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 마법사 죽이기 >
직접 두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공을 중심으로 짜인 진영에 비어있는 공간은 없었을 것인데, 어떻게 저 패스를 받는 선수는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공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콘테 감독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그와 함께 서있는 코치를 불러 그의 의견을 물었지만, 코치의 대답도 그와 같았다.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저 자리는 모예스가 커버를 하고 있어야 할 자리였는데···.”
“그럼 모예스가 자기 위치를 벗어난 건가?”
“그건 아니었죠. 88번의 패스가 이어지기 전까진 선수들의 포지셔닝에서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 했으니까요.”
“그럼 대체 뭔데?! 저 꼬마가 마법이라도 부렸다는 말인가?”
콘테 감독이 시선을 필드 쪽으로 옮기며 퉁명스레 물었다.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탓에 자연히 짜증이 묻어난 목소리였다.
그런 콘테 감독의 질문에 코치는 신음을 끙, 흘리더니 맨체스터 시티의 공세를 쭉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어쩌면 맞을 지도 모르겠는데요···.”
“뭐?!”
“도저히 이건 마법이라고 밖에 설명이···, 아, 아닙니다! 최대한 빨리 5분 전까지 진행된 관련 지표를 정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빨리 정리해. 그리고 3분 안에 가지고 와.”
“예!”
허둥지둥 벤치 뒤로 이동하는 코치를 향해 소리친 콘테 감독은 팔짱을 끼고서 다시 필드 위의 선수들의 움직임을 유의 깊게 살피다가···.
‘망할. 마법이라니···.’
코치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젓고 싶었다.
‘···그 바보같은 말을 나도 믿고 싶진 않단 말이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이 방금 코치가 한 말과 달랐다면 말이다.
사실 코치가 그랬던 것처럼, 콘테 감독 또한 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마법과 같다고 떠올리고 있던 중이었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코치가 직접 단어로 언급하며 동조하다니···.
‘후우, 그래도 아직이야. 아직은 우리가 앞서고 있어···! 이걸 쭉 지킨다면···.’
최대한 희망적인 생각을 품으며 경기 양상을 지켜보고 있던 콘테 감독.
그러던 중 그의 눈동자에 다시 한 번 재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
콘테 감독의 눈동자가 또 한 차례 감정의 변화로 물결쳤다.
두 번째 마법.
재혁이 부리려는 두 번째 마법이 무엇인지, 이번엔 또렷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
“필 포덴 선수! 최재혁 선수의 패스를 이어 받으면서 곧장 왼쪽 측면을 따라 달리는 드리블을 시작합니다!”
“완벽하게 열렸을 때 공을 이어 받아서 포덴 선수,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그대로 하프 라인을 지났고···.”
“최전방에서 함께 라인을 맞춰 달리는 브라함 선수에게 공을 건네주는데 성공합니다! 앞에 최종 수비수인 케이힐을 앞에 두고 있는 브라함 선수, 드리블에 자신감을 실어 계속해서 틈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케이힐 선수 역시 쉽게 길을 열어줄 생각이 없죠. 계속해서 길목을 차단하면서 브라함 선수의 이동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뤼드거 선수가 다가와 브라함을 압박합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공을 다시 뒤로 돌리는 선택을 취한 브라함 선수의 표정이 좋지 못하군요. 아쉽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제길, 여기서 또 막히네.’
결국 돌파에 실패한 브라함은 공을 뒤로 넘겨주고 나서야 케이힐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입술을 구겼다.
전반전에도 이랬다.
몇 번이고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항상 케이힐을 앞에 두고 그 이상을 전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이 한 번 뒤로 빠지자 다시 모든 중심이 뒤쪽으로 물러나는 것을 보면서 브라함은 안타까움에 한숨을 토해냈다.
만약 이번 기회를 살려 돌파에 성공했다면 무게 중심을 조금은 올릴 기회가 왔었을 텐데.
그걸 또 실패했으니.
‘후우, 내려가자.’
다시 공을 가지고 올라와야 하려면 후방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에 참여해야 했기에 공이 이동하는 루트를 따라 내려가려던 브라함.
그는 그렇게 센터 서클 밑으로 이동하려다가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보이는 선수를 발견하곤 발을 멈췄다.
‘재혁?’
현재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동료, 최재혁.
그가 자신을 향해 수신호로 말하고 있던 것이다.
내려오지 말고 그 자리에서 계속 머물고 있으라고 말이다.
처음엔 그런 재혁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였던 브라함이었으나, 곧 라커룸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내렸던 지시를 떠올리곤 표정을 지웠다.
후반전의 45분.
