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스콜피언 퀸과의 사투 (28/143)

스콜피언 퀸과의 사투

1

-경험치 3,000을 얻었습니다.

-레벨이 74가 되었습니다.

힘이 1 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 올랐습니다.

-자이언트 샌드웜의 고기를 20개 얻었습니다.

힘줄을 10가닥 얻었습니다. 

역시 필드 보스를 잡았더니 얻는게많았다. 

유한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포이즌 세이버를 회수했다. 

그때 3명의 유저들이 다가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찬사를늘어놓았다.

"아하하,그런 기발한 방법으로 자이언트 샌드웜을 잡을줄은 몰랐네요"

"그러게요.샌드웜을 잡으려면 고렙 파티 하나는 출동해야 하는데 명예의 전당에 올려도 되겠어요"

뻔히보이는 수작.

옆에서 수많은 리저드맨들이 두눈에 불을 키고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부비는 것이다.

유한은 심드렁한 얼굴로 리저드 워리어를 향해 말했다. 

"뭐하냐? 너희 동족들이 죽어갈때 가만히 있던 놈들이다"

"세 인간 죽........"

리저드 워리어의 입에서 죽여라는 말이 나오기 직전유저들은 유한의팔다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아니,왜 이러십니까? 좋은게 좋은거라고 유저들끼리 돕고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그래요.저희를 살려 주시면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어요"

"시키는건 뭐든지 할게요"

그들의 애걸복걸에 유한은 마음을 달리 먹었다.

처음에는 이몬들의 태도가 맘에 안들어 리저드맨들의 손을 빌려 죽여 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래도 구색이 성기사에 신관, 마법사니 스콜피언퀸과 싸울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것 같았다.

"좋습니다. 이번 한번은 살려주도록 하지요.하지만 그 대신 여기 있는 동안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

"네 ,네.당연하지요"

그렇게 유한은 임시지만 유능한 부하 3명을 거두게 되었다. 

"잘 부탁드려요.저는 유나라고 하고요.이쪽은 리트만 ,그리고 송코에요"

실눈을 한 유나는 여마법사였고,덩치 큰 리트만은 성기사,뚱뚱한 송코는 신관이었다. 차림새나 장비로 미루어 볼때 레벨은 70~80대 같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 황량한 필드까지 왔습니까?"

"저 ,그게 플레임 마운트에서 구할게 있어서......"

"호호호!퀘스트에요.퀘스트.화산의 특별한 암석을 구해서 마탑에 전달해주는"

송코가 어눌하게 입을 열자 유나가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자신들은 어느 마탑의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이곳 플레임 마운트에 들어왔는데 얼마 되지 않아 자이언트 샌드웜에 걸려 줄곧 도망만쳤다고.

"원래 동료가 세명 더 있었는데 모두 자이언트 샌드웜에게 희생되고 말았죠"

안타깝다는듯 고개를 떨어트린유나는 다시말문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지그님은 이곳엔 어쩐일로 오셨나요? 저희 파티처럼 퀘스트를 받으신건가요?"

"누군가의 부탁으로 뭐 좀 가지러 왔습니다"

유한은 드래곤 하트를 가지러 왔다는 말은 절대 할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저들이 어떻게 돌변할지 알수 없었기 때문.

"그렇군요.그런데 리저드맨들과는 어떻게 친해지신건가요? 저들은 지능이 떨어지는 몬스터라 인간을 보자마자 공격할텐데요"

몬스터라 지칭되는 놈들은 경험치를 올려주기 위한 사냥감에 불과하다. 그런데 유한이 이런 몹들과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세 사람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하려면 깁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유한의 말에 세 사람은 살짝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 지그라는 유저를 잘 구슬리면 리저드맨들과 함께 지낼수 있는 정보를 캘수 있을거라 생각했기때문이다.

