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 비밀병기 (65/143)

10.비밀병기

제8경기장은 빈 공터에 나무와 합판으로 만든 간이 경기장이었다. 

하긴, 그루지아와 같은 작은 왕국에 여러 경기를 동시에 치를 만큼 

경기장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자, 그럼 출전 선수들은 입장해 주십시오!'

이번 대회의 심판으로 배정된 그루지아 왕국의 기사가 증폭 마법이

걸린 확성기에 대고 고함을 지르자 양쪽에서 모두 14기의 기마가 안으로 들어왔다.

 '와아아아아!'

비록 간이 경기장의 예선전이지만, 시합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온 관객은 많았다.

그루지아의 왕성에 사는 주민NPC들 외에도 시합에 참가하는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온 유저들도 있었다.

 '순돌이 할아버지, 파이팅!'

 '예선은 우승을 위한 관문일 뿐인 겨!'

귓들으로 관객들의 응원을 들으며 선두에 선 자칼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대부분 상대침을 응원하는 소리였었지만 그는 두렵지 않았다.

아니 두렵기는 커녕 황당하기만 했다.

눈앞에 번쩍이는 갑옷을 차려 입은 상대는 얼굴에 주름이 쪼글쪼글한 영감님들이었다.

제일 젊어 보이는 사람이 60대 초중반일 정도로 상대팀은 무척이나 노련해(?)보였다.

 '참나, 어느 노인정 할배들이야?'

 '배짱 하나 끝내 주는군요.'

몇 분 전만 해도 새파란 놈들에게 늙탱이 소리를 듣고 온 레드타이거 용병대였다.

평소에도 젊은 애들에게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저런 어르신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자칼을 비롯해 레드 타이거 용병대 전원의 마음에 상대에 대한 존견심이 새록새록 솟아 올랐다.

 '어르신들, 적당히 봐 드리겠습니다!'

 '뭐래? 새파랗게 젊은 놈들이 감히 노인네를 우습게 보는거여!'

새파랗게 젊은 놈들이란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들은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놈들아, 전력을 다혀라! 나가 동네 오락실 때부터 이어 온 오십년 게임인생을 

죄다 걸어 부릴텡게.'

 '이보게, 황씨, 진정혀, 애들 도발에 쉽게 넘어가면 안돼 이 사람아.'

아마 이 노인들은 가상현실 게임, 아니 온라인 게임이 라는게 있기 전부터 게임을 즐겼을 것이다.

저 중에는 50원에 보글보글 끝판까지 간 고수도 있을 것이고, 테트리스 9레벨의 속도에도 굴하지 않는

동체 시각과 현란한 손놀림을 자랑하는 기인도 있을터다.

그러나 저 노인들은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오래한 것 같지는 않았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를 몰라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이가 많다고, 늙었다고 게임에서도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이는 그냥 숫자일 뿐, 게임에서는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케릭터의 기본 능력치는 같다.

다만 사람마다 케릭을 조종하는 반사 신경과 임기응변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게임을 얼마나 오래했느냐, 제대로 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펑!

마법 폭죽이 터짐과 동시에 시합이 시작되었다.

자칼은 박차를 가하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와 함께 어제 유한이 만들어 준 강철 스틱을 휘둘렀다.

뻑!

 '어이쿠!'

좀 전에 황씨라 분린 노인이 스틱에 맞아 낙마했다.

신나게 공을 몰아오던 중이었는데, 정말 단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

 '이런 예의도 모르는 놈! 감히 젊은 것이 어른을 쳐!'

 '경로사상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놈이구먼!'

전력을 다하라 할 땐 언제고,

이리저리 황당하기만 한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들이었다.

 '어르신들, 이건 게임이라고요. 그리고 배틀 폴로 경기에서는 공을 가진 상대편을 공격해도 됩니다.'

 '시끄럽다, 이놈아, 넌 집에 애비 애미도 없냐!'

경로사상이 없다며 펄펄 날뛰는 노친네들을 상대로 일일이 설명을 해 주기

귀찮았던 자칼은 돌격 명령을 내렸다.

 '달려라! 열 골 이상 못 넣으면 단체 기합이다!'

자칼의 명령에 레드 타이거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어이쿠!'

 '아이고머니나!'

영감님들은 슬쩍 부딪치기만 해도 말에서 떨어지고 스틱을 놓치곤 했다.

승마술조차 형쳔없는 것이 말을 탄지 얼마 되지 않은게 틀림없었다.

이런 상대에게는 전략이니 전술이니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냥 막무가내로 밀어 붙여 골을 밀어 넣으면 되었다.

 '시합 종료!'

최종 스코어 15:0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큰 점수차로 이겼다.

 '우우! 노인을 상대로 이기면 기분이 좋냐!'

장내에는 환호성은 커녕 야우만 울려 퍼졌다. 이겨도 기쁘지 않았던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관중들이 던져 대는 빈 포션 병을 피해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2번째 시합.

자칼은 2번째, 상대팀은 자신들보다 젊은 녀석들이길 바랐다. 

