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54화 (54/225)
  • < 54. 다섯 사람 >

    “최재혁 선수! 매일 스포츠에서 나온···!”

    “데이 스포츠에서 나왔습니다! 갑자기 영국행이 발표가 되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2천만 파운드라는 금액으로 이적이 확정되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를 한 번 듣고 싶은데 괜찮다면 대답 좀 해주시죠!”

    한 명이 목소리를 내자 주변에 모여 있는 기자들이 하나둘 자신의 소속사를 소개하면서 재혁을 향해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내 공항에서 설치해둔 바리케이드를 넘어 재혁에게 바짝 다가가 사진을 찍음과 함께 재혁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준비해온 질문들을 물었다.

    재혁은 일순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묵묵히 출구를 향해 걸어나가다가 도저히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상황이 안나오자 근처에 있는 마이크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를 했다.

    “지금은 특별히 할 말이 없습니다. 기회가 되면 그때 이야기를 해드릴 테니,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도 한 마디만···!”

    “호주에서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때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재혁 선수! 이곳이 불편하시다면 따로 준비한 자리가 있으니 거기에서 한 번···.”

    “공항에서 발길이 붙잡혀 있다는 것 자체가 전 불편한 겁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짧게 답한 후 멈췄던 발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재혁이 기자들의 틈바구니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으나, 수십 명이 진을 치고 있었던 탓에 쉽사리 지나칠 수가 없어 한숨과 함께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기자들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한 마디를 하려고 했는데, 그보다 먼저 목소리를 낸 인물이 있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시죠. 선수의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판단이 들면 지체없이 법적인 조취를 취할 겁니다.”

    앞서 이동하던 재혁의 뒤를 뒤늦게 쫓아와 기자들과 재혁의 사이에 끼어든 메이슨 코치였다.

    다만 메이슨 코치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 한 기자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뭐하는 코쟁이야? 여긴 한국이라고. 영어로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거기 있지 말고 나와! 인터뷰 해야 하는데 방해 되잖아! 헤이, 무브!”

    “헤이, 무브? 그거 지금 나한테 한 소린가?”

    몇몇 기자들이 소리친 것을 들은 메이슨 코치가 두꺼운 눈썹을 들쑥이며 고개를 돌려 사람을 찾았고, 곧 뒤늦게 메이슨 코치가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을 발견한 스포츠 기자들이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동료들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잠깐만···. 저 사람 맨체스터 시티랑 관련 있는 사람인가 본데?”

    “그러고 보니 입고 있는 옷에 박힌 문장이···.”

    “아, 뭐야. 최재혁이 혼자 올 거라고 알려줬던 사람이 누구야? 유소년 선수 하나 쯤은 쉽게 구워 삶을 수 있을 거라며?”

    “일단 빠져. 괜히 법무팀이랑 꼬이면 머리 아파진다.”

    슬슬 상황 파악이 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비키기 시작했고, 그제야 앞으로 나갈 길이 열린 것에 재혁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멈췄던 발을 움직였다. 그 뒤를 쫓아 이동하는 메이슨 코치는 마지막까지 재혁의 뒤를 지키며 걷다가 기자들의 얼굴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에야 안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공항에 준비되어 있는 택시에 오른 재혁과 메이슨 코치는 숨을 고르고 대화를 나누었다.

    “기자들은 어디를 가도 똑같군. 피곤한 존재들이야.”

    “그래도 덕분에 쉽게 처리가 됐네요.”

    “하루이틀 상대해본 게 아니니까 말이지.”

    다음에 한국에 또 올 일이 생긴다면 그땐 따로 함께 움직일 사람을 구단 측에 이야기 해야겠다고 중얼거리던 메이슨 코치는 이마를 긁적이더니 재혁을 향해 뒤늦게 물었다.

    “그런데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이 누구라고 했지?”

    “일단 제 에이전트요.”

    “내가 네 에이전트를 만나러 가는 것까지 같이 가야 하나?”

    “방금까지 저랑 함께 움직여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요?”

    “···.”

    “어차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슬쩍 고개를 들어 차창 너머로 빠르게 지나치는 풍경을 눈동자에 담았던 재혁이 자못 진지한 얼굴로 속삭였다.

    “오늘 안에 다 끝내고 영국으로 갈거니까요.”

    ***

    재혁과 메이슨 코치를 태우고 이동하던 택시가 멈춘 곳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어느 카페 앞이었다.

    처음 와보는 장소였지만 카페 간판이 큼직하게 걸려 있어 약속 장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던 재혁은 메이슨 코치를 이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둘이냐고 묻는 직원의 말에 이미 약속이 되어 있다고 답하며 슬쩍 카페 안을 살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외국인이 한 명.

    손바닥만한 커피 잔에 비하면 과하게 덩치가 큰 백인이 누군지 바로 알아본 재혁은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베르겐씨, 맞죠?”

