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128화 (128/225)
  • < 128. 풀백이 아닌 미드필더 >

    “오늘은 4백이다.”

    툭툭, 선수들을 앞에 모아놓고 자석이 달라 붙어 있는 전술판을 건드리면서 과르디올라가 말했고, 이미 4백으로 시작할 것이라 언질을 들었던 선수들은 고개를 갸웃이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반복하기 위해 과르디올라 감독이 말문을 열었을리 없었으니, 과연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조금이라도 자세히 듣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향해 과르디올라 감독은 반복적으로 전술판을 건드리던 손을 거두고 멈췄던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또 4백을 유지하는 건 좋은 것 같지가 않군. 본머스가 준비해온 4-4-1-1의 목적이 후방 라인에 두꺼운 수비벽을 두 줄 올리는 게 목적인 것 같으니까 말야.”

    “···예?”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세요?”

    다만 선수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하려는 말의 의미를 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4백으로 나서지만 4백을 유지하는 건 좋을 것 같지가 않다니?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았기에 선수들, 특히 수비진을 구성하게 될 4명의 선수들이 크게 당황했고, 그들을 대표로 주장 완장을 손에 쥐고 있던 콤파니가 손을 들고 목소리를 내 감독에게 물었다.

    “혹시 포메이션을 바꾸실 생각이신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본머스가 즐겨 사용하는 조슈아 킹에서 저메인 데포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두 명의 센터백을 놓는 편이 막기에 용의하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4백은 그대로 유지해야 해.”

    “그러면 대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씀을···.”

    “글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 선수는 벌써 내가 하려는 말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은데?”

    “예?”

    과르디올라 감독과 대화를 이어가던 콤파니가 당황한 듯,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대체 무슨 말을 했다고 과르디올라 감독의 의도를 파악했다는 말인가?

    콤파니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감독을 빤히 바라보다가 감독의 미소에 닿아 있는 선수의 얼굴을 발견 한 뒤 침을 삼켰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당황한 기색 없이, 침착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재혁은···.

    “감독님께서 원하는 플레이를 하려면 포메이션은 그대로 유지를 해야 겠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은 확실히 달라지겠네요.”

    “후후. 바로 그렇지. 역시 자네는 이해하고 있었군. 아니, 이번 경우엔 머리로 그렸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그렸다는 표현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죠. 이건 제법 상상력을 자극해야 하는 방법인 거잖아요?”

    아주 자연스럽게 감독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깨를 으쓱였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다른 선수들은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로 둘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위해 전술판을 이용해 풀이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포메이션은 그대로 유지가 될 예정이다. 델프와 워커가 각 측면을 맡는 4백 라인에 그 위를 페르난지뉴가 맡고, 양 옆으로 실바와 재혁, 둘이 벌어져서 각자의 라인을 찾는 것이지.

    사네, 제수스, 그리고 케빈은 전방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주면 되는 거야.”

    “하지만 감독님. 지금 설명해주신 내용대로면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요?”

    “그렇게 보이겠지.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하지만···.”

    “···?!”

    오타멘디가 던진 질문에 짧게 답을 해준 과르디올라 감독.

    그는 입가에 스며드는 미소를 조심스레 떠올린 후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맨시티 선수들을 나타내는 자석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진영에 변화를 주었다.

    그렇게 몇 개를 움직였을까.

    마지막으로 움직일 자석에 힘을 주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이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타악!

    “이런 식으로 상대를 가둘 수 있는 진영을 구축할 수 있다면···, 말이 또 달라지게 되지 않겠나?”

    “아!”

    “저건···.”

    그리고 변화한 진영의 모습을 확인한 선수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분명 같은 4백에 똑같은 4-3-3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지만, 미세한 변화로 인해 진영이 표방하는 의미가 완전히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런 진영의 변화를 한 단어로 요약해 설명했다.

    “일명 올가미. 우리가 이번에 본머스를 잡을 방법은 올가미다. 지난 번에 선취점을 내줬던 점을 기억하면 이번엔 확실한 방법으로 복수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

    ***

    “지난 번에 맨시티를 상대로 선취점을 터트린 건 우리였어. 그 말인즉,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소리지. 그러니까 너무 기죽지 마라!”

