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64화 (64/225)
  • < 64. 프리킥? >

    호날두의 한 마디가 너무도 짧고 간단했기에 재혁이 그를 돌아보기 전에 호날두가 먼저 자리를 떠났고, 호날두는 필드 왼쪽 측면에 서서 숨을 깊게 마셨다가 뱉기를 반복했다.

    곧 그가 좋아하는 운동장의 잔디 냄새와 선수들이 뿜는 열기가 피부를 타고 느껴졌다.

    하나같이 뜨겁고, 본인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남기는 그런 냄새들이 말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건 역시 나다.’

    경기가 완전히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총 10분.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가 끝나면 다음 경기는 바르셀로나와 치르게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친선 경기이기 때문에 가볍게 나설 마음은 없었다.

    일단 다른 누구도 아닌, 이름도 모를 맨체스터 시티의 저 어린 녀석에 의해 동점골을 허용해버린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절대 그냥 끝낼 순 없지.’

    삐이익!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주심이 휘슬을 불며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렸고, 동시에 22명의 선수들이 공을 쫓아 시선을 옮겼다.

    앞으로 10분.

    겨우 10분일지, 혹은 10분 씩이나 남은 것일지.

    필드 위에 서있는 선수들은 각기 다른 마음 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으나, 적어도 호날두에게 있어서 10분이라는 시간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었고, 그의 생각처럼 머지 않아 결정적인 순간이 바로 찾아왔다.

    재혁에게 당했다는 생각에 남은 시간 동안 온 집중력을 쏟아내겠다는 듯, 열의로 눈동자를 불태우고 있는 모드리치의 절치부심이 담긴 패스가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을 뚫었고, 굴러오는 공을 벤제마가 가뿐한 턴으로 이어 받으면서 그의 앞을 막아서는 페르난지뉴를 가뿐하게 뚫어낸 것이다.

    턴 동작 하나에 다리 사이가 열려버린 페르난지뉴는 순간적으로 당황했고, 몸으로 공을 쫓는 것이 아닌, 손을 뻗어 옆을 지나치는 벤제마의 어깨를 움켜쥐고 말았다.

    맨체스터 시티의 반칙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린 것은 벤제마가 그대로 운동장 바닥을 뒹굴었을 때였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페르난지뉴가 양손을 하늘로 올리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주심을 향해 소리쳤다.

    “아, 그냥 건드린 거였는데!”

    “그래도 손을 쓴 건 사실이잖아. 반칙은 반칙이라고.”

    카드를 준비하면서 건넨 심판의 말에 일그러진 얼굴로 입술을 구긴 페르난지뉴는 이마를 긁적이다가 벤제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무리 아쉽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친선 경기는 친선 경기였으니까.

    벤제마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별 말 없이 그의 손을 맞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순간뿐이었을 뿐.

    경기 결과까지 둥근 분위기에서 끝내려는 생각은 결코 없었기에 벤제마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무섭게 눈을 빛내며 그를 향해 다가오는 동료를 확인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7번, 호날두.

    주심이 찍어준 프리킥 위치에서 호날두가 차분한 얼굴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벤제마가 자리를 떠나면서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해.”

    그런 벤제마의 말에 말없이 고개만을 끄덕인 호날두는 거리를 확인하면서 굳은 얼굴로 잔디를 다졌다.

    이런 기회를 절대로 그냥 흘려보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공과 골대와의 거리는 대략 23미터 정도.

    위치는 패널티 아크 왼쪽에 살짝 기울어진 곳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지점이었고, 또 연습도 많이 한 장소였다.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지만, 실전을 위한 훈련장에서 수십, 수백, 수천 번을 차본 위치였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자신이 있었던 호날두는 속에 차있던 호흡을 뱉은 다음 안정적인 디딤발과 함께 간결한 동작으로 슈팅을 때렸다.

    놓여 있던 잔디와 호날두의 발끝을 떠난 공은 꽤나 큼직한 궤적을 그렸고, 수비벽에 섰던 선수들의 머리 위를 가뿐하게 지나친 뒤···.

    철썩!

    “우와아!”

    “세상에,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슈팅이야?!”

    “방금 공 휘는 무브먼트 봤어? 진짜 미쳤다.”

    “어떻게 차길래 공이 저렇게 휘는 거야? 사람 맞나?”