    “음. 최재혁 선수군. 그런데 옆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코칭 스태프, 메이슨 코치님이세요.”

    “맨체스터 시티의 코치···?”

    의외의 인물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베르겐이 놀란 얼굴이 되어 되물었는데, 재혁은 그런 베르겐을 향해 웃으면서 손짓했다.

    “그럼 저랑 같이 가실까요?”

    “같이 가자고?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었나?”

    “제가 연락했던 거 기억하고 계시죠?”

    재혁의 질문을 들은 베르겐이 잠시간 눈썹을 모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던 게 아니었나?”

    “맞아요. 다만 처리할 계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요.”

    “···?”

    “커피는 다 드신 게 아니라면 가지고 이동하도록 하죠.”

    재혁이 재차 재촉하는 것에 베르겐이 턱수염을 긁적였고, 재혁과 베르겐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메이슨도 상황이 무언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순히 중계인만 만나고 끝나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도대체 재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의 메이슨은 일단 재혁과 베르겐이 이동하는 곳을 뒤따라 이동하다가 또 다른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는 테이블을 향해 재혁이 다가가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중년이었는데, 다른 한 명은 어째선지 눈에 익었던 탓이었다.

    어디서 본적이 있던가, 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메이슨을 뒤로 하고서 재혁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네요. 조연호 사장님, 그리고 차범수 아저씨.”

    “오. 재혁아. 드디어 왔구나.”

    “아무리 바쁘다지만 지난 번에 한국에 왔을 땐 얼굴도 안 보고 그냥 호주로 돌아가버렸지? 그땐 조금 섭섭했다구.”

    “저도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면 다 만나 뵙고 갔었을 텐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케이 브랜드의 사장 조연호, 그리고 재혁이 호주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차범수.

    그 두 사람 또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베르겐이 그랬던 것처럼 재혁의 뒤로 낯선 사람들이 따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재혁에게 물었다.

    “그런데 뒤에 있는 두 분은···?”

    “앞에 계신 분은 베르겐 씨에요. 제 에이전트를 맡아주실 분이죠. 그리고 그 뒤에 계신 분은 맨체스터 시티의 메이슨 코치님이세요.”

    “에이전트와 맨시티의 코치?”

    “그러면 오늘 꼭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라는 게···.”

    조사장의 비서를 포함한 다섯 사람들이 모두 한 테이블에 앉는 것을 확인하면서 재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와 관련된 모든 계약들을 오늘 이 자리에서 처리하려고요. 시즌이 시작되면 축구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제가 따로 만나 뵈러 올 수가 없잖아요? 가능할 때 모두 해결해야죠.”

    이제야 오늘 이 자리에 왜 모이게 된 것인지를 이해하게 된 사람들은 맥이 풀리는 것을 느끼고 헛웃음을 흘렸다.

    ***

    당황스러웠던 것은 한 순간이었고 이내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재혁의 중개인 자격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베르겐이 대화를 주도하며 준비해온 서류들을 하나둘 꺼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해당 되는 서류의 관계인들이 목소리를 내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항들을 조율하는 것이 기본적인 수순이었다.

    갑작스러웠던 만남에 예기치 못 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자리였으나, 다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지 큰탈 없이 원하는 사항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재혁도 조용히 자리에 앉아 무난하게 대화가 진행되는 것을 만족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에이전트를 맡게 된 베르겐이 모두 혼자서 처리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재혁에게 있어서 인생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분들이었고, 그런 분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 자리에 달랑 에이전트만 보내기엔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게다가 가능하다면 두 사람이 편할 수 있는 부분에선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슬슬 선수의 스폰서쉽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재혁이 자세를 고쳐앉았고, 베르겐이 관련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면서 조사장의 얼굴을 살펴보며 물었다.

    “그러면 선수와 기업간의 스폰서쉽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데 말이죠. 제가 알고 있는 조항을 계속 유지하는 건 아무래도 최재혁 선수에게 있어서 손해가 많은 부분입니다. 케이 브랜드를 제외하고도 이제 다른 메이저 브랜드에서도 최재혁 선수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으니까요.”

    “흐음···. 아무래도 그렇겠죠.”

    “일단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을 통해 계산해보자면 생활비 지원과 용품 지원, 그리고 그 외 기타 사항들을 모두 합쳐도 연 3천 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유럽에서 뛰게 될 선수의 가치를 고려하면···.”

    “그건 제가 따로 생각해둔게 있는데요.”

    베르겐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재혁이 손을 들며 목소리를 내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재혁에게 몰렸고, 잠시간 목을 가다듬은 재혁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케이 브랜드의 축구화를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신어온 축구화에요. 아마 다른 축구화로 바꾸게 된다면 제 경기력에 분명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능하다면 케이 브랜드와의 관계는 현상을 유지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축구화가 얼마큼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제는 프로 선수의 입장이기 때문에 모든 일들을 단순하게 생각할 순 없는 겁니다.”

