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반지그 동맹 (139/143)

Chapter 06 반지그 동맹

          1          

 "반지그 동맹?"

 "너한테 불만 많은 세력들이 작당을 하고 뭉친 것 같아."

 반지그 동맹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그 제철소가 만들어진 이후로 손해를 본 자들이 뭉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예상 가능했던 세력인 발리안이 있었고, 광산과 대형 대장간을 운영하거나, 거대 강철 병기를 생산하는 상단과 길드들이 힘을 보탰다.

 은밀히 야합한 그들은 물밑 접속을 통해 지그 제철소의 산하로 들어간 주요 세력들을 뜯어내고 대장장이와 상인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이런 망한 자식들. 부러우면 지들도 제철소를 짓던가."

 "지으려고  시도한데. 하지만 발리안은 아직 퀘스트를 완수하지 못한 모양이라 발리안에 필적하는 대장장이를 영입해서 제철소를 지으려나봐."

 "발리안에 필적하는 대장장이라‥‥‥."

 "귀련 언니를 영입할 거라고 하던데?"

 "뭐!"

 귀련은 아트페디아 최고의 대장장이.

 경영에 관심이 없어서 계곡의 작은 대장간에 만족하고 있지만. 여차하면 언제든 철공소와 제철소를 지을 수 있는 능력이 된다.

 만약 그녀가 반지그 동맹에 가담하게 되면 큰일이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그녀의 명성은 가뿐히 지그를 누를 만하기 때문이다. 활동이 뜸한 지금도 무구 시장에선 귀련의 무구가 유한의 핸드 메이드 제품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 언니 부캐 키우는 데 맛을 들여 놔서 복귀를 선언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야."

 '정확히는 연애에 맛을 들여놓은 거지.'

 현재 귀련. 아니 이혜련은 곽대발과 연애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극기도 도장의 솔로 부대원들은 자신들의 대장이던 곽대발의 탈영을 굉장희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른 넘은 노총각에 전투적이고 조폭을 압도하는 인상을 한 곽대발이 멋지고 늘씬한 미녀와 사귄다니!

 그건 다 이혜련의 취향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화기와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다 보니, 해병대 출신의 곽대발의 대시가 먹혔다.

 덕분에 요즘 극기도장의 솔로 부대원들은 대량 탈영을 획책하고 있다고.

 '자칼 사범님한테 귀련 누나를 꽉 잡고 있으라고 해야 겠다.'

 그렇게 생각한 유한은 리지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쪽에서 그런다고 우리가 두들겨 맞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안 그래?"

 "물론이야. 까불어 댄 만큼 되돌려 쥐야지."

 유한과 리지스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반지그 동맹에 역공을 가할 방법을 논의했다.

 이후. 반지그 동맹의 규모와 활동이 중가하면서 보다 많은 정보들이 지그 제철소로 날아들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반지그 동맹이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인맥과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하여 지그 제철소의 뿌리부터 조여갔다.

 "철광석 생산량을 증산할 수 없단 말입니까?"

 광산왕 가스톤이 전한 말에 유한은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좋은 설비를 갖췄다 하더라도. 원자재가 들어오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광부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어. 유저는 물론이고 NPC들까지."

 "이유가 뭐랍니까?"

 "별거 없다. 임금을 더 많이 지불하고 복지 혜택을 더 잘해 준다니 그쪽 광산으로 빠져나는 거지."

 유한은 이것이 반지그 동맹의 농간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광산왕인 영감님의 영향력이 통하지 않은 겁니까?"

 "물론 예전부터 날 따르던 친구들은 괜찮아. 하지만 최근에 사업을 확장하면서 영입한 신입들은 쉽게 둥지를 떠나 버리더구나."

 "흠, 그랬군요."

 조직이 방만해지면. 상하의 친밀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그건  제철소도 마찬가지다. 친밀도 대신 정확한 역할 분담과 임금과 혜택을 통한 신용 관계로 조직을 운영해 가는 것이다.

 "나도 이번 일을 겪으며 새로 느꼈다만, 지그 너도 명심해 두는 것이 좋겠다."

 "뭘 말입니까?"

 "어떤 직종이든 정상에 서면 항상 도전과 질투를 받게 된다는 거  말이다. 도전을 이겨 내지 못하면 밀려나는 것이고, 이겨 내면 또 다른 이외 도전을 받게 되겠지."

 그건 그랬다.

 대장장이 지그가 아르페디아 대륙에 나타났을 때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는 귀련과 발리안이었다. 이 중에 경영에 관심이 없는 귀련은 한발 물러섰고. 발리안이 대륙의 철과 무구 시장을 주름잡았다. 

