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운석 쟁탈전 (72/143)

7.운석 쟁탈전

아론은 공업 도시 스틸러스에서 유명한 대장장이 유저였다.

불가에서 쇠를 두들기며 대장장이의 길일 걸었던 그의 마음에는 야심이 있었다. 바로 카잔 공국뿐만 아니라 , 아니르페디아 대륙 전체에 자신의 무구를 널리 알리고 판해하는 것.

'그러러면 일단 철공소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말이야.'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 있었다. 

저번 스틸러스 경언 대회 이후 , 자신을 영입하려던 철십자 길드의 제안에 퇴짜를 놓은 것이다.

그때 철십자 길드에 들어갔다면 이렇게 산속을 헤매며 운석 조각을 찾고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100만 골드는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거대 길드니까.

'쩝 , 지난 일을 생각해 봤자 뭐 하겠어.'

그는 아이들이 가져온 돌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초등학교 교사인 그는 반 아이들을 동원해 운석을 찾도록 했다.

학생을 선도해야 할 선생님 사사로운 목적으로 아이들을 부린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티쳐스 때문에 교육청의 눈길도 곱지 않은 상황에서 소문이 불거지게 된다면?

'뭐 이번뿐이야. 신의 광물만 찿으면 끝나는 일이라 고'

아론이 막 다음 돌멩이를 손에 쥐었을 때였다.

갑자기 괴성이 들리더니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그와 아이들이 있는 산등성이로 달려 나왔다.

"악! 사이클롭스 떼거지다!"

"우악! 디게 많다!"

"샘 , 얼른 피하세염!"

아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탐사 중에 몬스터가 나타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중에는 무리를 지어 몰려온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자랑스런(?) 제자들이 힘을 합쳐서 해치우거나 쫒아 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제자들이 감당할 수 없늘 정도로 몬스터들이 많았다.

어째서 이렇게 많은 몬스터들이 나타났나 고민할 틈도 없었다. 선두에서 용감한 초글링들이 발업한 질럿같이 맹렬히 사이클롭스들을 상대해 싸웠지만 , 얼마 버티지 못할것 같았다.

도망치려 했던 아론은 등을 돌려 몬스터 군단에게 달려갔다.

"이놈들아! 차라리 나랑 싸우자!"

"헉! 샘 , 도망가요! 샘은 상대도 안 되염!"

"시끄럽다 , 제자 등 뒤에 숨는 비겁한 선생은 없다!"

아론은 망치를 들고 눈앞의 사이클롭스에게 달려들었다. 율리아 계곡 동쪽의 산등성이.

그곳에서 반월 초등학교 5학년 3반 일동은최후까지 싸웠다. 그리고 교사 이하 학생 전원이 장렬히 전사했다.

"하하, 아주 삼류 드라마를 찍는군요."

발리안은 마법사가 거울을 통해 보여 주는 장면을 보며 함껏 비웃음을 터르렸다.

아론과 그의 제자들이 모두 로그아웃 당하자 , 그는 옆의 또 다른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L로드를 든 유저를 시작으로 10명 명의 유저들이 돌이 된 장면이 나타났다. 또 , 다른 거울에선 베어도그 무리에 쫒기는 남녀 대장자이가 비쳤다.

주변의 다른 거울들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율리아 계곡에 신의 광물을 찾으러 왔던 무리들은 하나같이 몬스터 무리에 쫒기거나 당해서 로그아웃을 하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보여 주시는군요."

발리안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에는 '헌터' 칭호를 단 궁수 청년이 서 있었다. 이름이 '라딘' 라고 하는헌터 궁수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저 사냥 몰이를 할 때 쓰는 파리를 불었을 뿐입니다."

라딘은 궁수 유저가 중심이 된 '레인보우' 기륻의 장이었다. 전투력으로 치면 레인보우 길드는 중소 길드 수준도 못되지만 ,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길드전 용병으로 활약을 하고 있었다.

그 능력 중의 하나가 헌터 칭호를 따낸 길드원들이 가진 사냥 피리였다.

손가락만 한 길의의 논쇠 피리는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은 고음을 일으켜 몬스터들을 자극한다.

보통은 이렇게 이성을 잃고 흉폭해진 몬스터들은 저격으로 하나하나 없애는 것이 정석이지만 , 다른 식으로 악용할 수도 있었다.

몬스터들을 흥분시켜 놓고 잡지 않으면 , 몬스터는 식식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엉뚱한 유저를 공격한다. 아론을 비롯해 여러 대장장이 탐사 파티가 몬스터 벼락을 맞은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뿐이라도 섭섭하게 사례할 수 있나요. 저는 능력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특히 저를 따르는 사람은 더더욱."

발리안 품속에서 30만 골드의 어음을 꺼내 라딘에게 주었다. 레인보우 길드와 같은 작은 길드의 몇 달치 운영비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라딘이 굽실굽실하며 어음을 받았을 때 , 발리안의 못마땅한 목소리가 그이 귀청에 올려왔다.

"그런데 , 지그라는 자의 일행은 멀쩡하군요."

라딘은 유한 일행이 바치는 거울로 눈길로 돌렸다. 계곡 남쪽을 탐색 중인 유한 일행 역시 그들의 덫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나 수십마리의 몬스터에 둘러싸인 것치고 그리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찌그러져!"

"퀘엑!"

라딘의 눈이 동그래졌다. 대자앙이 녀석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레벨 132의 악령의 갑주들이 산산조각 박살이 나고 있었다.

놈뿐만 아니라 놈의 동료들도 굉장했다. 귀련의 부캐 파우린은 이미 랭커 수준으로 강력하다는 걸 알았짖만 , 다른 멤버들의 분전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것이었다.

