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1화 각해격파 (122/143)

각해격파

각개격파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유한과 대장장이들이 도착한 곳은 아르페디아 서쪽의 다이노스 왕국이었다.

바로 리저드맨들이 세운 나라. 그 나라의 왕궁 정원에 유한 일행이 나타나자, 왕궁 수비를 맡은 리저드맨들이 깜짝 놀라 몰려왔다. 

"여, 무기 치워. 우리는 너희들의 적이 아니다."

 유한은 칭호를 곧바로 리저드의 친구로 바꾸고 예전에 받았던 동지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앗! 인간 대장장이다!”

"물러서라! 위대한 혼이 보낸 인간 대장장이다!"

대장급 리저드맨 중에 몇 녀석이 유한을 알아보고 부하 들을 물렸다. 그들은 곧장 리저드 킹에게 연락을 했고, 덕분에 유한은 시간 낭비 없이 리저드 킹을 만날 수 있다.

"오오! 인간 대장장이, 오랜만이다.”

예전보다도 더 신수가 흰해진 리저드 킹과 이제는 리저드 퀸이 된 리저드 샤먼이 유한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동안 잘 지냈어?"

"우리 리저드 잘산다. 협정 지키며 내실 다졌다.”

"그래. 너희가 인간들과 잘 지낸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아르패디아 온라인에 여러 유사 인간과 이종족들이 살고 있지만, 다이노스 왕국처럼 인간들과 싸워 성공적인 건국올 이뤄 낸 이종족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많은 이들이 리저드맨들의 나라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지 흥미를 갖고 지켜 보았다. 대부분은 회의적인 입장 이었는데, 그들의 힘이 강해도,기본적으로 인간들이 혐오하는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저드맨들은 협정이나 약속올 잘 지켰다. 오히려 어기는 것은 매번 인간들 쪽이었고,그때마다 리저드맨들은 합당한 응징을가했다.

그렇게 정직한 리저드맨들이었기에, 그들은 자신들에게 복속한 인간들을 탄압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苗) 키예프 공국의 백성들은 줄어든 세금과 각종 제제에 기뻐하였고, 그들의 왕성한 농업 생산과 경제 활동은 다이노스 왕국에 큰 보템이 되었다.

라저드맨도 인간도 예전보다 더 살기 좋아졌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왔나?"

 리저드 킹의 물음에 유한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있으면 서쪽에서 인간들이 대거 몰려을거다"

"알고 있다. 서쪽 사막 너머 땅에서 인간들 온다고 위 대한 혼이 가르쳐 줬다.”

 리저드샤먼,아니 리저드퀸이 뭔가 아는 눈치였다. 하긴 왕년에 주술사니까 지금도 뭔가 전해 듣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자세히는 안 가르쳐 주는 모양이지만.

"그래, 서쪽 사막 너머에 웨스턴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의 유저, 아니 인간들이 동쪽 땅을 노리고 있다. 다이노스 왕국부터 쳐들어와서 빼앗으려 들겠지.”

유한은 최대한 리저드 킹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 리저드 킹이 펄적 뛰었다

 "나쁜 놈들이 온단 말이냐? 무찌른다! 모두 죽인다! 위대한 혼이 싸움 거는 절대 용서하지 말라고 했"

“그래 놈들을 용서하면 안 되지. 암 안 되고말고.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 그놈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나?"

유한의 말에 리저드 킹과 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먼저 입을 연 것은 리저드 퀸이었다.

"그 인간들 강하나?"

"강해. 너희가 상대했던 키예프 공국의 인긴들보다 더 강해.”

“얼마나 강하나? 스콜피언 퀸이나 자이언트 샌드웜보다 강하나?"

리저드맨들에게 그 둘이 가장 무시무시한 상대로 각인 되어있는 모양이다.

유한은 어떤 놈들인가 설명을 해 주려다가 둘을 대장장이들이 있는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유한은 왕궁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 중 건스미스인 카프를 불렀다.

"사격 실력 좀 보여 주십쇼. 간단해도 괜찮아요.”

유한의 말에 카프는 인벤토리에서 머스켓총 한 정을 꺼 내 들더니 장전했다. 그리고 왕궁 위를 날아가는 비둘기를 노려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성과 함께 비둘기가 땅으로 털썩 떨어졌다.

그런데 리저드맨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유한은 미개한 이들이 대단히 놀라거나 아님 신의 분노쯤으로 알 줄 알 았다.

그러나 멀뚱히 쳐다보기만했다. 

“뭐야? 전혀 신기하지 않은 거야?"

 유한의 물음에 리저드맨들은 당연하다는 듯 한마디씩 떠들어 댔다.

 "콩알을 쏘는 불 뿜는 막대기 우리도 안다.”

 "그거 쓰는 인간들도 여럿 봤다.”

 "까부는 놈은 우리한테 죽었다.” "머리랑 몸통에만 안 맞으면 별로 안 아프다.” 이미 리저드맨들은 총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 아는 것은 당연했다. 이 다이노스 왕국은 웨스턴과의 대륙 횡단로에 자리 잡은 나라다. 웨스턴의 유저들이 아르페디아에 방문하면서 반드시 들렀을 테니, 총이나 총성에도 익숙할 것이다. "우리 리저드 저 불막대기 별로 안 무섭다.”

 "별로 안 무서워? 하지만 개미만큼 많은 인간들이 죄다 저걸 들고 있다면 어떨까?" 맞으면 무지 아픈 콩알을 소나 기처럼 날려델 텐데 말이야.”

콧방귀를 뀐 리저드맨들도 유한의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총을 든 인간 하나를 잡는다고 동족 여럿이 죽고 다치는 걸 봤던 그들이다.

거기다 불 막대기를 든 인간들은 때로 불과 벼락을 일으키는 쇠공올 던지기도 했다. 그게 터질 때도 동족들이 숱하게 죽었다.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졸병 리저드맨들뿐만 아니라 리저드 킹 역시 그랬다.

“정말 불 막대기 든 인간들이 개미 떼만큼 많이 오나?

