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162화 (162/225)
  • < 162. 악역 >

    드륵, 탁!

    빠르게 열렸던 문이 닫히며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기 후 기자 회견 자리에 등장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만큼, 어두운 얼굴로 등장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얼른 자리에 앉으며 탁자 위에 준비된 물병의 뚜껑을 열었고,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 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지목하며 질문들을 받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목을 받은 남성 기자가 슬쩍 상체를 일으키며 물었다.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셨는데요, 패인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게임에서 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기자의 질문에 짧은 한 마디로 먼저 대답한 후, 입술을 축인 과르디올라 감독은 물병을 자리에 내려놓으면서 진지한 얼굴로 끊었던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진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기보다는, 승리를 취한 바이에른의 대단했던 점들을 먼저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게 예의이고, 패배를 받아들이는 건강한 과정이니까요.”

    “···!”

    “맨체스터에서 진행된 경기였지만 오늘 필드에서 보여준 모습은 오히려 홈 팀과 원정 팀의 위치가 바뀐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모든 게 뮌헨 선수들의 의도대로 진행이 됐어요. 그럴 때 홈이라는 이점을 살려 최대한 분위기를 침착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저희는 그걸 오늘 경기에서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게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이죠.”

    “하인케스 감독님의 맞춤형 전술이 유효했다는 말씀이신가요?”

    “단순히 유효했던 게 아닙니다. 저희는 하인케스 감독의 의도에 놀아나 제대로 된 반격도 시도해보질 못했습니다. 공이 없는 순간의 움직임에서 공을 빼앗는 순간에 변화하는 움직임. 오늘 뮌헨은 그 정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더군요. 과연 바이에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경기력이었습니다. 아마 축구가 90분동안 진행되는 운동이 아니었다면 더 큰 점수차로 패배했겠죠. 그렇기 때문에 오늘 겨우 2점만 빼앗긴 우리 팀 선수들도 대단했다고 칭찬하고 싶습니다.”

    말을 끝내며 다시 한 번 감탄 어린 얼굴로 고개를 주억인 과르디올라 감독은 짧게 박수를 쳤고, 그런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한창 담던 기자들은 슬슬 민감한 주제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비록 패배한 경기에서 변명을 하기보다 상대 팀을 칭찬하는 모습이 훈훈해 보이긴 했어도, 결승으로 향하는 길목인 4강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팀 뿐이었으니.

    좀 더 현실적인 대답을 나오길 기대하며 한 기자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렇다면 이어질 2차전과 다음 라운드 진출이라는 과제에 대해선 당연히 회의적이시겠군요?”

    기자는 핵심 부분만 콕 짚어 물었고, 그런 기자의 질문을 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한동안 답을 찾지 못하고 턱을 매만지다가···.

    “글쎄요. 그 부분에 대한 제 견해는 조금 다릅니다.”

    단호하고 또렷한 어조로 대답해준 후 양손을 끌어 모아 팔짱을 꼈다.

    동시에 허리를 펴며 의자에 등을 받친 과르디올라 감독은 목소리만큼이나 곧은 눈동자로 질문을 던진 기자를 똑바로 마주본 뒤 말을 계속 했다.

    “확실히 오늘 바이에른은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처음 10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주도권을 빼앗긴 적이 없었고, 남은 시간동안 우리는 그들의 일방적인 공세를 막는데 급급했죠.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홈에서 치른 1차전의 최종 점수가 2대0이었는데요?”

    “3대0이나 4대0은 아니었지 않습니까?”

    “···?!”

    질문에 오히려 질문으로 되물은 과르디올라 감독.

    그는 당황해하는 기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홈에서 3점이나 혹 그 이상을 빼앗기고 2차전을 준비해야 했다면 분명 힘들었겠지만, 다행히도 2점만 빼앗기고 끝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1차전과 똑같은 90분이 있으니, 쉽진 않겠지만 4강 진출에 대한 가능성은 모자라지 않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2점이나, 3점이나 위험한 건 마찬가지 아냐? 물론 2가 3이나 4보다 작긴 하지만···.”

    “1차전에서 완패하고 2차전을 이겨서 진출한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돈데···.”

    “아무리 과르디올라 감독이라곤 해도 이건 좀···.”