늙은 영감의 지팡이에 맞자 몬스터들이 폭탄처럼 터져나갔고 , 활을 쏘던 궁수 소녀는 갑자기 광풍을 일으켜 몸들을 죄다 날려 보냈다. 그밖에 마법사도 꽤 레벨이 높아 보였고 , 버프와 힐을 남발하는 성직자 여자애도 '프리스트' 수준에 다다른 듯했다.

"송구합니다. 예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걸 예상치 못했습니다."

"아니오. 저렇게 발목만 잡아 줘도 충분합니다. 어차피 저렇게 헤맬 동안 이쪽에서 먼저 물건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 후후훗."

발리안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딘의 반대편에는 '트레져 헌터' 칭호를 단 도적 유저가 대기하고 있었다.

"운석은....신의 광물을 찾는 일은 어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송구합니다 , 저희 '쉐도우 워커' 길드가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던전이나 유적탐사 전문 길드인 쉐도우 워커. 브로딘 왕국일대에서 많은 유적과 던전을 발견한 그들이지만 , 현재 하늘에서 떨어진 돌 쪼가리 하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길드장인 '인디아나정수는'는 발리안을 볼 면목이 서지 않았다.

"서둘러 찾아 주싶시오. 다른 자들 신의 광물을 입수해서 절대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원래 발리안은 쉐도우 워커 길드장에게 더한 잔소리를 하려 했었다.

그러나 마침 단골 길드로부터 거래를 요청하는 쪽지가 왔기에 길게 책망할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 나무라면 반발을 살 수 있는 일이기에 그는 그 정도 선에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저는 잠시 브로인의 철공소에 다녀오겠습니다."

이미 고용한 마법사가 텔레포트 게이트를 열어 놓고 놓았다. 발리안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몸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왜 몬스터가 부쩍 늘어난 걸까?"

화살을 회수하던 채린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옆에서 몬스터들이 떨어트린 아이템이 수거하던 에이린이 별거 아니라는 투로 응답했다.

"업데이트 이후 이곳에 몹들이 많아졌다잖아요."

"그래도 며칠 전보다 더 많아졌잖아. 그리고 더 흉폭해 졌고"

"언니도 참 . 덕분에 레벨 업 잘 하고 득템 잘 하고 있으니 좋은 일이잖아요."

"그래도...."

채린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유한도 마찬가지였다. 왜이리 갑작스럽게 몬스터 군단이 줄지어 달려드는 것인지? 그것도 마치 기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어떤 놈들이 몹몰이를 하는건가?'

그러나 물증이 없었다. 몹몰이를 하는 녀석들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어떤 방식으로 몹몰이를 하는지 추측하기도 어려웠다.

전투 뒷정리를 마친 유한 일행은 일단 귀련의 별장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율리아 계속의 지도를 꺼내 그동안 새로 모은 정보를 종합했다.

그들은 요 며칠 원점으로 돌아가, 근방의 NPC들을 다시 만나서 운석이 떨어진 자세한 방향을 캐물었다.

"계곡 북쪽에 있던 사냥꾼 NPC 론 씨는 별이 떨어진 방향이 남쪽이라 했어요."

확실히 남쪽이라 말한 것은 아니다.NPC가 가리킨 방향이 그저 남쪽이었던 것이다.

"동쪽의 수도승 NPC도 남쪽을 가리켰지?"

"흠, 서쪽 요새에 있던 NPC 병사들도 동남쪽이라 하더구먼."

계곡 남쪽, 혹은 동남쪽.

그러나 이미 그곳도 샅샅이 살펴보았다. 가스톤 역시 그쪽에서 특별한 반응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쪽에는 의심할 만한 곳이 하나 더 있었다.

"만약에 운석이 좀 더 남쪽에 떨어진 거라면?"

유한은 심연의 호수를 가리켰다. 확실히 운석이 호수에 빠졌다면 지상에 흔적이 있을 리 만무했다.

"운석은 율리아 계곡에 떨어졌다고 하지 않았어요?"

"율리아 계곡 '근방'이라고 했으니까, 호수도 충분히 해당이 되지."

"하지만 운석이 떨어졌다면 휴양지의 유저들이 못 봤을 리 없잖아."

채린이 의문을 제시하자, 귀련이 곧장 응답했다.

"예전엔 호수를 찾는 유저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

심연의 호수에 유저들이 많아진 것은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고 시간이 좀 더 지나서였다. 몇몇 유저들이 땅을 사들이고 , 별장과 상가, 놀이시설들을 지어 휴양지로 구축한 후였던 것이다.

그 전에는 경치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은 일부 커플과 호수에서 네시를 잡으려는 용감한 유저들뿐이다

"더구나 목격하더라도 그저 별일 아니라고 여겼을 거야."

하기야 운석의 가치가 조명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또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간혹 번개가 떨어지거나, 폭풍이 부는 등 갑작스럽 기상 현상도 일어나기 때문에 운석도 단순히 그런 종류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장 가서 호수를 조사해 보죠."

"잠깐, 가는 건 좋은데 일단 행동에 주의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귀련이 주의를 주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대장장이가 끼여 있는 파티가 호수에서 뭔가를 찾는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른 탐사단도 너도나도 호수로 달려올 테니까.

"뭐 티 안 내고 조사하면 되잖아요."

은밀하게 조사할 계속을 세운 유한은 다시 심연의 호수로 발걸음을 옮겻다.호수에 도착한 일행은 두 팀으로 나뉘었다.

