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화 신전의 의뢰 (57/143)

신전의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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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용의 공방에 갔다 온 유한은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해커의 일로 마음이 혼란스러웠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쉴 수는 없었다.

벌려 놓은 일이 많았고, 대장간도 빨리 업그레이드해야 했으니까.

"지그, 리셉션 어땟어? 재미있었어?"

"은비 누님은? 은비 누님과 찍은 사진 없냐?"

유한이 접속하자 동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지스와 옌스가 가장 궁금해 했다.

"뭐 그럭저럭. 그런데 시아는 아직 안 왔냐?"

"볼일 있다며 하루 정도 접속을 못한대."

유한이 해커를 찾느라고 하루를 쉬었던거와 같이 그녀도 리셉션에 다녀온 이후 아직 접속하지 않은 모양이다.

"어이! 은비누님 사진 있으면 내놓으라니까!"

옌스가 아이돌 은비와 찍은 사진이 있으면 달라고 매달렸다.

하지만 유한은 내줄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다.

"미쳤냐? 힘들게 찍은 사진을 너 주게."

달라붙은 옌스를 떼어 낸 유한은 대장간 밖으로 나갔다.

대장간 뒤의 공터는 한창 공사 중이었다.

그곳은 얼마 전에 유한이 가스톤에 빌려준 땅이었는데, 카잔에서 데려온 NPC 광부들과 그들의 가족이

살아갈 마을이 지어지고 있었다.

곳곳마다 목재와 벽돌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주춧돌을 박고 기둥을 세우는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용수를 끌어들일 수로를 만들고 있었다.

"이 정도론 곤란합니다. 몬스터를 막을 방책이 없잖습니까."

"근처에 유저들이 우글우글한데 괞찮지 않나?"

"어르신,그러다가 갑자기 몬스터 무리라도 들이닥치면 어쩌실겁니까? 유저들이야 죽어도 부활할 수

있지만 NPC는요?"

마을입구에서 초빙된 목수 유저와 가스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목수는 연방 뭔가를 만들라며

부추겼고, 가스톤은 될 수 있으면 안 지으려 했다.

"그리고 놀이터를 꼭 만들어야 하나?"

"어르신께서 악덕 업주가 아니시라면 노동자와 그 일가를 위한 복지 시설은 기본입니다."

"끄응!"

이번에 초빙한 목수는 [빌더(Builder)] 칭호를 가진 남바린 목수 유니온의 두령이자 건설업자였다.

마을 건설 같은 대규모 사업은 그에게 있어 큰돈을 벌기회이자 경험을 쌓을 기회였기에 뭐든지 더 지어

보려 애썻다.

처음의 예상과 달리 점점 늘어나는 건물과 공사비에 가스톤은 머리를 싸맸다.

"어휴,뭐 하러 저리 거창하게 하시나."

유한은 자신이라면 마을 같은 것은 결코 짓지 않았을것이라 생각했다.

NPC 대장장이들을 위한 숙소는 몰라도, 그들의 식솔들까지 책임져 줄 생각이 모래알만큼도 없었다.

그렇다고 가스톤이 지금 삽질을 하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NPC들의 사기가 높으면 충성도가 올라가고 이는 곧 작업장에서의 능률 향상으로 직결되기 때문.

현실도가 높은 가상현실 게임이니만큼 NPC들도 집이 있어야 잘 수 있고, 먹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으며, 벌어야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만약 NPC라고 막 대했다가는 몇일 지나지 않아 파업이나 폭동이 일어난다.

실제로 NPC라고 영지민들을 막 대했던 길드가 있었는데, 민란이 일어나서 영지민들과 그들의 의뢰를

받은 유저들에게 내쫓기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그 너도 보고 배워야할걸?"

리지스의 말에 유한은 펄쩍 뛰었다.

"무슨 소리! 난 가스톤 영감님처럼 부자가 아냐!"

그는 마을을 지어줄 생각,아니 돈이 없었다.

지어야 할 것이 있다면 철공소,그리고 그 위의 단계인 제철소뿐.

그러나 세상일이란 마음먹은 대로만 되는것이 아니다.

"그래도 지어야 할 거야. 일꾼들이 광부들을 무척 부러워하더라고."

