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화 세계 대전 발발 (121/143)

세계 대전 발발

세계 대전 발발

요즘 베히모스는 매일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해외 유저들이 저지르는 분란이 어찌나 많은지, 그와 관련된 보고서와 쪽지들이 집무실과 쪽지함에 가득 쌓일 정도였다.

"크악! 이 쪽바리 놈들은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방금 도착한 쪽지를 본 베히모스는 이를 뿌득 갈았다. 흑룡방, 골드윙에 이어 철십자 길드는 후소 대륙 최대의 세력을 가진 '이즈모' 번과 동맹을 체결했다

 방금 전에 이즈모 번의 선발대가 마노스 제국에 당도했는데, 그들이 상륙과 동시에 항구를 약탈하고, 유저와 NPC들을 공격했다고적혀 있었다.

그런데 맞아 죽어도 싼 PK질을 해놓고도 그들은 철십자 길드와 동맹 관계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만행을 무마해 줄 것을 요구하고, 머더러 카운터가 지워질 때까지 보호 해달라요 요청했단다.

"왜 지네 나라에서도 안 하는 짓을 여기서 하느냐고!”

답답해서 외쳤지만, 그 답은 베히모스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도움올 요청하며 그들을 끌어들인 것은 자신들, 철십자 길드다. 그 때문에 해외 최강의 길드에 속한 외국인 유저 들은 철십자 길드를 얕보고 있었다.

그래서 황도에서 깽판을 치는 것이고,마노스 제국 내에서 제멋대로 설쳐대는것이다.

골드맨 등 길드장들도 이 문제에 대해선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아마 아니꼽게 굴면 동맹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큰소리를 칠지 모른다.

"두고 보자, 이 자식들. 대륙만 통일하면 그 다음은 너희들 차례야!”

식식거리고 있는 그에게 노벨이 찾아왔다.

그는 직접 중국 서버, 헬라드 대륙 최강 길드인 ‘이모탈' 과 동맹을 맺기 위해 길드장 ‘리싱’ 을 찾아갔다.

"협상은?"

"잘됐어. 선발로 오만 명을 보내 준데”

"오만? 크크크, 역시 짱깨들은 쪽수가 많다니까.”

 소문에 따르면 이모탈의 길드원은 3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레전드 오브 프론티어, 아니 이제는 서버가 통합된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즐기는 중국인 유저의 수가 2,000만 이 넘는다지만, 그만한 규모는 확실히 놀랄 만한 것이었 다.

그러나 이 수치는 확실하지 않았다. 실제 추정된 수가 아닌 이모탈 길드에서 발표한 수였기 때문이다. 사실 30만이란 수는 길드 휘하의 npc들까지 더한 수라는 말도 있고, 실제론 5?10만 수준일 거라 추측하고 있었다.

선발대 5만도 뻥뒤기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만큼 많은 수의 병력을 보내 준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되었다. 아마 적군은 5만이라는 숫자만 들어도 지레 겁을 먹게 될 것이다.

그런데 훌륭하게 동맹을 체결하고 온 노벨의 표정이 밝지않았다.

"근데 우리가 잘하는 걸까?"

"노벨,너 자꾸 왜 그래!”

현재 해외 거대 길드의 가세로 철십자 길드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 외국 유저들의 만행도 만행이지만 길드 고위 간부들이 길드원들의 힘을 신용하지 듯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난 지금이라도 비밀 협정을 물리고 제들을 돌려보내고 싶어.”

"멍청아! 협정을 파기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러 는 거야? 일단 엎질러진 물이야. 반드시 대륙을 제패해서 오늘의 수모를 갚으면 돼!”

 협정을 파기하면 위약금을 물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금액이 천문학적인 액수라 현재 철십자 길드로서는 배상할 능력이 없었다.

"거듭 말하지만,돌아갈 길은없어.우리가 살길은 전진뿐이야.”

돌아갈 길이 없다는 건 노벨도 잘 안다, 그러나 그는 왠지 까마득한 절벽으로 걸어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쩌다 이렇게됐을까.

아마도 베히모스를, 정현일을 너무 우대해 줘서 그런지 모른다. 현실에 존재하는 녀석의 거대한 배경에 혹한 나머지 너무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제 제동을 걸려고 해도 걸 수가 없다.

 "거대 키메라는 다 완성됐어. 아까 아벨이 보고하던데, 삼백 기를 완성했다고 하더군.”

 "그럼 이제 일을 벌이면 되는 거야?" 

대록 통일 전쟁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마노스 제국군은 이미 강군으로 거듭났고, 협정을 맺은 해외 길드들도 선발대를 속속 보내왔다.

철십자 길드가 본격적으르 전쟁을 일으키면 그들도 본 대륙에서 군사를 일으켜 통일에 방해가 되는 베레타 공화 국이나 브로딘 왕국, 그로지아 왕국 등의 뒤를 치리라! 한동안 아르페디아 대륙은 전화에 휩싸일 것이다. 노벨은 전쟁의 불길이 끝난 다음에도 철십자 길드의 깃발이 위풍당당하게 휘날리기를 진정으로 희망했다.

