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9화 에르젠 합금 기술 (110/143)

에르젠 합금 기술

에르젠 합금 기술

누군가 음모를 꾸미는 것도 모른 채, 유한은 에르젠 합금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부산하게 음직였다.

일단 유한은 베레타 공화국의 수도 페르사로 가서 국립대 연금학과 교수인 NPC 베스킨을 만났다. 그와 친밀도 를 높이면 에르젠 합금 기술을 가진 명장을 소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 그 명장이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귀련에게서 들었다.

에르젠 합금 기술을 가르쳐 주는 NPC는 3명 있는데,

베스킨은 그중에서 한 사람을 랜덤하게 소개시켜 준다고 했다.

문제는 베스킨의 소개와 추천장이 없으면 그 기술자들 이 전혀 상대를 해 주지 않는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추천장을 얻어 내려면 NPC 베스킨과 친밀도를 높여야 하고, 그를 위해선 베스킨이 좋아히는 아이템을 주거나 그가 시키는 심부름 퀘스트들을 수행해 야했다.

"어떻습니까?"

"흠,매우 좋군."

"그렇죠? 끝내주지요? 이게 바르카스 최고의 농부라는 '칠갑산' 님이 재배하고 숙성시켜 만든 포도주거든요."

유한은 베스킨에게 포도주를 선물로 주었다. 귀련에게서 베스킨이 포도주를 무척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와인 계조의 대가' 칭호를 가진 유저 칠갑산의 와인은 무척 비쌌다. 최고급 와인 1병에 1만 골드나 할 정도로.

그러나 유한은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자, 한 잔 더 드시죠."

"고맙네. 예쁜 아가씨가 따라 주었으면 더 맛있었으련만……."

베스킨의 말을 듣고 유한은 울컥했다.

NPC 주제에 베스킨은 제법 밝히는 성격이었다. 덕분에 유한이 바친 포도주는 귀련이 준 포도주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백포도주는 생선 요리와 잘 어을리지. 자네 그거 아나? 요즘 먼바다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라는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참치 말입니까r

"뭐 그렇게도 부르더군. 아무튼 나이를 먹고 보니 식탐이 늘어서 말이야. 이것저것 먹고 싶은것이 많아지더군"

베스킨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한의 앞에 심부름 퀘스트 창이 짠하고 떠을랐다.

[베스킨의식도락]

-베레타 국립대학 교수 베스킨은 최근 참다랑어 스테이크가 먹고 싶은 모양이다. 원양에 사는 참다랑어는 잡기도 구하기도 힘들다.

 그에게 맛있는 참다랑어 한 마리를 구해다 주지 않겠는가? 배스킨과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유한은 왠지 찌중이 났지만, 그래도 심부름 퀘스트를 수락했다.

아무래도 곧장 바다로 나가 보아야 할듯.

"제가 그 참치란 거 구해 오도록 하지요."

"오오, 그래 주겠나?"

베스킨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유한은 속으로 투덜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그가 막 자리를 뜨려는 때, 베스킨의 실험실 문이 벌컥 열리며 일련의 대장장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교수님, 말씀하신 곳에서 수은 광석을 채취해 왔습니다."

"학생들의 레포트 정리를 다 했습니다."

"맛보길 원하시던 바다제비집을 구해 왔습니다."

저마다 성괴물을 내놓자, 베스킨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네. 이번에는 내 친구에게 편지를 좀 전해 주지 않겠나?"

베스킨은 수은 광석을 채취해 온 유저에게 다른 심부름 퀘스트를 내고, 연이어 다른 대장장이 유저들에게도 심부름 퀘스트들을 던졌다.

가네는 바르카스 왕립 대학에 가서 '연금술의 둥가교환 법칙' 이라는 책을 좀 빌려다 주게. 그리고 자네는 베레타 최고의 요리사였던 불꽃의 달인 길버트의 소재를 좀 알아봐주고……."

유한은 나가다 말고 베스킨을 둘러싼 대장장이들을 멍하니 바라다보았다.

꼴을 보아하니 모두 유한처럼 에르젠 합금 기술을 익히 려고 온 대장장이들이었다.

베스킨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공개 되어 있었다.

에르젠 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힘든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제조법을 익히려고 나선 모양.

