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방해공작
국경지역의 가도.
바르카스 왕국에서 아바란 왕국으로 향하는 유저들은 괴이한 일행의 등장에 시선을 집중했다.
무협 세계에서 차원이동을 해 온 듯한 소년과 금발의 외국인 소녀, 그리고 그들이 타고 있는 이상한 말과 괴이한 집승.
이전까지만 해도 충분한 흥미 대상이 될 드워프가 소년의 등 뒤에 타고 있었지만 아무도 드워프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아바란 완국이야."
"그런가?"
국경 초소를 통과한 얀은 용마의 배를 슬쩍 걷어찼다.
그러자 놀란 용마가 뒷발로 벌떡 일어섰고 덕분에 얀의 뒤에 타고 있던 갈리는 안장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크엑! 이놈아!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다 왔으니 내려야죠."
'다오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여기가 아바란 왕국이란 말입니다."
국경 부근이었지만 분명히 아바란 왕국의 땅이었따. 애초에 연계 퀘스트는 아바란 왕국까지 갈리를 호위한느 것 이었으므로 얀과 베르디의 볼일은 끝난 셈이었다.
안그래도 그들의 앞에 퀘스트 종료를 알리는 안내창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안녕히 계십시오. 몸조심하시고..."
지금까지 드워프를 추적해 온 놈들을 몇번이나 쫓아 버렸는데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 몬스터나 NPC도 아니고 죄다 유저였으니.
"잠깐! 아바란 왕국은 내전 중인 나라란 말이다!"
"그게 저랑 뭔 상관이란 말입니까?"
냉담한 얀의 반응에 갈리는 펄쩍 뛰었다.
"이놈아! 나랑 관련 있지! 떠돌이 드워프가 자칫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모른척하기냐!"
"예, 모른 척하럽니다."
얀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주변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입을 쩍 벌렸다. 어찌 저리 깔끔스러울 정도로 냉정할 수가 있단 말인가.
"가자, 백룡아."
얀이 막 용마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몰아가려 할떄 였다. 갑지기 추가 달린 강철 와이어가 날아들더니 그이 팔을 감았다.
와이어는 갈리의 손목에 차고 있는 건틀렛과 연결되어있었다.
"크크크, 이놈아. 날 두곤 못간다. 이건 에르젠을 썪은 와이어라서 예전에 내가 쓰던 텅스텐 와이어보다도 단단한........"
"이럇!"
"크에엑!"
와이어가 단단하거나 말거나 얀은 주저없이 말을 달렸다.
용마가 내달리자 갈리는 속절없이 끌려갔다. 고전 서부영화에나 나올 만한 장면이 펼쳐지자,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갈리의 비명이 더욱더 시선들을 끌어모았다.
"아이고! 딴대륙에서 온 놈이 드워프 잡네!"
갈리가 돼지처럼 꽥꽥거렸지만, 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얀이 서부 영화의 악당과 같은 모습을 보이자 보다 못한 베르디가 말리고 나섰다.
"얀, 그만해.저러다 드워프가 죽겠어."
"걱정마. 소릴 고래고래 지르는 걸 보면 아직 멀쩡하니까."
얀은 케이트 산맥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말을 멈추었다. 여기부터는 산길이 험해서 용마를 몰고 갈 수 없었다.
덕분에 갈리의 고난도 거기서 끝났다.
"망할 인간 자식! 마족보다 더한놈! 벼락 맞아 뒈질새끼!"
"고맙습니다. 제 수명이 연장되는 소리가 쏙쏙 들리네요."
얀의 대꾸에 베르디는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 한국의 덕담(?)을 떠올렸따. 정말 언제나 봐도 천연덕스런 남치이었다.
"말좀 묻겠습니다. 이 산맥에 지그 철공소라고 있지요?
"저 산줄기를 뚝 따라가다 큰길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면 나옵니다."
"고맙습니다."
얀이 유저들에게 길을 묻고 돌아오자, 갈리가 다가와 말을 붙였다.
"너 이놈, 목적지가 지그 철공소였냐?"
"철공소 주인이 저희 형이거는요."
"뭐야? 지그가 너의 형이라고!"
갈리는 깜짝 놀랐다. 베레타 공화국엣서 자신을 구해 주고, 여기까지 친절히 (?) 호위해 준 녀석이 지그의 동생 이라니!
그는 곧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 거렸다.
"어쩐지 네놈의 뻔질한 낯짝이 눈에 익다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구나."
"방금 뭐라 했습니까?"
발끈한 얀이 검을 슥 뽑아 들었다. 움찔한 갈리의 목소리가 다소 쪼그라 들었다.
"니 형이랑 닮았다고."
"내가 게임 폐인이랑 닮았단 말입니까?"
얀은 형이랑 닮았다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었다. 잘나고 본받을 만한 형이라면 상관없지만, 그가 아는 형은 여친도 없고 방구석에서 게임만 파는 위인이다.
뭐 요새는 한창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지.
"뭘그리 활르 내고그래! 그래도 지그녀석 요즘 꽤 날리는 대장장이란 말이다! 다 나한테 기술을 배운 덕분이야!"
인간 세계를 떠돌면서 유한에 대한 소문 을 들은 갈리였다.
그의 말에 얀은 피식 웟었다.
"쳇, 진짜 한심한 인간이라니깐. 차라리 기술을 배우려면 쭉방 미녀 엘프 대장장이에게 배우든가 하지. 하필이면 이런 난쟁이 똥자루한테..."
"뭐라고? 내가 비루한 엘프 놈들보다 못하다는 거냐!"
갈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엘프대장장이에게 배우는 게 나았을 거라니. 이건 오크에게 검술을 배우는 것이 낫다는 말과 다를게 무엇인가.
"차라리 엘프가 동행이었다면 눈이 즐겁기나 했지요.'
"이놈이!"
