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대장간을 차리다 (31/143)

대장간을 차리다 

1

'에휴 ,내 이럴줄 알았다니까!'

유한은 지금 노스아크를 벗어나기 위해 네메시스 산맥으로 가고 있는중이었다. 

사고도 이런 대형 사고가 없었다. 저번 메카 드래곤이 중앙 광장에 추락한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수많은 유저들이 메카 드래곤에 죽었고,베르겐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

정신을 차린 드워프들이 그를 잡으러 오기 전에 어떡하든 노스아크를 벗어나야 했다. 

"도대체 메카 드래곤은 왜 갑자기 유저들을 공격한거야?"

유한의 뒤를 따르고 있던 리지스가 궁금하다는듯 물었다.

"그건 나도 모르지.지 말대로 자신의 영면을 깨워 괘씸했을수도 있고,아니면 제작 과정에 뭔가 실수가 있었던가"

"혹시 네가 잘못 건드려서 그런거 아냐?"

"난 심부름만 했을 뿐이거든"

갈리에게 드래곤 하트를 건네준것이 그가 한일의 전부다. 베르겐에 메카 드래곤이 추락한 뒤로 유한이 제작 이나 개조 과정 에서 거든 일은 아무것도없다.

"그나저나 너도 참 큰일이다. 분명 드워프들이가만 안있을텐데........."

"그래서 도망가고있는 거잖아!"

어쩌면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갈리와함께 베르겐의 중앙 광장에서 처형을 당할지도 모른다.

죽는것은 두렵지 않다.

어차피 게임. 죽으면 다시 부활하면 되니까.

그러나 모든 유저들이 보는 앞에서 처형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문제다. 

망신살을 사는것은 물론이거니와,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책임지라며 벌뗴같이달려들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말이지,뒷일을 생각하면 이정민 MC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넌 왜 자꾸 날 따라오는거야? 이제 볼일도 없는데 네 갈길로 가시지"

유한의 짜증에 리지스는 슬쩍 먼산을 바라봤다.

"나 따라다니다 공범으로 몰려도 모른다"

유한은 더이상 리지스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단듯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었다.

'후훗,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널 따라다니면 돈이 굴러들어오거든'

리지스가 유한을 졸래졸래 따라가고 있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저번 플레임 마운트에 같이 간 결과 혼자 상행을 다닐떄보다 무려 수십배의 수익을 더 올렸다.

물론 그녀의 장사 수완이 뛰어나기도 햇지만,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제대로 자라지 않는 불모지에서 그토록 많은 수익을 올릴거라고 생각 이나 해봤겠는가.

유한을 따라다니며 돈 벌수 있는기회가 많이 생길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자신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런데 난 왜 같이 가야......."

두 사람의 뒤를 따라오던 송코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그는 왜 자신이이들과 함께 다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안았다.

리지스가 뒤를 돌아보며 방긋 웃었다.

"송코 오빠,십만 골드 있어?"

"아니"

"그럼 말을 하덜 말아!"

그녀의 한 마디에 송코는 찌그러지고 말았다.

리지스는 송코가 10만골드를 다 갚을때까지 결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를 계속 데리고 다니며 마음껏 부려먹을 작정이다.

그렇게 세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가까운 국경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몬스터?"

아직 네메시스 산맥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언제 몬스터가 나타나도 이상할것이 없는 울창한 숲이다.

유한은 얼른 포이즌 세이버를 꺼내 들었고,리지스는 동전을 그리고 송코는 배틀 해머를 들었다.

그렇게 세사람이 전투 준비를 마쳤을때 잡풀이 갈라지면서 뭔가가 앞으로 나왔다.

"얼레? 이게 뭐야?"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강아지 만 한 크기의 작은 동물이었다.

날개가 달려 있는 것을 보니 새 같기도 하고,통통한 몸매와 짧고 굵은 다리를 보니 드래곤을 축소시켜 놓은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검은 눈동자로 세사람을 올려다 보는 모습이 그렇게 앙증맞을수가 없다.

"우와,귀엽다!"

리지스가 다가와서 손을 내밀자 녀석은 서슴없지 그녀의 품 안으로 안겨 들었다. 

그러나 유한은 녀석이 전혀 예쁘지 않았다.

별다른 테이밍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냉큼 따르는것이 수상한데다가 ,드래곤을 닮은 생김새가 맘에 들지 않았기 떄문이다. 

이제 유한은 드래곤이라고 하면 신물 부터 났다. 메카 드래곤과 연결된 뒤로 뒤끝이 좋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이젠 드래곤을 닮은것을 보기만 해도 절로 눈살이 찌푸러졌다.

