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지그를 찾는 사람들 (114/143)

지그를 찾는 사람들

지그를 찾는 사람들

1

생일도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게임 방송에서 베레타 공화국과 마노스 제국의 싸움을 여러 번 방영했지만 유한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누가 이기든 자신과 상관없었다.

리지스의 경우엔 두 나라의 전쟁으로 무구도 많이 팔고 블랙 아이언도 더 팔 수 있어 신이 나는 모양이지만.

'그러고 보니 리지스 녀석, 요사이 많이 컸어.'

지그 합금 상사를 세우면서 에르젠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지만 에르젠 폭락으로 파산한 상회들을 악착같이 인수, 합병하면서 세도 엄청나게 불렸다.

얼마 전에 리지스는 '리지스 코퍼레이션' 이라는 상인 길드를 만들어 아르페디아 상계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그녀를 우습게 봤던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발덴 지부장 딜론도 요즘 리지스를 바싹 경계하는 눈치였다.

"빼액! 빼액!"

"으악! 안 돼, 포포! 이건 길드원들에게 줄 제련강이란 말이야!"

'저 자식도 많이 컸군.'

불가사의하고 불가사리스러운 괴생명체 포포도 많이 자랐다.

처음 만났울 땐 조그마했던 녀석이 이계는 집채만 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블랙 말고 양산형 블랙 아이언들은 녀석에게 먹힐까 봐 피해 다닐 정도로.

다행히 포포는 블랙 아이언을 씹어 먹는 만행을 저지르진 않았다. 리지스가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절대 손대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블랙 아이언의 부품 배치를 끝냈습니다."

"수고했어."

창밖으로 포포를 바라보고 있던 유한은 정신을 차리고 블랙 아이언 조립에 매진했다.

-블랙 아이언을 만들었습니다.

-상당히 날렵해 보입니다.

-영혼을 빙의시키면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휴우, 다 됐다."

유한이 완성한 블랙 아이언을 보며 미소 짓고 있을 때, 그의 뒤에서 놀고 있던 시커먼 로브의 마법사가 말을 건네 왔다.

"이제 소환 마법을 쓰면 되는 거죠?"

"아, 저번처럼 부탁해요. 아스란 님."

아트페디아 5위 랭커 아스란.

한때 헤븐즈 게이트를 찾는다고 귀련의 부캐 파우린과 자칼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그는 요사이 유한의 철공소에 눌러 살고 있었다.

철공소 견학을 핑계로 댔지만 유한은 그의 목적이 그게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분명히 나한테 운석이 있다는 걸 들은 거야. 헤븐즈 게아트를 열기 위해선 스타레이가 필요하니까.'

현재 스타레이의 정보는 드워프를 제외하고 유한과 귀련 둘만 알고 있다. 아직 공식 홈페이지나 공략 사이트들 에서 스타레이라는 단어가 검색되지 않는 걸 봐서 확실히 그랬다.

아마 아스란은 귀련에게서 스타레이에 대해 들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 원료가 되는 '운석 덩어리'가 유한의 손에 있는 이야기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부려먹어도 찍소리 안 하는 거지.'

유한은 철공소, 아니 자신의 주변을 배회하는 아스란을 보고 소환 마법을 익혔는지 물어보았다.

아스탄이 2랭크까지 찍었노라고 발하자, 유한은 블랙 아이언을 완성시키는 것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아스란은 이를 혼쾌히 받아들여 이후 생산되는 블랙 아이언들에 속속 영혼을 빙의시켰다.

아스란이 도외준 덕분에 조립을 마친 블랙 아이언이 창고에서 쿨쿨 자고 있는 일은 없었다.

요사이 동생 커플은 게임도 잘 안 하고 현실에서 데이트에만 열중하는지라 아스란의 존재는 참으로 든든했다.

'조만간에 운석 좀 떼 줘야겠군.'

그리고정식으로 '채용'도 해 볼 생각이었다. 아스란이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일단 영입에만 성공하면 블랙 아이언의 신용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여느 마법사가 아닌 아르페디아의 유일한 아크 위저드가 완성시킨 블랙 아이언이니까.

