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화 드러나는 해커의 정체 (106/143)

드러나는 해커의 정체

1

채린과의 심야 산책을 즐긴 다음 날 아침.

유한은 방을 나오다 동생과 마주쳤다. 학교갈 준비를 서두르는 동생은 요새 유달리 멋을 내고 외모와 체격관리에 신경 쓰고 있었다.

그  이유를 유한은 잘 안다. 자신도 같은 이유였기에.

"너 밤늦게까지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 거냐?"

요즘 유현은 11시가 넘어서 들어올 때가 많았다. 동생의 성격을 잘 아는 유한은 녀석이 공부하다 늦은 건 아니란 걸 알고있었다.

"누가보면 형이 내 아버진 줄 알겠네."

"마! 형은 그렇게 물어보면 안되냐!"

"안돼. 형은 나보다 정신연령이 어리니까."

"이 자식이 죽으려고."

개김 스킬 1랭크인 유현이는 오늘도 여전했다.

"뭐 들으면 배 아파서 못 견딜텐데."

"아파도 좋으니 말이나 들어보자."

"후후후, 그녀와 함께 열심히 추억을 만들고 있지."

날마다 세라랑 심야 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극장구경도 가고, 콘서트에도 가고, 유명한 맛집을 찾기도 하고, 나이속이고 나이트에서 놀기도 한다고.

"주말에는 실내 수영장에 놀러 가기로 약속했어."

"니네 참 잘나가는구나."

"물론이지. 이제 겨우 팔짱 끼는 초딩 커플과는 다르다고 할까?"

'이 자식, 봤구나!"

유현이 말대로 정말 배아픈 이야기 였다.

자신과 채린은 진도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고 있는데,

동생과 세라는 초음속 전투기를 타고 가는듯 했다.

배가 아프다 못해 쓰린 유한은 은근히 화제를 바꾸었다.

"그렇게 데이트 한다고 바빠 가지곤 게임할 시간은 전혀 없겠네?"

"천만에, 현실에서 데이트가 1차라면 게임에서는 2차라고."

할 건 다 하는 동생 커플이었다.

쓰리다 못한 유한은 이제 오기가 생겼다. 형이 되어서 동생에게 질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어떻게든 채린과의 관계를 좀 더 발전 시킬 방법을 찾아야한다.

"아무튼, 화산파의 전대 고수는 찾았냐?"

얀과 베르디는 화산파 전대 고수를 찾는다고 지그 철공소의 붙어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았다.

덕분에 블랙 아이언의 영혼을 강신하는 작업은 일주일에 한번 한꺼번에 모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응, 며칠 전에 카잔 공국 북쪽 산속에 은거중인 고수를 찾아냈어. 덕분에 검술스킬이 부쩍 늘었지."

"그럼 네가 이제 찬드라 대륙에 최고수가 되는 거냐?"

"글쎄, 아직은. 검술 스킬 랭크를 어느 정도 올려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거 같아."

겉보기엔 뺀질뺀질 노는 거 같더니만 언제 이렇게 캐릭터를 성장 시켰는지 모르겠다. 자신은 아직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도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지 못했는데.

"그럼, 찬드라 대륙으로 돌아갈 거냐?"

"언젠간 돌아가서 정식으로 문파를 열고 장문인이 될생각이지만, 아직은 아니야. 좀 더 둘러볼게 있으니까."

"그냥 눌러 사는 건 어때? 아르페디아에서는 문파 못만드는 거냐?"

"왜? 되면 돈이라도 보태 주시게?"

"뭐 내가 니형 아니냐."

동생이 예뻐서가 아니라 세라, 아니 베르디가 예뻐서 였다.

여전히 쓸 만한 소환 마법사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의 강신술은 필수적이다.

"아르페디아에선 문파 못만들어. 시스템이 다르니까. 뭐 이쪽에서 나름 세력을 구축하면 나도 길드장이 될수 있고 영주도 될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그런게 아니거든."

"그래?"

드림맥스의 농간으로 게임을 퓨전 판타지스럽게 진행하게된 유현이지만, 그래도 무협스런 곳이 익숙한 모양.

유한은 베르디가 떠날 때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소환 마법사를 구해 보기로 했다. 구할 수 없으면 초보 마법사를 지원해서 키워낼 생각이었다.

"그만 가 볼게. 꾸물거리면 지각할 것 같아서."

"잘 갔다 와라."