 후발 주자인 지그는 항상 그에게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철공소 건립과 블랙 아이언 생산으로 대등한 힘을 갖추었고. 제철소 설립으로 역전시켰다.

 챔피언에서 밀려난 발리안은 다시 도전자가 되었고. 그 뒤로도 최고의 대장장이를 꿈꾸는 유저들이 차기 도전자로 즐비하게 늘어섰다. 지금 지그 제철소에 일하는 유저들 중에서도 그런 후보자가 있을 것이다.

 "항상 추격 받는 입장이기에 선두를 지키는 것은 쉽지않아. 심적으로 시달리게 되지. 도전자는 져도 손해 볼 건 없지만. 챔피언은 단 한 번의 패배로 타이틀을 빼앗기게 되니까."

 "확실히 그러네요."

 대장장이로 발리안을 넘으려 덤벼들 때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으니 내심 걱정과 두려움이 적지 않았다.

 유한은 가스톤이 참 고마웠다. 단순히 자신을 돕고 지원해 줘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 는 조언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영감님."

 "고맙긴 뭘."

 "그런데 조언 하나 더 해 주시면 안 됩니까?"

 "무얼 말이나?"

 가스론의 물음에 유한이 당당히 물었다.

 "선두를 보다 편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요."

 "후후후. 그건 네 스스로 알아야지."

 "그러지 말고 가르쳐 주십쇼. 게임을 떠나서 저보다 오래 살고 여러 가지를 봐 오셨을 테니 여기에 적용할 만한 방법도 아실 거잖아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어 번성할 수 있었던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연장자를 존중했다는 점이다.

 늙으면 힘이 없어 덜도끼를 들지 못하고, 사냥감을 쫓을 만큼 발도 빠르지 않지만, 살아온 세월 동안 보고 듣고 익힌 지식이 있다.

 그들은 그렇게 축적한 지식을 후대에 전하고, 그 후대가 또 연장자가 되어 지식을 전수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축적된 지식은 인간이 우주로 뛰쳐나갈 수 있도록 기여했다.

 어떤 이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말하지만, 노인을 위하지 않은 나라치고 성공한 나라는 없었다.

 유한도 명확하진 않지만. 본능적으로 그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다. 

 "가르쳐 주십쇼. 예? 영감니~ 임!"

 "허허. 난 시커먼 사내자식의 아양을 듣고 가르쳐 주는 취미는 없는데‥‥‥."

 호색한 가스톤은 쉽게 조언을 들려주지 않았다.

 결국 유한 대신 리지스가 아양을 떨어 적절한 조언을 얻어 냈다. 지그 제철소를 위협하는 반지그 동맹의 도전을 뿌리칠 방법에 대한 조언을.

 그리고 그 대가로 리지스는 엉덩이가 한 번 쓰다듬어 지고 게급츠레한 눈이 가슴에 머무는 것을 참아야 했다.

          2          

 [버추얼 메이지 시청자 여러분 안냥하십니까! 여러분의 귀염둥이 요정 미루입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재미난 일이 벌어지면 어디든지 출동하는 버추얼 에이지의 사이버 캐릭터 MC 미루.

 그녀와 버추얼 에이지 취재팀은 지금 브로인 왕국에 있는 발리안의 철공소 앞에 와 있었다. 최근에 또 한 번의 증축을 한 발리안 철공소의 건물 벽면에는 굵게 다음과 같은 글자가 적혀있었다.

 '타도. 지그! 깨부수자. 블랙 아이언!'

 방송을 보는 전국의 아르페디아 온라인 팬들은 유한과 그가 생산하는 블랙 아이언을 향한 발리안의 원한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최근 반지그 동맹의 선두에 선 브로인 왕국의 명장 발리안 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발리안 님.】

 미루는 미리 자신의 옆에 와 있는 발리안에게 인사를 했다. 생방송 인터뷰 때문인지 멋지게 차려입은 발리안은 그녀에게 인사한 뒤 카메라를 향하여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브로인의 대장장이이자, 현재 반지그 동맹의 총수를 맡고 있는 발리안입니다.]

 인사 후, 본격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발리안님. 몇몇 분들은 발리안 님이 지그 님에 대한 앙심 때문에 반지그 동맹의 선두에 섰다고 하는데, 이 말이 맞습니까?]

 [앙심이라‥‥‥ 솔직히 저도 인간이다 보니 그런 소심한 마음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장인이 된 지그 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결코 감정 떄문에 이번 거사에 참여한 것은 아닙니다.]