또 나이 많은 어른들을 상대해서 이겼다고 욕먹기 싫었지 때문이다.

 '야야, 진짜 젊은 팀이네.'

레드 타이거 진영에서 구경하던 유한은 상대팀의 면면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2번째 상대는 젊었다.

그것도 너무할 정도로

코를 찔찔 흘리는 꼬마들.

이제 갓 초딩이 되었을 상대방을 보자니 자칼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대체 어떤 놈이 대진을 이따위로 짰단 말인가.

 '이 게임 이용 연령이 이렇게 낮았나?'

칼부림하고 피 튀기고 목이 휙휙 날아가는 게임에 어린 새싹들이 웬말인가.

그러나 그들을 포옹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아르페디아온라인은 관대했다.

아니 시스템이 잘 준비되어 있다.

 '이용자가 저연령층인 경우에는 잔인한 장면은 알아서 편집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렇지!'

이번에도 이겨도 욕먹을 것 같았다.

어제까지 상상했던 분위기와는 영 딴판, 골을 넣을 때마다 관중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승리한 자신들에세 미인들이 꽃다발을 던져 줄 거라 생각했었는데,

 '아찌들, 조심하셈.'

 나의 뿅망치가 용서하지 않을 거심!'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을 모른다더니 이 애들이 딱 드랬다.

시합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자, 붉은 호랑이들은 무섭게 하룻강아지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자칼은 시합을 오래 끌고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야유를 받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았다.

'우에에엥! 조폭이다!'

 '우아앙!'

어린애들답게 조금만 건드리고 겁을 줘도 울음을 터트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상대팀의 팀플레이는 붕괴,

결국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20점을 넣어 콜드 게임으로 경기를 일찍 종료 시켰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 승!'

 '우우우!'

예상한 대로 들려오는 것은 야유뿐.

유저뿐만 아니라 NPC들도 야유의 물결에 동참했다.

자칼은 당장이라도 드림맥스 본사에 쳐들어가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내일은 제대로 된 상대가 나올 것이다! 전원 정신 똑바로 차리조록!'

어쨌거나 첫날 경기는 정말 싱겁게 끝났다.

 '어때? 우리가 걱정할 만한 상대는 알아봤어?'

양쪽 이마에 뿔이 돋아나 있는 투구를 쓴 기사가 주위를 향해 물었다.

 '다크나이트 길드의 흑표기와 스타 더스트 길드의 머큐리 기사단, 

그리고 가우리 길드의 철갑기마대 정도가 요주의 상대야.'

 '레드 타이거 용병대도 나왔다고 하던데 그들은?'

 '비록 용병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긴 하지만, 배틀 폴로는 승마술과 조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기야,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활약할 무대는 아니지'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소규모 집단이다.

개개인의 무력은 막강할지라고 솔플 성격이 강해 전술과 조직력이 떨어졌다.

그런 전투 스타일로 배틀 폴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예선 첫날을 손쉽게 이겼다고 하던데?'

 '훗, 노인정과 초딩을 상대했는데 그 정도도 이기지 못하면 게임을 접어야지.'

이들은 바로 철십자 길드에서 출전한 아이언사이드 기사잔이었다.

그리고 머리에 뿔 달린 투구를 쓴 이는 그들을 임시로 이끄는 단장이었고,

 '그럼 흑표기와 머큐리 기사단, 철갑기마대에 손을 써야 겠군.'

임시 단장이 그리 말하자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꼭 그렇게 해야겠어?. 우리 실력이면 저들을 충분히 이길 수 있잖아.'

 '그렇겠지, 하지만, 난 100% 완벽한 승리를 원해, 1%라도 질수 있는 확률은 필요 없어'

투구를 쓴 임시 단장은 바로 김필중이었다.

베히모스로부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할 경우 길드에서 쫗겨날 거라는 언질을 박은

그는 무는 수단을 쓰던간에 승리를 쟁취해야 했다.

 '쳇, 그럼 할 수 없지, 그런데, 단장은 언제부터 출전할거야?'

 '나?'

 '그래, 설마 우리들만 부려먹을 생각은 아니겠지?'

김필중과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의 관계는 동등,

임시로 김필중이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의 단장 직을 맡았지만, 그를 진짜 단장으로 

생각하믄 단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 시합도 베피모스의 지시가 없었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크크, 당연히 나가야지'

 '그게 언젠데?'

 '바로 나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때!'

김필중은 이번 대회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철십자 길드의 신뢰를 다시 얻어 이를 기반으로 제2의 푸른새벽 길드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럼 본선부터 뛰겠다는 거야?'

 '그렇게 될 것 같다. 길드의 비밀 병기도 그때쯤 도착할 것 같으니까'

 '도대체 그 비밀병기라는게 뭐야?'

철십자 길드에선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비밀병기를 내놓기로 했다. 

길드 고위 인사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김필중의 간곡한 요청을 받은 베히모스가

허락하면서 배틀폴로 대회 때 공개되게 되었다.

