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113화 (113/225)

< 113. 지고 있을 때 투입되는 선수 >

마침내 세르비아와의 결전의 날이 밝았다.

저녁 8시에 시작되는 경기 시간까지는 아직 반나절 이상이 남았지만, 울산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여유롭지 못했다.

훈련장 주변을 에워싼 기자들의 관심이 너무도 뜨거운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마지막 전술 훈련을 조율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도착한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향해 기자들은 연신 높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는데, 그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서 가방을 짊어진 고정철은 버스에서 내리기 무섭게 속도를 내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한 번 붙잡히면 최소 10분이다!’

“어, 고정철 선수! 잠깐만요!”

“몇 가지만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조금만 시간을···!”

“죄송합니다! 나중에 답해드릴게요!”

간신히 질문세례를 벗어난 고정철은 훈련장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머리를 긁적이며 긴 숨을 토해냈다.

“뭐 이리 많이 온거야? 평소보다 수가 두 배는 되는 것 같은데?”

“그럴 수밖에요. 인터넷만 봐도 벌써부터 난리가 났다고요.”

“인터넷? 난 아직 못 봤는데.”

훈련장에 들어섬과 동시에 휴대폰을 반납한 탓에 상황을 알 수 없었던 정철이 호기심이 어린 눈빛으로 형민을 찾았고, 스타킹을 쭉 올려 신던 형민이 신발 끈을 동여 매기 시작하면서 도착하기 전에 보았던 인터넷 상황을 정철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한국! 콜롬비아에 이어 이번엔 세르비아다! 희망을 차기 위한 킥오프 준비!”

“뭐야, 그거.”

“동앙 스포츠 기사의 헤드라인이요. 아직 안 끝났어요. 다른 기사는 뭐가 있었냐면, 세르비아 전에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콜롬비아와의 경기는 결국 의미가 없다! 라는 내용도 있었고요. 면죄부가 아닌 연장이었을 뿐! 이라는 무서운 제목도 있더라고요.”

“···.”

“그 중에서도 진짜 무서웠던 기사는 뭐였냐면···.”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인터넷에서 읽은 기사들을 정철에게 전해주던 형민은 수용이 다가와 머리를 가볍게 통, 친 것에 입을 다물었다.

“아침부터 왜 이리 텐션이 높아? 너 또 쓸데 없는 이야기 하고 있었지?”

“쓸데 없는 이야기라뇨. 현 대표팀이 당면한 시국에 대한 설명을···.”

“그게 바로 쓸데 없는 이야기라는 거야.”

통.

다시 한 번 형민의 머리를 가볍게 흔든 수용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어디까지나 오늘 뛰어야 할 경기와 그 상대야. 주변 상황이 어떻든,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가 어떻든, 하등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오늘 경기가 끝났을 때 전광판에 떠올라 있는 점수 상태가 어떻냐는 거지.”

“알고 있어요.”

“그걸 제대로 알고 있는 건 네가 아니라 저쪽에 있는 저 녀석이고.”

라커룸에 옷가지를 집어 넣고 훈련복을 꺼내 입던 수용이 턱으로 어딘가를 가르켰고, 그 끝에 닿아 있는 선수를 확인하네 형민이 쓴웃음을 흘리다가 수용을 향해 되물었다.

“비교 대상이 재혁이면 너무 상대가 쎈 거 아니에요? 저도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재혁이랑 더더욱 비교를 해야지. 최고를 넘는게 목표라면 최고와 항상 비교를 해야 할 거 아냐?”

“···!”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타앙.

옷을 모두 갈아입은 후 라커룸을 닫은 수용은 깊게 숨을 삼킨 뒤 천천히 뱉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오늘 누구보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는 건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훈련장을 오기 전, 임종철 감독과 진행한 면담을 떠올리면서 수용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과연···.

‘재혁이 선발에서 빠질 오늘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겨우 한 경기를 같이 뛰었을 뿐이거늘.

그 한 경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고, 자신을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기대게 만든 재혁에 대해 떠올리자 수용은 쉽사리 감정을 정리할 수 없었는데, 그런 그의 등을 누군가 툭 건드린 후 지나쳤다.

