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116화 (116/225)

< 116. 유럽을 움직인다 >

모자를 쓰고 있던 남성은 재혁의 말을 듣는 순간 양손을 올려 입을 가렸다. 그리고 무엇 때문인지, 눈물까지 글썽이기 시작했다.

재혁은 갑작스런 남성의 행동에 놀라 괜찮냐고 되물으려다가···.

“크으, 역시 실력만 대단하신 게 아니라 인성까지 훌륭한 선수군요! 자, 그러면 지금부터 맨체스터 시티의 신성, 최재혁 선수와 함께 미션을 시작해보겠습니다! 다들 박수!”

“와아아!”

‘···연기였냐.’

맥이 탁 풀리는 듯한 기분에 재혁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쁜 의미로 눈물을 글썽인게 아니라는 점일까.

그런 짧은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재혁의 곁에 다가온 또 다른 참가 선수, 가연이 그의 곁에 다가와 미소와 함께 말을 붙였다.

“최정씨 액션이 좀 과하지? 나도 처음에 만났을 땐 많이 당했다니까.”

“누난 사랑의 축구 이벤트에 참가한 게 처음이 아닌가 봐요?”

“나야 뭐, 제법 많이 참가했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진행하는 좋은 이벤트잖아? 몇 년 전엔 모발 기부도 했었어. 그래서 잠깐 단발 머리였던 적이 있었지.”

“호오, 신기하네요.”

“별로 신기할 건 아냐.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한 거니까.”

재혁의 말에 한 차례 쓰게 웃은 가연은 눈썹 주변을 긁적인 뒤 말을 이었다.

“사실 내 동생도 혈액암을 앓고 있거든. 처음 발견했을 땐 내가 프로로 데뷔하기 전이라···,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 도와준 곳이 바로 여기였어.”

“!”

“그러니까 이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때, 그저 해줄 수 있는 조그만 도움들을 주려고 참가하는 거야. 정말 속물적인 이유지? 원래 봉사라는 건 보답을 이유로 하면 안되는 건데···.”

“아뇨.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가연의 늘어지는 말을 단번에 자른 재혁은 이내 생긋 웃으며 활짝 편 얼굴로 가연을 향해 계속 말했다.

“사랑의 축구라는 이벤트가 계속 이어지는데 어쨌든 도움을 주고 있는 거잖아요? 그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마음은 이어지고 있는 거니까.”

“···!”

“자, 그러면 뭘 해야 할지 슬슬 기대하면서 가볼까요? 저쪽에서 부르고 있네요.”

과연 재혁의 말처럼 세트 준비를 모두 끝냈는지 최정이 둘을 큰 목소리로 부르며 손짓하고 있었고, 재혁은 가연과 발을 맞춰 그에게 다가간 뒤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최정은 먼저 재혁을 향해 마이크를 가져대며 물었다.

“최재혁 선수는 오늘 사랑의 축구에 처음 참여하게 되셨는데요,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혹시 아십니까?”

척 듣기에도 준비한 대본이다.

재혁은 짧게 웃은 뒤 그 대본에 어울려주기로 마음 먹었고, 고개를 살며시 갸웃이면서 대답했다.

“글쎄요. 그냥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고만 설명을 들어서요.”

“그렇습니까? 그러면 저희가 직접 설명을 해드려야겠군요!”

재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 앞으로 다가간 최정이 양손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게 무슨 행동인지 몰랐으나, 카메라 뒤에 미리 준비한 대사판을 넘기라는 사인인 것을 확인하고 재혁은 또 한 번 웃었고, 그런 재혁의 미소를 배경으로 최정은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그 좋은 일이란 말에 좀 더 살을 붙여 보자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저희는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는 기부 단체입니다. 시기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촬영 영상을 통한 조회수 수입을 기반으로도 여러 단체들의 호응을 얻기도 하고, 따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있죠. 자, 그렇다면 많은 조회수를 얻으려면 어떤 영상이 필요할까요?”

“흠, 아무래도 신기한 영상들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겠죠?”

“후후, 최재혁 선수님과는 말이 잘 통하는군요. 바로 맞추셨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코너가 있죠! 이름하여 미션 파서블! 자, 박수!”

“와아아!”

최정의 사인에 맞춰 주변 스태프들이 양손을 모아 박수를 쳤고, 최정은 오늘 준비한 세트장에 대한 설명을 둘에게 시작했다.