"대장장이 인간. 이곳은 모두 정리했다. 빛나는 손톱 계속 만들어라"

리저드 워리어의 한마디에 세 유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엥? 님 ,대장장이셨어요?"

"예,그런데 그게 뭐가 어떄서요?"

이들은 유한의 직업을 착각하고 있었다 .그가 자이언트 샌드웜을 낚아서 잡아버리기에 노련한 전투 직업군인줄 알았던 것이다.

"어쩐지 정공법을 쓰지 않는다 했습니다"

"행운이 꽤 높으신 모양이네요"

유한의 직업을 알게된 그들의 눈빛이 변했다. 

약간의 경멸과 무시.

조금전까지만 해도 유한을 고렙 전사인줄 알고 어렵게 보더니,지금은 꽤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제기랄!내 이래서 인간들이 싫다니까!'

세상 어딜가나 속보다 겉을 중시하는 풍조가 강했다. 

그것은 가상현실 게임이라고 해도 다름이 없는데 ,전투 직업 게열인 전사 ,마법사 ,신관들은 어딜가나 인정을 받고 대접을 받는대신 ,

생산 직업계열은  그 가진 능력보다 찬밥 대우를 받고 있었다.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힘과 능력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혹시 리저드맨들의 포로가 되신건가요?"

"그런거 아니거든요"

"곤란한 상황이면 우리가 도와줄수도 있어요.실은 내가 유력한 길드와 연줄이 좀 있는데....."

유한은 리트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끊어 버리고 말했다. 

"날 도와주는것은 님들이 여기서 녹슨 철광석을 주워 오는겁니다 .내가 대장간에서 일하기 편하도록 말이죠"

"하하,우리는그런것보다 더 나은 일을 할수 있습니다만?"

자존심 강한 그들은 그 따위 하찮은 일을 할수 없다고생각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했잖습니까,싫으면 접속을 끊던지 여기서 떠나든지 맘대로 하세요"

"이봐요,우리는!"

"약속을 어기면 어려분의 안전을 보장할수없습니다"

유한의 협박에 리트만이 발끈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유나의 제지에 그는 한발 물러섰다.

주변에는 대장장이의 편인 리저드맨들이 많았다. 그것도 철제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한 리저드맨들이 말이다.

"알았습니다. 별로 어려운 일을 안 시켜서 고맙군요"

한발 물러난 세사람은 리저드맨들과 더불어 철광석을 주웠다.

유한은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철광석을 줍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대장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2

"뭐? 유저들이 이곳에 왔다고?"

대장간에 놀러온 리지스는 유저들 소식을 듣자마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하긴 이곳에 처박힌 지도 어언 열흘이 다 되어 간다. 당연히 인간의 채취가 그리울수밖에 .

"오호호호!그럼 이 물건들을 팔수 있겠구나"

그러나 리지스가 유저의 등장에 반색한것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였다. 

"이것들을 어찌 팔까 고민이었는데,그 사람들한테 팔면 되겠네,호호호호!"

아무리 사막에서 밍크코트를 팔고,남극에서 에어컨을 팔수 있는 리지스라지만 ,리저드맨에게 도저히 팔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이참에 유저들에게 모두 처분해 버릴 심산인듯, 그녀는 음모가 물씬물씬 풍기는 미소를 지으며 노천 광산으로 달려갔다.

"그래 ,너나 부자 되세요"

피식 웃은 유한은 다시 무기 생산에 들어갔다. 리저드 대장장이들에게 잔소리를 그치지 않음은 물론이다.

"아놔,이것들이!내가 이렇게 하는게 아니라고 했잖아!여기선 이렇게 해야지,이렇게!"

역시 인공지능이 떨어지는 놈들은 어쩔수 없는것인가.

몇번이나 눈앞에서 무기 만드는 법을 꼼꼼히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대충대충. 하나같이 만드는것들이 공격력과 내구가 엉망이었다.

"으아악!내 이것들 죄다 잡아먹어 버려!"