송코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유한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대장간을 책임진것은 송코다.

그러다 아예 대장간 회계 담당으로 자릴 잡았고, 자재를 구입하거나 NPC대장장이들에게 급료를

나눠주는일은 그의 몫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NPC들의 불만 사항이라든가, 요구 사항을 듣게 되었다.

"뭐가 부럽다는 건데요?"

"지그 대장간에 일하는 대장장이들은 외지에 홀로 나와서 일하는 사람들이잖아. 저렇게 가까이 가족과

함께 지내는걸 부러워하는거지."

"그럼 설마?"

"걱정마, 아직은 괞찮으니까."

아직은 괞찮다.

그러나 나중엔 어찌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대장장이들은 별 불만 없이 일해 왔지만, 광산 마을이 건설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달라지고

있었다. 남들이 누리는 해택을 부러워하고 자신도 누리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하여간 이놈의 게임, 쓸데없는 데까지 신경을 써 놓긴!'

유한은 얼마전에 만났던 손석진이 원망스러웠다.

게임이면 게임답게 만들어 놓을것이지, 이렇게 현실도를 높여 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얼마 전 중원한 인원까지 합치면 현재 대장간의 일꾼은 총 50명.

만약 가스톤처럼 그들의 식솔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면?

'일인당 가족이 네명이라 생각하면……아놔! 내가 돌봐야할 NPC가 모두 이백명이 되잖아!'

어찌된것이 가스톤 영감이 데리고있는 광부들의 식솔보다 더 많았다.

가스톤만큼 돈을 쓰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신경 써 주기위해서는 많은돈이 나갈 것이 틀림없다.

미래의 일이라지만,이건 정말 골치 아픈 문제였다.

'제길, 철공소 만드는데도 적잖게 돈이 들어갈 판인데…….'

몇일 전 브로딘 왕국에서 대장장이 빌리안이 철공소를 지었다.

그는 유한보다 스킬 랭크도 높고, 명성도 높고, 돈도 많은 유저였는데, 철공소를 만들고 난 후

거기에 들어간 비용을 공략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그가 투입한 자금은 무려 100만골드.

너무나 막대한 금액을 두고 후발 주자들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지저분한 술책이라느니, 쓸데없는데 돈을

써서 그렇다느니 하는 말들이 많았다.

어쨋거나 빌리안의 사례는 철공소 건설에 많은돈이 들어간다는것을 의미했다.

지금 유한이 보유한 돈으로는 철공소 건설은 어림도 없었다.

"어이, 리지스! 나 오늘부터 무구 생산량을 두배로 늘릴거야. 그러니까 주문 더 받아와!"

"왜? 스킬 수련때문에 거절할땐 언제고?"

얼마 전 리지스가 다른 영지에서 꽤 짭짭할 거래처를 알아 왔는데, 유한이 거절한적이 있었다.

지금은 스킬 올리는게 우선이라면서.

"수련도 수련이지만, 아무래도 돈을 좀 벌어 놔야겠어."

송코와 이야기하더니 생각이 달라진 것일까.

어쨋거나 리지스 입장에서는 유한을 말릴 이유가 없었다.

"훗, 잘 생각했어. 그렇게 해주면 나야 좋지."

리지스는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주문을 따오면 만드는것은 유한이 하지만 납품하는것은 리지스 상단의 몫.

당연히 그 차익은 고스란히 그녀의 주머니로 들어오게 되었다.

"나만 믿고 기다려.안그래도 이곳저곳 알아보고있는 중이었으니까."

리지스는 당장 거래처를 알아 오겠다며 보따리를 쌋다.

"그래, 너만 믿는다."

대장간으로 돌아온 유한은 일꾼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다.

"오늘부터 근무 체계를 바꾸겠습니다."

"네에?"

유한의 갑작스런 발표에 대장장이 NPC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정시 출근에 정시 퇴근을 칼같이 지켜 주던 유한이었다.

"대장간을 24시간 풀 생간 체계로 돌리려 합니다.

기존의 대장장이들은 지금과 같이 낮 시간에 근무하고, 이번에 새로 영입된 대장장이들은 밤 시간 대에

근무 하겠습니다."

현재 대장간 규모에 비해 일꾼들이 많았다.