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뒤집겠다는 감독의 말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지금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브라함은 곧 표정을 고쳤고, 재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나는 체스 말이다. 선택을 내리기보단 기다리는 체스 말···. 내가 가야할 곳은 뒤에서 정해줄 것이다. 난 그 명령을 기다리고, 거기에 따르면 되는 거야.’
본인의 선택이 아닌, 조종자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체스 말.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브라함에게 전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역할을 강제로 떠맡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선수들 중 기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 분명했지만, 브라함은 추가로 떠올리게 된 한 가지 생각을 뇌리에 단단히 고정시키면서 은근한 미소를 입가에 떠올렸다.
‘하지만···, 결국 플레이의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내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야. 이건 체스 말을 조종하는 사람이 아닌, 체스 판 위에 올라와 있는 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그렇기 때문에 기다린다. 그러니까···.’
얼른 공을 보내봐!
브라함은 그런 눈빛으로 재혁을 바라보고 있었고···.
‘조급해 하지 말라니깐.’
재혁은 브라함의 눈빛을 읽곤 쓰게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도 잠시였을 뿐.
네메챠를 거쳐 다시 자신의 발밑으로 돌아온 공을 건드리면서 재혁은 주변을 살폈다.
사실 이미 주변 파악은 모두 끝이 났지만, 그가 양옆을 살핀 이유는 간단했다.
아자르.
첼시의 핵인 아자르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의 등뒤에 바짝 달라붙어 있는 아자르를 힐끗 살핀 재혁은 쓰게 웃으면서 계속 공을 지켜내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아마 이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본인을 가만 둔다면 무언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느낀 정도론 안 되지. 내가 약속한 건 확실한 재미니까 말야.’
투웅!
생각을 끝냄과 동시에 공을 발 안쪽으로 끌어 당긴 재혁이 재빨리 턴을 시도했고, 재혁의 뒤에서 그를 가로막고 서있던 아자르는 재혁의 턴 동작을 확인하기 무섭게 얼른 한 발자국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이를 악 물었다.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 맘대론 안 된다!’
이미 한 번 재혁에게 당한 상황이다.
물론 그게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아자르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처럼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 감각에 최대한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재혁을 괴롭히던 아자르는 재혁이 주위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넘겨주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계속 그의 곁에 남아 있었고, 그런 아자르를 향해 재혁이 웃으며 물었다.
“지금은 저한테 공이 없는데요?”
“지금 없는 거지, 앞으로도 없는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하지만 계속 그렇게 쫓아 오신다고 공이 바로 오진 않을 텐데요?”
“그건 모르는 거지.”
눈썹을 찌푸리고 대답한 아자르.
그는 곧장 고개를 돌려 재혁과 시선을 마주쳤고, 푸른 눈동자를 뜨겁게 불태우며 물었다.
장난은 그만두라고.
진지하게 시합에 임하라고 말이다.
그런 아자르의 눈빛에 재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자르에겐 장난처럼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전 처음부터 진지했습니다. 그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어요. ‘때’가 오기를 말이죠. 바로 지금처럼···.’
파팍!
‘꼬리가 열릴 때가!’
‘드디어 시작이냐!’
마침내 다리에 속도를 붙이면서 달리기 시작한 재혁.
그런 재혁을 확인하면서 아자르도 그의 뒤를 쫓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끊임 없이 재혁의 상체를 괴롭히면서 이동을 방해했다.
패스를 받는 것도, 드리블을 하는 것도, 혹은 주변을 파악하는 것도, 네 맘대로 할 수 있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다만 그런 아자르의 방해에도···.
“?!”
씨익, 재혁은 계속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었다.
견제를 하던 상황 중 재혁의 미소를 발견할 수 있었던 아자르는 속에서 차오르는 의문에 이번엔 눈썹을 찡그렸다.
대체 이번엔 무엇을 보고 웃고 있는 것이냐.
그런 의문이 담긴 얼굴이었는데, 아자르는 이어지는 상황에 눈을 반짝였다.
역시 예상대로, 맨체스터 시티에선 이번에도 재혁에게 공을 보내면서 그에게 패스를 집중시킨 것이다.
아자르의 입가에 재혁과 비슷한 의미의 미소가 떠오른 것은 그 직후였다.
‘허세 부리지마라. 이번엔 확실히 읽었다. 너희들의 플레이는 여기서 끝난다!’
결국 패스란 줄기를 끊으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었으니.
지금 그가 여기서 재혁에게 이어질 패스를 방해한다면 맨체스터 시티의 계획이 그대로 망가지게 될 게 분명하리라.
그렇다면···.
챠아악!
아자르의 몸이 자연스럽게 슬라이딩을 시작했다.
