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9화 자유도시로 부는 바람 (80/143)

4.자유도시로 부는 바람

키라가 철십자 길드의 뒤통수를 매우 아프게 후려길길 쯤 페르사에선 재빠른 행보가 일어나고 있어따.

다른 대자장이들이 불타 버린 골렘의 잔해와 몇 가지 부품을 건지는 사아, 베레타 공화국군은 이들이 안전하게 골렘 제작에 전념할 장소를 물색했다.

"님스 산맥의 요새라고요?"

"그곳은 인적도 드물고 전장에서 떨어진 최후방 지역이라 안전합니다. 근처에 광상이 있어 재료를 수급하기도 쉽고........"

"거긴 안 됩니다."

회의에 불쑥 끼어든 것은 유한이었다. NPC 지휘관은 물론이고 발리안까지 얼굴을 굳혔다.

"지그 님은 나서지 말고 가서 잔해 수습이나 하십시오."

"안 된다니까요! 님스 산맥이면 카잔 공국고 가깝습니다. 카잔 공국에 철십자 길드가 다스리는 영지와 도시가 많다는 시실을 모릅니까?"

유한의 말을 듣고 발리안은 생각에 빠졌다

철십자 길드가 거대 목인병을 손에 넣은 지역이 카잔 공국이다.

현재 철십자길드의 주력이 마노스 제국군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지만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 지역 근방에서 골렘 제조를 할수는 없는 노릇.

더구나 베레타 공화국이 슬슬 밀리자 카잔 공국의 행보도 이상해지고 있었따. 이번 전쟁에 중립을 표방한다더니, 현재 국경지역 으로 군대를 이동하고 있었다.

그게 만약 철십자 길드의 입김 떄문이라면?"

"님스 산맥의 요새는 안 되겠습니다."

그러자 NPC지휘관은 정말 곤란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곳뿐입니다. 찰스턴 영지에 작업을 할 만한 시설이 있지만, 거긴 전장에서 가깝고......"

찰스턴이 언급되자 유한이 손가락을 튕겼따.

"찰스턴으로 하죠!"

"그래요, 찰스턴이 좋겠습니다."

발리안까지 나서서 찰스턴을 지지한데는 이유가 있었따.

찰스턴은 지난 티셔츠 사태 이후 학생 유저들의 성지가 되었다.자유도시가 된 찰스턴은 외부의 침입을 학생 유저들이 단결하여 물리치기로 결의한 상태.

그때 결의를 이끌어 낸 것이 바로 이 자리에 있는 지그였다.

"마노스 제국이 찰스턴을 공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찰스턴이 자유도시이기 떄문입니까?"

"뭐, 그런 셈이지요."

유저들의 결의를 모르는 NPC입장에선 그런 식으로 이해를 한 모양이다.

마노스 제국을 움직일 힘이 있는 철십자 길드도 찰스턴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있을 터. 철십자 길드원들 중에도 학생 유저들이 적지 않을테니, 그들의 반발을 사고 싶지 않다면 벌집을 쑤시는 짓은 하지 않을 게 틀림없다.

"더구나 등잔 밑이 어둡다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작이 완료되는 즉시 전장에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찰스턴으로 이동하는 것이 적에게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직접적인 침공은 않겠시만 이전과 같은 방해 공작을 펼치면 또다시 곤란에 빠질 것이다.

"유한과 발리안은 '교란'을 하자는데 동의했다.

"일단은 우리가 님스 산맥의 요새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게 좋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소문부터 퍼트린 뒤에........"

거기에 유한과 발리안이 몇가지 보완점을 더해서 완벽을 기했다.

얼마후 잔해 수습을 마친 대장장이들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거창하게 이동했다.

그들이 북쪽가도로 나가는 것을 본 일련의 무리들은 그들을 추적하는 한편, 누군가에게로 서둘러 쪽지를 보냈다.

"베레타 공화국 측이 결전 병기의 제작 장소를 님스산맥 요새로 바꿨다던데?"

길드장 노벨의 말에 베히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 그런 보고가 있었지.그런데 뒤 이어진 보고를 보고 수상한 냄새가 느껴지더군."

"수상한 냄새?"

"이놈들이 페르사 북쪽의 노트라 숲을 지나다가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다는 거야. 와해 되었떤 행렬을 숲외각에서 수습한 다음 북쪽으로 다시 이동했다는군."