먼저 가스톤이 오펜과 함께 보트를 빌려 타고 호수로 나갔다. 자원 탐사를 위해서였지만, 낚시 도구를 챙겨 나갔기에 전혀 의심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린 다른 대장장이들의 동향을 살피도록 하죠."

유한을 비롯해 뭍에 남은 맴버들은 그 역할을 맡았다. 가능성이 많다지만, 운석이 호수에 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다른 탐사단의 동향을 조사하면 다른 가능성을 추적해 보려는 것이다.

"나랑 에이린은 휴양지 서쪽을 돌아볼게."

"그럼 저랑 시아는 동쪽을 돌아보겠습니다."

뭍에 남은 맴버들은 다시 둘로 쪼개졌다. 채린과 함께 휴양지 동쪽 거리를 돌아보던 유한은 며칠 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레벨 높은 녀석들이 많아졌어'

장비하고 있는 무구를 살펴보니 , 저번에 봤던 용병유저들보다 더 강해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휴양지 거리 곳곳에는 '호위해 드립니다', 호위병 구해요' 등의 팻말을 든 유저들이 돌아다녔다.

자신이 소속된 길드원들과 조우하는 대장장이 유저의 모습도 보였다. 유한과 채린은 거리를 걸어가며 유저들의 말에 부지런히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율리아 계곡에 뭐가 있다고 저리 찾아다니는거야?"

"고렙 대장장이의 퀘스트에 필요한 거라던데? 우리 길드 대장장이가 그랬어. 아 , 근데 이거 딴 데 가서 말하지 말했는데..."

"거 운석인지 별똥별지 무지 비싸다더라."

운석탐사에 나선 유저들이 쉬쉬하고 있짖만 , 소문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휴양지에 사람이 늘어나고 율리아 계곡으로 향하는 탐사낟이 많아진 것도다 그 때문이었다.

탐사단 중에는 대장장이가 유저가 인솔하지 않은 파티토 있었다. 아마 발견해서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가면 조심해야 돼. 요새 율리 계속 방면 몬스터들은 장난이 아니거든"

"수십 마리씩 몰려다니며 유저들을 덮친다지?"

몬스터들의 이상 현상도 언급되었다. 고레벨 호위 용병들이 등장한 것도 다 그 때문인 듯.

"발리안도 왔다면서?"

"어디서 소문을 들은 모양이야. 혼자 온 게 아니고 길드 몇 개를 고용해서 같이 왔다던데?"

"쳇 , 그 자식은 뭐 하러 온 거야."

발리안의 이야기도 들렸다. 이미 철공소를 지은 발리안이 신의 광물과 관련되 퀘스트를 받았을 리 없다.

분명히 퀘스트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 '뭐 때문에 왔을까?'

잠시고민하던 유한은 그가 말한 삭초제근이 생각났다. 풀을 베려면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를 생각하면 ,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대충 추리할 수 있었다.

'나쁜놈 , 훼방을 놓을 속셈이군.'

다른 유저가 철공소를 세우면 , 발리안의 입장에선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걸 사전에 차단하려 운석을 가로채려는 것이 틀림없다. 거기서 얻은 운석은 덤이고.

'뭐 ,내가 발리안이라도 그랬을 거지만.' 

유한은 그의 심정을 이해했다. 물론 그렇다고 신의 광물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퀘스트를 멋지게 완수해서 철공소를 세운 뒤 , 발리안을 보란 듯 눌러 줄 생각이었다.

-찾았다! 지그야 , 찾았어 !

갑자기 가스톤에게서 궛속말이 날아왔다.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유한은 그게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운석 찾앗습니까?

생각보다 너무 빨리 발견해서 믿기지 않았다. 유한은 확실한 말을 듣기 위해 그에게 궛속말을 보냈다.

-뭔지 모르지만 , 물 밑에서 한 번도 감지해 보지 못한 묘한 떨림이 전해지는구나.

온작 광물을 섭렵한 가스톤이 한 번도 감지해 보지 못한 거싱라면 신의 광물이 틀림없다. 이제 철공소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대충 위치를 확인하시고 돌아오세요.

-알았다.

유한은 마음 같아선 당장 배를 타고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일단 주변의 이목을 주의해야 한다. 자신도 지금 다른 대장장이들의 동향을 살피고 있는 중인데 , 다른 대장장이들이라고 그러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었다.

"지그야 , 오펜이 그러는데..."

"쉇!"

채린도 오펜에게서 궛속말로 연락을 받은 모양이다. 기쁜 듯이 말하려던 그녀는 유한의 반응에 입을 꾹 다물었다.

유한이 대장장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주시하고 있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채린도 그런 이들을 눈치 못 챌 정도로 둔하지 않았다.

"일단은 에이린이랑 파우린 누님에게 궛말을 보내. 선착장으로 오라고"

"알았어."

주변을 살펴본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휴양지 동쪽 끝에 위치한호화로운 별장. 빌리안이 사들인 이 별장의 홀에는 현재 10여 명의 맙버사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수십 개의 거울을 가져다 놓고 인근의 동향을 살피던 그들의 앞에 고용자인 발리안이 나타났다. 브로인에서 볼일을 마친 그가 율리아 계곡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수고들 많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감시 마법사들의 수장이 양피지 서류 하나를 발리안에게 제출했다, 그 서류에는 현재 율리아 계곡을 탐사 중인 유력 대장장이들의 동태가 기록되어 있었다.

대부분 누구는 어디서 몬스터에게 걸려 죽었고 . 누구는 엉뚱한 곳에서 삽질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과연 떠날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들이 하나 있었다.

"귀련과 지그 팀이 현재 놀있다고요?"