"좋아. 블랙 아이언 납품에 여유가 생겼으니 이젠 제련을 좀 해볼까?"

유한의 명성이 을라가는 만큼, 지그 철강 조합의 길드원들도 늘고 있었다. 그들에게 납품할 철을 만들어 낸다고 제련 공방의 고로는 꺼질 줄을 몰랐다.

-제련 스킬이 1랭크가 되었습니다.

 솜씨가 3 올랐습니다.

[재련의 달인] 칭호를 얻었습니다.

-이제 주물 스킬을 마저 올려 제철소에 도전하십시오.

"앗싸!"

며칠간 부지런히 초열탄을 만들어 제련을 하다 보니 드디어 제련 스킬도 1랭크에 도달했다.

합금 스킬의 경우는 지난번에 에르젠 합금괴를 대량으로 만들면서 이미 1랭크에 을라 있었다.

안내창에서 말한 대로 이제 제철소에 도전하기 위해 남은 것은 주물 스킬뿐.

주먹을 불끈 움켜쥔 유한은 상태창을 띄웠다.

[상태창]

이름 : 지그

칭호 : 오우거 헌터. 드워프의 조수, 공중 요새의 발견자, 리저드의 친구, 고대 드워프 유적의 발견자, 미케니아의 은인, 신종 제작자, 사장, 엔지니어, 죽음의 상인, 노력가, 헤븐즈 게이트의 발견자, 명장, 뇌제, 엘프의 친구, 제련의 달인

직업 : 대장장이

레벨 : 193

체력(HP) : 2,900/2,900

스태미나 : 2,500/2,500

마나(MP) : 150/150

힘 : 192 민첩성 : 150+25(팬릴 소드)

인내심 : 160+10(투사의 슈즈)

지식 : 120+20K명장 칭호)

행운 : 130 솜씨 : 240+60(불새의코트+명장칭호)

명성 : 33,000

공격력 : 220+236(팬릴 소드+와이어 건틀렛+투사의 슈즈)

방어력 : 160+143(투사의 슈즈+불새의 코트+와이어 건틀렛+동지의 목걸이)

경험치 : 5,000/41,000

돈 : 35,000,000골드

[습득스킬]

장작 패기 스킬 2랭크

벌목 스킬 3랭크

채굴 스킬 2랭크

채석 스킬 2랭크

제련 스킬 1랭크

생산 스킬 1랭크

합금 스킬 1랭크

정밀 조립 스킬 2랭크

수리 스킬 2랭크

주물 스킬 2랭크

도발 스킬 8랭크

쇼크 웨이브 6랭크

선동 스킬 7랭크

수리 성공를 81%

[히든스킬]

그래인 스킬 2랭크

암 브레이크 스킬 3랭크

[공작 기계 스킬]

선반 가공 스킬 4랭크

용접 스킬 5랭크

절단 스킬 5랭크

'후후후, 제철소는 발리안보다 먼저 지어야지.'

아르페디아 최초의 철공소는 발리안이 지었다.

유한이 초보 대장장이였을 적에 이미 명장의 경지에 올라 있던 발리안이었기에 그에게 선수를 빼앗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유한도 명장이다. 돈도 갑부라고 자부해도 충분할 만큼 있고 NPC와 유저를 합쳐 휘하의 일꾼들도 바글바글하다.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정도로 힘과 능력이 충분하다. 그렇기에 제철소만큼은 그 어떤 대장장이보다 먼저 짓고 싶었다.

바츠 시절에 자주 느꼈던 승부욕이 들끓었다고 할까.

"자자, 얼른 주물 1랭크를 찍자!"

유한이 주물 스킬을 을리기 위해 모형을 뜨고 있을 때였다. 공방 안으로 송코가 들어와 손님들이 찾아왔다고한다.

"블랙 아이언을 사러 온 사람들인가요?"

"그건 아니야. 개인적으로 널 꼭 만나고 싶어 하더라고."

"개인적인 만남? 뭐야, 한창 바쁜데……."

유한은 투덜거리며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실에는 값비싸 보이는 사제복을 입은 성직자 유저들이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얼굴에 개기름이 번들거리는 게 욕심이 많아 보였다.

