도 이쯤 설명했다면 감이라는게 오기 마련이다.

    차범수는 재희의 안색이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하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까지는 약세에 몰린 맨체스터 시티가 어떻게든 유벤투스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지만···, 막는게 능사가 아닌 거야. 결국 축구는 골대에 공을 넣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고, 공세를 유지하는 쪽이 유리한 스포츠니까.”

    “그러면···, 오빠 팀이 지는 거예요?”

    “후후, 글쎄.”

    재희의 걱정이 묻어난 목소리에 미소를 흘린 차범수.

    그는 천천히 시선을 TV 속, 유벤투스의 공세를 정면에서 상대하고 있는 재혁에게 두면서 읊조렸다.

    “ 위험한 상황인 건 맞지만, 승패는 확정된 게 아니지. 그리고···, 내가 아는 저 녀석은 이런 상황에서 쉽게 질 녀석이 아니거든. 아니, 오히려···.”

    “오히려···?”

    “재혁이라면 판 자체를 뒤집을 거다.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 있는 건 녀석답지 못 하니까.”

    ***

    ‘좋아, 통한다! 통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에 작지만 구멍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어!’

    한창 공세를 퍼붓던 중, 퍄니치의 두눈이 반짝였다.

    간격이 좁아지는 바람에 움직여야 할 상황도 많아졌고, 취해야 할 행동도 많았기에 그에 대한 작용으로 서서히 호흡이 차오르는게 느껴졌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들의 공격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완벽하게 통하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바로 지금, 케디라가 건네 준 공을 서둘러 취한 후 재빨리 왼쪽 측면을 향해 찔러 넣어주면서 퍄니치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상대의 중원을 완벽하게 베고 측면을 꿰뚫는 패스가 그가 예상한 루트를 따라 굴러 목표로 한 디발라의 발끝에 정확히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유벤투스의 선수들의 눈빛이 희망으로 번득이는 것과 대비되게···.

    ‘···이건 위험하다!’

    당장 눈앞의 디발라를 상대하게 된 카일 워커의 동공은 잔뜩 확장된 채로 크게 떨었다.

    경기가 시작된지 벌써 몇 분이 흘렀더라.

    아직 30분은 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창출해낼 수 없었다.

    아니, 상대와의 압도적인 경기력 차이로 숨 쉴 틈도 제대로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쉽게 이길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정도로 차이가 날 줄이야.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카일 워커는 짜증이 일었는지 입술을 깨물면서 눈매를 날카롭게 찢었다.

    ‘그런 만큼 내가 이자식을 꼭 막아야 한다···!’

    유벤투스의 10번, 파울로 디발라.

    실력도, 기술도, 능력도 뛰어난 유벤투스의 판타지스타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날카로운 창.

    자신이 이놈을 막을 수 있게 된다면 분명 흐름은 다시 한 번 자신들에게 올 게 분명하리라.

    아니, 지금 상황에선 흐름을 되찾아 올 길은 그거 밖에 없다.

    거기까지 생각을 이었던 카일은 살며시 숙인 상체 위로 예리하게 빛나는 디발라의 두눈을 노려보면서 숨을 모았고···.

    투웅!

    ‘터치 라인을 쪼개려 한다!’

    녀석이 발등으로 공을 밀기 무섭게 모았던 숨을 토해내며 다리를 움직였다.

    왼쪽 측면을 따라 이동하는 드리블.

    라인에 아주 가깝게, 조금만 어긋나도 바깥으로 공이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길을 따라 이동하는 디발라의 드리블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그대로 나타내주는 듯 했다.

    하지만 상대가 얼마나 자신에 차있어도···.

    ‘나한테 다른 선택지는 없어. 어떻게든 막는다!’

    콱, 콰악!

