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엘프의 숲 (33/143)

엘프의 숲

1

엘프의 숲은 아르페디아 대륙 남쪽에 있었다.

바르카스 왕국에서 마차로 이틀 정도 가면 나온다.

유한은 채린과 리지스,그리고 포포와 함께 엘프의 숲으로 가는 역마차에 올라탔다.

"우와!정말 귀엽게 생겼네"

포포를 보는 채린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역시 여자는 귀여운것에 약한 모양이다.

"한번안아봐도돼?"

리지스가 허락하자 그녀는 얼른 포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포포가 선선히 안기자 채린은 얼굴에 가져다 대고 부비부비했다.

"이거 어디서 테이밍한거야 ?나도 한 마리 있으면 좋겠다"

채린의 말에 리지스가 순간 눈동자를 빛냈다. 그렇지 않아도 포포를 팔려고 내심 거래처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나한테 사.값은 내가 저렴하게 쳐줄게"

갑작스런 재안에 채린이 망설이자 리지스는 특유의 상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사실 이거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수 없는 희귀한 펫이야 .내가 몇 마리 더 구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봣는데 도저히 어디에 서식하는지 정보가 없더라고"

"하지만 나 돈이 별로 없는데"

"음, 돈이 없으면 아이템과 바꿔줄수도 있어.가령 시아 네가 입고 있는 레인저 세트라던가.........."

리지스가 열심히 작업(?)을 걸때 옆에서 유한이 초를 치고 나섰다.

"시아야,이거 사지마. 겉모습만 뺴고 완전 불량이야.

사냥에 도움이 되길 하냐,그런다고 정찰이나 탐지 능력이 있길 하냐.대신쇠를 무지 좋아해서 키우려면 돈 꽤든다"

"쇠를 먹어?"

"그렇다니까"

채린이 안믿긴다는 표정을 짓자 유한은인벤에서 단검을 하나 꺼냈다. 포포에게 단검을 내밀자 녀석은 와그작 ,와그작 아주 맛있게 씹어먹었다.

"봤지? 이 녀석이 며칠동안 내 대장간에서 축낸 무구와 철괴값만 해도 일만골드는 족히 나올거다"

"야,지그 .너 이렇게 나올거야?"

유한이 장사에 방해를 놓자 리지스가 발끈하고 나섰다.

"내가 뭐없는 소리했냐?"

"이게정말..........."

두사람이 한바탕하려고 할때 채린이 나서서 말했다.

"미안해.난 돈이 별로 없어서 살수 없겠어.거기다 장비도 이것뿐이라서"

잠시 마차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나 금세 화젯거리가 바뀌어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여자들 특유의 수다가 시작되자,유한은 순식간에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그에게는 미녀들의 수다에 낄만한 말발이 없었다.

'채린이도 완전히 여자애가 다 되어 버렸네'

아직 옛날 성격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정체성이 완전히 여자가 된게 분명했다. 저렇게 즐겁게 수다를 떨고있는것을 보면 .

어릴떄 그녀는 여자애들이랑 잘 어울리지 않았다. 남자애들축구판에 끼거나 말 타기하고 전쟁놀이를 하는걸 더 좋아했다.

'그거도 이젠 옛날일이 되어 버렸군' 

그렇게 과거의 것이 된 것은 어린 시절의 채린만이 아니었다. 마차박의 풍경을 본 유한은 마음이 시리게 쓰렸다.

지금 마차가 통과하는 곳은유한에게 매우 특별한 장소였다.

'하아,이곳을 또 지나게 되다니.........'

낯익은 풍경에 유한의 두눈이 감상에 젖었다.

그곳은 과거 광룡 카세라스가 차지하고 있던 곳이다.

레드 드래곤 카세라스.

바르카스 남쪽에 자리한 그로지아 왕국을 거의 멸망으로몰고 갈뻔했던 드래곤의 이름이다. 

녀석은 그로지아 왕국 남쪽에 턱하니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놓은채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존재를 말살시켰다.

상용화와 함께 처음 이곳의 필드가 공개되었을때 멋도 모르고 유저들이 들어갔다가 큰 피해를 봤다. 

결국 카세라스는 그로지아 왕국과 유저들의 원망을 사게 되었고 퀘스트 소재로 등장했다.

놈을 잡으러 몇몇 길드에서 도전했지만, 대부분이 놈의 강력한 무력앞에 전멸당하고 말았다.

그때단신으로 놈을 처치하겠다고 나선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전무후무한 업적을 쌓은 바츠였다.

유한은 그로지아 국왕의 퀘스트를 받아 카세라스를 처치하러 이곳으로왔고,3일 밤낮을 싸운 끝에 마침내 놈을 처치했다.

