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철공소를 만들자 (69/143)

4.철공소를 만들자

"뿌드득 , 가만두지 않겠다!"

길드 운영 위원회의 통보를 받은 김필중은 이를 갈았다.

가짜 바츠 사건으로 망신을 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 철십자 길드에서 영구 추방된것이다.

철십자 길드는 '모든 것은 김필중이 저지른 일' 이라면 등을 돌렸다. 따지고 싶어도 게임사가 계정을 압류해 버려 그럴 수도 없었다.

계정 압류까지 당할 줄 몰랐던 김필중은 펄펄 뛰었다.

사칭을 했지만 ,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고 항의해 보았다. 그러나 드림맥스 쪽에서 '해킹된 바츠의 아이템을 소지한 채 사칭을 한 의도가 지극히 불순하다' 며 항의를 받아 주지 않았다.

"제길 , 이게 다 지그인지 지랄인지 하는 자식 때문이다."

김필중은 미친듯이 지그의 유저를 추적했다.

그러나 해커도 아닌 그가 비밀로 되어 있는 유저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쓸 만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인지 의외의 길이 열렸다. 갑자기 낯선 번호로 휴대폰이 울리더니 아주 낯익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여어. 머리가 쪼개진 기분이 어땟냐, 가짜 바츠."

바로 지그 그놈이었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훼방을 놓은 원수 같은 놈

"이 자식! 내번호를 대체 어떻케 알고!"

"크크크 , 철십자 길드 홈피를 뒤지니까 간단하던데?"

그러고 보니 여성 유저를 꼬실 목적으로 길드 홈피에 글을 적으면 이런저런 정보를 남겨 두었던 것이 생각났다. 휴대폰 번호라든지 , 메신저 주소라든지.

"뭐 하러 전화를 한 거냐?"

"너 약 올리려고."

"크아악! 이 새끼가 정말 죽고 싶나!"

김필중이 이성을 잃으려 하자 상대가 달래듯 말했다.

"아, 농담이야 ,농담. 사실은 네가 날 찾아 방방 뛰고 있을 것이 눈에 선해선 말이야. 내가 그 답답한 심정을 잘 알거든."

잘 알아? 도대체 뭘 잘 안단 말인가?

"너 나랑 현피 뜨고 싶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 새끼야!"

김필중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말 눈앞에 있으면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잘됐군. 나도 너한테 열 받는 게 많아서 묵사발 내주려던 참이었거든."

갑자기 상대방의 말투가 싸늘하게 바뀌었다. 김필중은 어이가 없었다. 적방하장도 유분수지 , 제놈이 열 받을 게 어디 있다고 그런 소리를하는가? 당한 것도 그고 , 손해를 본 것도 그 였는데 말이다.

"장소랑 시간은 네가 잡아라. 그럼 내가 찾아가 주마."

상대는 진심인듯 목소리가 진지했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김필중은 장소와 시간을 일러 주었다.

마침 연락한 상대의 전화번호가 서울 지역이었기에 , 조만간 만나서 현피를 뜨기도 안성맞춤이었다.

"좋다! 내일 아침 여섯 시까지 학힘 고등학교 옆의 공원으로 나와라. 안 나오면 지그 네놈이 찌질이 고자 새끼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도배를 할 테니 그리 알아"

"흥! 너나 늦잠 쳐자지 마라 , 멍청아."

"뭐야! 이게...."

김필중은 몇 마디 욕을 더 퍼부으려고 했지만 ,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으아아아! 내 이 자식을 갈아 먹지 않으면 성을 간다 , 성을 갈아!"

잠시 식식거리던 그는 흥분을 가라앉힌 뒤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 나다 . 좀 거들어 줄 일이 생겼는데 , 내일 아침 여섯 시까지..."

"흥 , 머저리."

유한은 공중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가 김필중에게 전화를 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놈의 정체를 폭로하고 다시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지만 , 그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 박살을 내 놓아야 한다.

과거 힘이 없어 도망치고 당하기만 할 때와 다르다. 이제는 웬만한 또래 양아치 네다섯 정도는 가뿐히 상대할 만큼 강해졌다. 게다가 강북에서 알아주는 주먹인 고경덕과 싸워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고.

"예전에 당할 것의 이자를 복리까지 쳐서 돌려주마."

학림고 시절의 복수를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유한이었다.

                             2

이튼날 아침 , 유한은 일어나자마자 간편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어차피 한판 뜨러 나가는데 운동복만큼 편한 것은 없었다.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에 나간 유한은 주의를 둘러보았다. 학교 다닐 때와 달리 , 공원은 공사 중이었는지 곳곳에 자재와 벽돌들이 쌓여 있었다.

'오는군.'

주위를 둘러보던 유한은 공원 반대편 입구로 들어서는 놈들을 발견했다. 바로 김필중을 위시한 20명 정도의 양아치들.