 찰나의 봄이 지나가고. 따가운 태양이 지배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5월 중순의 어느날 새벽. 시내의 캡술방에서 연달아 비명과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저. 전쟁이다! 전쟁이 벌어졌어!” 가상세계 아르패디아 대륙에서의 전쟁.

처음에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게임 속의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공한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나 이번 전쟁은 확실히 이전에 비해 스케일이 달랐다.

"오늘 나는 아르페디아 대륙에 있는 전 국가에 전쟁을 선포한다! 이번 전쟁은 아르패디아 대륙의 마지막 전쟁이 될 것이다! 그대들의 손에 아트패디아를 쥐어 주겠다. 그러니 모두들 나를 믿고 따르라!”

개전을 선언한 마노스 제국의 황제 베히모스의 말은 수 많은 유저들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특정 국가가 아닌 아르페디아 대륙 전체를 향해 선전 포고를 하다니! 대륙의 모든 국가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점령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전에도 없었고,이후에도 없을 일이었다.

그래서 버추얼 에이지를 비롯한 게임 방송들은 마노스 제국이 선언한 전쟁을 방송하고 취재하느라 바빴다. 

“철십자 길드가 대륙 전역에 선전 포고를 했다면서?"

 "그래, 지금 게임은 그 때문에 난리도 아냐!”

 "큭! 베히모스가 간만에 큰 사건을 터트렸는걸? 그런데 한두 개 나라도 아니고 대륙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치를 능력이 되나?"

"제길 알게 뭐야. 능력이 되니까 그런 일을 벌였겠지 난 이만 취재하러 가야 하니까 나중에 보자"

“그래, 좋은 정보 있으면 제공하기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두 기자는 프레스룸 한편에 마련 된 자신들의 캡술에 들어갔다. 게임을 취재하려면 게임에 접속 해야하는 것이 기본.

 기자들이 서둘러 접속을 한 직후 버추얼 에이지에서 '뉴스 특보’ 라는 자막올 굵직하게 띄웠다.

[안병 히십니까 여러분. 여러분의 깜찍한 귀염둥이 미루 입니다. 갑작스레 정규 방송을 그만문 이유는 아르페디아 대륙에 유래 없는 대전쟁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이정민 씨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반쯤 잠이 덜 깬 상태로 아침 게임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유저들은 버추얼 에이지의 뉴스 특보를 보고 눈을 휘 둥그렇게 떴다.

 [이정민입니다. 오늘 새벽 4시. 마노스 제국이, 정확히 말하면 철십자 길드가 아르페디아 대륙을 향해 선전 포고를 했습니다. 이 선전 포고를 받아들여 드림맥스에서는 지금부터 게임 시간으로 한 달 동안 아르페디아 대륙에서 벌어지는 모든 PK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럼 이번 전쟁은 드림맥스에서 인정하는 전쟁인 겁니까?]

[그렇습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도 처음 벌어지는 사건인 만큼 드림맥스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길드전이나 한두 개 나라의 국가전은 있었지만, 대륙 전체가 전쟁터가 된 적은 없었기에 유저들의 마음은 놀람을 넘어 경악 수준에 다다랐다.

-명장발리안:니들은 싸워라.나는돈번다.^^

-례드 데스티니 : 쓰벌 넘들. 초보는 무서워서 살겠냐!

-벚꽃선녀 : 설마 우리 유저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겠어요?

-블러드 미네랄 : 좀 전에 홈피에 올라은 동영상 봤는데. 베히모스가 대륙 통일에 방해가 되는 모든 유저들을 적으로 규정한대요.

-천하제일삼인자: 베히모스이놈이 제대로 미쳤구나.

유저들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는 사이 버추얼 에이지 팀이 갓 입수한 선전 포고 동영상이 TV 화면에 나왔다.마노스 제국군이 가득 채운 광장의 연설대 위에 모습을 드러낸 베히모스는 한껏 고양된 얼굴로 개전을 선포했다 그의 모습은 옛 흑백 기록 영화에 보인 독재자 히틀러를 연상시켰다.

“....우리의 진군을 막는 이는 그것이 유저건! NPC건! 심지어 GM이라 해도 우리의 적이 될 것이다!”

적대하는 자는 누구든 적으로 간주한다는 베히모스의 발언은 모든 이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게임 내 국가의 국왕들과 거대 길드의 간부들은 베히모스룰 비웃었다. 아무리 마노스 제국이, 철십자 길드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나 대륙 전체를 상대론 어림도 없을 거라 여겼기때문이다.

. 특히 지난번 마노스와의 전쟁에서 승전한 베레타 공화국은 베히모스의 말을 우습게 여겼다. 기습적인 침공을 받았지만, 곧 격퇴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것은 다크나이트나 B.O.B 길드도 마찬가지. 이미 그들은 개전의 정보를 유한에게서 전해 들었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이참에 철십자 길드를 박살내 버리고, 마노스 제국을 갈라 먹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노스 제국군을 가볍게 본 그들은 오후에 첫 대회전을 치렀다.