"야 ,버려!"

"왜?"

유한의 외침에 리지스가 돌아봤다.

"생긴게 재수없잖아,버리라니까!"

그의 재촉에 리지스는 녀석을 등뒤로 감추더니 혈르 내밀었다. 

"베~!싫다,뭐.이건 내가 주운거다"

"갖고 있어 봐야 별로 도움이 될것 같지 않아"

저 작은 덩치로 싸움에 능할것 같지도 않고,그렇다고 날수 있어 정찰을 잘 할것 같지도 않다.

결국 가지고 다녀봐야 애완동물 이상의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도움이 안되던 되던 내가 결정할 거야.내가 주웠으니 내거야!그러니 댁은 그만 관심 끄셔!"

리지스의 고집에 유한은 두 손 두발을 들었다.

"그래 ,삶아 먹든 ,볶아먹든 네 맘대로 해라"

유한이 포기하고 돌아서자 리지스는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후후후,이걸 팔면 얼마를 받을수 있을까?'

유한이 보기엔 이 작은 생명체는 별 쓸모가 없을 지모른다. 하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여성 유저들이 귀엽고 앙증맞은 애완동물이라면 깜빡 넘어간다는 사실.

리지스는 이걸 어떻게 잘 팔아볼 생각에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2

노스아크를 떠난 유한은 아바란 왕국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바르카스 왕국으로 가려고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끝에 아바란을 새로운 삶의 출발지로 삼았다.네메시스 산맥 남쪽 

,바르카스 왕국서쪽에 위치한 아바란 왕국은 유저들간의 공성전과 길드전이 매우 빈번하게 벌어지는 지역이다.

그렇게 된것은 아바란 왕국의 설정 때문.

유저들의 시작점인 바르카스 왕국이 관료제와 중앙 집권체제가 자리잡힌 안정된 나라인것과 달리,

아바란 왕국은 군웅할거가 이뤄지고 있는 봉건 체제의 불안정한국가였다.

왕권은 약하고 ,영주들의 패권다툼이 흔하고,민란도 빈번하고 도적 떼나 몬스터의 침입도 잦았다.

그러나 이런 난세이기에 출세의 기회를 잡을수도 있는것.전공을 세울수도 있고,세력을 모아 영주가 될수도 있다.

공성전과 길드전이 빈번한 이유는 다 그때문이다.

유저가 바로 그 난세의 주인공이 될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많은 길드들이 아바란 왕국과 아바란과 비슷한 상황의 국가에 거점을 잡고 있었다.

"도대체 왜 거기로 가겠다는거야? PK도 빈번한 지역인데"

"맞아,질이 나쁜 유저들이꽤 많아.거기다 NPC도 머더러를 그냥 내버려 둔단 말이야"

리지스는물론 송코도 나서서 유한을 말렸다.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 필드.

그렇기 떄문에 아바란 왕국에는 길드에 속한 유저가 아니면 생산직이 전무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바란 왕국은 플레임 마운트보다 더 극악한 곳이었다. 적어도 플레임 마운트에는 장사에 훼방놓는 세력들은 없으니까.

"거기서 할일이있어서 그래"

"꼭 아바란 왕국이 아니면 안되는거야?"

"거기가 최적이니까.불만이면 네 갈길을가든지"

불만이 있었지만 리지스는떠나지 않았다.

이 돈줄을 두고 어디로 간단 말인가?드래곤 하트 획득 퀘스트와 같은 고급 퀘스트를 할수 있는 유저는 흔하지 않다. 아니,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아주 찰싹 들어붙어야 한다. 그래야 플레임 마운트에서의 대박을 다시 재현할수 있다.

"대체 아바란 왕국에서 뭘 할거야? 퀘스트가 있는거야?"

"퀘스트는 없고,대장간을 차리려고" 

"대장간?무기를 만들어서 유저들에게 팔려는거야?"

송코의 말에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도 있지만, 수리도 해 주려고요"

"과연!"

리지스는 왜 유한이 위험을 감수하려는지 알것 같았다.

전쟁터는 위험하지만 또 그만큼 돈을 벌수 있는 장소다. 특히 무기나 식량 같은 것을 팔면 돈을 쏠쏠하게 벌어들일 수 있다.

'그래,지그 녀석도 이제 초보는 벗어난 대장장이니까 돈이 많이 필요할거야'

스킬의 랭크를 더 올리고 그에 맞춰 숙련치를 쌓으려면 상급의 무기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비에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희귀한 광석과 재료들이 필요하기 때문.