마법사는 그들을 비추고 있는 거울을 보여 주었다. 제법 큰 요트 하나를 대여한 그들은 호수 중앙에서 낚시도 하고 헤엄도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군요 . 귄련 님이라면 모를까 , 저 지그라는 사람은 철공소를 지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텐데 말입니다."

"탐사가 지루해서 잠시 쉬는 것은 아닐지는?"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발리안은 의심의 눈동자를 거둘수 없었다.

저 지그라는 녀석은 보통 대장장이보다도 훨씬 빠르게 실력을 쌓은 녀석이다. 누구보다 한발 팡서서 움직였기에 히든 스킬도 익혔고 , 리저드맨들도 한패로 만들었다.

그런 놈이 남들이 달려가고 있을 때 논다고 하니 어쩐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저것은 노는 것이 아니라...

"그래 , 그런 거였군요."

"예? 무엇이 말입니까?"

감시 마법사들의 수장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 발리안은 알 수가 있었다.

그는 명장이라는 자리에 설 때까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 왔다. 숱하게 주변 상황을 살피고 경험하면서 남들보다 우월한 안목관 결단력을 갖주게 되었다.

"귀련과 지그 팀은 호수로 놀러 간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 당장 전투원들을 소집하고 호수에 배 띄우세요."

발리안은 신의 광물을 누구에게도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100만 골드라는 거금을 들여 철공소를 완공했다. 그런데 누구는 퀘스틑 한 방으로 지을 수 있게 된다면 너무 불공평한 일이 아닌가.

먼저 철공소를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절대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의 경쟁자가 되려면 정정당당히 100만 골드를 써야 한다.;

발리안의 그것이 정의이며 , 정도라 믿었다. 게임사의 퀘스트 설정 따위 인정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ㅇ벗었다.

"기달리십시오 , 지그 님. 당신의 눈앞에서 신의 광물을 앗아가 드리겠습니다. 음하하하핫!"

대마왕과 같은 음흉한 웃음소리를 터트린 발리안은 곧장 호수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수에는 떨어진 운석의 위치를 확인한 유한은 곧장 회수 작업에 들어갔다. 6명이 넉넉하게 탈 요트를 1척 임대하고 , 남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놀러 가는 사람들처럼 차림새를 갖추었다.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아무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았다. 가스톤이 탐지를 했다는 곳에 도착한 그들은 곧장 운석을 건져 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난관들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숨이 막힙니다. 3분안에 숨을 쉬지 않으면 HP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크윽 , 제기랄!'

물 밑으로 잠수해 들어가던 유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와 함께 잠수했던 가스톤과 오펜도 얼마 있지 않아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안 되겠어요. 너무 깊어요."

"허허 , 감지될 때만 해도 가까운 곳에 잇는 줄 알았거늘."

호수가 생각보다 깊었다. 몇 차례의 시도가 모두 무산되자 , 세 사람은 배 위로 올라왔다. 게임이라 숨이 차지는 않았지만 , 일단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다.

"역시 안 되는 거야?"

"오빠나 할아버진 수영 스킬이나 잠수 스킬이 없으니까요."

에이린의 말이 맞았다. 수영과 잠수 스킬을 익히고 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두 가지 스킬은 강이나 바다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유저들이 익히게 되는 것이다.

현실에서 아무리 수영을 잘하고 , 숨을 오래 참는다 해도 게임 내에서 그 능력이 발휘 되지 잖았다. 물론 '요령' 을 아니까 남들보다 쉽게 배울 수는 있지만.

"잠수 장비 같은 거 없어요? 오리발이나 산소통 같은."

"그런 게 있다고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걸."

파우린이 고개를 저었다. 게임 속에 그런 게 있다면 휴양지의 대여 업체에서 먼저 사용했을 것이다.

"잠수 스킬이 있는 유저를 고용하는 건 어떨까요?"

"차라리 잠수 장비를 비슷하게 만들어 보면...."

괜찬은 생각이지만 , 당장 할 수는 없었다. 물밑으로 돌아가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별수 없군 . 그럼 돌아갈까?"

"좀 더 놀다 가죠 . 요트 대여비도 비싸게 줬잖아요."

"그럴까?"

그러나 유한은 요트 대여비가 아까워 허락한 게 아니었다. 오프라인의 바깥 계절을 생각하면 볼 수 없는 싱그러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배 위에는 한 미모 하는 아가씨들이 수영복을 입은 채 늘씬한 자태를 선보이고 있었다. 남의 눈을 속인다고 놀러 가는 차림새를 하고 나온 덕분이었다.

-잘말했다 , 지그야.

-가자고 했으면 배 밖으로 던져 버렸을 거야.

가스톤과 오펜이 궛속말로 칭찬을 해 주었다. 나이 많고 점잖은 어르신 , 어딜 봐도 우등생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 역시 그들도 남자라는 생물이었다.

풋 여물이었지만 귀여운 에이린이나 , 20대의 섹시한 몸매를 비키니로 감싼 파우린의 자태는 세 사내들의 눈을 참으로 즐겁게 해 주었다.

채린도 마찬가지였다. 스타일 좋은 몸매에 늘씩한 각서미는 보는 사람의 눈을 시원하게 해 주고 있었다. 거기에 가느다란 허리에 살짝 걸친 랩 드레스는 그녀의 매력을 더 높여 주었다.

유한이 게속바라보자 , 채린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뭘 헬렐레하고 쳐다보는 거야?"

"그냥 , 그쪽 경치가 아름다워서..."

유한이 싱긍벌글한 채 계속 바라보자 , 그녀는 곧장 평소에 입던 장비로 돌아가 버렸다.