형제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유한도 슬슬 학원에 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가방을 챙겨 들고 대문 밖을 나간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누군가 싶어 받아 봤더니 허진태의 변호사라고 했다.

"무슨 일입니까?"

"허진태 씨가 한번 면회를 왔으면 하던데요."

'내가 무슨 심심풀이 땅콩인가.'

내심 기분이 나빴고, 저번에 손석진과 만난 뒤로 행동에 주의할 필요도 있었기에 변호사의 청을 거절하기로 했다.

"글쎄요, 요즘 바빠서 곤란한데요."

"그러지 말고 부탁드립니다. 허진태씨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가 없어요. 심신이 무척 쇠약해진 상태입니다."

'아니 그렇다고 나한테 매달리냐?'

허진태가 체포된 원인을 따져보면 유한 책임이 컸다.

자길 처넣는데 공헌한 사람에게 자꾸 면회를 오라니.

복수하자는 수작이 아닐까? 괜히 불러서 불분명한 정보를 주고 사람을 골탕 먹이자는. 손석진이 의심스럽다하면 허진태는 기분나쁜 인간이었다.

해킹범에 대한 일만 아니면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정보도 일러 주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알았어요. 한번 가 보죠. 뭐."

정보라는 말에 구미가 당긴 유한은 학원 마치고 오후에 서울 구치소로 향했다.

변호사 말이 그리 거짓이 아닌지 허진태는 그 사이 상당히 야위어 있었다. 눈빛엔 여전히 생생한 광기가 맴돌았지만. 

"어서 오라고."

유한이 면회실에 들어오자 허진태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유한은 투덜거리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쳇, 네가 뭔데 사람을 오라 가라야."

"후후, 이해해줘. 이곳에 있으면 아주 심심하니까."

"그래서? 중요한 정보란게 뭐지?"

유한의 물음에 허진태는 손을 들어 올리며 화제를 바꾸었다.

"그보다, 저번에 내가 주었던 정보의 결과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겠나?"

허진태는 저번에 유한에게 신라 대학교의 해킹 동아리레볼루션에 대해 알려 주었다.

손석진이 조커라는 것을 알았으면 당장 달려올 거라 생각했는데, 유한의 소식이 깜깜하자 변호사를 통해 연락한 것이다.

그런데 유한의 반응이 영 시큰둥했다.

"손석진이 해커라는 증거는 없던데?"

"무슨! 놈이 해커로 활동한 걸 알았을 거 아냐? 놈이 만든 게임 설정집을 보지 못했나? 거기 조커였다는 증거가 있단 말이야!"

"아, 설정집의 조커 그림?"

"그래, 바로 그거."

그것을 봤다면 유한도 손석진이 해커, 그것도 조커라는 거물임을 알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지만, 그 조커 그림을 네가 그렸다면서?"

"누가? 누가 그런소리를?"

"손석진이 그러더군."

유한의 대답에 허진태는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너 설마 손석진에게 직접 물은 건 아니겠지?"

"어쩌다 보니."

유한은 TV 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것 부터 그날 있었던 일까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허진태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멍청하긴! 너 같으면 '내가 범인이오' 라고 말하겠나?"

"하지만 바츠의 해킹범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잖아."

손석진이 조커였던 건 둘째치고 그가 바츠를 해킹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모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확심과 정황증거뿐.

"내가 그 불분명한 정보 때문에 얼마나 민망했는 줄 알아? 이제 드러내 놓고 의심할 수도 없게 되었단 말이다."

"드러내진 못하지만 이제 의심은 하고 있지. 안그런가?"

허진태가 눈을 번득이자 유한은 말문을 닫았다.

생각해 보면 많이 변했다. 처음 허진태에게 면회를 왔을적엔 단연코 손석진이 해커가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허진태가 내놓는 정보에 그에 대한 신용이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하나만 물어보자."

"뭘 말이야?"

유한의 물음에 허진태는 흥미 있다는 듯 눈을 번득였다.

"너 말인데 그저 심심해서 날 도와주는건 아니지? 나름 목적이 있는거 아니야?"

"후후후, 목적이라……. 그야 네가 싸들고올 바삭한 통닭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할까."

"갈 거야!"

유한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자 허진태가 서둘러 그를 다독였다.

"농담이야, 농담. 그래, 네 말대로 나에게도 목적이 있어."

허진태의 눈빛은 방금전의 장난스런 눈빛이 아니었다.