"무슨 일로 절 만나자고 하셨습니까?"

유한의 물음에 선두의 신관이 나름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신을 믿으십니까?"

신? 신이란 존재는 믿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정 하지도 않는 유한이었다.

그런데 겨우 그걸 물기 위해 자신을 만나고 싶다 한 것 인가?

유한이 고개를 갸웃하자 뒤의 신관들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길 잃은 양이여, 신을 영접하십시오!"

"그분의 존재를 믿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참되고 복 된 자리에 갈 수 있습니다!"

"신은……."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게 되자 사이버 포교단이 생겨났다고 하더니 그들 중 하나인 모양이다.

게임에서도 포교를 하러 다니는 그들의 열정은 대단했지만 유한은 이들이 믿는 신을 영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말하는 걸 보면 어디 족보도 없는 사이비 교단이었고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길 잃은 양의 구원이 아닌 듯했으니까.

"재물은 헛된 것입니다. 모든 물질을 그분께 바치고 영원한 구원을 얻으십시오."

"영원이고 빵원이고 구원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썩 나가세요."

괜히 시간 낭비를 했다고 생각한 유한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 사이비 교단의 선교사들은 유한을 졸졸 따라오며 언성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어허! 불쌍한지고. 불신자에게 신의 징벌이 있읕지니!"

"징벌이 있을지니!"

'아놔, 이거 완전 똘아이들 아냐?'

현실에서도 이런 인간을 만나면 싫겠지만 여긴 게임이다.

그저 즐기기 위해 오는 장소에서까지 저런 뇌 없는 이야길 들어야 한다니 울컥 짜중이 치밀었다.

"오직 믿는 자만이 신의 벼락을 피할 수 있을지니!"

"오, 그래? 그럼 한번 시험해 볼까?"

유한은 뇌제의 홀을 꺼내 들었다.

순식간에 뇌제로 변신한 유한은 그들을 번개로 지저 주었다.

"크아악!"

단 한 발의 벼락에 절반의 성직자들이 운명을, 아니 플레이를 달리했다.

"히이익!"

"도망가자!"

살아남은 성직자들은 유한이 다시 번개를 치는 시늉을 하자 겁을 집어먹고 달아났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끝까지 한마디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오오! 저 간악한 악귀를 보라!"

"악마에 영혼을 판 저 이름이 붉은 자를 보라!"

어쩌다 울컥해서 번개를 날렸더니 PK가 되고 머더러가 되어 버렸다.

그저 게임의 시스템일 뿐이지만 사이비 교단의 선교사들은 그마저 불신자의 상징이니 어쩌니 떠들어 댔다.

"야이 자식들아! 그래 오늘 악마한테 뒈져 봐라!"

"히이익! 신이여. 저희를 구원하소서!"

그러나 신은 그들을 구원하지 않았고 철공소에 있는 유저들도 유한을 말리지 않았다. 아니, 은근히 다리를 거는 등 응원했다.

뇌제라는 칭호를 가진 악마는 머더러 카운터를 지난 다음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2

머더러 카운터를 넘길 동안 불쾌한 기분을 가라앉힌 유한은 다시 주물 스킬을 수련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손님이 왔다고 한다. 이번엔 중요한 볼일이 있다는 손님이었다.

다시 응접실로 가 보니 두루마기를 걸치고 수염을 길게 기른 장넌의 유저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사, 아니 술법사인가? 혹시 찬드라 대륙에서 왔나?'

그러나 상대는 한국인이었다. 뭐 카프의 경우처럼 저쪽으로 넘어가서 술법사가 되었는지, 아님 찬드라 대륙의 의상을 걸치기만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용건부터 물어볼 일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나이가 적지 않아 보여 유한은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지그 군. 자네는 조국의 미래를 어찌 생각하나?"

중요한 볼일이라 하더니 뭔가 진지한 주제를 내뱉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와 뜬금없이 조국의 미래를 물어보다니.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유한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이 나라는 크게 잘못되었네! 올바른 자주의 길을 걷지 못하고 외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 젊은이들은 외래문화에 취해 타락해 가고 있고, 단일 민족의 혈통마저 무너지고 있네."