하나같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이 이곳에서 유한을 해치운 뒤 학교로 가려는 모양이다. ' 그런데 좀 많군.'

김필중이 동료를 데리고 나올 것은 짐작했지만 20명이나 데리고 나올 줄은 몰랐다. 유한이 눈살을 찌푸리고 서 있자 그를 알아본 김필중이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겁도 없이 혼자 나오다니 간덩이가 부었군."

"흥 , 넌 여전히 새가슴이라 똘마니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냐?"

"여전히라니? 니가 날 언제 날 봤다고?"

김필중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 말고 저 녀셕을 본 적은 없었다.

유한은 실망했다. 김필중은 물론이고 , 놈의 주변에는 과거 자신을 괴롭힌 녀석들이 제법 있었건만 ,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쳇 , 병신들 . 기억력이 붕어 수준으로 퇴화했군."

김필주의 똘마니 중 하나가 유한에게 달려들었다. 유한은 피하기는 커녕 발을 뻗었다.

"컥!"

콩팥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차인 똘마니는 짧은 비명을 토하며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단 한 방에 동료가 쓰러지자 김필중과 다른 양아치 녀석들이 흠칫 놀랐다.

"생각이 안 나면 날 때까지 두들겨 패 주지."

"개자식! 웃기지 마! 달랑 한 놈인 주제에 우릴 이길 수있을 것 같아?"

"흥, 버러지 스무 마리가 뭉쳐 봤자지!"

"크악! 당장 저 자식을 족쳐 버려!"

김필중의 외침에 양아치들이 유한에게 우르르 달려갔다. 쿵!

유한은 마치 황비홍처럼 자세를 잡더니 강하게 앞발을 굴렀다. 조용한 새벽이라 제법 큰 소리가 났다.

양아치들이 움찔 놀라 멈춰 서자 유한은 씨익 웃어 준뒤 곧장 등을 돌려 달아났다.

"이 씨뱅이 누굴 놀려!"

"넌 오늘 잡히면 최하 사망이다!"

유한은 기세에 잠깐 긴장햇던 일진들은 그가 도망치자 고함을 지르며 뒤를 쫒았다.

"크하핫! 그럼 그렇지!"

처음에 유한이 20명에 달하는 일진들을 상대로 전혀 꿀림 없이 나오자 살짝 걱정했던 김필중은 역시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제까짓 게 날뛰어 봐야 내 손바닥 안이지.' 그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똘마니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탁탁탁!

유한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양아치 녀석들이 잘 따라오고 있나 살피기 위함이다. 처음 그는 놈들과 공원에서 싸우려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수가 너무 많았다. 6명 정도까지라 면 어떻케 해 보겠는데 , 20명이 넘는 숫자는 무리였다. 게다가 이 공원 현재 공사중이라 각목이나 벽돌과 같은 흉기로 돌변한 것들이 널려 있었다.

언제든지 무기를 들 수 있는 비겁한 놈들에게 유리한 전장인 것이다.

'대발 사부도 소나기는 피해 가랬으니까.' 그래서 유한은 작전상 후퇴를 선택했다.

"헉헉! 너 이 새끼 , 거기 안 서?"

"잡히면 진짜 죽여 버린다!"

세 녀석이 숨을 헐떡이면 유한의 뒤를 쫒아왔다. 처음에는 스무 명에 달하는 인원이 그를 쫒았지만 , 근처 골목을 몇번 돌다 보니 발걸음이 느린 녀석들은 뒤쳐져 버렸다.

"오냐 , 어디 죽여 봐라!"

셋 정도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겠다 싶은 유한은 뒤 돌아서서 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침 그들이 서 있는 장소는 계단 유한은 위에서 날듯이 점프해 양아치들을 온몽으로 깔아 뭉갰다.

"크에엑!"

"케엑!"

졸지에 유한의 몸에 깔린 일진들 . 그들은 설마 죽어라 도망치던 녀석이 뒤돌아 덤빌 줄은 몰랐기에 그만 허를 찔리고 말았다.

녀석들은 높은 계단에서 구르면 온몸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죽여 봐! 죽인다면서 , 자식아!"

퍽퍽퍽!

유한은 바닥에 누워 마치 구더기처럼 꿈틀거리는 놈들을 발로 마구 걷어찼다. 르렇게 몇방을 먹였을까.

"놈이다! 놈이 여기 있다!"

골목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일진 녀석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어느새 쫒자온 것이다. 유한은 패던 것을 멈추고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달아났다.

"잡아! 어서 따라가서 잡으란 말이야!"

동료가 당한 것을 확인한 일진들은 눈에 불을 켜고 유한을 추격했다. 하지만 유한은 극기도장에 부지런히 단련한 몸. 이정도의 뜀박질은 수련 전의 몸 풀기에 지나지 않았다.

또다시 몇 분 동안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추격이 계속 되었고 , 일진들이 몇 남지 않자 유한은 다시금 멈춰 섰다. 

