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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으로 살어리랏다-95화 (95/365)
  • <대군으로 살어리랏다 95화>

    나도 선비 행세 해보기, 4진개척.

    ***

    역적 구수영이 금부에 하옥되어 있다.

    이 말을 불과 몇 달 전 들었다면 나는 아마, ‘실화입니까?’ 말하거나 좀 더 친밀한 사이일 경우 나도 모르게, ‘레알?’이라고 되물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참말입니까?”

    내가 말하고도 깜짝 놀랐다.

    참말이냐니··· 사실 참말이냐는 말이 사어(死語)는 아니래도 요즘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잘 쓰지 않는 말이다.

    그런 말을 1995년생 돼지띠였던 내가 쓰고 있다.

    완전한 사극체는 아니지만 현대에도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을 썼다는 것에 있어서 조금씩 이현호가 아니라 진성대군 이역으로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도와 불안이 교차해서 들었다.

    이제는 이 사람들의 말에 공감할 수 있고 때로는 동질감도 느낄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이현호의 정체성이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 말이다.

    “예. 지금 막 금부에 하옥이 됐다고 하더군요. 참으로 육시랄 놈이 아닙니까. 배은망덕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감히 성은을 저버린 놈이 이제 와서 자죄를 청한다니, 참. 말세입니다, 말세.”

    풍원위의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시대상에 맞는 걸쭉한 욕을 시전했다.

    “아주, 여우고개(관악구 남현동에 있던 고개)에서 천년 묵은 구미호한테 홀려서 소로 둔갑 당하고 천년 동안 부려져도 시원찮을 놈이라니까요?”

    이 욕은 여우가 많이 출몰 한다고 해서 호현(狐峴)이라고 불리는 곳에 심술 궂은 영감이 밤중에 고개를 넘다 구미호한테 잡혀서 소로 둔갑 당하고 백년 넘도록 부려졌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욕이었다.

    “그런 욕도 하실 줄 아셨습니까?”

    풍원위는 평소 희한한 말과 희한한 감탄사만 쓰던 내가 웬일로 공감 할 수 있는 욕을 시전하자 뭔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욕 좀 배웠습니다.”

    “그런 건 안 배우셔도 되는데··· 하하.”

    “그나저나··· 역적 잡았으면 잔치 벌여도 시원찮은데 분위기가 왜 이렇게 축 쳐져 있습니까?”

    집에서 쉬고 있던 내게 승정원 관리가 찾아왔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역적을 잡았으니 속히 의관을 정제해 입궐하라는 말을 전했다.

    진성대군이 아니라 별충위장으로 입궐한 셈이었다.

    하지만 막상 입궐하고 보니, 형님을 기다리는 편전의 분위기가 영 우중충하다.

    손 안 대고 코푼 격이니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인데 말이다.

    “제 안위들이 걱정 되는 것이겠지요.”

    “안위요?”

    “원래라면 모두 줄초상을 치렀을 텐데 전하께서 어찌 된 영문인지 성은을 베풀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역적 놈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앞으로 혼란해질 정국이 두려운 것이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희생자 하나 없이, 역적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는데······.”

    나는 새삼스럽게 편전의 재상들을 살폈다.

    이 사람들 모두 전생으로 치면, 국민을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국회의원들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역알못인 나는 이들을 잘 몰라도 나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라와 국민에게 피해를 준 역적을 잡았다는 말에 기뻐하는 태는 커녕 안위 걱정이라니··· 물론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지만 선비의 이상과 동떨어진 모습에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성현의 말씀이 편전에 계셨다면 역적이 어찌 발호했겠습니까?”

    숭재 씨는 약간 노기 띤 얼굴로 저희들끼리, 나라 걱정입네 본인들 앞날만 걱정 하는 재상들을 훑어봤다.

    “선대왕 시절부터 직언은 죽었습니다. 작금에는 직언이 직언이 아니라 본인들이 이렇게 용기가 가상하고 충정이 깊다는 걸 후세에 알리기 위한 도구로 변질 됐을 뿐이지요. 이처럼 과거 직언을 매몰시킨 장본인들이 이제는 세월이 흘러 재상이 되었으니, 세월이 흐른다고 없던 기개가 생길 리 없지요. 하물며 그런 위군자들에게 본인들 안위가 걸린 일이니 좌불안석일 수 밖에요.”

