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대란의 조짐 (120/143)

대란의 조짐

대란의 조짐

마노스 제국의 황궁 지하 광장. 광장 안에는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커다란 유리관이 쭉 늘어서 있고, 그 안에는 녹색의 액채가 가득 담겨 있었다.

녹색의 액체 속에는 크고 괴상하게 생긴 생명체들이 잠겨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철십자 길드의 핵 심 전력으로 자리 잡은 거대 키메라였다.

베히모스는 수백 개나 되는 유리관들과 그것올 관리하는 마법사둘을 바라보다 물었다.

"현재 생산 상황은?"

아벨이 대답했다.

"지금 60% 공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일주일 내로 일차 분이 완성되고, 늦어도 이 주일 내로 삼백 마리의 거대 키메라가 완성될 것 입니다.”

"흠, 순조롭군.”

"그렇사옵니다, 폐하!”

지그 철공소가 화재로 문을 닫은 사이 거대 키메라의 생산은 순항하는 중이었다.

베레타 공회국과의 전쟁이 끝났지만, 베히모스는 영지의 판매를 계속했다. 주로 돈 많은 유저나 아르패디아 대륙으로 진출을 모색하는 해외 유저가 주 판매 대상이었다

땅과 작위를 가지려는 유저들은 많아서 베히모스는 적지 않은 돈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는 그 돈을 대부분 군사력 증강과 거대 키메라의 생산에 사용했다.

나중에 더한 소득을 거둬 주기를 기대하면서.

"지그 철공소는 여전히 복구 중이라 하고…... 다른 거대 길드들의 동향은 어때?"

베히모스는 이번에는 노벨을 향해 물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지그 철공소만 거대 병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10대 길드 중의 다섯 곳이 거대 병기를 자체 제작하고 있었다. 거기다 최근에 개량한 발리안의 레기온 시리즈는 꽤 쓸 만한 성능올 지녔다.

대륙을 도모하려고 하는 베히모스와 철십자 길드는 이들의 동향도 신경 써야 했다.

“거대 키메라의 등장에 놀랐는지 저마다 거대 병기를 개량한다고 설치고 있지만, 아직 거대 키메라를 따라오기에는 한참멀었어.”

"후후후, 하긴l.”

거대 키메리들은 비싸서 그렇지, 자원의 지원만확실하면 빠른 시간에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거기다 생명체를 기반으로 해서 움직임이 보다 빠르고 부드러웠다.

또 하나의 장점은 생명체 합성을 조절하면 다양한 모양의 키메라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용도가 다양한 거대 병기들을 보유할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다른 길드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들의 거대 키메라 들을 능가할 순 없을 것이다. 그건 그 망할 대장장이 녀석의 블랙 아이언도 마찬가지.

"그런데, 놈의 철공소에서 대장장이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는 거야?"

화재가 나고 많은 숙련공 npc들이 죽었다고 들었다-이참에 놈의 기술도 빼 오고 철공소를 파탄에 이르게 하기 위해 아벨이 첩자로 파견할 대장장이들까지 뽑아놓았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지그 철공소에서 대장장이를 모집한다는 말이 없었다.

 처음엔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지그 녀석이 철공소로 복귀하고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에도 그랬다.

“철공소 문을 닫으려는 걸까?"

 노벨의 반문에 베히모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무슨 당치도 않는 소릴. 그럼 철공소를 재건할 이유가 없잖아"

 "하긴.”

"듣자니 공방 같은 곳을 잘 이는 NPC에게 일꾼을 얻는 경우가 많다더군. 그놈도 그럴지 모르니까 계속 주시하고 있으라고해"

 “알았어"

노벨에게 명령을 내린 베히모스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아참, NPC 병사들을 지휘할 군단장들은 다 선별했 어?"

"거의 마무리 중이야. 일부는 우리에게 협조하는 레지스 탕스 NPC에서 뽑았고, 부족한 인력은 현재 교육 중이야.”

철심자 길드는 군복무를 마친 길드원을 교관으로 삼아 군단장 후보들올 가르치고 있었다. 지난번 베레타의 침공에서 경험했던 지휘관의 경험 미숙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 해서였다.

“병사들의 사기도 중요하니까 이를 올리는 작업도 떼 먹지 마.”

저번 베레타-마노스 전쟁에서 초반 마노스 제국이 고전한 이유는 기습과 지휘관의 능력 미달 때문이기도 했지만, 병사들의 떨어진 사기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이를 절실히 깨달은 베히모스와 노벨은 지휘 체계를 재정립함과 동시에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 미네르바 시절 정도는 아니더라도 자주 술과 고기 를 내려주며 위문했다.

