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103화 (103/225)
  • < 103. 빛이 가리키던 것 >

    특히 당장 재혁의 압박을 받게 된 부스케츠는 잇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이, 이자식···, 일부러 틈을 안주고 있어!’

    오른쪽으로 공을 움직이면 그 즉시 오른쪽으로, 뒤로 공을 돌리면 등에 바짝 붙어 강하게 압박을 가해오는 재혁을 몇 번이고 떨쳐내려 했으나 재혁은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쉽사리 떨어지려 하지 않은 것이다.

    도망을 가려하면 할수록 더욱 강하게 압박을 가해왔고, 이러다간 자칫 실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떠오를 때 즈음, 부스케츠는 서둘러 동료에게 공을 보냈다.

    다행히 압박을 받는 동안 뒤로 찾아온 피케가 그의 패스를 받아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기에 무리없이 발밑에 있던 공을 피케에게 건넨 부스케츠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허리를 폈다.

    그렇게 공은 왼쪽 측면에 위치해 있던 로베르토에게 이어졌다가 파울리뉴에게 연결되면서 점차 멀어졌고, 동료들 사이를 돌고 있는 패스를 지켜보던 부스케츠는 다시금 전방으로 이동하면서 슬쩍 그와 함께 자리를 옮기고 있는 재혁의 얼굴을 살핀 뒤 미간을 찌푸렸다.

    ‘시작부터 이런 압박이라니. 전반전에 활약이 미미했던 것에 자극이라도 받은 건가?’

    어린 선수들에게 이따금 있는 일이었다.

    전반전 동안 보인 자신의 활약이 마음에 들지 않아 후반전에 마음을 다잡고 올라오는 경우가 말이다.

    승부욕과 프로 의식에 대해 논한다면 분명 칭찬할 만한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어린 선수들은 쉽게 흥분하곤 하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흥분해 자제력을 잃게 된다면 그건 선수 본인에게도, 그리고 팀에게도 득보단 실이 더 많은 상황이 나오게 될 것이리라.

    부스케츠는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한 번 재혁을 찾았고, 쉬지 않고 중원을 맴돌며 주변에 있는 선수들을 압박하고 있는 재혁의 모습을 확인하곤 쓰게 웃었다.

    지금 살펴보니 자제력보다 먼저 떨어질 게 눈에 보인 것이다.

    ‘저러다간 자제력을 잃기 전에 체력이 먼저 고갈되겠는걸?’

    축구는 전반과 후반, 모두 합쳐 90분을 뛰는 스포츠이거늘.

    이미 45분을 소화했음에도 남은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미친듯이 달리고 있는 재혁을 보며 부스케츠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과연 저 상태로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까?

    ‘뭐, 내가 걱정할 부분은 아니지만 말이지.’

    그렇게 계속 경기를 진행하다가 때마침 자신에게 굴러오는 공을 오른발 안쪽으로 받은 부스케츠는 공을 가지고 이동하다가 또 다시 그를 향해 달려드는 재혁을 발견하곤 쯧, 혀를 찼다.

    어차피 패스를 해줄 구석을 미리 정해놓았기에 이번엔 그다지 큰 압박을 받진 않았지만···.

    ‘···이 자식, 계속 거슬리는데?’

    슬슬 재혁의 존재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진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구축한 4-3-3은 상황에 따라 3-3-3-1 혹은 4-1-4-1과 같은 진영으로 바뀌곤 했다.

    그럴 때마다 빈 공간을 찾아 움직여야 하는 게 바로 부스케츠였는데, 그런 자신의 곁을 계속 맴돌며 재혁이 방해를 하니 여간 불편한게 아닌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부스케츠는 한 가지 꾀를 떠올렸다.

    마침 공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었고, 자신의 양옆으론 이니에스타와 파울리뉴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

    공을 잡은 부스케츠는 달려오는 재혁을 확인하곤 작게 웃으며 이니에스타에게 패스를 찔러주었고, 곧장 다리를 움직이면서 리턴 패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공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자 이번에는 파울리뉴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아직까지도 쉬지않고 그 사이를 돌고 있는 재혁을 훔쳐보며 웃었다.

    ‘어떠냐, 이래도 계속 따라올 테냐?’

    부스케츠는 재혁을 가운데 놓고 공을 계속 돌리면서 그의 체력을 빼놓을 생각을 한 것이다.

