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대규모 업데이트 (5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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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검정고시 합격 축하 파티가 있은 다음 날.

 유한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접속했다.

 "오랜만에 신나게 달려 볼까?"

 그동안 게임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어선지 해도 한 것 같지 않았다. 거기다 대장간에서 주야장천 일만 했으니.

 "으흐흐, 오늘은 하루 종일 해야지."

 잔뜩 기대를 품고 캡슐에 들어갔건만 그를 반기는 것은 파란 공지 글뿐이었다.

 -금일 새벽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서버 점검 및 업데이트 작업이 있습니다. 유저 여러분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엥? 이게 뭐야?"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점검과 업데이트를 한다고 서버를 닫아 놓은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대개 1~2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점검과 업데이트를 하는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번밖에 없었다. 바로 오픈 베타에서 정식 서비스로 넘어가던 때였다.

 "뭐야, 김 다 샜네."

 도대체 무슨 업데이트길레 이리 길게 한단 말인가?

 유한은 캡슐 밖으로 나와 PC로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았다. 공식 홈페이지는 폭발해 버릴 정도로 많은 유저들의 글들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런 글들 중에 불만이나 항의의 글은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영자 얼른 업데이트를 끝내라능!

 -드뎌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규모 패치가 적용되는구나.

 -원양항해가 뭔가요? 그거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으하하, 생산직도 이제 팔자 피며 살게 되었3!

 -이번 업데이트 충격과 공포라고 그러던데.

 모두의 관심은 업데이트를 쏠려 있었다.

 이전부터 대규모 패치가 될 거라며 게임 방송에 오르내린 덕분이다. 일부 정보들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소재의 다양화와 생산직에 대한 우대, 그리고 원양항해의 기능 등이었다.

 소재의 다양화에 대해서는 사냥이나 공성전을 지양하고 가상현실 본연의 레저나 여가 분야를 강화한다는 것인데, 유한은 여기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생산직에 대한 우대에 귀가 솔깃하긴 했지만, 뭘 어떻게 해 준다는 언급이 없었기에 공연히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유한 본인은 물론이고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원양항해였다.

 지금까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의 항해는 연안항해가 고작이었다. 먼 바다로는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 이후에 원양항해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륙이나 섬으로 모험을 떠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특히 섬 같은 경우엔 발견자의 이름이 용사의 집에 올라가는 건 물론, 섬의 이름도 지어 줄 수 있다고.

 "하아, 정말 대단한 회사로군. 본 대륙에도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은데 새로운 대륙이 나온다고?"

 이놈의 게임은 죽을 때까지 해도 모든 것이 다 밝혀지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정말 이 미친 게임을 만든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궁금했다.

 아니 진짜 사람이 맞을까 싶었다.

 "아! 괜히 일찍 일어났잖아."

 상쾌한 아침부터 게임을 즐기려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금까지 못한 만큼 즐기려 했건만.

 잠시 투덜거리던 유한은 대입 입시 학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것저것 알아보았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장은 딴 셈, 앞으로 그가 해야 할 것은 수능 시험을 봐서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다.

 뭐 꼭 대학을 나와야 사람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도 원하고 그 자신도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기에 될 수 있으면 대학교에 가고 싶었다.

 웹서핑을 즐기며 몇 곳의 입시 학원 홈페이지를 둘러본 그는 벽시계를 힐끔 바라봤다.

 '10시다!'

 어느새 10시가 되어 있었다.

 유한은 즉시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 순간 엄청난 글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서버 점검 및 업데이트 작업 시간이 오후 2시까지 연장되었습니다. 게임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서둘러 작업을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켁! 뭐야!"

 4시간이나 더 기다리라니.

 유저들의 불만 글이 게시판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요금을 물어 달라는 글들도 보였고, 얼마나 대단한 업데이트인지 두고 보자는 글들도 있었다.

 유한도 몇 마디 불평 글을 적어 놓고는 도장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장에서도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업데이트가 큰 이슈가 되어 있었다.

 "유한아, 너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들은 거 있냐?"

 "글쎄요, 저도 그저 형들이 아는 수준밖에 모르는데요."

 간만에 흠뻑 땀을 뺀 유한이 샤워를 하고 나오자 관장 송태수를 비롯해 여러 수련생들이 컴퓨터 앞에 모여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업데이트 작업 시간을 세 시간 더 연장한다고?"