 화면에 비치지는 않았지만. 지금 버추얼 에이지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구라쟁이 발리안', '거짓말 마라', '가식 덩어리 자식' 등의 글들이 줄줄 올라왔다.

 [그럼 철공소 벽에 적힌 저 문구도 존경의 의미로 쓰신 겁니까?]

 [저건 직원들의 전의를 고취시키고 명확한 목표 의식을 심어 주기 위해 썼을 뿐입니다. 결코 지그 님에 대한 악한 감정은 없습니다.]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한 발리안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저를 위시해 많은 분들이 이번 반지그 동맹을 결성한 이유도 단순히 지그 님이 밉다거나. 저희들의 이득을 침해해서가 아닙니다. 지그 제철소가 아르페디아 대륙 철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폐단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중소 대장간의 몰락이 대표적인 이유겠지요?]

 [물론입니다. 제철소 건립으로 대장장이도 이만큼 할 수 있다고 꿈과 희망을 심어준 것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박수를 쳐 줄 만한 일이지요. 하지만 지그 제철소 때문에 성장해야 할 후발 주자들이 떡잎을 피우기도 전에 무참히 짓밟히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강정을 호소하려는 듯. 발리안은 여러가지 제스쳐를 유효 적절히 취했다.

 스스로는 멋지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취재팀이 보기에는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지그 님이 자신의 초보 시절을 생각했다면 이래서는 안되는 겁니다. 정치에 있어 독재가 극약이듯, 시장에 있어서 독점은 극약입니다. 반지그 동맹의 목표는 단순히 지그 제철소를 타도하자는 게 아닙니다. 시장에  균형을 가져오자는 겁니다.]

【하지만 시정에 균형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그 제철소 못지않은 생산력과 경쟁력이 필요한데. 여기에 관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이십니까?]

 미루의 말대로. 현재 반지그 동맹은 아직 지그 제철소를 능가하지 못했다. 발리안이 대안으로 철공소를 중축했다지만, 제철소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고 생산 효율도 나빴다.

【대장장이 유저들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합니다. 물론 언제까지 그들에게 노력과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기에, 최대한 서둘러 제철소를 지을 예정입니다.]

 [저희 쪽에서 듣자니, 지그 제련강에 대항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셨다는데 이 말이 맞습니까?]

 [사실입니다. 반지그 동맹에 참여 중인 아르마달 길드에세 최근에 헬라드 대륙의 광산을 매입했습니다. 노천광산이라 채굴도 쉽고, 철광석의 질도 우수합니다. 거기다‥‥‥ 인건비도 저렴하더군요.]

 발리안은 중국인 유저들을 대거 고용해 작업장을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은근슬쩍 넘어갔다.

 [여기에 우리는 웨스턴에서 재련 기술이 뛰어난 건스미스를 영입했습니다. 그가 만드는 제련강은 지그 제철소의 제련강에 손색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물론입니다!]

 그렇게 자신한 발리안은 주머니에서 재련강 덩어리 하나를 꺼내 보여 주었다.

 철 특유의 둔하고 무거운 빛이 감도는 최고급의 제련강 이었다.

 현재 아르페디아 대륙에서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 지그 제련강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 방송을 보시는 여러분. 반지그 동맹에 힘을 실어 주십시오. 저희들의 목표는 여러분이 사랑하는 아르페디아 대륙의 안정과 모든 유저의 번영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다음. 버추얼 에이지 홈피 게시판에는 인터뷰를 본 유저들의 소감이 줄줄이 올라왔다.

 - 굵은망치 : 님들아. 반지그 동맹에 가입합시다!

 - 맥스 : 예전에 지금 님께 신세를 졌기에 그럴 수는‥‥‥.

 - 키★라 : 타도 지그!

 - 새콤달콤이 : FPS 겜소설 '대대장 이진구' 텍스트본 어디서 구할 길이 없을까요?

 ↘ 강찬 : 사서봐. -_-+

 철이 아르페디아 대륙을 움직이고 있는 지금 두 세력 의 싸움은 위기이자 곧 기회.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고래등 싸움에 등 터지는 비극을 피함은 물론. 그 와중 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할 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3          

 발리안의 인터뷰는 지그 제철소에 대한 반지그 동맹의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제철소에 비해 떨어지는 생산력은 인해 전술로 해결하기로 결정한 그들은 수많은 대장장이 유저들이 피땀으로 생산한 제련강을 지그 제련강보다 절반은 싼 가격에 시장에 내놓았다.

 헐값에 반한 유저들은 반지그 동맹의 제련강에 환호했고, 지그 제철소를 배신한 상단들은 이 제련강을 대량 매입했다.

