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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으로 살어리랏다-182화 (182/365)
  • <대군으로 살어리랏다 182화>

    ***

    “맛이 어떠시오?”

    융은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한껏 부푼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중전 신씨는 작게 미소지었다.

    “맛이 훌륭합니다.”

    “꽈배기라 하는 것이오, 꽈배기.”

    “꽈배기요?”

    융은 침소에 비치된 옥침(玉枕)을 바로세우고, 등을 기댄 채,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꽈배기. 아우가 만든 거라오.”

    “대군께서는 재능이 참으로 많으신 듯 합니다.”

    “어디 재능만 있겠소? 겸손하면서도 선비의 덕이 있으니 아마 아우가 왕위에 올랐다면 능히 선정을 베풀었을 것이오.”

    융의 말을 들은 남녀궁인들의 표정관리가 안 됐다.

    왕이라는 자리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는 건, 설령 임금이라 할지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체통을 지키지 못 한 일이라 할 수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궁인의 삶이란 들은 것도 못 들은 거고, 본 것도 못 본 것인데.

    그들은 가만히 귀를 닫았다.

    “대군께서는 전하께 의지하는 바가 큰 걸요.”

    “하하, 맞소. 내 어머니의 일로 아바마마를 원망한 일이 많았는데 지금 보면 어찌 원망만 할 수 있겠소? 아, 중전도 들었소?”

    “무얼 말이어요?”

    “내가 얼마 전에 잠행을 나가지 않았겠소? 한데 아이들이 웬 동요를 부르지 않겠소.”

    “아.”

    중전 신씨는 궁녀 하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무래도 궁녀의 입을 통해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달랐다.

    “그랬습니까?”

    “아니, 그 중대한 소식을 못 들었소?”

    “예. 말씀해주시어요.”

    “그 아이들이, 우리 상감마마 해잡순 굴곽탕, 중전마마께도 해드신 굴곽탕, 상감마마 은혜가 하늘 같더니 성은이 중궁전에도 뻗쳤다네, 라는 가사로 동요를 부르지 않았겠소. 상선은 본인이 다 민망한 지 아이들을 다그쳤는데 내 가만히 들어보니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동요가 아니겠소이까. 그래서······.”

    융은 봇물 터진 듯 당시의 일을 신씨에게 알렸다.

    신씨는 적절한 추임새와 함께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기를 한참여.

    “한데 중전.”

    “예.”

    “어찌 더 들지 않으시오. 진성이 말하길 아주 귀한 음식이라 하더이다. 만들기도 까다롭지만 한 번 만드는 데 소요되는 재물도 상당하다 하니 진성도 내게 진상한 것이 고작 서른개 남짓 밖에 안 되오.”

    진성이 진상한 꽈배기.

    융은 그중에 10개를 앉은 자리에서 먹어 치웠다. 나머지 2개는 장금이에게 줬었고, 또 나머지 3개는 상선에게 주었다.

    꽈배기를 처음 맛 본 상선은 눈물까지 보였다.

    본인 생에 이토록 맛있는 음식은 씹어 본 적이 없다는 극찬과 함께 말이다.

    한데 그 맛있는 음식을, 중전은 단 한 개만 집어 먹었을 뿐이었다.

    “신첩을 돕는 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닌데 어찌 신첩만 먹을 수 있겠습니까?”

    “아······.”

    융은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았다.

    중전을 보필하는 상궁 장씨와 나인 셋이 눈에 들어왔다.

    네 사람은 황망한 듯 고개를 조아렸다.

    “내 미처 중궁의 아름다운 마음은 헤아리지 못 했소이다.”

    융은 조심스레 꽈배기 든 보자기를 중전에게 내밀었다.

    궁관들에게 나누어줘도 괜찮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그에, 신씨는 아이처럼 해맑게 미소지었다.

    머잖아 중궁전을 빠져나오던 융은 상선을 돌아보며 말했다.

    “상선도 보아 알겠지만 우리 중전은 동궁에 있을 때부터 착한 덕이 천하에 으뜸이었다.”

    “신 또한 이처럼 어진 국모는 본 적이 없나이다.”

    “대개 사람이란 처음에는 잘 할지 몰라도 끝까지 잘하는 이가 드물다. 난신들과 역신들을 봐라. 처음에야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처럼 굴더니 결국 어찌 되었단 말이냐? 하물며 중전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 아름다움이 포양(褒揚) 됨이 지극하구나.”

