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6화 형을 찾아서 (77/143)

1.형을 찾아서

얀과 베르디는 일행들과 헤어졌다.

함께 배를 타고 온 동료들은 좀더 상황을 살힌 뒤에 움직이라며 만류했지만 먼저 돌아 보겠다는 두사람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얀, 형이 아르페디아 온라인 하고 있었어?"

베르디의 물음에 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캐릭터 이름이 뭔데?"

"지그, 대장장이인데 꽤 유명한가봐."

우연찮게 게임 방송을 봤는데 그때 지그가 출연했다.

학생혁명인지 자유도시 어쩌고 하면서 나왔던 걸 본겄이다.

그때 얀은 지가가 유한임을 한눈에 알아챘다. 머리색깔이 다르고 옷차림이 달랐지만, 16년을 보아 온 형의 얼굴을 어찌 모르겠는가.

"에이, 겨우 대장장이?"

베르디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클래스 '무사(cavalier)'로서 랭커에 오른 얀이기에 그의 형도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대단한 캐릭터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실망하는 베르디를 보며 얀이 재빠릴 설명을 이었다.

"대장간에서 망치질만 하는 대장장이는 아닌 것 같았어. 방송에 보니까 꽤 한가락 하는 것 같던데?"

"그래? 그럼 한번 만나 보고 싶은걸?"

금발의 예쁘장하게 생긴 자신의 여자친구는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모험심이 넘치는 소녀였다.

그래서 얀도 그녀와 모험을 하기 위해 많은 직업들중에서 무사를 선택했고, 함꼐 바다를 건너 아르페디아 대륙으로 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형이 어디 있는 줄은 알아?"

"음, 아비란 왕국 동쪽의 케이트 산맥이라는 곳이던가?"

"그럼 빨리 가자."

베르디가 그렇게 보챘지만, 낯선 대륙에서 이동하기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얀은 일단 바니 아스 항구의 잡화점에 들러 지도 부터 구입하기로 했다.

가게에 들어가자 점원 NPC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얀, 저NPC가 뭐라고 하는거야?'어서 오십시오' 까지는 알아듣겠는데.........."

'이런! 베르디는 한국말이 서툴지.'

막 얀이 통역해 주려는 찰나, 앙증맞은 방울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기 천사의 복장을 한 요정이 나타났다.

점원 NPC나 다른 유저들이 반응 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넌 누구니?"

베르디의 물음에 요정은 꾸벅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녕 하세 요? 전 소리의 요정 랭글이라고 해요. 새로운 대룩에서 활동하자면 말이 통해야 하는데, 너무 불편하시조?>

"당근 불편하지!"

랭글의 물음에 베르디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말이 안 통해서 도착하자마자 싸움까지 나지 않았던가.

<네, 그래서 저히 드림맥스에서 실시간 통역 프로 그램을 서비스 하고 있어요. 신대륙에 최초로 도착한 모험가 분들에 대한 특전으로 통역서비스가격을 반값에 해드리는데, 구입하시겠어요?>

베르디의 눈앞에 게임 서비스 관련 안내창이 떠올 랐다.

보통은 게임을 편하게 하기 위한 각종 팁과 인터 페이스를 소게하는 창인데, 이번엔 1달 통역 서비스의 기능과 가격에 대해서 소개 하고 있었다.

찬드라 대륙을 떠날 떄만 해도 이런 것은 없었다.아르페디아가 발견되는 즉시 업데이트 되도록 프로 그램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반값할인 해준다는 1달 통역 서비스의 가격은 3달러. 1달 계정비의 5분의 1가격이었다.

"하여간 머니 맥스! 어쩐지 계정비가 저렴해졌다 했어."

외국에서도 지나친 상업성으로 원성을 사고 있는 드림맥스는 미국유저들에게 머니 맥스라고 불리고 있었다.몇달전 레전드 오브 프론티어 대규모 업데이트 되면서 가걱이 저렴해져서 좋아했더니 이런식으로 손해분을 충당하려 들줄이다.

"대신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지?"