"개미 떼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지."

"이길 방법 없나?"

리저드 킹의 심각한 물음에 유한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당연 있지. 내가 누구야? 너희들 친구잖아. 너희들을 이기게 만들려고 여기 온거라고.”

유한은 이동해 올 때 가져왔던 제련강과 철판을 리저드 킹에게 보여 주었다. 제련강은 죄다 지그 철공소가 자랑 하는 드워프의 철이었고, 철판들 중에는최강의 방어력을 선사하는 주름 철판이 섞여있었다.

“콩알 따위 하나도 무섭지 않게 해 줄게.”

유한은 곧장 다이노스 왕국의 리저드맨 용사들을 무장 시킬 무구의 생산에 돌입했다

리저드 킹은 유한을 위해 다이노스 왕국에서 가장 큰 대장간을 쓰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를 도우라고 나라안 에 있는 대장장이들도 죄다 모아 유한에게 보냈다.

그렇게 차출된 대장장이 중에는 구 키예프 공국의 백성도 있었지만, 예전에 유한에게 한 수 배웠던 리저드맨도 있었다.

"총알을 막기 위해선 매우 견고한 방패가 필요해. 견고한 방패를 얻기 위해선 이 주름 철판을 사용해야 하는데, 일반 철판 사이에 주름 철판을 끼우면…….”

유한이 다이노스 왕국의 대장장이들을 교육히는 사이, 함께 온 철공소의 일꾼들과 지그 철강 조합원들은 가지고 온 제련강으로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 살다 살다 몬스터를 위해 무구를 만드는 날이 올 줄이야.”

"이봐, 카루라, 흉갑 그렇게 만들면 리저드맨이 못 입 어”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 유한이 데려온 대장장이들은 리저드맨들이 사용할 무구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자, 이게 방탄 실드야. 화살은 물론이고 총알도 못 뚫지.”

유한은 시범으로 만든 방패를 카프에게 쏴 보도록 시켯다. 요란한 총성과 함께 날아간 탄환은 방패에 박혔지만 철판 사이에 끼인 주름 철판 때문에 관통하는 데는 실패 했다.

 구경하던 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대단하지? 그저 철판을 세 개 겹치는데 가운데 주름 철판 때문에 방어력이 늘어나.”

설명을 끝낸 유한은 다이노스 왕국의 대장장이들에게 방탄 실드의 제작을 맡겼다. 방탄 실드의 제작에 필요한 최고급 철판과 주름 철판은 유한이 충분히 챙겨 왔기 때 문에 대장장이들은 그냥 맞춰서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철판사이에 주름 철판 넣어서, 이렇게 하면 되나? 리저드맨 대장장이 하나가 제가 만든 방탄 실드를 유한 에게 보여 주었다. 유한은 말로 하는 대신에 망치로 방패를 툭툭 두들겨 보았다. 그러자 붙여 놓았던 철판들이 세 개로 쪼개지며 떨어져나갔다. "인마,접합불량이잖아! 다시!”

 "히이익!”

호되게 혼이 난 리저드맨 대장장이는 다시 철판올 달구어 겹치고 망치질을 했다. 그사이 또 다른 리저드맨이 방탄 실드를 만들어 유한에게 보여 주었다.

"봐라, 이거. 나 인간 대장장이보다 더 잘 만들었다."

"호, 정말 총알이 전혀 안 들어가겠는걸?"

그러나 잠시 후 유한은 리저드맨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너무 두껍고 무겁잖아! 이런 걸 전쟁터에 어떻게 들고 다녀!"

칭찬을 받으려고 두께를 2배 더 두텁게 한 리저드맨은 혼만 잔뜩 난 채로 물러났다. 이후로 몇 녀석이 완성품을 더 들고 왔지만, 꾸지람만 들었다.

유한은 한숨을 폭 쉬며 직접 방탄 실드를 만들기 시작 했다.

"에효, 다이노스 왕국의 앞날이 깜깜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한은 리저드맨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이전에 플레임 마운트에서보다 많이 늘었음을 인정 하지않을 수없었다.

예전에는 몬스터가 만든 것임을 티 내듯 조잡하기 짝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모양도 잘내고, 장식과 문양 까지 만들어 붙였다.

"한번 만들어 봤다.”

키가 조그만 리저드맨이 유한에게 방탄 실드를 내밀었다

유한은 방탄 실드를 들다 말고 리저드맨이 만든 것을 살펴보았다. 또 개판이거니 했는데 의외로 야무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접합도 좋았고 크기나 무게도 적당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다면, 마름모꼴의 방패 모서리 네 곳 중에 세 곳을 가죽으로 감싸고 징으로 박아 고정시킨 것이다. 

“이건 뭐야?”

"방패 모서리에 부딪치면 아프다. 부딪쳐도 안아프게 하려고 그랬다.”

“그럼 아래쪽은 왜 그냥 놔뒀어?"

 "그쪽으로 적올 찍으면 된다. 그래서 그쪽을 일부라 날 카롭게 갈았다.”

그 말에 유한은 다시 한 번 방패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니, 아이템의 정보를 살폈다.

[방탄실드]

방어:80 공격:30’ 내구:100

설명 : 름모꼴의 강력한 방어력올 가진 방패. 화살이나 총알도

너끈히 막아 낸다. 모서리에 찍히면 죽음을 체험 할지 모른다

‘오오! 리저드맨 중에 이런 놈이 있다니!’

싹수가 있는 녀석이 아닌가. 솜씨도 훌륭하거니와 이렇게 사용자를 배려하고’ 무기로도 쓸 수 있게 창의적인 생각을하다니!

처음부터 자신이 가르친 리저드맨이었기에 유한의 기쁨은 두배가되었다.

그때 유한의 몸에서 환한 빛이 터져 올랐다. 반투명한 아기 천사들이 날아와 꽃잎을 뿌리고 나팔까지 불어 주었 다.

 [스승의환희]를경험하셨습니다.