 "아니 이것들이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방금 전에 또다시 공지가 올라왔는데 3시간 더 연장한단다.

 2차 연장 공지라니, 전례가 없던 일이다.

 "쯧쯧, 도대체 얼마나 잘 만들려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유저들을 농락해서야..."

 "관장님, 드림맥스 본사로 쳐들어가 보는 건 어떻습니까?"

 "맞습니다. 찾아가서 항의해야 합니다."

 역시 사람이 모이니 성질 급한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병이 도졌다. 홀로 샌드백을 두들기던 표재훈은 펄펄 뛰는 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속 편할 텐데."

 유한은 집으로 돌아오다가 빌딩 전광판의 뉴스를 보았다.

 뉴스에서도 '아르페디아 온라인 초유의 사태' 라면서 이번 일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오늘 하루를 꼴딱 넘겨 버리는 것은 아닌지?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오후 6시에 드디어 서버가 열렸고, 업데이트 내용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업데이트는 대략 이러했다.

 (후와...길당.)

 -1) 하우스 시스템이 대폭 강화됩니다.

   -지금보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형태의 가옥과 별장, 가게 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길드가 아닌 개인 소유의 '저택'과 '성'을 지을 수 있습니다.

 -2) 레저와 여가 시스템이 도입됩니다.

   -활쏘기, 마상창 시함, 폴로 등 고풍스런 스포츠를 비롯해 여러 가지 경기를 즐기거나 개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각종 경기장과 유원지의 건설이 가능해집니다.

 -3) 직종이 다양화됩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스킬과 직업들이 생겼습니다. 신종 직업군에 도전해 보십시오. 그리고 기존의 직업들도 조건에 맞춰 상위 직업의 칭호를 얻으면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습니다.

 -4) 원양항해 시스템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대륙과 섬들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모험을 떠나 보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발견한 섬에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그 밖에 여러 가지 패치를 했다며 아래로 내용이 쭉 이어졌다.

 그러나 유한의 눈에 확 띄는 것은 위의 넷뿐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그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11) 다음 달부터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서비스 가격을 인하합니다. 앞으로도 유저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오! 진짜냐?"

 유한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혹시 만우절 공지가 아닌가 싶었지만, 엄연히 오늘 날짜는 10월 20일이었다.

 확인해 보니 월간 정액을 30% 내린다고 했다. 지금까지 매월 계정 사용료가 30,000원이었으니 21,000원이 된다는 소리다.

 이는 유한 같은 가난한 10대 청소년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마침 6개월 무료 이용권의 기한도 다 되어 가는 시점이니 유한으로선 굿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게임에 들어가는 용돈을 줄일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아무런 언급도 없이 갑작스레 사용료를 내린 이유는 대체 뭘까.

 "드림맥스 이 인간들 대체 무슨 속셈이야?"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답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이용 요금이 내린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유한은 곧장 캡슐 안으로 들어가 게임에 접속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동안 못했던 게임을 마음껏 즐기는 일이다. 새로운 업데이트를 구경하면서 말이다.

 (2)

 지그가 된 유한은 천천히 눈을 떠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자신이 서 있는 곳은 마지막으로 로그아웃을 한 작업실이 아니라 거대한 신전 안이었다.

 카앙! 캉!

 신전은 신전인데 좀 이상한 것이 신전 안이 대장간처럼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시뻘건 불을 토해 내는 거다란 화로도 보였고, 거대한 모루와 연방 망치질을 하는 거인도 보였다.

 유한은 조심스럽게 거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거인은 하던 일을 중단하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왔느냐, 지그여."

 "절... 아십니까?"

 "후후, 난 세상의 모든 대장장이들을 다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한 거인은 정식으로 자신의 소개를 했다.

 "난 대장장이의 신인 토르다."

 "아, 토르 님이셨... 예?"

 대답을 하다 말고 유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신이 직접 등장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설정에만 있던 존재일 뿐.

 "하하하, 그렇게 놀랄 필요 없다. 내가 널 이곳 '불의 신전'으로 불러들인 것은 특별히 알려 줄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게 뭡니까?"

 어차피 신이라 해도 NPC.

 유한은 당당하게 나서기로 했다.

 "이번에 이 토르가 대장장이들을 위해 새로 마련한 것들이 있는데..."

 토르의 설명은 이랬다.

 우선 대장장이가 받을 수 있는 칭호를 늘렸다고 한다.