    디발라의 이동 궤적을 읽기 무섭게 얼른 거리를 좁힌 뒤 잔발을 굴리기 시작한 카일.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머릿속에서 크게 울렸지만 뱉어내는 호흡엔 흐트러짐이 없었다.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다면 상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었기에, 반드시 상대의 발밑에 있는 공을 뺏어내겠다는 독기를 품고서 디발라를 따라 움직였고, 빠르게 움직이던 공이 순간적으로 이동을 멈추자 카일은 기다렸다는 듯 발을 굴렀다.

    아마 지금 디발라가 노리는 것은 순간적인 브레이킹으로 자신의 발이 멈추길 기다리는 것일 터.

    그렇다면 더더욱 발을 멈춰줄 이유가 없었고, 순식간에 디발라와의 거리를 좁히는데 성공한 카일의 입꼬리가 서서히 하늘을 향했다.

    밀착 마크에만 성공한다면 수비의 반은 성공한 것이었으니.

    이건 확실히 막았다는 확신에 미소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한 발, 두 발···, 언제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좁혀든 카일은 오른발을 축으로 왼발을 뻗었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성공이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자신이 뻗은 왼발이 녀석의 공을 가로 막을 것이니, 이번 플레이에선 자신이 디발라를 상대로 이겼다는 확신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그렇게 상대가 움직임을 취하길 기다리던 중···.

    “···?!”

    카일의 눈동자에 커다란 물음표가 떠올랐다.

    카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움직임이 그의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패스.

    디발라는 드리블 돌파라는 선택이 아닌, 공을 찔러 넣는 연계 플레이를 선택한 것이다.

    대체 왜, 라는 의문이 카일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서야 그의 눈에 주변 상황이 하나둘 들어왔고, 서늘한 감각이 카일의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만주키치.

    언제 다가온 것인지 만주키치가 살짝 벌어진 틈에서 공간을 벌리고 디발라의 패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 전에···.

    ‘대체 언제 패스를 받을 거리까지 좁혀온 거야?!’

    빠른 속도로 만주키치를 향해 구르는 공을 노려보며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던 카일.

    그는 몇 초사이 급변한 상황을 빠르게 분석하며 허둥지둥 등을 돌렸다.

    일단 만주키치의 앞은 페르난지뉴가 막고 있었으니, 자신이 그 뒤로 달려가 커버를 한다면 수비에선 무리가 없으리라.

    그런 생각과 함께 행동을 취하던 카일은···.

    “돌아오면 안 돼!”

    “돌아가지 마!”

    페르난지뉴와 과르디올라 감독이 동시에 내지른 고함을 주워 듣곤 고개를 털었다.

    돌아오지 말라니?

    그럼 누가 커버를···.

    “아.”

    그제야 두 사람의 의미를 파악한 카일의 얼굴이 굳었다.

    디발라의 패스는 ‘키 플레이’를 위한 열쇠가 아니었다.

    공을 잡고서 여전히 수비수와 등을 지고 있는 만주키치는···.

    투웅!

    패스를 찔렀고.

    ‘또 한 번 측면을 노리는 침투 패스! 이, 이건···!’

    “디발라! 만주키치와 주고 받은 2대1 패스로 카일이 지키던 측면을 완전히 허물었습니다!”

    만주키치의 짧은 패스를 확인한 중계진들은 놀람에 목소리를 키웠다.

    지능적이면서 센스가 돋보이는 연계 플레이.

    애초부터 디발라의 드리블이라던가, 만주키치를 향하는 패스는 모두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이었던 것이다.

    완벽하게 측면을 허물면서 안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디발라를 지켜보면서 중계진들은 목에 핏대를 바짝 세웠다.

    이번 플레이는 분명 무언가 결과를 만들어 낼 것 같다는 본능적인 감각과 경험이 그들을 잔뜩 흥분시킨 것이다.

    그렇게 분위기를 잔뜩 고취시키던 중···.

    “카일의 압박에서 벗어난 디발라, 공을 낚아 챈 뒤 빠른 발을 살려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콤파니가 백업에 나서고는 있지만···.”