덕분에 마노스 제국군은 이전의 정예 강군의 모습을 되찾고있었다.

“그런데 외국 길드와의 협상은 잘되고 있나?"

“일주일 전부터 접촉하고 있는데, 순순히 협조하겠다는 길드도 있지만,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건 길드들도 있어 아주 골치아파.”

베히모스는 영지와 작위를 팔아 해외의 유저들을 일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여겼는지. 해외 거대 길드와의 연대와 동맹을 강구하고 있었다

"근데 꼭 그놈들올 끌어들여야 해?"

  노벨의 물음에 베히모스는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쳐다 보았다.

“끌어들이지 않으면? 반쪽 난 거나 마찬가지인 길드로 대륙올 도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건 너 때문이지, 아마.’

직접 말은 못했지만, 노벨은 현재 길드가 분열되고 있 는 것은 베히모스 때문이라 여겼다.

길드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영지와 작위들을 베히모스가 자금 확보를 이유로 팔아 버린 바람에 상당수의 중소 간부들이 반발했다. 거기다 마노스 제국의 장악에 공헌하 고도 패널티를 받은 평길드원들은 얻은 것이리곤 전혀 없었다.

그들 중 일부는 길드에서 탈퇴했고, 남은 자들은 학림고 인사들을 몰아내자고 언성을 높였다.

이렇게 내분이 일어나다 보니 길드 일에 관심을 접은 길드원들도 상당히 늘어났다. 그들은 간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모험과 렙업을 즐기거나 부캐 육성에 시같을 투 자했다.

이러다 보니 아무리 거대 키메라에 강병으로 유명한 마노스 제국군이 있다 해도 대륙올 도모할 수 있다고 장담할수없었다.

기둥이 썩으면 아무리 튼튼한 집도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외부 세력을 끌어들였다간 자칫 매국노로 찍힐지도몰라.”

“흥! 뭐 그딴 거에 신경을 써? 무조건 이기는 놈이 장땡 이야. 우리가 대륙 통일만 해 봐. 우리 방식이 옳았다고 할 놈들이 대부분일걸.”

“정말그럴까?"

“물론이지. 그러니까 쓸데없는거 걱정하지 말고 외국 놈들이랑 협상이나 잘해.”

여전히 찜찜하기만 한 노벨이었지만, 베히모스의 말에 더 반대하지는 못했다.

하긴 이미 저지른 일 아닌가. 이제 와서 발 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손해만 보게 된다. 차라리 베히모스 처럼 독하게 마음먹고 일을 진행해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근데 외국 놈들이랑 협싱하러 간 사람이 누구야?"

"그러니까 찬드라 대륙 방면은 유나고 웨스턴 쪽

NPC 아벨은 아르페디아 대록 제패라는 최대의 도전을 진행 중인 두 사람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유리처럼 차가웠고 입가에는 희미한 조소가 걸려 있었다.

"이거 이러다 세계 대전이 벌어지는거 아니야?"

 모니터를 보고 있던 관리실 직원의 말이었다.

 베히모스와 철십자 길드의 수뇌부는 요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드림맥스는 최근 그들의 행보를 녹화하여 분석하고, 철십자 길드만 주시히는 직원을 따로 둘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설마 그 정도 까지야.”

"모르는 소리! 베히모스의 요청대로 각국의 거대 길드들이 아르페디아 대륙으로 들어와 보라고.”

이전에도 청해도 분쟁과 프로인사건 등, 해외 유저들 과의 충돌로 인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대규모라곤 할 수 없었다. 서버가 통합된 지 오래지 않아 타 대륙 해외 유저들과 접촉하는 게 빈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초의 사건들이 터지고 이미 몇 달의 시간이 지났다. 항해용 범선들도 꽤 많이 건조되었고, 해로나 대륙 횡단로 같은 중요한 정보들도 증가하는 교류와 방문과함께 많이 공개된 상태.

당연히 이전과 다른 대규모 원정이 가능해졌다.

세계 대전이라 할 만한 전쟁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부사장님, 이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님니까?"

전쟁에 반대하는 직원이 뒤에 있는 정경욱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잘못하면 국제적인 현피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고, 각국 유저들간에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로 인한 원인과 책임을 모두 드림맥스에 물으려 할 게 뻔하다.

“일단 이대로 둔다. 딱히 철십자 길드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니까.”

해외 길드와 동맹을 맺는 것도 게임의 한 요소일 뿐이다.

정경욱의 말에 전쟁 반대를 주장했던 직원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러나 그는 부사장에게 따지지 못했다. 위에 서 까라면 까야하는 것이 직장 생활의 법칙이므로.

"너무 걱정 마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

"애들만 하는 게임이 아닌데요.”

