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철의 도시 (5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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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스톤이 온 지 사흘이 지났을 때였다.

 유한은 NPC 대장장이들과 함께 대장간 뒤에 새로운 창고를 짓고 있었다. 광산에서 나온 광석들을 분류하고 보관하는 용도로 쓰일 창고였다.

 거의 완성했을 무렵, 가스톤이 채굴한 광물을 들고 찾아와 유한에게 말했다.

 "자네 나랑 같이 여행 좀 가지 않겠나?"

 여행이란 좋은 것이다. 모험도 하고, 여러 곳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영감님이랑 여행 가는 것은 별로 즐겁지 않을 것 같았다.

 차라리 채린이나 다른 동료들이 끼면 모를까.

 "글쎄요, 전 할 일이 많아서."

 "그 일 좀 미루고 다녀와도 손해 볼 것은 없네. 오히려 갔다 온 다음엔 득이 될 테니 말이야."

 "득이 된다고요?"

 가스톤은 뭐가 득이 되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목적지는 카잔 공국일세. 난 거기 가서 내가 예전에 부리던 일꾼들을 데려오려고 그러네. 생각보다 여기 채굴량이 많아서 여럿이 작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더군."

 "그래요?"

 "자네도 생각을 해 봐. 카잔 공국에는 쓸 만한 대장장이가 많아. 자네도 일꾼이 좀 더 늘면 좋을 게 아닌가?"

 다시 들어 보니 귀가 솔깃한 이야기였다.

 일단은 철공소를 목표로 달려가는 지그 대장간에는 지금보다 20명 더 많은 일꾼이 필요하다.

 또 일꾼이 늘어나면 무구의 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교대로 일하게 함으로써 일꾼들의 피로를 줄이고 작업의 집중력과 효율을 증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어때? 가 보겠나?"

 "예,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식간에 손익을 따져 본 유한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렇게 유한은 가스톤과 역마차를 타고 카잔 공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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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잔 공국.

 아르페디아 대륙의 동쪽 카잔 반도에 위치한 나라로, 험한 산맥과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다. 영토가 작고 던전이나 사냥터도 많지 않아 이곳에서 활동하는 유저의 수는 적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산맥에 광산이 많아 광부와 대장장이, 그리고 어부와 같은 생산 계열의 유저들이 다른 곳에 비해 많다는 것.

 "자네도 카잔 공국에서만 나는 해산물 요리를 맛보면 이곳을 쉬이 떠날 수 없을 거야."

 유한은 이곳까지 오면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가스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생각보다 아르페디아 대륙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

 광부라기에 광산에 처박혀 광만 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채굴을 한다고 이곳저곳 여행을 하다 보니 각지의 특산물이나 음식, 문화에 대해도 해박해진 것이다.

 유한도 바츠 시절에 카잔 공국에서 왔지만 사냥터에서 몬스터만 잡았을 뿐 다른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아니, 당시엔 관심이 없어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보다 어르신, 정말 그곳에 가면 우수한 일꾼들이 많습니까?"

 "당연하지, 바르카스의 대장장이들도 실력이 괜찮지만, 철의 도시에는 비할 수가 없지. 내가 그 나쁜 놈들에게 광산을 빼앗기지만 않았어도 그곳을 떠나지는 않았을 거야."

 "아, 철의 도시라면 '스틸러스' 말입니까?"

 스틸러스는 주변 산맥에서 생산되는 각종 광물이 모여드는 도시다. 그렇다 보니 광부와 대장장이들이 도시 인구의 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대장장이들이 모이다 보니 경쟁이 심해졌고, 당연한 말이지만 실력도 올라갔다.

 그래서 카잔 공국에서도 스틸러스시의 대장장이들이 가장 실력이 좋단다.

 '하긴, 상점표 중에서도 거기서 만든 게 노스아크의 드워프들이 만든 것 다음으로 괜찮았었지.'