얀의 말에 랭글은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구매해서 선물하시면 되요.>

얀은 계정에 남아 있던 캐쉬로 토영ㄱ 서비스를 사서 베르디에게 보냈다. 베르디는 곧바로 토역서비스를 받ㄷ아 계정에 적용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한글 모음과 자음들이 생겨나더니 화려한 빛을 뿜으며 그녀의 몸에 흡수 되었다.

<통역 서비스는 옵션창에서 한영-영한 번역기능을 눌러 주시면 바로 적굥 된답니다. 그럼전 할일을 끝냈으니 이만 물러 나겠습니다.즐거운 게임 하세요.>

방울 소리와 함꼐 요정 랭글이 사라졌다.

베르디는 곧바로 옵션 창에서 번역 기능을 적용하고 가게 안에 있던 책자들을 보았다.

그러자 한글로 써있던 책의 제목이 영어로 바뀌었다. 안쪽의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온 외국인이지?"

"아까 배를 타고 뭉텅이로....."

가게 않에 있던 한국 유저들이 쑥덕이는 소리가 베르디의 귀에 영어로 바뀌어 들렸따.

실제 그들이 말한 것보다 1초 정도 늦게들이고, 말투와 높낮이가 다소 딱딱 했지만 알아듣는 데는 이상이 없었다. 

호기심이 생긴 베르디는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헤이, 오빠들! 혹시 내말 알아 들을 수있오?"

"엥? 외국인이 한극 말을 다하네!"

"근데 말도가 좀 이상한걸?"

유저들이 깜짝놀라 호들갑을 떨었지만, 베르디는 미소를 지었다.약간 말투가 기계적이긴 했지만 대화를 나누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얀, 나 이제 한국말 할수 있어!"

"응, 잘했네, 근데 말을 제대로 배우는게 좋겠다."

통역 프로 그램이 편하기 했지만, 베르디 특유의 톡톡튀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것 까지 표현하게엔 아직 번역기술이 모자란 모양.

"알았어. 그럼 얀이 가르쳐줘. 부지런히 배울게."

베르디는 고양이처럼 얀의 가슴에게 비비적거렸다. 얀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점원에게 말을 건냈다.

"아르페디아 대륙의 지도를 구할 수없을 까요?"

"대륙의 각나라와 도시를 기록한 간략한 지도와 작은 마을까지 세세하게 기록된 상세한 지도가 있는데, 어느걸로 구입하시겠습니까?"

"음, 상세한 지도로 두장 주세요."

상세 지도가 3배 정도 더 비쌌지만, 그래도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활동하려면 그정도는 있어야 할것 같았다.

"가격은 이백사십 골드입니다."

'아차!'

인벤에서 돈을 빼던 얀은 고개를 저었다. 돈은 두둑했지만 그것은 모두 찬드라 대륙에서 쓰이는 엽전들이었다. 

잠시 곤란해 하던 얀은 갖고 있던 돈을 꺼내며 물었다.

"혹시 환전 가능합니까?"

"환전이요?"

NPC점원은 얀이 내놓은 돈을 보았다. 처음보는 문자가 적힌 돈은 가운데에 구명이 뚫려 노끈에 뭉텅이로 꿰여 있었따. 

아르페디아에서 사용되지 않는 화폐였지만 점원은 은은한 빛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었다.

"흠, 일단 은으로 만들어 진것 같으니 같은 무게의 은만큼 지불해드리겠스비다."

"그렇게 해주세요."

점원은 저울을 꺼내더니 엽전의 무게를 달았다.

얀이 내놓은 1만 냥은 8천 골드로 환불되었다. 거기다 지도 값을 제하자 7760골드가 얀의 손으로 넘어왔다.

"자, 여기 지도 있습니다." 

얀은 2장의 지도를 받아 1장을 베르디에게 너겨 주었다.베르디는 자신의 지도창에 업데이트 된 아르페디아 대륙을 보고 깜짝 놀랐다.

"휘유! 이거 생각보다 훨씬 크잖아."

아르페디아 대륙은 그동안 얀과 베르디가 활동했던 찬드라 대륙의 3배는 되어 보였다. 그래도 일단 자신들이 어디있는지는 알았기에 해매지 않아도 될 듯했다.