결국 유한이 분통을 터트리자 리저드 대장장이들도 지지 않고 항의했다.

"인간, 너무 화내지 마라.우리 열심히 했다"

"맞다 ,더 화내면 삐진다. 파업할거다"

"크아악!이것들이 정말!"

진짜 돌아가실 지경이다.

순순히 꾸중을 들어도 시원찮을 녀석들이 대드는 꼴을 보자니,뒷목이 뻐근하게 아파왔다.

정말 스승의 고뇌를 경험하게 된게 우연은 아닌 모야이다. 이렇게 지능이 떨어지고 말도잘 안든는 리저드맨들을 가르치는데 어찌 고뇌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

'쳇!이쯤이면 '스승의 시련'을 경험했다고 해도 되는거 아냐?'

스승의 고뇌보다 높은 단계인 스승의 시련.

그러나 이 지경이 되어도 아무런 안내창이 뜨지 않는걸 보면 아직 스승의 시련을 경험하기에는 조건이 안 맞는 모양이다.

'쓰러지실 지경이 되는데도 스승의 시련이 아니면 ,대체 뭐가 스승의 시련이란 말이야?'

모른다. 정말 골떄리는 문제아가 필요한지도.

그나마 리저드 대장장이들은 일은 묵묵히 하고 있지 않은가. 일도 안하고 농땡이만 부리고 ,옆동네 대장간 애들하고 싸움질을 하는 제자가 있는 스승이라면?

"야 ,니들 그냥 이러지 말고 농땡이 한번 부려봐"

".........?"

"파업한다면? 그럼 아예 일하지마.다 팽개치고 놀러가버려"

리저드맨들은 갑자기 달라진 유한의 태도를 이해할수 없었다. 

"대장장이 왜 그러냐? 어디 아프냐?"

"아프면 쉬어라.아픈거 그냥 두면 골병든다"

"리저드 속 썩인거면 잘못했다. 열심히 하겠다"

유한이 은근히 유도를 했지만, 리저드 대장장이들은 문제아가 될 기미를 보이지 안았다.

머리가 나쁘고 우직하지만 그만큼 리저드맨들은 순수한 데가 있었다. 영악한 인간들과는 달랐다.

그런 리저드맨들이 기특해 보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만스럽기도 했다. 스승에게 더 이상 기연을 경험하게 해 줄 제자가 없다는 사실이.

유한이 플레임 마운트에 온지도 20일이 넘었다.

그동안 유한은 리저드 대장장이들과 하루하루 고함을 지르며 지지고 볶는 생활을 했지만, 그렇다고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일전에 포이즌 숏소드를 만들며 알게 된 오염된 화산수에 며착지 독초와 독액을 넣어 독성이 강화된 포이즌 소드와 포이즌 스피어,포이즌 세이버등을 만들어냈다.

이는 곧장 리저드맨들의 전력 상승으로 이어졌고,두어 차례 슼로피언 솔져의 침입을 막아 내는 전과를 기록했다.

지난 시간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대다수의 리저드 전사들을 무장시킬수 있을만큼의 무기를 만들어낸 유한은 지금이 바로 스콜피언퀸과의 자웅을 벌일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한이 리저드 족장을 찾아가려는데 ,리지스가 불쑥 나타난 말을 건네왔다.

"저번에 새로 들어온 유저들 있잖아?"

"그들이 왜?"

유한은 그들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당장 써먹을데도 없고 언행도 괘씸해 노천 광산에서 철광석을 줍도록 했다 .

곧 지겨움을 느끼고 떠나 버릴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행동이 수상한데 이대로 둘거야?"

"수상하다니?"

그동안 유한은 대장간에 처박혀 무기를 생산한다고 그들을 살필 겨를 이 없었다.