문제는 이 비밀 병기가 무엇인지 길드 고위 인사들을 빼고는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다 알게 될거야'

그 비밀 경기가 등장하면 모두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은 물론기고, 대회에 참가하고 구경하는 유저들 모두.

비밀 병기와 함께 혜성처럼 등장할 자신을 생각하지 김필중은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크크크! 빨리 그 시간이 다가와야 할텐데, 크크킄!'

연방 킬킬거리는 그를 보고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은 다들 속으로 똑같이 중얼거렸다.

미침놈이라고.

제대로 된 상대는 시합 둘째 날부터 나왔다.

예선 첫때 날에 어중이떠중이들은 모두 떨어졌는지 제법 강해 보이는 팀이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앞으로 나왔다.

하지만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최강의 용병대다웠다.

그들은 자신에 도전하는 팀들을 모조리 격파하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자자, 마셔, 마셔,!'

본선 진출을 축하하는 자리

자칼은 수고한 레드 타이거들을 위해 파티를 열었다.

비록 게임이라 마셔도 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게임시간으로는 내일, 

현실 시작으로는 3시간 후가 본선 시합이었기에 휴한은 내심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참!, 이렇게 즐겨도 되요?'

 '왜? 걱정되냐?'

 '되죠! 다른 팀들은 어떤지 아세요?'

경기 용품을 수리하는 일 빼고는 별로 할 일이 없었던 유한은 틈틈이 다른 길드의 팀들을 살펴 보았다.

그들은 경기가 끝나면 본선 시합에서 사용할 작전을 구상하고, 팀플레이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전술 연습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데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한가하게 술이나 마시고 있으니,

 '마! 괜찮아, 연습은 약한 놈들이나 하는거야.'

 '그렇게 방심하다가 허를 찔릴 수 있습니다.'

유한이 싸늘한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자칼과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들은 그저 웃어넘길 따름이었다.

 '뭐 찔리면 찔리는 대로 싸워서 이기면 되는거지'

 '맞아, 생각나는 데로 싸워서 이기면 되는 거지'

 '걱정 마라 지그야, 우리들은 전재으이 프로니까'

신나게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 유한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처럼 이렇게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상대에 대해 지나친 경계는 자칫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움직임을 굳게 만든다.

유한이 바츠 시절 이름을 드날릴 수 있었던 이유는 두려움 없이 상대를 공격할수 있었지 때문이다.

레드 드래곤 카세라스를 잡을 때도 이놈은 강하다고 생각만 했지,

그 이상 위험하다느니, 무섭다느니 하는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 외의 잡념은 전투에 방해만 될뿐이었으니까.

 '하긴, 큰소리 칠 만하니까'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자신감에는 실력이 바탕이되어 있다.

이들은 싸우는데 환장한 인간들.

현실의 능력이 게임 내에서의 케릭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 또한 아니다.

유저 본래의 능력과 경험이 반영된 캐릭터는 성장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전투나 싸움에서 상이한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대부분 군 출신에 전원 극기도 유단자들인 이들은 전투의 프로가 분명했다.

 '근데 전투의 포로는 경기의 프로를 이길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싸움이 허용되는 배틀 폴로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룰에 따라 움직이는 스포츠이다.

거기다 이들은 배틀 폴로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스포츠에 특화된 세력이 상대라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해 왔던, 개개인의 뛰어난 실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뭐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어차피 생사가 걸린 시합에 불과하다. 지면 지고 이기면 이기는 것일뿐,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유한은 그저 느긋이 구경하면 된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이기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뿌우우우웅-!

빰빠라- 빰!빰!빰1

우렁찬 고동과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본선 대회가 개최됨을 알렸다. 

본선대회부터는 간이 경기장이 아닌 왕도의 콜로세움에서 치뤄진다.

수많은 백성들과 유저들이 관람하러 왔고, 심지어 그로지아 국왕 내외까지 참석해 대회의 권위를 격상시켰다.

본선에 출전한 16개 팀들은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던 대로 거대 길드 소속이었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

시커먼 망토를 온몸을 칭칭 감싸 매고 있는 사내들을 보고 유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어어? 저놈들은!'

 '크하하핫! 지그! 드디어 네놈과 만났구나!'

유한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든 자,

그는 바로 검은 초승달 길드의 키라였다. 얼마 전, 티처스 퇴치를 위해

잠시 협력하기도 했었지만, 키라는 아직 그날의 원한을 잊지 못한 상태였다.

 '네놈으로 인해 받았던 굴욕과 고통을 오늘 모누 갚아 주마!'

 '쪼잔한 놈, 퀘스트 하나 실패한 것 가지고'

100위권 안의 랭커라면서 저리 속이 좁아서야,

키라가 당했던 로므나의 저주를 모르는 유한은 그리 생각 할수 밖에 없었다.

물론 로므나의 저주 자체도 키라 스스로 제 발목을 건고 넘어진 것에 불과했지만.

 '압허, 네 상대는 우리야'

자칼이 말했지만, 그를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키라였다.