 바츠 시절에 사용한 무구들 중 스틸러스 장인 조합에서 만든 갑옷이 있었다. 상점표치고 다소 비쌌지만 내구와 방어력이 뛰어났고 옵션도 좋았다.

 아쉽게도 그 갑옷은 광렙을 하다가 깨 먹고 말았다. 얼마 후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을 얻어 위안을 얻었지만.

 유한과 가스톤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역마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부 NPC의 작별 인사가 두 사람의 귀에 들렸다.

 "스틸러스시에 도착했습니다. 좋은 여행되시기를 바랍니다."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성문을 향해 도시로 들어갔다.

 철의 도시 스틸러스.

 산 중턱에 위치한 덕분에 대장장이나 광부를 빼면 거주인구가 많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사람들로 붐볐다.음악과 노랫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지며 꽃잎과 색종이가 휘날리고 사방에 축하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오늘이 뭔 날인가요?"

 유한의 물음에 가스톤은 무릎을 탁 쳤다.

 "어허! 이런 내 정신좀 보게. 오늘이 바로 스틸러스시의 축제네. 매년 11월 2일이 되면 '강철의 향연'이라는 축제를 벌이지."

 스틸러스시의 정체서을 나타내는 최대의 축제.

 그래서인지 이맘때면 스틸러스에는 각지에서 온 대장장이와 광부들로 넘쳐난다고 했다.

 '호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마침 좋은 구경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유한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가스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내가 떠날 때보다 도시가 더 커진 것 같구먼."

 그랬다. 

 스틸러스시는 가스톤이 광맥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더 커져 있었다. 이전보다 집과 건물이 늘었고, NPC나 유저의 수도 많아졌다.

 '새 업데이트 때문인가?'

 아무래도 그런 듯해 보였다.

 가격 인하 선포에 다른 게임들을 하던 유저가 다수 전향한 듯. 여기저기서 다른 게임과 비교하는 말들도 흘러나왔다.

 "난 NPC 광부들을 데리러 갈 테니까 자네도 자네 일을 보게."

 "예, 두 시간 뒤 이곳에서 보지요."

 유한은 그렇게 가스톤과 헤어졌다.

 가스톤의 말에 의하면 그가 예전에 데리고 있던 NPC 광부들 중 반은 다른 광산으로 일을 하러 떠났지만 나머지 반은 그가 새로운 광맥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영감님이 일꾼들에게 꽤 신망이 높았던 모양이군.'

 NPC라고 해서 무작정 주인에게 충성심을 보이진 않는다.

 주인이 잘해 주고 배려해 주는 만큼 충성심도 높아지고 일의 성과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쁜 주인 밑에 있던 NPC들은 사표를 쓰고 떠나 버리거나 심지어 야반도주를 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난 어디서 대장장이들을 모으지?"

 유한은 주변을 둘러보다 자신의 머리를 콩 쳤다.

 "바보, 이곳의 태반이 대장장이인데 그것 좀 못 모을까봐. 그보다 시간이 좀 있으니까 우선 축제부터 즐기자."

 유한은 거리를 거닐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마침 축제일이라 구경할 것이 많았다.

 게임에 진출한 패스트푸드 업체와 혈투 중인 요리사 유저의 음식을 사 먹기도 하고, 이번에 새로 등장한 직업인 '곡예사'의 차력과 공중제비, 저글링 등의 묘기도 구경했다.

 그렇게 즐겁게 축제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북소리가 울리며 요란하게 차려입은 NPC가 나타나 전단지를 뿌리며 외쳤다.

 "금일 2시부터 관청 앞 광장에서 '스틸러스 기능 경연대회'를 시작합니다. 아직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은 어서 관청으로 가 등록하도록 하시오!"

 그 말이 들리자 유한과 같은 생산직 유저들이 하나 둘 관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능 경연 대회.

 이 역시 이번 업데이트부터 등장한 이벤트다.