상체를 뒤로 넘기면서 하체를 앞으로 쭉 뻗는, 부드러운 슬라이딩 태클.
아자르는 이 태클로 재혁의 앞을 막아내면서 플레이를 끊을 생각을 한 것이다.
전방으로 계속 이동하는 상대의 플레이를 끊어내는데 있어서 태클만큼 확실한 무기가 없었으니까.
성공하면 공을 뺏을 것이고, 실패해도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플레이가 이곳에서 멈추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옐로우 카드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상대의 핵을 무너뜨리는 대가로 받는 카드라면 이쪽이 이득이야!’
짧은 순간동안 여러 계산을 머릿속으로 끝마친 아자르의 발끝이 잔디를 훑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목표를 확실히 눈에 담는 걸 잊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엔 상대의 의지를 확실히 끊어주겠다는, 그런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렇게 그의 눈에 재혁이 오른 발을 이용해 공을 건드리는 게 들어왔고, 트래핑이 이어질 경로를 예측하고서 미끄러지는 발끝을 그대로 쭉 뻗었다.
동시에 아자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엔 확실히 이겼다.
그런 생각에 떠올렸던 미소였다.
하지만.
투웅!
“뭣?!”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일이 벌어지자 아자르는 놀라 숨을 삼켰다.
재혁은 공을 앞으로 이동시키지 않았다.
트래핑 이후, 발 안쪽으로 공을 받아냄과 동시에 밀어내면서 그의 뒤편으로 패스를 보낸 것이었다.
대체 왜, 라는 생각이 아자르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즈음, 그의 눈앞에 지금과 비슷했던 장면이 한 차례 스치고 지나갔다.
모예스가 커버해야 할 곳에서 공을 자유롭게 받았던 포덴.
그 장면이 이번엔 자신의 위치에서 벌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바로 재혁의 뒤쪽에서 누구의 마크도 받지 않고 공을 기다리고 있던 라비에게 패스가 이어지면서 말이다.
그제야 아자르는 왜 모예스의 자리가 비어있었는 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그건 그냥 비었던 게 아니었다.
비도록 ‘유도’했던 것이었다.
당황한 아자르가 이를 악 물고 두손을 뻗어 잔디를 긁었다.
쓰러지는 몸을 다시 세우기 위한 노력이었다.
허나 그런 아자르의 귓가에 울린 것은 재혁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이미 늦었어요.”
완전히 열린 찬스를 라비에게 만들어주었던 재혁이 짧게 중얼거리면서 타겟을 잃은 아자르의 태클에서 벗어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동시에 라비가 공을 받는 것을 확인하면서 손을 크게 흔들며 소리쳤다.
“지금이야! 다시 찔러!”
“알고 있어!”
뻐엉!
재혁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재혁에게 공을 돌려준 라비.
그렇게 그가 원하는 완벽한 상황에서 공을 받게 된 재혁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중원에서 자리를 취한 후 시선을 정면으로 옮겼다.
그리고 읽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길들을.
상대편 말들과 자신의 ‘의지’를 쫓아 이동하는 말들이 원하는 길들을 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짙은 의지를 읽어낸 재혁이 생긋 미소를 흘리면서···.
파앙!
패스를 찔러 넣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특별할 것이 없는 패스였지만, 그 패스를 이어 받은 브라함은 공을 건드리는 순간 웃었다.
아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패스는 골대로 이어지는 마법이었으니까.
텅!
단 한 번의 터치.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에 떨어지는 공을 발등에 건드리는 그 터치를 브라함이 성공시키자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중계진들의 두눈이 급격히 커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브라함의 발등에 떨어졌던 공은 그대로 다시 한 번 높게 하늘로 떠올랐었고, 그렇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철썩!
수비수들과 골키퍼의 머리 위를 넘어 그대로 골대 안으로 안착했기 때문이었다.
다이렉트 로빙슛.
말 그대로 마법이 필드 위에서 펼쳐진 것이다.
***
“맨체스터 시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적같은 동점골을 성공시켰습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득점이 터졌어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브라함 선수의 득점력이 어린 선수답지 않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 슈팅은 상상 이상의 것이에요!”
“단 한 번의 터치. 최재혁 선수의 패스가 떨어지는 곳을 향해 달려간 후 가볍게 지르는 터치만으로 득점에 성공시켰죠? 뒷라인을 커버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있던 쿠르투아 골키퍼가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슈팅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슈팅 자체만 칭찬하기엔 과정 또한 너무 훌륭했습니다. 리턴 이후 라비 선수에서 최재혁 선수에게 이어지는 패스하며, 거기서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까지···. 이게 정말 U-21로 구성된 팀입니까? 과르디올라 감독은 대체 이 친구들에게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요?”