 '푸하하핫! 두고 봐라, 지그! 네가 응원하는 팀을 아주 박살을 내 줄테니까'

 '예예, 그러시든지요'

유한은 대충 대꾸해 주고 말았다.

키라는 그런 유한의 모습이 자신에거 겁을 먹었디 때문이라 생각하고 더욱 크게 웃었다.

 '이 자식이 감히 날 무시해?'

키라는 몰랐다. 유한에게 집중한 나머지 자신이 호랑이 코털을 건드렸다는 것을 말이다.

펑!

시합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시작돠 동시에 검은 초승달 길드원들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서 레드 타이거 진영으로 집어 던졌다.

펑! 퍼퍼퍼펑!

뭔가 사과처럼 동그란 것이 굴러온다 싶더니, 폭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사방에 자욱하게 드리웠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연기,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이봐, 심판! 이래도 되는 거야?'

자칼이 심판을 맡은 기사를 향해 물었다.

 '연막탄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경기에 집중해 주십시오'

배트 폴로는 개인이 소지한 무기를 사용해도 되는 시합.

당연히 연막탄도 사용이 가능했다. 물론 공을 가지지 않은 상대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룰이 있지만,

연막탄 자체가 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니 따질 수 없었다.

 '모두 조심해라!'

상대가 어디로 공격해 올지 모른다.

연기 속에서 뭔가가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지만,

확실히 판단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연기가 좀 옆어 진다 싶으면 놈들은

또다시 연막탄을 던지고 도망가곤 했다.

 '이놈! 거기 있구나!'

 '헛! 제법이시군'

자칼은 공을 몰고 가는 키라를 발견했다.

시각에 대한 의존도를 버리고 공이 굴러가는 소리에만 집중한 덕분이었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휘리리리릭!

자칼이 던진 손도끼가 멋지게 회전하며 키라의 등에 박혔다.

레드 타이거 쪽 골대로 돌격하던 키라의 몸이 휘청하더니 축 늘어졌다.

 '훗, 역시 부대장님'

레드 타이거의 골키퍼는 키라가 흘린 공을 줍기 위해 말을 몰고 앞으로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손도끼에 맞은 키라의 몸이 바닥에 떨어진다 싶더니 허수아비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설마?'

 '하하핫, 헛짚으셨습니다!'

진짜 키라는 말의 배에 달라 붙어 있었다.

전진한 골키퍼가 당황하는 사이, 그대로 공을 도로 몰고 간 키라는 텅 빈 골대로 공을 쳐 넣었다.

 ' 슛-! 골인!'

 '와아아아아!'

많은 관객들이 첫 골에 환호했다.

환호성이 다소 늦었는데, 자욱한 연막 때문에 골이 들어간 것을 관객들이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크하하하하!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허수아비 분신 슛이다!'

어쌔신의 분신스킬을 백분 발휘한 공격.

키라는 스틱을 번쩍 쳐들고 자신들을 응원하는 관중들에게로 말을 달려갔다.

신이 난 세레모니에 자칼의 얼굴 흉터가 꿈틀거렸다.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까!'

처음에는 그저 좀 별나고 건방진 놈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는 꼬라지가 아주 눈꼴사나운 것이 아닌가,

세레모니를 하려면 관중들에게 얌전하게 할 것이지, 자신에게 감자는 왜 치켜드는 것인지!

 '야! 공 갖고 와!'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 하나가 재빨리 공을 중앙선상에 올려놓자 자칼은 텅 빈 검은 초승달 길드의

진영으로 몰고 가더니 골대를 향해 중거리포를 날렸다.

뻥-! 좌악!

공이 스틱에 맞자 무섭게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갑작스런 일격,

세레모니를 마치고 설렁설렁 진영으로 들어오고 있던 키라와 검은 초승달 길드원들은 입을 쫙 벌렸다.

황당한 것은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환호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들뿐이었다.

 '일대일, 이것으로 시합은 다시 원점!'

골이 승인되자 키라가 무섭게 심판에게 말을 몰고가 따졌다.

 '이거 이럴 수 있는거야!'

 '뭘 말이요?'

 '아직 우리팀이 자리를 잡지도 않았는데 시작하는게 어딨어!'

 누가 시합 중에 정신을 팔랍니까?'

심판인 기사 NPC는 무척이나 냉정했다. 그런 그의 태도가 키라의 부아를 치밀게 만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비겁하잖아! 당신 기사 맞지! 이걸 보고 아무런 감정을 못느끼는 거야!'

 '당신들이 연막탄을 던지고 다녔을 때 좀 울컥합니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선호하는 기사답게 심판 성향은 다소 레드 타이거 쪽이었다.

그런 심판의 성향을 읽은 레드 타이거들은 희희낙락했고,

키라는 잠시 동안 얼굴을 삶은 문어처럼 벌겋게 달구어야 했다.

 '길드장님, 참으십쇼, 이제 초반일 뿐입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까짓거 골이야 또 넣으면 되지'

그리고 그 다음에 방심을 하지 않으면 된다.

진형을 추스른 검은 초승달 길드는 다시 공격에 나섰다.