철공소를 염두에 두고 미리 20명의 대장장이 NPC들을 더 영입했기 때문이다.

새로 온 대장장이들은 물 긷기나 장작 패기등 보조적인 일들을 했지만, 일거리가 없어 대장간 한편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 자기네들끼리 잡담을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유한은 놀고있는 자원을 모조리 없앨겸, 2교대 근무를 도입하려했다.

낮보다 적지만,밤에도 20명이 일하면 생간량은 더 늘어나게 될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연장 근무도 각오해야 할겁니다."

이런 유한의 말에 대장장이들이 반발하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면 피로가 장난 아닐 텐데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좋은 무구를 만들수 있단 말입니다."

지금까지 편하게 일해온 대장장이들은 근로 환경이 열악해지는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급료 1.5배 인상에 야근 수당도 줄 건데 싫습니가? 그럼 관두던가."

"하하, 저희가 언제 싫다고 했습니까?"

"걱정 마시고 맡겨만 주십쇼!"

유한의 강수에 대장장이들은 언제 대들었냐는듯 고분고분해졌다.

그렇게 휘하 NPC대장장이들의 불만을 잠재운 그는 당장 일꾼들의 시간표를 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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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이 재배치한 대장장이 NPC들과 한창 무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때였다.

거래처를 알아본다며 나간 리지스가 단정한 제복 차림의 중년 NPC를 데리고 들어왔다.

"지그야, 이분이 일거리를 맡기신데."

자신을 호베론 자작가의 집사라 소개한 그는 주인의 말을 전했다.

"그러니까 전신상을 만들어 달라고요?"

"네,주인 나리께서 자신의 모습을 본뜬 동상을 만드시고 싶어 하십니다. 상인 홉스가 당신을 추천하더

군요. 꽤 실력이 좋은 대장장이라면서 말입니다."

홉스는 지난번 자물쇠 만드는것을 맡겼었던 NPC 상인이다.

"홉스를 아세요?"

"우리 호메론 자작가는 그의 단골입니다."

홉스의 의뢰를 받아들였을 땐 정밀 조립 스킬을 올리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게임 내에 존재하는 NPC들과의 인연과 높아진 유한의 명성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흐뭇한 마음에 미소를 짓는 유한의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떳다.

[호메론 자작의 의뢰]

-아바란 왕국 남쪽의 영주인 호메론 자작은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전신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호메론 자작에게 가서 동상을 만들어 주자.

"오천 골드에 지그씨의 솜씨를 사고싶습니다. 잘만해 주시면 추가로 보상을 더 드릴수도 있습니다."

퀘스트 1건에 5천 골드라면 충분히 해볼만하다.

더구나 저번에 공략 사이트를 보니, 주물 스킬은 동상이나 예술품 같은것을 만들면 잘 올라간다고

적혀 있었다.

돈도 벌고 주물 스킬도 올리고 , 그야말로 일석이조.

"좋습니다. 하겠습니다."

유한은 퀘스트를 수락했다. 비록 동상을 만들어 본적은 없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때가 아디었다.

호메론 자작의 영지는 유한의 대장간에서 남서쪽으로 약 한나절 거리에 있었다.

유한은 공구는 물론 화로나 고로 등의 설비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설비를 들고 이동하는 것이 어림도 없었지만,

스틸러스시의 경연 대회에서 우승하며 받은 짐마차가 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짐마차에 설비를 가득 실은 유한은 송코에게 대장간을 맡긴 뒤 집사가 타고 온 마차를 따라

호메론 영지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그는 곧 자작을 만날 수 있었다.

호메론 자작은 뚱뚱한 몸매에 둘창코를 지닌 전형적인 비호감형 인물이었다.

"킁,자네가 내 동상을 만들 대장장이라고?"

"그렇습니다, 자작님!"

유한은 일단 물주를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내 동상을 멋지게 만들어 주면 사례를 후하게 하겠네."

"이 지그를 믿어 주십시오!"

물주가 사례를 후하게 해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유한은 자신의 가슴을 펑펑 두들기며 맡겨 달라고만 했다.

동상을 만들려면 주물 스킬을 이용해야 한다. 모형을 거푸집에 찍고, 그렇게 만들어진 빈 거푸집에

청동 쇳물을 부어 식히면 동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유한은 주물 스킬을 익혀 놓았기에 작업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한가지 모형을 제작할줄

모른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난 조각에는 영 잼병인데….'