 칭호를 얻게 되면 칭호에 따르는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독특한 아이템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예를 들어 '엔지니어(Engineer)'의 칭호를 획득하면 '기관 제작 스킬'이나 '용접 스킬'을 배울 수 있고, 그것을 이용해 다양한 기계들을 만들 수 있다는 식이다.

 "그리고 대장장이가 만들 수 있는 작업장의 규모가 더 커진다."

 "대장간을 철공소로 만드는 것 말입니까?"

 유한은 파부치가 그랬던 것을 떠올리며 물었다. 자신도 그렇게 발전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제 그것이 가능해진 것인지?

 "물론이다. 철공소뿐만 아니라 제철소까지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철소요?"

 철공소만 해도 뭔가 있어 보인다 생각했는데 그 위에 제철소라는 것이 있다니.

 제철소.

 철공소보다 더 멋있고 중량감 있어 보였다.

 "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합니까?"

 흥미가 생긴 유한이 물어보자, 토르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물을 줄 알았다. 네가 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우선 철공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제철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설비를 만들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 관련 설비 말이지요?"

 유한은 베르겐의 드워프 대공방이나 공중 요새의 공방에서 본 것들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만한 설비는 있어야 제철소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리는 일꾼도 최소 삼백 명이 넘어야 한다."

 "켁! 삼백 명이나 말입니까?"

 이제 NPC 대장장이를 30명 부리는 유한으로서는 입이 떡 벌어질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제철소를 지으려 하는 대장장이의 능력이 떨어져서는 안 되지. 제련과 생산, 주물, 합금 네 개의 스킬이 모두 1랭크가 1랭크가 되어야 한다."

 "허거걱!"

 갈수록 태산이다.

 제련이나 생산은 몰라도 아직 하위 랭크에 속한 주물이나 합금까지 1랭크를 만들자면 보통 일이 아니다.

 제철소는 그 중량감만큼이나 힘든 조건을 맞추어야 했다.

 더구나 제철 설비 같은 것을 만들려면 관련 설계도를 구해야 할 것이고, 제작에 필요한 특별한 스킬도 필요할지 모른다.

 "그 외에도 자잘한 조건들이 몇 개 더 있지만 그것은 네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알아 가면 될 것이다. 제철소를 짓고 싶다면 일단 네 대장간을 철공소로 발전시킬 생각부터 하거라."

 그러면서 토르는 철공소를 짓기 위한 조건도 가르쳐 주었다.

 철공소는 제철소보다 작지만, 규모나 스킬 등 만만한 게 없었다.

 '굳이 철공소나 제철소로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을까?'

 게임의 배경이 근세나 현대와 같은 공업 사회도 아니고 겨우 창칼이나 냄비 따위를 만드는 정도인데 말이다. 지금도 여러 길드에서 주문하는 수량을 NPC들과 함께 다 만들 수 있었다.

 거기다 애초에 대장간을 세운 이유도 해커를 추적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뭐 지금은 처음 계획과 좀 달라져 버렸지만.

 "작업장을 꼭 확장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거야 네 뜻에 달려 있다. 네가 지금 수준에 만족한다면 굳이 확장을 하지 않아도 되지. 그러나..."

 토르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지금보다 발전할 아르페디아에는 더 많은 자원과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지그 너 같은 대장장이들의 활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지."

 토르는 마치 이번 업데이트로 인해 대장장이의 역할이 커질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리고 계속 이어 가기를.

 "네가 최고의 대장장이, 더 이상 대장장이로 불리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다면 확장은 불가피할 것이다."

 대장장이로 불리지 않는 최고의 대장장이.

 유한은 예전에 파부치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전설의 아이언 마스터.

 그게 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드림맥스에서는 이전부터 이번 업데이트를 염두에 두고 그런 설정과 단어를 만들어 두었는지 모른다.

 '하긴 게임에서 최고가 되는 게 유저의 로망이니까.'

 바츠를 키울 때도 그랬다.

 현실에선 고교 중퇴생일 뿐이지만,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는 전무후무한 최강의 전사로 인정받고 싶었다.

 물론 해킹 때문에 그 계획은 박살 났고, 해커 추적을 이유로 생산직인 대장장이를 하고 있지만.

 해커 때문이라지만, 자신이 키우는 지그가 최고의 존재가 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지그는 유한에게 있어 또 다른 분신으로 자리 잡았으니까.

 "철을 장악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법. 어떠냐? 너에게는 세상을 재패하고픈 욕망이 없느냐?"