 영주나 국왕이 산업 장려를 목적으로 여는 대회로, 생산직 유저라면 자기 직업의 종목에 참가해 우승에 도전해 볼 수 있었다.

 우승자에게는 적잖은 보상과 명성이 주어지는데, 이것이 생산직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유한도 업데이트 이후 이런 대회에 꼭 참가해 보려 했지만, 그동안은 기회가 없었다.

 대장간에서 생산에 주력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아바란 왕국에서는 이런 이벤트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이벤트는 보통 체제가 안정된 국가들의 도시와 영지에서 열린다고 한다. 당연히 아바란 왕국은 해당 사항이 없음이다.

 "나도 한번 참가해 볼까?"

 유한은 문득 회가 댕겼다.

 전단지를 보니 1등 상품이 마차였다.

 그것도 말 1마리가 끄는 짐마차였는데, 상당히 튼튼해 보이는 게 생산직 유저들이 타고 다니거나 사용하면 좋을 듯했다.

 거기다 밑에 달린 설명을 보면 이 짐마차는 기존의 일두(一頭) 짐마차보다 짐을 1.5배 더 싣고 속도도 30% 더 빠른 옵션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여기 짐칸에 고로 설비라든가 화로, 모루 같은 것을 두면 이동형 대장간으로 쓸 만하겠는걸?'

  

 이전에도 화로나 망치 같은 도구들을 들고 다니며 생산을 해 보았지만, 생산량이나 품목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 짐마차를 이용하면 작은 대장간 하나를 갖고 다니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 당장 가서 등록해야지."

 철의 도시인 만큼 쟁쟁한 경쟁자들이 나타날지 모르지만, 해 봐서 손해 볼 일은 없었다.

 그에게서 신청서를 받아 든 NPC 관리는 눈을 살짝 찌푸리더니 유한을 요리조리 째려보았다.

 "지그라? 아바란 왕국 출신이라고?"

 "그렇습니다만... 혹시 외국인은 참가가 안 되는 겁니까?"

 유한은 예전 무역로 퀘스트에 신청서를 낼 때 있었던 일을 기억했다. 꽤 실력 있는 마법사였는데도 바르카스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혹시 이번에도 카잔 공국인만 참가할 수 있는 것인지.

 '내가 너무 성급했나?'

 유한이 내심 후회하고 있을 때 NPC 관리가 말했다.

 "별로 문제될건 없네. 어디 한번 최선을 다해 보게."

 "아, 고맙습니다."

 다행히 문제없이 넘어갔다.

 유한은 안도하며 물러났지만, 상황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유한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NPC 관리는 옆의 부하에게 참가 신청서들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번에 야장 분야에 참가한 대장장이들이 몇 명이라고?"

 "모두 163명입니다."

 "그중에 외국인은 몇이나 되지?"

 "방금 그자까지 합쳐서 17명입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NPC 관리는 부하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적당히 손을 쓰도록 해. 본선까지 올라가는 것은 몰라도, 외국인에게 우승을 넘겨줄수는 없으니까."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자존심 강한 스틸러스시의 관리답게 우승자는 누가 되었든 간데 카잔 공국민이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이 같은 설정을 한 것은 그들을 만들고 조작한 드림맥스다.

 유한은 그렇게 숨겨진 함정이 있다는 것도 모른 체, 대회 준비에 열중했다.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을 하면서.

 (2)

  

 도시의 특성에 맞게 스틸러스 기능 경연 대회는 광부 부분과 대장장이 부분으로 나뉘었다.

 광부 부분은 '석탄 배달'이라는 명칭이 붙었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많은 석탄을 외발 수레로 나르는 사람이 이긴다.

 지이잉!

 병사가 관청 앞 광장에 세워진 커다란 징을 울리자 광장에 가득 모인 두 기능 종목의 선수들이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광부들은 삽으로 석탄을 퍼 나르기 시작했고, 각자 1개의 철괴를 받은 대장장이들은 화로에 불을 지펴 쇠를 달구었다.