 그렇게 새롭게 등장한 제련강은 지그 제련강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물론. 지그 제철소는 호락호락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유저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발 빠르게 상항을 분석하고 대응을 모색했다.

 "이게 반지그 동맹에서 만든 제련강이라고요?"

 유한은 골드러시 상인 연합이 구해 온 제련강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일단은 '동맹 제련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발리안님이 인터뷰에서 지그 제련강에 비해 손색없는 수준이라 말했지만. 실제로 나온 제련강의 품질은 그보다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딜론의 말에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인 스킬로 살펴보니 흠이 있있다. 제련이 꽤 잘된건 사실이지만. 지그 제련강에 비해 불순물이 많았던 것이다.

 유한은 동맹 제련강을 옆에 있던 갈리에게 보여 주었다.

 동맹 제련강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냄새를 맡아 보던 갈리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철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그렇지! 프로인이라는 놈이 만들었던 거랑 흡사해."

 폭탄마 프로인.

 예전에 유한에게 패했던 웨스턴 대륙 최고의 건스미스다.

 그는 유한과의 첫 번째 경합에서 화약을 이용해 생산한 제련강을 만들어 냈었다. 드워프외 기술로 만든 유한의 제련강과 품질은 거의 동등했지만, 황 성분이 많아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동맹 제련강에서도 황이 섞여 있단 말입니까?"

 "그래. 훨씬 더 많아. 프로인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대장장이가 만들었겠지."

 동맹 제련강과 프로인의 재련강은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반지그 동맹의 대장장이들은 발리안이 웨스턴에서 영입한 건스미스에게서 제련 기술을 배웠기 때문.

 "그래도 싸다 보니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그 제철소의 독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동맹 제련강의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그래요? 까짓것 우리도 가격을 내려버릴까?"

 "출혈 경쟁을 벌일 생각입니까?"

 딜론의 물음에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충분히 여력은 있으니까요."

 반지그 동맹의 공작으로 좀 흔들렸다고는 하지만 지그 제철소는 여전히 건재했다. 자금이나 생산력 모두 다.

 "하지만 출혈 경쟁은 양자 간에 타협이 없을 경우 공멸을 불러옵니다."

 가격 인하로 인한 손해도 손해지만. 경쟁이 끝난 다음에 손해 본 자금을 메우려고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 소비자의 반발을 사고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딜론은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현재 반지그 동맹에서 지그 제철소가 철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실제 점유율은 약 6할 정도.

 반지그 동맹이 2할가량이고, 나머지 2할은 수많은 중소 상단과 대장간들이 나눠 갖고 있었다.

 이번에 반지그 동맹이 노리는 것은 지그 제철소의 점유율을 떨어트리자는 것이다. 아마 그들은 4:4:2 혹은 4:5:1로 자기네가 유리하게 시장 점유율을 조정하고 싶어할 터.

 목표 달성을 위해 지독하게 달려들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반지그 동맹이나 지그 제철소의 피해가 만만찮을 것이다.

 "시장의 균형을 가져오자는 게 저들의 명분입니다. 장기 레이스를 할수록 지그 제철소가 명분에서 밀립니다."

 "그 점을 해결할 방법이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쇼."

 다른 방법들도 있지만. 연륜 있는 가스톤이 조언을 해 준 덕분에 유한은 명분도 살리고 실익도 챙기는 최고의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한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지그야. 손님들이 찾아왔어. 네가 보낸 쪽지를 받고 왔다던데?"

 송코가 회의실 안에 들어와서 말하자, 유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누굴 초청한 겁니까?"

 딜론이 흥미가 생겨 물었다. 아르페디아의 철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지그가 초청할 만한 인물이라면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한번 만나 보시렵니까? 안 그래도 딜론 님께 소개해 드릴까 십었는데요."

 "호, 그거 참 반가운 소리로군요."

 유한은 딜론과 함께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응접실로 찾아갔다.

 응접실에 있는 손님은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 전사와 온잦 무기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중무장의 여기사였다.

 딜론은 전자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부대장 자칼이라는 겉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러나 파우린이란 여기사에 대해서는 몰랐다. 하지만 차림새나 용모가 범상치 않아 가볍게 볼 수가 없었다.

 "오셨습니까?"

 "인마. 만나고 싶으면 니가 직접 찾아와야지 버릇없이 어른을 오라가라 해?"

 자칼이 불만스런 표정으로 유한을 째려보았다.

 안 그래도 경치 좋고 몬스터 득실거리는 곳에서 재미있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는데. 유한이 산통을 깨 놨기 때문이다.