광기와 증오를 가득 담고 있는 그는 말문을 이어 나갔다.

"나나 손석진이나 근본은 똑같아. 성장과정도 같고 해커일을 한것도 똑같지. 뭐 세상을 보는 관점이 그놈이나 나나 다르다고 하지만 그건 종이의 앞면이냐 뒷면이냐 그 차이에 불과하지."

"……."

"우린 똑같아. 목적을 위해 불법을 저질렀고, 남을 기만하고 이용해 먹지. 그런데 엿같은 세상은 정의의사도 행세 하는 놈은 놔두고 본능에 충실한 나를 집요하게 두들겨 패더군."

유한은 깊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만 감옥의 가기 억울하다'는 식으로 해석해 들을수는 있었다.

"난 그놈이 한 껍질만 벗기면 똑같은 놈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거야. 오히려 그놈이 더하지.내가 사람들에게 뜯어내는 건 돈 뿐이지만, 녀석은 자기 이상을 위해서 사람들을 자기 장기패로 이용해 먹으니까."

'한 껍질만 벗기면 똑같다고? 아니, 더하다고?'

곰곰이 생각하는 유한에게 허진태가 잔뜩 흥분한 투로 물었다.

"네 생각은 어때? 내가 더 나쁜것 같나? 그놈이 더 나쁜놈 같나?"

유한은 그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둘다 나쁜놈이다, 그나마 손석진이 낫다 등등 속에서 와글와글 싸우고 있었기에 응답해 줄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놈의 가식에 속아 내 말을 믿지 않아. 하지만 넌 달라. 손석진을 의심할 만한 계기가 있었고, 또 지금은 녀석을 의심하고 있으니 내가 널 돕는 거야."

과연 돕기만 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걸까.

한참 말문을 닫고 있던 유한은 처음에 했던 질문을 다시했다.

"나한테 일러 줄 중요한 정보라는 건?"

"손석진이 바츠를 해킹했다는 증거."

예전과 같으면 유한이 덥석 달려들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게 정말 있나? 있으면 내놔 봐. 더 이상 골탕먹는 건 질색이니까."

유한의 차가운 응답에 허진태는 자신만만한 눈빛을 보였다. 

"내일 다시 이 시간에 찾아와라. 내일 확실히 증거를 보여주지."

"지금 당장 보여 줄 순 없고?"

"성격 급한 녀석이군. 일 년 가까이 쫓아 다녔으면서 하루를 못 참는 거냐?"

유한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진태가 말하는 증거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일단 기대는 되었다.

"알았어. 그럼 내일 다시오지."

그렇게 유한은 내일을 기약하고 면회실을 나왔다.

2

유한이 나가자 허진태는 간수에게 부탁해 구치소 공중전화를 사용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증오하는 대상이었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다."

"진태 너인가?"

상대가 목소리만으로도 자신을 알아챘는지 바로 그렇게 물어왔다. 허진태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그래, 나 허진태다. 요즘 TV에도 출연하고 잘 지낸다며?"

"구치소에서 많이 심심한가 보군. 어린 학생을 충동질해 이상한 질문이나 하게 만들고 말이야."

"훗, 이상한 질문?"

"그래. 나랑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하더군."

손석진의 말에 허진태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물었다.

"후후, 정말 상관없는 일인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묻고는 있지만, 이미 손석진은 답을 알고있었다. 예상대로 허진태는 그 문제를 들먹였다.

"네가 정말 바츠를 해킹하지 않았느냐 이말이야."

"난 해킹 따위 손 끊은지 오래되었다."

손석진의 말에 허진태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핫!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는군. 난 널 잘알아. 넌 결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녀석이야. 해킹? 뭐 목적이 있다면 할 이유는 없겠지. 하지만 너에겐 바츠를 해킹할 이유가 있고, 그걸 이용해 놈에게 다가갔다. 어때 내말이 틀린가?"

"정말 많이 심심한가 보군, 구치소에 책이라도 보내 줄까? 망상은 좀 적당히 하라고."

손석진의 응답에 허진태가 언성을 높였다.

"망상은 항상 네놈이 하는 거잖아! 자꾸 그런 식으로 오리발을 내밀 거냐? 너 자꾸 그런 식으로 굴면 재미없어."

"그건 무슨 소리냐?"