 그렇게 달궈진 철괴를 모루에 놓고 망치질을 하여 모양을 다듬은 뒤 물로 식혀 담금질을 해 나갔다.

 열심히 망치질을 하는 그들의 뒤에선 친구와 동료들이 응원을 보냈다.

 "아론 오빠, 파이팅!"

 "상길아, 힘내라!"

 비록 유한을 응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는 작업에 온정신을 집중했다.

 예선은 1개의 철괴로 제한 시간 안에 최고의 숏소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특별히 힘든 것은 없지만, 실수해서는 안 된다.

 유한은 숏소드를 만드는 데 그레인 스킬을 사용하였다.

 날이 새파랗게 선 숏소드는 그가 예선을 수월하게 통과하도록 해 주었다.

 "자, 그럼 본선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본선은 여덣명의 예선 통과자들이 주어진 시간 안에 가장 자신 있는 무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선이 대장장이의 기본 실력을 겨루는 거라면 본선은 각자 최고의 실력을 발휘해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거였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NPC 관리의 선언에 병사가 다시 징을 울렸다.

 유한은 잠시 눈을 감고 무엇을 만들지 생각했다. 

 '뭐니 뭐니 해도 무구의 꽃은 검이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한 유한은 화로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

 1시간 안에 만들어야 하는데 재료나 도구는 주최 측에서 모두 준비해 주었다.

 유한은 머릿속에 떠올린 이미지대로 철괴를 녹여 두들기기 시작했다.

 카앙! 캉!

 치이익! 치이익!

 이곳저곳에서 망치질 소리와 담금질 소리가 들렸다.

 다소 긴장될 법도 한데 유한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한 자루의 검을 만들었다.

 이대로 간다면 꽤 괜찮을 물건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검날이 거의 다 완성되었을 즈음이다. 갑자기 망치 자루가 뚝 하고 부러지더니 손이 빗나갔다.

 "엇!"

 빗나간 망치가 그만 검날의 한쪽을 부러트리고 말았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마침 시간이 다 되어 가던 때라 다시 만들 수도 없었다.

 멀쩡하던 망치가 왜 갑자기 부러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그걸 따지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유한은 서둘러 망치 자루를 고쳐 끼우고, 그레인 스킬을 펼쳐 부러진 검날을 가져다 붙였다. 비록 시간은 없었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정해진 시간 내에 원하던 검을 완성했다.

 "상태 확인."

 유한은 검의 옵션을 확인했다.

 (=마이티(Mighty) 소드=)

 -공격: 100

 -내구: 88

 -설명: 보기만 해도 튼튼하고 강해 보이는 검. 들고 있으면 없던 힘도 무럭무럭 솟구칠 것 같다.

 -부수 효과: 착용하면 힘이 10 증가한다.

 '큭! 내구가 떨어졌군.'

 언뜻 보면 표시는 나지 않지만, 옵션은 정직했다. 완성품인 마이티 소드는 내구 100이 정상인데 좀 전의 실수로 12나 떨어진 것이다.

 뭐 그런 것을 제외하면 무척 잘 만든 검이다.

 허리에 차고 있는 포이즌 세이버보다도 공격력이 강했고, 중량감도 있고 폼도 났다.

 "오냐, 이제 네가 내 애병이다."

 이벤트에서 스스로 만든 검을 갖고 다니는 것도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유한은 우승 여부와 관련 없이 이 검을 차기 주력 장비로 삼을 것을 결정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만든 것을 심사대에 내려놓으십시오."

 유한이 심사대에 마이티 소드를 내려놓자 심사관들이 지나가며 일일이 살폈다.

 모두 한 지방에서 한다 하는 대장장이들이 만든 것들이라 뛰어난 것들 일색이었다.

 그러나 유한은 기죽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마이티 소드가 이 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 같았기에.

 물론 자신의 작품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유한만이 아니었다. 유한과 함께 늘어선 대장장이들도 저마다 자신이 최고라는 듯이 으스댔다.

