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90화 (90/225)
  • < 90. 재능과 센스 >

    기초부터 시작하겠다는 미켈 코치의 말엔 틀림이 없었다.

    일단 간단한 인터셉트를 위한 반복 훈련을 시작으로 미켈 코치는 재혁의 감각을 가다듬었고, 차츰 훈련 강도를 높여 가면서 패턴들을 하나둘 추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정오가 가까워질 때까지 재혁을 지도하던 미켈 코치는 마지막이라며 공을 서서히 몰고 나가다가 재혁의 왼쪽 측면을 향해 공을 밀었다.

    잔디를 훑으며 구르는 공의 속도가 제법 빨랐음에도 재혁은 몸을 날려 발끝으로 공을 건드릴 수 있었고, 멀리 날아가는 공을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던 미켈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15분 가량 휴식을 취하고 바로 다음 훈련을 시작한다.”

    “···예.”

    “힘드나?”

    “아뇨. 후욱, 할 만 합니다.”

    코치의 질문에 재혁은 얼른 대꾸하며 자세를 고쳤지만 뺨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과 거칠게 몰아 쉬는 숨은 숨길 수 없었기에 미켈은 쓰게 웃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근성은 있는 녀석이라는 말을 속으로 읊조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수비력과 태클은 단순히 근성으로만 단련하기엔 무리가 있어.’

    단체 훈련과 달리 일대일 지도 훈련은 지도하는 쪽에서도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아, 차오르는 숨을 고르던 미켈은 방금까지 진행했던 훈련 경과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면서 턱 끝에 매달린 땀을 수건으로 훔쳤다.

    일단 수비라는 행위 자체가 상대보다 신체적인 측면에서 부족하다면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재혁의 가장 큰 단점은 다른 무엇도 아닌 피지컬.

    한 방을 노리는 수비에선 어떨지 모르지만, 90분동안 진행되는 경기 내에서 평균적으로 이루어질 경합들을 조건에 놓고 비교해 본다면 재혁의 수비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따로 훈련까지 하는 건 다시 생각해보아도 사치였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따로 지시한 바가 있었기에 미켈은 그저 머쓱한 얼굴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재혁도 그런 미켈 코치를 따라 잔디가 붙은 반바지를 털어내며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런 재혁을 확인하곤 미켈은 여전히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작게 저었다.

    힘이 들면 조금이라도 더 몸을 편하게 하고 싶었을 텐데.

    역시 녀석은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만큼 미켈 코치의 마음 속에 떠오른 아쉬움도 컸다.

    ‘근성에 비해 신체 조건이 너무 아쉬워. 하지만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충분한데. 감독님이 이번에는 너무 조급해 한 게 아닐까···.’

    “코치님. 다음은 뭔가요?”

    “조금 더 쉬지 않아도 괜찮겠나?”

    “오래 쉬어봐야 템포만 늘어지니까요. 그래서 다음은 뭐예요?”

    재차 되묻는 재혁을 바라보며 미켈은 쓰게 웃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훈련 도구들을 하나둘 새로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잡념을 정리했다.

    어차피 봐주기로 한 거, 더 이상 잡생각은 떠올리지 말고 훈련에만 집중하자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다음 훈련을 위해 준비된 필드 위에서 미켈이 재혁을 향해 설명을 시작했다.

    “방금까지 진행한 훈련은 공이 흐르는 길을 읽어낸 후 인터셉트 혹은 커팅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훈련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태클의 기본이 되는 눈과 반사 신경을 키우기 위한 훈련으로 몸풀기에 가까운 훈련이었지.”

    “그러면 지금부터 하는 훈련은요?”

    “스탠딩 태클. 어떤 형태의 태클이든, 그 기본이 되어 주는 태클이지.”

    재혁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한 미켈 코치는 양손을 들어 상황에 대한 설명을 계속 했다.

    “그리고 실제로 경기 중 가장 사용 빈도가 많은 태클이야. 슬라이딩 태클처럼 한 번 실수한다면 돌아올 길이 없는 수비보다는 안정적이고, 또 범용적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그 말씀은 훈련하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의미겠군요.”

    “아무래도 조건에 따른 태클 법이 다양하다 보니, 훈련하는 방식도 선수마다 각양각색인 거지.”

    재혁이 물은 것에 간단히 고개를 끄덕인 미켈은 공을 하나 가지고와 재혁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러면 그 공을 가지고 터치라인을 따라 이동하면서 나를 돌파한다고 생각하고 드리블을 해봐.”

    “오른쪽 터치라인이요, 아니면 왼쪽 터치라인이요?”