처음엔 철십자 길드의 거대 키메라의 선공과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의 돌격을 막아내 승리를 낙관했다. 그러나 반격을 시작하는 순간, 그들은 좌우 양쪽에서 튀어나온 송곳에 푹 찔리고 말았다. 

“크악! 이 양키 자식들은 뭐야?” "이, 일본 놈들이다!”

 전원 반격으로 전환한 그 순간, 근방에서 잠복하고 있던 해외 길드의 선발대가 급습을 가했다.

베레타 공화국군 좌익에선 찬드라 대륙 흑룡방의 고수 들이, 우익에선 후소 대륙의 시무라이들이 치고 들어왔다. 그리 많은수가 아니었지만, 선발대 병력은 고레벨 유 저들로 이루어져 있어 무척 강했다.

공격으로 전환하다 허를 찔린 베레타 공화국군은 이들 고레벨 유저들의 공격 앞에 급속히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 했다.

"당황하지 마라! 어차피 적은 소수다! 방패 부대 앞으로!창병들은 적을 견제하라!"

베레타 공회국군의 지휘관은 ‘슈타인호프’ 라고 하는 다크나이트 길드의 고위 인사였다. 랭커는 아니지만, 제2 의 란데르트로 일컬어질 정도로 전술에 밝고 지도력이 뛰어난 유저였다. 그러나 슈타인호프는 총성과 함께 말에서 낙마했다.

“뭐, 뭐야?"

말에서 떨어진 슈타인호프는 반으로 쪼개진 자신의 투구를 보았다. 이마 가운데 둥그런 탄혼이 있었다.

"서, 설마......”

상대편에서 외국 유저를 동원했을 때 예상했어야 했다 지난번 전쟁 말미에서도 이런 공격을 하는 놈들이 있었지 않았나.

바로 웨스턴의 머스켓티어들 말이다.

"조심해라! 상대의 총격을 조심…컥!”

"크악! 이 비겁한자식들!”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웨스턴의 고렙 유저들 은 ‘롱 레인지 샷(long Range Shoot) 스킬로 여유 있게 베레타 공화국군을 저격했다.

특히 그들이 노리는 것은 지휘관급 인사로, 조금이라도 화려한 복장을 한 유저나 NPC들에겐 거침없이 총알을 쏘아보냈다.

이러다 보니 베레타 공회국군의 지휘 체계는 급속히 무너졌다. 살아남은 지휘관들도 저격 때문에 제대로 군단을 지휘하지 못했고, NPC 병사들은 갑자기 픽픽 쓰러지는 지휘관들을 보고 지레 겁을 먹고 우왕좌왕했다.

"저, 적군이 돌격해 온다!”

두 차례 공격에 실패했던 마노스 제국군이 다시 공격을 해 왔다. 이번에 전면에 내세운 것은 거대 키메라들이었다.

첫 공격에 동원된 놈들과 다르게, 이번에 동원되는 거대 키메라들은 생김새가 모두 제 각각 이었다. 특히 선두에 선 녀석들은 두꺼운 비늘로 온몸아 덮여 있었는데 마치 아르마딜로나 천산갑(穿山甲) 같았다 놈들은 아무리 화살을 맞아도 끄덕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블랙 아이언이 쓴 거대 석궁 볼트도 튕겨 냈다.

"제기랄, 도망쳐!” “

"이대로는 짓밟혀 죽고 말 거야!” 

 지휘 체계가 무너진 베레타 공회국군은 개미 떼처럼 흩어졌다. 거대 키메라들과 그 뒤를 돌격해 온 마노스 제국군이 그들을 개미처럼 밟아 죽였다.

베레타군의 블랙 아이언과 다크나이트,b.o.b 길드의 거대 병기들이.마지막까지 분전했지만, 전열이 무너진 상태에선 제대로 활약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도 각개 격파 당하면서 하나하나 고철 덩어리로 변했다.

대륙 통일 전쟁을 선포한 마노스 제국의 첫 승리. 그것 도 대승이었다.

저녁에 이 회전의 결과를 동영상으로 본 유저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처음 보는 종류의 거대 키메라도 놀라웠지만, 해외 유저들의 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무사의 장풍 한 방에 유저들이 우수수 날아가고 사무라이가 날린 검기에 수십 명의 NPC 병사들이 한 버에 썰어버렸다. 거기다 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도움을 준 웨스턴의 유저들.

 척 봐도 모두 상위급 이상의 고렙 플레이어들이다

도대체 철십자 길드가 이 같은 고급 전력을 어떻게 구했을까?

그건 모르지만 베히모스의 대륙 통일 선언은 이제 헛소리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졌다.

충분히 현실성이 있어진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저녁 타임에 방영된 버추얼 에이지의 방송은 아침 방송보다 더욱 진지해진 상태였다.

[정말 철십자 길드의 전력은 엄청나다 말할 수밖에 없는 데요, 과연 그들의 대륙 통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글쎄요. 한국 최강이라 평가받는 철십자 길드의 전력은 정말 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십대 길드들 이 철십자 길드가 아르페디아 대륙을 장악하도록 내버려 두 지 않을 겁니다.