“미션 파서블은 저희가 준비한 미션들을 최재혁 선수와 이가연 선수가 힘을 합쳐 해결해주시면 되는 코너입니다. 총 4개의 미션들이 준비되어 있고, 도전할 수 있는 횟수는 모두 합쳐서 5회 입니다. 성공한 미션마다 100만원의 기부금이 적립되니,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이후 미션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한 최정은 축구공을 가지고 와 둘 사이에 내려놓은 뒤 말을 계속 이었다.

첫 번째 미션은 공 주고 받기로, 골대에서부터 센터 서클까지 재혁과 가연이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주고 받으면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미션은 롱패스.

가지고 온 공을 센터 서클에 놓고, 각각 15미터, 25미터, 그리고 35미터와 45미터 바깥 지점에 설치한 과녁판에 8점 이상을 맞추면 성공이었다.

롱패스 미션에 이어서 진행되는 미션은 골대 맞추기였다.

패널티 아크에 준비해둔 공을 차, 골대를 맞추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골대만 맞추면 매우 쉬운 미션이겠지만, 다음 선수가 튕겨나오는 공을 멈추지 않고 또 한 번 차 골대를 맞춰야 성공이었으니. 이것도 제법 난이도가 있는 미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미션은 거기서 튕겨나온 공을 다시 한 번 차, 야신 존이라 불리는 코너 구석으로 공을 차 넣는 미션으로 골대에 매달아 놓은 테니스공을 맞추면 성공이었다.

미션 설명들을 모두 들은 가연은 순간 어이 없다는 얼굴로 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걸 성공하라고 만든 미션들이에요?”

“물론이죠! 다른 누구도 아닌, 최재혁 선수가 참가한 미션 아닙니까? 당연히 성공해주실 것이라 믿고 계획한 미션들입니다!”

“···.”

“물론 실패한다고 해도 기부금은 적립되게 되니,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물론 그땐 저희 단체가 아닌, 차범수 해설위원님의 명의로 나가게 되는 거지만요.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차범수 해설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와아아!”

최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계적인 리액션이 튀어나왔고, 주변에서 쳐주는 박수 소리를 듣는 가연은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촬영장에 도착하기 전, 기대하라는 최정의 문자를 받긴 했지만, 설마 이런 미션들을 준비했을 줄이야.

‘앞에 2개는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연결되는 마지막 두 미션은···, 성공하라고 만든 게 아니라 대놓고 실패를 노린 거잖아!’

눈을 돌리니 과연 그녀의 생각처럼 헤실헤실 웃고 있는 최정의 얼굴이 보였고, 가연은 참담한 얼굴로 재혁을 향해 무언가 말을 전하려다가···.

“흐음, 골 대를 두 번 맞추고 야신 존에 달린 테니스공 맞추기라···.”

“···할 수 있겠어?”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는 재혁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 가연의 질문에 잠시간 턱을 괴고 기우뚱 고개를 기울이던 재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뭐, 실패해도 차범수 아저씨가 기부금을 대신 내준다잖아요? 그럼 부담없이 해봐야죠.”

“부, 부담없이라니. 그런 무책임한···.”

“무책임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부담이 없으니까 꼭 성공을 하려는 거죠. 남의 돈을 가지고 하는 일은 꼭 완수하려는 성격이라서.”

“!”

“자, 그러면 미션을 진행하기에 앞서 제게 생각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의심이 아니라 확신.

그런 눈빛으로 재혁이 자신을 바라보자 가연은 침을 꿀꺽 삼킨 뒤 고개를 끄덕였고, 다가온 가연의 귓가에 재혁이 몇 마디를 속삭였다.

그런 두 사람을 몇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던 최정이 스태프들을 향해 말했다.

“야야, 얼른 카메라 돌려. 저렇게 잘 어울리는 한 쌍을 안 찍고 뭐하고 있어?”

“미션 시작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죠. 엄청 실패할 거 아녜요? 보통 실패해도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우리도 체력 좀 아껴야죠.”

“정말 그렇게 생각해?”

“···예?”

스태프의 말에 비릿하게 웃어보인 최정은 전에 보인 적 없는 냉정한 눈빛으로 멀찍이 서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미션을 짤 때 참가하는 선수의 실력을 얼마나 고민하는 줄 알지? 딱 그 선수가 성공할만한 수준으로 말야.”

“흠, 진짜 말도 안되는 미션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했지만···.”

“덕분에 실패한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확실히 성공한 사람들이 많긴 했네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최재혁 선수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사실 조금 더 난이도를 올려야 할까 고민을 했지만···.”

“최정씨. 저희 준비 됐어요.”

“아, 예!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스태프에게 말을 이어가던 최정은 중간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연이 손을 들며 미션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소리친 탓이었다.