나쁜 현상은 아니었다.

에르젠을 제조할 수 있는 대장장이들이 많아지면, 자연히 에르젠 가격도 인하될 것이니까.

'좀 더 기다려 볼 걸 그랬나?'

잠시 후회가 들었지만, 유한은 고개를 저었다.

저 중에 몇 명이 퀘스트를 완수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명장이란 호칭을 얻은 대장장이가 되었는데. 아직까지 에르젠 합금 기술 같은 고급 기술을 모른다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귀련도 발리안도 모두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럼 바다로 가 볼까?"

짐마차를 소환한 유한은 곧장 동쪽의 어항(漁港) 빌트론으로 떠났다. 빌트론에서 참다랑어를 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2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유한은 청해도에 가본 뒤 오랜만에 대양으로 나왔다. 빌트론에서 참다랑어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부 유저들 말로는 참다랑어는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원양 어업이 가능해지면서 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잡기 힘들지만 귀족과 부자들이 무척 좋아하는 식재료 라고. 그래서 그들에게 어업 췌스트를 받아들여 참다랑어를 갖다 주면 포상금과 함께 적잖은 경험치를 준다고 했다.

덕분에 구입은 실패했다. 한참 동안 항구를 돌아다녀 봤지만 참다랑어는 눈 씻고 볼 수가 없었다. 에르젠 보다 구하기 힘든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이리저리 돌아다닌 끝에 참다랑어를 자주 잡아 봤다는 고레벨 어부를 만날 수 있었다. 유한은 그의 배를 얻어 타고 직접 참다랑어를 잡으러 바다에 니왔다.

"여기가 참다랑어 어장이 맞아요?"

"예전에 이 좌표 근처에서 잡았죠 어군(漁群)이 이동하지 않았다면 또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워낙에 고기를 잘 잡아 '만선의 달인'이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어부 라셀은 마치 바닷속이 보이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면을 응시했다.

한참 바다를 살펴보던 라셀은 남동쪽을 살피보다가 재 빨리 그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돛 올려! 그물 준비!"

라셀의 고함에 그에게 고용된 NPC 어부들이 부지런히 어구를 준비했다. 어군이 몰린 해역에 당도하자 라셀과 어부들은 서들러 그물을 넓게 펴서 집어 던졌다.

"영차! 영차!"

라셀과 어부들은 열심히 그물을 끌어을렸다. 그냥 지켜 . 보기가 지루했던 유한은 달려들어 그들과 함께 그물을 잡아당겼다.

그물에는 온갖 물고기들이 잔뜩 잡혀 올라왔다.

"와! 칼이다. 컷틀러스야."

"이 상자에는 뭐가 들었을까?"

그물에 걸린 건 물고기만이 아니었다. 바다에 빠진 유저나 NPC들이 남겼을 아이템도 간혹 발견되었다.

그러나 유한은 다른 물고기나 부가 획득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그물에 참다랑어가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만 확인했다.

그물에 걸린 참다랑어는 모두 3마리. 유한은 그중에서 라셀의 추천을 받아 가장 맛있어 보이는 녀석을 골랐다.

[참다랑어]

길이 : 92cm

무게 :137kg

설명 : 먼바다에 사는 농어목 고둥어과외 터까지 자라며 몽둥하게 생긴 것이 무척 먹음직스럽다. 호화로은 요리에 사용되는 최고급 어종이다.

참다랑어는 두 손으로도 들기 힘들 정도로 무겁고 힘이 셌다. 인벤토리에 넣자 꽤 큰 자리를 차지했고, 이런 안내 창까지 떴다.

-참다랑어 획득에 성공했습니다. 서둘러 베스킨을 찾아가십시오.

-중량을 초과했습니다. 이동속도가 30% 떨어집니다.

그나마 게임이기 망정이지 현실이었다면 유한은 참다랑어를 도저히 운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놈이라면 베스킨라빈스지 원지 하는 교수 NPC도 좋아할겁니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뭘요. 지그 님이 최고급 작살을 만들어 주신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라셀의 말대로 유한은 공짜로 그의 배를 탄 것이 아니 었다. 니켈 합금강으로 만든 작살을 선사했던 것이다.

아무튼 참다랑어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 유한은 서둘러 육지로 돌아와 베스킨을 찾아갔다.