    과르디올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견장은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는 기자들의 웅얼거림으로 부산스러워졌다.

    몇몇 사람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과도한 압박감에 ‘정신 승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또 몇은 무너진 팀을 어떻게든 회복시키기 위해 저런 말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의 생각과 달리, 과르디올라는 오늘 한 말의 전부가 진심이었다.

    뮌헨의 선수들과 그들을 이끈 하인케스 감독에 대한 칭찬도 진심이었고, 1차전에서 2점만 빼앗긴 채로 경기를 마감한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어질 2차전에 대한 기대감.

    모두가 탈락 위기라고 말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가올 2차전이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 말하는 기대감 또한 거짓 없는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더 이상 질문이 없으면 끝내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회견 자리를 벗어난 과르디올라 감독은 곧장 사무실로 향했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보다 먼저 도착해 의자에 자리하고 있는 재혁을 발견하곤 물었다.

    “경기를 구경만 해야 하니 좀이 쑤셨지?”

    “그러니까요. 특히 후반전은 계속 지켜봐주기 힘들 정도였다고요.”

    얕은 한숨과 아쉬운 눈빛, 그리고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떠올린 재혁은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내려 놓으면서 어깨를 으쓱인 뒤 계속 말했다.

    “어떻게 요리하면 될지, 레시피를 찾았는데. 정작 주방에 갈 수가 없으니···. 답답해서 혼났어요.”

    “별 수 있나. 오늘은 요리사가 아니라 영양사가 되어 주어야 했으니까. 목적이 달랐던 만큼, 활약해주어야 하는 장소도 달랐던 거지.”

    “맞는 말씀이지만, 그래도 다음부턴 역시 필드에 있고 싶네요. 선수에서 은퇴하면 모를까,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만큼은 필드를 떠나고 싶지 않아요.”

    “확실히 이해했다. 앞으로 다음은 없을 거야. 내가 장담하지.”

    재혁의 건너편에 앉으며 신뢰를 담은 눈빛과 함께 대답한 과르디올라는 재혁과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재혁 또한 고개를 끄덕여 준 후 표정을 풀었고···.

    “자, 그럼 해체 작업을 시작해볼까요?”

    손에 쥐고 있던 자료들을 테이블 위에 풀어 놓으면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후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달이 저물고 새로운 해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 됐다.

    ***

    별들의 대전이 끝이 난 다음 날.

    미디어는 모두의 예상대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리버풀의 화제성도, 엘클라시코의 화려함도, 그리고 돌풍의 핵이 남긴 커다란 발톱 자국도, 이 한 팀에 쏟아지는 관심보다 크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 챔피언스 리그 4강 진출 적신호!]

    [쉽지 않을 독일 원정, 하지만 오히려 자신감을 표출한 과르디올라 감독. 과연 그의 의도는?]

    [G닷컴에서 패인에 대한 분석 자료와 맨체스터 시티가 독일에서 마주하게 될 다섯 가지 위험 요소들!]

    [하인케스 감독, “누가 보아도 유리한 상황. 그렇지만 방심하지 않겠다.”]

    [1차전에서 득점 없이 완패한 팀이 2차전에 오를 확률은 겨우 ‘17.5%.’ 지금 맨체스터 시티에게 필요한 것은 ‘기적’이다.]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에게 완패한 맨체스터 시티에 대해 사람들은 쉼없이 떠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홈에서 치러진 경기였으며, 이번 시즌 독보적인 경기력으로 모든 대회에서 순항하던 맨체스터 시티가 뮌헨이라는 암초를 만나 완파 당했으니.

    과연 어떤 식으로 다음 일이 진행될지 모두가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진 양 팀의 전력을 5대5로 보고 있던 사람들은 예상을 뒤집는 맨시티의 완패에 놀랐고, 개중에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스포츠의 한 기자도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맨시티의 완패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됐다. 나는 아직도 최재혁이 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맨체스터 시티에 소속된 선수, 최재혁.

    단순히 한국인이기 때문에 기자는 그의 이름을 두둔한 게 아니었다.

    실제로 그 말고도 해외 언론사들도 재혁의 부재가 차지한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었으까.

