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94화 (94/225)
  • < 94. 모두의 관점 >

    삑, 삑, 삐이익!

    긴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끝났고, 선수들은 하나둘 지친 발을 멈추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마지막으로 전광판에 비춰진 결과를 확인하고 함성을 질렀다.

    “이겼다!”

    “나는 당연히 이길 줄 알았지!”

    4대0.

    맨체스터 시티의 압도적인 승리로 경기가 마침내 끝이 난 것이다.

    이걸로 리그에서도 전 경기 무패.

    이번에도 무사히 선두를 지키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에 팬들과 선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경기 초반엔 불안한 시작을 보였던 탓에 번리가 또 한 번 도깨비 기질을 발휘하나 마음을 졸였던 팬들은 승리라는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한 얼굴로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고, 온라인에 모여든 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이걸로 9경기 8승 1무 0패! 이번 시즌은 확실하다. 우리가 우승한다.]

    [원래 과르디올라 감독은 2년차 때 더 무서운 감독이죠. 부임 첫 해동안 발견한 숙제들을 풀어내는데 집중하거든요. 당장 전술부터 유기적으로 바뀐 거 보세요. 그냥 이번 시즌 우승컵은 우리한테 주고 시작하는 게 맞을 듯요.]

    [전술만 좋아진 게 아니라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찾은 모습이네요. 아쉽게 보내줘야 했던 선수들이 있었지만, 새로 온 선수들이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기분이 좋습니다. 다행히 돈을 허투루 쓰진 않은 것 같아 안심이기도 하고요.]

    [그보다 이런 선발 구성으로도 경기를 이기다니. 올 시즌은 정말 과르디올라 감독이 마음을 단단히 먹은 거 같죠?]

    누군가 선발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사람들의 관심이 급격히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사실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을 이해하기보단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골키퍼야 부상을 당한 에데르손의 컨디션을 위해 바꿔줘야 했다지만, 수비진부터 중원까지, 오늘 경기가 있기 전까지 주로 로테이션으로 돌던 멤버들이었다.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한 경기도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을 텐데. 이런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과감을 넘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부상으로 빠졌던 경기들을 제외하면 전 경기 출장했던 다비드 실바, 필요한 순간 에이스 역할을 해주었던 케빈, 그리고 주포인 아구에로 같이 이전까지 크게 활약했던 선수들이 모두 빠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선수들이 노쇠화 중인 투레, 막 복귀한 귄도간, 그리고 아직 어린 제수스였으니.

    사실 오늘 만큼은 질 수도 있겠다며 마음을 준비했던 팬들도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뒤집고 완승을 거둔 것에 다들 하나같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기뻐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역시 이번 경기에서 MOM으로 선정된 재혁이 있었다.

    재혁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사람들은 또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오늘 중원은 그 친구 혼자서 다 이끌고 간 거죠.]

    [태클 성공이 경기가 끝날 땐 13번이었어요. 그냥 미친거죠. 중앙으로 들어오는 패스 커팅은 그냥 그 친구 혼자 다 한듯.]

    [커팅만 좋았나요. 전체적인 운영도 나쁘지 않았고, 빌드업도 괜찮았어요. 거기에 중거리슛으로 득점까지 성공했으니···. 사실상 오늘 경기에서 만큼은 결점이 없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18살이라니. 얘는 꼭 제대로 키워야겠네요.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이후 첫 선발인 거 같은데. 이대로만 커주면 리그 최상위급 미드필더가 되어줄 듯 합니다! 크면 무조건 대박일 거예요]

    하나같이 칭찬 일색.

    흔들리는 팀을 구원한 것도 재혁이었고, 승리를 확정 짓는 득점을 연결한 것도 재혁이었으니. 어쩌면 팬들의 칭찬은 예정된 일이었으리라. 그리고 그런 재혁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가 되고 있는 곳은 또 한 곳이 있었다.

    국내의 해외축구 커뮤니티, ‘해외 축구 코리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해외 축구 관련 커뮤니티인 만큼, 온갖 사람들이 다 모여드는 그곳에도 재혁에 관한 이야기로 페이지 수가 수십, 수백에 이르고 있었다.