노벨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일국의 군대가, 그것도 자국의 결전 병기를 만들 고급인력을 호위하는 기사와 병사들이 몬스터 습격 따위에 와해될 수가 있는가?

더구나 노트라 숲은 노벨이 알기로 몬스터들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대장장이들에겐 위험 할지 모리지만 기사들에겐 어림도 없는일.

"혹시 중간에 빠져 나간 거 아냐?"

"나도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해. 실제로 이후 행렬에 대장장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까."

몬스터 습격의 혼란을 틈타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렸을 가능성이 높앗다.

문제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첩자들이 숲 속을 조사해 봤지만 다른 곳으로 이동한 흔적은 찾을 수없었다. 아마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이동마법 스크롤을 사용한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점령지 외에 골렘을 제조할 수 있는 곳을 조사하고 있어."

베히모스의 말에 노벨은 우려를 나타냈다.

"조사하는 사이에 완성되면 큰일일 텐데...."

"후후, 설마 그렇게 빨리 만들수 있을까?"

상대가 결전병기를 제작하는 것보다 그들의 행방에 대한 정보가 먼저 전해질 것이다.

베히모스는 정보부에 소속된 길드원들을 믿었다.

"여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밖에서 시종의 말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문이 열리며 미네르바 여제가 안으로 들어왔다.

베헤모스와 노벨은 얼굴을 굳혔다.

나름 쉬고 있던 중인데 망할 NPC년이 벌컥 찾아올 것은 무엇인가.그래도 꼴에 제왕인지라 예를 갖춰야 했다.

"어인 일로 행차하셨사옵니까, 폐하."

"백작, 짐이 듣자니 그대가 자유도시 찰스턴에 대한 공격을 취소시켰다고 하던데?"

그건 사실이었다.

베히모스는 마노스 제국군이 찰스턴으로 진군하려는 것은 부랴부랴 막았다.

찰스턴은 학생 유저들의 성지.

같은 학생이지만 베히모스는 전혀 존중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럼에도 진군을 막은 것은 쓸데없는 싸움을 피하기 위함이다.

찰스턴을 건드렸다간 자칫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즐기는 학생 유저들과 척을 지게 된다.

아니, 길드 내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었따. 철십자 길드에는 자신이 다니는 학림고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으니까.

"폐하, 찰스턴은 자유도시이옵니다. 베레타 공화국의 영향ㅇ력이 적은데다가 바르카스나 브로딘 등 인근 국가의 상인들이 활발하게 드나드는 도시지요,"

노벨이 재빨리 여제를 설득하고 나섰다.

학생 혁명 따위 말해도 이해를 못할 테니, 바르카스나 브로딘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 주었다.

"그렇다 해도 베레타 공화국의 영토가 아니오. 페르사로 진군하기 전에 베후에 적을 둘 수는 없소."

"자칫 적을 더 늘릴 수도 있음을 왜 모르십니까?"

"음.........."

미네르바 여제는 전쟁을 좋아하는 NPC이긴 하지만 부하들의 이견을 묵살할 정도로 패도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현재 정세가 좋지 않았다. 그로지아는 일찌감치 베레타의 편에 섰고, 동맹을 약조한 카잔 공국에서는 눈치만 살피고 있는 중이었따. 그런 상황에서 바르카스와 브로딘 왕국이 개입하면?

노벨의 말대로 이 상황에서 적을 더 늘릴 수는 없었다.

"알겠소. 찰스턴에 대한 공격은 좀 더 숙고해 보겠소."

여제의 이런 결정에 베히모스와 노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 순간.

"아니 되옵니다. 바르카스와 브로딘이 무서워 그 조그만 영지를 내버려 둔다면 대륙의 군주들이 폐하를 비웃을 것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의 외침 미네르바 여제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 졌다. 뒤늦게 나타난 신하가 자신의 결정에 토를 다니 불쾌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맞기도 했다.

'난 대륙 제일의 황제. 군주들의 놀림감이 될수는 없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당장 찰스턴을 공격할 군단을 편성하도록 하시오!"

"폐하, 안됩니다!"

"계속 반대한다면 항명죄로 다스리겠소!"