- 청출어람 청어람. 제자가 스승의 경지를 넘으면 스승의 기쁨 은 배가 됩니다. 앞으로 계자를 가르칠 때 제자들의 배우는 속도가20%빨라집니다.

 -솥씨가30오름니다.

 - 앞으로 모든 생산 아이템에 이름이 남습니다.

스승의 환희!

스승의 고뇌, 스승의 시련에 이은 세 번째의 기연이었다. 누군가를 가르쳤는데, 그가 자신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면 경험할 수 있는 모양이다.

유한이 만든 방탄 실드는 그저 둥글고 블록한 라운드 실드. 그러나 이 작은 리저드맨이 만든 것은 마름모형! 나름 공격력까지 갖춘 물건이었다. 그런데 메시지를 읽던 유한의 눈이 번찍 뜨였다. 

'아이템에 이름이 남는다고?' 

 바로 중단한 작업을 이어서 한 유한은 잠시 후에 완성한 방탄 실드를 보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지그방탄실드j 방어 :100 내구:150

설명 : 아르패디아의 명장 지그가 손수 만든 방탄 실드 이거 하나

면 화살과총알이 비처럼 쏟아져도 무섭지 않올 것 같다.

"아이템에 정말 내 이름이남았어!”

 이전에는 물건에다 직접 이름이나 문장을 새겨야 자신이 만든 것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산한 아이템에 자동으로 이름이 남고, 설명에도 아르페디아의 명장 지그가 만들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귀련이나 발리안도 아직 하지 못한 유니크한 경험

"하하핫! 내가 아르패디아 최고의 명장이다!"

 신이 난 유한은 주변에서 바라보건 말건 신나게 방탄 실드를 비롯해 여러가지 무구들을생산했다.

 훗날 이날은, 아르폐디아 온라인 최초로 아이템 정보에 이름을 올리는 명장이 나온 날로 기억되었다. 재미있게도 최초로 그 명장이 만든 무구의 혜택을 받은 이들은 유저도, NPC도 아닌 몬스터 리저드맨들이었다.

골드맨이 길드장으로 있는 골드윙 길드는 웨스턴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길드였다.

골드맨의 현질로 시작된 친위 길드였지만,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자 유럽 서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길드가 되어버린것이다.

그런 골드윙 길드가 길드원들을 소집해 웨스턴 대륙과 아르패디아 대륙을 잇는 사막을 횡단하고 있었다.

그 숫자는 물경3만.

처음에 파견하려고 한 인원은 1만 명 정도였다. 골드윙 길드의 이름값을 생각해 어느 정도 레벨이 되고 전투에 능한 이들만 출정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친분 있는 군소 길드들이 가세하고, 떡고물을 주워 먹으려는 뜨내기 유저들도 따라나서면서 이만큼 숫자가 늘어나고 말았다. 

“아,정말 덥군.”

“이곳까지 오면서 오아시스 하나 없다니!”

"게임이 아니면 벌써 죽었을 거야.”

 사막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사막을 건너 

아르패디아 대륙에 건너간 유럽 유저는 얼마 되지않았다.

그나마 개개인이나 소규모 파티가 사막을 넘었고, 백 명 단위의 집단이 무리지어 간 것은 세 번밖에 되지 않았다.

베레타 공화국의 마노스제국침공 때 골드맨이끌고 간 이들이 첫 번째였고, 이후 골드윙의 선발대가 건너 간것이 두 번째, 그리고 지금이 세 번째였다.

“그런데, 아르페디아 대륙이 그렇게 좋다며? NPC들도 많고 각종 몬스터나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도 좋은 게 많다던데….”

"뭐니 뭐니 해도 에르젠이 최고지. 에르젠 합금으로 총을 만들면 총이 가벼워지고 사거리도 늘어난대.”

“어디 에르젠뿐이겠어? 이번에 아르페디아 대륙을 먹으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거야.”

다들 승리를 확신한 듯,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들떠 있었다.

사막이 덥고 험난하다지만,이 욕망에 찬 유저들의 발길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골드윙 길드원들을 비롯해 유럽 유저들이 왁자 지껼 떠들며 사막을 횡단하고 있을 때였다.

휘이이잉!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앞에 일단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와 열을 지어 서 있는 게 마치 그들을 기다리 고 있었던것 같았다.

"뭐야?몬스터잖아.”

"생긴게 꼭 두발로선 도마뱀같은데...….”

‘리저드맨이군! 그것도 다이노스 왕국의 리저드맨들이야.’

골드윙 길드의 부길드장인 구스타프는 한눈에 그들이 누군지 알아챘다.

그는 이곳으로 오기 전 자신들의 앞길을 막을 적들에 대해 나름 조사를 했고, 그중에는 강철 무구로 무장한 다이노스 왕국의 리저드맨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원 전투 준비!”

비록 리저드맨들이 게임 내에서 이름 좀 날렸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상대는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놈들의 숫자도 2만 정도로 자신들보다 수효도 적지않은가.

 "단숨에 놈들을 처리하고 사막을 넘는다! 공격!”

 구스타프의 명령에 선두의 유저들이 먼저 함성을 지르며 리저드맨들을 향해 돌격해 갔다. 

"우의아아! 경험치다!” “저놈들다내거야!”  "무슨 소리! 먼저 총알 박는 놈이 차지하는 거야!"

비록 골드윙 길드를 중심으로 뭉쳤다지만,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 있다 보니 질서도 없었고, 통제도 없었다. 그저 우르르 몰려가 집단으로 공격하려 할 뿐.

그들은 상대가 몬스터라고 얕보고 있었다. 거기다 자신 들은 총과 폭탄도 있고, 마술사의 지원을 받으니 문제없 이섬멸할수 있다 판단했다.

 "후후후! 걸려들었군.”

2만 리저드 군단의 선두에 서 있던 유한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저 멍청한 놈들 중에 자신들의 오만이 얼마나 큰 후회를 불러을지 아는 놈은 없는듯했다. 상대가 방심할수록 이쪽은 이득. 유한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리저드 킹을 바라봤다. 유한의 시선올 받은 리저드 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와이번의 뼈로 만든 피리를 불었다.