 또 베레타 공화국이 첫 패배를 당했다 하나, 다음번 싸움에는 진지하게 나설 것이고, 바르마스, 그로지아, 브로인 왕국 같은 나라들도 저지하려 들 테니 아직은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사이버 캐릭터 미루의 질문에 이정민은 가능성이 낮다고 했지만, ‘아직은’ 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만약 마노스 제국군이 계속 연전연승한다면 가능성을 높게 봐줄수도 있다는 뜻이다.

[저번 배레타-마노스 전쟁에서 활약한 거대 키메라가 이번에도 등장했는데요, 처음 보는 종류의 거대 키메라들이 무척 강했습니다. 다른 거대 병기들은 이들에게 속수무책이었고, 지그 철공소의 블랙 아이언마저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과연 이들을 막을 병기가 있을파요?]

미루는 거대 키메라가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지금까지 전쟁을 주름잡았던 강철 거대 병기들을 고철로 만들어 버렸으니 오죽하겠는가.

[글쎄요, 그건 모를 일입니다. 현재 지그 철공소는 화재 이후 생산을 중단하고 있고, 철십자 길드의 거대 키메라는 할수록 숫자가 많아지고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으니 현재는 거대키메리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이야, 앞으로 마노스 제국과 철십자 밀드에 대항하는 유저 분들은 분발하셔야겠네요, 안 그래도 해외 유저들이 대단한 활약을 보여 줬으니 그 이상을 보여 줘야 원조의 체면이 서겠지요?]

 미루는 은근히 한국 유저들을 부추겼다. 이후 아트페디아 대륙은 '대륙 수호’ 혹은 ‘안티 철십자 길드’ 의 기치를 올린 유저들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번 전쟁이 얼마나, 어디까지 확전 될 지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루에게 특히 자극을 받은 것은 유한이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블랙 아이언들이 거대 키메라에 의해 밟히고 부서지는 동영상을 보고 이를 갈았다.

 "제기랄!그 고깃덩어리들이 감히!”

 양산형인데다 베레타 공화국군의 운영이 어설펐다고는 하나, 유한은 블랙 아이언의 패배를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캐릭터 지그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블랙 아이언이다-그런 블랙 아이언이 철십자 길드의 거대 키메라에게 패했다. 이것은 의미를 보다 확대하면 유한이 베히모스, 아니 정현일에게 패했다고 볼 수 있었다.

유한은 그 점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당장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 비밀 동굴의 창고로 달려갔다.

창고에는 완성한 블랙 아이언들이 잔뜩 보관되어 있었다. 몇몇은 아스란과 베르디에 의해 빙의 작업이 끝나 창고 안을 돌아다니거나, 끼리끼리 잡담을 나누었다.

"모두 주목!”

 유한의 외침에 모든 블랙 아이언들이 유한의 앞에 집합 했다.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그들에겐 창조주인 유한이 바로 주인이었다.

“지금 대륙에 큰 전쟁이 터졌다. 그래서 너희들도 곧장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너희들의 상대가 만만찮아. 거대 키메라라는 괴물로, 너희들보다 더 빠르고 더 잘 움직인다.”

 순간 블랙아이언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긴장도 했지만, 자존심을 상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빙의되고 나서 대장장이들로부터 너희가 최강이란 소리를 몇번이고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강해지는 건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몸은 비록 쇳덩어리지만 영혼은 인간인 너희들도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망할 고깃덩어리들보다 훨씬 더!”

 거기에서 잠시 말을 끊은 유한은 곧장 본론을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전선에 투입될 때까지 너희들은 각자 수련 에 전념한다. 지그 철공소의 블랙 아이언이 최강이라는 걸 대륙 만민에게 보여 줘라! 그리고 철십자 길드 놈들과베히모스 자식에게도 보여줘라!”

"알겠습니다!”

"목소리가작다!”

"옛! 알겠습니다!”

유한의 엄명에 의해 블랙 아이언들은 개인 수련을 시작 했다.

생전에 기사였다는 블랙 아이언은 통나무를 깎아 만든 목검을 휘둘렀고, 사냥꾼이었다는 녀석은 전용활의 제작을 의뢰했다.

"그러니까,나보고 이놈들을 훈련시키라 이거냐?"

블랙은 기름땀을 흘리며 수련 중인 양산품들을 쓸어 보았다.

유한은 좋은 교관이 있으면 블랙 이언들이 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원조인 블랙을 데려 온 것이다.

"전직 뇌제라면 이놈들올 최강의 전사로 만들 수 있올 것 같은데 ?"

"못할 건 없지만, 팔다리가 남아날지 모르겠군.”

 "크크크, 걱정 마. 떨어지면 곧장 새 걸로 바꿔 줄테니까.”

지독한 창조주와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커스텀 타입의 블랙 덕분에 창고에선 블랙 이언들의 비명이 끊일 줄 몰랐다. 

