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110화 (110/225)
  • < 110. 다짐 >

    “그러니까 말입니다. 어린 녀석이 건방지게. 자기 몸 걱정이나 할 것이지.”

    “그런데···, 가장 먼저 욕을 먹을 건 역시 저겠죠? 2골을 실점하는 과정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잖아요? 에휴. 조금만 더 집중 했으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너만 욕 먹겠냐? 나도 오늘 수비 조무사 역할 톡톡히 했다. 쩝···. 거기서 먼저 발을 뻗는게 아니었는데.”

    재혁을 위로하던 선수들은 하나둘 머릿속으로 경기를 복기해보다가 마치 방금 겪었던 것처럼 생생했던 실점의 순간을 기억해내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재혁이 마지막에 쥐가 나 무승부로 끝이 난 경기였지만, 만약 그 두 실점들 중 하나라도 막을 수 있었다면 그 역시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요소였으니까.

    축구는 11명이서 하는 팀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선수들은 재혁이 만들어준 기회를 날린 것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에 떨었다.

    다른 경기도 아니고 한국에서 펼쳐진 경기를 승리로 끝낼 수 없었다는 사실에 다들 크게 움츠려든 것이다.

    과연 팬들 사이에서는 무슨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을까.

    재혁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 있던 선수들은 어두운 얼굴을 감싸쥐고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자동문이라고 또 욕 먹고 있을 거야. 하아···.”

    “오늘 내 패스들이 어땠더라···. 성공률을 70%는 유지했겠지?”

    “유효 슈팅은 몇 개 때렸는데 그게 전부 골키퍼 선방에 막혀가지고. 아오, 조금만 더 신중하게 찼으면 들어갔을 텐데! 또 난사했다고 오만가지 별명들이 생기겠네요. 지난 경기에선 안절부절 못한다고 ‘형절부절 드리블’이라고 놀리던데···.”

    그렇게 선수들이 다들 각자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 놓은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테라피스트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분위기가 꼭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예?”

    “아. 아직 다들 휴대폰을 돌려 받지 못하셨나 보네요.”

    임종철 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시작하게 된 하나의 행동 방침.

    선수들은 훈련이 있거나 경기가 있는 날엔 ‘출근’을 하는 순간 휴대폰을 반납해야 했고, 모든 일정이 끝이 나면 휴대폰들을 돌려 받게 되어 있었다.

    물론 급한 일이 있는 경우엔 예외가 적용되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지금까지 계속 방침에 따라 행동을 해왔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SNS며, 온라인 상에서 어떠한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선수들은 테라피스트의 말에 고개를 갸웃이며 되물었던 것이고, 테라피스트는 현재 가장 조회수가 많은 뉴스 기사 하나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남자 축구대표팀, 분투 끝에 콜롬비아와 아쉬운 무승부! 아쉬운 결과였지만 가능성을 보았다.”

    “그거 사람들한테 까이기 딱 좋은 제목 아니에요? 저번에 보니까 조금이라도 칭찬하는 기사면 댓글에 욕들이 줄줄이 달리던데···.”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형민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고, 그런 형민의 말에 테라피스트는 쯧쯧 혀를 차더니 답해주었다.

    “내용은 끝까지 들어 보셔야죠. 흠흠, 일단 기사 내용은 신형민 선수가 말씀하신 것처럼 대표팀의 경기 내용을 칭찬하는 기사네요. 그럼 바로 댓글들을 읽어 드릴까요?”

    “그걸 굳이···.”

    “흐음, 어떤 걸 먼저 읽어 드릴까.”

    마음 같아선 정말 듣고 싶지 않았지만, 또 한 편으론 어떤 내용일지 궁금함에 선수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 테라피스트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정철은 귀를 막고 있었지만 살며시 벌어진 손가락 사이는 주변 소리를 듣기에 충분해 보였고, 형민은 두손을 꼭 부여잡고 테라피스트의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눈으로 댓글 내용을 읽어보던 테라피스트가 살며시 미소를 떠올렸고, 가장 공감수가 많은 댓글을 몇 개 정해서 읽었다.