    “그러하옵니다.”

    “도승지가 아직 궐에 있던가?”

    “빈청에 있을 것이옵니다.”

    “그럼 도승지를 좀 부르라.”

    임금은 변덕도 심하시지만 언제 어떻게 기행을 부릴지 모르시는 분이었다.

    그런 임금을 10년째 섬겨온 상선은 군말없이 승정원으로 내관을 보냈다.

    잠시 후, 도승지 권균(權鈞)이 임금의 부름에 허둥지둥 침소를 찾았다.

    “전하, 불러 계시옵니까?”

    융은 누가 보면 공처가라 손가락질 할 만큼 신씨의 칭찬을 입이 닳도록 했다.

    이전에 있었던 일.

    또, 염매의 관련자인 이덕을 용서해준 일.

    오늘 천상의 음식인 꽈배기를 궁관들에게 나눠준 일 등등.

    “···하여 내 존호를 올리게 한 것인데 무릇 사람이란 존숭하는 바가 커지면 의례 간사함과 자만이 생기는데 중전은 그런 바가 없었다. 아니 그러한가?”

    갑작스런 임금의 마누라(?) 자랑에 권균은 황망한 듯 고개를 조아렸다.

    “그, 그러하옵니다. 한 나라의 국모로서 임한 지가 벌써 10년이시온데 한결같은 마음씨니 그 덕이야 관저(시경의 편명)와 규목(시경의 편명)에 나오는 문왕(文王)의 후비가 비기겠사옵니까? 천하에 으뜸가는 국모시옵니다.”

    푸핫, 짧게 웃음을 터뜨린 융은 코를 긁적거렸다.

    “경의 말이 맞다. 내 그래서 존호를 따로 올려 중궁의 덕을 중외에 포고 한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존호를 올렸어도 지방의 백성들은 그 덕을 알지 못 하는 듯 하다. 그러니 일전에 녹수의 일도 있었던 것이 아니냐?”

    “어, 어찌 하오리까?”

    “예흥청 제예 임숭재에게는 속하의 재인(광대)들에게 중궁의 덕을 알릴 수 있는 놀이를 만들라 전하고, 또한 대소신료들에게는 중궁의 덕을 지방의 백성들 모두 포향(흡족히 누림) 할 수 있도록, 시문을 써서 바치라 전하라.”

    “시, 시문을 말이옵니까?”

    끄덕.

    “뭐, 나 같이 덕이 없는 임금을 후세에 누가 종(宗)으로 일컫겠냐만, 중궁의 덕은 임금으로 비긴다면 마땅히 종에 비견할 만하다. 한데 덕 없는 임금을 지아비로 둔 죄로 중궁의 덕이 널리 퍼져나가지 않은 듯 하니 시문으로라도 존숭케 함이 옳지 않겠는가?”

    “그, 그리 거행하겠나이다.”

    “아, 그리고.”

    “하교하시옵소서.”

    “중궁의 덕이 이와 같은데 하물며 우리 대비께선 어쩌시겠는가? 날 기르신 은혜가 참으로 크고 감사한 일이니 대비마마를 존숭하는 시문도 함께 올리도록 하라.”

    “분부 거행하겠사옵니다.”

    권균이 물러가고 나서도 융의 마누라(?) 자랑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에, 상선은 고개를 수그렸다.

    그곳도 수그렸다.

    ***

    “하지만 그 신체검사란 것을 일시에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 나는 지금 빈청이다.

    여기서 프리젠테이션 중인데, 올바른 지적을 한 우의정 채수 씨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다.

    우상대감의 말이 맞았다.

    모병이라고 해도 신체검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21세기의 그것처럼 지방에서도 신체검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결국 팔도 방방곡곡의 지원자들을 한데 모아서 지원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좀 어렵다.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차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생각한 게 지방 병무청 개념이다.

    “해서 대읍들에 하나씩 병무청(兵務廳)을 두면 어떨까 합니다.”

    “병무청이요?”

    생소한 이름에 우상대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군사의 전반적인 행정을 맡는 관청인 셈입니다.”

    “그 병무청이란 것을 대읍에 설치한다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읍들 말입니까?”

    “예컨대 관찰사가 상주하는 곳들이면 되겠지요?”

    “음.”

