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97화 (97/225)
  • < 97. 멈추지 않는 성장 >

    둥, 둥, 둥···.

    통로에 선 선수들의 귓가로 묵직한 울림이 연이어 들렸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팬들이 진행하는 북을 치는 짧은 행사로, 이미 수 차례 경기를 뛰어본 재혁에겐 익숙한 소리였으나, 아직 1군 경기장이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북소리 때문에 가슴이 뛰었는지 연신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자메인 로스도 그런 선수들 중 하나로 손을 떨다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재혁을 붙잡고 물었다.

    “너무 떨려서 숨쉬기가 힘든데···. 이럴 땐 어떻게 하냐?”

    “글쎄. 심호흡을 해 봐. 숨을 쉬기 힘들면 숨을 크게 쉬면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그게 마음처럼 쉬우면 내가 묻지도 않았지. 후우···! 역시 안되겠어. 물이라도 한 모금 마셔야···.”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잠시간 자리를 이탈한 로스는 물을 몇 모금 삼키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됐는지 한결 나아진 얼굴로 자리로 돌아왔고, 재혁은 그런 로스를 바라보며 뺨을 긁적였다.

    “너 리그컵 선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 그런데 아직도 적응이 안 돼?”

    “스완지 시티는 원정 경기였잖아. 그때랑 지금은 분명 다르다고. 그땐 원정이라 우릴 응원하는 사람들이 적었지만, 지금은···.”

    말끝을 흐린 로스의 뇌리로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얼핏 듣기로 오늘 티켓이 매진 됐다고 들었다.

    평일치고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 5만 5천여 관중들이 평일에 시간을 내 그들이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와있다는 소리였고, 또 그 중에는 그를 응원하고 있는 가족들도 분명 섞여있을 것이리라.

    관중들의 숫자와 가족에 대해 떠올리자 로스는 또 다시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어 얼굴을 감싸쥐고 신음을 흘렸다.

    누군가 그를 경기내내 지켜볼 것이란 생각에 잊고 있던 부담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게 방금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물을 찾으려 자리를 떠나려던 로스는···.

    “글쎄. 나라면 오히려 더 열심히 할 거 같은데.”

    옆에서 들린 재혁의 목소리에 발을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재혁을 찾은 로스는 처음과 똑같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경기장으로 향하는 통로 끝을 바라보고 있는 재혁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가 흘리는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야. 자신이 경기장 위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봐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리니까. 그걸 부담으로 느끼지 말고, 좋은 에너지로 사용을 해봐. 분명 도움이 될 걸?”

    “부담이 아니라 에너지로···.”

    “단순한 관점의 차이라지만,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

    씨익 웃으며 말을 건넨 재혁이 어깨를 으쓱였고, 재혁의 말이 도움이 됐는지 로스는 자신감을 찾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을 향해 다가가 기합을 넣어주며 전의를 다졌다.

    “그래, 16강까지 올라왔는데 여기서 멈출 순 없지! 기왕 올라온 거 웸블리까지 가보자! 런던으로 가는 거야!”

    “그럼 그 날 수업은 빠지는 거겠지?”

    “당연하지. 잘하면 그 전 날이랑 그 다음 날도 빠질 수 있을 걸? 그러면 주말까지 쉴 수도 있고···.”

    “오, 대박! 그럼 꼭 올라가야겠네. 일단 그럼 올해 목표는 그거다.”

    ‘웸블리로 가고 싶은 이유가 단순히 학교를 빠지고 싶어서냐?’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인지라 자기들만의 방식대로 목표 의식을 다지고 있는 것을 보며 재혁은 쓰게 웃었다.

    역시 학생은 어느 나라든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재혁이 콧등을 쓸었다.

    ‘그러고 보니 재희도 매번 내 경기가 있을 때면 꼭 경기장을 찾아왔었구나.’

    몸집이 제일 작은 녀석이 어른들 사이에 섞여서 제일 큰 목소리로 자신을 응원을 하던 모습.