"그리고 싸우다 보면 또 친해지게 되어 있어. 주먹 친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거기까지 말한 정경욱은 스크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스크린에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장면이 나오고 있 었는데, 마침 NPC 아벨이 클로즈업 되었다. 거대 키메라 생산을 관리하고 있는 그를 보며 정경욱은 히죽 웃었다.

 "그런데, 이 NPC 말이야 왠지 손 실장을 닮지 않았나?"

정경욱의 말에 뒤에서 다른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손석진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손 실장님이랑 정말 많이 닮았네요"

"후후, 닮기만 한 게 아니야. 영악한 것까지 똑같아."

 손석진은 작업을 중단하고 자리에서 슬쩍 일어났다. 계속 그를 놀려 먹을 수는 없었던 정경욱은 분위기를 쇄신하기위해 손벽을 쳤다. ,

"자자, 모두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일에 집중하라고!”

"알겠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일에 몰두하자, 손석진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의 옆으로 다가온 정경욱은 주위에 들리지 않을 수준의 작은 목소리로 손석진에게 말을 건넸다.

"자기가 만든 게임을 들어가서 건드려 본 소감은 어떻던가?"

정경욱은 손석진이 게임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이 점점 흥미로워지는 것 같아 일단 이를 내버려두었다. .

 "뭐 그럭저럭 재밌더군요.”

"그래도 더 이상은 하지 말게. 만에 하나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가는 큰일나니까.”

손석진은 정경욱의 애정 어린 경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정경욱이 등을 돌렸을 때,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글쎄요. 그건 두고 박야 알겠는데요.”

카잔 공국 북부의 도시 코린. 작지만 깨끗한 거리와 아름다운 건축물이 즐비한 이 도 시는 관광과 여행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근래에는 동쪽에서 배를 타고 온 찬드라 대륙의 북미 유저들도 이 도시를 관광하러 왔다. 그래서 거리에서 통 역 서비스를 사용한 어눌한 한국말을 듣는것은 흔한일이 되어 버렸다. 가끔은 통역 서비스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이들도 있었는데, 여기 카페 구석진 자리에서 대화 중인 남녀가 그랬다. 그들은 꽤 장시간을 영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실같이 가느다란 눈의 여성은.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영어에 서툴러서가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많은 말을 나눴음에도 딱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루어 내지 못했기 때 문이다.

"그러니까 당신네 길드, 아니 문파는 참전 조건으로 꼭 이 카잔 공국을 받아야겠다는 건가요?"

 "그렇다. 다른 제안을 할 생각은 마라.” 

검은 용이 수놓인 하얀 무복을 걸친 흑인 사내는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철십자 길드의 대리인 자격으로 협상에 나선 유나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상대가 말이 되지 않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륙 통일을 한다 해도 한 지역을 통째로 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상대는 한나라를, 그것도 철십자 길드가 여전히 중요한 기반을 두고 있는 카잔 공국을 내놓으라 요구하고 있었다.

"다른 조건으로 바꿀 순 없나요? 몇 번이고 말했지만, 그건 우리가 들어줄 수 없다고요.”

"쉽게 들어줄 수 있는 조건으로 우리 방파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

‘먼데이(Mondajr)’ 라는 이름의 흑인 사내는 어림 반 폰어치도 없다는 투로 고개를 저었다.

'하아, 미국 놈들이 땅 욕심이 없다고 한 놈이 도대체 누구야!,

그게 누군지 알면 당장 달려가 입을 찢어 놓고 싶은 그녀였다.

하지만 자신의 임무는 어떻게든 찬드라 대륙의 '혹룡 방(黑龍幣 The Black Dragon Circle)’ 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 뒤는 어떻게 되든지 자신이 상관할 바도 아니고, 상관하고 싶지도 않았다.

요새 길드 돌아가는 꼴을 보면 짜증이 나니까.

“휴,좋아요.그렇게 하도록 하죠.”

"크크크, 동의할 줄 알았다. 그럼 협정서를 작성하도록 할까?"

먼데이는 하얀 이를 씩 드러내 웃으며 전자 문서를 내밀었다. 이미 그곳에는 철십자 길드와 흑룡방이 어떻게 협력을 맺을 것인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꽤 주도 면밀하게 준비해 왔군요.”

"빈틈올 보이면 뒤통수를 맞는 게 무림의 세계라서 말이야.”

그리고 상대의 빈틈에 뒤통수를 치는 것이 흑룡방과 같은 흑도의주특기였다.

먼데이는 이미 대륙에 파견된 방도들로부터 철십자 길드의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물론 자세하진 않고 거대한 제국올 집어삼켰다가 탈이 났다는 정도로들었다.