갈리가 얀에게 주멱을 날렸다. 그러나 그의 주먹은 닿지 않았다. 얀이 팔을 뻗어 갈리의 머리를 움켜쥔 덕분이었다. 갈리의 팔은 얀의 팔에 비해 서글플 정도로 짧았다.
'쓸데없는 짓은 그만......크윽!"
여유롭던 얀의 표정이 구겨 졌다. 주먹이 닿지 않자 갈리는 자신의 머릴를 움켜쥔 얀의 손목을 물어뜯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이 망할 난쟁이가!"
"그만해, 얀. 얼른 형님을 만나러 가야지."
베르디의 만류에 얀은 치켜 올렸던 주먹을 내려놓았다.
여친앞에서 더이상 못난 모습을 보여 줄수는 없었다.
더구나 자신은 얀이 었다. 찬드라 대륙에서 최고로 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무사얀.
"알았어,일단 지그 철공소에 가자."
"흐흐흐, 근성없는 놈."
'크윽 나중에 베르디가 접속을 안 했을 때 두고 보자.'
갈리를 한번 노려본 얀은 유저가 일러준 길을 따라 갔다.
큰길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자 넓은 부지에 아담한 마을과 큰 공장 건물이 들어선게 보였다 바로 그 커다란 공장이 지그 철공소였다.
"훗! 지그 녀석, 들은 것보다 크게 출세한 모양이구나."
"밤낮으로 게임을 파는데 이정도는 돼야죠."
얀 일행은 곧장 철공소 않으로 향했다.
무기를 사러 철공소에 왔던 유저들은 드워프와 낯선 이들의 등장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때 엿따.
"삐잇!"
날카로운 울음과 함꼐 뭔가가 갈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아니!뭐야, 괴상한 이 짐승은?"
"삐잇! 삐잇!"
그것은 바로 포포였다. 유저들이 장난삼아 던져주는 고철을 씹어 먹던 포포는 갈리를 보고 바로 달려와 연방 짖어댔다.
"왜 그래, 포포. 손님한테 그러면 못써."
리지즈는 평소 같지 않은 포포이ㅡ 행동을 보고 달려 나왔다.
포포는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갈리를 쏘아 보았다.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인지? 갈리에게 시선을 돌렸던 리지즈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헉! 저 드워프는!"
리지스는 그야말로 광속과 같은 속도로 갈리의 손을 잡아채더니 철공소 안으로 끌고 갔다.
"어허, 이거 왜 이러나! 좀 더 공손히 대해! 나는 지그의 ........!"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죠!"
갈리를 응접실에 집어넣은 유저들의 반응을 살폈다. 아직 갈리를 알아보거나 기억하는 사람은 없는듯했다. 하긴 베르겐 참사 이후로 꽤 시간이 흘렀으니까.
갈리는 리지스가 똑똑히 기억했다.
메카 드래곤을 만든 드워프였고, 유한에게 드래곤 하트를 구해 오라 시킥도 했다. 유한과 관련이 깊은 NPC인 것이다.
만약 베르겐 참사의 배후에 갈리외에 유한이 있다는것이 알려지면 지그 철공소의 입장이 골란해진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참사의 당사자들이 우르를 몰려와 배상해내라면 큰일일 테니까.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자 리지스는 움찔했다.
빠끔히 문을 열고 바라보자 아까 갈리와 함께 서있던 두사람이 보였다.
"난쟁이만 데려가면 어쩝니까? 저희는 보이지도 않습니까?"
"아, 실례. 같은 일행이었나요?"
"본의는 아니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리지스는 일단 얀과 베르디도 안으로 들였다.
그런데 베르디는 몰라도 얀이 낯설지 않았다.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 얀쪽이 훨씬 멋지긴 하지만.
"그런데 무슨 용무이신가요?
리지스의 말이 떨어지기 가 무섭게 얀과 갈리가 동싱 입을 열었따.
"지그를 만나러 왔습니다.'
"지그 놈을 보러 왔네."
서로를 슬쩍 째려보던 둘은 다시 동시에 말을 이었다.
"지그가 바로 저희 형입니다."
"그놈이 바로 내 조수었지."
둘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하게 있던 리지스는 천천히 그들의 말을 정리했다. 유한을 많이 닮았다 싶던 소년은 그의 동생이라하고, 드워프갈리는 유한더러 자신의 조수라고 했다.
그들의 말에 리지스는 간단하고 짧게 응답했다,"
"지그 여기 없는데요?"
그러자 얀과 갈리의 표정이 동시에 틀어졌다.
"아니, 어디 갔는데요?"
형이 게임에 접속한 것은 분명하다. 아까 형의 방을 몰래 들여다 봤는데 캡슐안에 들어가서 키득거리는 걸 확인했다.
"짝퉁 잡으로 베레타 공화국에 깟다가 아직 안 돌아왔어요."
문제의 짝퉁 일당은 현재 눈물을 흘리며 철공소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 그들이 지그가 보내서 았다고 했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아무튼 베레타 공화국에 행적이 묘연하다고 하자, 얀은 밀려오는 허탈함에 고개를 저었다. 기껏 힘들게 베레타 공화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완전히 헛짚었다.
"얀, 이거 한국 속담으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는거지/"
베르디에 물음에 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유한을 깜짝 노랠 겟다는 그의 계획은 일다 ㄴ실페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베히모스는 요즘같이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떄가 있던가 생각홰보았다.
뇌제의 홀을 구하는 일은 이상한NPC들이 끼어들면서 방해를 받았고, 되도록 미렀으면 싶었던 베레타 공화국과 의 전쟁은 전면전으로 커지고 말아싿.
그나마 시작한전쟁. 연전 연승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지부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광산 던전에서 얻은 거대 목인병까지 추입해 봤지만 결과는 시원치 못했다. 란데르트의 지연 전술에도 짜증이 났지만, 더 짜증난느 것은 따로 있었다.