 '오오! 내가 1등인가 보다!'

 유한은 심사관들의 반응을 보고 그리 생각했다.

 지금 심사관들은 그의 무기를 살펴보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잠시 후, 심사 발표가 있었다.

 "올해의 대장장이 부분 우승자는 카잔 공국의 대장장이이자 이곳 스틸러스의 자랑인 아론!"

 "와아아아!"

 심사위원장의 발표가 있자 관중들이 함성을 질렀다. 스틸러스 출신의 우승자가 나와 모두들 기쁜 듯했다.

 "그럼 그렇지."

 "아론 오빠를 능가할 대장장이는 드워프 말고는 없을걸?"

 "괜히 철십자 길드에서 모셔 가려는 게 아니라고."

 아론의 친구들로 보이는 유저들이 으스대며 한두 마디씩 내뱉었다.

 그런데, 그들의 우쭐함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심사위원장이 음성 증폭 마법이 걸린 아이템을 내려놓지 않는다 싶더니 곧장 말을 이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또 한 사람의 공동 우승자는 아바란 왕국 출신의 대장장이 지그!"

 "앗싸! 해냈다!"

 유한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조금 전 아론의 우승을 들었을 때만 해도 처음이니 우승을 못해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었다. 비록 결판을 내지 못했지만, 공동 우승이라는 다소 만족스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돼!"

 누군가의 한 마디와 함께, 잠시 폭풍의 눈처럼 고요하던 장내에 갑작스레 야유가 쏟아졌다.

 "우우우!"

 "심사관들 뇌물 먹었냐!"

 "타국 출신 대장장이한테 우승이 웬 말이냐!"

 관중들은 심사관들을 비난하고, 상을 받기 위해 단상으로 나가는 유한에게도 야유를 보냈다.

 물론 이에 질 유한이 아니었다.

 "시끄러워! 망치만 안 미끄러졌으면 내가 압승이라고!"

 유한은 지지 않고 고함을 지르며 관중들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야유 소리가 점점 커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누가 뭐래든 상패를 받았고, 또 1등 상품으로 탐을 내던 짐마차도 함께 받았다.

 (3)

  

 유한은 희희낙락거리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서 다시 만난 가스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부하 광부들을 만나러 갔었는데, 다들 난색을 표하며 그의 제의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유를 물어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허허, NPC들이지만 내 그리 박하게 대하지 않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더 좋은 직장을 구한 거겠죠. 별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지금 유한은 기분이 꽤 좋았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만약 경연대회에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면 그는 투덜거렸을 것이다.

 유한은 가스톤을 짐마차에 태웠다. 천천히 도시를 돌며 사람을 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틸러스에서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 어디죠?" 

 "너트 거리 뒷골목이죠. 술집이 많아서 대장장이이나 광부들이 일 끝나면 한 잔씩 하러 간다네."

 유한은 곧장 마차를 너트 거리 뒷골목으로 몰았다.

 거의 목적지에 다다랐다 싶었을 때였다. 일련의 일물들이 나타나 골목길을 막아섰다.

 "뭐야? 양아치들?"

 마차의 앞과 뒤를 가로막은 인간들은 말 그대로 양아치 NPC들이었다. 다소 껄렁해 보이는 동작과 몸짓으로 도시의 뒷골목에 기생하는.

 그런데 그들의 뒤에 굉장히 낯익은 NPC가 하나 있었다.

 바로 기능 경연 대회를 주관한 NPC 관리였다.

 "긴말하지 않겠다. 네놈이 받은 상패와 상품을 내놓고 가거라."

 "혹시 당신이?"

 유한의 뇌리를 번뜩하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나중에 망치 자루가 왜 부러졌는지 살펴봤는데, 누가 부러지기 쉽도록 실톱으로 살짝 잘라 놓았다. 거기더 겉으로 보아선 알아보기 힘들게 교묘히 덧칠까지 해 놓았다.