    “네가 가끔 우측 풀백으로 뛸 때가 있으니, 오른쪽으로 해볼까?”

    조건을 맞춘 후 자세를 갖춘 미켈은 언제든지 오라는 듯 재혁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재혁은 곧장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시작했다.

    서로의 거리가 멀지 않았던 만큼, 둘은 금방 충돌했고, 재혁은 잔걸음으로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는 미켈의 하체를 노려보면서 눈동자를 빛냈다.

    ‘왼측면이 열렸다.’

    선택을 위한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재빨랐다.

    재혁은 곧 공을 몰고 이동하던 드리블에 속도를 붙였고, 미켈의 왼쪽 측면을 뚫어내기 위해 공을 한 차례 길게 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꿇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속도전을 통해 미켈의 측면을 돌파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 재혁의 생각을 바로 읽은 미켈은 재혁이 뚫으려는 측면의 각을 좁히며 그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곧 둘의 어깨가 충돌했고···.

    투웅!

    “?!”

    재혁은 평소보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충격에 두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황급히 균형을 잡아보려 몸을 버둥거렸지만 이미 양발은 허공에 떠올라 있었고, 하늘이 보였던 풍경은 곧장 잔디로 바뀌면서 바닥을 거칠게 뒹굴게 되었다.

    결국 그가 치고 달렸던 공은 미켈 코치의 소유로 바뀌었고, 재혁은 아직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잔디에 누워 코치를 올려보다가 물었다.

    “이게 대체···.”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지?”

    “···네.”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재혁을 보면서 미켈이 답했다.

    “그게 스탠딩 태클의 기본인 숄더 차징, 그리고 균형 뺏기다.”

    “숄더 차징과 균형 뺏기요?”

    “태클의 기본은 공을 뺏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지? 하지만 공을 뺏기 전에 먼저 뺏어야 할 게 있다면 바로 상대의 선택권과 균형이야.”

    “선택권과 균형···.”

    “방금 너는 내 왼쪽 측면을 뚫으려고 했어. 그건 아마 내가 취한 하체의 포지션을 확인하고 시도한 걸거야. 물론 그게 내가 깔아 놓은 기본 셋업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지금 쯤이면 파악했겠지.”

    미켈의 말에 재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비죽였다.

    애초에 주어진 선택지들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을 골랐던 것인데. 그걸 가지고 꾸중을 듣기엔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미켈 코치도 그런 재혁의 심정을 표정으로 읽을 수 있었기에 쓰게 웃으며 말을 계속 했다.

    “하지만 네가 반대 쪽을 노렸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었을 거다. 아직까지도 왜 네가 균형 싸움에서 내게 졌는 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냥 몸싸움에서 밀린 게···.”

    “아니. 그거랑은 전혀 달라. 몸싸움에서 지기 전부터 넌 나한테 기술에서 졌거든.”

    “···!”

    “사실 이건 너도 이미 몸으로 체득해 알고 있는 거야. 다만 지금까지 본능에 의지해 균형 싸움을 벌여 왔기 때문에 정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제가 이미 알고 있는 거라고요?”

    “바르셀로나전에서 파울리뉴와 벌였던 몸싸움을 기억하고 있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한 미켈 코치를 앞에 두고 재혁이 살며시 눈썹을 모았고, 코치가 말했던 일전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파울리뉴와 벌였던 몸싸움이라.

    당시 경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사실 파울리뉴와 벌였던 일대일 싸움은 대부분 지지 않았나, 라는 생각에 입술을 모았던 재혁은 한 장면을 기억해내곤 눈을 반짝였고, 그런 재혁의 변화를 파악한 미켈 코치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잊지 않고 있나 보군. 파울리뉴를 딱 한 번 네가 이긴 적이 있었지.”

    “공을 가지고 돌파하던 순간이었죠.”

    “그때 느낌이 어땠지?”

    코치의 이어지는 질문에 재혁은 또 한 번 생각에 잠겼지만, 이번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깨어난 뒤 바로 답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밀고 나가니까 파울리뉴가 길을 비켜주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게 과연 왜 그랬을까?”

    “흐음···.”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는 것보단 몸을 직접 움직여 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코치가 건넨 말에 재혁은 곧장 몸을 일으켰고, 당시 상황을 재현해보기 시작했다.

    일단 그 시작은 페르난지뉴에게 패스를 받는 게 시작이었고···.

    ‘내가 공을 받음과 동시에 파울리뉴가 따라 붙어서 한 차례 부딪쳤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다음 차례에 어깨를 맞부딪쳤을 때야. 그때 공을 가지고 이동하면서 난 바깥으로 공을 빼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던 터라 내 중심 축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어?’