"뜨헉!"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던 유한은 기겁했다. 채린이 속에 활을 집어 든 것이다.

"한번 알아볼까? 변태 잡으면 경험치 얼마나 주는지."

"시 , 시아야 , PK하면....으아악!"

화들짝 놀란 유한이 서둘러 돗대 뒤로 몸을 숨겼다. 그에게로 날아가던 화살이 돛대에 두두둑 박혀 들었다.

"바람이여 , 나의 화살을 인도하라!"

화살이 돛대에 가로막히자 채린은 발마의 날개를 이용했다. 그러자 바람이 불러와 그녀가 날린 화살을 인도했다.

화살이 커브를 돌며 날아드자 유한은 또 한 번 혼비백산했다. 그는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옛날 무협 영와의 주인공처럼 구르고 또 굴렀다. 안그랬다면 이미 고슴도치 꼴이 되고 말았을 터.

"좀 말려 줘!"

"괜찬아, 진짜로 죽는 것도 아니잖아."

유한이 애원했지만 , 동료들은 무정했다.

가스톤이나 오펜은 말려들기 싫어 잠자코 있었고 , 파우린과 에이린은 키득거리며 유한의 불행을 즐거워했다.

결국 유한은 배 구석까지 몰리고 말았다.

"시아야 , 내가 잘못했어. 난 그냥 네가 너무 예뻐서 계속 봤던 거야."

"시꺼 , 변태 . 넌 오늘 사망이야."

채린이 계속해서 살의를 불태우자 유한도 좀 화가 났다.

"아놔 , 쩨쩨하게 진짜! 수영복 차림 좀 봤다고 이러기냐! PK하면 너만 손해야!"

"글쎄 , 주인 없는 돌에 묶여 던져지면 내가 손해일까?"

채린의 말에 유한은 움찔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정해진 아이템 회수 시간은 30초.

버려진 채 30초가 지나면 해당 아이템은 임자 없는 아이템이 되어 누구나 주워 갈 수 있게 된다.

유한은 저번에 그 점을 이용해서채린의 파우치백을 압수해 간 티쳐스의 선생을 혼내 주었다. 그리고 그 전과를 자랑스럽게 채린과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한 그 방법에 이제 자신이 당할 판이다. 물 밑바까지 떨어지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질식해 죽는 데까지 30초 이상 걸릴 테니 채린은 아무런 패널티를 받지 않게 된다.

"언니! 스톱! 잠깐만 있어 봐요."

갑자기 에이린 나서서 채린을 말렸다.

"왜? 변태를 처단할 더 좋은 방법이 있어?"

"아니요 ,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에 기회를 살려 보는 게 어때요?"

"기회를 살리자니?"

"운석을 건질 기회요."

잠수해서 밑바닥까지 가는 데 시간을 잡아먹으니 발에 돌을 매달고 밑바닥까지 가라앉히자는 것이다.

돌을 매달았으니 자연히 빨리 가라앉을 것이소 숨을 참고 버티는 시간은 그만큼 절약된다. 그리고 운석을 회수한 다음에는 돌이 매달린 밧줄을 끊고 수면 위로 부상하면 된다.

"어이 , 깊이가 얼마나 된 줄 알고? 중간에 숨이 막혀 죽으면 어떻케 해?"

"호호호 , 그러면 언니를 엉큼하게 훔쳐봤던 오빠가 죗값을 치르게 되는 거죠."

채린은 에이린의 방법에 찬성했고 , 파우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 가스톤과 오펜은 애도의 눈길을 유한에게 보내 주었다

"그런데 돌을 어디서 구하죠?"

"요트 바닥에 벨러스트용으로 있을 거야. 배 중심을 잡는다고 자갈을 깔아 놓거든. 자루에 넣어서 무겁게 만들면 돼."

돌 문제는 금방 해결이 되었다. 유한의 발목에 돌 자루가 단단히 채워졌고 , 유한은 배 밖으로 강제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진 , 진짜로 하려는 건 아니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여러 번 죽어 봤지만 , 숨 막혀 죽은 적은 없었다. 그 고통이 과연 어떨지?

"당연히 진짜지 . 운석이 무거울 수도 있으니 이 밧줄을 갖고 가서 칭칭 묶어. 그럼 위에서 우리가 끌어 올릴테니까.

파우린의 말에 유한은 울상을 지었다.

"다 , 단검은요? 돌 자루를 매단 밧줄을 끊을 건?"

"맞다 . 그것도 줘야지."

그녀는 인벤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더니 호수에 던졌다. 단검은 금세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녀가 유한에게 단검을 주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중간에 끊고 기어올를지 모르니까."

"이러깁니까!"

"닥치고 입수!"

세 여자가 한꺼번에 달려들더니 유한을 호수에 집어던졌다.

풍덩! 

가스톤과 오펜은 무서운 세 여자들의 플레이를 말릴수 없었다. 말렸다간 같은 꼴이 될 것 같았다.

'지그야 , 살아라.'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뿐이었다.

'망할! 수영복 차림 좀 봤기로서니...'

돌 자루 덕분에 유한의 몸이 빠르게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투덜거리던 유한은 사방이 어두컴컴해짐을 느꼈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깊은 물속인 것이다.

'아직도 바닥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쯤 , 쿵 하는 느낌이 발목으로 전해져 왔다. 드디어 돌 자루가 바닥에 닿았다. 물 밑까지 도착한 것이다.

'칼!'

유한은 서둘러 단검부터 찾았다. 이대로 밧줄을 끊지 못하면 졸지에 익사하게 된다. 다행히 파우린이 던진 단검은 손이 닿은 곳에 있었다.