카메라 팀에게 촬영 구도를 지시했고, 세트 준비 팀에겐 결함이 없는 지를 다시금 확인시킨 최정은 그럼 시작하라는 말을 가연에게 전달했고, 가연은 재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호흡을 고른 다음 공을 가볍게 튕겨 올렸다.

그렇게 첫 번째 시도가 시작됐다.

***

토옹, 토옹, 토옹.

“후우, 후우!”

재혁과 공을 주고 받으면서 이동을 시작한 가연은 온 신경을 발끝에 모아 날아오는 공을 받아냈다. 그리고 트래핑과 동시에 공을 넘기면서 조금씩 발을 움직였다.

제자리를 지키면서 공을 주고 받는 것과 이동하면서 공을 주고 받는 건 확실히 느낌이 달랐던 것에 가연의 두 눈은 오직 공을 향해 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려진다면 미션에 실패할 것 같았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느껴지는 편안함에 가연은 재혁과 공을 주고 받으면서 연신 감탄했다.

‘신기할 정도로 받기 편하게 공을 내주고 있어.’

마치 속마음을 읽고 있는 것처럼, 어느 발로, 그리고 어느 정도 높이로 날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위치와 높이를 정확히 맞춰서 재혁은 공을 건네주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손쉽게 첫 번째 미션을 해결할 수 있었던 가연은 센터 서클 위에 공을 내려놓기 무섭게 롱패스 미션을 시작했다.

15미터와 25미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에 그 두개를 자신이 맡기로 했고, 35미터와 45미터는 재혁이 차기로 순서를 정해둔 상황.

가연은 침착하게 거리를 잰 뒤 첫 공을 찼고, 공이 다행히도 8점 라인을 건드린 것에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안도했다.

‘조금만 어긋났어도 위험할 뻔 했다.’

“누나.”

“으, 응?”

다음 공을 찰 준비를 하던 가연은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재혁은 가연의 두 눈을 마주보며 웃었다.

“천천히 차요, 천천히. 그리고 공을 차는 순간 숨을 뱉는 거예요.”

“공이 차는 순간 숨을···, 후우. 알겠어.”

재혁의 말에 정신을 차린 가연은 다음 공을 향해 디딤발을 디딘 후 오른발을 뻗었고, 발등에 걸린 공이 쭉 날아간 뒤 타겟판에 꽂힌 위치를 확인하고 기쁨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맞췄다!”

“와, 대박!”

“이러다가 한 번에 성공하는 거 아냐?”

가연이 연달아 타겟판을 맞추자 이제 모두의 시선이 재혁으로 옮겨졌다.

과연 35미터와 45미터 밖에 있는 타겟판을 노려서 맞출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이 깃든 눈빛으로 재혁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재혁이 망설이지 않고 첫 번째 공을 차는 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공을 쫓아 고개를 돌렸고.

터엉!

“10, 10점! 정확히 10점이야!”

“미쳤다···! 대체 저걸 어떻게?”

“기다려, 아직 하나 남았어! 지금 찬다!”

감동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공이 또 다시 허공을 가르는 것을 확인하고 숨까지 멈춘 채로 공을 쫓아 눈을 옮겼다.

그렇게 허공을 가른 공은···.

터엉!

“이번에도 10점이다!”

“대박! 야, 공에 자석 달렸나 확인해봐!”

“그럴 리가 없잖아요! 얼른 다음 장소로 이동이나 해요!”

이번에도 정확히 10점을 때리고 잔디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감탄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재혁과 가연이 곧장 다음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발을 옮겼기 때문이었다.

아크 위에 올라가 있는 공과 골대를 한 눈에 담아 바라보던 가연이 발목을 풀면서 숨을 토해냈다.

그녀의 머릿속엔 재혁이 건넨 말 한 마디만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골대 윗부분에 맞추면 최고겠지만 조금이라도 밑에 맞으면 공이 바로 바닥에 떨어질 위험이 있어. 그러니까 재혁이는 가능하면 골대랑 포스트가 만나는 지점을 노려 차라고 했지.’

그 부분에 공이 맞으면 옆으로 크게 튈 확률은 있겠지만 바로 바닥으로 떨어질 확률은 적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정확히 노린 곳을 맞출 수 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그 다음에 이어질 미션들이 더 어려운 거야. 이거라도 제대로 해야지.’

마음을 다잡은 가연은 한 차례 눈을 감고 짧게 기도를 올렸고, 공을 향해 달려든 뒤 인프론트로 밑둥을 깎아 차면서 공을 보냈다.

그렇게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타앙!

“골대에 맞췄어!”

“세상에, 이걸 진짜 한 번에 맞춘다고?”