아무튼 상대가 불리하다면 협상에 숙이고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그는 유나가 협정서에 사인하자; 곧장 받아서 서명을했다.

'후후후, 이제 아르패디아 대륙으로 들어기는 관문이 우리 흑룡방의 손에 떨어지겠군.’

적잖은 이권이 떨어질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차후에 아르패디아 대륙을 장악할 교두보가 될 것이다.

긴 협상이 마무리되자 먼데이는 하나 잊은 것이 있다는 듯,유나에게 말을건넸다.

"아참! 아르패디아 대륙에는 거대 병기들이 있다고 하는데, 어딜 가면 구할수 있는지 알려 주지 않겠나?"

흑룡방의 이인자인 먼데이가 먼 바다를 건너 아르페디아 대륙까지 온 데는 철십자 길드와의 협상 외에 다른 이유가있었다.

어찌 보면 이 두 번째 이유가 더 절실했는데, 그건 현재 찬드라 대륙의 무림판세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북쪽의 백천맹과 남쪽의 사흑련 고리타분하며 옳은 것만을 추구하는 유저들과 자유분방하며 PK를 주저 않는 유저들 사이에 패가 갈리며 자연 스레 형성 된 연합전선이다.

그중 흑롱방은 사흑련의 주도권을 두고 다투는 회원수 1만 5천명의 거대 길드로 예전부터 거대 병기를 손에 넣 고싶어했다.

그때는 아르페디아 대륙에서도 처음 등장했을 때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일본과 유럽 유저들 중 일부가 아르패디아 대륙의 거대 병기를 손에 넣은 게 확인되었고, 백천맹 쪽에서도 인맥을 동원해 구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거대 병기 확보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안이었다.

"왜요? 사시게요? 우리 길드에 거대 키메라가 있는데.*

“거대 키메라? 그것에게 명령을 내리려면 마법사가 필요하다고들었는데,맞나?"

‘이놈들귀도참밝네'

타 대륙에 있다고 정보력이 어두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먼데이는 거대 키메라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 대륙은 마법사가 없다. 그러므로 일반 유저도 조종할 수 있는 평범한 거대 병기를 원한다.”

"우리 쪽에서 마법사를 지원해 줄 수 있는데요.,"

"거절한다."

혹시 마법사와 비슷한 술법사에게 맡겨 보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먼데이는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은 일에 덜컥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비싼물건인데다가, 병기의 사용을 상대에게 신세지게 되면 주도권을 빼앗기고 만다. 절대 그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 발리안이란 대장장이를 찾아가 보세요. 레기은이라고 비싸지만 꽤 쓸 만한 골렘을 만들고 있죠.”

 "레기온? 듣자니 블랙 뭐시기란 게 좋다던데?"

 지그 철공소의 블랙 아이언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지그와 악연이 있는 유나로서는 절대 그쪽을 추천해 주고 싶지 않았다. 뭐, 하고 싶어도 화재 때문에 거 덜난곳이니. 

“레기온이 훨씬 좋아요. 레기온으로 하세요.”

 "그리하지. 그럼 이제 볼일도 끝났는데 나랑 같이 천천 히 데이트나 하지 않겠나?" 먼데이의 은근한 눈빛에 유나는 코웃음쳤다. 

‘흥!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하지만, 협상 내내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 작자와의 데이트는 이쪽에서 거절하고 싶었다 

"전 바쁜 일이 있어서요. 다른 사람을 알아보시죠."

그렇게 퇴짜를 놓은 유나는 찬바람이 일 정도로 쌩하니 밖으로나와 버렸다.

유나가 혹롱방과 협상을 진행하는 사이, 그녀의 단짝인 리트만은 아르폐디아의 서쪽 웨스턴 지방에서 온 유저와 만나고 있었다.

그는 리트만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선뜻 하겠다고 대답 했다.

"뭐 돈만준다면야."

황금으로 장식한 화려한 의자에 앉은 하얀 정장의 남자.

바로 웨스턴 최고의 부자라는 골드맨이었다.

그는 지금 마노스 제국에 머물고 있었다. 지난번 베레 타-마노스 전쟁 때 자신이 사들인 공작령을 지키기 위해 왔다가 눌러앉은 것이다.

돈과 금이라면 곰팡이가 슬 정도로 있을 양반이 돈을 밝힐 줄은 몰랐기에 리트만의 얼굴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 었다.

'빌어먹을! 있는 높이 더하다더니!’

그러나 내심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지난번 전쟁에서 골드맨은 머스켓티어가 주축이 된 소수의 용병 유저들을 끌고 왔는데, 사격과 검술에 능숙한 그들은 전선에서 굉장한 활약을 펼쳤다.