 "후후후, 건방진 놈. 감히 우리 스틸러스의 축제에 참가해 일등을 먹을 생각을 하다니."

 "외국인도 참가해도 된다면서?"

 "물론 참가는 해도 되지. 하지만, 단순한 들러리에 머물러야 했다. 그런데 겁도 없이 일등을 해?"

 그런 것이었다.

 이 도시의 인간들은 기술적 자부심을 강해 타국의 인물들이 우승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유한이 쓰는 장비에 수작을 부려 놓았고, 그래도 그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하니 이렇게 몰래 린치를 가하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게임상의 설정일 뿐이지만, 그 더러운 수작은 유한의 성질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쳐라! 저놈이 가진 상패와 상품을 빼앗고 다시는 이곳에 올 생각을 못하게 흠씬 두들겨 줘라!"

 NPC 관리의 외침과 함께 퀘스트창이 불쑥 떠올랐다.

 (<부패한 관리의 음모>)

 -스틸러스 시의 부패한 관리는 경연 대회에서 타국인이 우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대 경연 대회의 우승자여!

  NPC 관리와 양아치들로부터 상패와 상품을 사수하라!

 '켁! 꼴에 연계 퀘스트라니.'

 뭐 이런 황당 시추에이션이 다 있나 싶었다.

 아무리 별별 퀘스트가 난무하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이지만 경연 대회에 우승했다고 집단 린치를 가하는 퀘스트가 있다니!

 하지만, 엄연히 퀘스트는 퀘스트.

 유한은 이를 받아들였다.

 사실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듯해서 받은 것이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도와주겠네."

 "어르신은 그냥 쉬고 계세요. 금방 끝날 테니까."

 가스톤이 한몫 거들려고 하자 유한이 말렸다.

 그가 마차에서 내려오자 제일 앞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던 녀석이 커다란 해머를 휘두르며 달려왔다.

 "이야아아!"

 역시 철의 도시쯤 되니 양아치들이 들고 다니는 무기도 특별했다. 다른 곳 같으면 나이프나 단검 같은 것일 텐데.

 유한은 슬쩍 몸을 비틀어 이를 피한 뒤, 뒤에서 덤벼드는 놈을 향해 건틀렛의 와이어를 발사했다.

 '이거 죽여도 괜찮겠지?'

 NPC나 유저를 죽이게 되면 머더러가 된다. 하지만, 이건 퀘스트니 상관없을 것 같았다.

 퍼억!

 와이어 끝에 달린 추가 양아치의 이마를 후려갈겼다.

 한 놈을 그렇게 처리한 다음, 유한은 새로 만든 마이티 소드의 검면으로 연이어 달려드는 양아치들을 후려갈겼다.

 퍽퍽퍽!

 유한의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양아치 놈들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는가. 보통 대장장이라면 모를까 유한은 지금 어딜 가도 쉽사리 당하지 않는 100레벨 대의 유저였다.

 그는 별 어려움 없이 골목의 양아치들을 모두 때려눕혔다.

 "히이익!"

 NPC 관리가 놀라 도망을 가려고 했다.

 유한은 와이어를 던져 녀석의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월척이라도 낚듯이 사정없이 끌어당겼다.

 "케엑! 사, 살려 주게. 날 살려 주면 보상을 하겠네."

 "보상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어차피 놈을 혼내 주면 퀘스트의 보상이 알아서 뜰 것이다.

 유한이 주먹을 치켜들자 NPC 관리가 비명을 질렀다.

 "로, 로첼의 아들이 지금 사채업자에게 잡혀 있네. 날 풀어 주면 어디에 갇혀 있는지 알려 주지."

 "로첼? 난 그런 사람 모르거든?"

 보상금을 내놔도 시원찮을 판에 엉뚱한 소리를 하다니.

 유한이 주먹을 내리치려 할 때, 갑자기 가스톤이 나서서 그를 말렸다.

