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의 오르골
1
지그 철강 조합을 발족한 후, 블랙아이언 생산은 제대로 급물살을 탔다.
무구 생산을 점차 줄이면서 제련과 블랙아이언 부품 만드는 쪽으로 일을 집중시키자 예상대로 작업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진 것이다.
유한이 앞으로 블랙아이언 생산에 매진하겠다고 발표하자 많은 일꾼들이 흥미를 가지고 동참하겠다 나섰다.
그러나 지원한다고 아무나 다 동참시킬 수는 없는 일.
일단 미세한 부품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생산 스킬도 높아야 하고, 정밀 조립 스킬의 랭크도 높아야 한다. 그래서 유한은 블랙아이언 생산 공방의 일꾼은 테스트를 거쳐 선발했다.
테스트 내용은 완제품에 실제로 들어가는 파트를 제작, 조립하는 것이었다.
"호오, 이게 알세인 씨가 만든 건가요?"
유한은 알세인이 만든 파트를 보고 감탄했다. 부품들이 섬세하게 제작되어 있는 것은 물론, 소음이나 마찰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구동 능력을 보였다.
"저도 쇠 거인님들을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어 최선을 다해 만들어 봤습니다."
알세인은 쇠기둥 키메라를 해치운 블랙의 위용을 잊지 않고 있었다.
"정의로운 쇠 거인들님이 많아야 미케니아 일당과 같은 악적들이 없을 테지요. 저는 제 삶을 쇠 거인님들의 제작에 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봐요, 뭔가 오해하는 모양인데……."
블랙아이언은 주인의 말에 절대 충성하는 가디언이다.
주인의 의사에 따라 정의로운 활약을 할 수도, 악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병기다. 정의로운 쇠 거인은 주인의 말을 안듣는 실패작(?) 블랙만이 보여 주는 모습일 뿐이다.
"하아, 그랬습니까."
유한의 설명을 들은 알세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는 그냥 무구나 만들랍니다."
"에이, 그렇다고 실망하지 말라고요. 나쁜 놈들한테 팔지 않으면 되니까."
"음, 악인의 손에만 넘어가지 않는다면야……."
유한은 알세인을 간신히 설득했다. 뛰어난 대장장이를 비전도 없는 사업에 내버려 두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렇게 유한은 알세인을 비롯해 실력 있는 대장장이들을 블랙아이언의 부품 생산에 투입시켰다.
무구 생산 공방에는 그 방면에 특출한 대장장이들만으로 점차 규모를 줄여 나갔고, 나머지 일꾼들은 유한이 만든 초열탄으로 제련 작업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이는 지그 철강 조합 길드원들에게 판매할 철을 대량 생산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사업 구조를 혁신하다 보니, 블랙아이언 공방과 제련 공방의 규모가 커지고, 무구 생산 공방의 규모는 반대로 작아졌다.
그리고 이전보다 대장장이 유저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지그 님, 저도 지그 철강 조합에 가입하겠습니다."
"제 대장간은 키예프 공국에 있는 데 철을 배달해 주실수 있나요?"
"전 초보인데 제련 스킬만 올리게 여기서 일하게 해 주세요."
먼저 가입한 대장장이들이 두각을 보이자, 사방에서 길드 가입자들이 줄을 이었다. 단순히 가입만이 아니라 지그 철공소에서 일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철공소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길드를 만들었을 뿐인데, 이는 유한도 전혀 생각지 못한 반응이었다.
그는 필요한 만큼 유저 일꾼을 뽑았다. 예전에 휴이 일당에게 한 것 정도는 아니더라도 노동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흐흐흐! 이제 제철소도 멀지 않았어.'
철공소에 우글거리는 일꾼들을 보며 유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제철소를 만들기 위해선 아직 높여야 할 스킬들이 있었다. 제련, 생산, 합금, 주물 스킬을 모두 1랭크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제철소 건설 이후에도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최고의 대장장이인 아이언 마스터.