미네르바 여제는 베히모스와 노벨의 애원을 듣지 않고 방을 나가 버렸다.

NPC들이 떠난 자리에 유저들만 남았다.

베히모스는 미네르바에게 간언한 중년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레벨 100의 근위 기사 제르달. 

얼마 전 철십자 길드에 들어온 신입 길드원이지만 그의 영향력은 운영위원들 못지않았다. 제르달은 바로 베히모스가 다니는 학교의 교감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교감 선생님, 왜 그러셨습니까!"

"찰스턴이 어떤 곳인지 잘 아시잖아요!"

베히모스와 노벨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제르달 아니, 정교감의 낯빛에는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예전에 티쳐스의 수장이었다.

학생들의 음모(?)에 빠진 그는 유저들의 심한 비난과 드림맥스의 조치로 티쳐스를 해산해야 했다.

교육청으로부터도 심한 질책을 들었다. 학림고가 사립학교가 아니었다면, 아니 이사장이 뒤를 봐주지 않았다면 이미 모가지가 되었을 것이다. 

분통이 터지는 것은 자신을 그렇게 만든 학생 놈들이 티쳐스의 본거지였던 찰스턴을 혁명 전적지, 혹은 성지로 꾸며 놓았다는 것이다.

놈들에게는 영광의 상징일지 몰라도 정 교감에겐 굴욕의 상징과 마찬가지였다.

'박살 내 주겠다! 무너트려 주겠어! 더럽혀 버릴 테다!'

굴욕을 지울 방법은 찰스터을 짓밟는 것뿐.

정교감은 이를 위해 철십자 길드에 들어왔고, 스스로 자청해서 미네르바의 근위 기사가 되었다.

그리고 기회를 잡았다.

"후후후, 걱정 마라. 그놈들이 결의하긴 했지만 실제로 싸우려는 놈들은 얼마 되지 않을테니까."

"그걸 장담하실 수 있습니까?"

"아! 염려 말래도. 선생님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니 믿어도 좋아."

제르달은 어린놈들의 맹세 따위를 믿지 않았다.

그저 한때의 호기 때문에 요란법석을 떨었을 뿐, 실제 로 찰스턴이 위기에 처하면 달려올 놈은 얼마 없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현실에서도 그런 헛된 맹세와 단합을 숱하게 보았다. 젊은 시절에는 직접 겪기도 했었다.

그가 아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겁이 많은 존재였다.

"바보 몇놈을 제외하면 다들 손가락만 빨거나, 제 잇속만 차리려 할게다."

그저 게시판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댈 뿐이다.

그것도 짧으면 1주일, 길어도 1달이다. 또 다른 이슈가 군중들은 그것에 열광하기 마련

"알겠습니다. 교감 선생님을 믿고 찰스턴을 공격하겠습니다."

"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마."

제르달은 티쳐스 시절의 맴버들을 불러 모을 생각이었다.

비록 티쳐스가 해체되었다지만 그들 모두 게임을 접은것은 아니다.잠시 잠수를 타고 있는 그들을 끌어 모으면 꽤 쏠쏠한 전력이 될 것이다.

'후후후, 두고 봐라이놈들.'

제르달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놈들이 만들어 놓은 혁명 기념상을 넘어트리고, 그위에 올라서 마음껏 비웃을 자신을 생각하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자유도시 찰스턴의 거리 외각에는 거대한 창고가 있었다.

평소 시장의 상품들을 보관하는 이 창고 주변에는 베레타 공화국의 군대가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근방을 지나가도 바로 신분을 조회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유지했다.

창고 안에서 슬쩍 밖을 자라보던 대장장이 유저는 NPC군대의 믿음직한 경계 태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어휴, 저러면 첩자들의 관심만 증폭시킬 거라는 걸 왜 모르지?"

"제 생각엔 지그님이 창밖으로 머릴 내미는 것이 더 첩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것 같습니다만?"

발리안의 핀잔에 유한은 창문을 도로 닫았다.

모두들 보안 때문에 찰스턴으로 온 뒤론 바깥에 나가지 않았고, 창문을 여는 것도 자제하고 있었따.

"보안에 걱정 말고 작업에 열중하십시오. 병사들 말고도 주변에 제가 돈을 주고 깔아 놓은 도둑 길드의 유저들이 수두룩하니까요.