"헉헉! 시뱅이 너 이 자식."

"오늘 우리가 고생시킨 만큼 더 맞을 줄 알아!"

놈들의 협박에 유한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겨울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다리가 반쯤 풀린 놈들이 할 만한 소리는 아니라 싶었기 때문이다.

"자 , 도망 안 갈 테니 어디 때려 봐."

유한의 맘 놓고 때려 보라는 포즈에 맨 앞의 녀석이 달려들면 주먹을 날렸다. 하체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날린 주먹이라 맞아도 별로 아플 것 같지 않았지만 , 유한은 슬쩍 허리를 비틀었다.

그리고 녀석의 팔과 멱살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려꽂았다.

"컥! 왜...?"

"내가 바보냐? 일부러 맞아 주게."

그의 빈정거림에 화가 난 양아치들은 한꺼번에 유한에게 덤벼들었다.그러나 부실한 하체로 휘두른 주먹은 허공만을 휘저을 뿐이었다.

그와 달리 놈들 틈 속으로 매섭게 파고든 유한은 한 발, 한 발 강편치를 날렸다. 도장에서 배운 대로 콧대와 인중 , 고나자놀이 등 상대가 맞고 정신 못 차릴 급소만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크윽! 제기랄 이게..."

쌍코피를 터르리며 물러난 양아치는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똑같은 거리와 시간을 뛰어왔는데 , 자신들은 지치고 , 저놈은 쌩쌩한 건지?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담배 피지 말라고 했잖아 , 새꺄!"

눈앞의 녀석은 과거 유한에게 담배 연기를 뿜고 당배꽁초를 손등에 비벼 끌려고 햇던 녀석이었다.

충고와 함께 날아간 그의 원투 펀치가 녀석의 양쪽 눈에 작렬했다. 눈이 시뻘겋게 부풀어 오른 셕은 다른녀석들과 사이좋게 바닥에 몸을 뉘었다.

"후후후, 또 오시는군."

몇 놈을 뻗게 만든 사이 , 다른 양아치들이 헉헉거리면 쫒아왔다. 유한은 진즉에 일진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학교 근처 주택가라 길을 모르는 것도아니고 , 체력 또한 별로 소진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일진 녀석들을 골목으로 끌어들여 작은 단위로 흐트러트린 뒤 하나하나 박살 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전에 게임에서 바츠로 플레이하면서 쓰던 작전이었다.

혼자서 잡기 벅찬 몬스터들은 달아나면서 일렬로 늘어트려 놓고 한 마리씩 제거해 가는

"자 , 오늘 강유한이 레벨 좀 올려 볼까?"

다시 돌아서 양아치 몬스터들을 유인해 가는 유한의 표정은 예전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주름잡던 바츠의 얼굴이었다. 게임에서만 발휘되던 그의 강함이 현실에서도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3

김필중은 느긋한 걸음으로 부하들의 뒤를 따랐다.

비록 골목길이 복잡했지만 , 놓칠 염려는 없었다. 왜냐하면 손바닥 보듯이 길을 휜히 파악하고 있기에.

'훗! 지금쯤이면 놈을 잡아서 족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김필중이 골목을 돌았을 때였다. 계단 앞에 쓰러져 있는 세 명을 발견했다.

'뭐야? 여기서 싸웟나?' 하지만 좀 이상햇다. 정작 쓰러져 있어햘 녀석은 없고 자신의 부하들만 끙끙거리며 드러누워 있었다.

'운이 좋았겠지.' 그렇게 생각한 김필중은속도로 높여 골목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또 발견할 수 있었다. 으깨진 감자처럼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똘마니들을. 그들은 하나같이 쌍코피가 터지고 이가 부러지고 눈이 풀린 상태였다.

"야 , 도대체 어떻케 된 거야?"

김필중은 그나마 멀쩡한 보이는 부하 하나를 붙들고 물었다.

"히이익! 그 새끼 보통이 아냐."

아까 맞은 것을 떠올리던 똘마니는 몸서리를 쳤다. 갑자기 돌아서서 발차기를 날렸는데 , 그거 한방 맞고 숨이 완전히 멎는 줄 알았다. 그보다 살벌햇던 것은 귀뺨을 날려 버린 주먹이었다. 한순간 온 세상이 치즈처럼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뭐라고?"

순간 김필중은 가슴이 섬뜩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자신의 부하들은 10명 이상 남아있었고 , 그들이라면 지그 유저 녀석을 박살 낼 거라 믿었다. 김필중은 이젠 아주 뛰듯이 골목을 달렸다.

"이럴 수가!"

그러나 속속 발견되는 것은 모두 자신의 부하들뿐이었다. 어디에도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부하의 말에 의하면 지그 유저 녀석이 애들이 전부 이지경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20명 앞에서도 당당하기에 한가락하지 않나 싶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근방에서 어깨 힘주고 다니는 학림고 일진들은 이렇게 죄다 구겨 버리다니. '보통 놈이 아니다.'