"같이 일하는 리저드맨들에게 안전하게 플레임 마운트에 들어가는 길을 묻지 않나,

나한테 웃돈을 주고 물건을 사면서 우리가 여기 온 이유를 캐지 않나 상당히 의심스런 놈들이야"

하긴 유한도 그들이 그리 선량한 사람들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직업일 밝혀진 순간 그들의 태도가 돌변했기 때문 .

하지만 쓸데가 있어서 그들을 살려 두었다.

"거기다 틈만 나면 광산에서 몰래 빠져나가 돌아다닌다니까 .리저드맨들에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말이야"

"뭐 갑갑할테니 무리도 아니지"

전투 직업군들이 단순 노동만 하려니 지겹기도 할것이다. 그 정도는 유한도 너그럽게 눈을 감아 줄수 있다.

"괜찮아,딱히 우리일을 방해하는건 아니니까"

"그래? 그렇다면 할수 없지.그런데 어디 가는거야?"

"리저드 족장을 만나러"

"왜? 이제준비가 다 끝난거야?"

"그래,이제 스콜피언 퀸과 한바탕 하기만 하면돼"

"야호!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화산 지대도 안녕이구나!"

리지스는 환항 표정을 지으며 폴짝폴짝 뛰었다.

아무리 이곳에서 리저드들을 상대로 꽤 짭잘한 수익을 거두었다지만, 그녀의 직업은 상인 ,더이상 살것도 ,팔것도 없는 이곳에남아 잇고 싶지 않을것이다.

"좋아!나도 전투준비를 할테니까 출발할때 부르라고"

리지스가 떠나가자 유한은 곧장 리저드 족장을 찾았다.

자신의 방에서 유한이 만들어준 포이즌 세이버를 정성 들여 닦고 있던 리저드 족장은 유한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 먼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인가,대장장이? 빛나는 손톱 다 만들었나?"

"전사들이 모두 쓰고도 남을정도로 만들었다. 리저드 대장장이들도 그럭저럭 실력을쌓았으니 앞으로 무기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그러니까............"

잠시 말을 끊었던 유한은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약속을 지킬 시간이다. 족장 .스콜피언을 치러가자"

이제 퀘스트 종료 시간이 5일 남았다.

열기구를 이용한다 해도 이곳에서 노스아크의 베르겐까지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남은시간은 약 2일.

그동안 어떻게든 스콜피언 퀸을 쓰러트리고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어야 했다.

"좋다!리저드 약속지킨다!스콜피언과 싸운다!"

리저드 족장은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검을 치켜들었다.

"와아아!"

족장의 외침을 들었는지 동굴 안팎의 리저드들도 각기 무기를 치켜들고 함성을 질렀다.

리저드맨과 스콜피언의 종족 운명을 건 전쟁 ,그리고 유한이 드래곤 하트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지금 막 시작되려고 했다. 

3

스콜피언들의 군락지는플레임 마운트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중에 스콜피언 퀸의 둥지는 단 한곳뿐 .그곳은바로 플레임 마운트 남쪽에 있는 용암굴이었다.

용암굴 안에 있는 스콜피언 퀸을 쓰러트리면 스콜피언들은 번식에 문제가 생겨 이전과 달리 세가 확 줄어 버릴것이다.

그러나 용암굴에 가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용암굴 주변에 커다란 스콜피언 군락지 있다"

리저드 워리어는 땅에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했다.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유한이 대충 이해할 정도는 되었다.

"군락지 스콜피언이 리저드와 가장 먼저 싸운다. 리저드 그들과 싸우면 용암굴 스콜피언 몰려온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곰곰히 생각한 유한은 리저드 워리어의 어깨를 도닥이며 말했다.

"네가 이놈들을 모두 유인해라"

"유인? 그게 무슨 말이냐?"

"이놈들의 시선을 끌라 그 말이야.네가 군락지의 스콜피언들과 싸우면 용암굴에 잇는 녀석들도 기어나오겠지 .