삐이이익一!

사막을 가로지르는 고음의소리.

리저드맨들을 향해 달려드는 웨스턴 대륙의 유저들이 순간 흠칫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다시 고함 올 지르며 공격해 들어왔다.

그렇게 두 집단 간의 거리가 약 20미터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였다.

"크악!”

“케에에엑!”

갑자기 모래사막이 음푹 꺼지더니 유저들이 빨려 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사라진 숫자가 무려 5천이 넘었다.

"뭐,뭐야? 뭐가 나타난거야?"

갑작스런 변고에 돌격하던 웨스턴 유저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들이 자신의 동료들을 빨이들인 모래 구덩이를 바라보며 경계할 때 갑자기 발밑에서 창과 칼이 튀어나왔 다.

"크아악!” "악!”

창과 칼을 내지른 존재는 리저드맨들이었다-

유한과 리저드 킹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사막의 모래 속에 숨어 그들올 습격히는거였다.

사막 출신의 리자드맨들은 뜨거운 모래 속을 헤엄치둣 자유롭게 헤집고 다니며 공격했다.

"제길! 땅속에 뭐가 있다!”

졸지에 혼란에 빠진 웨스턴의 유저들.

그들은 모래 속을 향해 마구잡이로 총을 쏘고 창칼을 찔러 넣었지만, 소득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우왕좌왕할 때 리저드맨 본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우리땅지키자!침입자죽여라!"

"우!우!우!”

리저드 킹의 외침에 정렬해 있던 2만의 리저드맨들이 창대로 방패를 두들기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땅속 에 숨어 있던 3만의 리저드맨들까지 우수수 튀어나와 적진으로 달려갔다.

"위대한 혼의 사자도 용서치 말라 했다. 리저드 공격!”

총 5만의 리저드들의 돌격은 마치 거대한 파도와도 같았다.

푸른 물결을 이루며 달려오는 리저드맨들을 본 웨스턴의 유저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뭐,뭐가 저리 많아^

"당황하지 마라! 총병 앞으로!”

골드윙의 부길드장 구스타프는 침착했다. 그의 고함에 머스켓티어와 건스미스 둥, 총기를 든 유저들이 앞으로 나와 리저드맨들을 향해 총구를 내밀었다.

“사격 개시!”

콩 복는 듯한 총성이 연달아 올리며 수천 정의 총에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화약의 폭발 압력에 떠밀린 총탄들이 리저드맨들을 향하여 날아갔다.

그러나 리저드맨들은 총병들이 총구를 내밀었을 때, 이미 방패를 앞에 든 상태였다.

선두에 선 리저드맨들은 다이노스 왕국에서 가장 강한 전사들로 인정받은 용사들. 그들의 손에는 Z가 새겨진 지그 방탄 실드가 들려 있었다.

카앙!팅! 티--팅!

날아온 총탄은 시끄러운 소리를 올리며 박히거나 혹은 튕겨져 나갔다. 간혹 몇몇 리저드맨들이 다리나 머리에 총탄을 맞고 쓰러졌지만, 그들은 일부에 불과했고, 빈 자 리는 뒤에 있던 리저드맨들이 바로 채웠다-

"이,이런! 총알이 안통해!”

"제기랄, 저 방패 뭐야 몬스터 따위가 왜 방탄 실드를!”

총병들은 장전된 여분의 총올 죄다 쐈지만, 리저드맨의 돌격을 막을 수 없었다. 후방의 마술사들이 마법탄올 날려 댔지만, 키예프 공국과의 전쟁으로 마법 공격에 단련된 리저드 군단을 저지할 수없었다. 

“이 망할 도마뱀들이.”

막 폭탄에 불을 붙여 던지려던 유저는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맞고 쓰러졌다. 그의 손에서 굴라 떨어진 폭탄은 애꿎게도 다른 유저들 사이에서 터져 버렸다-

"뭐야?빙금어디서공격이?"

 "저쪽이야, 저쪽의 바위산에서….”

 막 바위산을 가리켰던 유저 역시 날아온 화살에 맞고 쓰러졌다. 바위산 너머에서 화살은 연달아 날아들어, 웨스턴 유저들의 머리 위로 비처럼 쏟아졌다.

바위산에는 아르페디아 대륙의 주인인 한국 유저들이 매복을 하고 있었다. 지그 철강 조합의 격문을 보고 대륙 서쪽에 있던 유저들이 다이노스 왕국을 지원하기 위해 달 려온것이다. 

"유럽자식들맛좀봐라!” “총 있다고 재지 말라 이거야!”

채린을 위시한 궁수 유저들은 바위산에 몸올 숨기고 쉘 새 없이 화살을 날렸다.

“갓 뎀! 코리안들이 몬스터랑 손올 잡았다!”

"다 죽여 버렷!"

측면에 있던 유럽 유저들은 바위산을 향하여 총을 쏘았다. 그러나 그들이 날린 총알은 바위산에 가로막혀 궁수 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그에 반해 곡사가 가능한 활은 문제없이 유럽 유저들을 공격했다.

“크악! 망할 코리안들! 직접 포를 떠 주마!”

견디다 못한 머스켓티어들이 살기등등하게 칼을 뽑아 들고 바위산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다가오자 바위 틈새 에 대기하고 있던 전사와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왔다!죄다 쓸어버려!”

"돌격 앞으르!”

옌스가 선두에서 참마도를 휘두르며 유럽 유저들에게 돌격했다. 그의 뒤를 블루라이언스들과 수천 명의 한국인 유저들이 따라나섰다.

"자식들아, 여긴 우리 땅이다!”

"너네 대륙으로 꺼져!”

옌스와 몇몇 고랩 유저들올 빼면 한국 유저들과 유럽 유저들의 실력은 비슷했다.

그러나 산 위에서 산아래로 내달리는 한국 유저들의 돌진은 무시무시해서, 바위산으로 접근하던 유럽 유저들을 순간에 짓밟아 버리고. 그들의 본대에 난입했다. 

“코리안들을막아라!”