유한은 기왕에 시작한 대장장이 캐릭터를 귀련이나 발리안을 능가하는 최고의 명장으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블랙아이언을 생산하는 와중에도 각종 스킬들을 수련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진리의 메이스를 만들었습니다. 무척 성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생산 스킬 경험치가 120 올랐습니다.
그레인 스킬 경험치가 50 올랐습니다.
제작한 메이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유한에게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 생산 스킬이 1랭크가 되었습니다.
지식이 1 올랐습니다.
솜씨가 3 올랐습니다.
- [명장] 칭호를 얻으셨습니다.
- 축하합니다, 지그 님. 드디어 명장의 반열에 오르셨습니다. 더욱더 노력해 아르페디아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십시오.
"앗싸! 나도 이젠 명장이다!"
유한은 눈앞에 뜬 안내창을 보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명장.
이제 유한도 귀련이나 발리안이 갖고 있는 최상급 대장장이의 칭호를 얻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과 같은 수준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유한은 방금 전에 만든 진리의 메이스에 글자를 조각해 넣었다. 'ZIG's Handmade' 라고 먼저 새겨 넣고 '생산 1랭크 돌파 기념'이라고 적어 넣었다.
"후후후, 이건 팔지 말고 집무실에 전시해 놓아야지."
유한은 지그 캐릭터를 점검하기 위해 상태창을 불렀다.
[상태창]
이름:지그
칭호:오우거 헌터, 드워프의 조수, 공중 요새의 발견자, 리저드의 친구, 고대 드워프 유적의 발견자, 미케니아의 은인, 신종 제작자, 사장, 엔지니어, 죽음의 상인, 노력가, 헤븐즈 게이트의 발견자, 명장
직업:대장장이
레벨:180
체력(HP):2,500/2,500
스테미나:2,200/2,200
마나(MP):125/125
힘:185
민첩성: 140+25(펜릴 소드)
인내심:153+10(투사의 슈즈)
지식:110+35(기술관의 관복+명장 칭호)
행운:120
솜씨:230+45(기술관의 관복+명장 칭호)
명성:27,000
공격력:205+236(펜릴 소드+와이어 건틀렛+투사의 슈즈)
방어력:150+118(투사의 슈즈+기술관의 관복+와이어 건틀렛+동지의 목걸이)
경험치:2,000/35,000
돈:7,900,000골드
[습득 스킬]
장작 패기 스킬 2랭크
벌목 스킬 4랭크
채굴 스킬 2랭크
채석 스킬 3랭크
제련 스킬 2랭크
생산 스킬 1랭크
합금 스킬 2랭크
정밀 조립 스킬 2랭크
수리 스킬 2랭크
주물 스킬 2랭크
도발 스킬 8랭크
쇼크 웨이브 6랭크
선동 스킬 7랭크
수리 성공률 80%
[히든 스킬]
그레인 스킬 2랭크
암 브레이크 스킬 3랭크
[공작 기계 스킬]
선반 가공 스킬 5랭크
용접 스킬 6랭크
절단 스킬 6랭크
천공 스킬 6랭크
압력 가공 스킬 5랭크
'후후후! 그동안 스탯이 많이 올랐군.'
생산에 매진한 결과 스킬들도 골고루 올랐다.
"뭐가 좋아서 싱글벙글이니?"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유한은 대번에 문 쪽으로 돌아섰다.
찾아온 손님은 채린과 에이린, 오펜과 로키였다. 슈탈린에서 헤어진 뒤로 한동안 보지 못했던 그들이 돌아왔다.
"일 열심히 하고 있었나 보네. 게으름 피면 한 대 먹여주려고 그랬는데."
"하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 근데, 다들 조금씩 달라진 것 같은데?"
동료들의 차림새와 칭호 등이 다소 변해 있었다.
"에헴, 전 이전에 하이 프리스트 칭호를 땄답니다."
"나도 마도사 칭호를 얻었어."
"오오오! 축하해!"
에이린과 오펜을 축하해 준 유한은 이번에 얻은 자신의 칭호를 보여 주었다.
"나도 새로운 칭호 땄어. 명장이라고."