 "잠깐! 다시 말해 봐. 로첼의 아들이 어찌 되었다고?"

 "어르신, 로첼이 누군데 그러세요?"

 가스톤이 아는 사람인가, 그래서 관리 녀석이 그렇게 말했던 모양이다.

 "로첼이 내 부하 광부야.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지. 어쩐지 아까 표정이 어둡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

 사정을 들은 유한은 NPC 관리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물었다.

 "어이, 그 사채업자라는 놈 어디 있어?"

 "볼트 거리 3번가 뒷골목."

 유한은 관리를 놓아 주었다. 퀘스트 보상이 사라지겠지만, 보상도 그리 좋을 것 같지 않았기에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관리를 처리하면 스틸러스에서 머물거나 사람을 구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다시 내 눈에 띄면 죽을 줄 알아!"

 유한의 협박에 먹혔는지 모르지만, NPC 관리는 걸음아 나 살려가며 도망가 버렸다.

 "이제 인질을 구하러 가 볼까요?"

 "그러지, 서둘러야겠군."

 (4)

  

 볼트 거리 위로 한 무리의 NPC 광부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손에 곡괭이와 삽을 쥔 그들의 표정에는 비장감이 감돌았다. 절대 일을 하러 가는 사람의 표정은 아니었다.

 "이봐, 로첼. 역시 어르신께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누군가 그리 말하자, 선두에 선 로첼이 곧바로 대꾸했다.

 "이건 내 일이야. 어르신을 끌어들일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한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자신을 따르는 광부들을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너희도 마찬가지야! 이건 내 일이다! 내가 사채업자에게 돈을 꿔서 생긴 일이다. 너희들까지 이럴 필요는 없다고!"

 "무슨 소리야? 우리가 남이냐? 어디 하루 이틀 같이 일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다고."

 다들 로첼을 도와주기 위해서 가스톤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구가 위기에 처했는데 맘 놓고 새로운 땅으로 일하러 갈 수는 없는 일.

 "위험하단 말이야! 멘슨 패거리가 얼마나 흉포한지 너희도 잘 알잖아."

 "잘 아니까 같이 간다는 거야. 너 혼자서 어쩌려고?"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

 그것이 광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그들의 마음이었다.

 "쳇! 어떻게 되어도 난 몰라."

 로첼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갔다.

 동료 광부들은 주저 없이 그를 따랐다.

 마침내 그들은 사채업자 멘슨의 본거지인 3번가 뒷골목 창고에 당도했다.

 그런데 창고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입구에는 멘슨 패거리의 졸개들이 엎어져 있었다. 안쪽에서는 웬 폭음과 정체불명의 파열음, 그리고 비명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쳐들어온 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멘슨 패거리는 스틸러스에서도 흉포하기로 소문난 놈들로 관청에서도 손을 못 댈 정도로 숫자가 많다. 놈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가는 것은 자살이나 마찬가지.

 대체 쳐들어간 것은 누구인지?

 "가 보자!"

 궁금해서 창고 안으로 달려간 광부들은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사방에 널 부러진 건달들과, 아직 살아 있는(?) 양아치들을 발파로 날려 버리고 있는 가스톤.

 그리고 악명 높은 멘슨을 두들기고 있는 대장장이 소년.

 "우왁! 왜 이러십니까? 마, 말로 합시다! 말로 해요!"

 멘슨을 패고 있는 것은 유한이었다.

 그는 애원하는 멘슨의 얼굴에 주먹을 한 대 더 날려 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세상에서 배신자 다음으로 싫어하는 놈이 바로 사채업자야. 착한 사람들한테 친절한 척 돈 빌려 주고 등골까지 뽑아 먹는 거머리 같은 놈들이니까!"

 쓰러진 멘슨의 두툼한 배를 밟은 유한은 저승사자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싸늘한 물음을 내뱉었다.

 "로첼의 아들은 어디에 있지?"

 "저, 저기에."