증원이 필요했다, 아니, 짱인 정현일에게 보고해야 할 지도 그러나 김필중은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휴대폰을 휙 낚아채더니 , 두 동강으로 부러트려 버렸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 버러지 몇 마리 더 부른다고 될거 같아?"

어느 틈에 왔는지 , 놈이 눈앞에 서 있었다. 휙!

흠칫 놀란 김필중은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유한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주먹이 빰을 스치긴 햇지만 , 별로 아프지 않았다.

'진짜는 반대편이겠지?' 그게 김필중의 수법이었다. 눈속임으로 가벼운 펀치 한방 날리고 반대편에 묵직하게 장전한 주먹을 날리는 . 예전에 몇 버닝나 샌드백처럼 맞은 덕분에 기억하고 있었다.

덕분에 유한은 김필중이 진짜를 날리기 전에 놈의 얼굴에 박치기를 먹일 수 있었다.

"크악!"

코뼈가 내려앉은 김필중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코피와 함께 왈칵 눈물이 흘러나왔다. 뿌옇게 흐려진 그의 눈에 유한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 맥주병을 집어 들고 바닥에 내리쳤다. 반쯤 부서져 나간 자리가 날카롭게 빛났지만 유한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놈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충분히 피할 자신도 있었다.

"훗! 하여간 양아치 새끼들은 다 똑같다니까."

유한의 독설에 김필중의 눈이 뒤집어졌다. 그는 앞으로 달려들며 유한을 향해 병을 내질럿다.

"어이 , 그걸로 나 찌르면 살인미수라고 , 살인미수."

"애개 , 코앞에 있는데도 한 방도 못 맞추냐?"

"그래 가지고 어떻케 일진 부짱이 되었냐? 너 고스톱쳐서 땃지?"

유한이 요리조리 몸을 피하면 놀리자 김필중의 얼굴이 삻은 돼지 간처럼 벌게졌다.

"크아악! 좀 죽어 , 자식아!"

"내가 왜 죽냐? 네가 죽어야지."

적당히 놀렸다 싶은 유한은 수도로 놈의 손목을 쳐서 맥주병을 떨어트리게 만든 후 , 멱살을 잡고 엎어쳤다.

퍽!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등짝부터 떨어졌으니 엄청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유한은 놈이 비틀거리리면 일어나기를 기다려 얼굴과 복부에 연달아 잽을 날렸다.

갑게 주먹을 뻦는것 같지만 꽂히는 순간에는 묵지한 힘이 실려 있었다. 눈앞에 연방 ㅂ너갯불이 튀자 김필중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크억 ! 그 , 그만 때려!"

도저히 상대가 안 됨을 깨달은 김필중은 사정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지 생각남녀 고려해 보지."

유한은 김필중의 샌드백 치듯이 계속 후렸다. 김필중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대체 이놈은 누구인지.

분명 자신이나 자신의 패거리를 알아보는 것을 보면 ,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녀석일 것이다. 잘 생각 보니 어딘가 낯익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먹이 꽂힐 때마다 , 기억은 저펴능로 사라져버렸다. 정말 , 이렇게 무지막지한 놈을 예전에 만난 적이 있기나 한 걸까?

"이젠 좀생각이 나냐?"

펀치 세례가 잠시 멈췄다. 유한의 물음에 우물거리기만하던 김필중은 번개 같이 깨진 맥주병을 들고 유한에게 달려들었다.

"죽어!"

"병신 새끼 , 니가 그럼 그렇지!"

뻐 ㅡ 억!

멋지게 돌려 찬 유한의 뒤차기가 김팔중의 복부에 꽂혔다 . 거의 ㄷ 자로 몸이 꺽어진 김필중은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우웩!"

김필중은 오늘 아침에 먹은음식을 바닥에 토해 냈다. 그는 자신이 게워 낸 토사물에 얼굴을 처박았다. 유한이 다가와 발로 그의 머리를 짓누른 덕분이었다.

"이래도 생각 안나냐? 너하고 정현일 그자식이 매번 이렇게 날 처박아 줬었잖아."

학교를 그만두기 전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서 괴롭혔었다. 김필중은 상대가 예전에 자신들에게 당했던 녀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 , 몰라 정말 모르겠어 . 누 , 누군지 몰라도 내가 잘못했어"

유한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대체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은 얼마나 많으 애들을 괴롭혔으면 , 자신의 일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

사람을 그렇게 진저리나도록 괴롭혀 놓고는 

"이 개자식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크아악!"

지금까지만 해도 그저 ' 상대를 때려눕힌다.'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유한의 발길질이나 주먹에는 ' 죽여 버리겠다;는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주변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양아치들은 벌벌 떨기만 하고 김필중은 구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싸움질을 하면 살았던 그들도 저렇게 살벌하게 사람을 때르는 녀석은 본적이 없었다.