“주장. 안 나가요?”

운동복으로 모두 갈아 입은 재혁이었다.

수용은 앞서 걷다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재혁의 뒤를 쫓아 걸으면서 웃었다.

“가야지. 그냥 생각을 좀 정리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정리는 잘 됐어요?”

“글쎄.”

뚜벅, 뚜벅.

질문에 대한 답을 흐린 수용은 재혁과 발을 맞춰 복도를 빠쳐나가다가 덤덤한 목소리로 재혁에게 계속 말을 붙였다.

“너라면 벌써 감독님께 이야기를 들었겠지?”

“오늘 선발이 아닌 거요?”

“그래, 그거.”

잠시간 대화가 끊어진 짧은 침묵 동안, 또 한 번 고민에 빠졌던 수용은 어렵사리 다시금 재혁에게 말을 붙이려다가···.

“그것도 괜찮지 않겠어요?”

“···뭐?”

재혁이 먼저 그에게 말을 건넨 것에 놀라 되물었고, 재혁은 그런 수용의 되물음에 뺨을 긁적이며 계속 말했다.

“제가 오늘 빠진다는 건 감독님께선 다른 선수들을 이용한 전략 구성을 준비했다는 말이잖아요? 그 부분을 생각하면 제가 빠져야 하는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죠. 제 개인을 위해서도, 또 팀을 위해서도 말예요. 오히려 모두에게 득이 되겠죠. 준비할 수 있는 계획이란 많을 수록 좋은 거니까.”

“···!”

“하지만 역시 경기를 못 뛰는 건 아쉬워요. 물론 아직 몸상태가 100%가 아닌 건 맞지만···, 그래도 45분 정도는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글쎄다. 나중에 가면 쉬고 싶어도 못 쉬니까, 지금 같이 기회가 있을 때 푹 쉬어둬.”

“어, 주장. 갑자기 표정이 폈는데요?”

“그래?”

재혁의 마지막 말에 밝은 미소로 답을 대신한 수용은 훈련장 위로 올라가면서 얼굴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숨을 크게 마셨고, 시원한 공기로 폐부를 가득 채운 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굳이 분위기에 휩쓸려 모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 들일 필요는 재혁의 말처럼 없는 거니까.

주어진 기회들 속에 남은 조그마한 희망을 찾자.

그런 생각을 하며 슬슬 몸을 풀기 시작한 수용은 그의 옆에 같이 서서 근육을 스트레칭 하고 있는 재혁을 확인한 뒤 중얼거렸다.

“···조금 더 오래 같이 할 수 없는게 아쉬운 걸.”

“응?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주장?”

“별 말 안 했어. 그냥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

“그럼 지금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어디까지나 전술적인 목적을 위한 거니까, 부상 당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도록 해!”

“예!”

수용에게 그게 무슨 의미냐고 되물으려던 재혁의 목소리는 임종철 감독의 등장과 함께 사그라졌다.

오늘 경기를 위해 각오를 단단히 했는지, 임종철 감독은 등장과 함께 온필드 전술에 대한 세밀한 교정을 시작했고, 그 사이에 스며든 재혁도 다른 선수들처럼 최선을 다해 훈련에 참가하며 땀을 흘렸다.

그리고 마침내 해가 지고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울산 경기장 벤치에 앉아 경기를 기다리게 된 재혁은 느릿하게 경기장을 채우기 시작한 관중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필드 위로 시선을 옮겼다.

오늘 선발로 출장하게 될 11명의 선수들이 각자 각오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보였고, 그런 선수들을 빤히 바라보던 재혁은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읊조렸다.

“···그래도 역시 여기보단 저기가 좋아.”

해가 지고 달과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떠오른 밤.

심판의 휘슬과 함께 마침내 한국과 세르비아의 친선전이 시작되었다.

***

‘88번은 오늘 벤치에서 출발하는 건가.’

원정석 벤치에 서서 경기장을 지켜보던 므라덴 수석 코치가 고민에 빠진 얼굴로 턱을 쓸었다.