    뱀처럼 양옆으로 두어 차례 흔들린 다음 그대로 골망 구석에 꽂히는 신기에 가까운 득점을 성공시켰다.

    호날두의 프리킥을 직접 본 관중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커다란 함성 소리를 내지르면서 얼굴을 감쌌고, 선수들 또한 자신들이 지금 무엇을 본 것인지 눈을 의심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특히 실점을 허용한 맨체스터 시티의 에데르송 골키퍼는 바닥에 주저 앉아 장갑을 낀 손으로 연신 잔디를 짓이기면서 아쉬움을 진하게 표출했다.

    눈이 너무 좋아서 당하고 만 것이다.

    설마하니 그 짧은 순간에 공이 공중에서 두 번 이상 휠 줄이야.

    선택지를 너무 섣불리 고른 게 패착이었다.

    아마 경험이 충분한 베테랑이었다면 달랐겠지만, 아직 젊은 골키퍼인 에데르송은 빠른 반응속도와 판단에 기반한 수비를 자주 보여주는 골키퍼였는데, 호날두의 프리킥은 에데르송의 빠른 선택을 내린다는 강점을 오히려 약점으로 만드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한 곳에 모여 호날두의 득점을 축하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패배를 직감하고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만 주장 완장을 두르고 있는 콤파니 만큼은 연신 박수를 치면서 아직 어린 선수들을 다독였다.

    “실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면 그냥 깨끗하게 잊어 버려! 아직 경기가 끝나려면 5분은 더 남았으니까! 실점을 당한 1분 때문에 남은 5분을 버리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가장 먼저 젊은 골키퍼를, 그리고 수비진을 일깨운 콤파니는 다음으로 재혁을 찾았다.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곤 하지만 재혁은 현재 뛰는 선수들 중 가장 어린 선수였으니까.

    정신적으로 흔들린다면 아마···.

    “···음?”

    재혁이 조용히 자리에 서서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콤파니의 눈썹 끝이 미묘하게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처음엔 충격을 받아 굳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인데, 재혁은 연신 입술을 매만지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무슨 이유로 저러고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던 콤파니는 조용히 재혁의 곁으로 다가갔고, 콤파니가 옆에 온 것을 확인한 재혁이 슬쩍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방금 같은 프리킥에 당하면 실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아무래도 그렇지. 궤도가 무섭기도 하지만, 허공에서 방향이 바뀌는 슈팅이라면 골키퍼가 이미 몸을 날린 상황에서 다시 손을 쓸 수가 없으니까.”

    “흐음.”

    재혁이 재차 고개를 주억이는 것에 콤파니는 몇 마디를 더 해주고 싶었지만, 경기가 끝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다시금 박수를 치면서 동료들의 감정을 북돋았다.

    상대가 5분을 사용해 도망갔다면, 우리도 5분을 사용해 쫓아갈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센터 서클에 놓였던 공이 아구에로의 발에 의해 굴러가면서 경기가 재개되었고,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듯, 두눈에 불을 켜고 발을 움직였다.

    처음에 중앙, 이후 측면, 그리고 다시 중앙으로 돌아왔던 공은 페르난지뉴의 발에 닿았고, 자신을 향해 압박해 들어오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를 피지컬로 이겨낸 페르난지뉴는 전방을 향해 공을 가지고 이동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선수를 발견하고 바로 패스를 이어주었다.

    잔디를 훑으며 공은 빠르게 이동했고.

    토옹.

    페르난지뉴의 패스를 받은 재혁은 가벼운 볼 컨트롤로 곧장 전방으로 몸을 틀면서 공을 가지고 이동했다.

    공이 재혁의 발밑에 놓여지자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눈동자에는 기대감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눈동자엔···.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약간의 흥미와 비웃음이 동시에 담겼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드리블을 시작하다가···.

    투웅!

    긴 터치와 함께 속도를 붙였다.

    갑작스런 재혁의 드리블에 모두가 놀랐지만 대응은 침착했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재혁의 앞을 서서히 막아내면서 중앙을 보다 견고히 틀어 막았고, 어쩔 수 없이 측면으로 빠질 수 밖에 없게 길목을 연 것이다.

    카세미루는 그런 레알 마드리드 중원 수비의 핵심이 되어 재혁의 앞을 가로 막으며 웃었다.

    ‘더 이상은 못 온다.’