'히익! 주 , 죽는다. 이 자식은 정말 날 줄일 거야' 두둘겨 맞으면서도 김필중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기억속에 떠오르는 놈들과 유한의 얼굴을 대조해 보았다. 그러자 오래 전에 벌레처럼 괴롭혔던 비리비리한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학교 급식 때문에 학교와 재단을 곤란하게 했던 놈이었다. 굠감이 정현일과 애들을 시켜서 처리하라 했던 그 녀석 이름이 분명...

"커억...꺽!"

김필중의 눈이 풀리자 , 유한은 주먹을 멈췄다. 더 이상 패 버리면 정말 줄을 놓아 버릴 것이고 죽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죽이고 싶어도 진짜 살인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휴한은 김필중을 양아치들에게 던져 버리고 말했다.

"그 자식 깨면 전해 . 다시 나랑 마주치면 그땐 진짜 죽는다고."

"아 , 알았습니다."

완전히 피 떡이 도니 김필중의 얼굴을 보니 양아치들의 입에서 높임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너네 학교 대가리한테도 말해. 다음은 그놈차례라고."

오늘은 김필중 , 다음엔 정현일 , 그 다음은 학림고 정교감 박살 낼 순서를 그렇게 잡은 유한이었다.

그는 골목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아니 , 그 전에 근처의 목용탕부터 찾았다. 땀으로 흥건한 몸도 씻고 , 옷에 묻은 핏자국도 지워야 했기 때문에.

                                       4

"너 아침부터 어딜 갔다 온 거니?"

유한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머니 김 여사가 아침밥상을 차리고 말고 물었다.

"운동 좀 하러요."

"히야~! 우리 아들 철들었네. 일찍 일어나라고 깨워도 늦장 부리기 일쑤더니 , 오늘은 해가 안드로메다에서 뜬 모양이네."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유한은 내심 찔렸지만 , 모른느 척 방으로 들어갔다. 간만에 식구들과 아침을 먹은뒤 그는 캡슐에 들어갔다. 그러나 곧바로 게임에 접속하지 않았다. 게임을 시작하지 앞서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앙금으로 자리햇던 김필중과 학림 고 일진들의 시원하게 두들겨 팼지만 , 아직 가슴속 , 분노가 식지 않는 상태였다.

'멍청이 , 그대로 학림고에 쳐들어가서 엎어 버렸어야지.' 유한의 마음속에 있는 바츠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말이 맞는지 모른다. 정현일을 묵사발 내고 학교에 불을 확 싸질렀다면 속이 시원햇을지도.

'아니야 , 그건 범죄야.' 단지 두들겨 패고 부수는 것으로 맺혔던 복수가 깔끔하게 풀릴까? 그건 아니다 . 자신이 좌절하고 방황햇던 고통을 그대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주먹은 그 앙갚음의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톡톡히 되갚아 주기 위해선 뭔가 결정적인 것이 필요하다 . 그래서 김필중만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결정적인 복수의 수단과 방법을 찾기 위해 물론 그게 금방 머릿속에 떠오르진 않았다 . 상대는 거대 재산을 배후에 둔 놈들이다. 어설 픈 수단은 통하지 않을 터.

"쩝! 그냥 게임이나 하자."

천천히 기다리다 보면 방법이 생각나겠지. 그렇게 생각한 유한은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지그 님께서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접속하셧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유한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그로지아 왕국에서 지그 대장간이 있는 케이트 산맥으로 가는 가도였다. 배틀 폴로 대회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로그아웃을 한것이다.

"대장간에 돌아가면 그동안 수입부터 확인해 봐야지."

그로지아 왕구으로 떠 나기전 , 유한은 초열탄을 잔뜩 만들어 놓은 뒤 송코에게 무구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 파랄고했다. 철공소를 세우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대장간에 도착해 이제까지 모은 돈과 그간의 수입을 합쳐본 유한은 누을 휘둥그렇게 떳다.

"뭐야 , 겨우 오십만 골드?"

야근에 , 특근 그것도 모자라 대장간을 2교대로 돌렸는데 돈이 그것밖에 모이지 않았다. 상급 대장장이 발리안이 남긴 100만 골드를 곧이대로 믿지 않는다고 해도 부족학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이것들이 내가 없는 동안 처놀았나...."

유한은 당장 송코를 찾아갔다.

"송코 형!"

"어, 지그냐 ? 배틀 폴로 대회는 잘 봤다."

아마 게임 방송을 본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없는 동안 애들 놀렸어요?"

"아니 , 네가 지시한 대로 했는데."

"그런데 왜 돈이 이것밖에 안 모였어요?"

유한의 부탁으로 리지스가 일감을 많이 따 왓으니 , 그동안 쉬지 않고 무그를 생산했다면 100만 골드는 아니라도도 적어도 8 , 90 만 골드는 벌어 놨을 거라 생각했다.