그런 머스켓티어 유저가 골드맨의 휘하에 5천 명이 넘었다. 일단 머스켓티어만 그렇다는 것이고, 건스미스라든가, 상인 같은 기타 직업군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숫자 였다.

철십자 길드가 아르페디아 최강이라고 하지만, 해외에도 그만한 힘을 가진, 어쩌면 그보다 더할 수도 있는 길드들이 분명 존재했다.

여기 골드맨만 해도 그렇다. 절대 함부로 대해선 안 될 존재였다. 철십자길드는 골드맨이 거느린 전력의 전부를 원하고 있으니까. 리트만은 최대한 옷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저, 지금 우리 길드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럼땅으로 주던가.”

'켓! 아주 철십자 길드를 풍비박산 내려는 거냐!’

 영지 판매 건 때문에 길드가 분열되기 일보 직전이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겠다는 것인지?

 리트만은 꾹 참고 협상에 나오기 전에 베히모스에게 들은 조건을 제시했다.

 "그보다 통일 대륙의 상권 일 할을 드리죠.” 

"삼할로하지.” “컥! 그건 너무..….”

통일 대륙의 1할만 해도 엄청난 이권인데, 무려 3할을 달라니! 이건 숫제 날도둑놈이나 마찬가지다.

리트만이 곤란해 하자, 골드맨은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말던가. 난 베레타 공화국 쪽에 붙어야겠군.”

 만약 골드맨이 베레타 공화국 쪽에 붙으면 큰일이다. 철십자 길드가 전쟁을 도모히것은 비밀이었고, 특히 외국 유저들올 끌어들이는 것은 비밀 중에서도 비밀이었 기 때문이다. 결국 리트만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삼 할을 드리겠습니다. 저희와 협정을 맺으시죠.” "후후후, 잘 선택한 거야. 우리랑 손잡은 걸 후회하지 않도록 해 주지.”

그렇게 철십자 길드와 웨스턴 최대 길드인 ‘골드 윙 (Gold Wing)' 의 동맹이 체결되었다.

로므나의 성수로 NPC들을 살리는 데 성공한 유한은 그동안 못한 블랙 아이언 생산에 몰두하고 있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숫자의 블랙 아이언들이 완성되어 비밀 동굴의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

한꺼번에 많은 수의 블랙 아이언들올 생산할수 있있던 것은 비탈리를 비롯해 새로 가세한 드워프들 덕분이었다 그들은 능숙하게 완성품 조립을 해내기도 했지만.....

"뭐야, 이 부품은? 어떤 놈이 이따위로 만들었어?"

 "이게 베어링이냐, 아님 곰반지냐?" 

"크크크, 갈리가 이따위로 가르치디 " 

그들은 돌아가면서 블랙 아이언 공방의 일꾼들을 볶아 댔다. 일꾼들의 작업이나 생산품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직접 시범을 보이며 가르치기도 했다.

이러자 원년 멤버인 갈리도 자극을 받아 일꾼들올 굴려 댔고, 그 결과 철공소에서 일하는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부쩍 늘어났다. NPC뿐만 아니라 유저들도 스킬이 부쩍 부쩍오른것이다.

"후후후, 이 정도면 대륙 정벌을 해도 되겠는걸?" 

유한은 창고에서 빙의 작업만 남겨 두고 있는 블랙 아이언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쪽 늘어선 수십 기의 블랙 아이언을 보자니 엉뚱한 생각마저 꿈틀거릴 정도였다. 마치 어릴 때 봤던 옛날 로봇 만화의 악당 두목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물론 정말 대륙 정벌을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지그야,일은 잘돼 가니?"

리지스가 비밀 동굴로 찾아왔다. 유한은 대답하는 대신 늘어선 블랙 아이언들올 가리켰다. 리지스도 대답 대신 엄지손가락올 치켜들었다.

“철십자 길드의 동태는 살펴봤어?"

“물론이지. 꽤 분주하게 움직이던데?"

리지스는 그동안 모아 온 정보를 유한에게 이야기해 주 었다.

“요새 철십자 길드의 내부 사정이 영 말이 아니라나 봐. 베히모스가 영지를 멋대로 팔면서 반발을 가진 길드 원들이 많이 늘었데.”

 그 정보는 철십자 길드에서 중견 간부를 맡다 탈퇴한 이로부터 입수했다.

베히모스의 독단에 불만을 가진 길드원이 한둘이 아니 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히모스와 길드장 노벨은 전쟁 준비에 더욱 열을 기울이고 있다고.

"흠, 내부의 불만을 전쟁으로 해결하겠다는 건가?"

전쟁 같은 큰 대업이 시작되면 불만을 가진 길드원들의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여긴 모양이다. 전쟁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경험치와 전리품은 너무나도 달콤하니 까.