"우와! 그럼 지그 오빠도 귀련 언니 급이 되는 건가요?"
"헤에, 마침 잘됐다. 안 그래도 너한테 수리 부탁하려고 했었는데."
그러면서 모두들 유한에게 수리할 무구들을 주섬주섬 내놓았다. 하나같이 상태들이 심각했다. 특히 채린이 사용했던 성월의 활은 당장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대체 그동안 뭘 했기에 이 지경들이 된 거야?"
유한은 수리를 위해 집게와 망치를 집어 들며 물었다.
"아리엘의 오르골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다닌 것뿐이야."
"그런데도 이렇게 되었다고?"
"그게, 정보를 빼내는 게 쉽지 않더군."
로키의 말에 따르면 아리엘의 오르골에 대한 정보 획득이 이상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한다.
다들 명성치 10,000이 넘어서 바르카스 왕궁에 들어가는 건 문제가 없었지만, 그로지아의 공주나 공주의 측근 NPC들이 관련 정보를 말하는 데 무척 인색했다고 한다.
"덕분에 그 사람들 마음에 들려고 온갖 퀘스트를 다 수행해야 했어요."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에 대한 토벌이라든가, 모 던전에서만 나오는 특정 아이템의 획득, 중요 문서 배송과 요인 호위 임무 등등…….
유한은 망치질을 하면서 물었다.
"그래서 알아내긴 한 거야?"
"말해 주지 않으려고 한 이유가 있더라. 그 아리엘의 오르골이란 아이템, 공주님이 끔찍하게 아끼는 건데 측근들 중에 누군가 고장을 낸 모양이야."
"공주님은 한동안 '범인은 이 안에 있다'며 펄펄 뛰셨대요."
에이린이 옆에서 한 마디 덧붙였다.
과연 측근들이 언급을 안 하려 할 만했다. 상전이 아끼는 보물을 망가트렸으니 이후에 당한 곤욕은 장난이 아니었을 터.
공주 역시 아랫사람 단속을 잘못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며 비웃음을 당할까 봐 아리엘의 오르골에 대한 언급도, 고장 났다는 이야기도 입 밖에 내지 못하도록 한 거란다.
"결국은 체면 문제인가? 아무튼 아리엘의 오르골은 고장 난 채 계속 방치되었단 말이고?"
"몰래 유명한 장인들을 불러와선 수리를 맡겼지만, 번번히 고치는 데는 실패했대."
"갈수록 공주님 심기가 불편해져서 다들 좌불안석이래요. 더구나 요새 시어머니인 왕비님이 오르골 소리 좀 들어 보자며 졸라 대서 공주님 입장이 난처하대요."
어떻게든 서둘러 오르골을 고쳐야 하는 상황.
이에 채린 일행은 잘나가는 대장장이이자, 자신들의 친구인 유한을 찾아온 것이다.
"어때? 아리엘의 오르골을 고칠 수 있겠어?"
"일단 봐야 알겠지만, 못 고칠 것 같진 않아."
명장 칭호를 얻고 나니 유한은 자신감이 넘쳤다.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만은 아니다.
명장의 칭호를 달아 보니 지식이 20, 솜씨가 30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생산은 물론 수리 스킬을 쓸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리 성공률이 80%로 올라섰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자. 서둘러야 하니까."
행여 다른 대장장이가 오르골을 고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마침 수리를 끝마친 유한은 채린 일행이 결성한 '보물 탐사대' 파티애 들어갔다.
그런데 막 철공소를 떠나려던 순간, 유한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왜? 뭐 빠트린 거라도 있어?"
"아니, 생각해 보니까 한 사람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그게 누군데?"
"이번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이야."
대체 그가 누구기에 유한이 꼭 데려가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잠시 후, 일행은 유한이 철공소 안에서 데려온 사람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지그 철공소에 고용된 일꾼이라고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하! 그렇구나.'
다만 채린만이 유한의 의도를 알아챘다.
이번 일, 어쩌면 예상보다 잘될 것 같았다.