그사이 우리 주력 부대가 용암굴로 쳐들어가서 스콜피언퀸의 목을 댕강 자르는거야"

용암굴 안에 스콜피언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전력을 돌려 놓으면 전투가 한층 더 수월할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었다.

"리저드 스콜피언 퀸과 싸우고 싶다!"

리저드 워리어는 자신이 유인 부대를 맡는것이 탐탁치 않았던 모양이다. 유한은 그를 어르고 달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인마,놈들을 유인하는것도 스콜피언 퀸을 쓰러트리는 것만큼 중요한일이야.네가 아니면 할 사람 ,아니 리저드가 없어" 

"그래도 리저드 스콜피언 퀸과 싸울거다"

"이봐요,어머님!"

유한이 리저드 샤먼을 불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샤먼이 지팡이로 리저드 워리어의 머리를 후려쳤다.

"대장장이 시키는 대로 해라!"

"끄응............"

"위대한 혼도 대장장이의 말 들으라 했다"

리저드들의 신인 위대한 혼의 이름이 언급되자 리저드워리어도 더 고집을 피우지 못했다.

잔뜩 골이난 녀석은 전사들을 이끌고 나가 용암굴 앞  군락지에 있는 스콜피언들을 기습했다.

"끼끼끽!끼익!"

갑작스런 리저드들의 기습에 스콜피언들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진형을 갖출 틈도 없이 맞이한 리저드맨들은 철제 무기로 무장해서인지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와이카카!키키!우끼우끼!"

리저드 샤먼이 뒤에서 전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괴상한 주문을 외자 전사들의 전투력이 더욱 올라갔다.

마치 집단으로 최면이 걸린것처럼 리저드 전사들은 죽음을 도외시한채 스콜피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군락지의 방어선이 차례대로 무너지자 용암굴에서 스콜피언 솔져를 비롯한 여러 스콜피언들이 새까맣게 기어나왔다. 적게 잡아도 수백마리는 되어 보였다. 

지원군으로 기어 나온  스콜피언들이 가세하자 유인 부대는 점점 물러나기 시작했다.

유한이 적당히 싸우다가 물러나라고 언질을 주기도 했지만, 워낙에 많은 스콜피언들이 몰려들다 보니 전력이 딸리기도 했다.

그러나 유인 부대가 뒤로 물러나 준 덕분에 확실한 유인책이 되었다.  

스콜피언들은 유인 부대를 섬멸하기 위해 그들을 쫓아가느라 리저드맨 주력 부대가 용암굴로 진격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케케켁!"

용암굴 입구를 지키던 스콜피언들이 달려오는 주력 부대를 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보고할 틈은없었다.

"아이스 스피어!"

유나가 날린 마법에 얻어맞고,뒤를 이어 달려든 리트만과 송코가 보초병들을 순식간에 침묵시켰다. 

"우와!저 사람들 센데?"

"전투 직업군이니까 저 정도는 해 줘야지"

스콜피언과 결전이 승인되자,유한은 철광석을 줍고 있던 세 유저를 주력 부대에 편입시켰다.

그들은 주력 부대의  선봉에 서 달라는 유한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곳에 와서 지루함의 연속이었던 세 유저들은 마음껏 그 실력을 발휘했다.

"큰일이야!스콜피언들이 돌아오고 있어!"

리지스의 말에 유한은 고개를 돌렸다.

리저드 워리어가 이끄는 유인 부대에 낚여던 스콜피언들이 무섭게 돌아오고 있었다. 유인 부대가 멀쩡한것을 보면 양동 작전을 눈치챈것이 분명했다.

"얼른 안으로 들어가!얼른!"

유한은 주력 부대의 리저드맨들을 서둘러 용암굴 안으로 들여 보냈다. 다행히 대부분의 리저드맨들이 용암굴 안으로 들어간 뒤라 남은 녀석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남은것은 유한과 리지스.

"어쩔거야? 설마 저 많은 스콜피언을 상대로 싸우겠다는건 아니지?"