"아 , 그거? 리지스가 돈 저금하라고 해서 말이야."

"저금이라니요?"

일은 이렇게 된것이었다. 유한이 대장간에서철공소를 지으려던 것처럼 상인위 리지스도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을 넘어 보다 상위의 기업을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었단다.

그것은 열풍이었다. 요즘 아프레티다 온라인을 하고 있는 좀 잘나간다는 생산직들은 대부분 자신의 직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려고 혈안이 되 있었다.

"에 , 리지스가 은행을 만들었다고요?"

"발덴에 '리지스 신용 금고 ' 라는 작은 은행을 만들었대. 너한테 직접 말한다던데?

'칵! 이 망할 계집애가!'

송코의 말에 유한은 혈압이 오르는 서을 느꼇다. 사실게임에서 누가 뭘 하든 자유다. 리자스가 은행을 만든 것에 유한은 별 불만이 없다. 하짖만 그녀가 유한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거액을 휙들고 가 버렸다는 문제가 있었다.

'제길 , 어쩐지 슈탈린에서 그냥 가 버렸다고 했지'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우승을 축하해 준다고 길포드와 채린이 슈탈린까지 왔었다. 리지스도 채린과 같이 왔었는데 , 갑자기 급한 일이 있다고 가 버렸다고 했다.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 지은 죄가 있으니 도망쳐 버린 것이다.

"송코 오빠 , 저 왔어요 . 어머 , 지그도 있었네."

호랑이도 제말하면 나타난다고 리지스가 대장간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망쳐도 시원찮을 판에 그녀는 능청맞게 유한에게 통장과 계약서를 내밀었다.

"잘됐네. 너한테 사인받을 게 있었는데."

"야 , 너 뭐하는 짓이야! 나한테 묻지도 않고 삼십만 골드를 갖고 가 버리면 어떻케 해!"

"헤에, 미안 은행 초기엔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큰돈을 맡기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대장간에 있던 돈을 홀랑 갖고 가 버린 것이다. 유한이 없을 때 저지른 것을보면 완전히 노렸던 것이 틀림없다.

"됐어! 난 저금 같은 거 안할 거니까 당장 내 돈을 돌려줘."

"그러지 말자 , 내가 이자 알차게 붙여 줄테니까..."

"시끄럿! 이자는 같은 거 필요 없어!"

"무리야 벌써 네 돈을 다 빌려줬는걸."

리지스 신용금고에 있던 유 하느이 30만 골드는 벌써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넘어가 버렸다고 한다. 주로 가게나 공방 같은것을 차리려는 유저들이었고 , 고급장비를 사기 위해 급전을 요청한 전투 직업군들도 있었다.

"으악! 그 돈은 내가 필요햇던 거야!"

"어머 , 그랬어?"

"몰랐다는 듯한 표정 따위 짓지 마!"

버럭 소리를 질러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나마 돈이 헛되이 날라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랄까. 손실을 본 것도 아니고 리지스라면 이자도 잘 붙여 줄것이다.

"게임 시간으로 한 달이면 네 돈은 이자랑 함께 돌려받을 수 있을 거야."

"으이구 , 내가 앓느니 죽지."

유한은 툴툴거리면 통장 개설 계약서에 서명했다. 통장 개설 계약서를 받은 리지스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유한을 바라보았다. 단순기 감사의 미소가 아니었다.

"또 뭔 볼일이 있냐?"

"시아한테 들었는데 너 가짜 바츠가 가졌던 플레임 소드를 입수했다며?"

그건 사실이다. 멍청한 케이지가 말리는 심판을 죽인 덕분에 머더라가 되었고 , 놈을 죽인 유한은 녀석이 떨어트린 플레임 소드를 휙득했다. 혹시나 해서 살펴봤더니 , 바츠 때 자신이 쓰던 것이 맞았다.

눈독을 들이는 레드 타이거들로부터 지켜 낸다고 참 애를 많이 먹었었다.

"그거 나한테 맡기면 엄청 비싸게 파랑 줄 수 있는데...."

"시꺼. 이건 팔 생각 없어."

"어차피 넌 쓰지도 못하잖아 기사나 전사 전용인 검을 갖고 있어 뭐 하려고?"

"임나 , 이건 바츠가 쓰던 거란 말이야."

유한은 검면에 새겨진 이름을 보여 주었다. 그걸 본 리지스와 송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짜가 사용한 거라 검도 가짜일 거라 생각햇는데 진짜였다.

"이걸 어디서 구했데?"

"그걸 내가 어떻케 알아?"

'쳇 , 이걸 누구에게서 구했는지 물어봣어야 햇는데.'

아침에 두들겨 패느라 바빠서 미처 생각하지 못햇다. 전에 블라덱이 말했던 금발의 날라리는 김팔중이었던 모양이다. 이걸 정상적으로 입수했을 리 없다. 분명 어둠의 루트를 거쳤을터

"저 , 저걸 경매장에 내놓으면..."