2
유한과 또 한 명의 파티원을 합류시킨 보물 탐사대는 곧장 바르카스 왕국의 왕도 발덴으로 갔다.
초보들의 영원한 고향인 발덴. 유한 일행이 나타나자 초보 유저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모여들었다.
"와! 대장장이 지그다!"
"지그 님, TV 토론회에 나온 거 지그 님 맞죠?"
"오펜 님, 이 불쌍한 초보에게 아이템 좀……."
"꺄악! 로키오빠!"
"바람의 궁수 시아다! 빛의 신관 에이린도 있어!"
유한 말고도 다들 유명세가 올랐는지, 초보들이 병아리 처럼 졸졸 따라왔다. 거의 뛰다시피 하며 초보 대군을 떨쳐 낸 일행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한숨을 돌렸다.
"휴우, 유명하다고 좋은 건 아니군."
"그러게 말이야."
그들은 되도록 인적이 뜸한 길을 찾아 왕궁으로 향했다.
왕궁 정문은 무장한 기사와 병사들이 잡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지만, 명성이 높은 유한 일행은 제재 없이 통과시켜 주었다.
"오오, 이렇게 유명한 분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방문해 주시다니, 폐하께서도 반가워 하실 겁니다."
그러나 일행 중 한 명은 출입 금지를당했다.
"그대는 누구요?"
"저는 휴이라고 하는데요. 저분들이랑 같은 파티입니다."
유한이 데려온 사람은 바로 휴이였다.
그는 지금 무명의 설움을 톡톡히 느끼고 있었다. 같은 파티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그의 통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왕궁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오. 썩 물러나시오."
"잠깐만요. 저 친구는 제 조수인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휴이의 통행이 금지되자, 유한은 수문장을 설득하고 나섰다.
어떻게든 휴이를 데리고 들어가야 한다. 이번 일에서 휴이가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원칙을 어길 수 없습니다."
'아놔, 키메라보다 더 깐깐하게 굴긴'
예전에 공중요새의 궁성을 지키던 키메라들은 대충 통과시켜 주던데 이 수문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유한은 인벤에서 돈을 한 움큼 꺼내 수문장의 손에 쥐어 주었다. 리지스에게 배운 뇌물 스킬을 써먹은 것이다.
"그러지 말고 좀 봐주시죠."
그러나 수문장은 오히려 엄한 표정을 지었다.
"소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전 이런 것에 넘어갈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쳇!'
뇌물 스킬은 실패였다. NPC의 성격에 따라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이번이 그런 모양이다.
실망하는 유한에게 수문장이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고명하신 지그 님께서 멋진 검 한 자루를 만들어 주신다면야……."
NPC의 성격에 따라 제공해야 할 뇌물의 형태가 달랐다. 번쩍 정신을 차린 유한은 수문장의 제의에 응했다.
"나중에 멋진 칼 한 자루 만들어 드리죠."
"후후후, 감사합니다."
그렇게 휴이의 통행도 허락되었다.
왕궁 안으로 들어온 일행은 곧장 태자비, 그로지아의 공주가 있는 별궁으로 향했다. 일행을 알아봤는지 공주를 지키던 기사들이 길을 비켜 주었다.
별궁 안으로 들어가자 공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던 그녀는 유한 일행에게로 눈을 돌렸다.
"시아가 공주님께 문안 여쭈옵니다."
채린을 시작으로 일행이 공주에게 인사하며 예를 올리자, 유한과 휴이도 따라서 꾸벅 예를 올렸다.
"또 왔군요. 반가워요. 오늘은 어쩐 일이죠?"
이름이 '에반젤린'이라고 하는 그로지아의 공주는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아리엘의 오르골 문제로 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모양.
"공주님의 근심을 덜어 드릴 사람을 구해 왔습니다."
"나의 근심을 덜어 줄 사람?"
"아바란 왕국에서 제일 유명한 대장장이를 데려왔사옵니다. 지그라고 하옵는데 그라면 아리엘의 오르골을 고칠 수가……."
탁!