 유한의 가슴은 다시 한 번 최고가 되겠다는 꿈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유한의 말에 만족했는지, 토르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최고를 향해 한번 달려가 보아라. 나는 이만 가보겠다. 천상에서 너의 건투를 비마."

 토르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망치로 바닥을 내리쳤다.

 쿵!

 한순간 빛이 번쩍하더니 유한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환경이 변했다. 불의 신전에서 지그 대장간으로 바뀐 것이다.

 "야, 지그!"

 유한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개인 작업실에서 나오자, 리지스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너도 혹시 만났어?"

 "너도라니? 그럼 리지스 너도?"

 "응! 나도 접속하다가 신을 만났어."

 유한과 달리 리지스가 만난 신은 상업의 신인 디요론이었다.

 디요론은 그녀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 주었다고 한다. 상인이 받을 수 있는 칭호와 새로운 스킬, 다양한 사업들 등등.

 "또 상인은 지금까지 상단만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을 넘어서 컴퍼니(Company)라고 불리는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대."

 아무래도 이번 업데이트에서 각 직업군별로 추가된 것을 이런 식으로 설명해 주는 모양이다.

 그냥 공지로 날려도 될 것을 이런 식으로 이벤트화하다니.

 역시 드림맥스답다고 할까.

 "그보다 너 시험은 어떻게 되었어? 잘 봤어?"

 그제야 리지스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참 빨리도 물어본다. 문제가 쉽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잘 봤어."

 "게임하는 데 지장 없는 거지?"

 "그래."

 리지스는 유한이 시험을 잘 친 것보다 앞으로 장사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사실에 더 만족해 했다.

 "그럼 수고해. 좋은 무구 많이 만들고."

 "응, 너도 수고해라."

 업데이트는 업데이트.

 몇 가지 요소가 추가되었다고 당장 게임이 바뀌지는 않는다.

 유한은 다시 망치를 들었다. 목표는 제철소였고, 그러기 위해선 대장간을 철공소로 키워야 한다.

 열심히 일하며 스킬을 수련하면 목표가 좀 더 가까워질 것이다.

 (3)

 "앗! 수리를 다시 시작한다!"

 대장간 앞에 '수리합니다'란 푯말이 내걸리자, 무구를 사러 왔던 유저들이 반색을 하고 유한에게 달려왔다.

 시험 공부하는 동안 유한은 틈틈이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접속했지만, 대장간 안에서 드워프의 철을 만드는 데 시간을 몽땅 투자했다.

 그러다 보니 유저들은 무구 수리를 요청하는 것은커녕 유한의 얼굴 보는 것도 힘들었다.

 "지그 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뭔 일 있었어요?"

 "수리 좀 해 주세요. 칼이 톱이 되려고 해요."

 앞을 다투어 달려온 유저들이 먼저 자기 것부터 고쳐 달라며 무기들을 내놓았다.

 "다 고쳐 줄 테니까 줄 서요, 줄. 줄 안서는 사람은 안 고쳐 줄 겁니다!"

 유저들이 후다닥 일렬로 줄을 서자, 유한은 맨 앞의 사람부터 차례대로 무구 수리를 해 주기 시작했다.

 깡깡깡!

 간만의 수리여서 그런지 망치를 휘두르는 손길이 여간 경쾌한 것이 아니었다. 조금씩 완벽한 모습을 갖춰 가고 있는 무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망치 소리도 멋진 연주로 들릴 정도였다.

 "그런데 지그 님.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보셨어요?"

 그냥 기다리기 심심했던지, 뒤에 선 사람이 불쑥 말문을 건네 왔다.

 역시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긴 지금 아르페디아 대륙 어딜 거나 업데이트 이야기가 유저들의 최대 관심사일 것이다.

 "예, 좀 전의 공지를 보고, 대장장이 신도 만났는데, 이것저것 많더군요."

 대장장이와 관련된 것이 아닌 것들은 잘 모르겠지만, 드림맥스가 무척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번 패치가 좋은 평가를 받을지, 아님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균형을 무너트려 유저들의 원망을 살지는 나중에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아무튼 유한이 대꾸를 해 주자 그는 신이 나 떠들이 댔다.

 "괜히 게임의 밸런스나 안 무너트렸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말이죠, 드림맥스에서 무슨 배짱비로 월 계정비를 내렸을까요?"

 생각해 보라.

 1,200만이 넘는 유저의 계정비가 30% 줄어든다고.