    거기서 더 전진하고 싶다면 드리블이 아닌 패스를 선택해야 할 것이고, 드리블을 계속하겠다면 어쩔 수 없이 측면으로 공을 가지고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이번 공격 또한 무난히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카세미루가 재혁을 쫓아 이동하면서 계속 그를 측면으로 몰았는데···.

    “···!”

    순간적으로 중앙이 뚫려버렸다.

    분명 재혁은 측면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거늘.

    어째서 지금 그가 중앙에서 공을 가지고 이동하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당했는지 파악할 순 없었지만, 일단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떨리는 동공을 다잡고 이를 악 문 카세미루가 뒤늦게 재혁을 쫓았고, 재혁은 그런 카세미루의 견제를 피해 연신 공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계속해서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헤집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드리블이었지만 어째선지 공을 향해 쉽사리 발을 뻗을 수 없었던 카세미루가 짜증스럽게 미간을 구겼고, 곧 그의 눈에 다른 인물이 자신을 돕기 위해 반대편에 등장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함께 중원에서 짝을 맞추고 있던 모드리치였다.

    모드리치의 등장을 확인함과 동시에 카세미루는 기회라는 생각에 압박의 강도를 높였고, 재혁은 곧 도망갈 길을 잃고 말았다.

    양측면에서 압박이 들어오니 더 이상 공간을 사용하던 게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확실히 막았다고, 모드리치와 카세미루, 두 사람이 재혁이 발밑에 두고 있던 공을 뺏기 위해 막 발을 던지려고 할 때···.

    토옹.

    또 한 번 공이 허공에 떠올랐다.

    재혁이 찍어 올린 공은 정확히 두 사람 사이를 빠져나가 가슴께로 날았고, 그런 공을 향해 재혁이 가슴을 쭉 뻗으면서 트래핑을 시도한 것이다.

    아마 저대로 공을 한 차례 컨트롤 한 다음 바로 슈팅을 시도하려는 것이리라.

    거기까지 파악을 끝낸 카세미루는 이번 만큼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독을 품은 얼굴로 재혁의 옆을 쫓아 움직였는데, 그와 함께 몸을 날리고 있는 선수를 발견하고 두눈을 크게 떴다.

    ‘모, 모드리치!’

    ‘카세미루?’

    모드리치 또한 카세미루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의 위치를 파악했을 때, 이미 허공에서 재혁을 포함한 세 사람의 몸은 엉키고 있었고···.

    삐이익!

    주심이 재빨리 휘슬을 불면서 달려왔다.

    아무래도 뒤엉키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으니, 혹시라도 있을 부상에 대비하기 위해 황급히 경기를 끊은 것이다.

    주심은 카세미루와 모드리치를 향해 경고성이 짙은 말로 조심하라고 소리쳤고, 아직까지 바닥에 주저앉아 신발끈을 고치고 있는 재혁에게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괜찮냐고 물었다.

    그런 주심의 말에 재혁은 슬쩍 고개를 들어 간단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직 젊어서 괜찮은 것 같네요. 다치진 않았어요.”

    “허. 부상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찾아온다고. 조심하는 게 좋아.”

    주심의 말에 재혁은 고맙다고 답을 한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풀면서 물었다.

    “그래서 프리킥이죠?”

    “패널티킥은 아니니까.”

    “패널티킥이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

    재혁의 이어지는 가벼운 농담에 주심은 순간 실소를 흘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듣기로 아직 10대인 어린 선수라고 했는데.

    아무리 친선 경기라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면서 이렇게 여유가 넘치다니. 게다가 도움까지 기록한 것을 보면 분명 평범한 재능은 아니었다.

    ‘다만 아쉽게도 이번 경기는 아무래도 패색이 짙지만 말이지.’

    “그럼 준비할게요.”

    “어, 그래.”

    주심이 거리를 조정하기 위해 스프레이를 꺼내면서 자리를 떠나자 재혁은 허리를 톡톡 건드리면서 상체를 풀었다. 다행히 통증은 느껴지지 않아 안도하면서 말이다.

    그러는 사이 콤파니가 그에게 다가왔다.

    “다치진 않았지?”

    “네.”

    “프리킥은 네가 찰 생각인가? 어쩌면 마지막 공격 기회가 될 수도 있어.”