모형은 조각 스킬을통해 보통 돌이나 나무를 깎아 만든다.

허나 유한은 조각 스킬을 배우지도 않았거니와, 지금 배운다 해도 단시간에 사람의 형상을 깎을 만큼

숙련도가 오르진 않을것이다.

유한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을때, 일꾼들이 목각 인형을 하나 들고왔다.

호베론 자작은 목각 인형을 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동상을 만들 수 있도록 조각가에게 내 목상을 완성해 놓도록 했지."

주물을 뜰 모형이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미리 만들어 놓았다는 자작의 목상은 실물 크기로 날씬하면서도 강인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디에도 물살과 들창코는 보이지 않았다.

"저, 이게…."

"내 목상일세."

유한이 어리둥절해 묻자, 호메론 자작은 목소리에 힘을주며 단호하게 말했다.

잠시 머뭇거렸던 유한은 감탄을 하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이야! 정말 잘 만든 목상이네요. 이거 자작님과 똑같습니다!"

"하하핫! 그렇지?"

"앞으로 백년, 아니 천년후의 사람들도 자작님의 용맹한 모습을 길이 기억할 겁니다."

"으하하핫! 그건 자네 실력에 달렸네."

"저만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유한은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하인들이 미리 준비한 진흙을 이용해 동상의 거푸집을 찍어 낸 뒤 고로에서 청동괴를 녹여 쇳물을 

만들엇다.

충분한 양의 쇳물이 모이자 거푸집에 부었다.

그리고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식히 다음 거푸집을 떼어냈다.

-청동상을 완성했습니다. 손질만 잘하면 멋진 동상이 될 것 같습니다.

스킬 경험치 150을 받았습니다.

-주물 스킬이 7랭크로 올랐습니다.

솜씨가 1 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 올랐습니다.

'앗싸! 주물 스킬 올랐다.'

공략 사이트에서 본 대로 동상은 주물 스킬에 많은 경험치를 안겨 주었다. 덕분에 유한의 주물 스킬은

7랭크로 한단계 더 올라갔다.

"음,마냥 기뻐하고 있을때가 아니지."

주물 스킬의 경험치를 받았지만, 아직 동상이 완성된것은 아니다.

유한은 동상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마무리 작업을 했다.

거푸집을 틈으로 톡 튀어나온 부분을 끌로 문질러 매끈하게 만들고 거무튀튀하게 변색된 부분도 연마재로

문질러 번쩍이게 만들었다.

"좋았어! 이정도면 충분해!"

작업을 끝마친 호베론 자작의 동상은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또렸한 이목구비와 군살이 없는 완벽 몸매. 후대의 사람들이 보면 자작이 엘프가 아닌가 착각할지도 모른다.

"오∼ 이게 바로 나란 말인가?"

동상이 완성되었다는 말을 들은 호베론 자작이 나타나 감탄사를 발했다.

번쩍이는 동상은 누가봐도 훌륭하다 탄성이 터질 만했다.

원형인 목상도 잘 만든 것이지만,동상의 휘황찬란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앞으로 이 동상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이 자작님의 고대한 인격과 뛰어난 업적을 칭송해 마지않을

것입니다."

옆에서 집사가 아부를 떨었다.

'이 NPC도 입심이 장난 아니군.'

목상을 깎은 조각가가 NPC인지 유저인지는 몰라도 정말 처신을 잘했다. 덕분에 유한이 동상을 잘 만들어

자작을 흡족하게 해 줄 수 있었으니까.

"하하하, 이렇게 훌륭한 동상을 만들어 준 대장장이에게 사례를 하지 않을 수 없지.

여봐라, 수고한 대장장이에게 보상을 내리도록 하라."

자작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언 시녀가 유한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호메론 자작의 의뢰]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경험치 2,000을 얻었습니다.

 7,000골드 얻었습니다.

-명성이 300 올랐습니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원래 집사가 제시한 보상보다 무려 2,000골드나 더 많았다.

그만큼 호베론 자작이 동상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다.