 "헉! 전방에 리저드맨들이!”

양쪽에사 한국 유저들과 리저드맨들의 공격을 받은 골드윙과 유럽 유저군의 전열이 크게 뒤흔들렸다.

이미 사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머스켓티어들은 총을 버리고 검으로 맞섰고, 상인이나 건스미스 등 다른 유럽 유저들도 창과 도끼 같은 근접전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나 상대는 근접 전투에 익숙한 한국인 유저들에 유저들 못지않은 무구를 걸친 리저드맨들이었다. 특히 키예프 공국과의 전쟁 때 활약한 리저드맨 상급 전사들은 여느 고렙 몬스터 부럽지 않은 전투력을 보여 주었다.

 "아르패디아 대륙을 수호하자!”

 "님들, 힘내세요! 제가 버프 써 드릴 게요.”

 의용군은 바위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리저드맨 군단 뒤에 저레벨이지만, 의욕만은 하늘올 찌르고 남는 수천의 한국인 유저들이 있었다.

새로운 적군이 등장하자 유럽 유저들은 기가 질리지 않 올수없었다. 

“아니. 또!”

"이러다 여기서 다죽는거 아냐?"

가히 후대에 길이 기억될 만한 전투였다.

유럽 유저들에겐 끔찍한 악몽으로, 한국 유저들에겐 찬란한 영광으로.

유저도 몬스터도 모두 아르패디아 대륙을 수호하기 위해 용감히 들고 일어섰다.

이들의 힘과 의지는 결코 유럽 유저들이 감당할 만한게 아니었다. 그렇게 골드윙과 웨스턴의 유저들이 모래성 처럼 무너지려 할 때였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리저드맨 수십 마리가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그들을 공격한 것은 전신을 황금으로 도금한 거대한 강철거인이었다.

"얼래, 저거?"

유한은 문제의 강철 거인을 보고 눈올 동그랗게 떴다.

저 강철 거인은 다름 아닌 블랙 아이언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자신이 골드맨의 주문을 받고 만들어 줬던 황금의 블랙 아이언인 것이다.

"가라! 골드 아이언! 놈들올 쓸어버려!"

"알겠습니다. 부길드장님."

골드윙에서 골드 아이언이라고 불리는 거대 병기를 가동시킨 것은 부길드장 구스타프였다.

길드 회심의 병기를 이곳에서 사용할 줄은 몰랐지만, 골드 아이언의 강력한 힘이라면 저 망할 도마뱀들과 한국인들을 모두 끝장낼 수 있을 거라믿었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지금도 발길질 한 방에 수십의 한국 유저들이 날아가지 않는가.

"하하핫, 너희 대륙의 거대 병기에 당하는 기분이 어때?"

구스타프는 기고만장했다.그러나 그가 예상치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골드 아이언의 창조주 지그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 

"비켜! 비켜!”

리저드맨들을 밀치고 나간 유한은 골드 아이언에게로 달려갔다.

지금 저것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 이미 새 주인을 섬기는 골드 아이언은 유한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했다. 하지만 유한은 골드 아이언의 관절 움직임을 보고 동작을 예상해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곧장 뇌제의 홀을 꺼내 들어 뇌제로 변신했다. 

"라이트닝 웨이브!”

유한이 내려친 번개가 골드 아이언의 전신올 뒤 흔들었다.

연속해서 떨어진 강력한 전격은 골드 아이언올 구성하고 있는 부품들을 파괴했다. 관절 장치를 구성하는 톱니 바퀴의 이빨이 부서지고, 동력을 전달하는 체인도 풀렸 다. 거기다 근육 역할을 했던 내부의 강철 와이어도 가닥 가닥끊어졌다.

“크아아아아!”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골드 이이언의 심장과 마력 컨트롤러. 전격의 데미지에 이 섬세한 장치들은 완전히 고장 나 버렸고, 골드 아이언의 영혼도 소멸되었 다.

영혼이 소멸된 골드 아이언은 비틀거리다 결국 사막에 벌렁 자빠졌다.

“뭐, 뭐야 저놈은?"

유한이 일을 저지를 때까지 구스타프와 골드윙의 유저들은 그저 구경만 하고있었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금세 골드 아이언에 밟혀 죽을 것 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놈은 갑자기 이상하게 변신하더니 단숨에 골드 아이언을 처치해 버렸다.

도대체 저놈은 뭐란 말인가.

"죽여 버려!”

궁금하지만 길드 회심의 병기를 병신으로 만든 놈올 그냥 둘 수 없었다. 놈이 다른 골드 아이언올 망치기 전에 어떻게든 죽여야 했다.

구스타프의 고함에 골드윙 길드원들이 유한올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선더 러쉬!”

뇌제 지그의 돌격에 구스타프와 그의 주변에 있던 골드윙 길드원들이 전격 폭풍에 휘말려 날아갔다.

레벨이 낮은 이들은 급사했고, 구스타프와 같이 제법 실력 있는 이들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유한에게 덤빌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아니, 설사 멀쩡하다 해도 덤빌 엄두를 못 내었다. 구스타프는 눈앞의 괴물이 누군지 뒤늦게 생각해 냈다. 

'뇌제 지그!’

지난번 아르패디아 대륙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유저. 원래 대장장이라서 잠잠하게 지내고 있다는 그 괴물 유저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이다. 

'도,도망쳐야해 저놈에게는 길드의 자랑인 골드 아이언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구스타프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허겁지겁 달아났다. 길드 수뇌가 이렇게 도망치니 다른 길드원이나 뜨내기들의 반응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침입자가 도망친다!” "쫓아라!놈들을 섬멸해야돼!”

"아주 아작을 내놔야 다신 안쳐들어오지!"

한국 유저들과 리적드맨들은 도주하는 유럽 유저들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크옥, 이렇게 패퇴 할줄이야!”

구스타프는 분한 나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르패디아에 제대로 발 딛기도 전에 패배해 물러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웨스턴 유저들의 전력이 약한 것은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상대를 너무 우습게 봤다. 몬스터라고 얕봤고, 한국 유저들의 의지와 잠재력을 몰라봤다.