이번에도 그들은 사방에 연칵탄을 뿌리며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시야를 차단했다.

그러나 같은 패턴의 공격을 2번 허용할 정도로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그리 물렁하지 않았다.

 '전원 수비 라인으로 후퇴!'

자칼의 명령에 따라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재빨리 골대 근처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골대 근처에서 말을 멈추고 대기했다.

 '움직이지 마라! 귀를 기울여 상대의 움직임을 쫗아라'

자칼은 대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하는 한편, 스스로도 상대의 움직임을 쫗았다.

검은 초승달은 연막안에서 왔다 갔다 하며 레드 타이거의 빈틈을 노렸다.

그라나 워낙에 레드 타이거 대원들이 골대 앞에 촘촘히 포진해 있어 뚫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슛해라, 슛!'

 '패스하다 끝낼거냐! 얼른 때렷!'

연막때문에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유저들은 답답해서 소리를 질렀다.

시원하게 골이라도 나오면 환호성이라도 지를 텐데 그것도 아닌 상황이니.

 '멍청하게 공만 돌리지 말고 돌파구를 만들어!'

부하에게 공을 받은 키라는 전진해 들어가면서 암기를 날렸다.

공을 가진 상태라면 가로막는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다.

그가 스텔스 어택으로 날린 암기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를 사정없이 두들겼지만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

방어력이 높은 성기사의 갑옷이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들을 지켜 준 덕분이었다.

 '참나, 저래서는 끝도 없겠군'

유한은 시합을 보다 못해 고개를 저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곰곰히 생각하던 그는 깃발을 들어 올리고,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삐삑!

심판의 호각소리와 함께 시합이 잠시 중단되고, 양 팀선수들이 자기 진영이 있는 벤치로 모여들었다.

한참 시합에 열을 올리고 있던 자칼은 유한의 독선적인 행동에 화가 났다.

 '무슨 짓이야, 인마! 누가 너더러 감독하랬어?'

 '감독할 사람이 없으니 할 일 없는 저라도 해야죠'

천연덕스럽게 대꾸한 유한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계속 두들겨 맞다가 경기 끝낼 겁니까? 분위기를 전환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승리의 비책이 떠올랐는데 쓰지 않을 수 없잖아요'

 '이길 방법이 있다고?'

자칼과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유한의 생각해 낸 승리의 비책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일단은....'

4

유한이 한창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게 작전을 설명해 주고 있을 때, 키라는 소중한 작전타임을 

길드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데 사용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자! 두들기다 보면 틈새가 열릴 것이다!'

키라의 말이 끝나자 한쪽에 후보로 있던 길드원 하나가 슬그머니 손을 들고 나섰다.

 '뭔가?'

 '승리의 계책이 있습니다. 잠시 귀 좀....'

길드원은 옆쪽의 레드 타이거에게 듣릴 새라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키라는 주먹으로 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한심한 놈, 그걸 작전이라고 내놓냐?'

 '왜요? 공중에 독을 살포 하면 저놈들 다 중독될 거 아닙니까?'

아무리 튼튼한 갑옷을 입어도 독을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독 살포는 키라도 생각해 본 작전이었다. 사용하지 않은 것은 룰에 어긋나기 때문,

 '배틀 폴로에선 공을 가지지 않은 상대를 공격하는 건 반칙이야, 공하고 상관없는 상대가 독에 중독되면 어떻게 되겠나?'

 '앗! 그렇군요. 제가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작전은 지금 하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판단한 키라는 작전시간을 종료하는 호각이 울리자 다시 필드 안으로 들어갔다.

 '자! 이번에 확실히 뚫고 들어가서 한 골 넣자!'

마침 기회가 생겼다.

작전타임을 끝내고 들어와 어수선한 상황이었는지,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포진이 다소 느슨해졌다.

 '이때다!'

공을 가진 검은 초승달 길드원이 단독 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주변에서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들이 다가오자 암기를 뿌려 가며 골대로 공을 몰아갔다.

그리고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닥트렸다.

 '멍청한 놈! 무리하지 마! 패스를 해라! 패스를!'

그러나 길드원의 귀에는 키라의 경고가 들리지 않았다.

골키퍼를 앞에 둔 길드원은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긴 장창을 든 골키퍼는 창을 뻗어 

길드원의 스틱을 날려 버렸다. 그 사이 공은 옆에 있던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이 빼냈다.

 '좋다! 역습이다, 달려라!'

유한이 첫 번째로 제시한 작전이 성공했다.

꽁꽁 잠그기보다 적당히 길을 터주면서 공을 가로채는 것,

다소 위험했지만 성공했고, 이제 역전골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쳇, 전원 수비로 전환한다!'

검은 초승달 길드원들이 진영으로 돌아가는 사이, 키라는 공을 몰고 들어오는

용병대원에게 단검을 던졌다.

 '크악!'

공은 뒤따라가던 다른 용병대원이 몰고 나갔다. 키라는 재차 단검을 날렸지만,

그가 날린 단검은 자칼이 날린 손도끼를 맞고 튕겨 났다.