    이용하는 유저들이 다양해서 각자 응원하는 구단도 가지각색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모두 한 가지 주제로 통일된 이야기를 떠들었다.

    [우리 킹재혁님께서 경기를 캐리하셨다!]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왔던 번리였지만, 맨시티는 팀에 도깨비가 있던 거임ㅋㅋ. 재혁이한테 역으로 뚜까 맞고 선두 유지 시켜줌요. 으엌ㅋ.]

    [오늘 빛재혁 경기 중 커팅 장면 모음들.aiv]

    [재혁이는 폐가 5개 정도 달려 있나 봄. 수비, 중원, 공격. 어떻게 된 게 공이 있는 장소마다 나타날 수가 있죠? 무슨 자석 달아놓은 줄 알았잖아요.]

    [시티 팬이라면 모두 예상했던 결과였죠. 이게 바로 황족의 자질 아니겠습니까?]

    [선발 명단 떴을 땐 망했다고 하던 팬들은 어느 구단 팬이었죠? 냄비 근성 오졌죠? 재혁아. 넌 근본이 있는 선수다. 늦기 전에 얼른 옮기자. 황제들의 구단, 리버풀로!]

    [네 다음 리빅아.]

    [리버풀로 가느니 우리 아스날 쪽으로···.]

    [네 다음 오스날.]

    바로 재혁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길었던 A매치가 끝나고 마침내 찾아온 리그 일정이기도 했고, 한국인 선수가 선발로 출장을 한다니 모두의 관심을 재혁이 한 몸에 받은 것이다.

    그리고 기대했던 만큼이나 재밌었던 경기를 보면서 모여든 팬들은···.

    [역시 국대 경기보다 해외 리그가 더 재밌네요.]

    [솔직히 이정도면 재혁이도 바로 국대에 승선해도 괜찮지 않겠어요?]

    [다른 선수들도 뛰는데 재혁이라고 못 뜁니까? 바로 뽑아야죠.]

    아쉬었던 지난 A매치를 기억하면서 대화를 계속 했다.

    몇몇은 화까지 났는지, 어조가 꽤나 날카로웠다.

    [사실 그게 경기입니까? 에휴. 마지막엔 정말 장님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1번 비기고 1번 이긴게 어디에요? 1승 1무면 전 평타는 쳤다고 봅니다.]

    [그게 평타면 이번 월드컵은 그냥 안 나가는게 좋을 듯. 평타로다가 3패하고 광탈할 것 같거든요.]

    [아직 대회까지 몇 달 남았는데, 너무 비관적인 건 좀···.]

    [비관적인 게 아니라 현실을 보자는 거죠.]

    현실.

    누군가 꺼낸 것처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금세 어두워졌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확정 지었으나, 과연 이 실력으로 나가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 너무나도 뻔했던 것이다.

    해외파라지만 그 해외의 대부분이 같은 아시아권인 말만 번지르르한 해외파였고, 그나마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 중 반 이상은 소속팀에서 자기 자리도 간신히 지키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상황이 그랬기에 사람들은 하나둘, 새로 떠오른 별인 재혁에게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시즌 가장 제대로 뛰고 있는 해외 선수는 제일 어린 최재혁 선수겠네요. 꾸준히 출장을 하고 있고, 활약도 나쁘지 않고 말이죠.]

    [제대로가 아니라 최고죠. 중위권인 번리를 상대로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냈잖아요? 이만한 선수가 우리 나라에···, 있긴 했죠. 아주 옛날에.]

    [한지성 선수에 대한 이야기죠? 은퇴한지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옛날 일같네요. 에휴. 선수 한 명이 빠졌다고 질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줄이야···.]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번에도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지성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21세기 최고의 주장으로 회자되고 있는 선수로 말이다.

    물론 한 세기가 끝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그만큼 한지성의 존재감이 대단했다는 설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떠나버린 선수에 대해 떠든들 무엇이 달라지랴.

    사람들은 가슴 속에 남은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겨둔 채로 다른 주제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그 주제는···.