베스킨은 여전히 대장장이 유저들에게 들러싸여 이런 저런 심부름 퀘스트를 내주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간 유한은 힘들게 들고 온 참다랑어를 건네주었다.

"참치갖고왔습니다."

"세상에! 이 귀한 걸 정말 구해 온 건가?"

베스킨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것이 눈으로 똑똑히 보일 정도였다.

[베스킨의 식도락] 퀘스트틀 성공했습니다.

명성이100을랐습니다.

베스킨과의친밀도가20을랐습니다..

유한은 떠오르는 안내창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베스킨에게 말을 건넸다.

"교수님, 이제 에르젠 제조법을 알고 있는 명장을 가르쳐 주시죠."

유한은 이만하면 베스킨이 알려 줄 거라고 생각했다.

최고급 와인도 와인이지만, 이놈의 참치를 구해 온다고 한 일이 얼마인가.

빌트론 항구까지 가서 샅샅이 뒤지고 다녔고, 최고급 작살을 만들어 라셀에게 선물해 주고 배를 얻어 탔다.

어디 그뿐인가. 같이 먼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기까지 했다.

추천장 하나를 얻으려고 한 퀘스트치고 제법 파란만장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도 말해 주지 않는다면!'

유한의 의사와 관계없이 베스킨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 갈지도 모른다.

투실투실한 참치에 눈이 팔렸던 베스킨은 유한의 말에 즉각 반응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래, 이렇게 멋진 선물을 줬는데 나도 보답을 해야지."

베스킨은 책상에서 종이를 꺼내 뭔가 끼적이다가 유한에게 건넸다.

"이걸 갖고 파르가스를 찾아가게. 그가 자네에게 에르젠 합금 기술을 가르쳐 줄 걸세."

-배스킨의 추천장을 받았습니다.

유한이 베스킨의 추천장을 받자 주변의 다른 대장장이 들이 부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원하는 것을 얻었건만, 웬일인지 유한의 인상이 뒤틀려 있었다.

"파르가스요? 설마 아바란 왕국 남쪽에 있는 랑그리아 평원에 사는 파르가스를 말하는 겁니까?"

"홈, 자네도 들어 본 모양이군."

유한은 파르가스라는 NPC를 알고 있었다.

그가 단지 에르젠 합금 기술을 알려 주는 3인방 중 하나이기 때문은 아니다.

바츠로 플레이하던 시절, 잠시 랑그리아 평원에서 플레이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에게 찾아가 무구를 수리 받은 적이 있었다.

'젠장, 하필이면 세 명 중에 파르가스야!'

유한이 기억하는 파르가스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괴팍 하고 성질 더럽기 짝이 없는 대장장이 NPC였다.

무기 수리를 받으려면 돈 대신 장작 같은 연료와 철광 석이나 가죽 등의 재료들을 줘야 했고, 뭔가 잘못해서 자기 비위를 거스르는 유저에겐 일절 수리를 해 주지 않았다.

거기다 대장장이 NPC 주제에 어찌나 강한지 몬스터나 시비 거는 유저를 두들겨 패 죽일 정도로 힘이 셌다.

그러나 이런 것은 다 괜찮았다.

파르가스가 정말 곤란한 점은 '떠돌이'라는 것이다. 랑그리아 평원 밖으론 나가지 않지만, 매번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유저를 헛걸음하게 만들곤 했다.

"가서 잘해. 파르가스 그 친구는 성격이 무척 깐깐하니까 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도록 주의하게."

'쩝, 알고 있다고. 성질이 지랄같다는 거.'

랜덤하게 걸린 것치고는 재수 없다고 여기는 유한이었다.

그는 이것이 드림맥스 일동의 수작이라고는 전혀 생각 지 못했다. 지금 자신을 보며 정경욱이 히죽거리고, 손석진이 미소 짓고 있다는 것 역시도.

3

유한은 베스킨과 작별하고 랑그리아 평원으로 떠났다.

그로지아 왕국을 쭉 가로질러 가면 나오는 랑그리아 평원은 과거 아바란 왕국과 그로지아 왕국이 전쟁을 하면서 대격전이 벌어졌던 장소였다.