    기자가 단순히 ‘국뽕’에 취해 휘갈겨 쓴 기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만약 재혁이 선발 출장했다면···, 만약 중원을 지키던 선수들 중 한 명이 재혁이었다면···, 만약···,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만약이란 가정으로 점칠된 기사의 본문은 아무래도 읽는 이들에게 혼동을 줄만한 요소들로 가득했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문제 때문에 오히려 기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댓글 창은 축구 팬들의 총칼 없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과연 재혁이가 나왔다고 해서 경기 결과가 달랐을까? 맨체스터 시티는 뮌헨을 상대로 진짜 아무 것도 못 했는데. 겨우 선수 한 명이 바뀐다고 결과가 달라질 거라니. 난 그건 아니라고 봄.]

    [위에 분 축구 잘 모르시나보네. 원래 선수 한두 명 차이가 심한 거에요. 크랙들이 괜히 크랙이겠음?]

    [크랙이라고 10명을 다 뚫고 골을 넣는 건 아니거든요?]

    [쯧쯧쯧. 그럴 땐 RT버튼 누르고 RS스틱 휘둘러서 개인기 써주면 되는데. 피퍼18 안해봄?]

    [아니, 이젠 살다 살다 게임하는 놈들한테까지 훈수를 들어야 되냐? 이거 해외 축구 기사 맞음? 게임 이야기 하려면 웹진으로 가라 이것들아.]

    [아무튼 결국 재혁이가 없어서···.]

    혼돈 그 자체.

    유입된 독자 수가 많아지니 사람들은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들었고, 몇몇 쓸데없는 댓글들은 조작이라도 한 것인지 베스트 댓글에 올라가 온갖 어그로들을 다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다가 또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을 폭발시키는 사건이 터졌으니.

    [최재혁, 이어지는 리그 경기에서도 결장!]

    [2경기 연속 결장은 여태까지 없었던 일.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불화설?]

    [재계약 문제로 시작된 불화가 최재혁을 벤치에 앉혔다.]

    [맨체스터 시티의 측근, “최재혁은 이번 여름 구단을 떠날 것. 이미 협상 중인 구단이 있다.”]

    “가관이구만, 가관이야. 이게 스포츠 기사야? 그냥 뇌피셜만 잔뜩 나열한 찌라시들이지.”

    드르륵, 드르륵.

    마우스 휠을 중지로 긁으며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을 훑어보던 최동호 인턴이 쯧쯧 혀를 차더니 고개를 털었다.

    경기가 있은 후, 며칠 간격으로 올라오고 있는 기사들은 어떻게든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하나같이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도배를 해놓았던 것이다.

    그 사이에는 사실 확인이 전혀 되지 않은 내용들도 있었는데, 그런 기사들을 볼 때면 최동호 인턴은 답답함에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지금처럼 이상민 기자를 찾곤 했다.

    “기자님! 계속 기다려야 해요?”

    “뭘? 너 설마 또 재혁이랑 관련된 기사 읽어보고 있었냐?”

    “읽기 싫어도 메인에 걸려 있는게 죄다 비슷한 내용들인 걸 어떡해요?”

    랩탑을 앞에 두고 커피를 홀짝이고 있던 이상민 기자는 최동호 인턴의 잔뜩 격양된 목소리를 듣곤 한숨을 내쉬며 ‘또 시작이군···’ 중얼거렸고, 그런 이상민 기자의 책상으로 바짝 다가온 최동호 인턴은 계속해서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든 조회수를 뽑겠다고 선수를 흠집내는 기사들이 한두 개가 아닌데. 어떻게 이걸 가만 내버려둬요?”

    “가만 안두면 뭘 하자고?”

    “우리는 재혁이랑 한 인터뷰가 있잖아요! 그거를 정리해서 올리면 찌라시들도 싹 정리가 되고···, 악!”

    “바보. 그걸 그렇다고 지금 올리냐? 생각 좀 해라, 생각 좀.”

    돌돌 말아 쥔 신문지로 인턴의 정수리를 때린 이상민 기자는 좀 진정하라며, 냉수라도 마시고 속 좀 차리라고 말했고, 그런 이상민 기자의 말해 인턴은 입술을 비죽 내밀곤 계속해서 툴툴거렸다.