"자, 이제 출발해 볼까?"

"Let`s go!"

얀과 베르디는 자신들의 탈것인 용마와 해테를 소환해서 서쪽으로 길을 떠났다. 아바란 왕국까지는 꽤 먼 여정이 될것같았다.

얼마후 얀과 베르디는 카잔 공국을 가로질러 베레타 공화국 영내로 들어갔다.중간에 작은 도시에 그들은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검과 방패를 착용한 NPC 병사들이 열과 오를 지어 남쪽으로 떠났으며, 용병으로 보이는 유저들도 무리를 지어 그들을 뒤따라갔다.

"철십자 애들이 작정하고 전쟁에 참여 했다며?"

"갖고 있는 전력을 총동원 했단다."

"그럼 베레타 공화국 망하는 거아냐?"

"제길, 이러하가 세금을 마노스 제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귀를 쫑긋하고 정보를 듣고 있던 얀은 베르디를 향해 말 했다.

"전쟁이 일어 났나봐."

"전쟁?"

"방금전 유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 우리가 위치해 있는 나라와 남쪽의 무슨 제국 하고 한바탕 붙었데."

순간 베르디가 반짝하고 눈을 빛냈다.

얀은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베르디의 얼굴이 기대로 한껏 달아오른 것이다.

"얀, 우리 구경가자.'

"남쪽에 들렀다가 가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잠깐만 보고 가면 되잖아.응?"

베르디가 계속 졸라 대자 얀은 못 이긴 척 승낙했다.사실그도 궁금 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유저들은 어떻게 싸우며 또 어떤 전술을 펼치는지.

거기다 레전드오브 프론티어 에서는 국가 간 전쟁이 없었다. 찬드라 대륙은 진 이라 불리는 통일제국이 통치하고 있었고 전쟁이라고 해 봤자 변방 야만 족의 침입이나 제후들의 반란이 고작 이었다. 

그렇기에 전쟁이 벌어져도 작은 성 하나, 혹은 한 지역 의 지배권을 두고 싸우지, 국가와 국가 간의 운명을 걸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지는 않았다.

"좋아 그럼 잠깐만이야."

형을 찾는게 좀늦으면 어쩌리. 간다고 미리 이야기 한것도 아닌데.

둘은 남쪽으로 내려가 베레타 공화국과 마노스 제국 간의 전쟁이벌어지는 지역으로 향했다. 전장은 베레타 남쪽 워트 평원 이었다. 

두나라의 군대와 그들을 지원하는 유저들이 평원에 새까맣게 모여들었다. NPC들이 포함되었다지만 양쪽다 10만은 넘어 보이는 대군이었다.

"대단해! 엄청난 규모 잖아 .'

전장에서 좀떨어진 언덕위에서 얀과 베르디는 넋을 잃은 채 전재응ㄹ 구경했다.

허공을 새까맣게 되덮는 화살들 하늘과 대지에 색색이 수를 놓듯 펼쳐지는 마법의 향연 

질풍같이 달려가는 철갑기마 군덴과 이에 맞춰 진형을 맞추고 일사 불란하게 움직이는 보병들.

마치 스펙터클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얀!, 저것 좀 봐!"

전쟁의 규모에 감탄하던 두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병기에 시선을 집중했다.

남쪽에서 달려온 거대한 나무인형. 크기도 크기지만 저런 양식의 거대 기게 병기는 찬드라 대륙에서 본적이 없었다.

"으악! 거대 목인형이다!"

"망할 철십자 새끼들!"

철십자 길드의 비밀 병기인 거대 목인병. 놈들은 전자에 난입하자 마자 베레ㅏ 공화국군과 그들과 한편인 유저들을 닥치는 대로 때리고 짓밟았다.

"공격해라! 발리스타 발사!"

베레타 공화국 축의 유저들도 거대목인병이 나타날 것을 예상치 못한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미리 준비해 놓은 바리스타와 투석기등의 공성 병기로 거대 목인병을 공격 했다.