그렇게 설정된 탓에, 이 필드에 나오는 몬스터들은 스켈레톤이나 좀비류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많았다. 덕분에 이 필드에서 노는 유저들의 대부분이 성직자들과 네크로멘서 계열이었다.

"퓨리파이!"

"홀리 웨폰!"

"물러서지 마! 여기서 밀리면 안 돼!"

유한은 짐마차를 타고 가까운 곳에서 한창 사냥 중인 성직자 파티에 다가갔다.

"말 좀 묻겠습니다."

"뭡니까? 얼른 물어요. 우리 지금 바쁘니까!"

어찌나 사냥에 바쁜지, 그들은 유한의 일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파르가스가 현재 어디 있는지 아세요?"

"파르가스? 무기 수리해 주는 NPC 말이죠?"

성직자 유저 하나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메이스로 두들겨 패 버리곤 응답했다. 그는 땅속에서 불쑥 뒤어 나와 발목을 붙드는 스켈레론의 머리를 지그시 밟아 버리며 말을 이었다.

"파르가스 그 깡패는 요즘 무너진 요새에 살고 있어요. 여기서 서북쪽으로 이십 킬로쯤 가다 보면 나오죠."

혹시 유저들도 모를 정도로 행방이 묘연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님도 그 깡패한테 볼일 있어요? 얼마 전에도 대장장이 유저 몇이 파르가스가 어디 있는지 찾던데."

"아, 그냥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유한의 대꾸에 성직자 유저는 한참 언데드 몬스터들을 때려잡고 있는 동료들에게로 뛰어가며 말했다.

"그럼, 원하시는 바를 이루길 바랄게요."

"님도 수고하세요."

유한은 성직자 유저와의 대화로 자신보다 앞서 간 이들이 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는 서둘러 파르가스의 거처로 말을 몰았다.

멈춰 있으면 근방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이 우르르 물려 오거니와 파르가스가 또 어디로 가 버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성직자 파티와 해어지고 서북쪽으로 얼마쯤 가다 보니 반쯤 무너진 요새가 보였다.

을씨넌스런 요새에 강하고 짧은 망치 소리가 연달아 을려 퍼지고 있었다. 망치 소리를 따라가 보니 간이 대장간과 그곳에서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는 NPC를 볼 수 있 었다.

랑그리아 평원의 떠돌이 대장장이 파르가스.

산적같이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그는 2미터가 넘는 큰 키와 우락부락한 근육을 갖고 있었다. 조폭도 두려워할 흉악한 인상에는 온갖 흉터들이 가득했다.

"실례합니다."

"네놈은 뭐야? 설마 대장장이 주제에 나더러 수리해 달라는 개소리를 지껄이려는 건 아니겠지?"

그런 소리를 내밸으면 들고 있는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갈길 것만 같았다. 그 흉폭한 기세에 잠시 입을 닫았던 유한은 베스킨의 추천장을 보여 주며 공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베스킨 님께 파르가스 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단한 명인이시고, 에르젠 합금 기술도 알고 계신다 고하던데……."

"이런 젠장! 네놈도 그 때문에 찾아온 거냐?"

파르가스는 유한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벌컥 짜증을 냈다.

밀하는 것을 보면 역시 다른 대장장이들이 먼저 찾아왔 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는지, 지금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시달릴 줄 알았다면. 드워프 놈들에게 기술을 훔쳐 내지 않는 건데!"

'이 자식 산업 스파이였군.'

어찐지 생긴 게 범죄형이다 싶었다.

혹시 파트가스가 이런 황량한 곳에 살고 있는 이유도 드워프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아무튼 중요한 것은 파르가스로부터 에르젠 제조법 퀘스트를 받는 일이다.

유한은 파르가스가 흥분을 가라앉힐 때까지 입을 꾹 다 물고 있었다. 괜히 대꾸했다간 불똥이 튄다는 걸 과거에 경험했었다.

"어이. 너! 이름이 뭐야?"

"지그라고 합니다."

"지그? 요새 블랙 아이언이란 장난감을 만들어서 비싸게 팔아먹는다는 잡놈이 너였나?"

'아놔, 꼭 말을 해도!'

NPC에게 잡놈 소리를 들으니 화가 난 유한은 파르가스를 째려보았다. 그러자 파르가스도 눈을 부릅뜨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맞아? 안 맞아?"