    잊고 있던 재미난 기억을 다시금 떠올린 재혁은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땐 참 귀여웠는데.

    이젠 나름 머리가 컸다고 투덜거리기나 하고···.

    쩝, 괜히 쓴입맛을 다시던 재혁은 연이어 한국에 남아 있는 또 다른 가족에 대해 떠올리곤 속에 차있던 호흡을 토해냈다.

    그와 재희를 키워주신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었다.

    ‘결승전 땐 꼭 모시려고 했었는데···.’

    예기치 못 한 일들로 인해 결국 한국에서 경기를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드릴 수 없었던 것에 재혁은 진한 아쉬움을 표하다가 이내 눈동자를 빛냈다.

    그땐 비록 기회를 놓쳤지만···.

    ‘이젠 안 놓친다. 꼭 할머니께 내가 뛰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게, 오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질끈, 경기장으로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축구화 끈을 확인한 재혁이 허리를 펴며 표정을 굳혔다.

    오늘 경기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리그 컵 16강이겠지만, 재혁에게 있어선 기회를 잡기 위한 경기였다.

    바로 11월에 한국에서 진행될 친선전.

    그곳에 합류하게 될 기회 말이다.

    만약 호출을 받아 한국에서 진행될 경기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꼭 할머니를 초대하자.’

    생각을 끝냄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 재혁이 슬쩍 뒤를 살폈고, 전과 달라진 동료들의 얼굴을 확인한 뒤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가자. 목표는 웸블리, 놓치고 싶지 않으면 꼭 붙잡고 따라 오라고.”

    “응!”

    “절대 안 놓쳐!”

    재혁의 목소리에 다른 선수들도 한껏 목소리를 높이며 답했고, 마침내 경기장에 입장한 선수들은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

    터엉!

    “제기랄, 왼쪽 막아! 이번엔 왼쪽으로 온다!”

    “비나그레! 일단 길만 막는거야! 괜히 달려 들지말고, 안으로 파고들 공간만 안주면 돼!”

    투웅, 투웅, 텅!

    “좋아, 잘 막었어! 이제 드로잉 대비 맨마킹이다! 다들 내려와! 라인 내려!”

    경기가 시작된지 20분.

    울버햄턴의 주장인 배스는 쉴 새 없이 동료들을 다그치고 소리치며 수비에 열을 올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진행된 20분 동안 울버햄턴의 선수들이 한 거라곤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을 막는게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배스는 드로잉을 준비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를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 어린 것들한테 농락을 당하다니···.’

    누군가 말하길 결국은 재능의 차이라던가.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배스는 오늘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골키퍼까지 전부 10대 선수들로 구성이 된 맨체스터 시티였지만 그들의 경기력은 오늘 울버햄턴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던 것이다.

    패스, 운영, 템포 조절 등등, 오늘 울버햄턴은 모든 부분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물론 그런 울버햄턴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저 88번. 최재혁이라고 했던가.’

    공격이 시작될 때면 항상 튀어나와 흐름을 끊어내던 재혁을 노려보며 배스가 재차 입술을 씹었다.

    방금 역습을 허용하기 전 시도했던 공격은 사실 박스까지 진입할 수 있었던 찬스였는데, 그걸 녀석이 신기에 가까운 태클로 막아낸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기술적인 태클이었다.

    그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원정 팬들이 아쉬움에 찬 신음을 흘리고, 선수들 또한 기세를 잃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벌써 경기를 포기할 순 없었다.

    챔피언쉽 리그에 참가 중인 울버햄턴에게 있어서 리그 컵은 또 다른 기회를 위한 무대였으니까.

    어깨에 두른 주장 완장을 한 차례 움켜쥔 배스가 주변에 모여든 동료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경기에서 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결국은 정신력 싸움이다! 아직 20분 밖에 안 지났으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으라고, 알겠지?”

    배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렁찬 목소리로 화답한 선수들이 눈에 독을 품었고, 배스 또한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공을 쫓았다.