"아직도 그망할 드워프를 잡지 못해따다고?"
"미안, 이상한 놈ㄷ르이 호위로 있는데......."
갈리를 잡으러 간 회수대는 매번 당하고 돌아왔다. 처음에 소규모로 보냈던 회수대는 모조리 죽음을 맞았고, 이후 투입한 회수대는 각개격파를 당하거나 놈들에게 농락당했다.
"무려 백 명이야! NPC한 마리 까지 포함한 셋을 잡자고 백명이 쫓아가면서 아직도 못잡는다는게 말이돼!"
참다못한 베히못는 탁자 위에 있던 화분을 회수대 대장에게 집어던졌다. 회수대 대장의 머리 위를 살짝 스쳐간 화분은 벽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졌다.
'히익!베히모스 진짜 화났다!'
회수대 대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우, 우리도 답답해! 그렇지만 그놈들 보통 강한게 아냐. 무협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놈도 그렇지만, 양키 계집애는 정말 장난이 아니라고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마법을 쓴단 말이야."
제일 황당했던건 베르디라는 외국인 소녀가 땅에 막대기 몇개를 꽂아 넣었을 때 였다.
갑자기 평원이 안개와 수풀이 무성한 숲으로 변했다.
회수대는 그이상한 숲을 2시간 동안 해맨 후에야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숲을 벗어나니 주변에 자신들의 발자국이 갇그 했다. 상대의 이상한 스킬에 홀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던 것이다.
'쳇, 다른 대륙에서 온 놈들이라 그런가?"
전쟁 중이긴 하지만, 베히모스도 간간히 보고 듣는 것이 있었다. 다른 대륙에서 온 외국인 유저들의 스킬은 독특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
그중 동쪽 찬드라 대륙에서 왔다는 유저들은 무협틱한스킬을 구사 했다.
그러나 타 대륙에서 온 외국인 유젇릉느 아직 아르페디아의 해아 지대나 변경을 맴돌고 있었다.이놈들처럼 내륙 깊숙하게 들어온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아무튼 빨리 갈리를 잡아와. 그놈이 없어서 우리가 얼마나 곤란한지 잘 알고 있을게 아니야."
그러면서 베히모스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점령한 성의 연병장에는 지금 거대 목인병들이 수리를 받고 있었다. 길드의 대장자잉와 마법사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갈리가 있을 때만 못했다.
드워프 NPC갈리.
6개월전, 던전을 다녀오던 회수대가 우연히 주워온 녀석이다.
베르겐 에서 메카 드래곤 난동을 조도했던 놈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길드에선는 놈을 보호해 주었다. 놈의 재주가 귀하게 쓰일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 예상은 적중하여 갈리는 카잔의 던전에서 발굴된 거대 목인병을 훌륭하게 재생새켰다.
고대의 기술을 되살린것은 물론이고 메카 드래곤을 만들며 쌓은 자신의 노하우 까지 적용해서.
적분에 다크나이트 길드와 B.O.B길드가 연합하여 자신들을 공격했을 때, 놈들을 무찌를 수 있었따.
하지만 유능한 재주를 가진 갈리는 NPC답지 않게 순종적이지 않았다.
놈은 건방지게 자신의 연구에 협조해 달라 요구하기도 하고, 거대 목인병을 드래곤과 싸우는데만 사용할 것을 약속하라 조르기도 했다.
길드는 갈리가 제2의 메카 드래곤을 만드는 연구에 협조해 주었다. 그런데 놈이 거대 목인병을 전쟁에 동원한는데 양심을 품고 도주 해버린 것이다.
"서둘러 갈리를 잡아와야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기술만으로 한계가 있단 말이야."
거대 목인병의 개조와 수리를 전담하고 있는 길드장 노벨의 말에 의하면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고장 난 부품을 길드의 대장장이들이 만들어 교체해도 갈리가 만든 부품만큼 우수하지 못했다. 어떤 부품은 고장 나도 고치거나 만드는 법을 몰라 다른 목인병의 부품을 떼다 넣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거대 목인병의 상요 시간을 위축받게 되었다.
똑똑똑!
심각하던 중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자, 베히모스는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뭐야?"
문이 열리며 NPC기사가 들어왔다. 황금으로 도금된 화려한 갑옷은 그가 마노스 제국의 황실 근위 기사임을 알게 해주었다.
"베히모스님, 여제 폐하 께서 부르십니다."
'쳇!'
베히모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또 미네르바가 잔소릴르 해 대려는 모양이다.
친정을 나선 그녀는 매번 진군이 빠르지 맛하다, 적을 효과 적으로 물리치지 못한다면서 쏘아 대곤 했다.
아무리 제국의 지존이라지만 NPC따위가 사람을 들 볶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은 참아야 했다. 아르페디아의 제패의 미네르바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놈이고 저년이고......NPC들이 사람을 갖고 노는군.'
베히모스는 구시렁대면서 미네르바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부하 NPC들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철혈여제 미네르바는 베히모스가 당도하자 바로 말을 건네왔다.
"오셨구려. 백작도 소식을 들었소?"
"무슨 소식 말이옵니까?"
"세작들의 보고에 따르면 베레타 공화국이 페르사의 군사기술 연구소에서 결전 병기를 제작하고 있다하오."
저번에 관련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정탐을 맡은 길드원들이 들려준 이야기였다.브로딘의 명장 발리안이 페르사의 군사기술 연구소로 갔다던가?
아무리 명장이라지만 타국의 기술자를 자기네 군사기술 연구소에 들여보낸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그이유는 결전 병기의 제조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 결전 병기는 우리 제국의 거대 목인병과 비슷한 거대 병기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소."
'흥, 웃기는 년이군. 그게 우리 거지 어찌 너희 것이냐?'
베히모스가 속으로 비웃거나 말거나, 미네르바 여제는 자신의 말을 이어 나갔다.