리지스는 곧장 유한에게 철썩 들어붙었다.

"무기파는건 나한테 맡기는게 어때?내가 아주 비싸게 팔아줄수 있는데"

"안되겠는걸 .나하고 거래 계약이 된 길드가 있거든"

"뭐?거기가 어딘데?"

"골드러시 상인 연합라고 알까 모르겠다"

"큭!"

어찌 모르겠는가. 최근에 한창 성장중인 상인 길드인데 말이다.

얼마전에 수정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아서 인첸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어디서 괜찮은 수정 광산을 접수했다는데,그 때문에 모 길드와 분쟁중이기도 하다고.

아무튼 유한이 골드러시 상인 연합과 계약이 되어 있다니,리지스는 분하기 짝이 없었다. 

아르페디아의 상권을 제패하겠다는 야망을 가진 그녀에게 골드러시는 강력한 경쟁 상대였다.

"만든거 몇개만 떼줘.절대 섭섭한 대가는 치르지 않을테니까,응?"

"글쎄,뭐 생각해 보도록 할게"

얼마후,유한 일행은 아바란 왕국에 도착했다.

공성전과 길드전의 나라답게,그들이 도착했을때도 두길드가 변방의 영지를 두고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공격 마법이 수없이 터지고,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공격 측이 기병으로 밀어붙이자,수비 측은 적절한 방진과 진형으로 맞섰다.

전투 지역 주변에 있던 유저들은 스크린샷을 찍으며 구경을 하고,또 어떤 유저들은 피가 끓어올랐는지 검을 뽑아들고 가세하러 달려갔다. 

어느 한쪽에 용병으로 참전하려는듯 .

"푸른 새벽 길드랑 소울리버 길드로군"

송코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길드의 문장을 알아보았다.

공격쪽이 푸른새벽 길드였고,수비측이 소울 리버길드였다.

송코는생각보다 아르페디아 길드들에 대해 잘알고있었다. 그것은 그 또한 어느 유명한 길드에 들었기 때문.

"전력이 엇비슷한 길드들이야.싸움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것 같군"

"그 말은 한동안 길드전이 계속될거라는 말인가요?"

"응,둘중에 하나가 포기하면 몰라도"

포기할리가 없다. 영지를 가지면 지배를 할수 있고,세금을 걷을수 있기 때문에 따로 생산 활동이나 사냥을 하지않더라도 수입이 들어온다.

물론 영지를 관리하는데 많은돈을 써야 하지만 투자 하는 만큼 수입이 늘어나니 영지를 포기할 길드는없었다.

"어쩔거야? 여기서 대장간 차릴거야?"

"미쳤냐,세금 내야 하는데"

도시나 마을에 가게나 공방을 세우면 세금을 내야핳ㄴ다.

NPC가 지배하는 지역은 세금이 적절한 수준이지만 ,유저가 지배하는 영지는 그렇지 않다. 

올렸다가 내렸다가 제멋대로였고,심지어 별다른 이유없이 폐점 명령을내리기도 한다.

"그럼 어디에차리려고?"

"따로 생각해 둔곳이 있어"

유한은 케이트 산맥으로올라갔다.

케이트 산맥은 네메시스 산맥에서 뻗어나온 한줄기로 ,아바란 왕국 동쪽에 우뚝 서 있었다.

네메시스 산맥의 한 줄기인 만큼 ,케이트 산맥의 몬스터들은 네메시스 산맥에 사는 몬스터와 동일했다

유한은 이 위험하고 한적한 곳에다 대장간을 차리려 했다.

이곳은 어느 영지에 소속되지 않은 중립 지대였기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거기다 길드전에 휘말릴 걱정을 안해도 된다.

"거기다 여긴 좋은 광석이 많아"

공식 홈페이지에는 케이트 산맥에 철과 구리,닠레과 크롬등 여러가지 자원들이 많이 매장되어 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다만 조사와 개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것이 흠이라면 흠 .광산이라곤 일곱 군데에 불과했다. 그것도 큰 길드에서 나서서 개발한 것들이다.

"어쩌려고? 혼자서 광맥 찾고 광산 뚫는건 어려울텐데"

"큰 길드들이 파다만 광산들이 있어.생산량이 적다고 해도 나 혼자 쓰기는 충분할거야"

"몬스터는?"

"나한테 오우거 헌터 칭호 있다는거 잊었냐?"

