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174화 (174/225)
  • < 174. 에이스의 시간 >

    “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거야? 응?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이 꼬맹아!”

    “아야야, 칭찬을 하려면 그냥 칭찬만 하세요. 머리카락 다 헝클어졌네.”

    “좀 헝클어지면 어때? 어차피 봐줄 사람도 없잖아?”

    “그건 절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요. 어느날 갑자기 제가 결혼이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아직 20살도 안 된 꼬마가 말은. 흐흐, 아무튼 잘했어! 정말로 잘했어!  ”

    전반전의 끝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락커룸으로 향하는 재혁을 붙잡고 소란을 떨었다.

    위기 상황을 겪고 있던 팀에 마법을 부린 어린 마술사의 능력에 다들 경탄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다만 그런 환대가 어색했던 재혁은 애써 선수들의 손길을 피해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고···.

    “이 경기를 지고 있다니···. 이게 말이 돼?!”

    “알리, 그만해. 다들 장님이 아니라 점수정도는 혼자서 읽을 수 있다고.”

    “하지만 분명 흐름은 우리 쪽에 있었다고요. 그걸 제 때 살리지 못해서···!”

    “그러니까 우리도 알고 있다니까.”

    그 뒤를 쫓아 이동하는 토트넘 선수들 또한 작지 않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면서 걷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알리의 말처럼 초반 흐름과 기세를 타고 경기를 압도하던 것은 맨시티가 아닌 자신들이었다.

    그런데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역습을 얻어 맞더니 전반전이 끝이 날때엔 유리했던 지표들마저도 전부 역전을 당하다니.

    알리는 떠드는 것만으론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 거리며 거친 발걸음으로 복도를 따라 이동했고, 그 뒤를 쫓아 이동하는 토트넘 선수들 또한 진행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다들 잔뜩 구겨진 얼굴로 발을 옮기다가···.

    “제 탓이에요.”

    뒤에 들린 형민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찾았다.

    센터백인 베르통언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목소리를 내 되물으려 했는데, 형민의 이어지는 말이 그보다 빨랐다.

    “실점하는 순간 최재혁에게 갔던 공···, 그 공이 이어지기 전에 제가 먼저 재혁이를 압박해야 했는데 그게 늦었어요. 공이 이동하는 장면을 쫓으려고 공을 향해 시선을 옮기다가 실수를 범한 거죠.”

    “그건 실수라기보다 수비를 시작하기 전에 취하는 자연스러웠던 행동이···.”

    “아뇨. 그 탓에 실점을 했으니 그건 명백한 제 실수인 거예요. 분명 어떤 식으로 압박을 가할 것인지 대화를 끝내 놓은 상황이었잖아요? 재혁이가 물론 잘한 것도 맞지만, 제가 실수를 범한 것도 사실인 거죠.”

    “···흐음.”

    “그러니까···, 미안해요. 그러니까···.”

    “이런, 이런. 왜 이렇게 분위기가 쳐져 있는 거지? 다들 며칠 된 생선 튀김들마냥 퍼져있는 게···, 지금 끝난 건 전반전이지않아? 우리가 벌써 경기를 졌던가?”

    “가, 감독님.”

    “목소리에 아직 물기가 없는 걸 보면 후반전이 끝난 건 아닌데 말이지. 다들 정신 차려.”

    목적지를 잃은 형민의 목소리가 이리저리 헤맬 때 락커룸에 등장한 포체티노 감독.

    그는 나름 밝은 목소리로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소리쳤고, 잠시간 빛을 잃었던 선수들의 눈동자가 밝아지자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 가야 해. 맨체스터 시티는 강하다. 다른 어느 팀보다 압도적으로 강해. 그리고 그 어느 팀들 중엔 당연히 우리도 포함 되어 있지. 리그 타이틀을 조기에 확정 짓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분명 운이라던가, 우연 따위 같은 게 아니야. 저들이 실력으로 일궈낸 결과인 거야. 이걸 인정하지 못 한다면 오늘 우린 아무 것도 시도해볼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그 말씀은···.”

    “알리,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원래 중요한 말은 뒤에 나오는 법이라고.”