    결국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상민은 머리를 벅벅 긁더니 동호를 부른 후 앞에 앉아보라 했고, 동호는 멀어지던 발길을 돌려 상민의 앞에 의자를 끌고와 엉덩이를 붙였다.

    뚱한 얼굴로 애써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동호를 빤히 바라보던 상민은 낱숨을 토해낸 뒤 입을 열었다.

    “네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야. 적어도 사실 확인은 된 이야기들이 기사로 올라왔으면 싶겠지.”

    “당연하죠. 저건 거의 소설이잖아요? 소설을 쓰는 건 소설가고, 기사를 쓰는 게 기잔데. 사실 관계는 확실히 잡아줘야 한다구요.”

    “그래. 네 말이 옳다. 네 말대로 우리가 어제 인터뷰한 내용을 모두 정리해서 올린다고 하자. 그럼 그 후엔 어떻게 될까?”

    “···네?”

    오히려 되묻는 이상민 기자의 목소리에 최동호 인턴의 말끝이 올라갔고, 그런 인턴을 향해 이상민 기자는 계속 말했다.

    “재혁이가 결장한 이유부터 시작해서 우리와 나누었던 뮌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어질 경기에 관한 이야기까지 모두 적어서 기사로 올린다고 해봐. 물론 그 결과 찌라시 같은 기사들이 올라오는 건 멈추겠지. 하지만 그 다음은? 뮌헨과의 2차전을 치르게 될 재혁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건···.”

    “물론 겨우 인터뷰에 불과할 수도 있어. 재혁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지켜줘야할 건 확실히 지켜줘야지. 알아야 할 권리가 중요한 만큼, 지켜져야 할 권리도 중요한 법이니까. 이건 선수와 기자 사이의 신뢰라고. 알겠어?”

    “···예.”

    “알겠으면 그만 가봐. 피곤하면 커피라도 마시고 오던가.”

    휘휘 손을 내저으며 건넨 이상민 기자의 말에 최동호 인턴은 축 늘어진 어깨처럼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렇게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이상민 기자가 쩝 소리를 내며 눈썹을 긁적이기 전까진 말이다.

    “야, 최동호.”

    “네?”

    “그래서 넌 잘 쓸 자신 있어?”

    “잘 쓸···, 자신이요?”

    “재혁이 기사 말야. 2차전이 끝나고 올릴 게 하나 필요한데, 잘 쓸 수 있겠냐고.”

    “!”

    “뭐 중요하게 다룰 건 아니고, 네가 말했던 것처럼 최대한 사실에 근접해서 2차전이 끝나면 올릴 기사로 하나 준비를 하긴 해야 하는데, 알다시피 난 2차전이 진행되기 전에 올릴 기사를 준비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저 진짜 잘 쓸 자신 있습니다!”

    “어우, 방금까진 개미도 못 들을 소리를 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급격히 높아진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한 최동호 인턴.

    그런 동호를 바라보며 이상민 기자는 옅은 미소를 보이면서 그가 정리해야 할 내용에 대해 설명했고, 설명을 모두 들은 동호는 얼른 자기 자리로 찾아간 뒤 기사 작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야 평화를 되찾은 사무실 안에서 이상민 기자는 양팔을 넓게 펼쳐 보더니 피식 실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재혁이를 보고 있자면 응원하고 싶어지긴 하지. 참 묘하다니까. 남자주제에 이상한 매력이 있어. 그러면···, 앞으로 3일 뒨가.”

    펄럭, 테이블 위의 달력을 펼친 이상민 기자는 붉게 표시 되어 있는 날짜,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들이 진행되는 날을 확인한 뒤 미소를 떠올렸다.

    과연 재혁이 준비한 ‘기적’은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과 기대가 가득 실린 미소를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찾아온 경기날.

    재혁은 경기장에 입장하기에 앞서, 준비되어 있는 TV 속 화면으로 보이는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에 가득찬 관중들을 훑어 보면서 혼잣말을 속삭였다.

    “오늘은 악역이군. 승리한 악당의 기분은 어떨지 항상 궁금했는데, 오늘 알게 되겠네.”

    < 162. 악역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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