덕분에 유한은 여느 생산직들보다 수월하게 케이트 산맥을 조사하고 다닐수 있었다.

냄새를 맡고 몇몇 몬스터들이 다가왔지만,유한의 칭호를 보고 놀라서 도망가 버렸다.

그는 일단 대장간이 자리잡을 명당부터 찾았다.

명당의 조건은 몬스터의 출몰이 적고,용수를 확보하기 좋으며 근처에 철광맥이 있는곳이었다.

3일동안 돌아다닌 끝에 유한은 최적의 명당을 찾을수 있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었는데,전망도 좋을뿐더러 주변에 몬스터도 드물었고 근처에 개발하다 만 광산이 하나 있었다.

"그야말로 명당인걸"

"좋았어!여기다 대장간을 세우자!"

유한은 우선 고로를 만들고,통나무를 베어와서 대장간을 지었다. 벌목 스킬이 있어서 나무를 베고 모으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간단한 구조의 대장간이라 해도 만드는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둥이라고 세워 놓으면 쓰러지기 일쑤였고,벽도 와르르 무너지곤했다.

"아놔!왜 이리 안되는거야!"

"기둥부터 튼튼히 박아야지.세워 둔다고 가만히 서 있지는 않아"

일을 거들어 주던 송코가 한마디했다.

유한은 그가 가르쳐 준대로 땅을 파고 기둥들을 박은다음, 벽을 올렸다. 

나란히 세운 기둥 사이에 통나무를 끼워넣고 틈새에 진흙을 바르니 더 이상 벽이 무너지지 않았다.

"지붕은 나무껍질을 벗겨서 겹치면 될거야"

공구가 망치와 도끼밖에 없었지만, 송코가 시키는대로 하니 그럭저럭 건물이 만들어졌다.

대장간을 완성하는 순나 효과음과 함께 안내창이 떠올랐다.

-엉성한 집을 만들었습니다. 보다 튼튼한 집을 짓고 싶으면 목수에게 찾아가 의뢰를 하거나[건축 스킬]을 배우십시오

그런대로 괜찮은것 같은데 엉성한 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잘 지은 집은 얼마나 좋은 집을 말하는것일까.

"송코 형,건축 스킬을 배웠어요?"

유한은 송코에 대한 친밀감이 좍 올라갔다.

지금까진 우유부단한 한심한 형 정도로 생각했는데,이런 재주가 있을줄은 몰랐다.

"아니,하지만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있어"

"그럼 건축 스킬 배워도 잘하겠네요"

"잘해도 싫어.학교에서 공부하는것만도 얼마나 지겨운데"

송코는 말을 말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현실에서 할수 없는 모험과 여행을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거지,현실에서 하던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하는것은 아니다.

물론 남이 안하는짓을 하는 괴짜들도 있긴 하다.

"뭐 우리 교수님은 목수가 돼서 여기서도 애들 가르치고 집을 짓고 있더라구"

"직업 정신이 투철하신 분이네요"

"그런 셈이지.요샌 좀 이상한 소리도 하시더라.조만간에 아르페디아 온라인에건설 붐이 일거라 하던가?"

건설 붐이 인다?

현재까지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건설 시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필요하면 유저들이직접 짓거나 목수 유저나 NPC에게 부탁하는 정도였다.

가게나 공방을 하거나 창고로 쓸것이 아니면 집이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았다.

"차기 패치하고 관련이 있나 보군요"

안 그래도 차기 패치가 요새 화제가 되고있었다.

드림맥스에서는 매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패치 내용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한도저번에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발덴 지부장 딜론에게 들은바가 있다. 위락이니 레저 방면으로 많은 패치가 될거라고하던가?

'그게 건설 붐이랑 무슨 상관일까?'

생각해봤지만 ,딱히 이것이라고 떠오르는건 없었다. 뭐 상관없지 않는가. 

건설 붐이 일어나든 놀거리가 많아지든 말든 유한같은대장장이에게 손해만 안가면 그만이다.

오히려 생산직에 대한 인식이 바귀어 혜택을 누릴수 있을면 좋고.

'해커 잡는데 도움이 되면 오죽 좋을까'

그것이 가장 큰 바람이었지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3

대장간 건물을 지었으니 ,이제 무구를 만들 도구들과 몇 가지 장비들만 갖추면 된다. 유한은 광고도 할겸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성으로 향했다.

그곳은 남바린 영지로 ,며칠 전 유한이 아바란 왕국에 들어왔을대 길드전이 벌어졌던곳이었다. 

그때 공격 측이 승리했는지 성에 꽂힌 깃발이 바뀌어 있었다.