아이템 본래의 가치뿐 아니라 컬렉션으로의 가치도 무궁무진하다. 리지스가 군침을 삼켰지만 , 유한은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보였다.

"아르페디아에 있는 돈 다 줘도 이건 안 파라아."

"흥 , 방금 전까지도 급전이 필요하다고 햇으면서."

그랬다. 유한은 당장 철공소를 지을 돈이 필요했다. 바츠의 플레임 소드라면 100만 골드는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유한이 잃었던 추억의 조각이었다. 차라리 철공소를 뒤로 미루는 하니 있더라도 이것은 팔고 싶지 않았다. 이 검이야말로 바츠의 상징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됐어 , 오십만 골드로 어떻케 해 보지 뭐."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발리안이 100만 골드 전부를 철공소를 짓는 데 다 사용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런데 대체 뭘 하려는 건데?"

아까부터 궁금햇던지 송코가 물었다.

"내가 이번에 철공소를 짓는 조건을 충족시켰거든요. 대장간을 청공소로 업그레이드하려고요."

"오 , 그래 ?"

"어머 , 이제 그럼 지그 사장님이라 불러야겠네."

"그런데 리지스 너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게 늦어질 지 도 몰르겠다."

유한이 비꼬거나 말거나 리지스는 화려한 미래를 상상했다 위풍당당한 철공소에서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백 수천의 무구들.

그것을 납품받아 판매해 돈밧엇게 앉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철공소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갓다 올 테니까 그동안 건물 증축해 놓을 준비 좀 해주세요."

"알았어. 우리 교수님한테 말을 해 놓을게."

여행을 준비를 끝낸 유한 곧장 아르페디아에서 가장 공업이 발전한 나라를 향해 떠낫다.

                                  5

철공소는 규모도 규모지만 , 거기에 맞는 공작 기계와 기타 설비들이 필요했다. 또 이를 다룰 줄 아는 스킬도 익혀야 철공소가 원할하게 돌아 갈 것이다.

관련 공작 기계와 설비는 드워프들이 갖고 있었다. 노스아크에 갔을 때 드워프들의 앞선 문물을 본 바 있는 유한은 안내창에서 알려 준 나라가 노스아크임을 확신했다.

노스아크. 예전이나 지금이나 추운 것 마찬가지였지만 , 유저들이 훨씬 늘어나 있는 것은 달랐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치들도.

"쌉니다, 싸요! 드워프 상점에서 사면 이십 골드 하는 포션을 단돈 십오 골드에 팝니다."

"설원의 나라에 어울리느 여우 목도리를 오십 골드에 팝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호빵 사려!"

유저들의 유입이 늘어나자 그들을 따라 생산직 유젇르이 대거 들어오면서노스아크의 전박적인 물가가 하락했다.

특히 추운 북쪽 지방에서 사냥을 하자면 반드시 필요한 식량과 옷드르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훗!  내가 여기 한몫했다는 말씀' 교역로 퀘스트 등 은둔 왕국인 노스아크의 빗장을 여는데 한몫한 유한은 어께에 힘을 잔뜩 준 상태로 눈앞의 공업사로 막 발검음을 옮겼다.

막 들어가려던 찰나 , 문이 벌컥 열리면 남녀 유저가 나왔다. 대장장이 커플로 보였는데 그들의 표정엔 불만과 실망이 가득했다.

"금덩이를 녹여 기계를만드나 , 뭐가 그리 비싸?

"어휴 , 그러게 마링야 철공소 짓는거 포기할까 봐."

투덜거리는 두 사람의 대화가 유한의 귀에 꽂혔다.기계가 무척 비싸다고 한다. 터무니 없을 정도로 '일단 들어가 보자.'

여기까지 왔는데 헛걸음은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유한은 문을 열고 공업사 안으로 들어갔다. 공업사란 말에 어울리게 , 커다란 상점 안에는 온작 공작 기계들이 가득 차 있었다.

수풍 선반 , 풍력 드릴 , 증기 프레스 등등 . 유한이 갈리아의 공방이나 베르겐의 대공방에서 본 것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은 온갖 기계류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또 인간인가, 무슨일로 왔나?"

공업사의 주인으로 보이는 드워프가 나타났다. 녹색 수염을 길게 기른 그는 그리 반갑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철공소를 자으려고 하는데 거기 필요한 물건 좀 볼 수 없을까요?"

"안 될 것도 없지."

표정과 달리 주인은 흔쾌히 관련 기계들을 보여 주고 설명까지 해 주었다.

"일단은 선반이 필수지 . 선반 다루는 재주가 능숙해지면 못만드는 물건이 없게 되거든."

그 말인즉슨 , 선반을 다루는스킬 랭크가 오르면 생산되는 물건들을 다양화할 수 잇다는 소리다.