    [솔직히 전까진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재혁이 지금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재혁이 포함된 대표팀의 구상이었다.

    ***

    “으와아악!”

    “좀 참아봐. 오늘 경기에서 MOM까지 받아 놓고, 얼음 찜질도 못 참아?”

    “그거랑 이거랑은 상관 없잖아요! 흐으읍!”

    재혁이 얼음이 동동 떠있는 욕조에 하반신을 담근 채로 비명을 지르자 그의 곁에 서있던 코치가 한 마디를 하며 얼음 몇 개를 더 집어 넣었고, 재혁은 그 모습을 확인하곤 또 한 번 신음을 흘렸다.

    축구를 해오면서 아직까지도 적응하기 힘든 냉수 반신욕.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는 것도, 한계에 가까운 상태까지 몸을 혹사해가며 훈련하는 것도, 다 참을 수 있었지만 이것만큼은 도통 적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냉수 반신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득이 너무도 많았기에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고, 재혁은 몸을 파들파들 떨다가 알람이 5분을 알리기 무섭게 욕조를 빠져나왔다.

    동시에 후두둑 쏟아지는 얼음 물을 지켜보던 코치는 질렸다는 얼굴로 재혁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냉수욕을 저리도 싫어하면서 그래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하는 걸 보면 또 신기했던 것이다.

    마른 수건과 함께 주변을 정리해주던 코치는 미끄러지지 말고 조심히 빠져나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고, 혼자 남게 된 재혁은 드라이기를 꺼내 머리를 말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개념은 확실히 이해하겠는데, 이게 몸이 안 따라주네.’

    미켈 코치와의 개인 훈련으로 태클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들은 확실히 머리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윽···, 역시 근육이 아직 다 자라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세면대에 손을 걸치고 슬쩍 다리를 들어보던 재혁의 미간이 근육이 당겨오는 느낌에 찌푸려졌다.

    비단 하체 근육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가슴도, 어깨도, 그리고 복근까지.

    오히려 멀쩡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온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던 것이다.

    하물며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느 경기들 중에서도 가장 거칠었던 경기를 90분이나 소화했으니.

    몸이 멀쩡하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리라.

    한숨을 푹 내쉬었던 재혁은 거울속에 비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오늘 개인 훈련을 못 하겠군. 맨손 운동이나 하다가 자야···.”

    “재혁, 있나?”

    “어, 미켈 코치님.”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중 미켈 코치가 문을 노크했고, 재혁이 있다고 답하자 미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모습을 비춘 미켈은 슬쩍 재혁의 몸상태를 확인하더니 피식 실소를 흘렸다.

    “꼴이 말이 아니군.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감독님이 뭐라시던가요?”

    “바로 본론이 궁금한 건가?”

    경기가 끝나고 코치들과 있었을 경기 후 미팅의 내용이 궁금했던 재혁은 얼른 물었고, 미켈 코치는 눈을 반짝이며 묻는 재혁을 향해 미소를 띤 얼굴로 답해주었다.

    “완벽한 경기였다고 칭찬하셨다. 덕분에 앞으로 로테이션 구상에 골머리를 덜 썩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

    “그러니까 그 말씀은···.”

    “합격점이라는 소리겠지. 일단은.”

    불끈!

    미켈 코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혁이 주먹을 쥐었고, 평소 감정 표현에 소극적이던 재혁이 기뻐하는 모습을 확인한 미켈은 예의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전체적으로 흠잡을 구석이 없는 플레이였다고 하셨다. 태클도 완벽했고, 패스도 적절했고, 흐름을 타고 득점까지 성공했으니. 네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죽을 각오로 뛰었으니까요.”

    “그런 것 같더군. 그러니까 지금 여기가 그렇게 말썽이겠지.”

    “···!”

    “그리고 여기도.”

    “아, 아야야!”

    미켈 코치가 손을 뻗어 재혁의 어깨, 그리고 허벅지 등을 힘을 주어 주무르자 재혁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고, 그런 재혁을 바라보며 쯧쯧 혀를 차던 미켈 코치는 손을 거두고 재혁에게 말했다.