“움직임이 굼뜨다! 빨리 음직여라!”

 "악!”

"너 거기서 뭐하는 거냐? 지금 장난하는 거냐!” 

"악악!”

흐뭇한 얼굴로 블랙 아이언들의 지옥 훈련을 보고 있는 유한에게 동생 얀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형!오늘 전투 동영상 봤어?"

"봤다. 그러니 이렇게 굴리고 있는 거 아니겠냐.”

 유한은 블랙에 의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있는 블랙 아이언들을 가리켰다. 그러나 얀은 본 척도 하지 않고 더 심각한 사안을 이야기했다.

"거대 키메라 말고! 형도 외국 유저들아 참전한 거 봤지?”

"그래, 봤다. 어디서 알짜배기 용병들을 끌어모았더라"

 "용병이아냐. 절대 용병 같은걸 할 놈들이 아니라고!”

얀의 말에 비로소 유한도 동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얀이 뭔가 대단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 철십자 길드편에서 싸운 찬드라 대륙의 무사들 중에 먼데이라는 놈이 있어." “먼데이? 월요일? 뭔 이름이 그래?"

"중요한 건 이놈이 찬드라 대륙 강호에서 날리는 초고수라는 거야. 흑룡방이라는 흑도 방파 소속으로 사흑련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놈이지.”

 "잠깐.그전에 니네 대륙상황좀 이야기 해봐.”

 유한은 얀에게서 찬드라 대륙의 무림 정세와 고수들에 대해 자세히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자 유한도 얀이 왜 그리 흥분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 먼데이란 놈은 돈 때문에 철십자 길드에 고용될 놈이 아니라이거지?"

“그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 철십자 길드에서 흑룡방에 대단한 제의를 했다거나,아님 그놈들과 동맹을 맺었다거나.”

 '동맹이라?'

 얀의 말에 따르면 흑룡방은 흑도 무림에서도 1,2위를 다투는 거대 길드였다. 혹시 이번 전쟁을 위해 철십자 길드가 그들과 동맹을 맺고 고렙 유저들올 지원받은 게 아

닐까?

'잠깐, 그럼 찬드라 대륙에서 온 놈들 말고 후소나 웨스턴에서 온 놈들은? 그놈들도 대단한 고랩이었는 데...’

 하나를 의심하게 되자 다른 놈들도 연달아 의심이 되었다.

 더구나 이번 전쟁에 참전한 외국인 유저들은 이전 전쟁 때와 양상이 조금 달랐다. 저번에는 영지를 산 몇몇 소수 의 무리들이 자율적으로 전쟁에 참전히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엔 적잖은 규모의 유저들이 독자적인 부대로 편제되어 활약했다.

단독 부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철십자 길드 가 그들의 플레이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란 사실. 거기까지 생각하자 확실히 동맹의 가능성이 높았다. 

'철십자 길드가 대륙 통일 전쟁을 벌인 것은 외국의 거대 길드와 동맹을 맺었기 때문인가?"

그러나 아무리 고렙이라도 겨우 천명에서 수백 명 지원히는 정도로 대륙 제패를 도울 수 있을까? 초반엔 한국 유저들이 가볍게 보다가 당했는지 몰라도, 다음번엔 그렇지않을것이다. 단단히 준비하고 나올게 틀림없다.

하지만 철십자 길드나 그들과 동맹을 맺은 해외의 길드들도 그 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유한이 뭔가 더 생각하려는 차에, 채린이 동굴 창고로 다급하게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그게 접속 하자마자 쪽지가 와 있기에 받았더니......"

그 쪽지는 귀련, 아니 파우린이 보낸 것이었다

현재 헬라드 대륙에서 자칼과 오붓하계 모험을 즐기고 있디는 그녀는 심상찮은 광경을 목격했단다. 엄청난 수의 유저들이 북쪽 도시에 속속 집결하고 있는데, 다들 아르페디아 대륙을 정벌하러 간다고 쑥덕이더라는 것.

"잠깐, 헬라드 대륙이라면?"

"중국 서버야. 분위기는 고대 그리스나 페르시아와 비슷하대.”

중요한 건 중국인들이 아르페디아 대륙으로 온다는 것.

노스아크 북쪽의 얼음의 바다를 넘으면 헬라드 대륙에서 아르패디아 대륙으로 곧장 건너올 수 있다.

"혹시 그 유저들의 길드가 어딘지는 적혀 있었어?"

"이모탈 길드라고 헬라드 대륙 최대 규모의 길드래.”

그들이 왜 건너오는 것일까? 먼저 한국, 아니 아르페디아에 진출한 작업장 칭칭이들을 밀어내려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만약에 이놈들이 철십자 길드와 동맹을 맺어서 움직 이는거라면?“

채린이 전해 준 소식 덕분에 유한은 현재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서둘러 동료들을 회의실에 모아놓고 대책을 논의했다

“예상보다 이번 전쟁은 규모가 커질 것 같아.”