    사람인지라 타인의 목숨보다 제 손톱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프다는 건 이해 할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아니다 싶다.

    그나저나.

    바드득.

    나는 이를 갈고 있는 풍원위를 바라봤다.

    원래 이렇게 진지한 사람이 아닌데 웬 일인지 편전안 재상들에게 적개심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사안이 사안이라 그런 걸까?

    모르겠다.

    “주상 전하 납시오!”

    편전에서 중구난방으로 떠다니던 입들이 일제히 합죽이가 됐다.

    편전을 가로질러 어좌에 착석한 형님은 날 바라보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는, 누가 볼새라 신색을 가다듬었다.

    ***

    “모두들 들어서 알고 있겠소만 반시진 전 쯤, 구수영이 역적 수괴의 수급을 갖다 바치면서 투항을 했소이다.”

    “실로 조선의 홍복이옵고, 만백성이 평안을 누리는 당대의 치세에 하늘이 감복하여 내린 아름다운 조화라 아니 할 수 없사옵······.”

    “부덕하기 짝이 없어서 역적이 발호한 과인의 치세에 무슨 하늘이 감복해서 내린 아름다운 조화인가. 그저, 역적이 궁지에 몰리니 투항을 한 것에 불과하다.”

    “소, 송구하옵니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수급이란 것이 바로 저것이옵니까?”

    명색이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우의정 박숭질(朴崇質)이 대놓고 면박을 당하자, 가뜩이나 살벌한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함인지 유순은 내관들이 들고 있는 함을 가리켰다.

    “그렇소.”

    “구수영이 비록 자진하여 죄 받기를 청했다고는 하나, 한 번 역적인 몸이었으니 수급을 속이지 말란 보장도 없사옵니다.”

    확인은 했냐는 질문이었다.

    “국적(國賊)의 수급을 확인도 안 했겠소이까? 구수영이가 소금에 잘 절여둔 덕택에 확인하기 어렵지 않았소.”

    “망극하옵니다.”

    “내 지금 역적의 수급이나 구경시키려 경들을 부른 것이 아니니 속히 본론을 논하겠소. 구수영이는 한 번 성은을 배반한 자인데 이처럼 다른 역적의 수급을 가져다 바쳤으니 그 죄를 속(면제)해주는 것이 전례에 맞겠소, 아니면 벌을 주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겠소?”

    “···”

    저의 없는 순수한 질문이었지만 편전은 꿀먹은 벙어리들의 집합소가 됐다.

    “입이 수십이 넘는데 어찌 떠드는 입이 하나 없는가?”

    “신들로서는 너무 당연한 말씀을 하시니···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구수영은 사직을 보전한 공도 없고 종묘를 수호한 공도 없는데 외척으로 군사를 일으켰으니 벌을 줌이 마땅하옵니다.”

    “실은······.”

    “하문하시옵소서.”

    “구수영이 자죄를 청하기 전에 서신을 보냈었소.”

    “아니, 그런 발칙한······.”

    조금 전까지 꿀먹은 벙어리들의 집합소였던 편전에 분개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자, 융은 손을 내저었다.

    “본인의 죄를 뉘우치고 있으나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으니 쉽사리 죄를 뉘우칠 수도 없겠다는 서신이었소외다.”

    “허어.”

    “실성을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거늘 감히··· 살려둬서는 아니 되는 자이옵니다.”

    “사지를 찢어 발기고 찢어 발겨진 사체는 들판에 뿌려 들짐승들이 파먹게 하소서.”

    곳곳에서 본심을 가장한 아첨이 새어나왔다.

    구역질이 나는 아첨에 융은 인상을 찌푸렸다.

    “역적의 행동에 그리 역정을 내는 인사들이 어찌 역적이 궐을 점거했을 땐 한 마디 말도 없었는지 모르겠소들.”

    “···”

    “좌우지간, 내 일찍이 편전에서 아비의 죄를 구 씨(임희재의 처)에겐 물지 않겠다 공언하였는데, 지금 형세가 달라졌다고 역적과 연좌하여 죄를 물리면 위엄을 떨치는 일이 못 될 것 같아 경들에게 하문한 것이외다. 게다가 구 씨의 일도 일이지만, 가족의 생사에 쉬이 죄를 뉘우칠 수 없겠다는 구수영의 말에 내 ‘걱정말고 투항하라’라는 어지를 전했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입 한 번 잘 못 놀렸다가는 역시 어떻게 될지 몰랐다.