    “예컨대 전라도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전라도 관찰사 예하에 병무청을 두고 모병을 합니다. 전라도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실시하지만, 모두가 감영(관찰사가 머무르는 곳)까지 올 수 있는 건 아니니 또 다시 모병관을 거읍들,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나주 같은 곳으로 보내고 그 속현들에서 지원한 장정들을 검사하는 셈입니다.”

    “검사라 함은 어떤 걸 이르십니까?”

    “신체적으로 군인이 되기 적합한 검사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요?”

    “예컨대 신장, 체력, 인성 정도를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재정이 많이 소모되지 않겠사옵니까?”

    호조판서 이손 씨였다.

    “그럴 순 있겠지만 병무청이 없다면 원활한 모병이 어려울 겁니다.”

    “흐음.”

    “그럼 그 계급이란 것은 정확히 어떤 걸 이르시는 것입니까?”

    이번에는 대사간 김굉필이었다.

    나는 사조(師祖)에 해당하는 김굉필에, 현대의 육군 계급 체계를 다시 한 번 설명드렸다.

    이미 한차례 설명을 드리긴 했지만 생소한 것인지라 자꾸 까먹으시는 모양이었다.

    “굳이 기존의 직책을 바꾸어 부르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혹 이점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이점.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21세기에서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건 맞지만, 16세기에서 군역을 치러본 건 아니라서 말이지.

    하지만 어떤 책에서 본 기억은 있다.

    계급 체계가 확립이 된 군대와 안 된 군대의 전투력은 극명하다는 글귀였다.

    일견 이해가 가는 글귀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면 여긴 직책이 뭐랄까.

    너무 난해하달까?

    군관만 해도 그래.

    어떻게 보면 여기 군관들은 21세기의 부사관 격이다.

    군관 자체가 계급인 셈인데 여기 또 다른 이름들이 붙는다.

    장무군관, 구전군관, 포도군관, 요사군관, 기패관, 차첩군관 등등.

    사실상 군관 앞에 붙는 것들이 보직+풀네임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게 또 체계가 개판이다.

    그나마 중앙은 사정이 좀 나은데 지방은 딱 개판 오분전인 게 보여진다.

    일단, 여기는 생각보다 나이에 대한 개념이 옅다.

    1~2살 차이는 서로 편히 말 트고 높게는 10살 차이가 나도 친구 먹곤 한다.

    내가 본 케이스는 20년차 친구 사이도 있었는데, 좌우지간 이만큼 나이에 대한 개념은 옅은 편이다.

    다만.

    누가 먼저 들어왔냐 아니냐로 오지게 편가름을 한다.

    21세기로 치면 계급은 상병인데, 상사보다 1년 빨리 들어왔다고 말을 툭툭 내뱉는 셈이다.

    무엇보다.

    ‘내가 편하잖아?’

    이게 제일 크다.

    내가 편하거든.

    물론 굳이 내가 편해서 계급 체계를 개편했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지휘 체계가 바로 잡힐 겁니다.”

    “체계요?”

    “뭐, 지금도 체계가 어수선한다는 건 아니지만 지방의 경우로 상정을 해보자구요. 총지휘관인 수령이 전사했습니다. 그럼 지휘권은 누가 이어받겠습니까?”

    “아전이라던가··· 군에 일가견이 있는 군관이라던가, 혹은 선비로서 덕이 있는 사람이 이어 받지 않겠습니까?”

    이것도 문제다.

    먼저 아전.

    내가 겪은 아전들은 병법 같은 건 1도 몰랐다.

    행정공무원들인데 아는 것도 이상하지.

    그 다음 군관.

    지방의 군관들은 대개 차첩군관이다. 수령이 딱 보다가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군관으로 임명하는 셈인데, 만에 하나 수령한테 뇌물 주고 군관이 된 사람이면 어쩌겠나?

    그 사람이 지휘하는 순간 씨몰살이다.

    다음으로 선비로서 덕이 있는 사람.

    이건 흔히 말하는 유지들을 말하는 건데······.

    한량들일수록 활을 잘 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군사를 통솔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다.

    백발백중이라고 해서 소대장되는 거 아니고, 중대장 되는 거 아니잖나.

    나는 그 문제점들을 일일이 설명해줬다.

    일부는 납득하는 눈치였고, 또 일부는 이해가 안 가는 듯한 눈치였으며, 또 일부는 아니올씨다하는 눈치였다.