 그럼 드림맥스에서 손해 보는 금액이 엄청날 것이다.

 "글쎼요, 그동안 벌어 둔 돈이 많아서 그럴지도..."

 "경쟁작들을 죽이기 위한 드림맥스의 음모 아닐까요? 가상현실 게임 분야를 독식하려 하는 걸지도."

 아르페디아 온라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가상현실 게임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아르페디아 온라인보다 일찍 나온 전통있는 게임들로, 운영 요금이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에 드림맥스가 요금을 30%나 인하하면서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나마 지조를 지키던 유저들도 아르페디아 온라인 쪽으로 돌아설 공산이 커진 것이다.

 물론 정말 드림맥스가 그러려고 요금을 인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음모론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동안 드림맥스의 사악한 작태를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니까.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해외 서비스에서 돈깨나 벌었다니까 그래서 그런 건 아닐까요?"

 옆에서 구경하던 다른 유저가 또 다른 의견을 냈다.

 "외국 유저들이 봉이 돼서 그렇다고요?"

 "해외 유저들이 한국 유저들보다 더 많다잖아요."

 얼마 전 집게된 한국의 아르페디아 온라인 유저는 1,202만 3,981명.

 그리고 해외 유저들의 수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대략 3천만 명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보다 서비스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조금 넘은 시간에 이만한 유저들이 모였다는 것은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재미있다는 이야기.

 "지금 해외 서비스가 어디 어디에서 되고 있답니까?"

 "미국, 유럽, 중국, 일본... 그리고 마지막이 중남미던가?"

 "마지막이 중남미 맞아요. 그쪽 오픈 베타 꽤 어렵게 끼어들어 해 본적이 있으니까요."

 "남의 나라 서비스엔 뭐 하러 접속하셨어요?"

 유한과 주변 유저들은 다른 나라 서비스에 끼어들었다는 유저를 째려보았다.

 분명히 국내 서버에서 짱 먹기 힘드니까 해외로 나간 게 틀림없었다. 한번 해 봤으니 캐릭터 육성이 그만큼 유리할 테니까.

 그런데 보통 이런 유저들은 외국 유저들이 즐길 유니크 이벤트를 선점하거나, 저 잘났다고 설쳐 대서 나라 망신을 시키곤 했다.

 중남미 오픈베타에 끼였다는 이 인간도 그런 부류는 아닌지?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유저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서둘러 변명했다.

 "아, 아니. 그게 국내 서버랑 많이 다르다고 들어서요."

 "다르다니요?"

 "아이템 드랍이나 경험치 획득이 국내 서버보다 많았거든요. 뭐 그것보다는 국내 서버와는 완전히 다른 필드였기 때문에 호기심이 더 든 거지만."

 "다른 필드요?"

 모두들 눈이 둥그레졌다.

 필드가 다르다니, 그럼 해외 서버는 전혀 다른 세계란 말인가?

 확실히 그렇다면 호기심을 갖고 접속해 볼 만도 하다.

 "국내 서버의 필드와 완전 달라요. 등장하는 국가도 다르고, 언어도 그쪽 나라에 맞춰져서 나오고, 아이템이나 몬스터도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어요. 던전도 꽤 이국적이고."

 대체 왜 그랬을까.

 국내 서버에 있는 것과 똑같은 필드를 적용하는 게 개발비와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더 수월했을 텐데 말이다.

 "심지어는 게임 이름도 달랐어요. '레전드 오브 프론티어'였으니까."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것이랑 별개의 게임이라 이건가?"

 "뼈대가 되는 기본 시스템은 같았어요. 재밌는 건 중남미 서버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서버도 필드가 각기 다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헤, 그럼 외국 서버에 가도 소용이 없었겠네요."

 "예, 국내랑 환경이 전혀 다르니까 처음부터 다시 적응해야 했어요, 거기다 말도 잘 안 통하고."

 결국 오래 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고 돌아왔다고 한다.

 '해당 국가 유저들의 입맛에 맞게 게임을 변형시킨 건가?'

 지금까지 유한이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해외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라곤 드림맥스가 해외 진출을 했다는 것과 꽤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정도다.

 딱히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기에 지금까진 그 정도로 알고 넘어갔다. 해외 서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데 왜 이런 정보는 게임 방송에서도 언급되지 않았을까?'

 해외 서비스가 국내용과 다르다면 분명히 호기심에라도 한 번쯤은 다루고 넘어갈 만한데 말이다.