"일이라면 다 끝내 놨어요."

그러자 완성된 거대 골렘의 축소 모형이 그 멋진 모습을 드러냈다.

군사기술 연구소의 화재에서 타버린 것 중 쓸 만한 부품을 추려내고, 찰스턴에서 나머지를 완성시켰다. 3분의 1 축소품이라도 인형 병기로 손색 없게 상당한 공을 들였다.

물론 발리안은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지 눈을 가늘게 쯔고 노려보았다.

"이거 제대로 축소시켜 만든 것 맞지요?"

"리벳 한 개까지 철저히 계산해서 축소시킨 거니까 염려 놓으시죠."

겉모습과 달리 발리안은 유한이 만든 축소품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따.

찰스턴은 은밀하게 거대 골렘의 기동을 시험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축소품의 움직임을 보고 거대 골렘을 개량해 나갈 계획이었따.

"자! 움직여라!"

유한은 최종작업으로 축소품 골렘의 몸속에 마력이 깃든 수정을 집어넣었다. 수정에 깃든 마력 역시 축소품의 비율에 맞춰진 것이었다.

끼이익! 끼익!

수벙이 끼워지자 축 늘어져 있던 골렘의 몸과 관절들이 들썩이더니 천천히 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옳지! 그렇게 걸어, 계속 걸어가는 거야."

약간 흔들거리긴 했지만 골렘은 잘 움직였다.

그렇게 골렘은 유한이 시키는 대로 왔다 갔다. 팔을 들었다 올렸다 하면서 여러가지 동작들을 선보였다.

축소품 골렘의 움직임은 페르사에서 제작된 시작 1호와 똑같았다. 더 못 움직이지도 더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시작 1호를 고스란히 축소 시켰으니당연하다고 할까.

"좋습니다. 이제 이 '축소 1호'를 개량하면서 원판인 시작1호를 개선할 길을 모색하도록 하지요."

'이그, 네이밍 센스하곤!'

유한은 내심 멋진 이름을 붙이길 원했지만, 이번일의 책임자는 발리안이었따. 대신 나중에 자신이 만들 블랙아이언엔 굉장히 멋진 이름을 지어 주리라 마음먹었다.

기본 동작의 검증이 끝난 축소 1호는 바로 바닥에 뉘어져 정밀 검사를 받았다. 축소1호를 만든 유한은 물론이고 발리안과 실력이 뛰어난 대장장이 유저들이 달려들어 골렘의 이곳저곳 살펴나갔다.

"역시 발리안 님 말씀대로 동력 분사 장치에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너무 쓸데없이 복잡한 것 같으니 좀 단순하게 줄여보죠."

"다리도 굵게 만드는 게 좋겠습니다."

"충격 흡수 장치의 소재는 다른 걸 써 보는게 어떨까요?"

그들은 축소 1호를 뜯었다 고쳤다 하면서 미비해 보이는 장치를 개선하고, 성능을 개량해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진 데이터는 거대 골렘의 제작에 그대로 적용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골렘의 움직임은 차츰 부드러워지고 속도도 빨라졌다.

"어떻 습니까? 상당히 나아졌죠?"

"예,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작 거대 목인병에 비교하자면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거대 목인병을 목격했던NPC기사는 아직도 성능이 미흡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계속 성느을 향상시켰지만 거대 목인병과의 차이가 있음은 모두가 실감하고 있었따. 유한도 잠시 게임을 쉴때는 항상 거대 목인병이 찍힌 동영사을 보고 분석했다.

그가 본 거대 목인병의 움직임은 날렵하고 부드럽기 이를 데 없었다. 거기다 힘이 있었따.

'그 관절의 움직임은 분명히 내가 ㅇ라고 있는 것 이었어.'

거대 목인병을 볼때마다 베르겐에서 날뛰던 메카 드래곤이 생각났다.

좀 별나다고 하지만 거대한 메카 드래곤도 거의 혼자 만들었던 갈리 아닌가.

'행방만 알고 있다면 당장 찾아서 데려올 텐데.......'

유한이 그렇게 아쉬워 하고 있을 때였다.

NPC 기사 1명이 창고 안으로 달려 들어와 관계자들에게 뭔가 심각하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창고 안에 있던 모든 NPC병사들이 술렁였다.