    뺨을 잔뜩 부풀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내려던 알리는 포체티노 감독의 제지에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고, 선수들을 한 차례 슥 둘러본 감독은 농담과 함께 등장했던 가벼운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상대가 강하다고 했지, 이길 수 없다고는 하지 않았다. 지금은 비록 한 점을 빼앗겨 쫓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이만한 격차를 내지 못한다면 내 쪽에서 맨시티에 실망 할뻔 했지.”

    “!”

    “그러니까 지금부터 다시 설명하겠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목표가 어느 정도 높이에 있는 지를 말이다. 중요한 건 필드 위에 서게 될 최후의 한 팀이 되는 것이지, 45분짜리 전반전의 결과물에 실망하는 팀이 아니니까. 다들 제대로 이해했겠지?”

    “예!”

    “후후, 좋았어. 그러면 모두 보드 판에 집중!”

    힘찬 목소리로 대답한 선수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보인 포체티노 감독은 축구장 모양을 하고 있는 전술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열정적인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고, 그의 말을 경청하면서 선수들은 의지를 불태웠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남은 45분을 기대하며, 최후의 한 팀이 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포체티노 감독의 설명을 모두 들은 선수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고,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힘내라며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손을 맞잡아주던 포체티노 감독은 형민의 차례가 다가오자 특별히 그의 손이 아닌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전반전 동안 있었던 일은 잊어버려. 남은 45분은 지나간 45분보다 중요하니까.”

    “예. 그럴게요.”

    “후후. 좋아. 바로 그 얼굴이야. 내가 너에게서 기대하던 얼굴은 딱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얼굴이었지. 형민, 기억하고 있지? 난 너를 아주 오래 전부터 지켜봐왔다고.”

    양쪽 어깨를 붙잡힌 채로 포체티노 감독과 강제로 눈을 맞추게 된 형민.

    그는 포체티노 감독의 목소리를 들으며 과거 감독이 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린 후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형민을 향해 포체티노 감독이 계속 말했다.

    “네가 독일에서 처음 활약하던 모습을 보았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너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팀의 에이스, ‘7번’이야. 오늘 경기가 많이 힘들겠지만, 90분이 모두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마. 적어도 나는 항상 내 선수를 믿고 있을 테니까 말이지. 알겠지?”

    “···예!”

    “그래, 좋아. 드디어 내가 알던 그 형민으로 돌아왔군.”

    큭큭, 형민의 표정을 통해 어느 정도 차오른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던 포체티노 감독은 그를 놓아주었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여보인 형민은 복도를 따라 이동하다가···.

    “아직 안 졌다.”

    “저도 아직 이겼다고 말 안했어요.”

    그와 함께 필드 위로 발을 옮기고 있던 재혁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형민의 말에 지지 않고 대답한 재혁.

    재혁은 하프 타임 사이 분위기가 달라진 형민을 슬쩍 흘겨본 뒤 웃었다.

    사실 이겼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달라진 형민의 얼굴을 통해 예상컨데···.

    ‘남은 45분은 더 힘겹겠군.’

    아마 전반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후반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지금의 형민과 비슷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속에 품고 있는 한 방, 그 한 방의 무서움을 재혁은 안토루를 통해 한 차례 경험해보았기에 재혁은 속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다잡았고, 중앙선에 놓여 있는 공을 노려보며 호흡을 골랐다.

    ‘하지만 힘이 들 뿐, 결국 이기는 건 우리가 될 거다···!’

    삐이익!

    후반전이 시작된다는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공이 움직였고, 선수들도 공이 움직이자 멈췄던 다리를 움직여 자리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틈바구니에 섞인 재혁 또한 중원으로 달려들었고···.

    “어딜 가려고!”

    그런 재혁의 곁에 바짝 달라붙은 완야마가 어깨를 맞부딪치며 고함을 질렀다.

    재혁을 가두는 박스의 지지대 역할을 맡고 있는 완야마.

    그런 완야마가 갑자기 튀어나와 자신과 몸을 부딪치자 재혁은 잠시간 당황했으나, 이내 후반전을 위해 준비한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임을 확인하곤 쓰게 웃었다.

    ‘배수진을 쳤군.’

    수비 박스의 지지대이면서 동시에 후미에서 최종 수비벽을 위한 방파제 역할을 소화하는 완야마.

    그런 선수가 중원에서 활약을 시작한다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닐 것이리라.