    다른 무엇보다 프로 선수의 가치를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척도가 되는 것이 바로 돈.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인 만큼,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베르겐은 재혁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설명했고, 그 점에 대해 재혁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베르겐에게 말했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와 계약을 맺어도 제가 편한 축구화를 신는다면 결국 전 케이 브랜드의 축구화를 신게 될 거예요. 그 점을 고려하면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계약을 맺는 건 힘든 일이 되겠죠.”

    “흐음···.”

    “그러니까 가능하다면 저는···.”

    “잠깐 끼어들어도 괜찮을까?”

    재혁과 베르겐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조사장이 슬그머니 둘 사이에서 목소리를 냈다. 베르겐과 재혁이 시선을 돌리는 것을 확인한 조 사장은 둘을 향해 한 차례 미소를 보인 후 말을 이었다.

    “재혁이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리고 에이전트 베르겐이 무슨 의미로 말하는 것인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확실히 유럽에서 활동하게 된다면 다른 메이저 스포츠 브랜드에서 스폰서쉽 계약을 제의하려고 하겠지. N사라던가, A사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니까.”

    “딱히 그런 의도로 말하려던게 아니라···.”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렇게 에둘러 이야기 하려고 할 필요 없다.”

    “···.”

    “하지만 중소 기업이라고 이미지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하지.”

    잠시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던 조사장은 곧 눈을 뜨고 재혁과 베르겐을 번갈아 살핀 뒤 입을 열었다.

    “재혁이 네가 나를 생각해준 것은 분명 고맙지만, 어린 선수를 이용한다는 이미지를 안고 갈 수는 없다. 이제 프로 선수가 되었으니, 그에 해당하는 계약을 제대로 맺어야지.”

    “그 말씀은···.”

    “앞으로 5년간 연간 5억씩 총 25억, 그리고 가능한 부분들에서 모든 물품들을 지원하는 후원 계약을 체결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까, 베르겐?”

    “사장님···!”

    조사장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장비서가 놀란 얼굴로 사장을 불렀고, 조사장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장비서에게 답했다.

    “뭘 그렇게 놀라나?”

    “분명 최재혁 선수가 맨시티로 이적한 것이 놀랄만한 일이긴 하지만, 아직 첫 시즌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직도 나를 못 믿나?”

    “!”

    분명 평소와 비슷한 목소리 톤이었으나, 그 안 깊숙한 곳에 담겨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장비서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조사장은 그런 장비서를 향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처음 장학 후원을 체결할 땐 분명 재혁이란 아이가 지니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 그땐 충분히 그럴 수 있었어. 하지만 이젠 아니야. 당장 내후년, 아니. 내년만 되도 상황이 달라질 걸?”

    “···.”

    “그러니까 이번 만큼은 나도 물러설 생각이 없네. 아니. 오히려 재혁이에게 고마워해야 할 입장이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를 후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니까.”

    조사장의 말에 장비서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베르겐이 건넨 계약서에 직접 서명을 하면서 일을 마무리지었다.

    ***

    대략적으로 큼직한 사항들은 대강 정리가 되었기에 재혁은 이후의 일들은 모두 베르겐에게 맡긴다고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메이슨 코치와 함께 맨체스터로 향하는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해 또 다시 택시에 올랐다.

    그렇게 카페에 남게 된 세 사람은 자잘한 조항들을 점검한 뒤 수고했다며 슬슬 주변을 정리했다.

    베르겐이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눈 다음 먼저 떠났고, 다시 둘만 남게 된 조사장과 차범수는 서로의 얼굴을 살피다가 피식 웃었다.

    “이번엔 우리가 재혁이에게 빚을 졌군.”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고 하지 않았나? 저녀석은 나이같지 않은 녀석이라니까.”

    프로가 되면서 어쩌면 복잡해질 수 있었던 일들을 먼저 나서서 처리해주다니.

    그것도 무작정 이득을 취하기 위해 처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인들의 사정을 최대한 봐준 것이 느껴지는 계약들이었다.

    다만 조사장이 마지막에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차범수가 훌훌 웃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마지막엔 무리한 게 아닌가? 억대 스폰서쉽 계약을 한 대한민국의 선수는 지금까지 많지 않은데 말야.”

    “그 많지 않은 선수들 중 한 명이 우리랑 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리고 5년간 25억이라면 오히려 싸게 먹힌 거지. 앞으로 3년만 지나봐, 재혁이는 돈으론 환산 할 수 없는 선수가 되어 있을 걸?”

    “그건 그래.”

    앞으로 3년. 아니 2년만 지나도···.

    두 사람은 다가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대화를 나누다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커피만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기엔 분위기가 서서히 끓어오르는 것이, 맥주라도 한 잔 걸쳐야 할 것 같았으니까.

    < 54. 다섯 사람 > 끝

    ⓒ 권주호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