    “늦죠, 늦어요! 이미 골문이 가시권에 들어와있습니다! 과연 디발라 선수의 선택은···, 아!”

    “칩샷! 공을 깎아 차는 칩샷입니다!

    디발라의 선택에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가 숨을 멈췄다.

    마치 폭우가 몰아친 후 흐린 하늘 사이에 무지개가 떠오르듯, 뜨겁게 달아올랐던 경기장 위에서 공은 둥실 떠올라 천천히 허공을 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발을 멈춘 모두의 고개가 공을 따라 이동했고···.

    철썩!

    공은 골대 안으로 가볍게 착지한 후 움직임을 멈췄다.

    골키퍼인 에데르손은 미처 손을 뻗을 생각도 할 수 없었는지, 망연자실한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고, 다른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도 하나같이 절망이란 단어가 그대로 떠오른 얼굴로 이를 악 물었다.

    30분동안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을 생각도 하지 못 한 채로 수세에 몰리다가 결국 허용한 실점이었기에 선수들이 받은 충격이 상당했던 것이리라.

    그런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과는 달리 유벤투스의 선수들은 마침내 참고 있던 함성을 터트리며 디발라에게 달려 들었다.

    “역시 디발라! 네가 결정지어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나이스 슛이었어!”

    “뭘요. 운이 좋았죠.”

    “그게 운으로 될만한 슛이면 넌 축구 선수가 아니라 복권을 사야 돼! 아무튼 나이스였어!”

    믿고 있던 에이스가 보여준 완벽한 한 방에 다들 감탄했고, 디발라 또한 스스로의 플레이가 만족스러웠는지 커다란 함박 웃음을 꽃피우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가 찾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인 최재혁.

    어떠냐, 라는 의미로 슬쩍 턱짓을 해보인 후 디발라는 재혁에게서 몸을 돌렸고, 멀어지는 디발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콧등을 긁적이던 재혁은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 방 제대로 먹었네. 너무 자연스럽게 쉬프트가 바뀌어서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한 방 먹었어.”

    간격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쉬프트 인과 아웃.

    그 후 그 간격을 이용한 적절한 연계 플레이와 마무리까지.

    역시 유벤투스다.

    과연 결승까지 올라올 만한 능력을 지닌 팀이다. 그리고 디발라 또한 소문만큼의 기술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가 확실했다. 적어도 저만한 슈팅은 평범한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결승에 올라온 것은 자신들 또한 마찬가지다.

    후욱, 깊게 숨을 한 차례 들이 마신 후 천천히 토해내던 재혁이 발을 움직였다.

    아직까지 멍하니 공이 놓여 있는 골대를 지켜보고 있는 두 선수, 멘디와 사네에게 향한 재혁은 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

    “왜 그렇게 굳었어요? 설마 겨우 한 골 먹었다고 경기에서 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죠?”

    “뭐, 뭐? 우리를 뭘로 보고! 나는 어디까지나 생각을 정리하려고···.”

    “그럼 얼른 정리하고 정신 차려요. 당장 동점···, 아니. 역전까지 해야 하니까.”

    “!”

    자신의 말을 자르고 퉁명스럽지만 확실한 어조로 대답한 재혁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동점도 아니고 역전을 노리겠다고?

    대체 어떻게, 라는 물음을 둘이 던지기도 전에 재혁은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상대가 몇 명이든, 우리도 이 자리에 3명이 있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때 공부하라고 한 건 확실히 숙지하고 있죠?”

    “물론이지. 밤을 새워서 다 외웠다고.”

    “그럼 다행이네요.”

    생긋, 경기에서 지고 있는 선수가 보여주는 미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환한 얼굴로 빙그레 웃어 보인 재혁이 천천히 자리를 벗어나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오늘만큼은 혼자서 축구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 183. 두 팀 사이의 간격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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