    최전방에 위치한 제수스와 아구에로가 간간히 재혁을 돕기 위해 내려올 때면 부스케츠는 그 공을 최후방에 머물고 있는 피케에게 보냈고, 압박이 느슨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재혁을 유혹하고 공을 돌렸다.

    두어번 공이 돌면 포기할 만도 하건만, 끊임없이 자신을 쫓아 움직이는 재혁을 계속 살피면서 부스케츠는 재차 혀를 찬 뒤 공을 돌렸고, 이번에 또 다시 동료에게 패스를 건네주며 재혁을 바보로 만든 부스케츠는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자 과연, 네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의미로 미소를 떠올렸던 부스케츠는···.

    “···?!”

    섬뜩한 기분에 순간 표정이 굳었다.

    방금의 느껴진 게 대체 뭐였을까.

    도통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며 고개를 작게 갸웃이던 부스케츠는 머지않아 그의 등골을 훑고 지나간 감각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맨체스터 시티의 88번 최재혁.

    그놈이···.

    ‘따, 따라잡힌다고?!’

    리턴 패스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자신의 뒤를 바짝 쫓기 시작한 것이다.

    당황한 부스케츠는 급격히 커진 동공으로 주변을 살피며 호흡을 가삐 삼켰다.

    대체 어떻게 자신을 쫓아 움직인단 말인가?

    패스를 받고, 곧장 동료에게 찔러준 후 이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면 분명 아무리 빨라도 몇 발자국은 뒤에 있어야 했는데···.

    바로 옆에서 들린 재혁의 호흡소리에 부스케츠의 동공이 크게 떨었다.

    ‘이젠 바로 옆까지 왔어···!’

    동시에 그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도저히 말이 안된다.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떠올렸지만, 이미 재혁은 그의 곁에 바짝 붙어 있었고.

    “···뭐, 뭐야?!”

    그런 재혁과 부스케츠의 위치를 확인한 바르셀로나 선수들 또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부스케츠에게 패스를 이어 받았던 이니에스타는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리턴 패스를 돌려줘야 하는데, 이미 부스케츠의 등뒤엔 상대 선수가 바짝 따라 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스케츠는 패스를 통해 탈압박을 시도하려던 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상대 선수를 저렇게 뒤꽁무니에 달고 있으면 자신보고 어떡하란 의미인가?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일단 앞으로···.’

    터엉!

    “!”

    이니에스타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언제 다가왔는지, 케빈 데 브루위너가 그에게 바짝 달라붙어 공을 빼앗기 위해 어깨를 부딪쳐온 것이다.

    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에 들어온 압박에 이니에스타는 순간 당황했으나 일단 공을 가지고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드리블을 시도했다.

    상대 선수와 등을 지고 좌우로 움직이며 빠져나가는 달팽이 드리블, 카라콜레스가 펼쳐진 것이다.

    다만 원만한 원을 그리는 사비와 달리, 달라 붙는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돌파를 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방향을 반대로 꺾어 변속하는 이니에스타의 탈압박은 지금 케빈처럼 바짝 따라 붙은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먹혀들었고, 케빈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이니에스타는 자신의 전방에 위치한 수아레즈를 찾아 숏패스를 찔러주며 공간을 찾아 이동하려 했다.

    만약···.

    터억!

    “···뭣?!”

    그의 패스가 누군가의 발에 걸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자신의 숏패스가 수아레즈가 아닌 다른 선수의 발에 닿은 것을 확인한 이니에스타가 황급히 다리를 멈췄고, 몸을 날려 패스를 끊어낸 인물의 얼굴을 확인한 뒤 소리쳤다.

    “최, 최재혁?!”

    쉼없이 중원을 달리고 있던 최재혁.

    그가 이번엔 후방까지 내려와 패스를 끊어낸 것이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당황해 몸을 움찔거렸으나,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재혁이 패스를 끊는 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방향을 틀어 달리기 시작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이아몬드 4-4-2를 계획할 때 짜놓았던 중원 찌르기.

    그것을 활용한 역습을 시작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재혁의 패스를 받은 실바는 1차 수비벽이 되어 달려드는 파울리뉴를 확인하고 공을 옆으로 옮겼다.

    그와 같은 라인 선상에 위치해 있던 케빈에게 공을 전달해준 것이다.

    케빈은 그대로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시작했고, 부스케츠가 흔들린 틈을 노리고 들어가 순식간에 센터 서클을 지나쳤다.