 "알고 있어. 지금 마노스 제국군이 베레타 공화국뿐만 아니라 그로지아 왕국도 공격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쪽에는 중국 유저들로 구성된 외인부대가 함께 움직이고 있 다고..."

리지스의 이야기에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짐작할 만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르페디아 대륙이 그려진 지도를 끄집어낸 뒤 현재상황을 설명했다.

"업데이트 이후로 해외 서버로 분류되던 대륙들이 나타났지. 아르패디아 대륙 서쪽이 웨스턴, 바다 건너 동쪽 대륙이 찬드라. 남쪽 대륙이 후소, 북쪽 얼음의 바다 건너 편이 헬라드 대륙이야.”

하늘에서 똑 떨어진 래뮤다 대륙이 있긴 했지만, 그쪽은 이번 전쟁과 관련이 적은듯해서 설명에서 제외했다.

"동서남북의 네 대륙엔 철십자 길드와 대등한, 아니 어쩌면 그보다 규모가 더 큰 길드들이 존재하고 있어. 이번에 그놈들이 칠십자 길드와 동맹을 맺은 것 같아.”

“아, 그래서 외국 고렙들이 그렇게 많이 참전한 거구나.”

"하지만, 과연 고렘들만 지원하고 말끼?"

 유한은 자신이 예상한 가장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 동료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아르페디아의 유저들이 철십자 길드와 전쟁에 매달려 있을 때 변경의 길드들이 대규모 부대를 파견하면 어떻게 될까?"

"제대로 뒤통수를 맞겠지? 우왕좌왕하게 될 거고, 웬만 한 나라와 길드들은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될 거야. 그럼 철십자 길드가 원하는 대로 되겠지.”.

모두들 유한이 언급한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동서남북에서 해외 거대 길드의 전력이 치고 올라온다. 이전에 없었던 대규모 침략에 아르페디아의 유저들과 npc들은 무척 당황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전적으로 상대할 수도 없다. 뒤에는 철십자 길드와 마노스 제국군이 버티고 있으니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외국 유저들이 철십자길드의 통제에 따르지 않을 때야. 과연 아르페디아 대륙이라는 먹음직한 밥그룻에 숟가락을 꽂은 녀석들이 순순히 물 러날까?"

 절대 물러날 리가 없다.

만약 철십자 길드가 해외 거대 길드들의 간섭을 배제하지 못하면 아르패디아 대륙은 순식간에 이들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한이 기껏 역공작을 벌여 철십자 길드가 전쟁을 일으키도록 유도한 보람이 없다.

"하지만, 우리 힘으로 해외의 거대 길드들의 침공을 막을 수 있을까요?" 

에이린의 물음에 동료들이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찬드라나 후소 대륙은 최가장 길드에 연락해서 막아 달라 요청한다 치고, 웨스턴이나 헬라드 쪽은 어떻게 막지?”

“근데 최가장 길드 혼자서 두 대륙의 침입을 막을 수 있을까?"

관련 사이트마다 격문을 띄워 유저들의 대규모 참전을 유도하는 건 어때?"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뭔가 결정적인 방안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대로 아르패디아 대륙 전체로 전쟁의 불길이 번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가?

“아!좋은 방법이 한가지있어!” 

한쪽에서 가만히 머리를 굴리고 있던 오펜이 벌떡 일어 났다.모두들 그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티쳐스 사건 때도 기발한 방안올 생각해 낸 오팬이 아닌가

모두의 눈빛에 기대감이 맴돌았다. 

"다크나이트와 B.O.B 길드가 철십자 길드와 싸우고 있는 이때, 군소 길드의 전력으로 해외 거대 길드와 싸울 수 는 없어. 유저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나서 줄지도 불투 명하니까. 하지만…….”

서두에 이어 오팬이 좋은 작전을 내놓자 모두들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아주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대의 전력 절반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고맙다. 오팬 네 덕분에 짐을 좀 덜겠는데.” 

"아냐. 만약 지그가 이만큼 발이 넓지 못했다면 이 방법은 생각할 수도 없었을거야" 유한은 오펜의 작전을 받아들여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되도록 서두르는 것이 좋았기에 유한을 비롯해 그의 동료들은 게임은 물론 현실에서도 부지런히 쫓아다녀야 했 다.

유한 일행이 오펜의 작전을 실행한 다음 날, 공식 홈패이지와 각 게임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 유저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다 

[여러분, 곧 해외의 거대 길드들이 아르페디아를 침공한답니다. 대륙의 야욕을 가진 철십자 길드가 이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여러분의 힘만이 아름다운 아르페디아 대륙을 수호할수 있습니다. 모두힘을 모아주십시오-

-지그 철강 조합].

 지그 철강 조합의 길드원들이 '참전 호소문’ 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이 글은 유저들을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외국의 고렙 유저들이 이번 전쟁에 참전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철십자 길드가 해외 거대 길드와 손을 잡았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일끼? 철십자 길드가 해외 거대 길드를 끌어들였 다는 거 말이야?"

 "아니면 어디서 그만한 고렙들을 데려왔겠어?”

"그래, 나도 의심은 좀 되더라. 진짜였는지는 몰랐지만.”