장넌의 사내는 피를 토하는 듯한 연설을 이어 갔다.

"대통령부터 퇴진시켜야 하네! 이 정권을 바꾸지 않으면 조국과 민족의 미래를 구원할 수 없어."

"대체 누구십니까?"

유한의 물음에 남자는 자신의 머리 위 이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진조국당 대표 장원갑일세. 이번 오월 재보궐선거에……."

"나가!"

뭔가 했더니 자신의 당을 지지해 달라 유세하러 온 것이었다. 그것도 한 번도 들어 보지도 못한 3류 야당을.

"지그 군! 조국과 민족의 미래가 걱정이 되지 않나?"

"예! 걱정됩니다.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요."

울컥 화가 치민 유한은 그에게 쏘아붙여 주고는 밖에서 일꾼들을 불렀다. 건장한 체격의 NPC 일꾼들은 장원갑의 양팔을 붙들고 응접실에서 끌어냈다.

"무슨 짓이냐, 이놈들! 당장 놓지 못해? 내가 누군 줄 알고!"

장원갑이 펄펄 뛰었지만, 현실 세계의 정치인에 대해서는 전혀 알 리 없는 NPC 일꾼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철공소 밖으로 내쳐진 장원갑은 분에 못 이겨 악담을 늘어놓았다.

"지그 이놈, 듣던 대로 친일파로구나!"

"뭔 개소리를 하는 겁니까? 내가 왜 친일파예요?"

하다못해 별 해괴한 말까지 다 나오자 이번에는 유한이 펄쩍 뛸 지경이었다.

"일본 놈들에게 저 골렘을 팔았다면서? 그러니까 넌 친일파라는 거다!"

유한이 오와리 번의 영주 오다에게 블랙 아이언을 판 적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걸 가지고 친일파 운운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여긴 자유도가 보장되는 가상현실 게임이고 오다도 유저들 중의 하나였으니까.

"친일파 꼴통 자식! 네 할아비의 할아비도 쪽바리에게 나라를 팔았으렸다!"

"블랙! 저 인간 당장 하늘의 별로 만들어 버렷!"

"알았다."

원지 몰라도 귀가 따가웠던 블랙은 장원갑을 들어 하늘로 집어 던졌다. 장원갑의 외마디 비명을 마지막으로 철공소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아놔, 진짜 별 거지 같은 것들이 다 설치네."

"왜 그래?"

유한이 씩씩거리며 화를 내자, 송코가 다가와 물었다.

"아 글쌔. 좀 전에는 이상한 사이비 교도들이 찾아오더니 이제는 삼류 정치인이 와서 시끄럽게 굴잖아요."

"하하, 그랬어?"

"지금까지는 전혀 안 그렇더니 왜 저런 놈들이 찾아오는 걸까요?"

수천만의 유저들 중에 별의별 놈들이 다 있겠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유한의 물음에 송코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건 아마 지그 네가 명성도 높고 부자여서가 아닐까?"

"명성도 높고 부자여서라고요?"

"그래, 단순히 전도만 할 목적이면 다른 사람에게도 말을 건넸을 텐데 너한테만 매달리잖아."

그건 그렇다.

지그 철공소에는 유한 말고도 수십 명의 유저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일언반구 안 하고 자신만 찾는다는 게 좀 이상했다. 신의 은총은 사람을 가리는 게 아닐진대 말이다.

사실 유한이 부자이긴 했다.

기존의 블랙 아이언 생산으로 돈을 많이 버는데다 얼마 전부터는 에르젠을 대량 생산하면서 갈퀴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으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곧 아르페디아 온라인 최고의 갑부라는 발리안과 맞먹게 될지도.

"사람들 중에는 유희가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위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특정한 목적으로 게임을 히는 사람들은 많은 유저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접근한단다. 그들의 명성과 자금, 인맥을 이용해야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제길, 다음부터는 저런 놈들은 안으로 들이지 마세요."

그러나 유한의 지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용건을 밝히지 않는 사람들을 제외하기 시작하자, 방문 목적을 감추거나 속이는 이들이 생겨났다.

"지그 님! '빛과 소금 운동 본부'에서 나왔습니다.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기부 좀 하시지요."