채린의 이야기를 듯던 에반젤린 공주는 펼치고 있던 책을 강하게 덮었다.
그녀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째려보자 시녀들과 시종들이 '제가 말 안 했습니다' 라는 식으로 고개를 움츠렸다. 누가 보면 단체로 거북이가 된 줄로 알 것이다.
"입 밖에 내지 말라 했거늘, 아랫것들이 함부로 입을 놀린 모양이군요."
"공주님, 다 주인을 위한 충심 때문이니 고정하시지요."
"알고 있어요, 처음부터 조심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을."
혀를 차던 에반젤린 공주는 유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가 지그라는 대장장이인가요?"
"그렇사옵니다."
"고개를 드세요. 내 그대의 이름은 익히 들었어요. 그대가 만드는 강철 거인은 폐하께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세요."
조만간에 바르카스 왕국에서 블랙아이언을 주문할지도.
온 김에 국왕을 만나 계약을 맺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아리엘의 오르골을 획득하는 것임으로 일단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강철 거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꽤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들었는데, 내 말이 맞나요?"
"그러하옵니다."
"그럼 그대에게 부탁해도 되겠군요. 사실 그동안 일을 맡겼던 장인들의 실력이 대단하지 못했어요. 소문만 그럴싸했을 뿐, 뭐 사람을 은밀히 구하다 보니 그런 자들밖에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웅얼거리던 공주는 손을 모아 박수를 두 번 쳤다.
그러자 늙은 시종이 상전의 뜻을 알아채고 잽싸게 한쪽 구석에 있던 은빛 상자를 가지고 왔다.
'저게 아리엘의 오르골인가?'
주먹만 한 크기의 네모난 상자 바깥에는 화려하고 정교한 문양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한쪽 면에는 T자형 막대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게 오르골의 태엽을 돌리는 장치인 듯했다.
공주는 막대를 돌려 태엽을 감았다. 그러나 태엽은 돌아가도 오르골에선 아무런 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보시다시피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오르골의 음색은 꿈결같이 아름다워서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죠. 듣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어 버리곤 해요."
'설마 소리가 조금만 틀려도 안 된다고 하진 않겠지?'
유한은 토 나오던 신종 퀘스트 때의 일을 떠올렸다.
수없이 종을 만들고도 음색이 원본 같지 않다며 퇴짜를 맞았고, 결국엔 소중한 연장들을 희생시킨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요즘 왕비 마마께서 불면증이 심하시어 이 오르골 소리를 듣고 편안한 숙면에 들고 싶어 하세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청을 거절했지만, 이젠 더 버틸 수 없어요."
에반젤린 공주가 여기까지 말하자 유한에게 효과음이 들리며 퀘스트 안내창이 불쑥 떠올랐다.
유한은 다른 동료들에게도 퀘스트창이 떠올랐나 살펴봤지만, 아무래도 이 퀘스트는 대장장이인 자신에게만 날아온 듯했다.
[에반젤린 공주의 의뢰]
- 에반젤린 공주가 애지중지하던 아리엘의 오르골이 그만 고장나고 말았다. 오르골을 빌려 달라는 왕비의 요청도 있어 그녀는 이만저만 곤란한 입장이 아니다.
은밀히 아리엘의 오르골을 고쳐 공주의 근심을 없애고, 그녀의 체면도 지켜 주도록 하자.
* 공주에게 필요한 재료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 게임 시간으로 3일 안에 수리를 완료해야 합니다.
* 기한 안에 수리하지 못하면 에반젤린 공주와의 호감도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명성도 3,000 이 깎입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유한은 당연히 수락했다. 나중의 계획이야 어떻든 일단 오르골을 원래대로 고쳐 놔야 한다.
"소인에게 맡겨 주십시오."
"아, 그대만 믿겠어요."
유한의 진짜 본심도 모르고, 에반젤린 공주는 굉장히 기쁜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미안해진 유한이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3
아리엘의 오르골을 넘겨받은 유한은 일단 오르골을 완전히 분해하기로 했다.