    “아, 이게 좋겠네요. 어떤 분이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결과가 어떻든, 정말 보고 싶은 경기를 봤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 거 같다’라고 말예요.”

    “···예?”

    욕이 아니야?

    선수들은 예상 외의 내용에 모두 당황했고, 그런 선수들을 향해 테라피스트는 계속해서 댓글들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이런 댓글도 있네요. ‘오늘 같은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응원할 수 없었다는 게 정말 아쉽네요. 다음 경기는 꼭 현장으로 찾아가서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댓글 말예요. 그리고 또···.”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는 칭찬 일색뿐인 댓글들을 들으며 선수들은 벙찐 얼굴이었고, 테라피스트는 뉴스 댓글에 이어 SNS에 올라온 반응들까지 모두 읽어준 후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어때요? 생각하던 것하고 분위기가 제법 다르죠?”

    “제법 다른 수준이 아니라···.”

    “그렇게까지 좋은 반응일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는데요? 솔직히 엄청 욕 먹고 있을 줄 알았는데, 테라피스트님이 알려주신 건 전부 칭찬 일색들뿐이잖아요?”

    “그것도 그런데, 다음 경기도 응원해주겠다니. 크으, 뭔가 가슴이 뜨끈한게···.”

    “앞으로도 정말 열심히 해야 겠네요.”

    주장인 수용의 말에 순간 모두가 숙연해졌다가 차츰 분위기를 찾아갔다.

    전처럼 우울해 한다거나 부정적인 분위기가 아닌,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말이다.

    그렇게 하나둘 신이 난 얼굴로 회복실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근육 마사지를 끝낸 재혁도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였다.

    모두가 빠져나간 틈에 슬쩍 재혁의 곁에 다가온 수용은 재혁을 향해 짧은 한 마디를 전했다.

    “고맙다.”

    “예? 뭐가요?”

    그런 수용을 향해 슬리퍼를 신으며 재혁이 되물었고, 수용은 뻘쭘했는지 콧등을 긁적이며 답했다.

    “그렇게 물으면 네게 고마운 점들을 하나하나 다 나열해야 하잖아? 하지만 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그렇겐 못 하겠고···, 그냥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의미였다. 영국에서도, 여기서도. 그냥 고맙다.”

    “그런 말씀을 굳이 제게 하지 마세요.”

    “뭐? 왜?”

    “고맙다는 말은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낼 수가 없거든요.”

    예상 밖의 대답을 들은 탓에 수용의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고, 재혁은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설명을 계속 하며 천천히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축구는 전에도 말했듯이 11명이서 하는 스포츠잖아요? 당연히 저 혼자 경기를 한 게 아니니 주장한테도,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해야 겠죠. 그리고 그 11명을 위해 응원하고, 노력해준 다른 스태프들이며 선수들도 있겠고, 또 고마운 팬들도 있겠고···. 이렇게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시작하면 쉽게 끊을 수가 없게 돼요.”

    “···!”

    “물론 좋은 말을 자주 주고 받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저는 진짜 ‘그 순간’이 올 때까진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편이에요. 고맙다는 말도, 실망했다는 말도 말이죠. 언제고 적절한 때가 온다면, 바로 그 순간을 위해 폭발시키기 위해서 말예요. 그러니까 제게 일일이 고맙다는 말씀은 굳이 안 하셔도 돼요.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테니까요.”

    “···그래. 그러자.”

    툭툭.

    재혁과 발을 맞추며 복도를 걷던 수용은 재혁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어째선지 같이 지내면서 배울 점이 많은 후배를 향한 무언의 고마움을 담아서 말이다.

    그렇게 쭉 탈의실을 향해 걸어나가던 중 수용이 재혁을 향해 대뜸 물었다.

    “근데 너 정말 19살 되는 거 맞냐? 말하는 거 들어보면 39살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애늙었다는 말은 어릴 때부터 듣던 거라.”

    “그래? 그때부터 그런 말을 들을 정도면 너도 평범한 놈은 아니구나.”

    하하하···, 수용의 말에 애써 웃어보인 재혁은 옷을 갈아 입은 후 가봐야 할 곳이 있다는 말을 남기며 기숙사에서 뵙겠다는 말을 끝으로 멀어졌다.