‘내가 부린 마법이 아니다. 이건 재혁이의 작품이다.’
마침내 터트린 동점골을 기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재혁을 중심으로 엉키고설킨 선수들을 빤히 지켜보다가 웃었다.
정말이지,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 실력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모를 수 있겠지만, 그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브라함의 슈팅은 순전히 재혁의 패스 때문에 나온 슈팅이라는 것을 말이다.
‘방금 그 패스는 전력으로 달린 후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종류의 패스가 아니었어. 저런 상황이라면 무조건 골대로 공을 차넣는 브라함의 성격을 그대로 이용한 패스였지. 정말 대단한 놈이야. 체스 말이 내리는 ‘선택’까지도 자신의 ‘결정’으로 강제하다니···.’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쭉 돋았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팔짱을 낀 채로 슬그머니 상체를 틀었다.
현재 그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콘테 감독, 그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콘테 감독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또 한 번 웃었다.
‘아무래도 재혁이 부린 마법을 저 친구도 확실히 봤나 보군.’
‘···이건 위험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예상했던 것처럼, 재혁을 지켜보고 있는 콘테 감독의 눈동자가 크게 떨렸다.
분노라던가, 실망감, 혹은 걱정 때문에 떨린 게 아니었다.
공포.
콘테 감독은 무서웠다.
이 경기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그들이 패배할 것이 확실했으니까.
처음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던 그 꼬마는 이제 다시 보니 운으로 평가할 수준의 선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녀석은 처음부터 운이 아닌 실력으로 자신들을 압도하고 있던 것이었다.
뿌득, 참지 못하고 이를 간 콘테 감독이 거칠게 머리를 긁으면서 중얼거렸다.
“망할. 하지만 그걸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겠지. 지면 그저 맨체스터 시티의 U-21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회자될 뿐일 거야. 후우···. 그렇다면···.”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걸 쏟아붓는다.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갔던 콘테 감독은 바로 몸을 돌려 교체 지시를 지도해줄 코치를 불렀다.
“캉테와 드링크워터를 준비시켜.”
“둘을 다요? 둘은 지난 경기에서도 함께 뛴 상태라···. 둘 중 한 선수만 투입하는 게 다음 경기를 위해서 좋을 것 같은데요.”
다만 콘테 감독의 지시를 들은 코치는 의아한 얼굴로 감독에게 되물었고, 그런 코치의 말을 들은 콘테 감독은 순간 평정을 잃은 것처럼 미간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코치를 향해 말했다.
“지금 ‘다음’ 경기라고 했나? 그럼 자네 말처럼 다음 경기를 준비하다가 ‘지금’ 경기에서 지게 된다면? 그땐 내게 무슨 말을 할 셈인가?”
“···!”
“당장 3분 안에 투입시킬 수 있도록 둘을 준비시켜. 그리고 몸이 다 풀리면 나한테 데리고 오고.”
“아, 알겠습니다.”
감독에게 날이 바짝 선 목소리로 한 소리를 들은 코치가 허둥지둥 자리를 벗어났고, 그제야 만족한 얼굴로 다시 필드로 시선을 옮기려던 콘테 감독은 반대편 벤치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과르디올라 감독과 눈을 마주친 후 입술을 구겼다.
‘아직 안 끝났다, 대머리.’
‘그럼 끝날 때 다시 보자고, 가발.’
그렇게 짧게 시선을 교환했던 둘은 다시 멀어졌고, 콘테 감독은 실점 이후 재개된 경기를 불안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가 뒤에서 들린 목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렸다.
“감독님. 준비 끝냈습니다.”
“뭐가 이리 오래 걸렸어?”
“정확히 3분이 걸렸는데요.”
“그랬나? 3분이 30분 같아서 원···. 아무튼 시간이 얼마 없으니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마침내 스트레칭을 끝내고 다가온 두 선수를 향해 간이 전술판을 손에 쥐고 설명을 시작한 콘테 감독.
타악, 탁. 바쁜 손놀림으로 전술판 자석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콘테 감독은 낮은 목소리로 둘에게 말했다.
“너희 둘이 경기장에 투입되면 가장 신경써야 할 일은 이거 하나다. 88번을 부숴라.”
“88번을···, 부수라고요?”
“그래.”
이해하기 힘들다는 얼굴로 되묻는 두 선수들을 향해 콘테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남은 시간동안 저 88번이 공을 잡지 못하도록 놈의 발을 죽여놔. 이걸 못하면···, 우리가 진다.”
마법을 막을 수 없다면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를 죽인다.
콘테 감독의 지시를 들은 두 암살자는 서로 시선을 교환한 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137. 마법사 죽이기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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