물론 그냥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중을 위해서 어떤 부품이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종이에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사장, 동력 전달 장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태엽은 잘 돌아가잖아요."
휴이의 의견에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왜요?"
"부품이 몇 개 사라진 것 같아."
고장 나면서 부서졌는지, 아님 어설픈 장인들이 고치려다가 망가졌는지.
아무튼 부품이 있었음 직한데 텅 빈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르골의 중추라 할 수 있는 금속 원통은 멀쩡하다는 것이다.
"여기 원통에 돌출 된 핀(Pin)이 얇은 금속 건반을 때리면 소리가 나는 거로군요."
"음, 제일 중요한 원통도 금속 건반도 멀쩡해."
이게 망가졌으면 원래의 음률을 되찾는 데 무척 힘이 들었을 것이다.
오르골을 분해해서 고장의 원인을 파악한 유한은 지금부터 휴이가 해야 할 일을 일러 주었다.
"휴이 넌 지금부터 이 오르골 박스를 똑같이 만들어."
"예? 박스는 멀쩡하잖아요? 고장 난 건 속에 있는 부품……."
"시키는 대로 해, 내 말대로만 하면 내가 너랑 밎은 계약서 내용을 수정해 줄 수도 있어."
유한의 말에 휴이의 귀가 솔깃해졌다.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는 계약서 내용을 고쳐 준다고 하니 궁금해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똑같이 만들면 되는 거죠?"
"그래, 똑같이. 너한테 그런 히든 스킬이 있잖아, 안 그래?"
"크크크, 그렇죠."
휴이의 히든 스킬 레플리카 물건을 복제할 수 있는 이 히든 스킬 때문에 유한은 휴이를 이번 여행에 참가시킨 것이다.
"똑같이 복제해야 돼. 원본이랑 똑같이."
"알았어요. 걱정 말라고요."
휴이가 레플리카. 스킬로 오르골 박스를 복제하는 사이, 유한은 분해한 오르골의 부품들을 복제했다.
사실 처음엔 이 작업도 휴이에게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레플리카 스킬은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보일 뿐이지, 성능이나 부품의 정밀도는 보장하지 않는다.
오르골은 매우 정밀한 구조로 되어 있다. 부품의 규격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고, 그러면 음색이 변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부품은 유한이 직접 복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일단 주물 스킬로 오르골의 금속 원통을 복제하고, 나머지 부품들로 청동판이나 크롬 합금을 잘라서 만들었다. 퀘스트 내용에 적힌 대로, 필요한 재료는 공주에게 요청하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다.
"사장, 이 기회에 재료를 확 긁어내죠?"
휴이가 입에 군침을 흘리며 물었다.
"아서라, 꼬리가 너무 길면 밟히는 법이야."
의심 받을 짓은 안 하는 게 좋다. 더구나 상대는 일국의 왕가가 아닌가.
대신 에르젠과 같이 비싸고 희귀한 재료들을 조금씩 얻어냈다.
- 오르골의 회전축을 만들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60을 얻었습니다.
- 오르골의 금속 건반을 만들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80을 얻었습니다.
한참을 깎고 다듬던 유한은 마침내 모든 부품들을 복제할 수 있었다.
"좋아, 다 만들었다."
"나도 복제 다 했어요. 겉보기에는 '원본과 다름없는'수준이래요."
"그래, 잘했어."
휴이가 레플리카 스킬로 복제한 오르골 박스는 원본과 똑같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박스 안쪽에 '복제품' 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이 글자 그냥 둬도 괜찮을까?"
"괜찮을 거예요. 이 글자는 유저 눈에만 보이는 거니까."
'상관없겠지. 부품을 뜯어내지 않는 이상 볼 수 없는 위치기도 하고.'
복제가 끝났지만 오르골을 고쳐야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유한은 빠진 부품이 무엇인지, 어떻게 태엽의 동력을 전달하는지 연구해 보았다.
하지만 그냥 눈으로만 보는 것만으론 잘 알 수가 없어서, 동료들에게 가게에 가서 오르골들을 사 오게 해서 모조리 분해해 구조를 살폈다.