 "전 사범님은 오시라고 한 적 없습니다. 누님만 오시라고 한 것뿐인데요."

 "그게 그거지, 인마. 나랑 파우린 씨는 일심동체(一心同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사이란 말이다."

 '진짜 그렇까?'

 그러나 파우린이 옅은 미소와 홍조를 띄는 것을 보니 자칼이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잠시 유한과 자칼의 말다툼을 듣고 있던 파우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갑자기 날 부른 데는 이유가 있겠지?"

 "물론입니다. 파우린, 아니 귀련 누나가 반지그 동맹의 영입 제의를 받고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유한의 말에 딜론은 깜짝 놀랐다.

 아르페디아 최고의 대장장이인 귀련의 주인이 눈앞의 아가씨라는 것도 놀랍지만, 지그와 친해 보이는데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란 말인가.

 파우린은 순순히 대답했다.

 "맞아. 정의를 위해서 꼭 가담해 달라고 하던걸."

 "발리안이 그랬습니까?"

 "아니. 다른 사람이 왔었어. 참가할까 말까 꽤 고민을 했었지."

 파우린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유한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양.

 "하지만 그럴 순 없었지. 지그는 귀여운 내 동생이고. 난 지금 자칼 씨랑 지내는 게 더 즐거우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칼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아주 좋아 죽으려는 자칼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 친구들 발리안이 제철소를 못 지으니까 누님을 대타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대타? 내가 발리안의 대타라고?"

 파우린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현재 귀련을 캐릭터 대기실에 잠재워 두고 있다지만. 아르페디아 온라인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자부심은 항상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대타라니. 그것도 자신보다 한 수 아래라 생각한 발리안의. 

 "이것들이 감히 누구를!"

 파우린보다 자칼이 더 흥분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발리안의 마리에 도끼를 박아 넣을 것처럼 흥분했다.

 "파우린 양, 절대 그놈들이랑 상종하지 마십시오."

 "안 그래도 그럴 셈이에요."

 유한은 반지그 동맹에 대해 단단히 뿔이 난 듯한 파우린을 보고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2단계로 넘어같 때다.

 "누님. 그냥 그러고 말게 아니라 이놈들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놓는 건 어때요?"

 "뭘 어떻게?"

 "그러니까요‥‥‥."

 유한은 자신의 계획을 파우린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야디를 다 들은 파우린은 심드렁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게 해야 돼? 결국 사람 귀찮게 하는 건 너나 그 녀석들이나 똑같네."

 "잠깐이면 되요.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만 얼굴마담을 해 주면 돼요."

 "싫어. 난 그냥 우리 자칼 씨랑 모험이나 할래."

 "누님 한 번만 부탁해요, 네? 이 귀여운 동생을 봐서라도‥‥‥."

 "너 하나도 안 귀엽거든."

 유한은 거절하는 파우린에게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몇 번을 사정한 끝에, 결국 유한은 파우린의 승낙을 받아냈다.

 "고맙습니다. 누님! 이 은혜 안 잊을 게요."

 "어휴. 징그러운 녀석. 이번 일 얼른 끝내야 해. 알겠니?"

 "당연하죠!"

 그녀의 승낙을 받아 낸 유한은 당장 반지그 동맹을 분쇄할 '나누기 작전'을 개시했다.

          4          

 지그 타도를 부르짖은 반지그 동맹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들은 동맹 제련강의 판매에 열을 올리고. 레기온 I, II 를 비롯해 반지그 동맹에서 생산하는 강철 골렘의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여기에 에르젠 합금 증산에소 힘썻다.

 이 모든 것은 전 방위로 지그 제철소를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주력 상품으로 파는 지그 제련강과 에르젠 합금, 블랙 아이언을 견제하기 위해서.

 덕분에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유저들을 상대러 계속적인 홍보에 나서고, 게임 내의 NPC 상인들과 귀족, 국왕들을 상대로도 로비를 했다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자금이 소모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갑부라 웬만한 금액엔 까닥하지 않는 발리안도 일주일 사이에 나간 돈을 보고 입을 떡 벌려야만 했다.

 거액의 돈을 지출한 건 반지그 동맹에 참여한 다른 유저들도 마찬가지. 몇몇은 현질까지 해서 게임 머니를 마련해 버티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마노스 제국에 판매 제의를 하러 가는 발리안은 약해지려는 자신을 다잡았다.

 근래에 있었던 전란과 내란으로 마노스 제국의 재정은 상당히 궁핍한 상태다. 그렇기에 보다 저렴한 철과 강철 골렘에 미네르바여제가 호감을 가질 거라 생각했다.