"이는 앞으로 아국의 행보에 방해가 될것이 틀림없소. 백작은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적국의 결전 병기 제작을 중지시키시오.'
여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히모스의 눈앞에 퀘스트와 관련된 창이 떠올랐다.
[철혈여제의 특명]
-베레타 공화국 정벌에 나서고 있는 미네르바 여제는 공화국의 결전 병기 개발에 대해 우려 하고있다.
결전병기가 전자엥 나타나면 앞으로의 전쟁은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상대의 결전 병기 제작을 방해해 전쟁을 유리하게 진행시키자.
*이 퀘스트는 설득, 매수, 암살들 모듯 수단이 유효 합니다.
*휘하의 NPC를 부리거나 길드의 협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쟁 종결전에 적국의 결전 병기가 등장하면 퀘스트는 실패 하게 됩니다.
뭔가 까다롭고 복잡해 보이는 미션의 퀘스트였지만 베히모스는 냉큼 받아 들였다. 어차피 퀘스트가 아니라도 상대의 결전 병기 개발은 방해 할 속셈이었다.
"이 베히모스를 믿으십시오."
여제를 안심시키고 물러난 베히모스는 길드에서 모사로 활동하는 두뇌파 유저들을 호출 했다.
'모든 수단이 유효하다 했겠다!'
베히모스의 입가에 득의의 미소가 걸렸다.
끼릭-쿵! 끼리릭- 쿵!
거대한 쇳더잉의 움직임에 모든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시작 1호라 칭해진 베레타 공화국의 거대 골렘은 지축을 울리며 한발짝, 한 발짝 걸음을 내딛었다.
거대한 쇳덩이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경이롭기 그지 없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NPC기사들의 눈빛은 실망ㄱ감으로 가득 차있었따.
그들의 반응을 살피던 유한은 옆에 있던 NPC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성능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나 보네요?"
"힘들게 만드신 분들에게 이런 말을 하기는 죄송하지만 너무 느리군요. 저랑 여기 제전으들이 봤던 거대 목인병의 움직임에 비하면 굼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모인NPC기사들은 최전선에서 거대 목인병이 날뛰는 것을 봤던 이들이다.
전장에 나타났던 거대 목인병은 폭풍같이 전장을 휩쓸고 뒤집어 버릴 정도로 굉장한 속도와 움직임을 자랑했다.그러나 자국의 거대 골렘은 그저 덩치만 클 뿐이다.
"뭐 처음부터 잘되란 법은 없죠."
유한은 분위기가 너무 침체되지 않을까 걱정해서 일부로 낙관적인 테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 문제점을 파악해서 수정하면 완벽해질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드러난 문제점을 파악한다고 해서 그게 쉽게 수정이 되겠느냐 하는 것이다.
기사들이 나가고 대장장이 유저들ㅇ 사이에 회의가 벌어졌다.
"동력원이 약한 걸까요?"
"아니, 동력원은 이정도로 충분히 강합니다. 문제는 동력을 잘 분사시키고 밸런스를 맞추는 것인데 이게 쉬워보이지 않는군요."
유한은 동력원이 문제가 없다는 발리안의 말에 안도했다.
과거 메카 드래곤 때처럼 드래곤 하트를 구해와야 하는건 아닌가 걱정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구동 체계로는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가 없어요. 느리고 뻣뻣하게 움직인 건 다 그떄문일 겁니다."
완벽한 설계도가아니라 여기저기 남은 고대의 자료들을 짜집기 해서 제작했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런 것은 계속만들고 수정하면서 길을 찾아 나가야했다.
"일단은 뜯어서 조사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다른 의견 있습니까?"
발리아느이 말에 유한이 냉큼 답하고 나섰다.
"무작정 뜯었다 고쳤다 하지 말고 축소 모형을 만들어서 실험하는 건 어떻습니까?"
모두들 아무 말이 없었다.
유한은 혹시 자신이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한게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것 같지는 않앗따.
다들 아무 말이 없는 것은 축소며형으로 시험하는 것을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타싱다. 전쟁중이라 얼른 결전 병기를 만들어 낸는 데마 ㄴ열중 했다.
"축소 모형이라...... 괜찮은 아이디어군요. 그럼 모형의 제작은 지그님이 마탕주십시오."
"제가요?"
"지그 님처럼 뛰어난 대장장이가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그러죠."
발리안의 귀간지러운 소리에 유한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발리안은 슬그머니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그도 축소 모형을 만들어 시험하자는 생각은 못했다. 그러나 디자인 계통의 전공을 공부하는 그는 목업(Mock-Up)이란 게 얼마나 까다로운지 잘 알고 있었다.
'크크, 실컷 고생을 해 보십시오.'
쓸모가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유한은 복사된 골렘 관련 설계도들을 넘겨받았다.
축소모형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스케일을 결정 해야 했다. 실물의 몇분의 몇으로 축소할까 결정 지어놓은 다음에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은 삼분의 일 정도로 할까?"
실물이 대락 12m 정도이니 그정도가 알맞은 듯했다.
그리 결정한데는 차후에 제작할 블랙 아이언 크기가 그정도인 이유도 있었다. 미리 블랙 아이언의 제작에 익숙해 보고자 하는것이다.
"그런데 이거......"
유한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축소한 골렘의 각부와 거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어 봤는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런! 작게 만드는게 더 어렵잖아!'
뒤늦게 그사실을 깨달은 윻나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작으니까 쉽게 금방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한것이 오산이었다. 단순히 겉모습을 베끼는 것이 아닌, 기능과 구조까지 판박이가 되어야 할 모형의 경우에는 작게 만드는것이 훨씬 더 어려웠다.
원판에 500원 크기의 톱니바퀴가 들어간다 치면 모형에 들어갈 톱니바퀴는 그보다 3분의 1로 작아져야 했다 지름뿐만 아니라 두께나 톱니바퀴의 숫자까지도.