"이봐,어딜 함부로 들어가려는거야?"

유한이 성문을 통과하려고 하자 경비병 NPC가 제지했다. 유한이 의아해서 바라보자 경비병은 손을 내밀었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통행세를내야해.십골드"

"저번에는 세금이없었던것 같은데요?"

"넌 아직모르는 모양이군 .우리 영지는 얼마전에 영주님이 바뀌셨어"

물론알고있다. 깃발이 푸른새벽 길드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으니까.

"새 영주님은 영지의 발전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성을 출입하는 외지인들에게 통행세를 받기로 했다"

그렇게 말하는 경비병 NPC의 모습이 완고하기 짝이 없었다.  들어가고 싶으면 돈을내고아니면 물러나라는식.

'제길 잘 먹고 잘 살아라!푸른 새벽 길드 자식들'

유한은 눈물을머금고 돈을 낼수밖에 없었다.이곳말고 다른 곳으로 가자면 도보로 하루는 족히 걸어야 했기때문이다.

성 안은 이미 영지전으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복구했는지 꽤 번화했고,유저들도 많았다.

하긴 남바린 주위에는 광렙을 할만한 사냥터 2곳에 던전 1곳이 있으니 사람이 많은게 당연했다.

유한은 상점에 들어가 대장간에서 쓸 도구들을 골랐다. 점원은 그가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늘어놓은 물건을 보고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 물건들은 함부로 팔수 없습니다"

"왜요? 난 대장장이인데요"

"면허가 있으십니까?"

"면허?"

"이곳에서 이런 도구들을 사시려면 먼저 이곳 남바린 유니온에서 면허를 받으셔야 합니다"

유니온은 직업 조합을 말한다. 

길드와 다르게 특정 직업군의 유저들이 분류되는 집단으로 ,가입하면 면허를 받고 국가나 영지의 노역에 참여하여 돈과 경험치를 올리수 있다.

그러나 노역의 보상이 그다지 좋은편이 못 되어서 유니온에 가입하는 유저는 많지 않았다. 

"난 여기 살지도 않고 그냥 필요한 물건을 사려는것뿐인데요?"

"그래도 생산 활동에 필요한 물건은 유니온에서 면허를 받으신 뒤에야 살수 있습니다.

 영주님께서 일종의 전략 물자로 구분해 놓으셨기 떄문에 팔면 처벌을 받습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통행세를 받는거야 그렇다고 치자. 달느 곳에서도 받는 영주들이 제법 많으니까.

하지만 영지에서 활동할 사람도 아닌데 유니온에 가입하라니.그럼 여행자라 해도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이동네 유니온에 가입해야 한다는 건가?

오픈 베타까지 합쳐 2년 넘게 게임을 해 온 유한이였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 보았다.

그는 완강히 따져보았지만 단호한 점원은 같은 말만 되풀이 할뿐 ,그 어떤 설득에도 넘어오지 않았다.

결국 유한은 점원에게 물어 유니온을 찾아가 가입비 50골드를  냈다. 

그렇게 번거롭게 면허를 받아온 뒤에야 필요한 물건들을 살수있었다.

"모두 합쳐 삼천 육백 골드입니다"

"엑? 너무 비싼데요"

도구 몇가지를 집었을뿐인데,바르카스 왕국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돈을 달라고 한다. 유한이 펄쩍 뛰자 점원이 특소세가 붙어서 그런단다. 

"특소세? 지정한 물목에 붙는 세금 말입니까?"

"예,일단 칼이나 갑옷 같은무구는 물론이고 망치와 곡괭이 같은 도구,그리고........."

점원의 말을 들어보니 상점에서 거래되는 거의 대부분의 물품에 특소세란 것이 붙어 있었다.

아무리 세금이 코에 붙이면 코걸이,귀에 붙이면 귀걸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지않는가?

"싫으시면 그냥 가시던가요.여기서 이웃영지까지는 꽤 멀고 가는길도 험난한데 어쩌시렵니까?"

배짱을 부리는 점원의 모습에 유한은 눈물을 머금으며 돈을 지불했다. 비싸기는해도 그에게는 적지않은 돈이있었다. 당장 대장간부터 꾸리는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각 마을이나 성에는 자영업을 하는 유저들을 위해 광고게시판이 있다. 광고 게시판에 유한의 대장간을 알리는 전단지를 붙이는데도 게시판 사용료를 내라고 했다.

"이런건 보통은 공짜잖아요!"