"예! 제가 그 잡놈 맞습니다."

에르젠 합금 기술을 배울 때까지는 져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에르젠 합금 기술을 익히려는 이유가 뭐야?"

"그게 말이죠……."

유한은 에르젠이 블랙 아이언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소재며, 요즘 값이 많이 을랐기에 직접 제조법을 익히기로 했다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조건은 돼? 난 합금 기술 낮은 놈들에겐 안 가르쳐 주는데."

"합금 스킬은 2랭크까지 을렸습니다."

"그래? 하긴 이름 꽤나 날리는 녀석이니 그 정도 되는 건 당연하겠지."

고개를 끄덕인 파르가스는 좀 전까지 두들기던 쇠를 화로에 집어넣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너도 알겠지만, 나랑 에르젠 제조법을 알고 있는 다른 두 놈은 아무에게나 기술을 알려주지 않아. 기술은 바른 의지를 가진 사람이 배워야 세상에 유익하게 사용되는 법이니까."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나는 기술을 알려 주기 전에 네놈을 시험할 거다. 네가 바른 의지를 가졌는지 알아보려는 것이고, 그게 없으면 심어 주려는 이유에서지."

거기까지 말한 파르가스는 엄하고 진지한 눈빛으로 유한을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내 시힘은 무척 힘들다. 그리고 중간에 포기한 녀석에게는 다시 기회를 주지 않아. 그래도 내 시힘을 받아들이겠나?"

파르가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유한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을랐다.

[파르가스의 시험]

-대장장이 파르가스에게 에르젠 합금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선 혹독한 시힘을 거쳐야 한다. 모두 5단계의 수행을 완수하면 파르가스의 인정을 받고 에르젠 합금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최고의 합금을 만들기 위해 파르가스의 시험에 도전해 보지 안겠는가?

*5단계 수행

1 단계. 위론 숲에서 송진 채취.

2 단계. 원소 합성로 제작.

3 단계. 최상급 순도의 은괴 생산.

4 단계. 불, 물, 바람, 빛의 5대 원소 광석 습득.

5 단계. 에르젠 합금 제조.

* 이 퀘스트는 중도에 포기하면 다시 수행할 수 없습니다.

* 상황에 따라 수행 조건이 다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퀘스트를 완수하면 에르젠을 재조할 수 있게 됩니다.

'뭐가 이리많아!'

귀련 누님에게 듣기론 3가지 정도를 수행했다고 한다.

귀련이 퀘스트를 했을 때와 상황이 다르거나 파르가스와 친밀도가 안 좋은 것일까?

하지만 베스킨을 찾아가 다른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룻.

"파르가스 님의 시험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유한이 퀘스트를 수락하차 파르가스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고덕였다.

"하하핫! 생긴 것과 달리 대답이 시원시원해서 좋구먼!"

중간에 그만두면 영영 에르젠 힘금 기술을 익힐 수 없다.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될 퀘스트였다.

'헹, 포기할 리가 없잖아!'

한 번 결심하면 상대가 드래곤이라 해도 때려잡는다.

이것이 바츠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는 유한의 굳은 의지였다.

4

유한이 퀘스트를 수락하자, 파르가스는 5단계의 수행 중에 가장 첫 번째인 송진 채취부터 시켰다.

"여기서 북쪽으로 사 킬로쯤 가다 보면 위론 숲이 나온다. 거기는 소나무가 많아서 송진을 채취하기 좋지."

송진은 화력이 세서 불의 온도를 높이는 데 유용한 물질이다. 유한이 드워프의 철을 생산하는 데 사용히는 초열탄에도 송진 가루가 들어간다.

"소나무 껍질을 벗겨 홀러내리는 송진을 모으면 돼. 어린애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지."

그렇게 말한 파르가스는 작은 나무통 3개를 유한에게 건네주었다. 작다고 하지만 찔끔찔끔 흘러내리는 송진을 일일이 받아 모아야 히는 걸 생각하면 통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

거기다 유한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세 통이나 받아 오라고요?"

"왜 불만이야?"

"보통은 한 통 아닙니까?"

귀련도 한 통을 모았다고 했다. 그런데 왜 자신은 세 통 인 것인가!