거기다 크기가 작아져도 기능은 똑같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축소품으로서 의미가 없다.
-엉성한 톱니바퀴를 만들었습니다. 톱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킬 경험치 21을 어었습니다.
-부실한 베어링을 만들었습니다. 없는니 못한 부품이 될듯 합니다.
스킬 경험치 15를 얻었습니다.
만드는 것들마다 족족 불량품 평가가 나오자 유한은 머릴르 쥐어 뜯었다.
"크아악! 내가 미쳤지!"
왜 이딴 일을 하겠다고 덥석 수락 했단 말인가.
좌절하는 유한의 앞으로 발리안이ㅣ 다가 왔다. 그는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 미소를 한껏 머금고 있었다.
유한은 자신이 놈의 계략에 넘어갔다는걸 알았다. 아니, 제무덤을 판 셈이었다. 애초에 모형을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한 자신이었으니까.
"힘들 겁니다. 작게 만든다는게 그리 쉬운게 아니거든요.'
"........"
"혼자는 더 어렵죠. 뭐 저에게 부탁하시면 도와줄 사람을 붙여 줄 수도 있습니다만?"
발리안은 부탁이 아니라 '복종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10대 특유의 반항끼가 부글부글 끓어오른 유한은 단번에 그의 제의를 거절했다.
"필요 없습니다! 나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훟후, 그렇습니까? 그럼 애쓰고 계십시오."
발리안은 유한이 홀로 끙끙거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옆에서 보다 못한 다른 대장장이들이 자발하여 도우려했지만 바릴안은 그들이 다른일을 하게끔 지시했다.
홀로 머리 터져라 낑낑대는 유한을 계속 지켜보고 싶었다.
저러다 두손두발 다들고 애원하게 될게 틀림없다.
'근데 정말 혼자서 다 만들진 않겠지?'
한편으로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는 발리안이었다.
실물보다 작으면서도 구조와 기느이 똑같은 축소품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성공하면 큰 혜택을 볼 수도 있다.
특히 이놈의 게임은 더욱더 그랬다. 만약 유한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진하게 된다면?
'으음, 포기할 거야. 포기하게 될 게 틀림없어.'
어리니까 금방 싫증을 낼 것이다.
그러나 발리안은 몰랐다. 바츠였던 유한이 얼마나 지독한지말이다.
홀로 골렘모형을 만들던 유한은 축소 스케일의 부속들을 깎고 다듬다가 손을 놓았다.
포기한 것은 아니다.
매번 부품을 만들때 마다 치수를 계산하는 것이 번거로 웠기 때문에, 일단 시간이라도 줄여 볼 심산으로 설계도에 기록된 치수들을 3분의 1로 줄여 새로 표기했다.
수많은 치수들중에 어느 하나라도 빠트리면 안된다.
그래서 유한은 설계도를 꼼꼼하게 보면서 축소 치수를 기록했다.
길이와 두께, 지름과 굵기 등등.
"후우, 다됐다."
그렇게 설계도 치수를 고치는 일이 끝나자, 유한의 눈앞에 안내창이 불쑥 나타났다.
-무슨 일이든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대충 건성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꼼꼼하게 정리한 뒤 시작하면 훨씬더 수월합니다.
지식이 3 올랐습니다.
한동안 설계도를 붙잡고 씨름하다 보니 이런 소득이 있었다. 아마도 작업에 가장 중요한 설계도부터 손을 대는 것이 옳았떤 모양이다.
그것은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전 보다 부품의 상태가 나아지고 실수가 적어진 것이다.
-나선 축을 만들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150을 얻었습니다.
-탄력이 좋은 스프링을 만들었습니다. 강한 충격에도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스킬 경험치 165를 얻었습니다.
유한은 몰랐지만, 설계도의 수치를 고치고 정리한 일은 상단한 이점으로 작용햇따. 머릿속에서 대충 축소한 수치를 계산해서 만들때보다 실수를 줄이고, 보다 정교하게 만들 수 있게 된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실제보다 작은 축소품을 만든느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섬세한 솜씨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필요했다.
"이게 제일 작은 부품인가?"
구동 장치에 들어가는 베벨기어
실제 크기의 부품도 상당히 작은 크기인데 지금은 그보다 더 작게 만들어야 했다.
유한은 섬세하게 쇠를 깎아 베벨기어를 만들었다. 나무 젓가락 보다 가는 지름의 쇳덩이를 끌로 깎고 다듬는 것은 이만저만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휴우, 다됐다."
유한은 완성된 베벨 기어에서 쇳가루를 훅 불어 냇다. 한쌍을 완성하기 ㄴ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다른 곳에도 들어가는 부품인 만큼, 꽤 많은 수량이 필요했다.
유한은 부지런히 쇠를 깎고 다듬으며 계속해서 베벨 기어를 만들었다.
처음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작업 시간이 단축되기 시작했다. 원래 크기의 베벨 기어를 만드는 시간과 비슷해질 정도로.
그렇게 한 100여 개 쯤 만들었을 때였다.
갑자기 유한의 몸에 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크윽! 저것은!"
멀리서 지켜보던 발리안의 얼굴에 낭패감이 떠올랐다.
하다가 지겨워서 중가에 포기할 줄 알았는데, 한 단계 높은 영역으로 올라서는 것이 아닌가!
-작은 물건을 만들때는 보다 많은 시간과 솜씨,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 내면 보통 사람보다 더나은 실력을 갖출수 있습니다.
[노력가]칭호를 얻었습니다.
유한의 눈엎에서 안내창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칭호를 얻은 것외에 특별한 혜택은 없었다. 혹시 스탯이 오르지 않았나 해서 상태창을 열어 봤지만 조금전 그대로 였다.
그러나 노력가 칭호를 단 채로 작업을 해보자, 눈에 뛰는 결과가 있엇따.