    ‘진흙탕 싸움을 유도하려는 거겠지.’

    상대가 어떤 식으로든 자유를 만들어낸다면, 자신들의 자유를 버려서라도 상대를 압박하겠다.

    포체티노 감독이 의도한 바를 바로 읽을 수 있었던 재혁은 완야마와의 어깨 싸움에서 간신히 몸을 지탱시킨 후 공을 옆으로 찔러 보냈고, 스털링이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장면을 확인한 뒤 빙글 반 바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한 재혁을 노려보면서 완야마를 포함한 토트넘 선수들의 뇌리엔 물음표가 떠올랐다.

    공은 측면으러 넘겨줘놓고 자신은 반대로 빠진다니.

    대체 저게 무슨 생각으로 하는 행동이란 말인가?

    그 대신 케빈이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희 의미가 모호한 행동이었다.

    공격 방향이 아닌 반대로 몸이 빠진다는 건 팀 플레이에서 스스로 제외시키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이 저런다면 포지셔닝에 문제가 있겠다고 말하겠지만···.”

    “최재혁은 제외죠.”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동시에 한 가지를 떠올리곤 침을 삼키며 기다렸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큰 변수이자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고 있는 최재혁이 과연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다들 공이 반대편에서 구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재혁의 움직임을 유의 주시하며 지켜보았고, 스털링의 발에 걸려 이리저리 잔디 위를 구르던 공이 마침내 허공에 떠오르자 모두의 시선이 공으로 모였다. 그리고 소리쳤다.

    “아냐. 이번엔 아무 것도 아니었어. 최재혁의 존재는 처음부터 미끼였던 거야!”

    “모두가 재혁에 신경을 쓰느라 잠시 열린 중원에 케빈이 들어가 그를 대신해 플레이를 만들고 있어. 그래. 이걸 간과하면 안 되지. 맨체스터 시티는 최재혁 원맨팀이 아니라고.”

    “저 녀석, 단순히 축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상황까지 멋대로 사용할줄 아는 놈이었군. 어린 놈이 제대로 약았어.”

    “빨라. 올라온 공을 그대로 중앙으로 찔러 보내주면서 아구에로한테 이어줬어. 역시 케빈이야. 토트넘은 이번에 또 한 방 먹었는데? 그래도 다행이라면···.”

    “요리스 골키퍼가 잘 막았군.”

    파앙!

    키엘리니의 말처럼 양손을 뻗어 아구에로의 슈팅을 단단히 잡아낸 요리스 골키퍼는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공을 품에 안았고, 안전히 슈팅을 막아낸 것을 확인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요리스는 눈에 보이는 장면들을 빠르게 분석하면서 펀트 킥을 차낼 장소를 찾기 위해 두눈을 반짝였고, 이내 누군가를 발견하곤 고개를 작게 끄덕인 후 곧장 공을 차냈다.

    곧 뻐엉, 큰소리와 함께 정확한 킥이 길게 뻗어나갔고, 요리스의 골킥을 받게 된 토트넘의 선수인 신형민은 자신의 시야를 가득 채우면서 날아오는 공을 집중해 바라보면서 미간을 모은 뒤 생각했다.

    ‘내가 잘하는 것. 그걸 하면 된다.’

    이기기 위해선 내가 잘해야 하니까.

    잘할 수 있는 것을 한다면 분명 희망이 있을 것이리라.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떨어지는 공을 노려보던 형민은 자신의 뒤에 바짝 다가온 맨시티 선수의 기척을 확인한 후 짧게 호흡을 토해냈고.

    퉁!

    “···!”

    떨어지는 공이 바닥에 닿기 전, 살짝 건드리는 논스톱 패스를 시도해 에릭센에게 보냈다.

    그와 동시에 형민은 공이 에릭센에게 도착하기 전 재빨리 몸을 돌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형민의 갑작스런 움직임을 확인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의 얼굴에 한 차례 낯선 기색이 떠올랐으나, 한 선수, 형민의 패스를 직접 받게 된 에릭센은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뭔가 할 마음이 생긴 것 같군. 그렇다면···, 의욕이 생긴 팀원을 도와주는게 내가 할 일이겠지!”

    파앙!

    “어?!”

    낮은 읊조림 이후 패스를 찔러보낸 에릭센.