"머리 나쁜 정치인들의 뻔한 수작이지. 하지만 생각대 로는잘안될걸?"

"왜 그렇게 생각해?”

"베히모스가 길드원들에게 보상을 똑바로 못했으니까.”

리지스의 말대로 베히모스는 황제가 되고 길드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올 못했다. 그나마 간부급 길드원들에게 분배해 준 영지도 빼앗아 전비로 충당했다.

과연 믿음을 배신한 베히모스에게 길드원들이 얼마나 지지를 보낼 것인가? 길드장이란 녀석도 반항과 견제는 커녕 베히모스의 딸랑이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길드원들의 실망은더욱더 클것이다.

"전쟁을 해도 길드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진 못할거야"

"하지만 그걸 베히모스나 철십자 길드의 수뇌부들이 파악을 못할까? 그래도 아르페디아 최강의 길드를 운영했 던 녀석들이라고. 가볍게 봐선 곤란해.”

유한은 철십자 길드에서 뭔가 ‘믿을 만한 게’ 있을 거 라 생각했다. 분명 반감된 길드 전력을 만회하고도 남을 뭔가가.

거대 키메라가 그 만회 전력이 아닐까 추정해 보기도 했지만, 이미 그건 드러난 전력이었다. 몇 차례 삽을 푸긴 했어도 베히모스나 노벨은 드러난 전력을 내밀 정도로 멍 청한 놈들은 아니다.

"뭔가 있겠지. 일단 우린 계속 기다리면서 전력을 마련 하고,전쟁에 대비 해야해.”

그동안 유한이 허위 정보를 유포한 이유는 철십자 길드가 오판올 해 개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맘놓고 일을 벌인 녀석들의 뒤통수를 아프게 때려줄수 있으니까.

"우리도 블랙 아이언만 믿어서는 안 돼. 앞으로 준비를 해야 하니까 다른 애들도 불러 모아 줘.” "알았어.”

유한의 말에 리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후 리지스의 쪽지를 받고 동료들이 철공소로 모여 들었다. 그들은 뭔가를 들었는지 흥분된 얼굴로 입을 열 었다.

"드디어 철십자 길드가 일을 벌이는 거야?"

 “전쟁이다! 이 몸이 선두에 서서 박살을 내 주지!"

 “아빠랑 아저씨들 보고 놈들을 공격하라고 할까?"

 중구난방으로 떠들자 유한은 손을 들어 진정시켰다. 

"다들 흥분하지 말고 정리를 해 보자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을들여 준비해야 할 일까지"

 그러자 한 사람씩 차례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오팬이 모두의 의견올 정리해서 유한 에게 건네주었다.

동료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함축할 수 있었다. 첫째, 마노스 제국과 사이가 나쁜 국가와 다크나이트 B.O.B 길드 같은 거대 길드에 철십자 길드의 동태를알려 주는 것. 그럼 그들은 알아서 전쟁 준비를 할 것이다.

둘째, 철십자 길드와 마노스 제국 내부의 반대 세력을 이용하는 것. 상대의 힘이 강하고 클수록 내부에서 무너 트려야 피해가 적다.

유한은 일단 첫 번째부터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마노스의 인접 국가인 베레타 공화국에는 소팬을, 그로지아 왕국에는 에이린을 사자로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는 내가 알릴게.”

 "그래, 그쪽은 시아 네가 적임자지. 다크나이트 길드는 리지스가맡을래 ?"

 "뭐, 내가 그쪽이랑 거래 관계가 있으니까.”

 "그럼 B.O.B 길드는…….” 

"제가 하죠.”

회의석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아크 위저드 아스란이 손올 들었다. 확실히 아스란이 적임자라 생각한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우리 길드와 최가장 길드에는 내가 직접 연락 하지.”

이들 국가와 길드들에는 전쟁이 터지면, 충분한 양의

블택 아이언과 무구들을 판매할 계획이었다.

요새 철공소 주변에 수상한 녀석들이 얼쩡대긴 했지만, 아스란의 텔레포트 마법이라면 그들의 눈을 속이고 지원을 원활하게 해줄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적의 내부에 있는 반대 세력을 이용하는 건"

"마노스의 귀족 NPC들이 불만이 심하대.”

반란 사태 덕분에 마노스의 귀족 NPC들은 일대 날벼락을 맞았다. 적잖은 이들이 숙청을 당해 처형당하거나 투옥되었고, 숙청을 피해 간 귀족 NPC들도 관직을 박탈 당했다.

그래서 그들은 신임 황제 베히모스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빼앗긴 그들은 저항할 만한 힘이 없었다.