“그, 그치만 튕겨나간 공이 꽤 멀리 나가는데?”

‘크, 큰일이다!’

스태프들의 말처럼, 그리고 가연의 우려했던 것처럼, 공은 골대 모서리에 맞으면서 우측면으로 넓게 벌어져서 날아가버린 것이다.

골대를 맞추는 건 성공했지만 이걸 또 한 번에 차서 다시 골대로 맞추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다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쉬움에 찬 표정으로 혀를 찼지만···.

팍, 팍, 팍!

“최재혁 선수!”

“포기하지 않았어?!”

재혁은 그들과 생각이 달랐는지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고, 동시에 골대의 위치를 한 차례 확인했다.

될까, 안 될까, 라는 고민은···.

‘일단 시도해본 후에 해야지!’

파앙!

“찼다!”

재혁을 지켜보는 모두의 시선에는 여러 감정이 실려 있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라던가, 일단 공을 차려는 시도 자체를 높게 사는 긍정의 눈빛, 그리고···.

‘할 수 있어!’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공을 바라보는 눈빛까지도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재혁이 준 대답은···.

터엉!

“‼”

골대를 맞추는 것으로 내려주었다.

오른발 아웃프론트킥.

재혁은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감아올려 차는 것으로 골대 맞추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그 장면을 지켜본 이들은 모두 할 말을 잃은 얼굴로 입을 쩍 벌렸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재혁은 그 즉시 다시 한 번 방향을 꺾어 공을 향해 내달렸다.

다행히도 이번엔 차기 좋은 위치로 공이 떨어지고 있던 것에 환한 미소를 떠올릴 수 있었다.

유일한 문제라면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공을 차야한다는 점일 뿐.

하지만 재혁은 자신이 있었다.

아무런 마크도 없는 상황에선 어느 방향으로든, 원하는 각도대로 어느 발을 이용해서든, 공을 찰 수 있다는 자신이 말이다.

그런 재혁의 자신감은···.

파앙···, 철썩!

실제로 그가 때린 하프 발리 왼발 슈팅이 야신존에 걸려 있는 테니스 공을 건드린 뒤 골망에 걸리면서 결과로 나타났다.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사람들의 입에선 동시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미, 미쳤다아!”

“세상에, 이걸 진짜 한 번에 성공시켰어!”

“이거 CG아냐? 이게 말이 돼? 이걸 한 번에 성공하는게 말이 되냐고?!”

“자, 그럼 PD님.”

“예···, 예?”

사람들이 놀라고 있는 동안, 언제 다가왔는지 재혁은 최정의 곁에 붙어선 재혁이 생긋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4개의 미션을 모두 성공했으니까, 400만원의 기부금 전달 잘 부탁드려요.”

***

[재혁, 대체 한국에서 뭘 한 거야? 인터넷에서 온통 네 이야기로 가득하다고.]

“그래요? 그거 좋은 일이죠?”

[나쁜 건 아닌데···, 이건 너무 눈에 띄잖아.]

영국으로 떠나기 전, 공항에 자리를 잡고 앉은 재혁은 간만에 베르겐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누었다.

평소 사고도 치지 않고 경기에도 꾸준히 출장하고 있던 덕에 특별히 신경쓸 일이 없었지만, 갑자기 이렇게 눈에 띄는 영상을 촬영하다니.

베르겐은 이마를 긁적이더니 사실 가장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이거 정말 원 테이크로 찍은 영상이야? CG 없이?]

“물론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다 찍혀 있잖아요?”

[허···, 다시 봐도 믿기지가 않네.]

“이따금 현실이 더 만화같은 법이니까요.”

재혁의 가벼운 농담에 베르겐은 쯧쯧, 혀를 찼고, 나중에 만나게 되면 한 번 어떻게 했는지 보여달라고 했다. 그런 베르겐의 말에 재혁은 ‘그러면 400만원 기부하셔야 돼요.’라는 말로 화답했고, 베르겐은 끙, 앓는 소리를 흘린 뒤 슬슬 오늘 전화를 건 본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갔다.

[사실 오늘 전화를 건 이유는 슬슬 유럽 클럽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해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씀은···?”

[너를 영입하길 원하는 구단들이 연락을 취해 오고 있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조건들까지 제안해오면서 말이지.]

“그 부분에 대해선 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전 아직 더 배워야 한다니까요.”

[글쎄.]

재혁의 말을 받은 베르겐은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재혁에게 물었다.

[너를 원하는 구단이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분데스리가의 패왕 뮌헨이라고 할 지라도?]

< 116. 유럽을 움직인다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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