돌 자루에 매인 밧줄을 끊은 유한은 연방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운석을 찾았다. 어찌 되었든 일단 바닥까지 왔으니 , 건져서 올라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저건가?'

유한은 물 밑에서 번쩍이는 돌을 보았다. 흐린 빛을 흘리고 있는 돌은 한 아름은 족히 보였다. 손에 들고 수면까지 올라가기는 무리였기에 , 유한은 파우린이 쥐어 줬던 밧줄로 운석을 단단히 묵었다.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 그래도 어떻게든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묶는 것이 끝나자 유한은 밧줄을 잡아당겨 건져올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숨이 막힙니다. 3뷴 안에 숨을 쉬지 않으면 HP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마침 경고 안내창도 떳고 작업도 끝내기에 유한은 바로 몸을 날렸다.

'자 , 이제 탈출...커억!'

막 수면 위로 부상하려던 유한은 갑자기 어둠 속에서 번쩍 떠진 눈을 보았다.

커다란 쟁반만 한 눈알의 주인이 누군지 금방 느낌이 왔다. 심연의 호수를 다스리는 괴수 네시.

그놈 말고 다른 놈은 거론할 수가 없었다.

'젠장 , 망했다!'

유한은 정신없이 수면으로 솟아올랐다. 지금 그는 수영복 차림에 단검 하나 달랑 든 상태였다. 레벨 200은 족히 될 보스 급 몬스터를 상대할 상태가 아니었다.

-HP가 감소합니다. 서둘러 숨을 시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유한은 필사적으로 손발을 놀렸다. 안내창 때문도 아니고 , 빠르게 닳아 가는 HP바 때문도 아니었다.

네시가 쫒아올 거라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푸핫!"

익사 일보 직적에 유한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수 있었다. 서둘러 배 위로 올라온 그의 등을 동료들이 도닥여주었다.

"수고했어 , 해낼 줄은 몰랐는걸."

"대단해요 . 역시 지그 오빠의 생명력은 바퀴벌레와 동급!"

"괜찮니?"

채린이 염려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까는 화가 나서 집어 던지긴 했지만 유한이 오랫동안 수면위로 올라 오지 않아 걱정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한은 기뻐할 틈이 없었다. 지금은 다급히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모두 전투 준비해."

"뭐라고?"

"장비 갖추라고! 아님 우리 전부 죽어!"

유한의 고함이 끝나기 무섭게 요트가 크게 휘청했다. 

갑자기 날라온 거대한 바위가 요트 옆에 떨어진 덕분이었다. 바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번 , 세 번 계속 날아왔다.

세 번째 바위는 돗대를 하나 부수고 지나갔다.

"뭐야? 대체 누구야?"

모두들 바위가 날라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거대한 호화 유람석 1척이 떠 있었다 언제 저런 게 나타났는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모두들 물 밑으로 들어간 유한에게 신경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랍쇼? 이건 또 뭐야?'

유한은 어이가 없었다. 네시가 공격해 올 거라 생각했는데 , 갑자기 웬 엉뚱한습격?

전투용 선박이 아니지잠ㄴ , 유람선에는 공석용 투석기 세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주변에 있는 유저들은 재장전을 한답시고 지렛대를 당기고 , 바위를얹었다.

그러나 유람선은 재차 포격에 나서지 않았다. 그 대신 서로 얼굴을 마주 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하하하하핫! 놀라셨습니까?"

"발리안 , 이 자식!"

유람선에는 발리안이 타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밥맛인 녀석이었지만 , 지금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역겹기까지했다.

서둘러 무장을 갖춘 귀련이 발리안에게 도끼를 던지려 했다. 그러나 유람선에 타고 있던 레인보우 길드의 궁수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화살을 겨낭했다.

"섣부른 행동 하지 마십이오 , 귀련 님. 이왕이면 안 죽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 자식 ,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겠습니까? 저기 지그 님이 찾는 신의 광물을 가로채려는 것이지요."

역시 목적은 그것인 모양이다. 그러나 대체 저 녀석은 자신들이 여기서 신의 광물을 찾고 있는걸 어떻케 알았을까?

주위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 나름 준비를 했는데 말이다.

"후후후 , 내가 어떻케 알고 왔는지 궁금한 표정이군요. 실은 신의 광물을 손에 넣기 위해서 제가 인그에 감시용 아이템을 뿌려 놓았습니다. 사람도 많이 고용했지요."

"이런 미친! 그럴 돈 있으면 철공소나 하나 더 짓지 왜 남한테 고추가루를 뿌리는 거야!"

유한은 기가 막혔다. 감시용 아이템을 뿌리고 , 저런 유람선을 동원하고 , 또 저만한 전투원을 고용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돈을 남의 퀘스트를 방해하는 데 퍼붓다니! 역시 저놈은 사이코임에 분명했다.

"하하핫! 남은 뼈 빠지게 일해서 모은 돈으로 철공소를 지었는데 , 누구는 퀘스트로 손귑게 해결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손쉽긴 뭐가 손쉬워 , 인마!"

"아 , 닥치십시오. 닥치고 당장 이 수역에서 물러나십시오. 물에서 건져 낸 건 몽땅 이쪽에 넘겨주시고 말입니다."

"시끄러! 어디서 해적...아니 , 수적질이야?"

"응하지 않으면 전원 수장시켜 드리겠습니다. 업데이트 이후로 물에 빠져 죽으면 어떻케 되는지 아시지요?"

듣긴 들었다. 아이템의 일부를 소실한다고. 그렇게 잃어버린 아이템이 물고기가 꿀꺽하고 , 그 물고기를 잡은 유저가 횡재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바다. 과연 호수에서도 그럴까?