 '무슨 짓이냐! 공이 없는 자를 공격하는 건 반칙이란거 몰라!'

 '아, 그런 널 공격한게 아니거든'

정확하게 말해 자칼은 키라를 공격한것이 아니라 키라의 단검을 공격했다.

얄밉게 말한 자칼은 말을 몰고 와서 키라의 옆에 바싹 붙었다.

 '공이 없을 때는 공격하는 건 반칙이라니까!'

키라는 짜증을 내며 자칼을 밀쳤다. 그러나 자칼은 또 다시 바싹 붙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공격하려는거 아니야, 그냥 네 옆에 붙을 뿐이지'

주요 인물에 대한 밀착 마크를 하라.

이것이 유한이 2번째로 제시한 작전이었다.

밖에서 유한이 보기에 랭커이자 뛰어난 암살자인 키라는 손을 써 둘 필요가 있었다.

분신에 은신까지 쓰는 놈을 제멋대로 활개 치게 내버려 두면 시합이 꽤나 어려워질 것이기에.

 '훗, 지그 녀석 예상대로군'

유한이 이야기한 대로 키라가 마크당하자 검은 초승달 길드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전력에서 1명이 더 빠진 것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도 마찬가지였지만, 검은 초승달 길드와 달리 

개인 능력이 탁월한 그들은 자칼의 지시 없이도 공격을 잘 수행해 나갔다.

 '후후후, 그러나 밀착 마크를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댔지?'

그것이 유한의 3번째 작전.

자칼은 키라가 성가시게 느낄 정도로 계속 가까이 달라 붙었다.

 '에잇!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참다 못한 키라는 손에 든 자미다르를 휘둘렀다.

적당히 위협을 주고 떼 낼 생각이었는데, 자칼이 키라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부터 자칼은 피할 생각이 없었다.

공격이 들어오면 유한이 피하지 말고 맞으라고 했다.

 '헉!'

자칼이 외마디 비명을 지며 비틀거리자, 날카로운 호각 소리와 함깨 

심판이 키라의 앞으로 달려와 노란 카드를 내밀었다.

 '삼 분간 퇴장'

 '아니 왜?'

 왜는 왜겠소. 공도 없는데 상대를 공격햇으니 반칙이오'

자신이 공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칼이 공을 몰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 그게 무슨! 저 인간이 먼저 붙었잖아!'

 '하지만 먼저 친건 당신이지'

이것이 자칼이 키라를 밀착 마크한 진짜 이유였다.

유한의 3번째 작전은 상대팀의 가장 큰 전력인 키라를 잠시 동안 필드 밖으로 내모는 것이었다.

 '이잇! 두고 보자'

 '크크크, 삼분간 잘 쉬고 들어오게'

키라가 퇴장당한 사이,

수적으로 열세가 된 검은 초승달 길드는 거센 공격에 나선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 통한의 역전곳을 허용하고 말았다.

겨우 3분 사이에 역전이 되자, 키라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더욱 약기 오른 것은 자칼 이하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라인 밖에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경의를 표하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골을 잘 넣었다는 듯이,

3분 후, 다시 키라가 필드 안으로 들어왔다.

자칼은 이번에도 잽싸게 키라를 밀착 마크 했다.

 '이쪽으로 패스해!'

공을 갖고 있다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유한에게 언질을 받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키라 쪽으로 공이 굴러가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밀고 당기는 접전이 계속 되며 시간이 흘러 갔지만, 더 이상 골은 터지지 않았다.

 '경기 종료!'

최종 스코어는 2:1

승자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 였다.

검은 초승달 길드는 또다시 유한과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게 쓴물으 마시고 말았다.

 '으으! 지그 이 자식!'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유한을 바라보면서 패자인 키라가 할 수 있는 것은 

승자가 예전에 주었던 자마다르를 물어 뜯는 일뿐이었다.

5

시합을 승리로 끝낸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본선 첫 시합은 결코 시원스럽게 이겼다고 볼 수 없는 것,

그만큼 본선 상대들이 만만치 않았다.

관중석으로 자릴 옮긴 것은 다른 팀들의 경기를 보고, 그들을 분석하고 대비 하기 위함이었다.

 '저게 스타 더스트 길드의 머큐리 기사단인가?'

 '아마 다음 시합에 우리 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유한의 예상대로 머큐리 기사단이 승리했다.

머큐리 기사단은 전원이 마검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마법을 전술에 잘 응용하여 상대팀을 가볍게 요리했다.

덕분에 유한과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바멈에 대한 대응을 숙제로 떠안게 되었다.

 '다음은 가우리 길드 철갑기마대와 게세르 용병단의 시합입니다!'

단상의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경기장에 가우리 길드의 철갑기마대와 게세르 용병단이 등장했다.

게세르 용병단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와 같은 소수 정예의 강력한 힘을 가진 길드였다.

이들은 기마전와 마상궁술이 주특기라, 배틀 폴로에 매우 능숙하게 적응했다.