본선 진출에 성공한 세르비아였지만, 세르비아 역시도 다른 팀들처럼 고민이 많았던 것이다. 아니, 현재 상황만 놓고 비교해본다면 어쩌면 한국보다 나쁠 수도 있었다.

일단 현재 세르비아 대표팀에는 감독이 없었다.

진출이 확정된 순간, 협회와 무슬린 감독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결별을 선언하고 만 것이다.

예선을 조 1위로 진출한 팀에서 감독 교체라니.

다른 나라가 본다면 이해 못 할 집안 싸움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므라덴 수석 코치는 이어지는 고민에 대해 떠올리며 이마를 긁적였다.

그들이 직면한 또 다른 고민은 바로 선수층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출장하지 못 한 선수들의 얼굴을 살피던 므라덴 수석 코치는 협회가 그를 임시 감독직에 앉히면서 수 차례 반복했던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곤 쯧, 혀를 찼다.

‘아무리 미래를 위해 선수들을 키울 준비를 해야 한다지만, 월드컵이란 무대는 훈련을 위한 자리가 아니거늘···.’

신구조화라는 이유로 협회에서 직접 지명해 차출한 선수들과, 또 차출을 막은 선수들을 떠올리면서 므라덴 수석 코치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오늘은 친선전을 진행하는 것이지만 결국 본선 무대에 뽑힐 선수들을 선정하기 위한 친선전이 아니던가?

그 점을 상기해내자 수석 코치는 재차 혀를 차며 머리를 긁적였다.

전반전을 진행한 45분간 기회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우리가 사용해야 할 건 3백을 기준으로 한 전술이야.’

그렇다고해서 그 시간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 감정이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좀 더 냉정히 평가하자면 한국에 분위기에서 밀리고 있었다.

점유율을 비롯한 기록들이 바로 그 증거이리라.

후우, 재차 긴 한숨을 토해내자 동시에 심판이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길게 불었고, 선수들과 함께 라커룸으로 돌아온 므라덴 수석 코치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얼굴로 침묵을 유지하다가 전술판 앞으로 선수들을 불러 모은 뒤 말했다.

“세부 전술을 조정해야겠다.”

“세부 전술을요?”

“많은 부분들을 바꾸려는 게 아니야. 오브라도비치와 루키바나, 후반전에선 너희 둘의 위치를 약간씩 교정해야겠어.”

“저희 둘의 위치를 교정하신다면···?”

수석 코치에게 부름을 받은 두 선수는 45분간 쏟아낸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물었고, 수석 코치는 생각해두었던 바에 대해 둘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수비를 할 땐 지금과 같이 부코비치와 이바노비치를 포함한 4백을 유지할 거야. 하지만 공격 상황 혹은 역습이 진행될 상황이라면···, 지금 보이는 것처럼 너희 둘 중 공을 소유한 쪽에 위치한 선수가 라인을 한 칸 올라간다.”

“어, 코치님. 그렇게 되면···?”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두 선수들이 눈썹을 기묘하게 모으면서 되물었고, 므라덴 수석 코치는 둘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수비시엔 4백을, 공격시엔 변형 3백을 통한 공격 전개가 가능해지지.”

“하, 하지만 이번 소집에선 줄곧 4백 라인을 유지한 전술만 훈련해왔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변형 3백이라니.”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결과가···.”

“결과는 고민하지 마라.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건 과정이니까.”

“···!”

“사실 결과가 어떻든, 몇 가지 사항들은 그저 결정된 대로 흐를 뿐이야. 그걸 가만히 지켜보느니···.”

투웅.

한 차례 말을 끊으며 전술판을 건드린 수석 코치가 쓴웃음을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적어도 어떠한 과정으로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지 정도는 우리가 정해야지.”

***

와아아아!

0-0으로 전반전이 끝났지만 객석에 자리한 관중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다.

며칠 전 있었던 콜롬비아와의 경기를 통해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아직 경기가 끝나려면 45분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다들 응원 열기를 더욱 뜨겁게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 응원을 받는다면 힘이 날만도 하건만.