    본머스의 감독, 에디 하우가 주먹을 꾹 움켜쥐고 선수들을 향해 소리쳤고, 감독의 목소리를 들은 선수들도 의지를 불태우면서 눈을 반짝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격수로 출장하게 될 저메인 데포는 각오를 다진 굳은 얼굴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맨시티와 현재 하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본머스와의 승점 비교는 비교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데포는 마음 놓고 경기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서로의 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 경기에서 지게 되는 경우 얻게 될 파장은 자신들보다 맨체스터 시티 쪽에 더 컸을 테니까.

    그러니 부담감의 무게도, 승리를 향한 압박감도 자신들보다 상대방 쪽에 더 무거울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그 점을 이용해야 했다.

    그게 언더독이 취할 수 있는 이점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감독님의 말씀도 맞아. 지난 경기에서 선취점을 터트린 건 바로 우리였다.’

    선이 굵고 형태 전환이 빠른 역습형 축구.

    비록 다른 구단들에 비하면 많이 초라한 스쿼드와 전술이었지만, 그걸 나타내는 자신들만의 색깔은 확실히 진하다며, 데포는 자신에 찬 얼굴로 터널에 자리한 뒤 입장 신호를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도 하나둘 줄을 맞추기 시작했고, 데포는 그 사이에 서있는 어린 선수 한 명을 찾은 뒤 웃으며 말을 붙였다.

    “오늘은 그때처럼 쉽게 당해줄 생각이 없다, 최재혁.”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선수는 없는 법이에요, 데포.”

    “큭큭. 이 꼬맹이 녀석. 여전히 말로는 지질 않는 구나.”

    맨시티의 88번, 최재혁.

    현재 리그에서 ‘슈퍼 루키’로 통하고 있는 재혁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데포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필드에서 서로의 승리를 위해 경쟁을 하게 될 적이지만 보고 있자면 괜히 정감이 가는, 그런 묘한 감각에 데포는 자연히 떠오르는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재혁 또한 데포와 대화를 나누는 내내 비슷한 미소를 떠올리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 컨디션은 어떠세요?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나쁜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컨디션? 오늘이 지금까지 중 최고다. 그러니까 단단히 각오하는게 좋을 거야. 리그 최약체들 중 하나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 중에서 공격력 만큼은 최고거든.”

    “확실히 그랬죠. 생각해보면 본머스를 상대하던게 저도 가장 까다로웠던 것 같아요.”

    “후후. 그렇지? 아마 오늘 경기는 단순히 선제골만 터트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우리도 준비한게 있거든.”

    “그래요? 그렇다면 혹시 그거도 준비하셨어요?”

    “그거?”

    재혁의 말을 들은 데포가 고개를 갸웃이며 되물었고, 재혁은 그런 데포를 향해 생긋 미소를 떠올린 얼굴로 물었다.

    “풀백 최재혁이 아닌, 미드필더 최재혁을 어떤 식으로 상대해야 하는지. 아마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면 오늘 경기도 꽤 힘드실 걸요.”

    “!”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나름대로 준비했어요. 최약 중 최강의 공격을 어떤 식으로 상대해야 할지 말예요. 그럼 경기장에서 뵈요.”

    주심을 필두로 선수들이 줄을 맞춰 경기장으로 입장하기 시작하자 재혁도 그 뒤를 쫓아 발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렇게 멀어지는 재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이동을 시작한 데포는 재혁의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면서 쓰게 웃었다.

    ‘현재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고 있으면서도 최약인 우리를 상대할 전략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고? 재밌군.’

    “그럼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겠지?”

    조슈아 킹과 함께 에티하드 경기장의 센터 서클에 올라선 데포는 깊게 들이마신 숨을 서서히 토해내면서 방금까지 얼굴에 남아있던 장난기를 완전히 지웠다.

    지금부턴 사람 저메인 데포가 아닌, 프로 축구 선수인 저메인 데포가 활약해야 할 때였으니까.