넙죽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하는 유한에게 자작이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런데 말이야. 영지의 신전에서 유능한 대장장이를 찾고 있는데, 자네가 한번 가 보지 않겠나?"

띠링!

순간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연계 퀘스트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신전에서 대장장이를 찾을 일은 뻔했다. 제기나 신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유한은 대뜸 수락했다.

"제게 맡겨만 주십시오."

"킁,원래는 내가 함께 가야 하지만,영지에 바쁜일이 있어서 가지 못하네.

대신 이 추천장을 줄테니 마론 신관을 찾도록 하게."

자작의 추천장을 받아든 유한은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은 자작의 영지 북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하늘을 향해 솟은 뾰족한 첨탑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광명과 음악의신 헬리오스

고대 주신의 품에서 태어난 12명의 하위 신들 중 하나인 헬리오스 교단은 아바란 왕국에서 제법 교세를

떨치고 있었는데, 이를 증명하듯 신전이 크고 웅장했다.

"무슨 일이요?"

"자작님의 소개로 왔습니다."

유한은 신전을 지키는 병사에게 추천장을 내밀었다.

추천장을 받은 병사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겨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병사는 중년의 신관 한 사람과 함께 나왔다.

"자네가 호메론 자작님의 소개로 온 대장장인가?"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신전 안은 조용했다.

아니, 적막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신전 안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만한 규모의 신전이라면 많은 신관과 신도들이 있을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난 마론이라고 하네."

자신의 신분을 밝힌 그는 유한에게 자리를 권했다.

"추천장에는 자네가 호메론 자작님의 동상을 만들었다고 적혀 있더군, 혹시 그래서 말인데…자네 혹시

종도 만들줄 아나?"

"종이요?"

뜬금없이 종 이야기가 나오자 유한은 눈을 동그랗게 떳다.

신전에서 대장장이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설마 종을 만들어 달랄 줄이야.

종도 금속으로 된 물건이니 대장장이가 만드는 것임엔 틀림없지만, 제기나 신상 정도 만들겠지 싶었던

유한으로선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번도 동상처럼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 아닌가.

"실은 우리 신전에는 매시간을 알려주는 종이 있네.

그런데 그종이 열흘 전에 그만 깨지고 말았어.

덕분에 이곳에서 수향하는 사람들이 여간 불편하기 짝이 없네.

자네가 새로운 종을 만들어 줄 수 있겠나?"

마론 신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효과음과 함께 퀘스트창이 떳다.

[헬리오스 신전의 종]

-열흘 전 그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신전의 종이 깨지고 말았다.

이에 신전에서 수행하는 신관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 바 이를 해결해주자.

* [호메론 자작의 의뢰]에 이은 연계 퀘스트.

* 게임 시간으로 15일 안에 완성해야 합니다. 기한을 초과하면 퀘스트는 실패하고 불이익을 받습니다.

불이익이 있다는 것에 유한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전에 한번도 도전해 보지 못한 동상도 잘 만들었는데,

그보다 단순한 구조의 종이야무엇이 어렵겠는가.

주물 스킬을 이용하면 별문제 없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유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잘만 해 주면 섭섭잖은 보상을 해 주겠네."

'그래,큰 신전이니까 보상도 짜진 않겠지?'

신전에서 내는 퀘스트는 보상이 후한 편이다.

하물며 이만한 규모의 신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유한은 더 생각하지도 않고 퀘스트를 수락했다.

"저만 믿으십시오."

"오오, 그래. 자네만 믿겠네."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마론 신관은 유한의 두손을 마주 잡고 고마워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부탁하네. 종이 깨졌다는 이야기는 외부에 비밀로 해주게."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그런가?'

종 하나 깨진거 가지고 비밀로 할 것까지 있나 싶었지만, 유한은 흔쾌히 승낙했다.

신전의 일이야 어떻든 자신은 종만 만들면 그만이다.

"걱정 마십시오. 전 입이 무거우니까요."

"고맙네!"

지나칠 정도로 고마워하는 마론 신관의 반응이 좀 의야했지만, 유한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후아암! 오늘은 피곤하니까 여기까지 해야지.'

그렇지 않아도 벌써 시간이 자정을 넘었다.

캡슐에서 나온 유한은 어머니 김 여사가 잔소리를 하기전에 서둘러 잠자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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