“제국 내부에서 봉기를 일으키는 건 어렵다는 거야?"

“워낙에 깔끔하게 정리되어서 말이지. 죽은 망령이라도 돌아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걸?"

"흐음….”

유한이 뭔가를 생각해 보려는데, 리지스가 말을 덧붙였다.

"아참! 마노스 제국에 이상한 소문이 있더라."

"이상한소문이라니?"

"미네르바가 죽지 않고 살아 있대.”

 "그건 무슨 소리야?"

 미네르바가 살아있다니? 그녀가 죽으며 베히모스에게 양위를 해 준 것이 아니한 말인가.

"실각한 귀족 NPC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인데, 베히모스가 병에 걸린 미네르바를 황궁 깊숙한 곳에 유폐하고 황위를 찬탈했다는 말도 있고, 베히모스의 음모에 미네르 바가 나라를 빼앗기고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있어.

"신빙성이 있는거야?"

"글쎄, 미네르바 본인이 나타난다면 맞는 말이겠지.”

 그런 소문이 황도에 퍼져 있지만, 그저 실각한 귀족들이 퍼트리는 음모론 정도로 여겨지고 있단다.

그러나 음모론이 나돈다는 것은 그만큼 베히모스의 등극이 귀족 NPC들에게 탐탁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구나 반란 세력 일소를 핑계로 댔지만,그는 등극 전에 각 지방 영주들과 군 지휘관들을 싹 쓸어버리고, 마노스 제국에 망한 나라의 레지스탕스들올 기용했다.

정상적으로 제국의 황위를 양위받은 사람이 한 일치고 는 엉뚱하기 그지없는 것이다“뭔가 있어. 우리가 모르는 원가가.”

 어쩌면 베히모스가 전쟁을 강행하려는 것은 제국 내부의 여러 소문들올 잠재우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정말 미네르바가 살아있다면……?"

 만약 베히모스가 반란을 일으킨 거라면, 녀석을 보다 쉽게 끌어내릴 수 있다. 미네르바가 살아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설사 반란이 아니더라도 황제가 둘이 존재하게 되면 마노스 제국은 꽤 혼란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영향은 철십자 길드가 고스란히 데미지로 받게 될 터. 

"가스톤 영감님을 찾아가 봐야겠군.” 

“광산왕 할아버지를? 왜?”

 "저번에 불러왔던 네크로맨서를 소개받으려고"

좋은 계책이 생각났고, 그 계책을 도와줄 아이템도 아직 충분히 남아 있었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정말 철십자 길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황궁에서 도망친 미네르바는 의외로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비밀 통로를 통해 도망친 그녀는 황도 내에 있는 안가에 숨어 바깥 동정을 살피며 빼앗긴 황위롤 되찾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베히모스와 그 일당들의 간계에 충성스런 신하들이 떼죽임을 당하고 지지 세력이 급속도로 줄어들자 이제는 황위를 되찾기는커녕 어떻게 목숨을 부지해야 할 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폐하, 서둘러 황도를 벗어나야 하옵니다.”

 시종장이 가까이 다가와 고했지만, 미네르바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자, 시종장은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지금이 기회이옵니다. 근래 황도의 경계가 많이 흐트러졌습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미네르바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혔다. 번화가 가운데 자리 잡은 안가의 다락방에선 거리가 한 눈에 다보였다.

요사이 황도 거리에는 낯선 복장의 이방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소란을 일으키고, 자기네들끼리도 다툼을 벌였다.

그 때문에 황도의 치안대는 이들이 일으키는 분란을 정리한다고 바빴다. 검문에는 거의 신경도 쓰지 못하는 모양.

확실히 시종장의 말대로 황도를 빠져나간다면 지금이 기회다.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이냐? 어디로 가야 이 나라를 되찾고 저 간악한 베히모스을 처단할 수 있단 말이니?"

 미네르바가 생각하건대 어디로 가든 자신을 흔쾌히 받아 줄 나라가 있을 것 같지않았다.

“아르페디아 대륙의 제패를 꿈꾸고 전쟁을 일삼았던 짐이 아니더냐. 도움을 주기는커녕 베히모스에게 짐을 우호의 선물로 넘기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야.”

 미네르바의 말에 시종장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곧 뭔가 좋은 생각을 해냈는지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 소신이 황궁에 있을 때 베히모스 일당의 대화를 엿들은 적이 있었사옵니다. 그때 그들은 지그라는 이에 대해서 이를 갈았사옵니다.”

 "지그라고? 어디서 들어 본 듯도 한데…….”

 "아바란 왕국 동쪽에서 큰 철공소를 운영하는 대장장 이옵니다”

 "대장장이?"