거기다 긴장감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내몰리자 지레 겁을 먹게 되었고, 길드 최강의 병기마저 무용 지물이 되고, 뇌제가 둥장하자 전투를 쉽게 포기해 버린 것이다.

오만의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이후 맹렬한 추적을 받은 웨스턴의 유저들은 넓은 사막 에서 길을 잃고 뿔뿔이 흩어져, 추격해 온 한국 유저들이 나 리저드맨, 혹은 다른 사막의 몬스터들에게 당해 경험 치와 아이템올 잃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자신들이 이틀을 꼬박 걸어온 사막을 되짚어 웨스턴으로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죽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 유저는 겨우 삼천여 명에 불과했다.

골드윙이 결성된 이후로 최대 최악의 패배였다.

-Paras : 골드원 놈아! 소풍 가는 거랑 마찬가지라매!

-EZman : 그러기에 누가 가했냐. ㅋㅋㅋ

-Rainh : 따라간 내가 바보지. OTL

아르페디아 대륙 원정 실패로 한동안 웨스턴 서버가 들끓었대나 어쨌대나.

전설로 남을 대승을 거둔 한국 유저들과 리저드맨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들 박살 난 골드 아이언의 위에 올라선 유한에게 다가와 연방 지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번에 유저들의 참전을 끌어낸 것이 지그 철강 조합이었고, 다이노스 욍국에 와서 리저드맨들과 합동 작전을 깔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채린이나 엔스 같은 지그의 동료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위험한 순간 뇌제의 힘을 써 상대의 거대병기를 잠재워버리기도했다.

이번 대승의 가장 큰 공로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지그 유한이었다. 

“지그! 지그!” “뇌제 만세!” “인간 대장장이만세!”

유한은 모두의 환호성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환호를 받은 경험이 없기에 그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 팡파레가 올리며 메시지 창이 슬쩍 떴다.

-10,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환호성올 받았습니다.[영웅] 칭호를 얻으셨습니다

‘영웅이라고?'

 딱히 영웅 대접을 받기를 바란 것은 아니다. 그저 철십 자 길드에게 앙갚음을 해 주고 싶었고, 베히모스의 야욕 을 분쇄하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그런데 쉽게 받기 어렵다는 영웅 칭호를 받았다. 그것도 대장장이에 불과한 자신이.

 "뭐야,왜 그리 멍청이 서 있어?손이라도 흔들어 줘.”

 "크크, 바츠. 군중에 대한 예의가 없구먼"

채린과 옌스가 옆에 다가와 유한의 손올 번쩍 들어 흔들었다. 얼마 후 유한도 그들의 도움 없이 사람들에게 손 을 흔들고 또 허리를 숙였다. 대륙의 수호를 위해 싸워 준 이들에 대한 경의였다. 연방 경의를 표하는 유한에게 리저드 킹이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경이로음으로 가득했다. 이미 유한을 위대 한 혼이 보낸사자라 여기고 있는 그였지만, 방금 전 황금 괴물을 해치운 유한의 힘을 보고 그 믿음은 더욱 커졌다.

 "인간 대장장이, 역시 위대한 혼의 사자답구나!”

 "하하, 아냐. 난 그런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아니다. 넌 위대한 혼의 사자가 맞다. 그 겸손한 태도가 바로 증거다.”

그렇게 말한 리저드 킹은 유한의 손에 뭔가를 건네주었다.

무슨 거대한 짐승의 송곳니 같은 것이었는데, 글자 같은 장식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뭐야?"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에 할아버지로 부터 전해져 온 것이다.” “그런 귀한걸 나에게 준다고?"

 "넌 받을 자격있다.”

유한은 리저드 킹이 건네준 아이템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위대한 혼의 증표]

설명 : 오래전, 리저드맨이 섬기는 위대한 혼이 내려 준 신물 적혀 있는 글자를 읽으면 뭔가 나타날 것 같다

'뭔가 나타난다고? 대체 뭐가 나타나?'

 유한은 아이템에 새겨진 글자들을 꼼꼼히 살피보았다. 꽤 괴악한 글씨체였지만, 한글이라 읽을 수 있었다.

"바람처럼 강하고, 구름처럼 자유롭고, 비처럼 은혜로울지어다. 라스의 이름을 잇는 이여, 지금 내 앞으로 나타 나라.”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의아해 하던 유한은 위대한 혼의 증표가 환하게 빛나는 것을보았다.

환호성을 지르던 유저들의 외침이 끊겼다.

어느새 하늘에 구름이 사라지고, 둥그런 빛 무리가 어리더니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 뭐지? 무슨 일이 터지려는 거야^

"하늘도 땅도 흔들리고있어.”

당황하는 유저들은 일그러진 공간이 하얗게 열린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존재가 나타나 현신했다.

“오오오! 위대한 혼이다!” 

"위대한 혼!”

그 하얀 존재를 보고 리저드 킹을 비롯해 리저드맨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유저들은 달랐다.

한 쌍의 날개와 오만한 붉은 눈. 머리에서 꼬리까지 산과 같은 몸을 가진 존재를 보고 모두들 비명 같은 고함올 토해 냈다. 

"안듀라스잖아!”

"화이트 드래곤 안듀라스다!”

 "저놈이 왜 여기에 나타났지?"

 당황한 유저들은 앞을 다투며 안듀라스에게서 달아났다.

안듀라스는 그들이 그렇게 달아나든 말든 한쪽을 응시 하고만 있었다. 바로 유한 일행이 서 있는 곳을.

유한과 옌스, 채린은 이미 안듀라스와 한번 안면이 있어 그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았다. 해치기는 커녕,지난번 테라칸 능묘의 화산 폭발 때 와서 구해 주지 않았던가.

 "뭐야,또 너인가?"

안듀라스는 유한을 보고 씩 웃음 지었다.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놈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건 용신 라스의 신물인데, 그걸로 네가 날 불렀나?"

"용신 라스의 신물?"