    편전이 다시 한 번 꿀먹은 벙어리들의 집합소가 됐다.

    쾅쾅!

    그 모습에 구역질이 나다 못 해 분기가 탱천 해진 융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성이에겐 패초를 보내지 말 걸 그랬다.

    화가 나도 표현을 못 하니 역적을 잡았음에도 심병(스트레스)이 더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말들 해보시오. 직언은 신하의 도리 아니겠소.”

    “전하의 의중은 어떠하시온지······.”

    “왜 자꾸 내 의중만 물어보시오. 선대왕에게는 무릇 정치와 정사는 군신이 함께 돌보아야 하는 것이라 그리 말씀하시던 분들이, 이제 내가 군신과 함께 정사를 돌보려 하니 여염집 아낙 치마 들추는 것도 아니고 임금의 뜻만 헤아리려 한단 말이오?”

    “···”

    융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하면 무언은 곧 긍정이라 했으니, 경들의 뜻대로 구수영의 일가붙이 전부와 구수영이가 천거한 사람, 구수영이와 조금의 교분이라도 있는 사람, 피 한 방울의 혈연 관계에 있는 사람, 모조리 잡아 들여 거열을 시키면 되겠는가?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살려주시면 어떻겠사옵니까?”

    진성이었다.

    ***

    형님이 불러서 입조하긴 했지만 실망감만 가득한 편전에 정나미가 다 떨어졌다.

    장차관과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모조리 거수기로 전락했는지, 형님의 질문에도 대꾸가 없다.

    자고로 혼자 떠드는 것 만큼 무안한 일도 없는데 말이다.

    한 편의 콩트도 아니고 형님 혼자 떠드는 편전의 그림을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자니 슬슬 오기가 발동했다.

    무슨 오기냐고?

    “살려주시면 어떻겠사옵니까?”

    이래도 입 안 열래?

    하는 오기.

    의도가 적중했는지 곧 편전이 시끌벅쩍해졌다.

    “그게 무슨······.”

    “본의 아니게 역적질에 가담한 자들을 눈치껏 살려주는 일은 있어도, 그 주동자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은 고금을 막론하고 없었습니다.”

    “만약 지금 역적을 살려준다면 필시 불순한 뜻을 가진 자들이 또 군사를 일으킬 것이니, 이를 두고 어찌 본보기라 할 수 있겠습니까, 대감?”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두들 말씀들이 없길래 난 또 다들 말을 못 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봅니다. 이렇게 말을 잘 하시는 분들이 왜 입 하나 뻥끗 안 하고 계신지들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화룡점정은 쯧쯧 혀 차는 소리다.

    “쯧쯧.”

    “아니, 대감. 국사를 논하는 자리이옵니다. 예를 갖추십시오.”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역적을 살려주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씀이 예를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까?”

    “그럼, 입 하나 뻥긋 안 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갖추고 있는 겁니까? 전하께서 소신껏 말씀하시래서 주견(主見)을 밝힌 것이지 않습니까?”

    “크흠.”

    좌찬성 강귀손 씨가 멋쩍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이 모습이 나름 형님께는 우습게 느껴졌는지 어좌에서 푸핫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진성의 말이 틀린 것이 전혀 없는데 어찌 좌찬성은 연배를 내세워 공신을 겁박하는 것이냐?”

    “연배라니 처,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예 운운한 것이 연배를 내세운 짓이 아니면 무엇이냐?”

    “···송구하옵니다.”

    “그래. 구수영을 살려주자 했느냐?”

    “그렇습··· 아니, 그렇사옵니다.”

    “역적을 살려두는 일은 좌찬성의 말처럼 고금을 막론하고 없던 일이다. 한데 어찌 역적을 살리라는 것이냐?”

    여기서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사실 내가 인권에 대해 무슨 대단한 철학이 있어서 구수영을 살려주자고 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생명이 소중한 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생명이 소중하다는 말은 모순적이게도 교과서적인 말에 불과하다.

    연쇄살인범.

    성범죄자들.