대장장이가 아무리 잘나 봤자 일국의 지배자인 베히모스를 이길 것 같지않았다.

미네르바가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짓자. 시종장은 얼른 고개를 내저었다.

“평범한 대장장이가 아니옵니다. 그는 명장이라 불리고 있으며, 블랙 아이언이란 거대 병기를 생산하고, 각국에 무기를 팔아 대륙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사옵니다”

"호, 과연 범상치 않구나.”

"거기다 신용할 수는 없으나, 그에겐 우례를 일으키는 신과 같은 힘이 있다고 하옵니다”

마지막은 몰라도, 미네르바는 지그라는 명장이 대륙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의 도움올 얻어 각국의 지원을 얻을 수 있다면 저 간악한 베히모스 일당을 쓰러트리고 황위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짐에겐 그자를 만날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같구나.”

 그렇게 판단한 미네르바는 황도 탈출올 결심했다. 

"바로 떠날수 있겠느냐?"

 "이미 채비는 끝내 놓았사옵니다.”

 미네르바는 시종장의 말에 만족했다. 결정했으니 서둘러 떠나고 싶었다. 괜히 또 다른 미련이 생기기 전에 말이다.

아무리 전쟁 준비를 은밀히 한다고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분란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도 특히 한 제국의 황도라는 곳에 낯선 차림의 외국 유저들이 바글거리기 시작하면 밀할 필요도 없다.

"Hey! where are you looking at?"

“이게 뭐라고 씨부리는거야? 지가 부딪쳐 놓고.”

거리를 걷다 어깨를 부딪쳤는지 두 집단이 서로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그저 말다툼으로 끝내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대개는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곤 했다. 외국 유저 대 한국 유저의 싸움이 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국적이 다른 외국 유저들끼리 다툼이 일어나는 일도 빈번했다.

"Dirty french!"

"Qu? avez-vous dit?"

 해외 유저들이 서로 무기를 뽑을라치면 치안을 맡은 철십자 길드원들이 달려와 말렸다.

“이거 왜들 이러십니까? 조용히 지내기로 하셨잖습니까?"

탁!

 미네르바는 거리에서 이방인들이 다투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마차의 창문을 닫았다. 아무리 검문이 느슨해 졌다고 하지만,황도 밖으로 나가는 성문의 경비는 여전 히 삼엄했다.

"멈추시오!”

성문 경비를 맡은 철십자 길드원이 미네르바 일행을 가로막았다, 마부 복장을 한 기사는 시종장을 슬쩍 바라보 았다. 마치를 호종하는 늙은 집사처럼 변복한 시종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마차를 멈추게 하고 맡겨 놓으라는 듯, 수문장에게 다가갔다. 

"수고가많군.얼른 길을 비켜주게.”

"누군지 확인하고 내보내라는 상부의 명령 입니다.”

 수문장을 맡은 유저가 뻣뻣하게 나오자, 시종장은 눈살을 팍 찌푸리며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 안에 타고 있는 분이 뉘신지 아는가? 자네는 감히 얼굴을 보지도 못할 그런 분이야.”

‘아나, NPC 주제에 이걸 콱!’

"그래도 확인은 해야겠습니다.” "자네 이름이 뭐지?"

시종장이 은근히 위압적으로 나오자, 수문장은 움찔 뒷 걸음을 쳤다.

"말해 봐. 황궁의 재상 각하께 자네같이 임무에 만전을 다하는 친구를 추천해야겠군. 그럼 이 따분한 수문장 자리에서 벗어나게 해주실 것 같은데말이야.” 

 내용은 호의적이었지만, 말투는 적대적이었다. 수문장은 계속 이들올 귀찮게 하다간 플레이가 꼬일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볼 수 없는 호화로운 마차였다. 정말 길드장과 잘 아는 귀족 NPC인지 모른다.

그는 문득 군대 간 사촌 형이 사단장이 탄 차를 검문하 다가 군 생활이 더럽게 꼬였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제길, 곧 있으면 전쟁인데 잘못하면…….’

남들이 경험치랑 아이템 챙길 때 자신은 멍청히 빈집이나 지켜야할지도 모른다.

고민하던 그는 성문 경비병들을 돌아보며 명령을 내렸다.

"통과시켜!”

성문이 열리자 미네르바가 탄 마차는 유유히 황도에서 빠져나갔다. 시종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호위 기사 들도 손에서 검을뗐다..

멀어지는 그들을 보며 수문장은 연방 투덜거렸다.

"이런 시벌. NPC도 빽 믿고 유세하고…… 뭐 이따위 게임이 다 있어?"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서투른 결정으로 말미암아 이 게임에,그리고 철십자 길드에 어떤 폭풍이 휘몰아칠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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