상황에 따라 수행 조건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이래서는 곤란했다.

"보통은 한 통이지. 하지만 네놈은 다른 놈들이랑 똑같이 대우를 할 수 없어서 말이야."

"왜 똑같이 대우할 수 없다는 겁니까?"

예전에 파부치가 그랬던 때처럼 상성이나 친화도에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너 철공소 운영한다며? 듣자니 물건을 잘 만들고, 그래서 돈도 많이 번다며?"

"그것과 이게 무슨 상관인데요?"

"상관? 상관이야 있지. 다른 놈들보다 재주가 좋으니 더 힘들게 해 주려는 거다. 일을 쉽게 해서는 몰라. 어렵게 해봐야 공부가 되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법이지. 크크크!"

결국은 유한이 돈 잘 버는 게 시샘 나서 3통으로 을렸다는 소리.

'아 열 받아!'

유한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옷고 있는 파르가스를 확 쥐어 패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여기서 성질을 부리면 지금까지 고생한 것이 물거품이 된다.

"불만이면 그만뒤. 대륙은 넓고 너 말고도 에르젠 합금 기술을 배울 대장장이는 많으니까."

"아닙니다, 갔다 오겠습니다."

유한은 이를 뿌득 갈면서 북쪽의 위론 숲으로 떠났다.

숲에 당도해 보니, 먼저 온 대장장이 유저들이 보였다. 모두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던 것이다.

그들도 유한처럼 에르젠 합금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파르가스의 시험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유한도 그들 무리에 끼여 송진 채취에 동참했다.

"와! 뇌제다!"

"뇌제 지그?"

"지그 님도 에르젠 합금 기술을 배우려는 건가?"

"일단은 대장장이니까."

유저들이 유힌을 알아보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갈 길이 멀었던 유한은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송진 채취에 열중했다.

'이거 쉽긴 한데 좀 귀찮네.'

소나무 껍질을 벗긴다고 송진이 콸콸 홀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찔끔찔끔 홀러내렸다. 그마저도 이내 딱딱하게 굳어 버려 통에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굳어 버린 송진을 긁어내 일일이 통에 담아야 했는데, 참 번거롭고도 따분했다.

"그 소나무는 제가 아까 채취해서 송진이 잘 안 나오는데요."

"껍질을 좀 더 넓게 벗겨 봐요. 그럼 잘 나와요."

대장장이 유저들이 다가와서 조언을 해 주었다.

일단 완수만 하면 되는 퀘스트였기에 유저들 간에 다투는 일은 없었다. 경쟁을 하기는커녕 아예 끼리끼리 몰려 다니며 잡담을 나누며 지루함을 달랠 정도였다.

"지그 님은 뭐가 급해서 그리 분주하십니까?"

"보면 모릅니까? 전 님들보다 세 배는 더 모아야 한다고요."

곁에 있던 대장장이의 물음에 유한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하하, 파르가스에게 뭐 잘못 보이셨어요?"

"잘못 보인 건 없는데, 다만……."

유한은 말을 하려다 말고 갑자기 대장장이 유저를 뒤로 떠밀어 넘어트렸다.

"무슨 짓을!"

엉덩방아를 지은 유저가 따지려 들다 입을 다물었다. 좀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화살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화살에 실린 힘이 얼마나 셌던지 그 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엎드려요! 화살에 맞아 죽기 싫으면!"

화살이 연달아 날아왔다.

유한은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방패를 꺼내 들고 앞을 가렸다. 유한 덕분에 목숨을 건진 대장장이 유저는 개구리 처럼 몸을 납작하게 엎드렸다.

"으악! 몬스터다!"

숲 속 여기저기에서 대장장이 유저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공격해 은 것은 한 무리의 기사들로, 핏물과 때로 지저분한 그로지아 왕국의 깃발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로지아 왕국의 기사들이 아니었다. 한때 그로지아의 기사였던, 언데드 나이트들이었다.

-죽여라! 적군을 섬멸하라!

-섬멸하라!

그들은 대장장이 유저들을 적군으로 생각했다.

반쯤 썩어 문드러진 군마에 탄 언데드 나이트들은 귀성을 내지르면서 대장장이 유저들을 공격했다. 그들은 석궁을 쏘기도 하고 창이나 검을 휘둘러 대기도 했다.