통나무 화살과 바위에 맞과 거대 목인 병이 두서넛이 쓰러 졌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맞지 낳은 거대 목인 병들이 더많았다. 

공성병기는 명중률이 낮았고 장전 시간이 늦었다.

그틈을 타서 난입한 거대 목인병들은 베레타측의 공성 병기들을 인정사정없이 부수고 짓밟았다.

"안 되겠다! 후퇴!후퇴하라!"

베레타 공화국군은 무수한 전사자를 남가고 물러났다.평원 끝까지 그들을 집요하게 추격한 마노스 제국군과 철십자 길드원들은 대승을 거두고 하늘이 무너져라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우리가 승리 했다!"

얀과 베르디는 전투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얀, 친의 코끼리 군단과 저게 싸우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저게 더 세겠지."

코끼리는 불꽃이나 날카로운 창날에 노라 도망 치기도 하지만 저기계는 그러지 않았다. 어딘가 부서져 움직이지 못하지 않는 한 적군을 계속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저런게 찬드라 대륙에 오면 큰일 나겠어."

"그래 설마 배에 싣고 갈수 있는 건 아니겠지?"

두사람은 다시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앞쪽에서 뭔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NPC따위가 사람을 애먹이고 있어!"

"당장 그 도끼 안 내려 놓을래?"

제법 강해 보이는 5명의 유저가 1며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에게 둘러 싸인 것은 NPC였는데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키가 작고 체격은 옆으로 벌어져 있었다.

"왜 도망 가고 지랄이야! 지금 얼마나 중요한 전재을 치르고 있는 중인지 몰라?"

"흥, 거짓말쟁이 인간들이 뭘하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이빌어먹을 드워프가!"

"그냥 콱 죽여 버려?"

유저들은 '갈리'라는 NPC를 드워프라고 불렀다. 아마 찬드라 대륙의 야차와 나가 같은 이종족인 모양.인간 베르디는 흥미를 가지고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오는 그들을 보고 다섯 유저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이NPC드워프는 길드의 최고 비밀 병기를 다루는 존재 였다. 

정처 없이 방황하던 놈을 숨겨 주고 먹여준 것은 물론, 제가 좋아하는 연구 까지 하게 해 줬다. 

그런데 이망 할 드워프가 얼마 전 은혜도 모르고 도망쳤다. NPC 주제에 약속이 다르다 어쩌다 운운 하면서.되도록 사람들의 눈에 띄기 전에 도로 잡아오라는 것이 길드 상부의 명령이었다.그런데 들키고 말았으니.

"니들은 뭐야?"

그중에 제법 낫살 있어 보이는 유저가 거칠게 말을 건넸다.

곤란한 것은 물론이요, 귀찮기도 했지만 이상한 차림을한 남녀의 정체가 궁금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차림세인데다 여자애는 금발에 눈이 파란 오리지널 외국인이었다.

"이방인이다.'

얀이 짤막하게 대꾸했다.상대의 하대에 존댓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다가 별로 선량해 보이는 무리들 같지도 않았다.

"이방인?"

"다른 대륙에서 왔거든요."

베르디가 친절하게 설명해줬지만 그들은 어리둥절해 할 뿐이다. 얀과 베르디 일행이 나타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 전쟁한다고, 망할 드워프잡는다고 바빴던 다섯 유저는 다른 소식을 거의 듣지 못해따.

"이봐 너희들 정의의 편이라면 날 좀도와 다오!"

드워프는 얀과 베르디 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풋! 정의의 편이라면 도와 달라?'

황당하기 그지없는 구조 요청이었지만, 두사람은 드워프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르메디아에 당도해서 처음으로 퀘스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갈리의 구조 요청]

-북은 수염 드워프 일족의 명장 갈리는 무뢰한들에게서 도망 치다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를 도와주고 찬드라 대륙의 영웅으로 아르페디아에 이름을 드날리도록 하자.

*갈리의 적으로 나타난 유저는 공격해도 PK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얀과 베르디가 퀘스트를 승인할 때 먼저 말을 건넸던 사내가 으름자을 놓았다.

"어디의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상관 말고 꺼져라. 우린 철십자 길드의 회수대다."