"이건 용접기 , 그리고 이쪽은 절단기야 . 둘 다 마법으로 사용하는데 용접기는 라이트닝 마법이 , 절단기는 플레임 마법이 인챈트되어 있지."

둘다 총처럼 생겼는데 역할은 정반대였다. 하나는 붙이는 것이고 하나는 자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드릴 , 이쪽은 프레스 말 그대로 구멍을 뜷고 압축해서 누르고 자르는거다 . 여러가 지가 더 있지만 , 이 다섯 개만 있으면 어엿하게 철공소를 차릴 수 있지."

"모두 얼마죠?"

유한은 전부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그에게 청천 벽력타은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합쳐 백만 골드다."

"예에?!"

"뭐 , 멀리선 온 걸 감안해 구십만 골드로 해주지."

유한은 다물어지지 않은 입을 간신히 놀리면 그에게 따졌다.

"무, 무슨 쇳덩어리가 이렇게 비쌉니까?"

아무리 기계고 거기다가 마법까지 인챈트되어 있다 해도 5대에 90만 골드는 엄청난 가격이었다.

"그야 이 기계들은 우리 드워프 기술의 총아니까 . 그리고 기계만 파느냐? 아니지 , 사용법도 일러 준다 말이야. 드워프의 기술을 가르켜 준다는거지 . 구십만  골드면 오히려 싼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한은 아까 대장장이 커플이 포기하고 나간 이유를 알것 같았다. 드워프들은 기술 유출을 꺼린다. 그러나 그들도 대놓고 인간을 적대할 수 없는 노릇이니,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사는 사람이 있다 해도 그것은 돈이 많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

'발리안이 백만 골드를 썻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현재 유한의 수중에 있는돈은 50만 골드 . 드워프가 요구하는 것보다 40만 정도가 모자랐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르신 , 좀 더 깍아 주실 순 없습니까?"

"때끼! 뭘 더 깍아 . 나만큼 싸게 주겟다는 사람도 없어 딴 놈들한테 가 봤자 이백만은 족히 부를걸."

주인은 턱도 없는 소리 말라는 듯 , 고개를 저었다 유한의 애원은 계속되었다.

"그러지 말고 사정 좀 봐주세요 . 전 드워프님들은 존경하고 있단말입니다. 실제로 고명하신 드워프님 밑에서 일도 많이 했습니다. 드워프님들과 남이 아니다 이말 입니다."

"정말이냐?"

주인이 눈을 부릅뜨고 보자 , 유한은 서둘러 칭호를 드워프의 조수' 로 바꾸었다. 그러자 주인은 눈빛을 누그러트리며 가는 미소를 ㄸ;었다.

"흠 , 눈빛에 거짓이 없는 걸 보니 정말인 모양이군." 

칭호의 위력이 통하자 , 유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인의 말투도 부르럽게 바뀌었다.

"좋아! 자네가 꼭 이것들을 가지고 싶다면 돈 대신 다른 것으로 값을 치러도 돼."

순간 유한의 눈동자에 생기가 감돌았다. 그 말은 뭐겟는가 . 현물로 값을 치러도 된다는 말 아니겠는가.

"뭐로 드릴까요? 철광석, 아님 구리 , 크롬?"

자신이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줘서라도 구하고 싶은 기계들이었다. 녹색 수염의 드워프는 당찮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들은 우리노스아크에도 많이 있으니까 필요 없고...혹시 신의 광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나?"

"신의 광물이요? 오리 하르콘 말입니까?"

"그건 신의 금속이고. 내가 말하는건 신의 광물. 신께서 우리 피조물에게 내리시는 천상의 광물을 이야기하는거다"

신이 내리는 천사으이 광물 처음 듣는 이야기에 유한의 눈이 둥그레졌다. 도대체 이 드워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 드워프들 사이에서 비전으로 내려오는 광물이 바로 신의 광물이지 . 구하기 무젗ㄱ 어렵지만 , 만약 자네가 그걸 구해오면 이 기계들을 공짜로 넘겨주겠네."

순간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 창이 떳다

[구센도르프의 의뢰]

-녹색 수염 일족의 대장장이이자 공업사 주인인 구센도르프는 예전부터 신의 광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신의 광물을 과져오면 상품을 공짜로 넘기겠다고 할 정도이니 신의 광물을 가져와 그에게 건네주고 기계들을 얻도록 하자.

"듣자니 얼마 전 율리아 계곡 근방에 신의 광물이 떨어졋다는 소문이 있더군.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율리아 계곡?" 

최근에 들어 본 이름 같은데 당장은 생각나지 않았다.

"어때? 해 보겠나?"

유한의 멍하게 서 있자 구센도르프가 물었다.

"하겠습니다. 당연히 해야지요."

생각하고 자시도 할 것도 없었다. 철공소를 지을 수 있게 되는 데 뭔 일인들 못하겠는가 그리고 드워프들 사이에서 신의 광물이라고까지 불리는 아이템이 무엇인지도 상당히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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