손석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만의 생각이었을까. 비웃음을 띤 허진태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요새 정보기관에서 날마다 찾아와서 날 볶아 대고 있어. 지금까지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 캐내는게 일상인 모양이더군."

"그런가?"

"그런가라고? 하긴 가식이라는게 참 좋군. 난 그렇게 볶아 대면서 너에 대해선…… 조커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더군."

손석진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허진태는 그가 꽤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짜증이 나서 나도 실컷 떠벌릴 생각이야. 정보기관 멍청이들이 들어주지 않으면 매스컴이라도 불러서 과거 해킹 세계에 대해서 낱낱이 토로할 거야. 일단 공개되면 멋지겠군. 드림맥스의 손석진 개발자님이 옛날에 조커였다…… 세상이 들썩일 일이지."

"멋대로 해라. 난 결백하다. 그런 협박이 통하지 않아."

손석진이 당당하게 말하고 있지만, 당황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면 왜 전화를 끊지 않고 허진태의 뒷말을 기다리겠는가.

"뒷정리를 잘했다 이건가? 아니면 스스로 한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건가? 뭐 아무래도 좋아. 그러나 정부의 멍청이들이 가만 놔둔다고 해도 너한테 물먹은 놈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껄?"

예전에 조커에게 당한 자들은 꽤 많다.

거대한 세력을 가진 부패 정치인, 군벌조직, 모 국가의 독재자들과 테러리스트, 비밀 정보기관 등등…….

손석진이 결백하다 해도 그런 자들은 앙갚음을 위해 분명 뒷조사를 할것이고, 그럼 손석진은 이리저리 귀찮고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이다.

"날 귀찮게 하려는 이유가 뭐냐? 원하는게 뭐지? 합의에 의한 석방인가? 그건 내맘대로 되는게 아니야."

"일단 날 찾아와라. 얼굴이라도 보면서 이야기 하자. 장소는 이미 알겠지? 시간은 내일 오후 네 시다."

여기까지 말한 허진태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 정도까지 말했으면 어차피 손석진은 오지않고 못배길 것이다. 다른사람은 몰라도 과거를 아는 자신에게 뻣뻣한 입장이 되진 못할 테니까.

그는 다시 전화기를 들고 변호사에게 전화했다.

내일을 위해 몇가지 준비물과 부탁할 것이 있었다.

면회를 다녀온 날 밤

유한은 한잠도 자지 못했다. 정말 허진태가 손석진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이번에도 그냥 뻥을 치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가서 확인해 보면 확실히 알게 되겠지.'

아침이 밝자 일단 입시 학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 곧바로 서울 구치소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강유한 군."

그런데 그가 구치소 입구에 들어가려고 할때 낯선 정장차림의 중년사내가 그를 붙잡았다.

"누구십니까?"

유한이 경계하며 묻자 사내는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전 허진태 씨의 변호사로 있는 국선명이라 합니다."

명함에는 모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라 적혀 있었다.

"허진태 씨가 당신을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따라 오시죠."

"전 그 허진태를 면회하러 가야 하는데요?"

유한이 버티자 국선명은 주위를 살피더니 귓속말을 했다.

"손석진이 해킹범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순간 그 말에 유한은 흠칫했다.

반응을 보이는 그에게 국선명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를 따라오시면 알게 될 겁니다."

'제길, 뭐 하는 시츄에이션이냐!'

증거를 보여 주겠다고 해서 왔는데 변호사를 따라가라니.

하지만, 그의 의미심장한 말을 무시할 수도 없어 일단 따르기로 했다.

"앞장 서시죠."

국선명은 유한을 구치소 옆 으쓱한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데리고 갔다.

'설마 날 납치해서 새우잡이 배에 팔아먹는 건 아니겠지?'

한순간 엉뚱한 생각이 들었으나 피식 웃었다.

자신이 순순히 잡힐 사람인가?

게다가 그렇다고 해도 현대는 첨단 과학이 발달한 2030년 대다. 인공위성 추적을 하면 손쉽게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수 있는 시대에 그런 구시대적인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

유한이 차에 타자 국선명이 무선헤드셋을 건넸다.

"들어 보시죠."

'끙!'

이 알수 없는 행위에 따른 다는게 불쾌하긴 했지만 일단 건네받았다. 헤드셋을 머리에 씌우자 낯익은 두사람의 목소리가 그 안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청난 이야기도.

"아니, 이들은?"

(대장장이 지그 11권에서 계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