    그런 다짐을 속으로 떠올리기 무섭게 마침내 주심이 호각을 불며 경기의 시작을 알렸고, 발밑에 있던 공을 조슈아에게 건넨 데포는 무서운 속도로 맨체스터 시티 진영 안쪽을 향해 파고들었다.

    ***

    그렇게 경기가 시작된지 대략 20여 분이 흘렀다.

    중계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존 캐스터와 네빌 해설은 이어지는 장면을 눈에 담곤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본머스, 무서운 기세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서먼에게 패스를 이어 받은 킹이 높은 패스를 데포의 머리를 겨냥해서 찔러줬어요!”

    “그리고 그 패스를 각도만 살짝 꺾는 헤딩 슛으로 연결하는 데포! 아쉽게도 에데르손 골키퍼에게 걸리고 말았지만 분명 시도 자체는 훌륭했습니다!”

    “에데르손 골키퍼, 천천히 퍼지고 있는 선수들을 쭉 지켜보다가 왼쪽에 위치한 델프에게 공을 굴려줍니다. 하지만 델프, 강한 압박 때문에 쉽게 공을 건네줄 동료를 찾지 못하고 있죠? 결국 다시 에데르손 골키퍼를 거쳐서 반대쪽으로 전개됩니다.”

    “이건 충격적이군요.”

    눈에 보이는 상황을 설명해준 존 캐스터의 말에 네빌이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한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소속이었던 만큼, 맨체스터 시티를 향한 감정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네빌이었지만, 그래도 해설을 할 때는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그가 현재 맨체스터 시티가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믿기 힘들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보여준 것은 네빌만이 아니었다.

    경기를 함께 지켜보고 있는 팬들과 시청자들까지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20여 분이 흐르는 동안 맨체스터 시티는 제대로 된 공격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로 본머스의 강한 압박을 버텨내며 그들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리그 최상위 팀이 하위권 팀을 상대로, 그것도 홈 구장에서 수비에 급급해 하고 있다니.

    네빌은 다시 한 번 뼈가 있는 말로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제가 보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가 며칠 전에 본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팀인지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영향력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출장한 선수들을 보면 분명 다른 팀은 아닌데 말이죠.”

    “말씀하시던 중,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이 또 한 번 막히면서 본머스에게 공격 기회가 넘어갔군요. 베고비치 골키퍼, 프란시스 선수를 향해 공을 굴려주면서 공격 전개를 시작하려 하고 있죠?”

    “이 모습을 쭉 지켜보니 마치···.”

    이어지는 장면을 주의깊게 살펴보던 존 캐스터.

    그는 찌푸려진 미간을 한 곳에 모으면서 마음속에 떠오른 솔직한 감상을 마이크 위에 흘려놓았다.

    “맨체스터 시티와 본머스, 두 팀의 축구가 서로 바뀐 듯 하군요? 맨체스터 시티 쪽에선 오히려 선이 굵고 플레이가 짧은 축구를 시도하고 있고, 본머스 쪽에선 그에 대응하기 위해 얇은 선으로 이어진 축구를 보여주고 있어요.”

    “···!”

    “그러면서 본머스, 중앙에 위치한 루이스 쿡 선수를 통해 조슈아 킹에게 공을 연결하면서 지속적으로 중앙을 파고 듭니다! 아, 하지만 아쉽게도 협력 수비에 나선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벽을 뚫는 것엔 실패하고 맙니다. 콤파니가 넘겨준 공을 페르난지뉴 선수가 받으면서 맨시티, 반격을 준비합니다!”

    “···존 캐스터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예?”

    뜬금없이 자기 말이 맞았다는 네빌의 말에 존이 당황해 되묻고 말았다.

    경기장 위의 상황을 설명해야 할 상황에서 갑자기 내 말이 맞다니.

    존은 황급히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짧은 헛기침 이후 말을 고쳤다.

    “헛흠, 네빌 해설께선 무엇을 보고 말씀하신 건가요?”

    “맨체스터 시티의 진영을 보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분명 4-3-3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오늘 경기에선 그 목적이 완전히 다른 형태의 4-3-3을 준비해 왔던 겁니다.”

    “목적이 다른 형태의 4-3-3이요?”