 '비록 미네르바 여제가 지그의 도움으로 황위를 되찾았다고 하지만 원래 부국강병에 욕심이 많은 군주다. 국가에 이득이 된다면 사사로은 감정은 접어 둘 게 틀림없어.'

 그래서 발리안은 이번 일이 잘될 것이라고 믿었다. 마노스 황궁 정원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뭐야. 저건?'

 위이잉! 위잉!

 크르르릉!

 커다란 회전 톱날을 가진 수레들은 황궁 정원에 있던 나무들을 잘라 내고 있었고. 회전축에 삽날을 단 수레들은 천천히 앞으로 나가며 땅을 파 뒤집었다.

 하르페디아 온라인에 저런 게 있었나?

 눈앞에 보이니 일단은 존재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발리안온 그 기계들이 놀랍다기보다는 하찮아 보었다. 성능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고, 구조도 상당히 조잡해 보였다.

 그때 정원 한쪽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어떻습니까, 폐하? 이번에 저희 제철소의 지그회장이 새로 만들어 낸  벌목 기계와 밭갈이 기계이옵니다."

 "오오, 참으로 대단하구나."

 리지스의 소개에 미네르바 여제와 마노스의 귀족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벌목 기계는와 밭갈이 기계는 유한이 새로 배운 기관 제작 스킬로 만들었다. 아직 스킬이 9랭크밖에 안 되는지라 이렇게 간단한 작업을 하는 기계들밖에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기계들은 미네르바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현실 세계의 성능이 뛰어난 건설 장비나 농기구들을 아는 유저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기계 문명을 처음 접하는 아르페디아 대륙의 NPC들은 달랐다.

 "이것들도 마법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냐?"

 "아닙니다. 기계와 태엽으로 움직입니다. 작동법을 알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느려서 전투용으른 이용할 순 없겠지만, 남쪽의 밀림 개척과 농지 개발에 큰 도움이 되겠군.'

 가뜩이나 전란으로 인구가 줄고, 농지가 황폐해진 마노스 제국이다. 미네르바는 이런 기계들이 충분하게 있으면 모자란 노동력을 만회하고, 식량 생산을 크게 중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 개량의 여지가 있기에, 지그 회장은 폐하의 허락이 있다면 초기에 생산한 이 기계들을 마노스 제국에 바쳐 시험해 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오오, 얼마든지 시험해도 좋다."

 기계들을 진상한 리지스는 다른 용건은 없다는 듯, 여제의 앞에서 물러났다. 그녀는 여제를 알현하러 가는 발리안에게 옅은 비웃음을 짓고 지나갔다.

 '흥, 고물 기계들을 바치고 환심을 사시겠다?'

 코웃음 친 발리안은 미네르바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대는누구인가?"

 "브로인의 대장장이 발리안입니다."

 "그 이름은 많이 들어 보았다. 최근 반지그 동맹의 총수를 맡고 있다는 명장이 그대인가?"

 "알고 계시다니 소인 송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 왔는고?"

 미네르바가 용건을 묻자 발리안은 곧장 자신이 찾아온 연유를 말했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국가의 중요 물자인 철과 강철 병기를 판매하겠다고.

 미네르바는 발리안의 제의에 생각을 좀 하는 듯하다가 말문을 열었다.

 "동맹 제련강이 웨스턴이라는 먼 서쪽 지방의 기술로 만든 것이라지?"

 "예, 그곳의 제철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옵니다. ㅈ;그 제련강에 결코 뒤지지 않는."

 "짐이 듣자니 동맹 제련강은 화약이란 것으로 제련해 황이 섞여 있다 들었다. 황은 철의 품질과 수명을 떨어트린다고 하던데 맞느냐?"

 "그것이‥‥‥."

 발리안은 쉬이 응답하지 못했다. 여제의 말은 사실이다. 문제는 반지그 동맹 내에서도 쉬쉬하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미네르바가 알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동맹 제련강은 겉보기와 달리 그들이 홍보하는 만큼 내구도가 좋지는 않았다.

 '설마 아까 그 계집애가?'

 리지스라는 여자애는 지그와 동업자다.

 이쪽 제품의 단점을 여제에게 알려 주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들은 또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낸 것일까?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것일까?

 발리안이 뭔가 정리해서 말하기 전에 미네르바가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싸도 그런 철은 쓸 수 없다. 그런 철로 만들어진 강철 골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폐하!"

 "이만 물러가거라."

 그리고 미네르바는 발리안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런 식으로 거절당할 거라고 예상 못했던 발리안은 정말이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 쪽지가 왔습니다. 어서 확인하십시오.]