보통은 이렇게 말하면 다들알아서 물러났다. 아르페디아 최강의 길드에 밉상을 보이고 싶은 유저는 전무하기에. 그러나 얼마 전에 아르페디아 대륙에 온 얀과 베르디에게 그런 협박은 씨알만큼도 통하지 않았다.

"여기 유저들은 칼보다 주둥이로 싸우나?"

"뭐, 뭐라고?"

얀의 도발에 사내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얀은 팔짱을 끼고 히죽거렸다.

"그럼 반갑군. 주둥이 싸움이라면 난 절대 안 질 자신이 있거든."

"이 새끼가!"

사내가 발악을 하며 얀에게 달려들었다.

대쉬 스킬로 얀의 코앞에 달려간 그는 치켜든 검을 내리그었다. 아니, 내리그려 했다.

"헉!"

사내의 눈앞에서 얀이 사라졌다. 아니, 이미 얀은 그의 등 뒤에 서 있었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어느 틈에 빼 들었는지 천천히 회수하고 있었다.

얀이 검을 도로 검집에 꽂은 순간, 사내의 HP칸이 바닥으로 툭떨어졌다.

"헉!대장이 한방에!"

나머지 4명의 유저들은 눈을 동그렇게 떴다.

상대가 레벨 185인 자신들의 대장을 일검에 해치울 줄은 몰랐다. 그것도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스킬로

"뭐, 뭐야! 무슨 이상한 수를 쓴거야?"

"흠, 한국말로 하나면.... '고속 발검'이다."

찬드라 대륙의 무사들에겐 기본 스밀인 발검

그 발검 1랭크를 찍으면, 퀘스트를 통해 상위 스킬인 '고속 발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면 지금처럼 일정 확률로 일격 참살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 자식!어디서 얼토당토 않은...."

남은 4명이 발끈하며 달려들자, 얀은 허공에 매섭게 검을 후둘렀다. 날카로운 검의 궤적이 허공에 수십 송이의 콫을 수놓았다.

"커헉!"

4명의 회수대 유저의 온몸에 붉은 매화가 피어올랐다.

그들은 몰랐지만, 방금 얀이 쓴 스킬은 '매화 만개(梅花 滿開)였다. 옛날 찬드라 대륙에서 사라진 대문파의 검술 비급을 획득한 자만이 익힐 수 있는 히든 스킬이었다.

"하나 놓쳤군."

투덜대는 얀의 말대로 유저하나가 땅에 눞지 않고 줄행랑을 놓았다.매화 마개의 영향력이 다소 미치지 않는 위치에 있었던 덕분이었다.

"베르디, 부탁할게."

"오케이!"

소매 속에서 종이 1장을 꺼낸 베르디는 붓으로 한자뇌(雷)를 적어 하늘로 던졌다. 그러지 마른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ㅡ 끼더니 한줄기의 벼락이 지상에 떨어졌다.

"크아아악!"

달아나던 생존자는 벼락을 맞고 땅바닥에 몸을 뉘었다. 회수대가 전멸하자 얀과 베르디 앞에 퀘스트 성공르 알리는 안내창이 떠울랐다.

[갈리의 구조 요청]퀘스트를 성공 했습니다.

-경험치 1000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200올랐습니다.

"고맙네. 수고들 해 줬어. 뭐 자네들이 아니라도 내가 다 해치웠을 테지만 말이야."

드워프 갈리가 거들먹거리자 얀은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추격자가 더 있어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겠군요. 안녕히 계십시오."

야과 베르디가 떠나려 하자 갈리가 허둥지둥 그들은 붙잡았다.

"이봐 그러지 말고 좀 도와줘. 아바란 왕국까지만 호위해 주면 섭섭찮게 보답해 주겠네."

그러면서 연계퀘스트로 '갈리의 호위'가 떠올랐다.

어차피 아바란 왕국으로 갈 예정이었던 야과 베르디는 순순히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두사람은 몰랐다.

마노아 제국, 아니 철십자 길드의 승리를 쥐고 있는 열쇠를 손에 넣었다는 것을 말이다.