    “오늘 경기만을 놓고 본다면 확실히 흠잡을 구석이 없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겨우 한 경기를 뛰고 매번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지.”

    “그래도···.”

    코치의 말에 재혁이 아쉬운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려 했으나, 미켈 코치의 말이 더 빨랐다.

    “재혁. 네 축구 인생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일 뿐이야. 앞으로 10년, 20년을 생각해야하는 거지. 벼락치기 시험도 아니고, 잠깐 반짝한 뒤 사라지고 싶은 생각은 아니겠지?”

    “···.”

    “몸상태를 자세히 확인한 후에 말하라고 하셨지만, 이건 누구라도 알 수 있겠군. 재혁, 너는 모레까지 회복 훈련에만 전념해라. 공을 만지는 건 일절 금지다.”

    “네?”

    “아까도 말했지. ‘일단은’ 합격점이었다고.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말고, 당분간은 회복에 전념해. 그럼 내일모레 보자.”

    미켈 코치는 냉정한 목소리로 감독의 말을 전한 후 방을 빠져나왔고, 재혁은 쿵소리와 함께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적인 뒤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의를 입고 상의를 걸치던 재혁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로는 감독의 선택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못내 아쉬운 감정을 전부 숨길 순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야.’

    입술을 깨문 재혁의 시선이 거울 속에 비춰지는 자신의 몸을 향했다.

    아직은 근육이 다 자리를 잡지 못해,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꽤나 빈약한 몸을 말이다.

    한동안 멍하니 몸을 바라보던 재혁이 작게 고개를 주억이며 중얼거렸다.

    “이틀이라···.”

    그리고 서서히 미소를 떠올렸다.

    지금 코치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면, 사실상 이틀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후다닥 옷을 갈아입은 재혁은 그대로 가방을 챙겨 들고 방으로 향했다.

    ***

    같은 시간, 사무실로 돌아가는 미켈 코치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감독님은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지?’

    재혁의 근육이 과로한 탓에 피로가 심하게 쌓였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공을 만지지 못하게 하라니.

    오히려 축구 선수라면 그 누구보다 공을 가까이 해야 하는 게 아니던가.

    그런 자신의 의문에 과르디올라 감독과 나누었던 대화를 미켈이 머릿속으로 회상하며 계속 걸었다.

    ‘재혁이 오늘 경기를 통해 무엇을 느꼈을 것 같나?’

    ‘아마 한계겠죠.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 한 녀석이니까요.’

    ‘맞아. 그런 만큼 아마 더 죽어라 훈련을 하려고 들겠지.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재혁에게 공을 주지 말라는 게 아니야. 재혁이는 보기 드물게 머리로 축구를 하는 녀석이거든.’

    ‘머리로···?’

    감독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미켈 코치가 되물었고, 감독은 그런 코치를 향해 웃으면서 지켜보면 알 것이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떠올릴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었던 미켈은 다음 날,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들어가다가 익숙한 얼굴이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혁!”

    “어, 코치님. 일찍 오셨네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분명 당분간 공을 만지는 건 금지라고 했을 텐데? 회복 훈련이 끝났으면 돌아가서 쉴···.”

    “공을 만지지 말라고 하셨지만, 보지 말라고 하셨던 건 아니잖아요?”

    “?!”

    “전 벤치에서 나갈 생각이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도시락이랑 마실 것까지 챙겨서 왔잖아요?

    “···.”

    “아무튼 오늘 훈련도 고생하세요. 열심히 지켜볼게요.”

    태연하게 음식이 든 봉투를 들어 보이는 재혁을 보며 미켈은 당황해 할 말을 잃었으나, 딱히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아 무어라 반박하지 못한 채로 필드 위로 올라갔고, 재혁은 코치가 떠나자 한껏 진지해진 눈빛으로 운동장 위에 올라가 있는 선수들을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재혁을 필드 밖에서 확인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한 차례 미소를 떠올린 다음 박수를 쳐 선수들을 모았다.

    < 94. 모두의 관점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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