    가벼운 터닝 동작을 통해 공을 이동시키는 자신의 자세를 확인하던 재혁의 눈동자가 한 차례 반짝였다.

    이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얼굴이었다.

    재혁은 그 뒤로도 같은 자세를 반복해보면서 몸 상태를 살폈고, 그런 재혁을 바라보던 미켈 코치가 미소를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 아마 너도 몰랐겠지만 재혁, 너는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전, 한 차례 반대쪽에 무게 중심을 깊게 실어 지면에 남긴 후 이동을 시작하는 습관이 있어. 그 습관은 파울리뉴와 몸싸움을 벌이던 순간에도 똑같이 남아 있었고, 그덕에 몸싸움을 한 차례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거야.”

    “그러면 균형 뺏기라는게 제가 취하는 자세에서 시작되는 걸 말씀하셨던 건가요?”

    “아니지. 그때 파울리뉴가 네게 졌던 건 단순히 네가 무게 중심을 옮겼기 때문이 아니야. 실제로 다른 몸싸움에선 전부 밀려서 네가 졌으니까.”

    “그러면 대체 제가 이긴 이유가 뭐예요?”

    “자신이 취했던 행동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으니, 이번엔 파울리뉴가 어떤 식으로 네게 어깨를 걸었는지 생각해 보겠나?”

    대화를 계속하며 재혁이 스스로 생각해내길 유도하는 미켈 코치는 입을 다물고 팔짱을 꼈고, 재혁은 이번엔 반대의 입장이 되어 몸을 움직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파울리뉴의 행동을 자신의 몸으로 재현해보던 재혁은.

    “···!”

    마침내 모든 사실을 깨닫고 두눈을 번득였다.

    그때 파울리뉴와의 몸싸움을 이겨냈던 것은 단순히 충돌하기 전에 무게 중심이 이동했기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켈 코치는 그런 재혁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가 무의식 중에 취한 습관이 제대로 균형을 이루기 전에 있었던 파울리뉴의 밸런스를 흔들었던 거야. 파울리뉴는 당연히 네가 가려는 방향을 쫓으려 했던 것이고, 공이 움직일 틈에 어깨를 밀려고 했었지. 하지만 그보다 반 박자 빠르게 들어온 어깨 싸움에 미처 반응할 수 없었고···.”

    “신체적으로 약세인 저한테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거군요.”

    자신의 말을 끊고 문장을 완성한 재혁을 바라보면서 미켈 코치는 마침내 환히 웃을 수 있었다.

    이제야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끝난 것이다.

    미켈은 정답이라는 말과 함께 재혁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부가적인 설명을 이었다.

    “상대가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틈을 노려 상대의 균형을 뺏어 흔드는 게 바로 스탠딩 태클의 주목적이지. 그래야 같은 공에 서로 발을 걸친 상황에서도 상대를 이겨내고 공을 뺏을 수 있는 거니까 말야.”

    “그래서 상대의 선택권과 균형을 뺏으라고 했던 거군요. 하지만 이걸 머리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실제 경기 중에 사용하기엔 조건이 좀 까다롭지 않아요?”

    0.1초만 늦어도 모든 게 급변하는 필드 위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모두 확인하고 반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재혁은 볼멘 소리로 코치에게 솔직한 감정을 토로한 것이다.

    미켈 코치도 그 점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재혁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는 코치를 확인하면서 고개를 기울이다가···.

    “그렇지만 아까 설명했듯 상대의 선택권을 강제할 수 있다면, 그리고 상대가 어느 쪽에 균형을 실으려고 하는 지를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

    “지금부터 하게 될 훈련이 바로 그걸 위한 훈련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아니, 오히려 지루하겠지. 같은 행동을 끊임 없이 반복하는 걸로 경험을 쌓아야 하는 훈련이거든.”

    코치의 이어지는 말에 신중한 얼굴로 뺨을 매만지다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걸 지금 말씀해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솔직히 말해서 이런 태클 기술을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도 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수는 극히 드물어. 재능을 떠나 이건 센스의 영역이거든. 그래서 나는 네게 선택지를 주려하는 거야. 하나는 방금 말했던 것처럼 지겨울 정도의 반복 훈련을 통해 ‘될 지, 안 될지’ 모르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흉내’를 낼 수 있는 정도까지 폼을 끌어 올려주는 거야.”

    “···.”

    “아마 흉내만 낼 수 있는 정도만 되더라도 과르디올라 감독님은 만족하실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무엇을 선택하든, 그건 네 자유···.”

    “미켈 코치님은 어느 쪽이에요?”