    그의 눈앞으로 바르셀로나의 4백 라인이 2차 수비벽을 촘촘하게 세우기 시작했으나, 이미 패스를 찌를 방향을 읽어두었던 케빈은 자신의 앞으로 바짝 다가온 움티티를 간결한 터치로 벗겨낸 뒤 바로 침투 패스를 찔렀고···.

    ‘···온다!’

    케빈이 찔러준 패스와 함께 오프사이드 트랩을 부순 아구에로가 침착한 얼굴로 공을 따라 달리면서 숨을 모았다.

    역스핀이 걸린 케빈의 패스가 멈출 장소는 패널티 아크 우측 상단.

    터치 한두 번이면 바로 박스 안으로 침투가 가능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위치였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유지하느라 센터백인 피케는 자신보다 두 발자국 느린 상황인지라 여유도 충분하다.

    퉁!

    생각과 동시에 가까워진 공을 발등으로 한 차례 건드리면서 곧장 박스 안으로 들어간 아구에로가 침착한 얼굴로 또 한 번 공을 치고 움직였고, 달려든 골키퍼가 좁히려는 각을 벌리면서 오른발로 정확한 슈팅을 때렸다.

    파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공을 확인한 골키퍼, 슈테겐의 표정이 굳었다.

    하필이면 몸을 날리는 틈에 살짝 벌어진 왼쪽 옆구리를 노리다니.

    ‘이건 위험하다···!’

    쿠당탕!

    잔디 위를 구르면서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공은 그의 손을 벗어난 상황.

    그렇게 쭉 날아가는 아구에로의 슈팅을 끝까지 노려보던 사람들의 표정은···.

    터엉!

    “또 골대야!”

    “왜 또 골대를 맞냐고!”

    아구에로의 슈팅이 골대에 걸려 튕겨나오자 또 한 번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완벽한 찬스라고 생각했던 아구에로는 절망에 찬 얼굴로 머리를 감싸쥐려고 할 때···.

    “아직이야!”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옮겨갔다.

    골대를 맞고 떠오른 공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가 한 명 있던 것이다.

    관중들이 소리를 친 선수를 발견하고 헛숨을 삼켰다.

    “최, 최재혁?!”

    “언제 저기까지 간거야?”

    “아니 그것보다···.”

    텅!

    “헤딩으로 고, 공을 살렸어!”

    관중들의 말대로처럼 후방에 있었던 재혁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최전방까지 달려왔고, 거기서 골대를 맞고 터치 라인 밖으로 향하는 공을 헤딩으로 살려내 다시 골문 앞으로 바짝 붙여놓은 것이다.

    플레이가 끝났다고 방심했던 선수들이 일제히 당황했고, 서둘러 공이 떨어지려는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가장 먼저 공을 향해 달려든 선수는···.

    ‘이것까지 놓칠 수 없어!’

    투웅!

    재혁의 목소리에 가장 빨리 반응했던 아구에로였다.

    아구에로는 떨어지는 공을 향해 몸을 날렸고, 가까스로 헤딩을 성공시키면서 마침내 골망을 흔들 수 있었다.

    급변한 상황 탓에 굉장히 불안하게 잔디에 착지를 하며 바닥을 두 바퀴 정도 굴러야 했지만, 아구에로는 마침내 득점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어시스트를 연결해준 재혁에게 뛰어갔다.

    “재혁! 나이스 헤딩이었다!”

    “아구에로도 나이스 헤딩이었어요.”

    “크, 그래도 기어고 넣었네. 내가 준 패스로 못 넣은 건 패스가 너무 좋아서 긴장한 탓이겠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두지 뭐.”

    “한 골 넣었다고 그새 기고만장 해지시긴. 아직 끝나려면 30분은 더 남았다고요. 알고 있죠?”

    아구에로를 시작으로 케빈과 실바, 그리고 다른 선수들까지 주위로 몰려 들어 득점을 축하해주었고, 재혁은 그 사이에서 선수들이 건네는 손들을 맞잡아주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서서히 발을 움직였다.

    맨체스터 시티의 다른 선수들도 하나둘 멈췄던 발을 움직였고, 그런 상대 팀을 빤히 바라보던 부스케츠는 심각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전반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움직임과 활동력, 그리고 공격을 위한 집중력까지···.

    설마 녀석은···.

    ‘처음부터 후반전에 전력을 쏟아낼 목적이었던 건가?’

    그렇다면 재혁의 미미했던 전반전의 활약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왜 굳이 그런 짓을 해가면서까지 전반전을 그냥 넘겼던 것인가?