    선수들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소리쳤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이 경기에서 지고 싶지 않은 건 배스 본인이었으니까.

    그렇게 좌측에서 중앙으로, 그러다가 반대쪽으로 공간을 찾아 이동한 공을 쫓아 움직이던 배스의 눈에 같은 팀 미드필더인 네베스가 몸을 날리는 게 들어왔고, 맨시티의 윙백이 네베스의 태클에 플레이가 끊기는 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배스가 재차 고함을 내질렀다.

    “지금이다! 다같이 라인 올려!”

    다시금 찾아온 역습 찬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배스가 자신의 양옆에 위치한 선수들을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함께 라인을 올릴 것을 주문했고,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들은 그의 말대로 일사불란하게 발을 맞춰 움직였다.

    네베스를 거친 공은 중앙에서 짝을 맞추고 있던 미드필더 사이스에게 향했고, 울버햄턴 선수들은 그 즉시 산개해 사이스가 뿌려줄 패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배스 또한 중앙을 침투해 들어가면서 오버래핑에 들어갔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절대 그냥 놓치지 않으리라.

    그런 의지를 또렷하게 관철시키는 오버래핑이었다.

    그렇게 중앙을 따라 이동하던 배스는 자신의 곁에 따라붙은 선수를 확인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너냐, 최재혁···!’

    맨시티가 공격을 할 땐 빌드업의 뿌리, 수비를 할 땐 항상 돌파해야 할 첫 관문이 되고 있는 재혁이 자신에게 달라붙은 것을 확인하면서 배스는 어깨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계속해서 방해를 받았지만 이번 만큼은 절대로 밀리지 않겠다고 속으로 되뇌면서 말이다.

    그러던 중 마침내 사이스의 발에 머물던 공이 잔디를 훑으며 구르기 시작했고···.

    ‘온다!’

    공이 정확히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배스가 눈썹을 잔뜩 끌어모았다.

    본래 사이스와 라인을 맞추고 있어야 할 선수는 미드필더인 네베스였으나, 그는 측면으로 향하는 공을 끊기 위해 태클을 시도한 탓에 자기 자리를 벗어난 상황이었다.

    그걸 커버하기 위해 자신이 비어 있는 네베스의 위치로 오버래핑을 시도한 것이고, 전방으로 이동하기 위한 패스가 연결된 것이다.

    최전방에 위치한 조타에게 공이 바로 연결될 수 있었다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미 2겹 수비로 철저하게 역습에 대비하고 있었던 맨시티 진영을 뚫고 다이렉트 패스를 시도하는 것은 이미 수 차례 이어진 실패로 좋은 선택이 아님을 확인한 상황이다.

    그 때문에 사이스는 파이널 써드로 향하기 전 거쳐갈 패스 줄기로 배스를 선택한 것이리라.

    데굴데굴 구르며 자신의 발 안쪽에 닿은 공을 컨트롤 하면서 배스가 눈을 빛냈다.

    ‘여기까진 어떻게든 왔다. 이제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왼쪽 측면에서 연신 파고들 틈을 노리고 있는 카발레이루, 최전방에서 수비수와 등을 지고 있는 조타, 그리고 우측면에서 터치 라인에 발을 붙이고 있는 엘데르가 보였다.

    누구에게 공을 연결해줘야 할까, 라는 고민에 빠진 배스의 눈에 또 다른 선수의 얼굴이 들어왔다.

    언제 다가왔는지 자신의 앞을 바짝 조이고 있는 재혁이었다.

    일단 어떻게든 공을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을 자신의 발밑으로 굴려놓던 배스는···.

    ‘이거···?’

    순간적으로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생각보다 공간이 넓은데?’

    뒤늦게 확인해보니 예상보다 재혁의 마킹에 허점이 많았던 것이다.

    당장 그와 직선거리에 있는 조타의 경우 재혁이 어떻게든 패스 길을 막아놓고 있었지만, 양 측면으로 향하는 루트는 훤히 열려 있었다.

    비단 패스 길만 열려 있던 게 아니었다.