참전 호소문이 올라오고 난 후, 철십자 길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길드를 비난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진백천: 야이놈들아, 대륙통일은 니들 힘으로 해!

-노란병아리 : 이런 김춘추 같은놈들을 봤나.

-고냉총각 : 아, 철십자 길드원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ㅠㅠ

-기동포격소녀 : 나 오늘 부로 탈퇴한다.

-리틀보이 : 나도 탈퇴.

당황한 철십자 길드에서는 해외 거대 길드와 동맹을 맺은 적은 없고, 현재 참전 중인 외국 유저들은 순수 자신들의 의지로 참전한 것이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그들은 이것이 지그 철강 조합의 모함이라고 주장하며, 지그 철공소는 조업이나 제대로 하라며 빈정댔다.

 그러나 비밀 동맹을 필사적으로 숨기려는 철심자 길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사실은 금세 알려지고 말았다.

 흑룡방,골드윙, 이모탈등 해외 거대 길드들이 철십자 길드와 비밀 동맹을 맺었다고 발표해 버린 것이다.

그들은 게임 내에 공포하기도 하고 자기네 홈페이지 상단에 이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외국어에 능통한 유저로부터 시작해, 입에서 입으로 눈에서 눈으 로 퍼져 나갔다.

 “이, 이 미친놈들 이게 뭐하자는 수작이야?"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인터넷을 접속했다가 이것올 알게 된 베히모스, 아니 정현일은 펄펄 뛰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들이 아르페디아 침공은 부정하고 있디는 것이다. 철십자 길드의 요청으로 일부 고렙들만 보냈을 뿐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그러나 메일올 보니 해외 거대 길드들은 예정대로 본대를 보내 철십자 길드의 대륙 통일을 돕기로 약속했다.

“왜 해외 거대 길드들이 동맹 관계를 밝혔을까?"

 옌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웃거 렸다. 그는 철십자 길드 녀석들이 뻔뻔하게 오리발을 내밀 것 이란 정도는 예상했다. 그러나 해외 거대 길드가 지그 철강 조합 편을 들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 자기들 잇속 때문이야. 이번 일로 철십자 길드가 욕을 얻어먹으면, 전쟁이 끝난 후 유리하니까.”

 유한이 해외 거대 길드의 속셈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번 일로 욕을 먹는 만큼 철십자 길드의 입지는 약해 지고, 그럼 이후에 자신들이 아르페디아 대륙을 장악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릴 도와주려는 건 아니었다는 거로군

"물론이지. 정말 그럴 마음이었다면 아르패디아 침공 계획까지 밝혔을걸.”

유한은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옌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뒤에서 빛이 번찍이기에 돌아보니 얀과 베르디가 게임에 접속하고 있었다.

 "시킨 일은 잘했냐? 그쪽에서 뭐라고 하디??"

 인사보다 맡겼던 심부름의 결과부터 묻는 유한이었다. "괜찮을 것 같으니 윗사람이랑 이야기를 해 보겠대.”

 "확답을 받아내진 못했구나.”

“걱정 마요, 브라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테니까요."

 베르디가 걱정 말라는 듯 활짝 웃음을 지었다. 그때 얀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뭐냐?"

“그쪽이랑 접촉한다고 이태원에서 애들을 만나고 왔는데..."

 "그래서?"

"애들 밥 시주고 커피 사준다고 돈 많이 들었어. 십만원 줘.”

얀의 청구에 유한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임마, 형이 니들 대학 학비를 만들어 준 걸 알았으면 분골 쇄신할 생각을 해야지 오히려 뜯어먹으려 들어?"

“뭐, 그건 고맙게 생각하지만.….”

얀도 부모님께 형이 미래 모터스와 어떤 계약율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 알았다. 유한 덕분에 멋진 새 차가 생긴 부모님은 요새 안 하던 큰아들 자랑을 동네방네 하고 다녔다.

"그런데, 브라더는 이야기가 잘됐어요?"

"메일 보낼 때 번역기를 썼는데,내용 못 알아볼 뻔 했다고 잔뜩 비웃더라.”

'그쪽’ 에서 답신이 왔을 때 얼마나 쪽팔렸는지 모른다. 역시 외국어는 공부해서 제대로 배워야 히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꼇다.

“그래서, 형. 그 오다라는 일본 유저는 안 도와준대 ?"

"다른 대영주들이랑 이야기해 보겠대. 잘될 것 같더라고.”

후소 대륙 쪽과 만족할 만한 대화를 나눈 유한은 눈앞에 잔특 쌓인 제련강과 철판에 눈길을 돌렸다. 다른 곳에 쓸데가 있어 일부로 빼놓은 것이다.

"이젠 우리가 할수있는걸 해야돼!"

유한이 그렇게 각오를 다질 때였다.

"지그야, 손님 왔어.”

채린의 말에 유한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번 화재 이후 지그 철공소는 조업을 정지했다. 이미 철공소 건물은 재건되었지만,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일거리를 받지 않고 있었다

철십자 길드를 박살 내기 위해 은밀히 몇몇 국가들과 길드를 상대로 무구와 블랙 아이언의 납품 계약을 맺은 것이 전부.