그러나 배짱을 부리기엔 상황이 너무 불리했다. 발리안쪽이 배가 더 크고 전투 인원도 많았다. 투석기까지 있어 일행이 타고 있는 요트를 부수려고 작정한다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제가 셋 설 때까지 결정하십시오. 하나 , 둘...."

발리안이 둘까지 셌을 때였다. 갑자기 거센 물보라가 일어나더니 배가 휘청했다.

유한 일행이 탄 보트는 뒤집어질 뻔하다가 간신리 중심을 잡았고 , 발리안의 거대한 유람선도 좌우로 흔들거렸다.

덕분에 갑판에 당당하게 서 있던 발리안은 넘어져서 불썽 사납게 엉덩방아를 찧어야 했다.

"으윽! 대체 뭡니까!"

"바 , 발리안 님 ,  저길 보십쇼!"

발리안은 마법사의 떨리는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 보았다.

수면 위에는 굵고 긴 목을 내민 괴수가 있었다. 머리는 메기를 닮았지만 목은 드래곤에 가깝게 생겨 먹은 녀석

심연의 호수를 다스리는 괴수 네시였다.

"퀘에에에에엑ㅡ!"

네시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자신의 안식을 깨운 인간들에 대한 분노였다.

제일 먼저 녀석을 깨운 것은 유한이지만 , 발리안 일당도 한몫 단단히 했다. 유한의 요트를 공격한다고 투석기를 쏘면 소란을 피운 게 결정적이었던 것이다.

"고 ,공격! 어저 저 괴물을 죽이십시오!"

상대가 유저라면 어떻케 대화로 오해를 풀겠지만 , 상대는 몬스터 공격을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공격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발리안의 명령에 레인보우 길드이 궁수들이 활을 쏘고 용병 유저들이 네시를 향해 투석기를 쏘았다. 마법사들도 필사적으로 마법탄을 날려 댔다.

"파워 샷!"

"파이어볼!"

"퀘에에엑!"

발리안 일당은 선공에 네시가 주춤했지만 , 그래도 심연의 호수를 지배하는 괴수답게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대신 입으로 독액 브레슬르 뿜어 대고 , 물보라를 입으켜 유람선을 뒤집으려고 했다.

"으아앗! 이게 대체 뭔 난리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긴 유한일행은 배가뒤집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감힘을 썻다

파우린이 키를 잡는 사이 , 채린은 서둘러 인벤에서 바람의 날개를 꺼냈다.

"바람이여 , 우리르 뭍으로 인도해 다오!"

바람의 무녀 아르네스에게 받은 유니크 아이템 바람의 날개

바람을 부리는 힘을 가진 이 신기한 보석은 채린의 레빌이 올라가고 거듭 사용할수록 위력이 점점 더 강해져 갔다.

처음에는 공중에서 중심을 잡거나 바람을 타고 나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지만 , 이제 화살을 유도하거나 근접해 온 몬스터를 날려버리는 위력적인 힘을 보여 주었다.

휘이잉!

거세게 불어온 바람이 유한 일행이 탄 요트를 밀어 보냈다. 덕분에 요트는 전투 지역에서 벗어나 가까운 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의 속도가 일행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발리안의 공격으로 돗 하나가 부러져 버린 탓이다.

"더 빨리! 더 빨리 밀어줘!"

채린은 연방 바람을 재촉했다.

"퀘엑?"

네시는 달아나는 유한 일행이 탄 배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러나 녀석은 그들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아직도 자신의 공격에 상당수 살아남은 발리안 일당이 공격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으! 갑자기 어째서 이런 괴물이!"

발리안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이미 갑판에 있던 전투원의 절반 이상이 죽었다.

배 위에서는 독액 브레스를 피할 공간은 한정돼 있고 , 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공격 성공룰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네시를 한 번이라도 잡아 본 유저들은 수면 위에서 녀석과 상대하지 않은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산직인 발리안이 알 리 없었고 , 그가 부리는 용병 유저들도 네시와 싸워 본 경험이 없는 자들이었다.

"어 , 사라졌네?"

갑자기 네시가 발리안 일당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HP가 많이 떨어졌던데 , 견디지 못해서 도망가 버린 것일까? 그런  생각에 안도의 숨을 쉬고 있던 그들에게 재앙이 닥쳐왔다.

으드득! 와지끈!

"아이고오!"

네시는 도망간 게 아니었다. 배 밑으로 들어간 네시는 솟구쳐 오르면 유람선을 들이받았다.

용골이 부러지면 배가 둘로 뚝 쪼개졌다. 아우성치는 유저들이 수면 위로 자갈처럼 떨어졌다.

그때부터 네시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네시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유저들을 지느러미로 쳐 날려 버리거나 입으로 물어 죽였다.

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일부러 물 밑으로 끌고 들어가 질식시켜 죽이기도 했다.

"으악! 살려 줘!"

판자 조각하나를 붙들고 허우적거리던 발리안도 네시 입에 물려 물 밑으로 끌려 들어갔다.

발리안 일당의 희생(?)에 힘입어 유한 일행은 무사히 근처의 섬에 도착했다. 꽤나 넓지만 인적이 없는 게 아무도 살지 않은 무인도 같았다.

서둘러 땅으로 올라온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 갑자기 필드 보스가 나타나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일단 생존을 쟁취하자 , 일행은 다음 건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운석은?"

분명 자신들은 우넛ㄱ을 건져 올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발리안이 나타나 훼방을 놓았고 , 네시의 등장 때문에 신경도 못 쓰고 도망을 쳐야 했다.