-압력 피스톤을 만들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200을 얻었습니다.
-제동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280을 얻었습니다.
-관절 구동 장치를..........
작업 속도가 빨라 졌다. 예전에 1개 만들시가에 1.5개 만들수 있게 된것이다.
그러나 생산 속도는 그보다 높았다. 매우 작으 ㄴ부품을 만들다가 조금더 큰 부품의 제작에 나서자 훨씬 수월해 진것이다.
-정밀 조립 스킬이 4랭크로 올랐습니다.
-솜씨가 2 올랐습니다.
민첩성이 2 올랐습니다.
"앗싸! 이제 고지가 눈앞이다.!"
퀘스트 수행에 댛나 혜택에 작업 속도까지 증가하자 스킬 경험치가 엄청난 속도로 쌓였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만간 블랙아이언도 제작 가능해질 것이다.
"크윽, 어린놈이 엉덩이가 저리 무거울 줄이야."
발리안이 신이난 유한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따.
갑자기 대장장이 유저 한사람이 달려와 심각한 보고를 했다.
"발리안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전에 카르니 광산이 붕괴되었답니다."
"뭐라고요!"
카르니 광산 이 붕괴 되었답니다."
뭐라고요!"
카르니 광산은 페르사 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철광산이다. 거리도 거리지만 베레타 공화국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한 철광석이 채굴되는 공산이기도 했다.
거대 골렘의 제작에도 카르니 광산의 철광석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곳이 붕괴되면 생산에 다소 차질을 빚게 될겄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더욱 심각 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다 노승아크로 공작기계를 구입하러 갔던 관료의 행방이 묘연 하답니다."
시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면 이후 수입한 공작기계로 골렘을 양산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작기계 구입을 맡았던 NPC관료가 사라졌다. 100만이라는 거금과 함께.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그리고....."
"또 뭡니까?"
발리안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나쁜 소식이 1,2부도 모자라 3부까지 이어지려는 것이지?
"사흘 전 부터 퀘스트 참가자 다섯 명이 접속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매번 이 시간 떄 접속을 하는 학생들인데 말입니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었다. 퀘스트 수행 중에는 스킬 경험치를 3배나 더 많이 올릴 수 있는데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다니?
사정이 있어 하루정도 빠지거나 한두 명 접속 안하는 것은 있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5명이 사라진 것은..........
발리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것은 유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일손을 떼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거 조짐이 좋지 않은걸.'
그는 뭔가 나쁜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확신했다.
세상에 날로 먹는 퀘스트란 없는 법.
수행하다 보면 뭔가 등장하고, 쉬울거라 생각 했던 일은 알고 보니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그런 건 바츠 때부터 지긋지긋하게 봐 왔었다. 다만 이게 단순히 우연인지, 아니면 뭔가 방해 세력이 있는 건지 그게 문제 였다.
'설마 마노스 제국이?'
전쟁 중인 상대국을 첫 번째로 의심하는건 당연하다.
그러나 게임사의 국가가 유저의 접속에 까지 관여할 수 없지 않은가.
더구나 두번째, 첫번째 일도 누군가의 수작이라 단정하긴 어려웠다. 광산 사고야 더러 있는 일이고 NPC관료가 돈 욕심 때문에 잠적 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쩝, 알아서 하겠지."
유한은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퀘스트 배후의 문제는 베레타 공화국이 알아서 하든 그들이 유저를 고용하든 해결을 볼것이라 생각 했따.
그는 대장장이들에게 그런 일까지 맡기지 않기를 바랐다.
조금만 더 있으면 블랙아이언을 만들 수 있는 시점에 다른 문제에 얽매이고 싶지않았다.
다음날.
입시 학원에 다녀와서 게임에 접속한 유한은 발아래가 허전함을 느꼈다.
"크악!"
공중에 떠있던 유한은 잿더미 위로 뚝 떨어졌다.
그는 아직 식지 않은 불씨의 뜨끈함을 맛보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여긴 대체 어디지?"
유한은 연기와 재로 가득한 주변을 돌아보며 어리둥절해 했다.
어제 새벽에 자기 전에 분명 페르사 군사기술 연구소 2층에서 접속을 종료했다. 그런데 지금은 웬 엉뚱한 곳에 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설마! 해킹?'
유한은 머리가 어질해옴을 느꼈다. 갑자기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
해킹.
한동안 잊고 있던 단어였다.
아니, 잊으려고 노력했었다. 저번에 간신히 잡았던 해커가 아무 관련도 없는 놈임을 알았을 때, 엄청난 허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련된 일을 잊고 공부와 수련, 게임에만 전념했다.
'설마 해커 자식이.........'
자신과의 내기를 잊지 말라고 수작을 부린게 아닌지?
수작을 부리면서 뭔가를 삭제해 버린 것은 아닐까?
무섭고 불안한 생각이 든 유한은 서둘러 자신의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텅 빈 인벤이 눈앞에 보인다 싶은 순가.
"휴우, 아니구나.'
다행히 아이템은 고스란히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필드로 이동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그님, 이제 접속하셨습니까?"
"어라, 맥스 님. 어쩌다 몰골이 그렇게............앗! 마야 님도!"
안면 있는 대장장이 커플 맥스와 마야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의 얼굴에는 검댕이 묻어 있었다. 옷도 검댕과 재투성이였다.
상태가 그런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따. 주변의 낯익은 대장장이들의 상태도 똑같았고, NPC기사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저마다 손에 물통을 들고 잔불을 끄고 있었따.
그 모습에 필이 온 유한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설마!"
"예, 군사기술 연구소에 화재가 났습니다."
사방에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시커멓게 타버린 나무 기둥들이 흉물스럽게 널려 있었따.
한참 문제점이 조안되고 있던 골렘 시작 1호도 시커멓게 그을려 졌다. 쇠로 만ㄷ르어졌지만 관절드엥 기름칠이 되어있었기에 화마를 피하지 못했따.