옷차림이 번드르르 한 음유 시인은 불우 이웃 돕기를 할 것처럼 생기지 않았다. 정말 불우 이웃 돕기를 할 생각이 있다면 정식으로 드림맥스에 협조 요청을 했으리라.

"돈 없습니다."

"돈 없으면 아이템도 괜찮습니다. 저희가 현질로 처분 해서……."

"아, 댁들한테 줄 거 없다니까요!"

유한은 진드기처럼 매달리는 녀석을 쫓아 버리곤, 문가에 소금까지 뿌렸다.

"핸만하면 좀 주지그래?"

언제 접속했는지 옌스가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흥! 저런 사이비들한테 한번 돈 주면 밑도 끝도 없이 물려들어 온다. 그런데 너 시험은 다 끝났냐?"

저번에 꼭 대학에 갈 거라고 하도 애원하기에 오펜을 소개시켜 주었다. 덕분에 한동안 게임에서 오펜과 함께 돌아다니며 열공 모드에 빠져 있더니 이제 다 끝난 모양.

"훗! 다 끝냈지. 이 몸이 생각해도 놀랄 정도로 성적이 오를 듯해."

"그러냐?"

유한은 밖으로 살짝 시선을 돌렸다.

한동안 잘 보이지 않던 중·고등학생 유저들이 부쩍 늘어나 있었다. 중간고사 시즌이 끝난 모양인지 그들의 표정은 무척 밝고 개운했다.

"와! 시험 끝났다!"

"지금까지 못한 거 다 해야지!"

"지그 님! 수리 좀 해 주세요!"

많은 유저들이 유한의 핸드메이드 무구를 사거나 수리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 그동안 못한 사냥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준비를 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때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꺄아악! 숨어! 숨어!"

채린이 개인 작업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이곳저곳 둘러보다 원소 합성로 뒤에 몸을 숨겼다.

"뭐야? 무슨 일……."

유한이 다가가 물으려고 할 때, 채린이 검지손가락을 입에다 가져다 댔다. 말을 걸지 말라는 표시.

'이거 어디서 보던 상황인데?'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바로 그…….

아니나 다를까. 유한이 그 상횡을 떠올릴 때, 개인 작업실로 낯익은 인물이 들어왔다.

"시아, 너 여기 숨은 거 다 안다! 당장 안 나올래?"

그는 채린이네 학교 선생님인 아레스였다.

작년에 이어 을해도 채린의 담임이 된 아레스는 여전히 학생들 관리에 열심이었다.

채린은 원소 합성로 뒤에서 고개를 빼끔히 내밀고는 외쳤다.

"선생님, 중간고사 끝났잖아요! 좀 놀게 해 주세요!"

"시꺼! 고3이면 공부를 해야지! 그리고 놀 만한 성적이 되면 또 몰라, 시험을 고따위로 치고 놀겠다고?"

아레스의 말에 채린의 눈이 동그래졌다.

"에? 벌써 시험 점수 나왔어요?"

"니 점수만 채점해 봤는데 아주 엉망이더라. 너 그래서 대학 못 가, 인마."

"우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랬어요."

"그렇게 떠든 녀석들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를 하지. 얼른 안 텨 나올래?"

결국 채린은 아레스의 엄포에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밖에는 채린의 반 친구인 듯한 소넌 소녀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담임을 향해 다시 한 번 애걸했다.

"선생님! 오늘만 좀 봐주세요!"

"내일은 공부할게요."

"시꺼! 다들 이거 받고 저쪽 공터에 앉아."

아레스는 학생들에게 책 한 권씩을 나누어 주었다. 책에는 '고등학교 국어'라고 굵게 적혀 있었다.

"와, 불법 복제본이다. 선생님 고발해야지."

"언놈이야? 죽을래?"

아래스는 엄포를 하고도 좀 찔리긴 했는지 아이들을 다독였다.

"이 자식들아, 내가 이러는 것도 다 너희들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선생님은 어디 레벨 안 올리고 모험 안 가고 싶은 줄 아냐? 선생님이 이렇게 시간 쪼개서 쫓아다니며 가르쳐 주면 제발 좀 고마운 줄 알아라."