그들을 상대하는 가우리 길드의 철갑기마대,

욘락대왕으로 유명한 가우리 길드는 아르페디아 10대 길두 중의 하나로,

꽤 탄탄하고 건실한 전력을 자랑했다.

그런 그들이 가장 자신하는 전력이 바로 중장기병 부대인 철갑기마대였다.

 '철갑기마대 녀석들 갑옷이 좀 이상한걸?'

머리에서 발끝까지 풀 플레이트 메일,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별로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갑옷 여기저기 삐죽 튀어나오고, 표면의 철판이 슬레이 지붕처럼 울퉁불퉁하다는 것,

 '되게 불편하게 생겼군'

 '저쪽 대장장이가 누군지 참 궁금하네요'

유한은 갑옷을 왜 저렇게 만들었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단순히 멋을 내거나 상대를 위압하려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았는데,

 '누군지 궁금하다고? 그럼 이누나가 가르쳐 줄까?'

낯익은 목소리.

유한과 자칼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와 있었는지, 그들 옆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무기들로 도배한 여기사 파우린이 서 있었다.

 '저들이 입고 있는 갑옷은 바로 귀련이 만들었어'

 '귀련이요!'

파우린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설마 가우린 길드가 이번 대회를 위해 영입한 대장장이가 

아르페디아 최고의 실력을 가졌따는 명장 귀련일 줄이야.

 '귀련은 저거 다 만들고 도망쳤대, 만드는게 하도 힘들어서'

그렇게 말하며 파우린은 방긋 웃었다.

유한의 궁금증이 하나 풀렸다. 그러나 알고 싶은 것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귀련이랑 아는 사이세요?'

 '응, 애무 가까운 사이지, 내가 가진 무기도 다 귀련이 만든거야'

역시 그랫던 것일까.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유한과 달리 주변의 유저들은 파우린의 무기들을 보면서 군침을 뚝뚝 흘렸다.

저 중 하나만 손에 넣어도 좋으련만.

 '혹시 귀련이 왜 철갑기마대의 갑옷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아세요?'

 '그거? 그건 말을 듣는 것보다 시합을 보는게 이해가 빠를 거야'

파우린은 막 시합이 시작된 경기장을 가리켰다.

선공에 나선 것은 가우리 길드의 철갑기마대였다.

그들이 돌진해 오자, 게세르 용병단은 말을 달리며 화살을 날렸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쏘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날린 화살은 공을 몰고가는 철갑기마대원에게 정확히 날아갔다.

캉! 카카캉!

7발의 화살이 정확히 모두 명중되었지만, 철갑기마대원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화살이 갑옷에 명중되는 순간 튕겨날아가 버린 것이다.

 '저런 말도 안돼는!'

그 광경을 본 유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게세르 용병단이 장비하고 있는 활은 시시한 활이 아니었다.

사거리와 공격력이 무척 높은 푸른 늑대의 활이다.

그런 황이 날린 화살을 20보도 안되는 거리에서 맞았음에도 모조리 튕겨 내다니!

 '귀련 님이 또 엄청난 걸 만들었군'

 '게세르 용병단 완전 지못미네'

주변의 유저들은 연방 혀를 찼다

게세르 용병단의 뛰어난 마상궁술은 귀련이 만든 갑옷때문에 전혀 위력을 발휘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방어력이 얼마야? 그리고 옵션은?'

간혹 파워 샷 스킬로 날린 듯한 화살 몇발이 장갑이 얇은 부분에 꽂혔지만,

착용자에게 별 타격을 입히지 못한 듯했다.

주특기가 먹히지 않으니 게세르 용병단은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활을 주력으로 한 경무장이라 철갑기마대에게 크게 밀렸고,

공격을 할때도 상대의 수비벽을 뚫을 수가 없었다.

결국 시합은 3:0 

가우리 길드 철갑기마대의 완승으로 끝났다.

 '갑옷 모양이 이상했던 건 방어력 강화와 관련이 있었나?'

문제는 귀련이 어떻게 저런 갑옷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생산 스킬 1랭크가 되면 생기는 비결이 있는지? 아님 특별한 설계도라도 손에 넣은 것인지 모르겠다.

 ' 저 갑옷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

 '그냐 당연히....'

파우린의 은근한 물음에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대단한 갑옷을 만드는 비법은 대장장이 유저라면 누구라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 유한을 보고 미소를 짓던 파우린은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 하나를 유한에게 건네주었다.

 '귀련은 베레타 공화국의 율리아 계곡에 살고 있어,찾아가서 파우린이 보냈다고 하면 이것저것 잘 가르쳐 줄어거야'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왜 제게 이렇게 까지?'

 '짝퉁을 밝혀 준 것에 대한 보답 정도로만 생각해. 자, 그럼 난 이제 간다.'

거기까지 말하고 파우린은 돌연 사라져 버렸다.

로그아웃을 한 듯했는데, 내심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었던 유한으로선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이 자식은 무슨 여자 복이 이리 많아? 시아에 리지스라는 상인 여자애에 이어 이젠 완전무장 누님이냐?'