다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웃었지만 ,그는 멋지게 해냈다.

이후 바츠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모르는 이가없을정도로 유명한 캐릭터가 되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지금은  사라지고 없는것을'

유한이 생각에 빠져 있을때였다. 창밖을 내다보던 리지스가 입을 열었다.

"저곳이 예전에 카세라스가 살던곳이라고 해"

"아 ,나도 바츠 동영상으로 본적이 있어"

바츠가 카세라스를 잡던 동영상은 다운로드 수백만을 기록할 정도로 유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바츠가 사라져 버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카세라스가 없는거야?"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바츠에게 당하고 난  뒤부터였을거야.그래,그때부터 카세라스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어"

"패치가 된걸까?"

"그렇겠지.등장 횟수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게임사에서 당호아해 없애 버렸을거란 말이 더 많아"

최강 최악의 필드 보스라스 넣어놨는데 ,솔플로 죽여 버렸으니 드림맥스에서도 꽤 놀랐을것이다.

전례가 있었으면 또 다른 전례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 드림맥스는 카세라스가 '손쉬운 사냥감'이 되기 전에 전설로 만들어 버린건지도........

"뭐 ,카세라스가 아직도 출몰하면 이렇게 한가하게 마차 여행을 할수도 없었을거야.레벨이 낮은 살마들에겐 오히려 잘된 거지"

"그런데 저 커다란 동상은 뭐지?"

유한은 채린이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성 앞에 커다란 동상이 있었다. 검을 뽑아 든 전사와 그를 향해 발톱을 추켜세운 드래곤의 모습.

"어머나,바츠가카세라스를 사냥하던 모습이구나!"

"우리도 가까이 가서보자"

마침 역마차도 쉬다 간다고 근처에 멈췄다. 세 사람은 동장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동상 앞에는 몇몇 유저들이 삼삼오오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바츠를 기억하고 있는 자들 .그중 몇은 동상 앞에 꽃다발을 놓고 갔다.

왜 동상에 꽃다발을 놓나 싶어서 가 봤더니 동상 아래에는 작은 비석이 하나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비석에는 굵고 짤막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우리의 영웅 바츠 .영원히 잠들다.]

'드림맥스 이 자식들!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다니'

비석의 문구를 확인한 유한이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과거의 영광이 크면 클수록  해커에게 당한 아픔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이야,잘 만들었는데?"

"누구 작품인지 몰라도 생생히 살아있는거 같아"

거대한 동상은 뛰어난 조각사의 솜씨임에 분명했다. 멀리서 볼때는 잘 몰랐지만 가까이서 보니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성이 느꼈졌다.

거기다 햇볕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채색감이 동상을 환상처럼 만들었다. 마치 전설의 한 장면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듯했다.

아마 이 동상을 만든 사람은 조각 스킬이 A급 ,아니 S급에달한 사람 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하은 이 동상을 결코 명작이라 말해줄수 없었다.

'우씨,하나도 안 닮았잖아!'

카세라스는몰라도 바츠의 얼굴은 유한과 전혀 닮지 않았다. 아마 동상 제작자가 바츠의 얼굴을 모르고 만들어 그랬을테지만, 유한의 입장에선 기분 나쁜 일이었다.

"근데 지그 너 표정이 왜 그래?"

채린은 동상을바라보며 울것만 같은 표정을짓고 있는 유한을 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그보다 빨리 가봐야 하지않아? 퀘스트 늦으면 안되잖아"

"아참, 그렇지"

역마차는 다시 엘프의 숲으로 달렸다. 바츠의 전승지자 무덤을 뒤로 하고서.

2

그로지아 왕국 국경을 넘자 그 끝을 알수 없을정도로 거대한 숲이 나타났다. 

수십미터는 됨 직한 거목들로 이루어진 숲은 사람의 발길을 인정하지 않을정도로 울창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분명  주인이 있었고 그들은 엘프라고 불리는종족이었다.

역마차에서 내린 유한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나무 위에서 화살이 날아와 그들의 발치에 꽂혔다.

"물러가시오!이곳엔 아무나 들어갈수 없소!"

채린이 나무 위를 향해 말했다.

"시아입니다. 장로님의 의뢰를 수행하러 나갔다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러자 나무 위에서 3개의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뾰족한 귀에 청초한 얼굴 .날렵한 몸매를 지닌 엘프 전사들이었다.

"아,시아님이셨군요.들어가십시오"

유한과 리지스가 뒤따르려 하자 남자 엘프가 팔을 들어 막았다.

"잠깐, 두분은 자격을 심사받아야합니다"

"네? 제 파티원들인데요?'