그렇게 하소연한 아레스는 자신들을 멀둥히 바라보고 있는 유한과 옌스를 보았다.

"뭘봐. 니들도 이리 와서 앉아."

"왜요? 전 그쪽 학교 학생도 아닌데요."

"전 이미 대입 검정고시 패스했습니다만."

두 사람은 아래레가 자신들을 끌어들이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도 입시 준비하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

"내가 어디 틀린 말이라도?"

"아뇨, 옳으신 말씀입니다."

어찐지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에 유한과 옌스도 학생들 틈에 끼여서 앉았다 옌스는 요즘 부쩍 성적과 입시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갖고 있어서 그랬지만, 유한의 경우는 좀 달랐다.

'후후, 채린이랑 같은 반이 된 기분인걸.'

채린이 옆에 앉아서 수업(?) 준비를 하자니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정말 채린이랑 같은 학교에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아아, 게임에서 공부하다니 최악이야."

어쨌거나 좋은 유한과 달리 채린은 영 싫은 기색이었다.

홍미진진한 모험을 즐겨야 할 환상의 공간에서까지 입시의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게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입이 툭 튀어나은 그녀는 수업 준비를 히는 아레스를 바라보며 따지듯이 이야기했다.

"게임에서 공부하는 불쌍한 애들은 우리뿐일 거예요!"

"뭐가 니들뿐이야. 이야기 못 들었냐? 게임에 학원이 생겼다는 거?"

작넌의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드림맥스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권장했다. 그 결과 기업체의 이름을 딴 상점이나 음식 체인점 같은 점포들이 들어섰고, 얼마 전에는 사립 학원까지 생겼다.

"그렇게 세운 학원에선 강의뿐만 아니라 학원 전용 교재에 학원 전용 교복까지 판매하고 있다."

"컥! 그런……."

그건 유한도 처음 듣는 이야긴지라 무척이나 놀랐다.

"하지만 버추얼 시뮬레이터용 가상 강의가 있는데, 뭐 하러 게임 세계에 학원을 따로 만드는 거죠?"

채린의 말대로 수강료만 지불하면 들을 수 있는 가상 강의들이 캡술의 발명 이후부터 존재해 왔다.

"그런 강의들은 왠지 갇혀 있는 기분이 드니까."

아레스의 말대로 가상 강의는 부자연스럽고 일방적이다.

유한도 갑갑한 기분이 들어 예전에 듣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실제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더구나 게임상의 학원은 공부 마치고 곧장 놀러갈 수 있다는 장점 아닌 장점이 있다. 그래서 어떤 학원의 경우는 학원 전용 지하 던전이나 도서관 던전 같은 걸 마련해 둔 모양이고……."

"이야! 그것 재밌겠는데!"

옌스가 홍미가 있었는지 눈을 반짝였다. 그의 머릿속에선 에이린이랑 학원 교복을 맞춰 입고 학원 던전을 탐험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강의를 통한 성적 향상의 효과를 주는 것만도 아니야. 현실의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컨텐츠를 제공하기도 하지. 서클 활동이라든가, 학원 폭력 방지 등에선 현실의 학교보다 더 낫기도 하단다."

점점 말을 할수록 아레스의 목소리에선 힘이 빠졌다. 표정도 시무록해졌다.

"벌써 몇몇 학생들은 게임 속의 학원이 더 낫다며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기도 한다는구나. 어차피 고둥학교 졸업장은 검정고시 같은 걸로 딸 수 있으니까……."

'실망스러운 건가?'

유한은 어찐지 아레스에게서 그런 기분을 느꼈다.

하긴 교사된 입장에서 학생들이 현실 학교보다 가상의 교육 환경과 선생님들을 더 선호한다면, 굴욕도 그런 굴욕이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만큼 현실의 교육자들이 잘못 했기 때문이니까. 아니면 게임 속의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의 성적이 그렇게 일취월장할 리가 없지."