 멘슨은 한쪽에 허름한 장롱을 가리켰다.

 "아들아!"

 유한보다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아들을 빼앗긴 광부 NPC 로첼이었다.

 그는 장롱 문을 부수고 안에 있는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이제 겨우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은 밤새 울었는지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아무리 NPC라지만 사채는 안 좋은 거야! 다시 한 번 내 눈에 사채 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그날로 NPC 생을 종칠 줄 알아!"

 유한이 사채업자 놈들을 향해 훈계를 하고 있을 때, 가스톤은 광부들과 대면하고 있었다.

 얼굴에 엄한 기색을 가득 띠운 그는 호되게 광부 NPC들을 호통 쳤다.

 "왜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그리 못 미더워 보였느냐?"

 "이건 어르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어떻게든 제 힘으로 수습하고 싶었습니다."

 고개 숙인 로첼이 그리 말하자, 가스톤은 언성을 더욱 높였다.

 "어째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냐? 너희들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바로 너희들 일인 것인데!"

 그렇게 일갈한 가스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로첼의 어깨를 도닥였다.

 따지고 보면 로첼이 사채를 쓴 이유도 자신이 광산을 철십자 길드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실직을 하지 않았으면 그리될 일은 없었다.

 "다시는 이러지 마라, 알겠느냐?"

 "예, 어르신."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유한과 가스톤, 그리고 광부 NPC들은 창고 밖으로 나왔다.

 가스톤은 자신의 광부들을 정식으로 유한에게 소개시켰다.

 "여기 이들이 바로 내가 말한 광부들일세."

 "믿음직해 보이는군요."

 유한도 대충 사정을 파악했다.

 광부 로첼을 돕기 위해서 행동을 같이한 광부 NPC를 보자니, 이들이 현실의 비겁한 인간들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라면 광산을 통째로 맡겨도 괜찮을 것이다.

 유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로첼이 아들과 함께 다가왔다.

 "아들을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 은혜는 앞으로 새로 개발될 광산에서 갚으세요."

 유한은 광부들에게 자신과 가스톤이 스틸러스에 온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대략 이야기를 들은 광부들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광산에서 일할 수 있어 좋았지만, 광산이 멀리 아바란에 있는데다가, 아바란은 내전 중인 위험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유한을 향해 말한 로첼은 동료 광부들에게 다가갔다. 잠시 무슨 이야기가 오고가는 듯하더니 격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무슨 결론을 내렸는지 뿔뿔이 흩어지는 게 아닌가.

 "아니, 모두 어디 가는 겁니까?"

 유한이 궁금해서 물었다. 기껏 모아 놓은 광부들이 모두 흩어지자 큰일이다 싶었다.

 로첼은 그를 향해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가족을 두고 혼자 먼 나라에 가서 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전 가족들을 데리고 어르신을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의 의견도 들어 봐야 하는 것이라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론은 모두들 가족을 데리고 떠나기로 했다는 것.

 스틸러스는 부패 관료가 설치고 사채업자가 판을 치는 도시라 그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아바란이 위험한 나라라고 하나, 가스톤이나 친절한 대장장이와 함께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그들은 가족을 데리러 흩어진 것이다.

 "난 또 뭐라고..."

 내심 긴장했던 유한은 한숨을 쉬며 씩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금세 당혹감으로 뒤바뀌었다.

 '자, 잠깐! 그럼 숫자가...'

 족히 100단위는 넘을 것이다.

 정말 100단위가 넘는 NPC들이 따를까 생각하고 있는데, 흩어졌던 광부들이 돌아와서 말했다.

 "가스톤 님, 가족들도 모두 함께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허허허, 그럼 모두 가세나."

 가스톤마저 허락하자 유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해야 했다.

 그날 스틸러스 시에서 10여 대의 마차에 짐과 사람을 가득 실은 행렬이 아바란 왕국을 향해 출발했다. 그 속에는 대장간에서 함께 일할 대장장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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