이렇게 막을까봐 채린은 두 사람을 자신의 파티로 끼워 넣었다. 그러나 남자 엘프는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만 시아 님이 신용하는 이들이라 해도 심사는 피할수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 엘프의 율법입니다"

엘프의 숲에 들어가기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잇다.

바로 엘프들이 부리는 정령과의 친화도.

그 친화도가 일정수준 이상이 되어야 엘프의 숲으로 들어갈수 있다.

이는 어찌보면 쉬울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상당히 어려운조건이다. 왜냐하면 정령술사가 아닌이상 정령과의 친화력을 올리는 유저는 거의 없었기 떄문.

그래서 채린도 엘프의 숲에 들어가기위해 바람 정령과의 친화도를 올리느라 고생했다. 

"친애하는 나의 벗들이여!이곳에모습을 드러내라!"

남자엘프는 자신이 부리는 정령들을 소환했다. 바람의정령 실프,물의 정령 운디네,대지의 정령 노움, 불의 정령 샐러맨더,마지막이 빛의 정령 위스프였다.

"두 분은 이들중 하나와 악수를 나누시면됩니다"

"우린 정령술 안 익혔다고요!"

"그래서 두분을 배려하여 가장 하급 정령들을 부른겁니다"

유한은 될대로 되라 싶어서 불의 정령을 택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샐리맨더가 의외로 순순히 유한의 손에 제 앞발을척 올려녾았다. 

자신의 속성이 화염속성이라는걸 알고 택한거지만 너무 쉽게 통과를 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남자 엘프도 그게 의문스러웠는지 유한에게 말을 건네왔다.

"샐리맨더가 귀하를 매우 좋아하는군요.평소에 무슨 일을 하십니까?"

"대장장이인데요"

"오,그렇군요!매일 불을 가까이 하셨을테니,샐리맨더가 좋아하는것은 당연합니다"

남자엘프는 이제 이해할수 있다는듯 고개를 끄덕엿다.

그렇게 유한은 숲의 출입이허락되었다.

다음은 리지스 차례였다.

그녀는 정령들에게 한번씩 손을 내밀었지만 ,다섯 정령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귀하는 어려울것 같군요"

"아,잠깐!한번만 기회를 더 주세요!조금만 하면 친해질수 있으니까요!"

남자엘프는 리지스의 원대로 해 주엇다.물론 옆에 다른 엘프들은 '턱도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 있었지만 .

'으윽!혼자 못들어가면 그 쪽팔림을 어찌할꼬!'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리지스의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녀는 인벤에서 작은 책을 하나 꺼냈다. 

그리곤 종이를 좍좍 찢어서 샐러맨더에게 주었다.

샐러맨더는 떨어지는 종이를 하나하나 받아먹었다. 

그럴때마다 녀석의 몸이 조금씩 커졌다. 리지스가 주는 종이를 다 먹은 샐러맨더는 더 달라는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하고 악수하면 이 책 전부 다 줄게"

리지스가 꺼낸 책은 화염 계통의 주문들이 적혀 있는 마법 서적이었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샐러맨더는 잠시 고민하다가 리지스의 손바닥에 발을 살짝 올려놓았다가 땠다.

"봤죠,봤죠!악수했다고요!"

설마 정령까지 매수할줄이야.

유한은 리지스가 저지른 엄청난 행각에 기가 차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채린은 속으로 자신도 저런 방법을 쓸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제일 당황스러운것은 엘프들.

이런 경우는 정말 듣도보도 못했다.

"으음, 귀화의 지금 방식은 좀.........."

"좀 뭐요? 댁들이 말한대로 악수했다고요.설마 한입으로 두말할  셈은 아니겟죠?"

할말이 없었던 남자 엘프는 리지스가 던진 책을 받아먹는 샐러맨더를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뇌물에 넘어간 샐러맨더는 괜히 딴청을 피우다가 후다닥 정령계로 도망쳐 버렸다.

"휴우,좋습니다. 출입을 허락해 드리지요"

"나이스!"

그렇게 세 사람은 엘프의 숲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3

숲속에 자리잡은 마을은 동화 속 요정의 나라를 그대로 닮아 잇었다.

동화와 다른 점이라면 훨씬 더 세련되고,더 아름답다는것 .특히 숲에 녹아든 듯한 자연스런 운치는 정말 혀를 두르게 할 수준이었다.

'역시 드림맥스,그래픽 기술도 끝내준다 말이야'

엘프의 숲에 들어온 유저들은 연방 주변을돌아다니며 스크린샷을 찍는다고 바빳다.