    “뭐?”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던 미켈은 재혁이 대뜸 되묻는 것에 놀라 되물었고, 그런 미켈을 향해 지혁은 질문을 계속 했다.

    “제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있다면 다른 게 아니겠죠. 스스로 느끼기에 한계 점이 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그런 걸 거예요. 제 말이 틀린가요?”

    “···하, 정말 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예리한 점이 많은 꼬마야. 그래, 이건 내가 어릴 적 바르셀로나에서 수비 훈련을 할 때 배웠던 거야. 안타깝게도 완벽하게 습득하진 못 했지. 이런 태클에 대한 이해를 완벽하게 해냈던 선수는 내가 기억하기로 푸욜 정도가 유일했어.”

    “역시···.”

    “그렇기 때문에 네게 선택권을 준거다. 안 되는 걸 억지로 익히게 할 순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재혁 너는 태클에 의존한 플레이보단···.”

    “과르디올라 감독님께서 태클을 익히라 했던 건 아마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팔짱을 풀고 재혁을 설득하려던 미켈은 재혁의 목소리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미켈 코치를 향해 재혁은 계속해서 말했다.

    “사실 처음엔 저도 의심뿐이었어요. 굳이 2주라는 시간을 투자해가며 배워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라는 의심 말이죠. 그런데 방금 코치님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정할 수 있었어요. 이건 꼭 배워야겠다, 라고 말예요. 그것도 단순 겉핥기 식이 아니라 제대로 모든 걸 배워보고 싶어요. 푸욜 선수가 그랬다는 것처럼.”

    “!”

    “자, 그럼 얼른 시작하죠? 훈련을 해서 숨이 차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떠드느라 입안이 말라버릴 것 같다고요.”

    “후후, 그래. 하지만 마음처럼 쉽진 않을 거다.”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 제자리에서 뜀을 뛰기 시작한 재혁은 얼른 시작하자며 미켈을 재촉했고, 미켈은 그런 재혁을 빤히 바라보다 피식 실소를 흘렸다.

    다른 건 몰라도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다시 순수하게 나이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역시 아직은 어린 선수라는 사실엔 틀림이 없어 보인 탓이다.

    그렇게 재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미켈은 멈췄던 훈련을 지도하기 시작했고, 동작을 하나씩 따라하기 시작한 재혁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쉽지 않을 거라는 그의 말처럼, 재혁은 훈련을 시작하기 무섭게 쉴 새없이 넘어지기를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자기 몸이 아닌, 상대하는 선수의 몸의 균형과 타이밍을 뺏어야 하는 훈련이었으니.

    이 감각을 바로 익힌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하물며 태클 훈련을 습관처럼 해왔던 푸욜도 그 감각을 익히기까지 걸렸던 시간이 적지 않았으니까.

    ‘아마 당분간은 팔꿈치며, 무릎이며 전부 까지겠지. 그나마 감각을 익힌다고 하더라도···, 음?’

    물로 내부를 채워 균형을 유지하게 만든 인형을 상대로 계속해서 힘겨운 씨름을 이어가는 재혁의 모습을 살펴보던 미켈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였다.

    횟수를 거듭해갈수록 무언가 미묘하게 변하는게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그 어색한 감각을 무어라 콕 집어 설명할 수 없었던 미켈 코치는 계속해서 재혁의 행동들을 살폈고, 곧 그 감각의 정체를 확인한 뒤 침을 삼켰다.

    짧게나마 같은 훈련을 받을 때 보여주던 푸욜, 그의 모습이 지금의 재혁과 겹쳐 보였던 것이다.

    이제야 왜 과르디올라 감독이 재혁에게 따로 수비 훈련을 지도했던 것인지를 파악한 미켈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랬군. 이녀석은 그냥 재능과 센스로 뭉쳐진 덩어리였던 거야. 일단 가르치면 뭐든 흡수하는 스펀지같은 덩어리 말이지.”

    자신은 평생을 훈련해도 흉내만 낼 수 있었던 과정들을 전부 이해하고 따르고 있는 재혁을 살펴 보면서 미켈은 침을 삼키며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2주라.

    과연 2주 만에 이 꼬마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는 얼굴로 재혁을 살펴보던 미켈 코치는 훈련 지도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시 맨체스터로 돌아왔을 때, 현재까지 진행한 훈련 경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전달했다.

    미켈 코치의 보고서를 확인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생긋 웃어보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다음 리그 경기 상대를 확인한 후 재혁에게 짧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그럼 약속대로 이번 원정은 선발 멤버다. 컨디션 관리 잘하고 있으라구.]

    < 90. 재능과 센스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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