"영업 안한다는말은했어?"

"응, 하지만 주문하러 온 게 아니라 널 만나러 온 거래”

“또 이상한 작자들이 온 거 아니야?"

지그 철공소가 유명해지면서 이런저런 뜨내기들이 찾아와 소란을 부렸다. 이상한 종교를 믿으라는 자, 기부하 라는 자, 심지어 자신과 사귀어 달라는 정신 나간 여자애

"아냐. npc야. 무척 대단한 손님이라 너도 보면 놀랄 걸.”

채린은 뭔가 알고 있지만 말해 주지 않았다. 마치 유한 이 깜짝 놀랄 것을 기대한다는 듯.

누군지 궁금했지만, 유한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곧장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 응접실로 갔다.

응접실 문을 열자, 기세가 남다른 NPC 기사들이 보였 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유한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소파에 앉아 있는 여성이었다.

차림새는 비교적 수수했지만, 범상찮은 기운이 느껴졌다. 마주친 눈빛은 웬만한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강렬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녀의 정체는 바로......

"미네르바 여제!”

"안목이 대단하구려. 역시 평범한 대장장이는 아닌 모양이군.”

‘그거야 머리 위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는 거라고.’

그래도 이름을 안보고도 상대가 누군지 알아 맞힐 뻔했다.

참으로 의외였다. 죽었다고 알려진 이가 눈앞에 이렇게 나타나다니.

그것도 직접 자신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결코 불청객은 아니었다. 유한은 도박판에서 갖고 싶던 패를 손에 쥔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 정체를 안다면 짐이 무엇을 바라는지도 잘 알고 있겠군"

"베히모스의 처단이지요?"

"바로 맞췄다. 짐이 원히는 건 그 반역자의 죽음이니라.”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한의 눈앞에는 뛔스트 관련 창이 떠올랐다.

【미네르바 여제의요청】

_ 마노스 제국의 지존인 미네르바 여제는 반관 세력의 간교한 술수에 빠져 황위를 빼앗기고 말았다. 미네르바 여재에게 빼앗긴 나라와 황위를 되찾아 주고, 반란 세력의 수괴인 베히모스를 처단하여 여제에개 푸짐한 포상올 받도록 하자 

?이 뤠스트에는 기한이 없습니다.

?타도 대상이 된 유저와 그 동료를 죽여도 PK로 인정되지 않습 니다.

'흥, 어차피 작살내야 할 놈들인데 친절히 퀘스트까지 주다니.’

"그대에겐 그럴 만한 힘이 있다 들었다. 어떠냐? 짐의 청을 들어주겠느냐?"

“물론입니다.”

유한은 냉큼 퀘스트를 수락했다. 주저 없이 청을 받아 준 유한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네 르바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다만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먼저 해야 할 일 ?"

"베히모스의 속울 쓰리게 만들 일이지요."

 기한도 없는 퀘스트였기에 유한은 일단 미네르바의 요청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만약 미네르바가 살아 있다면, 그녀를 내세워 어떤식 으로 철십자 길드를 붕괴시킬지는 이미 생각해 놓은 바가 있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지금 진행시킬 단계가 아니다. 미네르바라는 카드는 베히모스나 철십자 길드가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쓸 최후의 일격이므로.

"폐하의 신변은 저희들이 가호하겠습니다. 부디 안심 하고 기다리시길.” "부탁하노라"

긴장이 풀렸는지, 미네르바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한은 미네르바의 거처를 마련해 줄 것을 지시하고, 다시 제련강과 철판을 쌓아 둔 곳으로 돌이왔다.

“사장님, 아스란님이 텔레포트 마법진을 완성하셨답니다."

 “흠! 때를 잘맞춰줬군.”

유한은 블랙 아이언들에게 제련강과 철판을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이미 아스란이 만든 마법진은 발동하고 있었고, 남은 것은 같이 갈 일행과 화물과 함께 이동하는 일뿐이다. 

“서쪽에서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아스란의 축복에 유한은 고개를 숙였다.

“그럼,남은 일도 부탁합니다.”

 유한이 마법진을 타고 떠나자’ 아스란은 곧장 다른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려 동쪽으로 떠났다.

 유한과 지그 철강 조합원들이 비밀 동굴에서 부지런히 만든 무구들과 블랙 아이언들을 베레타 공화국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비밀리에 운반을 하려면 그의 힘이 필요했다. 

'잘하면 이 전쟁은 예상보다 빨리 끝날지 모르겠군.’ 

그리된다면 그건 다 지그 철공소와 시장인 지그덕분이다.

귀련에게 어느 정도 듣긴 했지만, 그저 무구만 잘만드는 대장장이가 이만한 활약을 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후후, 재밌어. 곁에서 구경만 하는것도 충분히.”

 최고의 마법사 자리에 오르고 나서 오랜만에 흥미 있게 게임을 즐기고 있는 아스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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