    먼저 몸을 걱정해준 뒤, 프리킥을 누가 찰 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 콤파니가 슬쩍 고개를 돌려 케빈과 스털링을 찾았다.

    위치도 나쁘지 않고, 지금 그가 한 말처럼 정말 마지막 공격 기회가 될 수도 있었으니, 가능한 프리킥에 자신이 있는 선수가 공을 찼으면 하는 바램에서 한 말이었다.

    다만 그런 콤파니를 향해 재혁은 가뿐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한 번 쯤은 차볼만 하지 않아요?”

    “뭐, 네가 얻은 거니까. 별 말은 않겠다만 그래도···.”

    “거기! 시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빨리 준비하라고.”

    콤파니의 뒷말은 주심의 재촉에 다시 목구멍으로 넘어갔고, 알겠다는 눈짓을 보낸 뒤 재혁의 어깨를 토닥였다.

    선수 본인이 이렇게 의욕을 보이니···.

    “그럼 부담 없이 한 번 차 봐.”

    “알겠습니다.”

    그렇게 빙그레 미소를 보이는 재혁을 뒤로 하고 라인을 짜맞추고 있는 선수들 사이에 뒤섞인 콤파니는 프리킥을 찰 준비를 하고 있는 재혁을 빤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앞에 다가온 케빈을 발견하고 말했다.

    “케빈. 혹시 재혁이 실수하더라도 책망은 하지마.”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가능하다면 너나 스털링이 차게 하려고 했었는데···.”

    “재혁의 프리킥을 저나 스털링이 대신 차게 하려고 하셨다고요?”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케빈이 놀란 어조로 답한 것에 콤파니가 고개를 끄덕였고, 케빈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 슬쩍 시선을 돌려 재혁을 찾았다.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콤파니가 궁금해서 케빈에게 다시 물었을 때, 케빈은 작게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답했다.

    “재혁이 팀에 합류하고 난 뒤로, 항상 마지막까지 훈련장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재혁인 것까지는 알고 계시죠? 그때 재혁이 따로 훈련하던 게 뭔지 알고 계세요?”

    케빈의 이어지는 질문에 콤파니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게 뭐냐고 물었고, 케빈은 그런 콤파니에게 간단히 답해주었다.

    “프리킥이에요.”

    “프리킥?”

    “매번 따로 훈련장에 남아서 프리킥을 연습하더라고요. 이따금 저랑 스털링을 포함해 세 사람이 함께 연습을 했는데···.”

    삐이익!

    주심의 휘슬로 인해 케빈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콤파니는 다시 시선을 옮겨 공을 차려고 준비하고 있던 재혁을 눈에 담았다.

    그저 골대로만 향하게 차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재혁이 스텝을 밟는 것을 콤파니는 노려보다가 재혁의 발끝에 걸린 공이 허공에 뜨기 무섭게 골문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어지는 결과를 확인한 콤파니의 두눈은.

    “···!”

    찢어질 듯이 크게 떠졌다.

    아니, 단순히 콤파니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그를 포함해 레알 마드리드의 11명, 그리고 관중석에 있는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골망에 틀어박힌 공을 노려보다가 뒤늦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정규 시간을 모두 사용하고 추가 시간 1분에 터진 재혁의 프리킥 동점골.

    패색이 짙어가던 경기를 프리킥 한 방에 동점으로 끌어 올린 것이다.

    수비벽 위를 살짝 넘기고 골대 상단에 정확하게 박힌 프리킥을 보면서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때, 케빈은 고개를 주억이고 있다가 콤파니와 눈을 마주치고 작게 웃으면서 방금 끊어졌던 말을 이었다.

    “항상 이런 식이더라고요. 매번 음료수 내기 프리킥 대결에서 공짜로 얻어 먹던 놈은 저녀석이었어요. 정말 지독할 정도로 안 지더라고요.”

    그 뒤로 케빈은 두눈을 껌뻑이고 있는 콤파니를 뒤로 하고 박수를 치면서 재혁에게 달려가 득점을 축하해 주었다.

    3대3.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와의 친선전까지 끝이 나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미국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하지만 끝이 있으면 새로운 시작이 있는 법.

    [맨체스터 시티의 신성, 별들을 상대로 빛을 뿜다!]

    처음엔 그저 어린 선수로 생각하고 있던 재혁의 이야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별의 등장이었다.

    < 64. 프리킥?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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