    나라를 팔아먹었던 매국노.

    그들의 생명까지 소중하다는 말을, 나는 차마 못 하겠다.

    같은 맥락에서 구수영은 여기 조선에서는 살인과 강간보다 더 심각한 범죄 취급을 받는 역적질을 저질렀다.

    역적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의 기준에서 인간이길 포기하는 강상죄까지 저지른 것이다.

    그런 사람을 살려달라고?

    ‘그러다 돌 맞지.’

    돌 맞기 싫어서라도 못 한다.

    다만.

    “전하께오서 신의 뜻을 곡해하신 듯 하옵니다.”

    “곡해?”

    “구수영이 비록 죄를 뉘우친답시고 역적 수괴들의 수급을 가져오긴 했지만 여염집(민가)에서 흔히 하는 말로 사람 죽여놓고 사과하면 그게 무슨 사과겠사옵니까?”

    “그런데?”

    “구수영의 죄는 천인공노할 일이고 또 뭐냐, 그··· 아! 강상의 법도를 뒤흔드는 대죄였사옵니다.”

    말을 더듬는 내가 우습게 보였는지 형님이 피식거렸다.

    “그래서?”

    “때문에 구수영은 사형에 처해져도 할 말이 없는 자이옵니다. 다만 가족들은 무슨 죄가 있겠사옵니까?”

    “음.”

    “가족까지 연좌해서 처벌하는 건, 이해는 하지만 폭력적인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시대상에 엇나가는 발언이 분명하다.

    나도 그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형님이 ‘소신껏’ 말씀하라시지 않았던가?

    장곤 선생님이 늘상 하시는 말이 있다.

    -위군자는 가심(假心)을 품고 가언(假言)하고, 군자는 가심(尋心)해서 가언(嘉言)한다. 선비의 도리가 바로 이와 같아야 한다.

    뭐, 당연히 내가 군자나 선비들의 이상에 부합하는 참선비란 소리는 아니고.

    “폭력적인 일?”

    “극단적인 예로, 절대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제가 역모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탄로가 났고 구수영처럼 하옥이 됐습니다.”

    웅성웅성.

    너무 극단적이었나?

    근데 이미 내뱉은 말을 도로 주워담을 수도 없잖아?

    “배가 다르긴 하지만 전하 또한 저와 같은 핏줄이니 전하를 처벌하시렵니까? 또, 전하의 어머니이기도 한 대비마마를 벌하시렵니까?”

    진짜 극단적인 예긴 하다.

    역모의 대상이 임금이니, 어떻게 보면 피해자를 연좌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궤변에 가까운 말이지만, 그래서 극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좌로 벌하지 않는다면 누가 국법의 지엄함을 알겠느냐?”

    이 말도 맞다.

    온정을 베풀면 그 온정이 돌아온다는 말도 이상에 불과할 뿐이다.

    도로와 통신 등의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은 이 16세기 조선에서 연좌를 하지 않는다면 도처에서 유민이 발생할 거고, 민란이 일어날 거고, 여러 문제가 발생할 테니까.

    “그렇사옵니다. 연좌를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국법을 경외하기 보다는 경시할 것이옵니다. 하지만 지금 전하께오서 신들에게 당연히 능지해도 모자랄 구수영과, 그 일가에 관한 처분을 논하시고 있는 것은 전하께서 구수영과 약조한 ‘걱정말고 투항하라’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시기 때문 아니시옵니까?”

    “맞다.”

    “임금의 성명으로 약조했는데 이를 저버리는 것 또한 국법의 지엄함을 내세우지 못 하는 일이옵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느냐?”

    “세종대왕 시절 개척한 사군과 육진의 일을 보면, 오늘날 육진은 남아있지만 사군은 모두 폐사군을 면치 못 했사옵니다. 그만큼 지형이 험준하고 토지가 척박하기 때문일 텐데, 마침 역적들 때문에 북정을 가다가 회군을 하게 됐으니 이 폐사군 지역에 군(郡)을 대신할 진(鎭)을 설치하고, 설치만 한다 한들 사람이 들어가 살지 않을 테니 변방의 군사를 쪼개서 보내고, 또한 구수영의 일가처럼 역적에 연좌된 자손들을 그 사진으로 내쳐서 살게 함이 어떻겠사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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