여러 가지 구조의 오르골들을 살펴보자 빠진 퍼즐을 하나씩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사라진 부품들을 만들어 오르골을 조립하고, 태엽을 돌려 소리가 나는지 작동시켜 보았다.
"앗! 소리가 나요!"
휴이가 쾌재를 불렀지만, 유한은 고개를 저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분명 음색이 꿈결같이 아름다워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지금 오르골에서 나는 소리는 아름답긴 했다.
그러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거기다 다음과 같은 안내창이 떠올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 재생속도가 빠릅니다. 제대로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거야."
"거 그냥 대충 좀 하지."
"대충했다 퀘스트에 실패하면 니가 책임질래?"
유한은 오르골을 도로 분해해서 원인을 살폈다. 음악의 재생속도를 늦출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쉽게 해결되지가 않았다.
"대체 뭐가 문제지?"
부품을 살펴보고, 공주가 했던 말을 떠올려 보던 유한은 결국 그 해답을 찾아냈다.
'그래! 문제는 이거였어. 금속 원통을 돌리는 톱니바퀴!'
문제의 톱니바퀴는 원래 그곳에 있어야 할 부품이 아니었다. 원래 톱니바퀴보다 작은 것이 금속 원통에 끼워져 돌아가다 보니 재생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이전에 별로 실력이 좋지 못한 장인들을 고용했었다고 했다.
그 어설픈 장인들이 고친답시고 이리저리 끼워 맞추다 원래 자리에 있어야 할 부품을 엉뚱한 곳에 넣은 게 틀림없다. 그리고 유한은 그걸 원래 부품의 배치인 것으로 믿었고.
"크윽, 진작에 그걸 생각했어야 하는 건데!"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은 유한은 비슷하게 생긴 부품들을 빼내 자리를 바꿔 끼었다. 그리고 다시 재생을 해 보았다.
-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잘못 고친 것 같습니다.
- 짜증날 정도로 느린 재생속도입니다.
- 재생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부품들을 온전한 위치에 맞춰 넣을 수 있었다. 태엽을 돌려 재생을 하자, 에반젤린 공주가 말했떤 꿈결같이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 완벽한 음률이 재생됩니다. 꿈결같이 감미롭고 아름답습니다.
"좋았어! 이제 완벽해."
"헤, 진짜 잠이 올 것 같아요."
아리엘의 오르골을 완벽하게 고쳤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아직 일렀다. 일이 하나 더 남아 있음으로.
"자, 이제 원본을 조립했던 대로 복제품도 조립하자."
"근데, 사장. 복제품은 어디 쓰려고 그래요?"
휴이는 아까부터 그것이 궁금했다.
원본을 수리한답시고 멀쩡한 오르골 박스를 복제했고, 오르골 하나 더 만들어도 될 만큼 부품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복제한 건 따로 쓸 곳이 있어."
"역시, 단순히 오르골을 수리하러 왕궁에 온 게 아니군요. 다른 목적이 있는 거죠?"
단순한 플레이를 할 사람이 아니다.
그것이 휴이가 아는 지그라는 유저의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도 그런 플레이를 해야 평범한 대장장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휴이야."
"예, 사장님."
"너 계약서 고치기 싫냐?"
휴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4
아리엘의 오르골이 고쳐졌다고 하자 에반젤린 공주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녀는 수리된 오르골의 소리를 듣고 매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전에 보았던 불편한 표정은 사라지고 없었다.
"수고 많았어요. 이제야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군요."
공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유한의 눈앞에 퀘스트 종료를 알리는 창이 떠올랐다.
[에반젤린 공주의 부탁] 퀘스트를 완수했습니다.
- 경험치 1,200을 얻었습니다.
- 명성이 1,500 올랐습니다.
- 상금으로 30,000골드를 받았습니다.
'제법 괜찮은 보상이군.'
작은 오르골 하나 고친 것 치고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대는 원래 바르카스 출신이라 들었어요. 고국으로 돌아와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겠어요? 내 그대를 기꺼이 천거하겠어요."