    형민이 달리고 있는 전방을 목표로 보낸 패스는 맑은 공기 소리와 함께 이동을 시작했고, 그런 에릭센의 패스를 확인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얼굴로 숨을 삼키며 서로를 찾았다.

    “뭐지, 저 패스는?”

    “땅볼···, 아니. 공중인가? 대체 뭐야? 무슨 패스를 저렇게 애매하게 보내?”

    “저런 패스를 대체 누구보고 받으라고 보낸 거야?”

    보통 패스라면 받는 사람이 트래핑을 시도할 장소를 고려해 보내기 마련이다.

    빠른 패스는 받기 편한 땅볼로 보내준다거나, 높게 떠올린 패스는 가슴이나 허벅지 같은 부위를 이용해 확실히 낙차를 죽일 수 있도록 리시버에게 공을 받을 부위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에릭센이 차보낸 패스를 본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대체 저 패스를 어느 부위로 받을 수 있겠는가, 라는 의문을 말이다.

    속도는 빠르면서 완전한 땅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가슴으로 숨을 죽일 각도도 나오지 않는다.

    명백한 패스 미스.

    이번 패스는 에릭센의 실수라며, 다들 공을 받게 될 선수를 향해 불쌍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는데···.

    포체티노 감독은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를 떠올리더니 읊조렸다.

    “드디어 우리 팀의 에이스가 빛을 발하겠군.”

    팡!

    “어?!”

    짧은 터치음.

    발등이 공을 건드리는 소리와 함께 경기장을 내려보는 모두의 눈동자에 느낌표가 가득 찼다.

    신형민.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에릭센의 패스를 형민은 죽이지도, 혹은 받아내지도 않은 것이다.

    그가 내린 선택은 오히려 그와 정반대되는···.

    “시, 신형민 선수의 발등에 맞은 공이 높게 떠올랐습니다!”

    “트래핑을 하지 않았어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도, 토트넘 선수들도 모두 당황한 얼굴입니다! 하지만 오직 한 선수···, 신형민 선수는 침착하게 공을 쫓아 고개를 들었고···!”

    오오오···!

    형민이 패스를 받아내는데 성공한 순간 관중들 사이에서 서서히 높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플레이에 대한 의구심, 이어질 플레이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형민이라면···, 형민이라면 분명 무언 가를 보여줄 거야!”

    에이스에 대한 기대감.

    그 모든 게 하나로 섞여 흘러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들이 향하는 장소에선···.

    “이, 이거···?”

    “잠깐만···! 저 공···!”

    골키퍼인 에데르손과 콤파니의 당황한 목소리가 입밖으로 빠져나왔다.

    처음엔 의미를 알 수 없었던 트래핑이었으나, 그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파악하니 뒤늦게 그가 무엇을 시도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일부러 공의 낙하 지점을 어중간하게 만들어 골키퍼의 태클을 유도하고, 에데르손 골키퍼가 박스 바깥으로 나왔을 때를 노려···.

    뻐엉!

    공을 잡은 후 바로 슈팅을 때려 골문을 노린다.

    그 모든 것을 뒤늦게 파악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형민의 발등을 떠난 공의 궤적을 쫓아 눈을 옮겼고, 빠른 속도로 날아간 공이 정확히 골대 왼쪽 상단에 꽂히는 것을 확인하곤 탄식을 흘렸다.

    모든 게 자신들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도중 터져버린 토트넘의 한 방.

    그 한 방이 터트린 한 골로 인해 다시 경기가 균형을 찾았다는 것에 다들 얼굴을 쓸어내리며 안타까운 감정을 숨기질 못한 것이다.

    그런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과 달리, 토트넘 선수들은 답답했던 상황에서 빛을 발한 형민을 붙잡고 기쁜 감정을 마음껏 표현했다.

    드디어 마침내 다시 한 번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찾아 왔음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사그라질 뻔했던 의욕을 다시금 불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재혁 또한···.

    “역시 결승전인데, 그렇게 끝이 나면 아쉽지.”

    재미있다는 듯, 길게 늘어진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결승 무대.

    에이스라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고, 지금처럼 확실한 판은 앞으로 또 없을 테니까.

    바야흐로 에이스의 시간이었다.

    < 174. 에이스의 시간 > 끝

    ⓒ 권주호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