"무슨 일입니까?"

"마노스 제국군이 이쪽으로 진군해 오고 있답니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

유한은 믿을 수 없었다. 마노스 제국이 찰스턴을 공격 하도록 철십자 길드가 내버려 둘 리 없었다.

'혹시 여기서 거대 골렘을 만드는 걸 알고?'

그렇다 해도 그런 무지막지한 방법을 쓴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철십자 길드라면 충분이 다른 방해 공작을 하고도 남을 테니까.

"훗, 괜히 떠보는 겁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발리안은 찰스턴이 공격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베레타 공화국군을 교란하기위함이겠지요. 전력을 쪼개 각개격파 하겠다는 전형적인 수작을 위한 떡밥이라고 할까요?"

발리안은 마치 자신이 대단한 전략가인양 떠벌렸다. 그런 그의 모습은 재수 없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래도 믿음은 갔다. NPC들이 우려해도 유한과 다른 유저들은 자신들이 할 일을 계속해 나갔다.

찰스턴 서쪽가도. 

기다란 짐나차 행렬이 가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짐마차들에는 '리지스 특송 상회'라고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리지스 특송 상회는 리지스 신용금고와 더불어 리지스가 세운 기업이었다. 상품의 운송을 도맡아 하는데, 이번엔 베레타 공화국에 무기를 운송해 주기로 계약이 되어있었다.

물론 짐마차에 실린 무구들은 전부 지그표 무구였다.

화려하게 치장된 호박 마차가 상단 행렬을 이끌었다.

그 호박 마차에 타고 있는 것은 사장인 리지스와 유한의 동생인 얀, 그리고 베르디였다.

"아하, 그러니까 얀은 여친 때문에 레전드 오브 프론티어를 하게 된 거구나."

"베르디가 한국에 살긴 하지만 한국말을 잘 몰라서요. 마침 형이 멀쩡한 캡술을 하나 내다 버리기에 그걸로 시작했죠."

"멀쩡한 캡슐을 버려? 너네 집 부자니?"

리지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채린과는 친하게 지내지만 아직 유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아뇨, 동네 슈퍼 하고 있어요. 형은 캡슐이 새로 생겨서 그런 거예요."

"지그가 해킹을 당했어?언제?"

"흠, 그게 작년 봄이었다......"

지그를 처음 만난 것도 그무렵이었다. 무역로 개척 퀘스트에 같이 참가 했었으니까.

그때 별 볼일 없다 싶었던 대장장이 녀석이 오우거를 해치워서 놀랬던 적이 있었다.그것도 바츠가 선보였던 시계추 검술을 이용해서.

'가만있자.....바츠가 사라진 것도 그때 쯤이잖아.'

유명 랭커인 바츠가 해킹당해 사라졌다고 해서 한동안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따. 당시 유저들 중 해킹의 공포에 떨지 않았던 이가 없었을 정도로.

그후 해킹 사례가 없어서 유저들의 되리에서 잊혀졌지만.

'그러고 보니 옌스 녀석이 지그더러 만날 바츠라고 불렀지.'

단순한 바보 녀석이 뭔가 착각했다고 생각했다. 광전사 바츠와 대장장이 지그는 너무 이미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이상하긴 했다.

지그 녀석은 대장장이 주제에 전투에 굉장히 능숙 했다.

플레임 마운트에선 꽤 강해 보이는 기사 유저와 싸워 이기기도 했으니까.

'거기다, 저번 배틀 폴로 대회에선 가짜 바츠의 정체를 까발렸지.'

채린에게 듣기론, 처음엔 레드 타이거 용병대 아저씨들을 서포트하러 참가했을 뿐이라고 했따. 그런데 갑자기 시합, 그것도 결승전에 참가해서놀랐다.

혹시 지그가 진짜 바츠여서 가짜를 응징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그래서 박박 우겨서 출전한 것은 아닐까?

"언니, 뭘 그리 생각해요?"

베르디의 물음에 리지스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아니, 그냥 좀......"

리지스는 보다 확실한 것을 알아보기 위해 얀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혹시 형이 해킹당하기 전에 뭘 했는지 알아?"

"몰라요. 한심해서 신경 안 썼어요. 학교 그만둔 뒤론 계속 캡슐에 들어앉아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 정도로 폐인이었어? 별로 그런 것 같아 보이진 않던데?"