질투심을 느끼는지 자칼이 옆에서 궁시렁거렸다.

 '그냥 이야기만 한 건데 여자 복이 어쩌고 할 게 뭐 있어요?'

 '마! 평생 여자랑 이야기 한번 제대로 못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이 바로 자칼인 모양이다.

아니,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들 중 대부분이 그러했던 모양이다. 

다른 유한을 보는 눈빛이 질투와 부러운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잘하면 여기서 사람 하나 잡을 듯.

그런 그를 구해 준것은 사회자였다.

 '다음은 블루 라이언스 대 게이트키퍼스의 시합입니다!'

이후로도 본선 16개 팀들의 시합이 계속 되었다.

본선에 올라온 옌스의 블루라이언스는 게이트 키퍼스를 상대로 무난히 승리를 거두었고,

그 외에 내노라하는 길드들도 이변없이 8강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본선1회전의 마지막 시합.

유한 일행은 물론이고 많은 유저들이 이 시합에 관심을 가졌다.

그고 그럴 것이 다크나이트 길드와 철십자 길드의 시합이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사실상 결승전이라며, 본선 1회정에서 두 팀이 맞붙은 것을 다소 아쉬워하였다.

 '과연 누가 이길까?'

 '다크나이트가 이긴다에 내 돈 일만 곹드를 거마. 지크 넌 철십자가 이긴다에 걸고 파우린씨 단검을 걸어라'

 '왜 그 단검을 걸어야 하는데요? 그 단검은 귀련 님을 만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란 말입니다.'

 '시꺼 인마, 정식 퀘스트도 아니잖아!'

다들 다크나이트 길드가 승리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 번 길드전에서 다크나이트길드는 눈앞의 승리를 철십자 길드의 거대 목인병때문에 놓쳐 버렸다.

아마 철십자 길드에 대한 원한이 장난이 아닐터.

실제로 길드전 이후로 흑표기들이 광렙 수련을 했다느니, 새로운 전력을 마련했다느니,

철십자 길드에서 긴장을 타고 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양쪽의 비밀 병기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상당히 근거 있어 보이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드래곤을 용병으로 고용했느니 하는 허황된 소문도 있었다.

여러 소문들 중에는 유저들을 크게 놀라게 하는 것도 있었다.

 '그게 정말이야?'

 '그래! 내 친구가 철십자 길드원인데, 경기 대기실에서 분명히 봤대!'

유한은 한쪽에서 유저들이 흥분해서 하는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다. 하지만 제대로 들을수가 없었다.

그쪽으로 귀를 기울이려는 순간, 경기장으로 다크나이트 길드의 호표기와 철십자 길드의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장내에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 함성에는 적잖은 탄성이 뒤섞여 있었다.

 '랜드 러너(Land Runner)다!'

 '저게 흑표기의 비밀병기인가?'

가장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것은 흑표기가 말 대신 타고 있는 생물이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랜드 러너라고 불리는 타조와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였다.

놈은 두 다리가 타조보다 튼튼하고, 머리와 부리가 더 크며, 말보다 빠르고 늑대보다 더 포악했다.

랜드 러너는 대륙 서북부 초원에 분포하는 몬스터다.

잡기도 힘들지만 길들이기는 더 힘들어, 랜드 러너 한 마리가 전마 10마리 값에 거래될 정도로 비쌌다.

 '다크나이트 녀석들 꽤 작정하고 나왔구나'

 '그래도 저런 통닭은 내가 들은 철십자 길드의 비밀병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대체 철십자 길드의 비밀병기가 뭔데?'

 ' 너 아직 못들었냐?'

유저들의 이야기가 분분한 가운데 철십자 길드의 아이언사이에서,

누군가 말을 몰고 앞으로 나왔다.

장내에 흑표기에 쏟아지던 탄성과 환호성이 뚝 멎었다.

사람들의 긴장된 시선이 홀로 나타난 그 사내에게 집중되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느낌.

깊게 눌러쓴 투구 안쪽에서 짙은 광기 어린 눈빛이 번들거렸다.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고개를 살짝 삐닥하게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에서

오만함과 패기, 태산을 무너트릴 긋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무엇보가 눈에 띄는 것은 검붉은 빛의 갑옷과 불꼿처럼 새빨갛게 불타는 검.

그것을 본 유한은 자리에서 벌떡일어났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의 눈동자는 그 어느때 보다도 커다랗게 치켜 떠져 있었다.

 '나는 광전사 바츠다! 내가 다시 아르페디아에 돌아왔다!'

천지를 무너트릴 듯한 고함 소리는 안 그래도 설마 하던 사람들의 정신을 충격과 공포로 몰고 갔다.

 '바츠다! 바츠의 장비가 맞아!'

 '바, 바츠라니?'

해킹당한 바츠가 다시 나타났단 말인가?

놀란 눈빛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운데는 분노로 눈빛을 벌겋게 불태우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짜 바츠였던 유한이었다.

 '누구냐! 저놈은 대체 누구냐고!'

7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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