'그래, 순순히 채집만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했었지.'

귀련은 분명 몬스터의 공격이 있을 거라고 했다. 편하게 송진을 채취할 수 있으면 누가 이 퀘스트를 어렵다고 생각하겠는가.

-악! 어디서 튀어나온 몹이냐!

-아놔, 또 마을에서 뛰어와야겠네. ㅜㅜ

언데드 나이트들에 죽은 유저들이 끼적인 글들이 이곳 저곳에서 떠을랐다.

사실 대장장이 유저들도 채집 중에 몬스터가 덤빌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위론 숲이 한동안 잠잠 해서 그만 방심하고 말았다.

"공격! 돈 받은 값어치를 하자!"

"어떤 놈이 감히 우리 고객을 공격해?"

그나마 몇몇 대장장이들이 고용한 용병 NPC와 전사 유저들 덕분에 일방적인 학살은 피할 수 있었다.

제법 경험이 있는 대장장이들은 유한처럼 무장을 갖추 고 대항하기도 했다.

-죽어라! 아바란의졸개야!

계속 방패로 화살을 막아 내던 유한에게 언데드 나이트 하나가 덤벼들었다.

유한은 자신을 찌르는 창을 피하고 펜릴 소드를 꺼내 말의 앞다리를 베었다.

언데드 군마가 다리가 잘려 엎어지자 언데드 나이트도 속절없이 땅바닥에 패대기처졌다.

유한은 재빨리 펜릴 소드를 휘둘러 언데드 나이트의 목숨을끊었다.

-경험치 30을 얻었습니다.

-약한 몬스터를 물리쳐선 얻는 게 없습니다. 자신과 어울리는 상대와 겨루십시오.

레벨 150대의 언데드 나이트는 레벨 180의 유한의 상대가 아니었다. 덕분에 획득한 경험치는 얼마 안 되었고 아이템 드랍를도 최저인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레벨이 낮다고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언데드 나이트들의 숫자는 많았고, 몬스터 간의 연계 능력이 뛰어났으니까.

유한이 조금만 방심한다 치면 화살을 쏘고 창을 들이밀었고 동료를 위해 방패로 막아 주기도 했다. 지금은 몬스터라지만 생전에 기사들이라는 설정 탓이다.

유한은 포위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비교적 나무가 많이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갔다.

"저러다 당하는 거 아냐?"

"설마. 지그 님에겐 뇌제의 홀이 있잖아!"

지금은 변신을 위해 잠시 몸을 피했을 뿐일 터.

몬스터들의 공격을 피해 숨은 대장장이 유저들은 유한이 뇌제가 되어 몬스터를 섬멸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다음에 벌어진 광경에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필살! 소나무 쓰러트리기!"

와찌끈! 쿵!

유한의 외침과 함께 커다란 소나무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언데드 나이트들은 피하려 했지만, 우거진 숲 속에서 운신이 쉽지 않았다.

-크악! 적의 함정이다!

-이히히힝!

유한에게로 몰려왔던 언데드 나이트들이 쓰러진. 소나무에 깔렸다. 간신히 압사를 면한 녀석들도 소나무 가지에 걸려 낙마하는 둥, 대혼란에 빠졌다.

"흥! 너희들 따위는 벌목 스킬로도 충분하다!"

유한은 버둥대는 언데드 나이트들을 처치하면서 작으나마 경험치를 챙겼다. 사실 뇌제의 홉을 사용하면 이나 마도 챙길수 없었으리라.

"받아라! 필살 소나무 쓰러트리기! 통나무는 덤이다!"

4랭크에 달한 유한의 벌목 스킬에 웬만한 나무는 일격에 잘려 나갔다.

유한은 계속 벌목 스킬로 소나무를 쓰러트리고, 그 와 중에 획득한 통나무도 굴려 가며 언데드 나이트들을 공격 했다.

-크으! 비열한 아바란 놈들!

"케엑! 지그 님, 매너요!"

불행하게도 유한의 공격은 유저들에게도 피해가 갔다. 그러나 '필살 소나무 쓰러트리기'에 심취한 유한에게 유저들의 비명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덕분에 유저와 몬스터가 사이좋게 숲 속에서 우왕좌왕 뛰어다녀야했다.