 정말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취급해 버린 것일까, 아니면 일반인들은 모르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일까?

 '뭐, 나랑은 상관없지.'

 어차피 외국에서 서비스하는 서버.

 지금까지 쌓아 놓은 기반을 버리고 갈 생각도 없거니와, 해커 놈을 잡기 위해서라도 한국 서버에서 계속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블라덱 이놈은 해커 추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쪽지에도 '아직 성과 없음', 혹은 '바츠 아이템 추적 중'이라는 성의 없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

 '안 되겠군, 이 자식. 다시 불러내서 족치든지 해야지.'

 유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 싶더니, 채린이 2명의 유저들과 함께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

 "지그야, 우리 좀 도와줘."

 "왜 그래?"

 채린은 얼마나 급했는지 자세한 설명도 해 주지 않고 유한의 뒤에 있는 고로에 가서 몸을 숨겼다. 그녀와 함께 온 유저들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장작더미와 작업대 뒤에 숨었다.

 "잠깐, 잠깐만 좀 숨겨 줘. 티 내지 말고."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인지.

 유한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웬 전사 아저씨가 대장간으로 다가왔다.

 한번 본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어디에서 그를 봤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체 그를 어디서 봤을까?

 (4)

  

 "이봐, 시아라는 궁수 여자애랑 애들 둘이 이쪽으로 뛰어왔는데 보지 못했나?"

 '맞다, 얼음 궁전에 갈 때!'

 유한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 아저씨가 누군지 생각났다.

 노스아크에서 제2데보라 던전이라고 불리던 얼음 궁전으로 가기 전에 아레스란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채린은 깜짝 놀라 유한의 등 위로 숨으면서 부리나케 로그아웃을 했다. 그녀의 같은 반 친구인 오펜도 마찬가지였다.

 "내 말 못 들었냐? 이리로 뛰어온 애들을 못 봤냐고!"

 "저리로 가던데요?"

 유한은 엉뚱한 방향을 가리켰다.

 아레스는 유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무섭게 장작더미로 돌진했다.

 대쉬 스킬에 얻어맞은 장작더미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산산이 흩어졌다.

 "으악!"

 장작더미 뒤에 숨어 있던 뚱뚱한 마법사 소년이 혼비백산했다. 공처럼 구르듯이 도망을 가는 그의 뒷덜미를 아레스가 잡았다.

 "두철이 놈은 잡았고, 상구 요놈은 로그아웃을 했구먼."

 "선생님, 한 번만 봐주세요."

 "야 임마, 내가 지금까지 봐준 것만 해도 골백번은 넘겠다."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유한은 아레스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그때도 어느 정도 파악했지만, 지금은 보다 명확하게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채린이네 학교 선생님이었나?'

 하긴 그때도 아레스는 유한을 보고 이런 잔소리를 했다.

 -"보아하니 학생 같은데 게임은 적당히 하도록 해.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학교 선생님이 게임에서 애들을 직접 잡으러 다니다니.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설마 게임에서조차 복장 불량을 따지고 두발 단속이라는 전근대적인 제재를 할 셈인가?

 이유는 그들의 대화를 들어 보니 알 것 같았다.

 "두철이 너! 내가 성적 오르기 전까진 게임하지 말라고 했던 말 우습게 들렸냐?"

 "아아얏, 올랐잖아요!"

 "야, 인마. 점수만 오르면 뭐 해! 석차가 떨어졌는데!"

 아레스는 실제 이름이 두철인 소년 마법사의 귀를 잡아 당기며 유한의 앞으로 다가왔다.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유저들은 서로 수근대기 시작했다. 특히 유한 또래의 소년들이 서둘러 자리를 피하거나 로그아웃했다.

 "야, 너!"

 "왜 그러십니까?"

 유한은 아레스에게 심드렁하게 답했다. 예전에 겪은 일 때문에 학교 선생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저 뒤에 숨은 녀석에게 똑똑히 전해라. 성적 좀 올랐다고 놀지 말고 공부 더 열심히 하라고, 다음에 걸리면 국물도 없다고."

 아레스는 채린이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시험 성적이 올랐기 때문에 한 번은 너그럽게 봐주기로 했다.

 엄포를 끝낸 아레스는 두철을 데리고 대장간을 떠났다.

 그가 사라지자 고로 뒤에 숨어 있던 채린이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방금 그 아저씨 뭐야?"