마을에 있는 몇몇 유저들은 퀘스트때문인지,아님 다른 목적 때문인지 엘프들의 뒤를졸졸 따라다녔다.

"저기가 장로님의 집이야"

채린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오두막이 한채 있었다. 커다란 나무에 기대 서 있는 오두막은 유한의 대장간 보다도작았다.

"에게게,이게 뭐야? 되게 쪼그많잖아"

"소박한 분이라서 그래.나도 첨엔 장로님 집인줄몰랐다니까"

채린은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장로의 집으로 갔다.

노크를 하고 기다리자 문이열리면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엘프가 문을 열었다.

"옹,시아양이로군. 벌써 부탁한 책을 가지고 온건가?"

"네 ,여 기 있습니다. 장로님"

"허허,이럴게 아니라 안으로 들지.뒤에 친구분들도 같이"

장로가 대뜸 세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 그와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채린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수 있는 장면이었다.

장로의 집안은 온통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좁은 집안에 뭐 그리 책들이 많은지 삭아가는 종이 냄새가 진동을 할 정도였다. 정말 장로는 굉장한 독서광인 모양.

"여기서 잠시 쉬고들 있게나"

유한일행을 작은 응접실로 안내한 장로는 얼마후 향긋한 냄새가 나는 차를끓여와서 일행에게 권했다.

숲에서 나는 약초로 만든차라고 하는데 마시니 스테미나가 완전 회복이 되었다.

"자 ,이것은 시아양에게 필요한 단서라네"

"이 책이요?"

채린은 장로가 주는 책을 받았다. 너무 삭아 부스러지기 일보직전의 책에는 '바람을 잡은 요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책을 읽어보면 바람의 날개라는게 어떤것인지 알수 있을게야.비전은 사라진 ,그저 허풍섞인 이야기만들어있지만"

'비전이라고?'

바람의 날개는 단순한 보석이 아닌것일까.

옆에서 이야기를듣고 있던 유한은 왠지 그렇게 생각되었다 .채린이 받은 책의 제목을 봐도 그렇고,장로의 안타까운 표정을 봐도 그랬다.

"더 자세한 것을 알려면 알테나를 찾아가게"

"알테나라면 분명.........."

"그래,알세인의 누이지.그녀의 조상은 바람의 무녀였으니 바람의 날개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것이 있을게야"

채린은 곧장 장로의 집에서 나와 알테나의 집으로 향했다. 알테나의 동생이 알세인이라는걸 안 유한과 리지스도 채린의 뒤를 따라갔다.

알테나의 집은 규모가 좀 크다는점을뺴고 여느 엘프들의 집과다를게 없었다. 다른점은 이곳이 가게라는점이다.

 '잡화점'이라는 간판에 어울리게 가게 안팎에는 여러가지 상품이 진열되어 잇었다.

식품과 생활도구들 ,각종 포션 ,그리고 활을 비롯한 여러가지 무기류.

"어머,시아아냐?언제 돌아온거야?"

상품대에 물건을 진열중이던 여자 엘프가 채린을 알아보았다. 하얀 원피스에 초록색앞치마를 걸친 그녀가 바로 알테나였다.

하나같이 선남선녀인 엘프답게,그녀도 빼어난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방금요,저,바람의 날개에 대해서..........."

"아,그거? 그 돌맹이 이야기면 장로님이 잘 알거라고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안 해줬어?"

"장로님은 알테나 씨 찾아가라고 하던데요.바람의 무녀가 알테나 씨 선조였다고"

순간 알테나의 눈빛이 달라졌다. 장로가 쓸데없는것을 가르쳐 주었다는 듯한 불만스러운 표정.

그러나 이야기를 들려줄 모양인지 말문을 열어젖혔다.

"그 이야기는 좀 긴데.시작은 내 십이 대조부터......."

채린이 알테나에게 이야길 듣는사이,유한과 리지스는 알테나의  동생 알세인을 찾았다. 그들의 용무는 바로 그에게 있음으로.

알세인을 찾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는 가게뒤의 작은 공방에서 작업에열중하고 있었다.

불꽃이 넘실거리는 화로,무거운모루,사방에 흩어진 쇳조각과 철제품들 ,그리고 웃통을까놓고 열심히 망치를 두들기는 근육질의 엘프 사나이.

'이 엘프 대장장이인가?'

숲의 종족이라 하여 엘프가 자연과의 조화만 중시할거라고 생각하는건 오산.엘프도 먹고 살아야하니 농사도 짓고 가축도 기른다. 

대장간을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생산하는 공방도 잇는 것이다.

다만 엘프는인간이나 다른 종족과 달리 자연의 개발을 최소한으로 하고 조화와 보전을 중요시 할뿐이다.