 허탈한 기분으로 황궁을 나서던 발리안은 안내창을 보고 쪽지함을 살폈다.

 방금 쪽지를 보낸 사람은 베레타 공화국에서 활동 중인 반지그 동맹의 상인 유저였다. 뭔 일인가 싶어 쪽지를 열어 본 발리안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 급보! 귀련 님이 철공소를 지었음.

 "귀련 님이 철공소를?"

 발리안은 이게 진짜라 믿어지지 않았다.

 그는 귀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아르페디아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지만. 운영이나 세력 확장에는 뜻이 없어 장인의 길을 꿋꿋이 가고 있던 그녀였다.

 그래서 얼마 전에 자신들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녀가 철공소를 지었다?

 '좋지않군, 무척 좋지 않아.'

 발리안의 얼굴은 미네르바에게 바람을 맞았을 때보다도 더 어두워졌다.

          5          

 귀련이 돌아왔다. 그리고 철공소를 지었다.

 그 소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페디아 전역으로 좍 퍼졌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귀련 철공소가 있다는 베레타 공화국의 율리아 계곡으로 모여들었다.

 "이계 귀련 님의 철공소인가?"

 "엄청 큰데? 제철소보단 못하지만 말이야."

 귀련의 철공소는 많은 자금을 투입하여 처음부터 크게 만들고. 설비들도 일반 철공소보다 서너 배 많이 들였다.

 그래서 꽤 많은 임꾼들이 필요할 듯했지만, 귀련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유한에게 지원받은 일꾼들도 있었지만. 많은 대장장이들이 찾아와 일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귀련 님, 저 여기서 일하게 해 주십쇼!"

 "열심히 하겠습니다!"

 "급료는 필요 없으니 기술 하나만 가르쳐 주세요!"

 그녀의명성을 듣고 대장장이 유저들과 NPC들이 구름같이 몰려와 일하겠노라고 난리를 쳤다 

 귀련은 그렇게 난리를 치는 이들을 보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 지그 녀석 꾐에 넘어가는 아닌데."

 "하지안 이미 되돌아 갈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옆에 있던 딜론이 그리 말했다. 그는 유한의 주선으로 앞으로 귀련 철공소와의 거래를 담당하게 되었다. 또 귀찮아하는 귀련을 대신해 철공소의 경영을 맡기로 했다.

 '후후후. 리지스 양의 분해 하는 얼굴이 선하게 보이는 군.'

 딜론의 예상대로 리지스는 이번 일로 단단히 뿔이 났다.

 그러나 그녀는 곹 현실을 받아들었다. 아무리 상재에 능한 그녀라도 지그 제철소와 귀련 철공소를 동시에 감당 할 수는 없었으니까.

 아무튼 지그 제철소의 아낌없는 지원과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사무적인 도움으로. 귀련 철공소는 사람들외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게 귀련제 무구인가? 생각보다 저렴한 값이네?"

 "공장제니까 그렇지. 귀련 님 수제 무구는 엄청 비싸."

 유저들은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무구점에서 파는 공제제 귀련 무구를 살펴보았다.

 공장에 귀련 무구는 수제 무구와 달리. '鬼'자 마크 대신 도깨비 얼굴을 형상화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공장제의 품질은 수제보다 떨어졌지만, 그래고 비슷한 가격대의 무구들 보다 휠씬 가볍고 튼튼했다.

 당연히 유저들은 좋아했고. 다른 무구들보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귀련제 무구를 사려고 했다.

 "귀련 님이 공장제까지 직접 만드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이렇게 품질이 좋을까?"

 "그야 귀련 님 밑에 모인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좋으니 그렇겠지, 거기다 귀련 님이 한 수 가르쳐 줬을 테고."

 "그것도 그렇지만. 철이 좋아서 그래. '귀련강'의 품질이 끝내 준다고."

 "귀련강이 동맹 제련강이나 지그 제련강보다 좋나?"

 "동맹 제련강보다 월등하고 지그 제련강보다 조금 더 좋대. 그래서 가격도 높게 거래되고 있어."

 귀련강과 공장제 귀련 무구는 유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귀련의 이름값이나 품질올 생각하면 수긍할 만한 가격대였다.

 그렇게 귀련 철공소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시장에서 점유율은 차근차근 높여 갔다.

 "이거 완전 날벼락이군."

 "귀련 님에개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귀련 철공소의 등장으로 당황한 것은 반지그 동맹이었다.

 반지그 동맹을 받쳐 주고 있던 하부 대장장이와 상인들이 이탈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흡수하는 곳이 귀련 철공소였다.