코스튬 페스티벌에서 봤을 땐 멀쩡해 보였다. 근육도 있고 제법 듬직한 게 다듬으면 꽤 괜찮겠다 싶었다.

"뭐 요즘 와선 다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있지만요. 근데 리지스 누나, 저도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응? 뭐 궁금한 거라도?"

리지스는 얀이 아르페디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모조리 가르쳐 줄 마음이 있었다. 대신 얀이 왔다는 찬드라 대륙에 대한 정보도 들을 생각이었다.

언젠가 '리지스 컴퍼니'의 깃발을 그곳에 꽂아야 하니까.

신대륙들이 등장하면서 리지스의 야망도 아르페디아를 넘어서 있었다.

"혹시, 우리 형 좋아해요?"

"뭬야!"

어찌나 놀랐는지 리지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침 마차가 덜컹이는 바람에 머리를 천장에 박은 그녀는 머리를 부비며 이죽거렸다.

"내가 미쳤니? 하고 많은 남자들 중에 너희 형을 좋아하게?"

"하지만 우리 형에 대해서 이것저것 묻고, 같이 게임도 하고 있잖아요."

"맞아요, 공장도 봐 주고."

베르디가 맞장구쳤다.

그러나 리지스는 손을 내저을 뿐이다.

"그야 동료니까 그렇지. 우린 그저 동업자일 뿐이야."

리지스가 유한에게 붙어 있는 이유는 남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대박과 유니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계속 같이 지내다 보니 단순 동업자를 넘어 미운정, 고운 정도 들었다. 그러나 그뿐이지 이성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동업자 이상은 생각해 보신 적 없어요? 우리 형 멍청하고 인간이 살짝 삐뚤어져서 그렇지 사람은 좋아요."

못난 형이지만, 그래도 형이다.

될 수 있으면 '인간다운 삶' 으로 이끌어 주고 싶었다.

친구도 만들고 여친도 사귀고,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보여 주고 싶었다.

"됐네요. 너네 형은 그냥 둬도 잘될 거니까 걱정 끄셔."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실은...."

그러나 리지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이 망할 짐승은 왜 자꾸 나한테 이러는거야! 저리 꺼지지 못해?"

"삐잇! 삐이잇!'

소란의 주인공은 갈리와 포포였다.

처음 갈리는 마차 위에 팔자 좋게 널브러져 있었는데 포포가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

갈리는 귀찬아 쫓아 버리기도 하고 도망쳐 보기도 했는데, 포포는 끈질기게 쫓아다년다. 마치 그의 품에 맡겨 놓은 물건이라도 있는듯.

"가만히 좀 못있어? 정신 사납잖아!"

참다못한 리지스가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효관느 뛰어나서 막 갈리를 깨물던 포포는 그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포포의 눈빛은 시무룩함과 억울함으로 가득했다.

"얌전히 안 따라오면 철괴 안준다!"

"삐이이,,,,,,"

드워프가 밉지만 키워 주고 보살펴준 리지스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기가 죽은 포포는 묵묵히 마차를 따랐다.

그러던 녀석이 갑자기 움찔하더니 날개를 펴고 남쪽으로 날아갔다.

"야, 포포! 너 어디가?"

리지스가 불러도 포포는 멈추지 않았다.

"왜 저러지? 삐졌나?"

"그런건 아닌 것 같아요."

녓거이 부리나케 날아가는 곳을 바라보던 베르디는 소매 속에서 대나무 통을 꺼냈따.

영물(?)로 보이는 짐승이 느닷없이 행동을 한다면 거기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따. 보다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서 그녀는 간단히 점을 쳐 보기로 했다.

"자, 남쪽이라면....."

대나무 통 속에는 흑, 백, 청, 홍의 색깔이 칠해진 막대기들이 빽빽이 꽂혀 있었다. 베르디는 남쪽을 뜻하는 홍색 막대기들 중의 한를 끄집어냈다.

"뭐라고 나온거야?"

리지스도 신기한 찬드라 대륙의 스킬에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베르디가 뽑아 든 막대에 적혀진 한자를 읽었다.

"싸울전(戰)?"

불길하 느낌이 슬그머니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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