알세인은 자신을 유심하게 바라보는 인간들을보았다.

부담스러울정도로 눈을반짝이는 인간여자와,쇠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인간남자.

"어서오십쇼,엘프의 숲 유일한 대장장이 알세인입니다. 무기를 사시렵니까,아님 수리를 하시렵니까?"

전형적인 대사를내뱉는 알세인에게 유한이 먼저 다가가 말을건넸다.

"한가지 물어보려고 하는데요"

"뭐든지 .알고 있는건 다 말해 드리죠"

"저번에 시아에게 그라디우스를 한자루 준적이 있습니까?"

"시아? 그라디우스? 아 저번에 일을 도와준 대가로 한 자루 줬었죠.고물이라 주기가 좀 미안했었는데......"

"그 고물누구에게 삿습니까?"

알세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이 나지 않거나,모른다는 표정은아니었다. 그는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유한을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처음 본 사람에게 단골 거래자를 소개해 줄수는 없습니다"

'단골이라고?'

그럼 혹시 해커가,아니 해커로 추정된 인물과 무기 거래를 많이 해봤다는 소린가.혹시 그라디우스 말고 다른 바츠의 아이템들도 갖고 있는것은 아닌지?

"소개받고 싶은데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하하,나랑 친해지면 가르쳐 줄수 있죠"

"그래요?그럼 일을 좀 거들어 줄까요? 난 대장장이거든요"

"아뇨,작업은 나 혼자 해도 충분합니다. 다만 장작을좀 구해다 주시면 고맙겠군요.지금 연료가 거의 떨어져 서요"

초장부터 큰일을 맡기진않겠다는것인가.아무튼 유한은 알세인의 청대로 장작을 구해오기로했다.

"어휴,바보야!무슨 협상을 그렇게하고잇어? 내가 한방에 녹여 버릴테니까  잘 보고 있으라고"

리지스는 유한이 해커를찾는지도 모르고,그냥 거래 협상을했다고만 생각했다.

그녀가 화사한 미소를 띠며  알세인을 녹이러갔지만 ,유한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장작을 구하러갔다.

"야!지그 너 어디가!나의 화려한 협상 기술을 보라니까"

리지스가 불렀지만,유한은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보나마나 아양을 덜거나 돈자루를 내밀것같은데 알세인에겐 통할것 같지 않았다.

'저 녀석도 초열탄 제작법으로 낚아 볼걸 그랬나?'

그러나 남발할수는없다.

오래지켜봣던 파부치라면 모를까,오늘처음 보는알세인을 어떻게 믿고 기술의 보안을 지키겠는가.

친밀도를 높이다 안되면 몰라도 처음부터 히든카드를 내밀때가 아니다.

"응?"

잡화점에서 나온지 얼마 안되서,유한은 시선을 커다랗게 메운 사나이를 보았다.

'멘스'라는 이름의 그는 커다란 덩치에,답답해 보일정도로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턱 걸치며 들고 있는 양손검도 꽤 무게가 나가 보였다.

'탱거인가?'

로키처럼 동료의 방패가 되는 캐릭터가 아닌가 했지만 일단 그는 혼자였다. 

거기다 양손검은 탱커에게 어울리지 않는 장비다. 차라리 한손검에 방패였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솔플 캐릭터겠군'

방어력이 좋아보이는 중량의 갑옷,강력한 위력을 가진 양손검.바츠 때도 비슷하게 무장하고 다녔다. 

물론 바츠의 눈앞의 옌스라는 유저보다 장비가 훨씬 좋았지만.

"이봐"

유한이 막 옌스의 옆을 지나가려 할때였다.

발걸음을멈춘 옌스가 유한을 불렀다.

유한은 천천히 돌아섰다. 옌스의 눈빛이 마치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묘하게 번득이고있었다.

'설마 PK라도 할셈인가?'

쳐다만 봐도 기분이 나쁘다며 검을  휘두르는 부류들이 있었다. 

옌스라는 사내가 그런 부류가 맞다면 유한의 목숨은 위험한 셈이다 .이미 아까부터 충분히 원인을 제공했으니까.

'제길 ,잡화점에 가서 물약이나 살것이지'

유한은 슬쩍 허리에 찬 포이즌 세이버에 손을 가져갔다. 여차하면 뽑아들수 있도록.

그러나 유한은 세이버를뽑아들수 없었다.

거칠게 튀어나온 상대의 말 한마디에 유한은 석화 마법에 걸린것처럼 굳어 버리고 말았다.

"너 바츠지? 그렇지?"

(대장장이 지그 4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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