    “대감께 여쭙고 싶은 게 있사옵니다.”

    나는 침을 꼴깍거렸다.

    다른 게 아니라 대사성 영감이었기 때문이다.

    “뭐, 뭡니까?”

    “그 사단장이라던가 하는 개념이 무엇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대감께서 아까 설명해주신 사단장이란 게 결국 1개 도를 수호하는 병마절도사와 흡사할 텐데, 병사는 대개 관찰사가 맡는 게 상례입니다. 한데 대감께서 설명해주신 사단장은 무장이 맡게 되는데, 이리되면 관찰사가 더 이상 해당 도의 군사는 지휘하지 않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잘 이해하셨네요.”

    웅성웅성.

    주변 소음이 커진다.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부민고소금지 때문에 수령의 권한 실추를 걱정했던 위인들이니, 관찰사의 군권을 내심 멸시하는 무관에게 맡긴다는 게 영 마음에 차지 않겠지.

    “그리되면 전쟁 발발시 관찰사와 사단장이란 직책의 사람이 의견 대립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여태 설명드린 체계에서 관찰사는 더 이상 군에 관여 할 수가 없습니다. 사단장한테 조언 정도는 해 줄 수 있어도 병사를 징발하거나 명령할 권한은 없는 거죠.”

    “이, 이점이 있는 것이옵니까?”

    홍문관 전한 이행이었다.

    똑똑한 이미지인 이행 씨 마저 되묻는 걸 보고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들을 이해시키는 게 쉽진 않을 거라고.

    그래서 좀 더 쉽게 설명하기로 했다.

    “전한.”

    “예, 대감.”

    “전쟁이 났습니다. 당연히 사령관이 필요하겠지요?”

    “예.”

    “총 20만대군을 막을 10만대군이 모였습니다. 그 10만대군을 통솔할 사람으로 제가 뽑혔네요? 납득하시겠습니까?”

    “···”

    “저라면 차라리 여기있는 별충위장을 천거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주목을 받은 억수 씨가 뻘줌해하자, 나는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 예시로 든 거랑 같습니다. 관찰사는 제가 되는 거고 사단장은 별충위장이 되는 거죠. 잘 싸울 사람이, 그래서 조금이라도 승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군대를 통솔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관찰사가 군에 무능한 건 아니다.

    당장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상당한 병서를 읽었고, 군사에 대한 지식 만큼은 나보다 해박한 편이다.

    하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하고, 전체 문과급제자 비율로 따지면, 대립군으로 생활했던 억수 씨보다 군사 부문에서는 어두운 게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관찰사에게 군을 맡기는 건 전쟁을 운에 맡기는 거랑 같다.

    관찰사가 무략에 통달한 사람이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지리멸렬 할테니까.

    “사단장이란 관직은 그렇다 치지만 기존의 금군과 갑사는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 변경의 정예군들도요.”

    이분은 좌찬성 유자광이란 사람이다.

    갑사 출신이라더니 확실히 그쪽에 관심이 많으시다.

    “모병에 지원을 하면 다행이지만, 사실상 갑사들이 얼마나 지원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의흥위 갑사를 예로들면 진짜 정예군들이다.

    다만 신분 계층을 보면 80%는 지배계층의 자제들인데, 이 사람들이 내가 만드려는 군대 체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난 회의적이었다.

    아마, 본격적으로 모병을 시작하면 사회적으로 천시 받는 백정도 지원을 할 거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지원을 할 테지.

    근데 백정은 병장이고 의흥위 갑사는 상병으로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양반 상병이 백정 병장을 따를까?

    따를 사람도 있겠지만 아닐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

    이런 사람들은 바로 걸러내야 한다.

    그럼 굳이 군대를 개편할 이유가 없어지거든.

    모병을 하기 전에 이런 사실을 알릴 생각이고, 여기에 항의하거나 명령을 어긴 사람은 군율로 다스리게 할 거다.

    그렇게 되면 과연 갑사들도 지원을 할까?

    십중팔구는 안 할 거다.

    갑사들이 얼마나 지원을 할지 모르겠다는 내 말은 여기서 비롯됐다.

    내가 설명하자, 유자광 씨는 얕은 침음과 함께 말했다.

    “갑사들은 모두들 정예롭고 용기가 가상한 자들입니다. 그들을 버려가면서까지 개편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러면 얘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나는 내심 한숨을 내쉰 채 다시금 설명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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