 "네가 손에 들고 있는 그거 말이다"

안듀라스는 유한이 들고 있는 위대한 혼의 증표를 가리 켰다. 안듀라스는 자신이 이 더운 사막에 나타난 이유를 말했다.

"용신 라스는 드래곤들의 신이자, 선조다. 우리 드래곤들이 이름을 라스로 끝맺는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아,안듀라스,카세라스...그렇게 이름지어 진데 이유가있는건가?"

“오래전에 용신 라스는 드래곤뿐만 아니라 여러 종족 들이 신으로 섬겼지. 신화시대 말에 라스는 자신을 신봉 하는 이들에게 신물을 내리고 지상계를 떠났다. 라스의 후손인 우리들은 그 신물의 부름에 응할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해 라스는 신도들이 드래곤의 가호를 받을 수 있게 배려를 하고 떠난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 신물은 하나 둘 상실되었고, 오직 리저드맨들이 갖고 있던 것만 전승되었다.

"그건 내가 갖고 가도록 하지. 그게 있으면 현 세계의 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있으니까. 그러나 태고의 의무에 따라 단 한번 그대가 원하는 부탁을 들어주겠다" "내가 원하는 부탁을 들어준다고요?"

"단 한 번뿐이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라”

 한번이라 해도 원하는 부탁을 뭐든 들어준다니! 유한은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의 엄청나고 강력한 존재에게 바랄 부탁은 뻔했으니까.

"얼음의 바다를 넘어올 침략자들을 막아 주겠습니까? 이모탈 길드라는 놈들입니다.”

 원래 웨스턴 유저들을 막은 뒤 중국 유저들을 막으러 떠날 생각이었는데, 안듀라스가 움직여 준다면 한결 편할 것같았다.

"그거야 간단한 일. 그 부탁 의무에 따라 들어주마.” 

안듀라스의 말에 유한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다 보니 일이 의외로 쉽게 풀렸다. 덕분에 북쪽에서 올 중국 유저들의 침공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웨스턴 대륙에서는 골드윙 길드가 움직였다면, 찬드라 대륙에서는 흑룡방이 움직였다.

먼데이를 앞세워 발리안 철공소와 레기온 50기의 구입 계약을 맺은 흑룡방은 사흑련의 동맹 문파들올 꼬드겨 망망대해를 건너고있었다.

“그런데 거인들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 거요?"

 레기온은 흑룡방이 카잔 공국에 도착하는 즉시 인수하기로 했다. 그래서 흑룡방이나 다른 사파의 문주들은 레기은온 성능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구입 계약을 한 흑룡방의 방주 ‘프랭클린(Franklin)’ 역시 그랬다.

"아르페디아에 가있는 먼데이의 말로는 거인 한 기면 일류 고수 수십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하오"

직접 발리안 철공소로 가서 레기온의 움직임을 본 먼데이는 프랭클린에게 자세한 내용을 보고해 올렸다.

 "허, 그 정도나?"

"최근에 나온 신형은 더 강하다고 하더군.”

 거인들에 대한 소문은 일찍부터 들었다. 하지만 술법사의 소환물들처럼 덩치만 클 뿐이라 생각했지, 그렇게 강할지는 몰랐다.

"역시 드림맥스는 한국 유저들을 편애하는 게 틀림없어요. 그러니까 그런 사기 유닛을 아르페디아 대륙에서만 생산할 수 있게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게 말이오. 이참에 아예 한국 유저들을 정복해 우리의 노예로 만듭시다, 크크크!”

 그들은 북미 유저들도 노력하면 찬드라 대륙에서도 비슷한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사실 거대 병기의 출현은 편애가 아닌, 한국 유저들의 모험과 연구의 결실이었다. 던전을 탐험하고, 관련 설계도를 발견하고, 스킬올 올림으로써 비로소 등장시길 수 있었던 것이다.

“쯧쯧쯧.”

"왜 그러시오, 흑룡방주?"

 프랭클린이 갑자기 혀를 차자 주변에 있던 문주들이 영문을 몰라물었다.

"방금 먼데이에게서 쪽지가 왔는데, 웨스턴의 골드윙 이 대패를 당했다 하오.”

"골드윙? 유럽 최강의 길드라는 골드윙 말이오?"

"그렇소, 멍청한 놈들이 한국인들을 너무 우습게 본 모양이오.”

리저드맨과 유저 의용군이 거둔 승리는 삽시간에 아르페디아 전역에 전해졌다. 지금 게임 방송에선 이 역사적인 대승의 관련 동영상을 입수한다고 야단법석이었다.

“우리는 그런 과오를 범해선 안될 것이오. 모두들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마시오.”

프랭클린은 함께 온 문주들에게 단단히 주의시켰다.

골드윙의 패배로 이제 한국 유저들은 해외 거대 길드들의 침공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분명히 단단히 준비하고 있을터.

"육지가 보인다!”

돛대 위에 있는 선원의 외침에 프랭클린과 여러 문주들은 뱃머리로 달려갔다.

 멀리 푸르스름한 녹색의 대지가 보였다. 바로 찬드라 대륙에서 아르페디아 대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카잔 반도 동남쪽의 항구 바니아스였다.

“흐흐흐, 저기가 바로 카잔 공국이로구나.”

 얼마 후 흑룡방의 손아귀에 떨어질 땅. 프랭클린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미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그러졌다. 흑룡방의 선단이 접근하자, 항구에서 십여 척의 범선이 나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누구지?"

"마스트에 달린 깃발을 보니 최가장 길드인 것 같습니다.”

최가장 길드라면 한국 길드들 중에서 해양 개척에 가장 열심인 길드였다. 그래서 해외 유저들과 접촉과 마찰이 잦았고,그 덕분에 흑룡방주도 그들올 알고 있었다. 

“골치 아픈 놈들이 나타났군.”