"싫으시면 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광고 게시판 앞에까지 관리 NPC를  놔두고 돈을 걷다니,정말 이가 절로 갈릴 지경이었다.

"아놔!푸른새벽 길드 새끼들, 나한테 장비 고치러 오기만 해봐. 아주 무구를 고물로 만들어버릴테니까"

투덜거리며 대장간으로 돌아온 유한은 마침 게임에 접속해있던 송코에게 성에서 보고 겪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정말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는 분이 풀리지 않을지경이었다.

"그럴거야. 푸른 새벽 길드가 이번에 돈을 많이 썼을테니까"

"남바린 영지를 먹느라고요?"

"소울리버 길드가 그리 만만하지 않거든"

적이 만만하지 않으면 공수양편에서 많은 돈을 들여 용병을 모으기 마련 .어떻게든 이기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지출을 감수하는것이다.

그렇게 이기면 손해를 만회하려 하는것이 당연지사.

그래서 길드전이나 공성전이 벌어진 직후에는 영지의 물가가 높고,별별 이상한 세금이 매겨지기도 한단다.

"그런 사정은 나도 알아요.하지만 이렇게 심한 경우는 처음 본다고요"

물건을 사는데 면허를 등록하라고 하지안나,특소세를 잔뜩 매기질 않나,광고판 사용료까지 걷질 않나......

"내가 말했잖아.푸른새벽 길드가 돈을 많이 썼을거라고"

"당연히 소울리버보다는 많이 썼겠죠"

"네가 상상하는것 이상일걸 .푸른새벽 길드는 용병들을 상당히 비싼 사람들로 쓰거든"

"상당히 비싼 사람들요? 대략 어떤?"

혹시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아닌가 했는데 ,송코의 입에서 더 놀라운 말이 튀어나왔다.

"그 녀석들은 철십자 길드원들을 용병으로 쓰고 있어"

"헉!"

철십자 길드.

아르페디아 온라인 1위 길드다.

길드원 수만 해도 자그마치 1만명.장악하고 있는 성과 영지만 합쳐도 작은왕국 하나 세울수 있는 세력이 바로 그들이다.

거기다 아르페디아 최강의 기사 베히모스가 있는것으로도 유명하다. 

"원래 푸른새벽 길드는 철십자 길드에서 갈라져 나온 분파야.철십자 길드에서 뒷배를 봐주고 있지.푸른새벽길드도 그만큼 상납을 하고 있고"

거대 길드와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도 많은 돈이 필요할것이다. 당연히 푸른새벽길드의 영지 운영은 다른길드들보다 지독할수밖에.

'제길 ,내가 바츠만 안 사라졌어도........'

당장 깃발 꽂고 사람만 모았어도 수천명은 모였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약하기만 한 대장장이,분해도 거대 길드를 빽으로 둔놈들과 싸울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리지스는 어디 갔어요?"

유한의 물음에 송코는 순간 움찔했다. 그리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리,리지스 말이야? 물건 파러간다고......."

버벅거리는폼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것 같다.

그런데 대장간 문이 굳게 닫혀져 있었다. 남바린으로 가기전에 분명 열어놓고 갔다.

"안에 있죠?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그건.........일단 대장간에 들어가봐. 그럼 알게 될거야"

송코는 근처에 사냥이라도 가야겠다며 서둘러 사라졌다. 

마치 유한이 그를 잡을까봐 두려워하는것처럼 .

"뭐 때문에 그러지?"

뭔가 불안감을 느낀 유한은 당장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고로도 정상이고 ,지붕과 벽도 이상이 없었다.

"에이,뭐야.아무일도 없잖........"

한 바퀴 휘 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유한의 얼굴이 와락 굳었다. 그리고,

"리지스-!당장 안튀어나와? 잡히면 죽을줄 알아!"

유한의 얼굴이 야차와 같이 변했다. 목소리는 얼마나 큰지 지붕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방금전 ,그가 마지막으로 본것은 바닥에 정리해둔 무구들이었다. 

플레임 마운트에 있을때 틈틈이 만들어 놓은것들인데,마치 쥐가 파먹은듯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셋 세기 전까지 튀어나와!하나,둘,세......"

고로 뒤에서 리지스가 냉큼 튀어나왔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던 그녀는 유한의 눈을 슬슬 피했다.

"이게 뭐야!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된거야!"

"그,그게 말이지........내가 말해도 넌 아마 믿지 않을거야"

"믿을테니까 말해 보시지요"

말은 공손했지만 유한의 태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한대 날릴듯한 분위기.