"말씀은 고맙지만, 전 이대로가 좋사옵니다."
명성이 높고 능력이 뛰어난 유저들 중에 이렇게 발탁되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위나 관직을 얻으면 혜택이 많지만, 그만큼 제약도 많다. 그래서 유한은 공주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럼,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날 찾아오도록 하세요."
"예. 소인은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
왕궁에서 나온 유한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과 합류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동료들은 유한이 나오자, 그에게로 달려왔다.
"잘됐나 보네."
"백 퍼센트 만족하더라. 일이 좀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퀘스트 포상도 넉넉하게 주더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유한은 인벤토리에서 오르골을 꺼냈다. 그것을 본 일행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배어 나왔다.
"정말 대단해요, 지그 오빠, 수리하면서 복제품을 만들어 내다니."
"역시 휴이를 데리고 가자고 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구나."
복제 임무를 마친 휴이는 먼저 철공소로 돌아간 상태였다.
유한이 노예 계약서를 갱신해 줬지만, 그가 유한의 손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과연 복제품으로도 능묘를 열 수 있을까?"
로키의 지적에 유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부정적인 태도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복제품으로 불가능하다면 왜 힘들게 오르골을 복제했단 말인가.
"기껏 왕궁에 들어가서 복제품만 만들고 나오면 손해잖아요."
"서, 설마 너……."
채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게 진짜 아리엘의 오르골이란 소리지."
모두들 기겁했다. 유한의 손에 들린 것을 복제품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그런데 복제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공주를 완벽히 속여 넘겼는지 궁금했다.
"뭐, 생김새가 똑같고 소리도 똑같으니까 속아 넘어간거지."
"지그 오빠, 퀘스트로 오르골 고치는 일 받은 거 아니에요?"
"그러게. 가짜를 주고도 퀘스트 포상을 받을 수 있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유한은 게임 시스템마저 속인 것이 된다.
"후후후, 당연히 받을 수 있지. 조건을 맞췄으니까."
퀘스트 성공 조건은 '기한내에 오르골을 수리하는 것'이다.
'수리한 오르골을 공주에게 가져다주라'는 말은 없었다. 그래서 유한은 원본을 복제한 아이템을 주고도 보상을 받았고, 진짜를 빼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니깐."
"만약에 공주님에게 바치는 게 조건이었다면요?"
"그때는 뭐 다른 방법으로 빼돌렸겠지."
불면증인 왕비가 오르골 소리를 듣기를 원한다고 했다.
유한은 공주가 왕비에게 아리엘의 오르골을 보내는 때를 이용해 바꿔치기를 할 계획도 세웠다.
에반젤린 공주가 복제품에 홀딱 넘어간 덕분에 그런 수고는 덜었지만.
"근데 이거 알려지면 왕실 기만죄 아닌가?"
오펜의 지적에 모두들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광장에서 목이 대롱대롱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명성치가 바닥까지 떨어지겠지?"
"그러니까 다들 입 다물라고."
그러나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일행이 떠드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왕궁 정문을 지키던 수문장이 다가왔던 것이다.
'이런! 흥분해서 주위를 살피지 못했어!'
일행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유한은 서둘러 아리엘의 오르골을 숨겼다. 그리고 정신없이 대책을 강구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수문장을 치고 튈까?"
그럼 앞으로 바르카스 왕국엔 영영 못 들어올지도 모른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유한의 코앞에 수문장이 당도했다.
"지그 님."
"그, 그게 저 어떻게 된 건가 하면……."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는 유한을 보고 수만장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냥 이대로 가실 겁니까? 제 칼은 안 만들어 주고요?"
그가 다가온 이유는 유한이 입궁하면서 한 약속 때문이었다. 아리엘의 오르골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듣지도 못했다.
'제길,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출발은 조금 지체되었다.
유한이 왕궁 수문장에게 멋짐 검 한 자루 만들어 주고 나서야 일행은 남쪽으로 길을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