    “그건 지금부터 이어질 플레이를 본다면 확실히 나오겠군요.”

    “···?”

    지금부터 이어질 플레이라니.

    해설의 말에 캐스터는 또 한 번 이마 아래로 눈썹을 모았다.

    대체 네빌 해설이 무엇을 보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러던 중 맨시티의 공격은 이번에도 제수스의 머리를 바로 노리고 날아가고 있었다.

    캐스터는 그 장면을 확인하기 무섭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글쎄요. 이번에도 결국 맨체스터 시티는 공격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찬스를 날리고 말았는데요. 본머스, 손쉽게 수비에 성공한 뒤 아케를 통해 다시 한 번 빌드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에티하드 경기장은 본머스 선수들의 홈 구장인 것 처럼 사용되고 있군요.”

    “바로 그 점이 본머스가 쌓아가고 있는 불안 요소인 것이죠.”

    “예? 불안 요소요?”

    “아무리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이 현재 이곳에 두 가지가 있죠.”

    불안요소.

    네빌이 그 중 두 가지를 언급하자 존 캐스터가 침을 삼켰고, 네빌은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한 ‘그림’을 발견하곤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첫 째. 아무리 바꾸고 싶어도 이곳은 맨체스터 시티의 홈 구장인 에티하디 스타디움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

    투웅!

    말을 하던 도중, 본머스의 공격이 수비수의 발에 걸리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콤파니가 재치 있게 발만 뻗어 패스의 길목을 간단하게 끊어낸 것이다.

    당황한 본머스의 공격진들은 황급히 수비로 전환하기 위해 하나둘 등을 돌렸고, 콤파니는 자신의 발밑에 두었던 공을 잠시간 굴리다가 한 선수를 찾은 뒤 그를 향해 패스를 찔러주었다.

    네빌 해설의 끊어졌던 말이 연결된 것도 그 직후였다.

    “아무리 되고 싶어도 본머스는 맨체스터 시티가 될 수 없다는 현실. 눈에 보이는 환상에 속아 그 현실을 잊으면 안되겠죠.”

    “아, 말씀하시던 중···!”

    “최재혁 선수가 콤파니의 패스를 이어 받았죠? 저게 그 시작인 겁니다. 그동안 맨체스터 시티가 준비한···, 변하지 않는 현실을 확인하기 위한 시작 말입니다.”

    뻐엉!

    “아앗!”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발밑에 있던 공을 길게 차넘긴 재혁.

    그런 재혁의 패스가 길게 뻗어나가면서 떨어지는 장소를 확인한 캐스터가 크게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단 한 번의 패스.

    그 한 번의 낮고 빠른 패스가 쭉 길게 넘어가면서 우측 측면에서 최종 수비수와 라인을 맞추고 있던 케빈 데 브루위너의 발로 정확히 이어진 탓에 믿기 힘들다는 듯,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그리고 그 패스를 보며 높은 목소리로 소리친 것은 캐스터뿐만이 아니었다.

    방금까지 맨체스터 시티를 강도 높게 압박하면서 선수들을 다그치고 있던 본머스의 에디 하우 감독.

    그는 지금 자신이 눈으로 본 게 현실이 맞는지, 의심이 가득 담긴 두 눈을 비비면서 소리쳤다.

    “미, 미친···! 저런 패스가 경기 중에 정말 가능하다고?! 무슨 말도 안되는 일이···!”

    ‘말도 안되는 일처럼 보이겠지.’

    그런 에디 하우 감독의 목소리를 옆에서 듣고 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수염을 따라 떠올린 미소를 매만지며 읊조렸다.

    “하지만 재혁이 풀백이 아닌 미드필더로 뛴다면 그 말도 안되는 패스들이 연결 된다고. 바로 지금처럼 말이지.”

    투웅!

    과르디올라 감독의 혼잣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 안쪽으로 재혁의 패스를 트래핑하는데 성공한 케빈.

    그와 동시에 케빈은 지금까지 숨기고 있던 폭발력을 꺼내 보이면서 반격을 알리는 드리블을 시작했다.

    < 128. 풀백이 아닌 미드필더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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