베레타 공화국과 마노아 제국 간의 전쟁은 아바란 왕국의 내전에도 영항을 미쳤다.

지지부진하던 아바란 내전이 다시 격렬해진 원인에는 철십자 길드가 있었다.

그들이 베레타 공화국과의 전면전에 돌입하는 틈을 타 다른길드들이 아바란 왕국에 있는 철십자길드의 영지와 그들 영향하에 있던 중소길드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지그 철공소는 사상 초유의 호황을 맞아 망치질 소리가 끊일날이 없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왜 망치로 뚝딱이고 있어!"

입시 학원에서 돌아와 게임에 접속한 유한은 NPC일꾼들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생상하는 모습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힘들게 얻어온 공작기계가 먼지만 덮어 쓰고 있었기 떄문이다.

"사용법을 알려 줬잖아! 근데 왜 안 쓰는 거냐고!"

공작기계로 작업을 해야 속도도 빠르고 생산량도 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NPC들은 예전의 작업 스타일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저, 그게... 무서워서 말입니다."

"프레스를 다루다가 손가락이 날아갈 뻔했습죠."

NPC들은 처음에 공작기계들을 신물이라 생각했다.

놈들은 철판을 넣으면 알아서 척척 잘라내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빨로 구명을 뚫었다. 거기다 불을 토해 철판을 한순간에 절합시키는 신묘한 재주까지 보였다.

오직 집게와 망치만으로 살아온 그들의 눈에 드춰프제 최신식 공작기계는 살아 있는 생명체 처럼 보였다.

그래서 처음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유한이 뭧차례나 설명해주고 시범을 보인 뒤에야 기계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여전히 NPC일꾼들은 공작기계에 손을 대기 어려워했다.

유한의 보챔에 사용해 보긴 했지만 용벅기를 사용하다가 손을 데기도 하고, 풍력드릴로 손드응ㄹ 뚫을 ㅃ하는 등 위험한 사고와 실수가 연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동법을 배웠어도 여전히 사용하길 꺼렸다. 물론 사자으이 등쌀에 사용하는 척하긴 했지만, 그가 없는 동안에는 손끝하나 대지 않았다.

"아놔, 이게 뭐가 무섭다고 그래! 그냥 가르텨준대로 조정하면 되잖아!"

"그래도 익숙하지 않고 해서....."

"으이구 이것들을 그냥 확!"

유한은 울상을 짓고 있는 NPC들을 행해 눈을 부라렸다.

마음같아서는 죄다 해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되면 무구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것이 뻔하니 그럴수도 없었다.

그렇게 식식거리던 유한의 몸에서 빛이 터지더니 눈앞에 안내창 하나가 떠올랐다.

[스승의 시련]을 경험하였습니다. 몇번을 가르쳐도 상대가 이해를 못해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과 인내시밍 각각 20씩 오릅니다.

"어, 이건?"

스승의시련

예전에 플레임 마운트에서 리저드맨들을 가르쳤을때 경험했던[스승의 고뇌] 다음에 경험할 수있다는 기연이다.

누군가를 가르티다 벽에 부딫치면 만날 수있는 기연

뜻밖에 횡재를 했지만 유한은 웃을 수가 없었다. 스탯이 올라간것은 신났지만 일꾼들을 어찌하면 공작기계를 다루게 하느냐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쩝, 할 수없지. 단순 작업이라도 시키는 수밖에.'

결국 유한은 NPC대장장이들 중에서 5명을 뽑아 각공작기계의 가장 기초적이고 별로 위험하지 않은 작업만 시키기로 했다. 풍력드릴을 맡은 NPC에게는 간단한 구멍 뚫기 작업, 절단기를 맡은 NPC에겐느 단순 절단 작업만 하는 식으로.

이렇게 되면 결국 유한이 마무리 손질을 해야 했지만 주어진 시간안에 주문량을 다맟추려면 어쩔 수 없었다.

"자자, 일합시다, 일!"

유한은 자신을 뻔히 쳐다보고 있는 일꾼들을 해산시켰다.