"당근이지.옛날 같으면 몰라도 지금은아니야"

"응? 옛날이라니?"

유한은 리지스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벌써 스콜피언들은 바로 앞까지 다가온 상태.

그는 가방에서 곡괭이를 꺼내 들었다. 리지스와 말할 때부터 그레인 스킬을 쓰고 있었던 터라 입구의 취약한 부분이 어딘지 파악하고 있었다.

"굿바이다,전갈 군단!"

안으로 들어온 유한이 휘두른 고고갱이가 용암굴 입구의 양쪽을 후려쳤다.

그러자 벽면에 큰 금이 가더니 입구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쏟아지는 화산암과 화산재들이 진입하는 스콜피언들을 깔아뭉개면서 입구를 완전히 메웠다.

이렇게 되자  바깥의 스콜피언들은 용암굴 안으로 진이할수 없게 되었다.

물론 안에 들어온 리저드맨들도 나갈수 없게 되었지만 .

"이,이게 무슨 짓이야!"

유한의 황당한 짓거리에 리지스는 펄쩍 뛰었다. 유일한 출입구를 이렇게 막아 버리면 어쩌자는 건가?

그러나 유한은 태연할 뿐이다.

"걱정마.나갈땐도로 뚫으면 되니까"

그는곡괭이를 집어넣고 포이즌 세이버를 꺼내들어다.

이미 배수의 진, 아니 배석의 진을 쳤다.이제 남은것은 스콜피언 퀸을 쓰러트리고 드래곤 하트를 획득하는 일뿐.

성공이냐 실패냐는 지금부터의 각오에 달려 있었다.

4

용암굴 안으로 들어온 리저드맨들은 동굴 곳곳에서 스콜피언들과 격전을 벌였다.

스콜피언들은 무척 당황하고 있었다. 퀸이 강해진 이후로 리저드맨들이 이 용감굴까지 침입해 온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투원의 부족은 치명적.

밖으로 지원을나갔던 스콜피언들은 하나도 돌아오지 못했다. 종족의 운영이 걸린 결전임에도,스콜피언들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않았다.

리저드맨들은 선발 부대에 최고의 전사들을 뽑았고,최고의 철제 무기로 무장했다. 거기다 유저들까지 합세하니 스콜피언들은 당해 낼수 없었다.

케에에에!"

"스콜피언 솔져다!"

그래도 스콜피언들이 그나마 버틸수 있는것은 나아 있는 스콜피언 솔져들이 꽤잇었기 때문이다.

이곳용암굴은 여왕의 궁성이자 스콜피언 일족의 부화장이나 다름없는곳 .소중한 만큼 스콜피언 솔져들의 저항이 만만찮았다.

"조심해,송코!"

돌아선 송코의 눈에 스콜피언 솔져의 독침이 보였다.

코앞까지 날아온 독침이 무언가에 가로막힌듯 우뚝 멈춰섰다.

"뭐 하고 있습니까? 얼른 찍어 버려요!"

스콜피언 솔져의 독침을 붙든것은 유한이었다. 그가 날린 와이어가 꼬리를 휘감아 버린것이다.

정신을 차린 송코는 들고 있던 배틀 해머로 스콜피언솔져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고맙습니다 지그님"

"정신 바짝 차리세요.이 동굴에선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용암굴은 미로처럼 복잡하고 규모도 상당히 컸다. 그러나 유한과 리저드맨들은 방을 하나하나 터는 방식으로 용암굴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갔다. 

"백 블로우(Bag Blow)!"

레벨 업을 한 리지스가 새로 익힌 스킬로 스콜피언을 공격했다.

백 블로우.

상인이 무거운 가방으로 상대를 내리찍는 공격이다. 타격을 입히기도 하지만 가방의 무게를 이용해 상대를 꼼짝 달싹 못하게 만들수도 있었다.