경기장 위에서 팔짱을 낀 채로 흐름을 지켜보던 임종철 감독은 세르비아 진영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를 발견하고 미간을 모았다.

세르비아의 진영에서 공격이 시작될 때 한 번.

수비에서 한국의 공격을 끊어낸 뒤 역습을 진행하면서 또 한 번.

그리고 바로 지금···.

투웅, 퉁, 퉁! 뻐엉!

세 번의 빠른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순식간에 우측면에서 중앙, 그리고 반대쪽 측면으로 공격이 이어지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임종철 감독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다행히도 마지막에 세르비아의 라이치가 시도한 슈팅이 크게 굴절되면서 골대 안으로 향하진 못했지만, 그 진행 과정이 전과 달라진 게 확연했기에 임종철 감독은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던 것이다.

‘흐름을 완전히 빼앗겼다.’

슬쩍 시계를 확인하자 벌써 10분이 흘러 있었고, 그 10분간 공격을 시도하긴커녕 공도 제대로 소유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을 확인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경기가 끝나려면 35분이나 남아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으론 벌써 몇 가지 시뮬레이션들이 막 분석을 끝낸 참이었고, 생각을 정리함과 동시에 종철은 벤치에 앉아 있는 재혁을 찾았다.

전부 패배로 직결된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바꾸기 위해선 그를 위한 준비물이 꼭 필요했으니까.

“최재혁! 어? 재혁이 어디갔어?”

분명 방금까지 자리에 앉아 있던 재혁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던 것에 종철이 당황해 되물었고, 그런 감독의 질문에 대답을 한 것은 그의 옆에 서있던 코치였다.

“재혁이는 방금 몸을 풀러 나갔는데요.”

“뭐? 누가 지시한거야?”

“아뇨. 특별히 지시한 건 아닙니다만···.”

감독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이며 생각에 잠겼던 코치는 재혁이 벤치를 떠나기 전 남긴 말을 기억해내곤 중얼거렸다.

“아마 곧 나가야 될 때가 올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나간지라, 전 감독님이 특별히 지시한 건줄 알고···.”

“하, 역시 예나 지금이나 눈치 하난 빠른 놈이군.”

“눈치가 빨라요?”

“안 그래도 준비시키려고 했었거든. 가능한 최대한 빨리 투입을 시키려고 했는데···.”

“아아아···!”

“이미 우리쪽 대응이 한 발 늦었군.”

종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기장 전역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수많은 객석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관중들이 한국인들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는 지는 모두가 예측 가능하리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압박 속에서 결국 세르비아의 슈팅에 의해 한국이 실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경기 내내 좋은 선방을 이어가던 정형우 골키퍼였으나, 이번 만큼은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막아낼 재간이 없었기에 실점한 직후 아쉬움에 찬 얼굴로 잔디를 때렸고, 수비수들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도 실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한숨을 길게 토해내며 서로를 향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터치 라인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재혁은 임종철 감독의 곁으로 다가와 자켓을 벗으며 물었다.

“그럼 저는 언제 들어가는 건가요?”

“언제긴 언제야. 바로 지금이지.”

재혁의 물음에 곧장 대답을 한 종철은 진행 요원을 향해 교체가 있을 거라고 소리쳤고, 정강이 보호대를 포함해 장비들을 모두 착용한 재혁이 교체로 투입될 준비를 모두 끝내자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는 항상 말하지만···.”

“매 경기 이길 생각을 하고 있다고요?”

“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초등학생 때부터 습관처럼 하시던 말씀이잖아요. 그리고···.”

재혁에게 선수를 빼앗긴 것에 종철이 당황해 뺨을 긁적였고, 그런 종철을 바라보며 씨익 웃은 재혁은 가볍게 몸을 풀어준 뒤 필드 위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끊었던 말을 이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세상에 어떤 선수가 경기를 지고 싶겠어요? 그것도 지고 있는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가 말예요.”

삐이익!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후반 13분.

미드필더로 경기를 소화하던 이최민과의 교체로 마침내 재혁이 필드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그를 중심으로 양 진영이 한 차례 크게 술렁였다.

< 113. 지고 있을 때 투입되는 선수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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