 "귀련 님이 맘 잡고 철공소를 지었으니, 조만간에 제철소도 지을거야."

 "그렇게 되면 지그 제철소 부럽지 않은 세력이 되겠군."

 "먼저 달려가야 대접이 좋겠지?"

 어차피 하부 세력들은 지그 제철소의 시장독점을 막기위해 반지그 동맹에 가담했다.

 지그 제철소를 견제하자는 명분도 살리고 지그 제철소와의 출혈 전쟁으로 손해 본 것을 만회할 길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귀련 철공소로 향하게 되었다.

 덕분에 반지그 동맹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무너져 내렸다.

 "제길 아르마달 길드가 발을 뺐습니다!"

 "베레타 공화국 광산 동맹도 귀련 철공소 쪽으로 돌아섰어요."

 "카잔 공국이 우리랑 거래를 안 할 거랍니다!"

 발리안과 반지그 동맹의 핵심 간부들은 매번 비명처럼 들려오는 급보에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티면 뿌린 만큼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나마 있는 기반도 다 날아가게 생겼다.

 "총수! 지, 지금 TV에, 버추얼 에이지에!"

 "또 뭡니까?"

 발리안은 다크 서클이 낀 벌건 눈으로 전령을 바라보았다.

 귀련 철공소가 등장한 뒤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잘 시간마저 아껴 가며 게임에 접속해 반지그 동맹을 전두지휘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말로 하자면 기니까 얼른 버추얼 에이지를 보십쇼, 어서요!"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보기 싫었지만. 이미 반쯤 체념한 상태였던 발리안은 로그아웃을 하고 캡슐을 나가 TV를 틀었다.

 그리고 채널을 맞추자. 지그가 버추얼 에이지의 MC 미루와 인터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그님, 어째서 방탄 실드와 방탄 장갑에 대한 이익의 삼십 퍼센트를 귀련 철공소에 주겠다고 발표하신 겁니까?]

 [방탄 실드와 방탄 장갑에 들어가는 주름 철판 제작 기술은 원래 제 것이 아니고 귀련 님의 기술입니다. 귀련님이 저에게 가르쳐 주셨지요. 그 기술로 귀련 님보다 제가 더 큰 이득을 취했기에. 뒤늦게나마 귀련 님께 그 이익을 나눠 드리는 게  마땅하다 생각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 사용료, 즉 로열티(Royalty)를 지불하시겠다는 거군요. 하지만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로열티에 대한 시스템 지원이 없지 않습니까?]

 [맞습니다만. 사람이 양심이 있지 어떻게 무시하겠습니까?]

 유한은 그런 핑계로 귀련 철공소를 계속 지원을 할 생각이었다.

 귀련 철공소를 지그 제철소의 방패. 그리고 믿고 협력 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었다.

 저번에 가스혼은 후발 주자들의 도전을 차단할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정상의 권좌에는 관심이 없고, 2인자의 자리에 만족하며 도전자를 대신 물리쳐 줄 믿을 만한 존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귀련 누님이 딱이지.'

 귀련은 경영이나 확장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그녀가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된다면 지그 제철소는 독점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고, 후발 주자들의 도전과 소비자들의 불만을 막아 낼 수 있다.

 그 때문에 유한은 귀련에께 철공소를 지어 시장에 적극 참여할 것을 부탁했고. 이후 상당한 성과를 이뤄 냈다. 시장 균형의 명분을 내세우며 달려든 반지그 동맹을 주저앉힌 것이다.

 '귀련 누님은 반지그 동맹이 무너지면 손 뗀다고 하셨지만 절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내심 그녀를 계속 자신의 방패막이로 써야겠다고 생각 하는 유한이었다.

 "크아악? 지그 저 녀석이 또!"

 한편. TV를 본 발리안은 펄펄 뛰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인터뷰를 통해 귀련 철공소의 등장과 시장 잠식 뒤에는 지그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제길. 경솔했어! 지그와 귀련이 손잡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친한 만큼 둘이 작당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사실 그 때문에 귀련의 영입은 어렵다 보고 포기했었는데, 절대 포기해선 안 되었다. 어떻게든 끌어들였어야 했다.

 "휴! 이제 와서 그런 걸 후회해서 뭘 하냐."

 발리안은 무얼 어떻게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더 버텨 봐야 소용없다는 것 역시.

 이후 반지그 동맹은 일주일 조금 넘게 버티다가 끝내 와해되었다. 동맹의 총수 였던 발리안의 철공소가 파산했다는 소문이 들려온 것도 그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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