하기야 애써 만든 무구들이 저 지경이 되었는데 아무런 반응을보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것이다. 저걸 다 합치면 시가로 1만골드는 족히 받을수 있다.

"휴,어떻게 된 일이냐면........"

리지스가 할수 없다는 얼굴로 설명을 하려고 할떄였다. 대장간 한구석에서 소리가 났다.

오도독!오도독!

유한은 뭔가 아주 맛있게 씹어먹는 소리가 들리는곳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거기엔 노스아크를 탈출할때 리지스가 주웠던 예의 생물이 있었다. 드래곤을 닮은 녀석은 지금 단검 하나를 아주 맛있게 드시는 중이었다.

"뭐,뭐야,저놈!왜 쇠를 먹어?"

"나도 모르겠어.대장간에 드렁가서 한참 안나온다 싶어서 가봤더니 저렇게........아무튼 미안해.난 몰랐어.정말 몰랐단 말이야"

"미친!이게 몰랐다고 해서 될 일이야?"

생물 주제에 무기질을 ,그것도 쇠를 갉아먹다니!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MMORPG라 별 괴상한 몬스터 가 있다는것은 인정한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공식 홈페이지에도 일일이 소개하지 못할정도로 많은 생물들이 있었다.

그런 생물을 발견하고 연구하는것도 유저의 즐거음.

그러나 유한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자신의 땀방울이 깃든 무구가한낱 미물의 한끼 식사다 되어 버리다니!

"이 자식!죽여 버리겠다!"

"안돼!제발 '포포'를 용서해줘"

유한이 포이즌 세이버로 예의 생물 ,리지스가 포포라고 이름 붙인 녀석을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리지스가 붙들고 말리는 덕분에 칼끝은 포포의 코앞만 휘저었다.

"삐이?"

포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고개를갸웃했다.

녀석은 유한이 어떤 심정으로 칼을 들이밀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먹고 있던 단검을 내려놓고 포이즌 세이버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먹지마!"

유한의 벼락같은 고함소리에 놀란 포포는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저 닭둘기 새끼,당장 갖다 버려!"

"싫어,포포는 내 거란 말이야!"

"네 게 지금 사고를 쳤단 말이야 .이거 어떻게 배상할거야? 어떻게 배상할거냐고?"

유한의 윽박질에 참다못한 리지스는 도리어 언성을 높였다.

"몸으로 떄우면 되잖아,몸으로!앞으로 네가 만든 무구는 내가 공짜로 팔아줄테니까 포포를 미워하지마!"

리지스는 얼굴이 벌게져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이구 ,두야!왜 저런 혹들이나한테 달라붙어서는..............'

유한은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왠지 앞으로 저 불가사의,아니 불가사리 같은 닭둘기 때문에 많이 피곤해질것같았다.

4

"너 아바란에 대장간 차렸다며?"

대한 극기도 도장.

몸을 풀고 있는 유한에게 곽대발이 다가가 물었다.

"그런데 왜 하필 그곳이냐? 자칫하다가는 아이템 다 털릴지도 모르는데..........."

PK도 잦은 동네인데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벌어지는 지역이다. 질 나쁜 놈들도 많고,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유저들도 적지 않다.

"후후,걱정 마세요.나름 대비는 해 놓았으니까 .그보다 제 대장간에 한번 놀러 오세요.사범님한테는 싸게 수리해 드릴테니까"

"싸게 해준다고? 감히 돈을 받겠다 이말이렷다?"

"훗,제 사전에 공짜란............"

"있겠지?"

피식 웃으며 거부하려던 유한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렸다. 

돌주먹을 불끈 내민 곽대발의 모습에 딴 말을 할수 없었던 것이다.

"이봐들 ,유한이가 대장간을 차렸는데 우린 다 공짜로 고쳐 준다네"

"와아!수리비 굳혔네요"

레드 타이거 용병대 맴버들은 기뻐했다. 수리비도 수리비지만 ,NPC를 제외하고는 수리 성공률이 높은 대장장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으윽!이 망할 아저씨들이!'

곽대발이 일을 더 버려 놓았지만 유한은 따지지 않기로 했다. 돈을 못 받더라도 수련 경험치를  생각하면 많은 유저들로부터 수리 의뢰를 받아야 한다.

더구나 레드 타이거 용벼대같이 유명한 이들이 게임 내에서 선정만 잘해준다면 고렙들도 유한을찾게된다.

'그래,까짓것광고비라 생각하지뭐'

그렇게 좋게 생각하기로 한 유한의 눈에 띈이가 있었다.공중 요새의 발견자 중 한명인 로키,바로 표재훈이었다.