"대체 어쟤서 .....아니 언제?"
"두 시간 전이었어요. 장작더미 에서 일어난 불이 삽시간에 번져 나가더라고요.'
이상할 정도로 불이 빠르게 번졌다고 했다. 방화가 아니었나 의심될정도로
"크윽! 내 모형 골렘이...."
유한은 일하던 곳 근처에서 반쯤 완성되다 타버린 모형고렘을 발견했다. 애써 만든 것이 흉무로 변해 버리자 서러움과 분노가 북받쳐 올랐다.
'대체 어떤 놈이!'
그러나 그는 이성을 잃지 않고 정신을 번쩍 차렸다. 모형 골렘보다 더 중요한것이 타버렸을지도 모르기에.
"설계도! 설계도는 어떻게 됐습니까?"
"휴우, 대행이군요."
설계도만 있으면 골렘을 다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발리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방을 물어도 모두 똑같은 소리만 했다.
"어? 방금 전까지 여기 계셨는데....."
무서운 생각이 유한의 머리를 스쳐갔다.
어제 불길한 징조에 대해 들었을때, 그는 뭔가 자신들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그것이 유저조차 움직일 힘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발리안을 매수 해서 그로 하여금 군사기술 연구소에 불을 지르고 설계도를 빼내게끔 했다면?
유한은 서둘러 주변을 돌아다니며 발리안을 찾았다.
깔끔하게 로그아웃을 해 버렸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발리안은 접속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근처 창고 뒤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발리안 님. 저희 길드의 제안이?"
".........."
"생산직 유저가 길드위원이 되는 것은 저희 철십자 길드에서 전무한 일이었습니다만, 발리안 님이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다 생각하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철십자 길드!'
유한은 이야기를 훔쳐 듣고 있다가 깜짝놀랐다.
그는 발리안에게 제의하는 사내가 주위를 살피자 서둘러 근처의 상자 뒤로 몸을 숨겼다.
다행히 발각이 되지 않았는지 사내는 다시 발리안을 돌아 보며 말을 이어 갔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쇼, 발리안님. 다시 골렘을 제작하기도 어려운 노릇 아닙니까? 저흰는 지금 까지의 방해 공작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역시 방해 세력의 배후에 철십자 길드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베레타 공화국의 거대 골렘이 완성되면 전쟁이 힘들어질 것이니, 그들이 방해 활동에 나서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당한 유한의 입장에선 분통터질 일이지만.
"후후, 당신네 길드 정말 대단하군요. 아르페디아 온라인 최강의 길드로 군림할 만 합니다."
발리안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스퀘이크 마법으로 철광을 허물어트린다는 발상이나, NPC관룔르 납치해 죽일 정도의 행동능력, 거기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저를 매수하는 계략까지.
"하지만 별로 맘에 들지 않는군요. 생산직 길드 위언이었던 적이 전무하다면, 그만큼 생산직 유저를 천대 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그거야 다른 길드도......"
"그래서 난 길드 같은 것에 들지 않는 겁니다. 내가 돈을 써서 그들을 부려먹으면 부려 먹었지."
발리안의 말투가 냉랭해지자 사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발리안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내가 왜 여전히 귀련 님 다음의 2인자인지 아십니까?"
"궁금하군요."
"돈을 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 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인간을 부릴 수 있는 가장 효과 적인 무기가 돈이라고 생각했으나까."
"그래서 그 돈을 발판으로 아르페디아를 제패해 보시겠다는 겁니까?"
"최고가 되는 건 게임을 하는 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지요. 그래서 전 절대 남의 밑에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싸움좋아하는 머리 빈 애송들에게는 더덛욱."
협상은 결렬되었다.
발리안을 꾀어 베레타의 결전 병기 개발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고자 한 철십자 길드의 계략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계속해서 거대 골렘을 제조 하도록 내버려 둘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따.
사내의 얼구리 싸늘해졌다.
"할 수 없이 손을 써야겠군."
"유저를 죽여 봤자 소용없는 짓일 테고..... 설계도를 빼앗을 생각인가?"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끼얻든다 싶었는데, 뒤에 대장장이 하나가 서있었따.
대장장이의 이름이 사내의 눈에 확 들어왔다.
지난 번 그로지아 왕국 베틀 폴로 대회에서 철십자 길드에 망신을 톡톡히 안겨준 지그였다.
"죽어라!"
유한은 다짜고짜 검을 뽑아 사내에게 내리쳤다.
차림새로 볼때는 상대는 꽤 실력있느 도적 혹은 어쌔신.
기습을 하지 않으면 생산직인 이쪽이 불리해진다.
그러나 윻나의 기습은 사내가 휘두른 손에 튕겨 나고 말았다.
맨손으로 어떻게 검을 막았나 싶어 봤더니, 소매 속에서 날카로운 3개의 갈고리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따.
"멍청한 놈. 감히 노가다 캐릭터로 나에게 덤비려 들어?"
"흥, 노가다 캐릭터지만 시간은 벌어줄 순 있지.'
"뭐라?"
사내는 서둘러 뒤를 돌아보았다. 뭔가 번쩍이다 싶더니 발리안이 빛을 뿌리며 사라지고 있어다.
"이, 이런! 로그아웃을!"
유한의 깃브은 발리안의 로그아웃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 이었다. 일단 접속을 종료하면 설계도를 뺏는 일은 불가능해질테니까.
"이놈, 감히 내일을 망치다니!"
"크윽!"
분노한 사내가 소매를 휘두르자 유한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그의 팔과 다리에는 사내가 날린 암기들이 박혀 있었다.
"랭커는 아니지만 네까짓 대장장이 하나 없애는 것쯤이야....."