    그렇게 뚜벅, 뚜벅 복도를 따라 걷던 재혁은···.

    “할머니! 재희야! 미안, 오래 기다렸지?”

    “어, 오빠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금방 올거라며?”

    경기장으로 찾아온 할머니와 동생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만나기 무섭게 미안하다는 말로 인사를 시작했으나, 시계를 가리키며 따지는 재희를 앞에 두고 있자니 진땀을 식힐 수밖에 없었던 재혁은 애꿎은 머리칼만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게 감독님이 먼저 마사지를 받고 나가라고 하셔서···. 그런데 다리에 쥐가 난 오빠한테 한다는 소리가 그게 다냐? 걱정은 안 들디?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이게 크더니···.”

    “그때야 초등학생 때고! 이젠 나도 다 컸거든! 그리고 쥐난 거야 오빠 운동 부족인 거고!”

    “운동 부족이 아니라 열정 과다였어. 하나뿐인 동생이 오빠 마음도 몰라주고···.”

    “하이구야. 그만하면 됐다, 되었어! 만나자마자 안 좋은 말만 하면 쓰것냐? 남매면 서로 애껴줘야제! 얼릉 재희부터 사과혀!”

    결국 참다 못한 할머니가 목소리를 내고 나서야 둘의 말싸움이 그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지만 서로 미안하다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물론 진심으로 싸운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의자에 앉게 된 세 사람은 그 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주제는 당연하게도 재혁이 오늘 뛰었던 경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직까지도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재희는 두손을 모아 반짝이는 눈빛으로 재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오늘 경기 진짜 재밌었어! 내가 한국에서 오빠를 응원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괜히 경기를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도 나더라고. 헤헤.”

    “영국에 있을 때도 보고 싶으면 TV로 보면서 응원할 수 있잖아?”

    “이상하게 오빠 경기가 있는 날들은 대부분 새벽이더라고? 나처럼 착한 어린이들은 코, 잘 시간이었어서. 미안! 물론 꿈에서라도 응원해줬으까, 너무 실망하진 마. 히히.”

    “으이구, 말이라도 못하면.”

    장난기가 가득 실린 대화를 주고 받는 두 남매.

    재혁은 간만에 느끼는 따뜻함에 행복한 얼굴로 환한 미소를 담아 웃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자신과 재희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계시는 할머니를 찾은 것이다.

    재혁이 슬쩍 손을 뻗어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붙잡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할머니는 어떠셨어요?”

    “나? 물을 걸 물어야제! 우리 강아지가 당연 최고였어! 그런데 마지막엔 쓰러져 누웠던디···. 몸은 괜찮은 거여?”

    “그럼요. 그거 때문에 마사지 받다가 늦었다니까요? 걱정하실 거 없어요. 하루이틀 쉬면 바로 원상복귀되니까. 할머니 손자가 얼마나 튼튼한데요.”

    “흐흐, 그랴. 그라믄 됐어. 건강하면 다 됐고 말고. 나랏일이 어디 보통 쉬운 일인감? 안 다치게 열심히 하면 돼!”

    자글자글 주름이 진 손으로 연신 재혁의 손을 주물러 주시는 할머니.

    재혁은 그런 할머니의 손을 꼭 붙잡으면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 한 켠에 남아 있는 아쉬움에 쉽게 표정을 풀 수 없었다.

    기껏 할머니가 보러 오신 경기였는데, 이걸 이기지 못하다니.

    그것도 자신에게 경기를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왔었는데 그걸 살리지 못하다니.

    ‘아직도 부족하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오늘 경기를 통해서 또 몇 가지 사실들을 배울 수 있었던 재혁은 담담히 다음엔 승리하겠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임을 확인하고 아쉬움에 찬 얼굴로 할머니와 포옹을 나누었다.

    “할머니. 다음 경기도 꼭 보러 오셔야 돼요.”

    “고거야 물론이제. 내가 우리 손주 보러 꼭 올거여.”

    “재희 너도 올거지?”

    “당연하지. 내가 아니면 누가 할머니를 모시고 와? 티켓이나 제대로 보내줘.”