"안녕하세요.재훈형"

"유한이냐?"

막 도장문을 열고 들어왔던 재훈은 고개를 한번 끄덕하고 지나갔다. 왠만해선 표정 변화가 없는 그에게 있어 그것이 반갑다는 뜻이었다.

"캐릭터는 잘 키우고 있냐?"

"뭐,그럭저럭요.근데 형은 공중 요새에서 받은 퀘스트 잘돼 가요?"

유한의 물음에 재훈은 무겁게 고개를저었다.

"게속 단서만 쫓고 있을 뿐이다"

자세한건 모르지만 데보라를 찾는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데보라를 찾는게 쉬웠으면 벌써 찾고도 남았을것이다.

유한은 매일 재훈에게 퀘스트 진행 과정을 물어보곤했다. 데보라가 남긴 블랙 아이언의 미완성 설계도 떄문에.

설계도를 완성시키기 위해선 데보라의 행방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채린이는 잘 하고 있대요?"

유한은 요새 정신없이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미처 연락을 하지못했다. 그녀도 뭐가 바쁜지 전화가 없었고.

"채린이 쪽도 퀘스트가 쉽지 않은거 같더라"

일단 엘프의 숲에 들어가는데는  성공했지만 ,엘프들에게서 바람의 날개에 대한 정보를 얻는게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고.

"하긴 그걸 쉽게 구할수 있으면 이바니우스 3세가 부탁하지도 않았겠죠"

"그렇겠지"

어떻게 보면 유한이 받은 퀘스트가 제일 쉽다 할수 있다. 정밀 조립 스킬의 랭크를 높여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면 되니까.

잠시후,몸을 다푼 유한은 보호구를 착용하며 물었다.

"형 ,오늘 스파링 상대로 저는 어때요? 물론 과격한 타격은 없기로 하고'

"훗 ,이 녀석 감히 프로에게 덤비겠다고?"

유한이 도장에 나온것은 한 달하고 조금 지났을뿐이다. 이제 품세나 기본동작 같은 것을 배우고 잇는 상황인것이다.

정말 재훈이 마음먹기만 하면 '스쳐도 사망'이란게 어떤건지 보여줄수가 있다.

'나중에 오라고 하고 싶지만...........'

재훈은 눈앞의'풋내기'에 흥미가 갔다.

게임에서 보여줬던 그 상식을 깨는  플레이 때문이 아니다.

유한은 상당히 습득이 빨랐다.아직 노란 띠에 불과하고 폼도 제대로안나왔지만 격투 센스는 수준급이었다.

곽대발 사범님이 저번에 자세 보는 법을 가르쳤다는데,그걸 제대로 이해했는지 몸놀림도 상당히 재빨라졌다.회피와 방어도 꽤 능숙하게 해냈다.

'타격력만 갖추면 괜찮은 투사가되겠어'

유한이 또래의 수련생들과 겨룬느 것을 보고 재훈이 내린 결론이었다.

"좋아,한수 가르쳐 주도록 하지"

"하핫, 고맙습니다. 형님"

재훈은 유한이 기특해서 받아준것이 아니다.

녀석의 잠재력이 어느정도까지인가 알아보고 싶기도 하지만, 한번 따끔한 맛을 보여 주겠다는 게 더 큰 이유다.

지금 좀 한다고 자만하면 더 높은 단계로 나갈수 없다.

자신이 왅전히 마스터했다고 믿은 기술도 한번  산산이 깨져봐야  문제점을 찾고 보완해 갈수 있다.

그것은 실력이 고만고만한 상대와 싸워선 알수없는일 .

그래서 재훈은 한수 가르침을 주기로 한것이다.

"맞고 엉엉 울기 없기다"

"형도 후배에게 추한 모습 보이기 없기요"

두 사람이 링 위에 올라가자 체육관 곳곳에 흩어져 수련하고 있던 관원들이 얼굴 가득 흥미로운 표정을 한채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사범인 곽대발 역시 구경하기 위해 링 가까이왔다. 겉으론 유한을 대견하다는듯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속 마음은 겉 표정과 완전히 달랐다.

'재훈아,찍 소리 못하게 패 줘라'

곽대발은 진심으로 유한의 성장을 바라고 있었다.

그는 보리와 사람은 밟는 만큼 쑥쑥 자란다는 학설의 신봉자였다. 해병대에서 그 스스로가 그렇게 자랐고,또 그렇게 가르쳤음으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