사내는 건들거리며 유한에게 다가 갔다. 이대로 놈은 약올리듯 공객해 치욕스럽게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대장장이를 우습게 봤던 그는 또한번 허를 찔리고 말았다.
"침입자다!침입자가 나타났다!"
유한은 등을 돌리고 달아났다.
설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의를 불태우던 상대가 갑지가 도망칠 줄은 몰랐던 사내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소리를 둗고NPC기사들과 병사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미는 창칼을 본 사내는 품속에서 연막탄을 꺼내 던지고는 재ㅃ라리 달아났다.
"제길, 도망 갔군!"
투덜거리는 유한의 앞에 발리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를 피해 도망쳤다가 다시 접속을 한 것이다.
"고맙습니다. 지그 님 덕분에 설계도를 지킬 수 있었어요."
"그보다......앞으로 어쩔 겁니까?"
퀘스트 방해 세력이 나타났다.
그것도 아르페디아 온라인 최강이라는 철십자 길드다. 온갖 방법으로 골렘제작을 방해하고, 심지어 3중의 검문을 뚫고 들어와 군사기술 연구소에 불까지 질렀다.
"어쩔 거라뇨? 이런다고 제가 포기 할것 같습니까?"
발리안은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반드시 거대 골렘을 완성해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자신의 명성을 떨치고 말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였다.
"그럼 방해를 물리칠 방법은?"
"........"
"휴, 이라 와 보세요. 나에게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유한은 발리안의 귀에다 대고 낮게 속삭였다. 그의 말을 듣는 발리안의 얼굴이 점점 환해졌다.
"그렇군여.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아왕이면 이제에 ㅂ고리까지 쳐서 도렬줘야죠."
발리안은 곧장 유한이 말한 것을 실행에 옮겼다.
"불이야!"
베히모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침 길드ㅡ원들과 베레타 공화국군을 물리치 ㄹ작저을 회의 하던 주이었는데 창바까에서 붉은 불꽃이 일렁 이고 있지 않은가.
베히모스와 철십자 길드 간부들은 서둘러 밖으로 뛰쳐 나갔다.
불이 난곳은 성안의 창고 였다. 좀전에 전투에 투입되었던 거대 목인병 2기가 그안에서 수리를 받고있는 중이었다.
철십자 길드원들은 물론이고, NPC병사들도 달려와 불을 끈다고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때 불타는 창고 안에서 마법사 한명이 쿨럭거리며 뛰어나왔다. 그을리긴 했지만 보석과 금실로 치장된 로브는 그의 신분을 잘알려 줭ㅆ다.
"노벨!"
철십자 길드의 길드장 노벨.
원레는 길드 본부에 있었는데 갈리가 도망치자 그를 대신해 거대 목인병의 운영과 수리를 전담하고 이는 중이었다.
노벨은 창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벌렁 쓰러졌다. 그의 등에는 커다란 수리검하나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암살자? 설마!"
베히모스를 필두로 길드 간부들이 저마다 무기를 뽑아 들었다.
화르르!투드득! 예상한 대로 불타 무너지는 창고 안에서 느긋하게 걸어 나오는 이가 잇었다.
걸어 나온 검은 인영 을 본 베히모스는 이를 뿌득 갈았다.
"키라! 이 새끼!
검은 초승달 길드이 어쌔신 키라.
일전에 만난 저깅 있어 알고 있었다.
그는 살기를 일렁이는 베히모스를 앞에 두고도 전혀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미안, 너네 길드장이 이렇게 약할 줄은 몰랐어."
노벨이 40위권의 랭커 이긴 하지만, 마법사. 근접 전투나 기습에 약한 것은 당옇 했다. 호위가 있었지만 키라의 상대는 아니었다.
"이유가 뭐냐? 당장 말해라 . 아님 너희 길드 쥐새끼들을 몽땅 다 죽여 버릴 테다,"
게임 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으름장을 놓는 베히모스를 보며 키라는 손사래를 쳤다.
"아아, 너무 무섭게 그러지 마. 이형님은 비즈니스를 수행한 것 뿐 이니까."
'비즈니스라고?"
"발리안이 너희 나무 인형을 태워 먹으면 이십만 골드를 준다던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키라는 단지 비즈니스 때문만은 아니었따. 철십자 길드의 최강 병기를 없애 버리면 자신과 검은 초승달 길드의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이번일을 맡은 것이다.
때문에 어렵과 긴장감 넘치는 의뢰 와중에도 틈틈이 스크린샷을 찍고 동영상을 저장해 두었다.
"발리안이라......그래, 그렇군."
철십자 길드에서도 똑같은 짓을 했으니 이런 앙갚음이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안이 했다.
진작에 경계를 강화해 두어야했는데 상대를 너무 우습게 보았다. 상대는 베레타공화국의 NPC가 아닌, 그들에게 일을 맡아 하는 '인간'이었따.
"그리고 이거 발리안이 전하라고 한 편지. 그럼 이형님은 그만 간다."
"누구 멋대로 가겠다는 거냐!"
베히모스 옆에 있던 리트만이 창르 집어던졌다.
그러나 섬광같이 날아간 창은 헛되이 허공만 꿰뚫었다.
키라는 이미 공기 속에 스며들 듯이 사라진 뒤였다.
베히못는 키라가 두고 간 편지를 집어 읽엇다.
편지지에는 간략하게 한 문장이 쓰여 있었따.
눈에는 눈, 이에는이다.
베히모스는 편지를 꽉 움켜 쥐었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사실 키라를 고용하라 부추긴것은 유한이고, 이 편지의 글도 유한이 적었다는 것을.
"큭, 재미있군. 서로가 서로를 방해하는 거다, 이거지?"
베히모스는 웃었다.
과연 이래야 진짜 전쟁답지 않겠는가. 찌르고 도리어 찔리고, 또다시 찌르고.
분통터지긴 했지만, 흥미는 있었다.
그래서 다음번이 기대되는 베히모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