-후퇴! 전군 후퇴하라!

상식을 넘어선 이 같은 공격에 견딜 수가 없었던 언데드 나이트들은 후퇴를 외치더니 이내 필드에서 사라져 버렸다.

"뭐 저런 캐릭터가 다 있냐?"

"나무꾼도 아닌데, 도끼질 한 방에 아름드리나무가 그냥…."

유저들은 유한이 단지 운이 좋아서 뇌제가 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자신들괴는 다른 플레이를 했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찾았기에 지그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나도 벌목 스킬을 을려 볼까?"

"아서라. 그냥 올린다고 되겠냐?"

유저들이 수군거리든 말든, 유한은 다시 송진 채취를 시작했다.

자신이 채취할 양은 다른 사람의 3배. 얼른 에르젠 합금 기술을 익혀서 블랙 아이언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하기에 미적거릴 틈은 없었다. 그렇게 송진을 모으고 있을 때,

"지그 님, 좀 전에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 좀 해 주세요. 그럼 제가 데이트 해 드릴 게요"

여성 유저 한 명이 유한에게 다가와 살살 꼬리를 쳤다. 꽤 예쁘장하게 생긴 대장장이 소녀였지만 마음속에 채린이 가득한 유한의 눈엔 그녀가 들어오지 않았다.

"저 바쁩니다."

"에이, 그러지 말구요."

눈치가 빠른 소녀는 자신의 통에서 송진을 꺼내 유한의 통에 부었다. 그 양이 적지 않아 통 하나가 금방 차 버렸다.

순간 유한의 마음이 너그럽게 바뀌었다.

"험, 사실은 말이죠. 데보라의 던전에서 마땅한 공격 스킬이 없어 개고생을하다가……."

유한이 말문을 열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대장장 이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대장장이 지그의 행적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캐릭터를 어떻게 키웠는지는 빠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입을 여니 귀가 솔깃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막가 보자는 생각에 장작 패기 스킬을 썼더니 우드 골렘이 부서지더라고요. 혹시 해서 벌목 스킬도 써보니 유효하더군요."

"오오, 생산 스킬을 그런 용도로도 쓸 수가!"

"하지만 제가 했을 때는 안 되던데요?"

과거 지그 동영상을 보고 따라했던 어느 대장장이가 반론을 제기했다.

"'그건 아무 데나 찍어선 안 되고 약점을 노려서 공격해야 돼요. 우드 골렘 같은 경우엔 다리부터 작살내면 쉽게 처리할수있죠."

"오호!"

"그리고 나무를 자를 때는 요령이 있어요. 그냥 힘으로 하려 들지 말고 이렇게 나무에 난 결을 따라……."

유한은 유저들에게 나무 자르는 요령을 알려 주었다. 그는 대장간 때부터 자기가 쓸 연료는 직접 채집했기에 벌목도, 장작 패기도 랭크가 높았고, 또 '나무를 잘 자르는' 요령도 알고 있었다.

유한이 소나무에 펜릴 소드를 몇 차례 가볍게 휘두르자 나무는 밑동에서부터 잘려 스르르 넘어갔다.

"참 쉽죠? 여러분도 한번 해 보세요.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유한이 둥을 돌리자 유저들이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졌다.

"아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들려주세요."

"장작 패기만 있었던 거 아니죠? 다른 것도 있죠?"

유저들은 일방적으로 가르쳐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지금 유한이 무엇을 원히는지 알고 있던 그들은 자신의 통에서 송진을 조금씩 꺼내 유한의 통에 담아주었다.

여러 명이 건네준 송진이 묵직한 덩어리가 된 것을 보 고 유한의 머릿속 전구에 번쩍 불이 들어왔다.

"실은 제가 채굴 스킬도 좀 익혔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유저들은 더 모여들었고, 송진도 더 많이 모였다.

유한은 가만히 앉아 입을 놀리는 것으로 3개의 통을 다 채웠다. 생산 스킬의 비밀을 송진과 맞바꾼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래인 스킬이 있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만약 했다가는 이를 알려 달라는 유 저들에게 밤낮으로 시달릴 게 뻔했으니.

그렇게 유한은 지루한 첫 번째 수행을 예상보다 빠르게 종료할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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