그리고 비교적 젊고 똘똘해 보이는 NPC 들을 불러 다시 한 번 공작기계 작동법을 가르쳐 주었따.

여전히 두려워하긴 마찬가지 였지만 아주 단순한 작업만 반복시키자 곧 적용했다.젊은 만큼이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빠랐다.

"좋았어, 너희들은 앞으로 급료를 두배로 올려 주겠다."

"헉!"

유한의 선언에 다섯 NPC들은 물론 나머지 일꾼들도 깜짝 놀랐다. 월급이 2배가 된다는 것은 훨씬더 풍요로운 삶을 살수 있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

NPC들이라 해도 돈을 벌어야 먹고 들어가 살집을 구할 수있었다.

그 뒤로 부터 다른 일꾼들의 태도가 바뀌었다.기계작업을 하는 젊은 NPC들을 부러운 눈으로 틈틈이 바라보다가 자신도 한번 해 보겠다며 조리기도 했다.

정말 금전의 위력은 대단 했다. 사람에게 없던 용기도 불러 일으키니 말이다.

'제길, 진작 이럴 걸 그랬네."

NPC들의 작업을 지켜보던 유한은 투덜거리며 개인 작업실로 들어갔다.

탁자위에는 어제 그가 증기 프래스로 잘라놓은 철판 조각들이 가득 쌒여 있었다.

지금 그가 만들고 있는 것은 대형 괘종시계였다. 얼마 전에 찾아온 NPC상인이 그에게 대형 괘종시계를 만들어 납품하는 퀘스트를 주고 갔다.

원래는 다른 대장간에서 만들던 것이었는데, 아바란 각지가 절란에 휩싸이면서 그대장간이 무구를 만드느라 바빠지자 지그 철공소로 왔다고 한다.

'흐흐흐! 역시 전쟁을 일으킨 보람이 있다니까.'

유한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철판 조각들을 이리저리 굽히고 구부려 대형 괘종시계에 들어갈 부품으로 만들 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품들을 실제 도면에 맞춰 조립했다.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대형 괘종시계를 만들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100을 얻었습니다.

-정밀 조립 시킬이 6랭크로 올랐습니다.

 지식이 1 올랐습니다.

 행운이 1 올랐습니다.

'아싸! 정밀 조립 스킬이 올라 갔다.'

지그 까지 유한은 철공소를 만드는 조건을 충족시키느라 제련, 생산, 합금, 주물 스킬들을 집중해서 키웠다. 덕분에 정밀 조립 스킬이 약간 쳐졌는데 이제하나 만회한 것이다.

'어지보자, 블랙 아이언을 만들려면 정밀 조립 스킬이 3랭크가 되어야 한다고 했으니까 아직 멀었군.'

유한이 처음 지그를 키운 목표는 해커를 잡는것 이었지만, 지금은 하나가 더 추가 되었다. 이왕 할 것 제철소를 건설하여 아이언 마스터가 되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목표를 향하여 막무가내로 달렸을 것이다.

엄청난 노가다에 엄청난 반복

그러나 귀련과 발리안을 만나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귀련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톱순위의 대장장이 그리고 그다음으로 꼽히는 명장은 발리안이었다.

귀련은 순수한 대장장이 기술로 최고의 자리에 도달 했고, 발리안은 가장먼저 철공소를 ㅈ지었을 정도로 재력이 든든하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었다.

그리고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않은 고수들도 있었다. 언젠가 동영상에서 봤던 정밀 조립스킬 1랭크의 대장장이와 같은.

그런 명장들을 단순 노가다로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그가 빠른 시간내에 상급 대장장이가 될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제법 잘나가는 메이커 생산자가 될수 있었던 것도 모험을 통해 얻은 히든 스킬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 내가 내세울 것은?"

귀련의 기술을 이기고 발리안이 먼저 구추간 대량생산 체제를 능가 하려면 그들이 갖지 못한 것을 발굴해야 한다.

유한은 이를 블랙 아이언이라 생각했다.