"생큐,악덕 상인"

유한은 리지스가 누르고 있는 스콜피언에 다가가 포이즌 세이버를 꽂아넣었다. 

날카롭게 날이선 C급 무기 세이버는 기욘의 검보다 공격력이 높았고,가늘어 스콜피언의 껍질 틈새로칼날을 찔러넣기도 수월했다.

-경험치 220을 얻었습니다.

-전갈의 독을 얻엇습니다.

-레벨 76이 되엇습니다.

솜씨가 1 올랐습니다.

행운이 1 올랐습니다. 

"역시 솔플을 하면 경험치를 혼자 다 먹어서 좋단 말이야"

유한은 레벨 업에 만족했지만, 아무것도 받지못한 리지스는 그렇지 못했다.

"야 이자식아,너만 다 먹냐!남의 것 스틸했으면 양심이나 좀 있어라!"

"알았어,미안. 이거 줄게"

유한은 리지스에게 방금얻은 전갈의 독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곧장 앞으로 달려나갔다. 

용암굴에 들어온 지도 벌써 3시간째 ,이제 슬슬 스콜피언퀸이 있는 방이 나올때였다.

"대장장이 ,저곳에 스콜 피언 퀸 있다!"

앞장서서 길을 뚫던 리저드 족장이 가리킨 곳에 커다랗게 입을 벌린 문이 있었다. 

유한과 유저들이 달려가 보니 그곳은 광장이라 불러도 손색없을정도의 커다란 방이었다.

중앙의 보금자리에 스콜피언 퀸이 수십개의알과 함께 있었다.

이곳이 스콜피언들이 태어나는 산실인 모양.

지금도 스콜피언 퀸은 알을 까고 있는중이었다.

아직 까 놓을 알이 많은지 스콜피언 퀸의 배가 상당히 불룩했고,행동은 굼떠 보였다.

"이때다!놈을 죽여라!"

유한의 외침에 리저드맨들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갔다.그러나 스콜피언퀸이 낫처럼 생긴 다리를 휘두르자 돌격한 리저드맨들이 짚단처럼 잘려나갔다.

역시 스콜피어의 여왕.쉽게 죽어 주지는 않을 모양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직접 나서야겠군요"

유한의 말에 세 유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전부터 앞으로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으라차차찻!디펜더!"

성기사 리트만이 자신의 몸을 강화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자 뒤에서 송코가 버프를 걸어주었으며,유나는 공격마법으로 스콜피언 퀸을 견제했다.

역시 전투 계통의 유저들다웠다.

손발이 척척 맞는 절묘한 합격에 스콜피언 퀸이 곧바로 수세로 돌아섰다. 물론 퀸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낫 다리와 집게 발을 휘둘러 리트만을 몰아세우곤 곧장 큼지막한 독침을 날렸다.

그러나 독침은 리트만에게 닿지 않았다. 유한이 날린 와이어가 독침을 휘감아 붙들었기 때문이다.

"윈드 커터(Wind Cutter)!"

유나가 날린 마법에 스콜피언 퀸의 독침이 댕강 잘려 나갔다. 화가 난 퀸이 유나에게 달려들려다가 리지스의 돈뿌리기를 얻어맞고 주춤거렸다.

그사이 리트만이 창으로 스콜피언 퀸의 불룩한 배를 찔렀다.

"랜스 차지(Lance Charge)!"

"끼이이이이!"

연이은 타격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 스콜피언 퀸은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덕분에 동굴 일부가 부서지고 알이 꺠졌지만, 유저들은 침착하게 대응하며 공격을 펼쳐나갔다.

"앗!놈이 도망간다!잡아라!"

안되겠다 싶었는지 스콜피언 퀸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퀸이 광장 뒤편의  바위를 떠밀자 비밀 통로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을 본 유한의 심장이 철렁했다.저대로 놔두었다간 영영 놓쳐 버릴지 모른다.