사실 아레스가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하는 이유는 단지 학생들을 쫓아다니며 지도하거나 공부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가상현실에서 교육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현실에 반영하거나 도입할 수 없을까 연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상현실의 환경이 더 좋다고 아이들을 그쪽에 내맡길 수는 없다. 분명 가상현실에서도 뭔가 배우는 것이 있을 테지만, 결국 아이들은 보다 거칠고 복잡한 현실에서 살아야 하니까.

"이야기가 길어졌구나. 책 펴라. 55페이지부터 시작하겠다."

학생들은 모두 선생님이 준 교과서 복사본을 펼쳤다.

좀 전에 투덜거리던 채린도 선생님의 수업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 중에 더 이상 누구도 짜증 내거나 불만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선생님은 자신들을 위해 이곳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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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맥스 본사 7층 게임 관리실.

직원들이 하품을 하며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3교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래도 지겨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룻. 이를 잊기 위해 아르페디아 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만 곧 흥미를 잃고 만다.

"아아, 이렇게 쳐다보기만 하는 건 역시 지겨워."

"맞아. NPC로 접속해서 감시하는 게 더 재미있을 텐데 말이야."

게임 내에는 수많은 NPC들이 있다. 보통 이들은 인공지능으로 움직이지만, 게임사의 특수한 목적에 따라 수동으로 조정되거나 직원이 직접 접속해 콘트롤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간해서는 NPC를 이용하지 않는다. 잘못 남발하다간 회사가 게임에 개입해 간섭하고 조종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얼른 일 끝내고 집에 가서 따로 접속하든가 해야지."

모니터링 직원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르페디아 대륙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한참 화면을 넘기던 그는 어느 곳에서 스크린을 딱 멈추었다.

스크린에는 멋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게임 내에 자리 잡은 몇몇 사립 학원에 등교하는 이들이었다.

"게임 속에서 환상의 학창 생활이라……"

"저기 들어가는 데 연령 제한이 있다면서?"

"당연하지. 아저씨가 학생이면 이상할 것 아니야."

그러나 이러한 제한에 항거(?)하는 세력들도 있었다.

배움에 나이를 따지냐며 학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르는 유저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렇게 요구하는 유저들은 어이없게도 정규 교육 과정을 다 마친 사람들이었다.

"그 양반들은 암울했던 과거 현실에서의 학창 생활을 게임에서나마 되돌리고 싶다……. 뭐 그렇게 이야기 하던데?"

"핑계지. 열에 아홉은 여학생 유저들에게 껄떡델 속셈일 거다."

직원들의 눈길은 어느 학원의 정문으로 향했다.

화려한 장식과 문양이 새겨져 있는 문 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학원 학생들 간의 싸움이 아니라, 학원 생이 아닌 일반유저와 경비 NPC들과의 싸움이었다.

"아놔! 그냥 들어가서 구경 좀 하고 나올 거라니까!"

"학원에 금이라도 처발랐냐!"

유저들은 그렇게 항의하며 강력한 공격 스킬을 날리고 화려한 이펙트의 마법 스킬을 터트렸다.

척 봐도 레벨이 200은 넘어 보이는 고렙 유저들이다.

그러나 학원 경비 NPC들은 그런 그들의 공격을 간단하게 막아 버리곤 역공을 날려 유저들을 해치워 버렸다. 웬만한 보스 급 몬스터 못지않은 실력.

"우리 '학림 아카데미'는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입학을 원하시면 정식 수속을 밟으시기 바랍니다."

"다른 세계에 가서 허가를 받으십시오."

경비 NPC가 말한 다른 세계란 바로 현실 세계를 말한다.

게임 내 학원을 다니고 싶은 유저는 현실에 있는 학원 을 찾아가거나 홈페이지에 접속해 입학 신청서를 작성하고, 수강료를 납부해야 한다.

입학 신청서에는 유저의 ID와 캐릭터 이름을 적게 되는데, 승인이 되면 유저는 학원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승인을 받지 못한 유저는 무슨 수를 쓰든 학원에 들어 갈 수 없다. 정문이 아닌 월장이나 땅굴, 공중 침투를 해도 마찬가지다. '학원의 결계'로 외부인은 항상 튕겨 나게끔 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네 그 이야기 들었어?"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홀짝이던 직원이 옆의 동료에게 말을 건넸다.