200년전의 마녀 제보라가 남긴 최강의 유산이자. 앞으로 아르페디아 온라이유저라면 누구나 가지기를 열망하게될 블랙 아이언이라면 자신의 실력과 병성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 줄것이 틀림없다.들어오는 돈도 꽤 많을 것이고

"좋아, 일차 목표는 블랙 아이언을 생산하는 거다!"

각오를 다진 유한이 다시 대형 괘종시계 생산에 열을 올리려 할때였다. 갑자기 작업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송코가 들어왔다.

"유한아 큰일 났다!"

"뭐가요?"

"유저들이 우를르 몰려와 무기 값을 변상 하라고 난리야."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기에 유한은 서둘러 철공소로 나갔다. 그리고 한무리의 유저들이 부러진 무기를 들고 항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도데체 검을 어떻게 만드는 겁니까? 지그표라기에 샀는데 얼마 쓰지도 못하고 부러졌잖아요!"

"이 방패 성능이 이상해요! 옵션으로 적힌 것의 반에 반도 발휘가 안 된다고요!"

그들이 들고 있던 무구들을 보여 주며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유한은 무구들을 살폈다.

무구들에는 모두 Z표시가 있었다. 그러나 좀 이상했다.

그가 만든 로고 문양보다 약간 큰데다 선이 둔하고 깎인 표면이 매끄럽지 못했다.

거기다 무구의 질이 형편없었다. 겉모양이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레인 스킬로 쓸어 보니 굵고 선명한 금이 여러개 보였다.

터무니없는 것은 무구에 적용된 옵션들이 었다. 무구에 수준에 비해 절대 발휘될수 없는 효과들이 나타난다고 명기되어 있었다.

어째서 이런 물건이 만들어질 수있었을까.

가만히 무구를 뜯어 살피던 유한은 묘한 것을 보게 되었다.

"이건 가짜. 즉 복제품입니다."

"뭐라고요?"

유한의 말에 유저들은 화들짝 놀랐다. 유한은 철공소에서 생샌한 무구를 가져와 보여 주면서 설명했다.

"보시다시피 로고가 다릅니다. 저희 것은 날럽하고 선이 분명한데 비해 이것은 흐리고 둔하기 그지없습니다."

"으음,과연....."

오리지널과 비교해 보니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유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지그 철공소는 이런 어설픈 무기를 생산하지도 않지만, 만약 만들었다 해도 팔만큼 비양심적이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하기도 했다.

지그표 무그를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구입했다고 좋아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짝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뭐야?우리 속은거야?"

"제기랄! 난 그것도 모르고......"

유저들이 힘없이 발길을 돌리려는데 유한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기다려 주십시오. 비록 가짜라지만 저희 지그표 무구를 믿고 산 여러분들을 어찌 그냥 돌려보내겠습니까."

유한은 일꾼들에게 일러 방금 생산된 무구들을 유저들에게 나눠 주도록 했다. 짝퉁 사고 돈만 날렸다 싶은 유저들은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와! 정말 고맙습니다. 지그님."

"원래 가졌던 것보다 더좋네요!"

그러나 유한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기 위해 무구를 준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알아볼것이 있었다.

"그런데 여러분이 이가짜를 어디서 사셨습니까?"

"그게............. 바로크에서요."

바로크는 바로카스 왕국의 국경 가까이 있는 베레타 공화국의 교역 되시였다.

사기당한 유저 대부분이 바로크에서 구했노라고 말했다.

'으드득! 그래, 거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라!'

유한은 두눈을 부릅뜨며 이를 갈았다.

케이지 놈도 그랬지만, 자신을 사칭하는 놈들을 고이 돌수 없었다. 이대로 둔다면 유한이 쌓아온 지그표 무구의 명성이 곤두박질 칠 것이 분병할 터.

"지그야 어디 가는 거야?"

마침 게임에 접속한 채린이 다가와서 물었다.

"베레타 공화국에 볼일이 있어."

"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갈래.'

채린은 냉큼 유한이 소한한 짐마차에 올라탔다.

혼자 다녀오려던 유한 이었지만 옆자리에 바싹 붙어 앉아 씩 웃는 채린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그래, 혹시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내심 품은 생각은 그게 아니지만, 유한은 그렇게 얼버무리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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