 최가장 길드의 선단은 아르패디아 온라인 최강의 전투 선단이라 평가받고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수는 저들보다 많소이다. 이대로 밀어 붙입시다"

문주 한 명이 강행올 주장했다

이번 아르페디아 원정을 위해 흑룡방과 다른 방파들이 동원한 배의 숫자는 100척이 넘었다. 상당수의 사흑련 유저들을 태우려니 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수적인 우위는 눈앞의 최가장 길드 선단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상대는 겨우 십여 척에 불과하지 않는가.

'그래. 저 정도 숫자에 밀려서야 체면이 서지 않지.’

프랭클린은 강행 명령을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새로운 쪽지가 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응? 뭐지? 로드리게스가 보낸 건가?"

로드리게스는 흑룡방의 삼인자로 본거지를 지키라고 찬드라 대륙에 남겨 두고 온 고위 간부였다.

프랭클린은 로드리게스가 보낸 쪽지를 보고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영문을 모르는 다른 방주들은 어리둥절할 뿐.

"무슨 일이오?"

"크, 큰일 났소.”

"무슨 일이기에 큰일 났다는 거요?"

"백천맹 놈들이 우리 흑룡방의 본거지를 쳤다는구려.”

"허억!”

찬드라 대륙은 크게 백천맹과 시흑련으로 나뉘어 대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천맹이 사흑련의 핵심 방파 중 하나인 흑룡방의 본거지를 칠 정도로 대범하진 않았다

정파를 자칭하는 문파들의 연합이라 하나, 백천맹 내부의 알력도 만만찮았고 그만큼 단합도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방주와 주력 방도들이 안심하고 먼 원정올 떠나 올 수 있었다. 본거지에 남겨 놓은 전력만 해도 만만찮아서 웬만한 정도 문파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백천맹이 단합하여 본거지를 쳤다 고^다. "혁!”

"마천 문주는 왜그러시오

"방금 쪽지가 왔는데, 남강성에 있던 우리 분타가 기습 당했다고 하오! 근방에 있던 의검보 놈들이"

 "크헉! 청성파에서 우리 칠사파의 본거지를 쳤소!”

 흑롱방뿐만이 아니라 원정에 참여한 다른 문주들도 본거지나 중요 분타를 공격당했다는 쪽지를 받았다.

분명 사흑련의 주력이 빠진 틈을 타서 백천맹이 공세를 퍼붓는 것이 틀림없다. 모두가 당황하는 가운데, 프랭클린이 먼저 결단을 내렸다.

 "배를 돌려야겠소.”

"안 됩니다!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자는 겁니까?"

 눈앞에 아르패디아 대륙이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이라도 상륙해 정복할 수 있올 것 같은데, 배를 돌리자니!

 "정신들 차리시오! 우리에겐 카잔 공국보다도, 철십자 길드와의 협정보다도 본거지가 더 중요하오!”

흑룡방은 본거지에 지금까지 번 돈을 고스란히 투자했다. 건물을 세우고, 연무장을 만들고 각종 점포와 공방을 설립하는 등 적잖은 공올 들였다.

“아르페디아 대륙으로의 진출을 갈밍하는 여러분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오.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아닌 것 같소. 다음에 다시 기회를 노립시다.”

"크혹!”

문주들은 눈물을 머금으며 주먹을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찬드라 대륙에서 온 유저들은 카잔 공국을 눈앞에 두고 뱃머리를 돌려야만 했다.

"뭐! 영지가 공격받고 있다고!”

  비슷한 시간,마노스 제국에 상륙했던 이즈모 번의 유저들이 허겁지겁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친정을 나섰던 이즈모번의 영주 '미즈히데'는 펄펄 뛰었다.

"어떤 놈이냐! 어떤 놈이 감히 우리 번을 공격했어?"

"오와리 번의 영주 오다를 비롯해 네 명의 대영주들 입니다.”

“뭐? 이것들이 감히 작당을 했다 이거야?"

미즈히데는 펄쩍 뛸 수밖에 없었다. 원정 직전만 해도 오다가 직접 찾아와서 건투를 빈다,'님은 팔백만 일본 유저의 희망' 운운하며 선물을 건넸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제길, 내 불찰이다. 적어도 불가침 조약을 맺고 떠났 어야했는데!"

오다의 접대성 미소에 속는 것이 아니었다.

미즈히데는 서둘러 퇴각을 명령했다. 항구에 마중을 나왔던 철십자 길드원들이 당황했지만, 그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흑룡방과 달리, 이즈모 번의 퇴각은 순조롭지 못했다.

최가장 길드가 이들의 퇴로를 가로막은 것이다.

아르페디아 남해에 선단올 결집한 최가장 길드는 갈길이 바쁜 이즈모의 선단을 집요하게 막아서면서 캐터 필터를 쏘고 투석기를 날렸다.

이즈모 번의 수많은 범선들이 격침당하고, 심지어 배가 나포당해 유저 수십 명이 한꺼번에 포로로 잡히기도 했다.

"크윽, 잊지 않겠다! 이 비겁한 조센징들!"

 간신히 잔여 선단을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미즈히데는 최가장 길드에 이를 갈았다.

그러나 나중에 그는 그들이 딴지를 걸고 나선데 이유 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후소 대륙에 거의 다다랐을 쯤,그는 이즈모 번의 선단을 따뜻하게(?) 맞아 주는 오와리 번의 전투 선단을 보았다. 뒤에는 최가장 길드의 쾌속 선단이 맹추격해 오고 있는중.

이대로는 바다 한가운데서 압사당할 판이다.

"제기랄! 이것들이 아주 작당을 하고 나를!”

한때 섬 하나를 두고 치고받고 싸웠던 최가장 길드와 오와리 번이 아주 사이좋게 이즈모 번 선단을 공격해 왔다.

당하는 입장인 미즈히데는 정말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 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진실을 몰랐다.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유저가 자신의 몰락을 주도했다는 것을.

오펜이 제안하고 유한이 받아들인 이이제이 작전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아르페디아를 위협하던 해외의 4개 거대 길드 중 2개 길

드가 패퇴하고 돌아간 것이다.

이로서 해의 거대 길드를 이용하여 아르패디아를 통일하겠다는 베히모스의 야망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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