"뭐가?"

"저 학림 아카데미 말인데 현실에서도 있는 학교래."

"그래서?"

동료는 별것 아니리는 듯이 응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에 '분교'를 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사립 학교들도 몇 곳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 학교, 꽤 문제 있는 학교라는 모양이야."

직원은 인터넷에 을라온 학림 재단의 부정과 비리 의혹들에 대해서 늘어놓았다. 학교 공금 횡령, 촌지 사건, 특정 업체 비호 등등.

"거기다 재작넌에 학교 급식에 쥐가 나와서 난리가 났었지."

"우웩, 그거 진짜야?"

"신문하고 뉴스에도 나온 거야."

인상을 확 찡그린 동료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게임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겠지?"

"뭐, 학원 식당 NPC들은 쥐고기를 재료로 쓰진 않으니까."

그렇게 말한 직원은 학림 아카데미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저기서 수업을 듣는 강의료가 비싸. 우리 조카가 저기 등록했는데 한 달 수강비만 이백만 원이래."

"헉! 뭐가 그리 비싼 거야?"

현재 게임 내 학원들의 한 달 수강비는 대략 30만원 정도였다. 여섯 배가 넘는 비싼 값을 받는다는 것도 놀랍고, 그걸 내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일단 시험 성적을 잘 을려 줘서 그렇대. 전교 300등을 밑돌던 학생들이 저기 다닌 지 한 달 만에 100둥 안에 들어왔다 하더라고."

"오! 그거 대단한데!"

그래서 현재 전국적으로 이곳에 자식을 등록시키려는 학부모들로 아우성이었다. 이곳에 들어간 학생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성적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놀라운 결과를 보고 놀란 교육 방송에서 나와 취재해 가기도 했다.

"실력은 있는 학교인 모양이군."

"학림고가 공부는 잘 시킨대. 애들 전국 석차도 높고. 이미 저거 이전에 학림 재단에서 운영하던 사이버 학원에서도 성과가 상당했다는 소문이야."

"흐음, 그래서 부정이나 비리 의혹이 많아도 버티고 있는 건가? 학교야 애들 성적만 잘 올리면 그만이라고들 생각하니……."

현재 학림 아카데미의 성공은 사이버 학원에서 보여 준 성과가 힘입은 바가 컸다. 그리고 그 사이버 학원의 체제가 고스란히 아르페디아 온라인으로 이식되었다.

"그런데 조카 녀석 말로는 학원 강의가 다른 곳에 비해 그리 특출 나지 않다고 하더군. 비싼 학원비나 명성에 비해서 말이야. 그래서 계속 다닐지 말지 고민 중이래"

"그래도 한술 밥에 배부르는 건 아니니까 계속 다녀 보면……."

그 후로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대화에 집중한 그들은 자신들의 뒤에 손석진이 서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들을 만큼 들은 손석진은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뭔가 잠시 두들겨 대던 그는 주변에 이미지와 텍스트가 빽빽한 스크린들을 가득 띄워 올렸다.

"학림 재단이라……."

학림 재단과 게임 내의 학림 아카데미에 대한 정보들을 살펴보던 손석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만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장 제르달. 현재 마노스 제국의 국무대신."

그는 지난 번 베레타 공화국에 특사로도 갔었다.

철십자 길드의 일원이라 그런지, 현재 학림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학도병'이라는 명목으로 베레타 공화국과의 전쟁에 참전시키기도 했다.

"예전에 티쳐스의 수장이셨군."

손석진이 가장 눈여겨보는 정보는 바로 그것이었다.

예전에 게임을 이용하여 사사로이 잇속을 채운 죄로 징계를 받았던 자. 그런 자가 또다시 뭔가를 꾸미고 있었다.

"그래, 일단은 두고 봐 주지."

그는 눈앞에 떠을랐던 스크린들을 죄다 꺼 버리고 가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해 기대하는 사람의 웃음이었다.

"그나저나 우리의 베히모스는 잘하고 있나? 이런 내가 잠깐 바빠 손을 놓은 사이에 곤경에 처해 있군. 얼른 달려가서 도와줘야지."

손석진은 직원들 몰래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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