"훗! 신의 광물은 여기 있지!"

유한은 어깨 위의 짐을 일행에게 보여 주었다. 한 아름이나 되는 은빛 바위를 짊어진 유한의 눈앞에 안내창이 스르륵 나타났다.

-신의 광물을 입수했습니다. 구센도르프에게 갖고 가 보상을 받으십시오.

"아니 , 대체 어느 틈에?"

"챙길 건 챙겨야죠."

조금 전 다급 상황에서도 , 유한은 운석을 건져 올렸다.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던가 . 아무리 상황이 급하고 혼란스럽다 해도 이대로 두고 가기에는 아까웠다. 그래서 유한은 ㄱ회를 탐다 끌어 올렸고 이렇게 가져온 것이다.

"하여간 지그 오빠는 악착같다니까요."

"공부를 그렇게 하면 전국 수석도....으아아악!"

오펜이 말을 하다 말고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다른 이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크웨에에에!"

유한은 땅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다. 돌아봄 안되나 싶었지만 ,결국 돌아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섬에 상륙하신 호수의 제왕 네시를 

"퀘에에에!"

"엄마야!"

네시의 입에서 독액 브레스가 쏟아지자 , 근방의 촘고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타 버렸다.

일행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사방으로 흩어진 일행중에서도 세는 유독 유한만을 노리면 엉긍엉금 쫒아갔다. 

"악! 왜 날 쫒아오는 거야!

정신없이 도망치던 유한은 그만 들고 뛰던 운석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러자 네시는 달아나는 유한은 안중에 두지 않고 운석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떨어진 운석을 이빨로 살짝 집어 들었다.

"이 자식아 ! 그건 내 거야!"

도망치던 유한이 되돌와와 네시에게 덤볐다.

놈이 노리는 것이 신의 광물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그것을 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벗었다.

제대로 장비를 갖춘 유한은 들고 있던 마이티소드를 네세의 콧구머에 푹 밀어 넣었다. 여린 콧구멍이 찔린 네시는 물고 있던 운석을 떨터트리고 말았다.

"퀘엑!"

네시가 또다시 독액을 뿜으려는지 , 목을 부풀렸다. 그러나 바람같이 달려온 파우린이 장창으로 녀석을 목을 찔렀다.

"누님!"

"이놈은 땅에서 둔해! 버벅거릴 때 해치워 버려!"

그녀는 율리아 계곡에 머물면서 종종 네시를 사냥하는걸 구경했다.

네시는 메기의 머리에 드래곤의 목 , 거북의 몸통에 꼬리와 발 대신 지느러미를 가진 괴물이었다. 물에서는 무적의 존재지만 , 육상에선 제 힘을 온전히 쓰지 못했다.

그래서 네시 전문 사냥꾼들은 놈을 항상 육지로 끌고와서 잡곤 했다.

'그러고 보니 바츠 적게 녀석을 잡았을 때도.....'

땅 위에서 잡았지 , 물 위에서 잡은 것은 아니다.

유한은 녀석의 이빨과 독액에 주의하며 놈의 몽 이곳저곳을 찔렀다. 등판이 거북이처럼 딱딱하긴 했지만 , 그 외에 비늘로 덮인 곳은 찌를 만했다.

"우리도 거들게!"

흩어졌던 동료들도 제대로 무구를 갖추고 돌아와 네시를 공격했다.

"파워 샷! 트리플 샷!"

"파이어 레인!"

채린과 오펜이 공격을 퍼붓는 사이 , 가스톤이 용감하게 놈의 등으로 올라갔다.

"발파!"

"퀘에엑!"

가스톤 특유의 발파 스킬은 네시의 딱딱한 등판을 사정없이 깨부쉈다. 유한의 파우린이 이어서 달려들어 가스톤이 터트린 등판에 칼과 창을 찔러 넣었다.

"힐링! 스트랭스!"

에이린은 부지런히 동료들을 살피며 힐과 버프를 공급했다.

모두가 필사적이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네시에게 당하는 건 둘째 치고 , 겨우 건져 낸 신의 광물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6명으로 벅차디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있는 힘을 모두 짜내어 공격을 퍼부었다

"퀘에엑!"

네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조금 전 발리안 일당과의 전투에서 피를 적지 않게 흘렸다. 그런 상황에서 여섯인간들이 악다구니처럼 달려들었다.

한 번에 쓸어버리고 싶지만 , 지상에서는 특기인 물보라를 일으킬 수도 없고 , 몸통 무딪치기를 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독액 브레스도 무한하지 않았다.

결국 네시는 호수로 고개를 돌렸다. 달아나려 했지만 , 이 피라니아 같은 인간들은 그를 보내 주지 않았다. 도망갈 기미를 보이자 , 지느러미부터 마구 찌르고 베고 지져 댔다

"키에에에엑!"

구슬픈 울음을 흘리면 네시의 목이 축 늘어졌다.

동시에 유한의 눈앞에 안내창이 번쩍 떠올랐다.

-경험치 6 ,000을 얻엇습니다.

-레벨 145가 되엇습니다.

 힘이 1 올랏습니다

 지식이 1 올랏습니다.

-네시의 비늘을 얻었습니다.

-섬광의 레이피어를 얻었습니다.

-스나이퍼의 활을 얻었.....

"우와 대박 득템이다!"

다들 입이 귀밑까지 벌어졌다. 네시가 꽤 많은 아이템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스 몹답게 경험치를 많이 줬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을 전혀 틀리지 않았다. 신의 광물도 손에 넣고 대박도 터트린 일행은 한참 동안 그자리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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