    ‘이정도라면 드리블도 충분히 가능하겠어···!’

    크게 벌려져 있는 재혁의 상체는 정확히 어느 한 곳을 막으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수비의 기본은 상대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 지를 강제하는 것이 그 시작이거늘.

    ‘역시 아직 경험 미숙이야. 수비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니!’

    투웅!

    머릿속으로 모든 판단이 내려지자 배스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공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재혁도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배스는 자신이 있었다.

    최대한 골대로 가까이 공을 운반한 후, 패스를 연결해줄 자신이 말이다.

    방향을 제때 정하지 못 한 수비는 드리블에 특히 취약했으니, 어떻게든 재혁의 압박에서만 벗어나면 바로 열리는 공간을 향해 패스를 찍어보내리라.

    그런 생각에 배스는 드리블을 치고 나가는 다리에 힘을 주어 달렸고···.

    “···걸렸다.”

    패스가 아닌 드리블을 선택한 배스를 상대하면서 재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재혁을 스쳐 지나가던 배스는 재혁이 떠올린 미소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였으나, 어차피 곧 사라질 얼굴이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쭉 이어 달리려다가.

    “?!”

    표정이 굳었다.

    아니, 단순히 표정만 굳은 게 아니었다.

    ‘가, 갈 곳이 없어?!’

    공을 가지고 이동하던 배스의 발도 이동할 방향을 찾지 못하고 움직임을 멈추고 만 것이다.

    분명 겨우 5미터 정도를 이동했을 뿐이거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라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던 배스는 멈췄던 공을 황급히 움직여야 했다.

    바로 옆을 쫓아 이동하던 재혁이 공을 노리고 발을 뻗은 탓이었다.

    터엉, 텅!

    어떻게든 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재혁을 등지고 공을 굴리는 배스와 그런 배스의 공을 빼앗으려 드는 재혁.

    둘 사이의 몸싸움은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았다.

    당황한 배스의 발밑을 향해 재혁이 오른발을 깊숙히 찔러 넣으면서 공을 발끝으로 건드렸고, 배스의 제어에서 벗어난 공은 그렇게 둘에게서 멀어지다가···.

    “잡았다!”

    “좋아, 다시 간다! 이번엔 패스 실수하지마!”

    맨체스터 시티의 어린 중앙 미드필더, 델레바쉬루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역습 찬스에서 도리어 역습을 당하게 생긴 탓에 배스는 서둘러 다시 수비를 하기 위해 진영으로 돌아가려다가 슬쩍 옆을 확인하곤···.

    “···!”

    뒤늦게 알아차렸다.

    자신이 왜 드리블을 하다 길을 잃었는 지를 말이다.

    배스는 자신을 쫓아 이동하는 재혁을 노려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설마 저 나이에 벌써 수비 진영에 대한 공간을 이해하고 있다고···?”

    “대단하군요, 최재혁 선수.”

    그리고 그런 배스의 중얼거림을 마치 직접 듣기라도 한 것처럼 중계석에 앉아 있던 네빌 해설은 더 이상 탄성을 참지 못하고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마이크에 말했다.

    “A매치 기간동안 최재혁 선수가 한 단계 상승해서 나타났다고 제가 지난 경기에서 말을 했었죠?”

    “분명 태클을 포함한 수비 기술이 좋아졌다는 칭찬을 하셨었죠.”

    “그런데 이번엔 단계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해서 나타났군요.”

    “단계로 설명을 할 수 없을 만큼이라고요?”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캐스터가 네빌의 말에 놀라 되물었고, 네빌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단순히 기술이 아닌 축구 자체를 이해하는 것에 대한 성장이니, 이걸 단계로 표현할 길이 없는 거죠.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천재를 봐왔지만, 이런 종류는 또 처음이네요. 뭐라고 해야 할까···.”

    잠시간 말을 끌며 생각에 잠겼던 네빌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축구의 신이 존재한다면 아마 그를 향해 축복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돕니다.”

    < 97. 멈추지 않는 성장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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