    풀리지 않는 고민을 머릿속으로 계속 떠올려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주심이 호각을 불면서 경기는 다시 재개되었다.

    부스케츠는 이번에도 공을 받기 무섭게 압박해 들어오는 재혁의 견제를 피하려 몸을 비틀다가 어쩔 수 없이 공을 뒤로 돌렸고, 자신이 무의식 중에 취한 행동을 파악한 뒤 그제야 왜 재혁이 후반전에 모든 것을 걸었는 지를 깨달곤 당황해 소리쳤다.

    “피케, 안 돼! 바로 공을 차지마!”

    “그, 그렇게 말해도···!”

    이미 피케의 발엔 공이 닿은 상황.

    피케는 부스케츠의 말을 들었지만 일단은 공을 빼내야 했기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움티티에게 원터치로 공을 건네주다가 경악하고 말았다.

    잔디 위를 구르고 있는 공을 향해 다른 이가 발을 뻗어 패스를 잘라낸 것이다.

    이번에도 공을 뺏은 것은 맨체스터 시티의 88번, 최재혁.

    언제 또 달려들었는지 재혁은 패스를 커팅하고 또 다시 역습을 준비하던 것이고, 그제야 재혁의 목적을 확실히 이해한 부스케츠가 이를 악물고 수비를 하기 위해 뒤로 뛰었다.

    ‘일부러 전방 압박을 통해 잔패스를 유도하고, 그 패스 길목을 미리 읽어 차단할 생각이었던 거야! 그래서 후반전에 모두 쏟아낼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전반전을 포기했던 거고···!’

    “크윽, 망할! 놓쳤어!”

    어떻게든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재혁의 앞을 막으려던 부스케츠였으나, 이미 그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재혁은 부스케츠를 상대로 간결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압박에서 벗어났다.

    이니에스타가 보여주었던 바로 그 드리블, 카라콜레스였다.

    그렇게 압박에서 자유로워지자 재혁은 앞에 넓게 펼쳐진 공간을 향해 공을 이끌고 이동한 뒤···.

    파앙!

    짧고 간결한 동작으로 공을 찔러 보내면서 마침내 재혁도 입가에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

    “내가 그리고 싶었던 그림은 이걸로 완성이다.”

    허공을 날아간 공은 원만한 포물선을 그렸고, 패스와 동시에 라인을 침투한 아구에로의 발앞을 향해 정확히 떨어졌다.

    이미 한 차례 득점을 성공시켜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은 아구에로는 떨어지는 공이 바닥에서 튕기기 무섭게 오른발을 뻗었고, 빠른 속도로 날기 시작한 그의 슈팅은 이번엔 확실히 골대 구석 상단에 틀어 박히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역전을 알렸다.

    동시에 홈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래, 그거지! 믿고 있었다고, 우리의 10번!”

    “이대로만 계속 가자, 이대로만! 지난 시즌의 굴욕을 갚아주는 거야!”

    “이걸로 조별 예선 1위 확정이다! 아자!”

    제각기 마음에 품고 있는 말들을 떠들면서 선수들을 응원하기 시작한 팬들의 함성은 도저히 그칠 줄을 몰랐고, 터치 라인 바깥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과르디올라 감독도 아구에로의 득점을 확인함과 동시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 후 밝은 얼굴로 한 선수, 오늘 경기에서 가장 밝게 빛났던 별을 찾은 뒤 읊조렸다.

    “그래, 그게 네가 원하는 그림이라 이거지.”

    자신에게서 뿜어지는 빛을 이용해 본인이 돋보이는 게 아닌, 주변 선수들을 비춰주는 빛.

    재혁이 원하는 판타지스타의 의미를 이해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툭툭 바짓단을 털어낸 뒤 벤치에 앉으며 웃었다.

    ‘하지만 네가 누구보다 밝다는 건 내가 알고 있으니, 그 빛이 더욱 강렬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겠지. 빛의 증거인 트로피들을 통해서 말야.’

    와아아아···!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다시 진영으로 돌아오고 있는 재혁.

    그를 바라보면서 과르디올라 또한 지워지지 않는 미소와 함께 재혁을 환영하기 위한 박수를 쳐주며 생각했다.

    이번 시즌은 어쩌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후반전까지 모두 끝이 났고, 최종 점수를 확인한 재혁이 땀을 닦아내며 숨을 토해냈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3대1.

    완벽한 역전승이었다.

    < 103. 빛이 가리키던 것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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