    “알겠어. 그럴게. 조심히 가.”

    “응. 아, 그전에!”

    떠나기 전 무언가를 떠올린 재희가 황급히 가방에 손을 집어 넣고 물건을 찾기 위해 뒤적였다.

    재혁은 갑자기 왜 저러나 고개를 갸웃이며 재희의 행동을 지켜보았고, 간신히 찾던 물건을 손에 쥔 재희가 짜잔! 이라는 소리를 내며 재혁의 앞으로 꺼내 보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대한민국 축구 유니폼과 마커였다.

    재혁은 이게 웬 거냐고 물었고, 재희는 동그랗게 뜬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빠를 향해 후후, 웃어보이면서 말했다.

    “뭐긴 뭐야. 최재혁 선수한테서 제 1호 싸인을 받으려고 하는 거지. 이런 건 당연히 집에 걸어놔야 하지 않겠어? 안 그래요 할머니?”

    “싸인이 뭔디 그랴?”

    “오빠의 애정이 담긴 증거죠! 아, 혹시 예쁜 사람이 부탁했다고 우리보다 먼저 싸인 해준 적이 있는 건 아니지?”

    “그런 적 없거든. 대체 그동안 무슨 드라마를 보고 산건지···. 얼른 마커나 이리 내.”

    “후후, 여기있습니다!”

    사악, 사악, 사악!

    곧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에 자신의 이름을 영자로 멋드러지게 그려넣은 재혁은 이거면 됐냐고 물었고, 재희는 만족스럽게 웃더니 그럼 다음에 또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할머니와 함께 멀어졌다.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재혁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던 할머니는 그렇게 택시를 타고 경기장을 떠나셨고, 점차 멀어지는 택시를 빤히 바라보던 재혁은 속으로 재차 다짐했다.

    ‘다음엔···, 기필코 이긴다.’

    할머니가 관람을 오실 다음 경기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회복이 먼저다.

    재혁은 기숙사로 복귀하기 무섭게 식당으로 향했다.

    90분을 격렬하게 뛰면서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

    같은 시간,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의 직원들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A매치를 위해 국가로 소집된 선수들의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 늦은 시간임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평소보다 몇 시간은 이른 시간에 출근해 컴퓨터를 붙잡고 있던 것이다.

    어떤 선수들이 경기를 뛰었는지, 기록은 어떤지, 혹은 부상의 여부가 어떤지 같은 등등의 정보들을 수집한 직원들은 곧 그것들을 읽기 쉬운 파일로 정리했고, 이메일을 통해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보고했다.

    그 중에서도 밤을 새워 의자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던 미디어 직원, 폴은 입을 가리고 길게 하품을 뱉은 뒤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끝마쳤다.

    “이걸로 다 됐지? 난 이제 간다. 더 있다가는 수면 부족으로 죽을 지도 모르겠어.”

    “어, 그래. 고생했다. 푹 쉬고 내일 봐.”

    그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네단이 그런 폴을 향해 작별 인사의 의미로 손을 흔들어 주었고, 폴은 터벅, 터벅 걸어 사무실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어, 잠깐만.”

    “왜 또.”

    네단이 마지막 순간에 그를 붙잡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폴은 동료의 부름에 짜증스럽게 대꾸했지만, 네단은 그런 폴을 향해 일단 이곳으로 와보라며 손짓을 했다.

    결국 발길을 돌려 네탄의 옆으로 향한 폴은 슬쩍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대체 뭔데 그래? 쓸데 없는 일로 부른거면 진짜···.”

    “이거 말야. 분명 우리 선수 맞지?”

    “우리 선수?”

    “그래. 이번에 호주에서 영입해온 한국인 선수. 최재혁! 맞지? 그 선수 맞지?”

    네탄이 재차 묻는 것에 폴은 눈빛을 고쳤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영상 속 선수의 플레이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을 상대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 최재혁의 플레이를 말이다.

    폴은 대략 20분에 가까운 영상 마지막까지 살핀 뒤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네. 확실해. 이건 최재혁 선수야.”

    < 110. 다짐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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