 유한은 채린에게 물었다.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알 것 같지만, 그래도 보다 확실히 알고 싶었다.

 짧게 한숨을 쉰 채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휴, 그 아저씨 우리 담임인 이태호 선생님이셔. 강서 고등학교 학생 주임이기도 하고."

 "그것뿐이야?"

 채린이나 그녀의 친구들이 피한 이유는 알겠지만, 주변 유저들이 술렁이다가 흩어진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 학교 선생님이 아닌 이상 무서워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 담임은 티쳐스의 일원이기도 하거든."

 "티쳐스? 티쳐스가 뭔데?"

 "얼마 전에 애들 게임하는 거 단속한다면서 중고등학교 선생들이 자기네들끼리 길드를 만들었어. 그게 티쳐스야."

 교사들이 길드를 만들고 밤마다 여러 필드를 돌아다니며 게임을 즐기는 중고딩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가고 있단다.

 그동안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대장간에서 드워프의 철만 만들던 유한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아니, 게임 좀 하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유한은 살짝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단속을 하려면 학교에서 할 것이지 왜 자신의 대장간까지 쳐들어와서 손님들을 다 쫓아 버린단 말인가.

 "단속은 어떻게 하는데?"

 "각 학교에서 게임 좀 한다는 애들의 명단을 서로 주고 받나 봐. 이름을 모르면 용모파기를 만들어서 수배 전단처럼 들고 다니기도 해. 그렇게 잡히면 선생님한테 아이템을 다 뺏겨."

 당연히 학부모들은 이런 티쳐스의 활동을 지지했고, 심지어는 숙직하는 교사들을 위해 캡슐을 기증한 학부모도 있었다.

 자녀에게 캡슐을 빼앗는 것보다 게임 아이템 자체를 빼앗는 것이 더 효율적인 근절 방법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티쳐스는 이렇게 학부모들을 등에 업고 조직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단다.

 "확실히 아이템들을 다 빼앗기면 게임 접고 싶어지지."

 그 심정을 유한이 모를 리가 없다.

 자신도 해커에게 몽땅 털리고 게임을 접으려 하지 않았던가. 오히려 원한이 원동력이 되어 이렇게 새로운 캐릭터로 살고 있지만.

 아무튼 해킹도 아니고 백주에 유저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템을 다 털어 가는 뻔뻔한 작자들이 있다니!

 "사실 티쳐스가 나타난 건 이번만이 아니래."

 티쳐스란 조직은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그 기원은 명확치 않다.

 몇 년마다 유명 게임들이 세상을 한 번씩 뒤집고, 청소년들을 열광시킬 때마다 등장해서 악명을 떨쳐 왔단다.

 과거의 티쳐스가 현재의 티쳐스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수시로 게임에 접속해 학생들을 단속할 뿐만 아니라 차고 있는 장비를 모조리 털고, 심지어는 창고에 있는 아이템까지 다 압수해 버리곤 했다.

 얼마 전에 어떤 학생은 시가로 무려 200만원이 넘는 게임 아이템들을 빼앗기기도 했다고.

 "게임사에선 그걸 내버려 두나?"

 "그 정도로 게임은 안 한다나 봐. 이유야 어쨌든 애들 스스로 내놓은 거니까."

 "허허허!"

 이러니 힘없는 학생들만 불쌍할 뿐이다.

 이기적인 어른들에게 현실에서 혹사받는 것도 모자라 가상현실에서조차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짓밟힌다.

 "지그, 너도 조심해."

 "괜찮아, 난 학교 관뒀잖아."

 학교를 관뒀는데 선생들의 간섭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미 자신은 고등학교 졸업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꽤 거슬리는걸.'

 티쳐스는 현실의 권위와 사제(師弟) 관계를 이용하고, 학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면학 분위기 조성이라는 명분을 들고 활개 친다.

 이 점이 해커와 다르지만, 남의 소중한 아이템을 털어 간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유한의 입장에선 기분 나쁜 일이었다.

 남의 아이템을 털어 가는 자들이 게임에 버젓이 돌아다니다니.

 "만약 나한테 시비를 걸면 아주 박살 내 버려야지."

 유한은 티쳐스와 척을 지기로 결심했다.

 아니, 오히려 이 날강도 같은 선생들이 먼저 자신을 건드려 주기를 바랐다.

 < 7. 대규모 업데이트 >>>

 (나쁜 티쳐스 놈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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