유한은 와이어를 날려 스콜피언 퀸을 붙들었다. 그렇게 유한이 퀸을 붙들자,리저드맨들이 달려들어 퀸의 몸에 칼과 창을 쑤셔 박았다.

"캬아아악!"

스콜피언 퀸이 거세게 몸부림치자 리저드맨 몇마리가 날아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리저드맨들이 아직 매달려 있었다. 

그들은 남은 한 손으로 스콜피언 퀸의 몸에 칼이나 도끼를 마구 박아넣었다.

"끼끼끼끼끼!"

도저히 안되겠던지 스콜피언 퀸이 동굴 천장을올려다 보며 괴음을 토했다. 

마치 쇠를 갈아붙이는것과 같은 거북한 음파에 리저드맨들이 귀를틀어막은채 우수수떨어졌다.

-스콜피언 퀸의 피어가 발동되었습니다. 10초간 동작 불능 상태에 빠집니다.

귀가 멍멍한것은 유한과다른 유저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드래곤 피어와 비슷한 효과가 있는 모양.

그렇게모두를 동작 불능에 몰아넣은 스콜피언 쿠니은 재빨리 비밀 통로로 달아났다.

"어어어!"

리저드맨들이나 다른 유저들은 꼼짝달싹 못했지만, 유한은 아니었다. 

스콜피언 퀸에게 와이어를 걸어둔 덕분에 유한은 원하지도 않게 끌려가게 되었다.

스콜피언 퀸은 비밀 통로를 순식간에 통과해 까마득한 절벽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절벽 아래로 용암이 흐르고 있었고 중앙에는 반대편 절벽이 통로까지 연결된 돌다리가 있었다.

스콜피언 퀸은 그 돌다리를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제길!여기서 놈이 빠져나가면........'

스콜피언 퀸이 탈출해 바깥의 스콜피언들과 합류하기라도 하면 그때는감당못할 일이 벌어질수도 있었다.

"더 이상은 못가 ,인마!"

질질 끌려가던 유한은 마비가 풀리자마자 가방에서 곡괭이 하나를 꺼내 땅에 내리찎었다.

순간 스콜피언 퀸이 멈칫했다. 와이어에 감겨있다는것이 뒤늦게 생각났는지 ,녀석은 곧장 유한에게 달려들었다.

슈각!

낫 다리가 유한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납작하게 몸을 엎드려 피했던 유한은 스콜피언 퀸의 다리밑을 굴러서 반대편으로 나왔다.

이렇게되자 유한이 스콜피언 퀸의 갈 길을 막은 셈이되었다.

"캬아아아악!"

"미안하지만 발광을해도 못 비켜줘"

그는 곡괭이에서 포이즌 세이버로 바꿔 들었다.

그러나 혼자서 광분하는 스콜피언 퀸을 막아낼수 있다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배짱을 부린것은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자이언트 너클(Giant Knuckle)!"

다행히 시간을 번 보람이 있었다.

스콜피언 퀸의 피어에서가장 먼저 회복한 유나가 달려와서는 큼지막한 공격 마법을 날렸다. 

거인의 주먹 같은 것이 날아오자 스콜피언 퀸은 몸을 숙여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유나는 퀸을 노려 쏘았던 것이 아니었다.

마법으로만든 거대한 주먹은 스콜피언 퀸이 빠져나갈 반대편 입구를 무너트렸다.

"캬아아아악!"

탈출로가 막히자 스콜피언 퀸이 화가나서 유한을 향해 사정없이 달려들었다. 그러자 유한은 왼팔을 크게 흔들어 와이어를 잡아당겼다.

아직 스콜피언 퀸은 와이어에 감겨 있었다. 퀸의 다리가 와이어에 걸려 헛딛었고,돌진하던 스콜피언 퀸이 그 자리에 풀썩 엎어졌다.

"이때다!몰아 붙여!"

"우아아아아!"

아무리 스콜피언 퀸이 막강한 몬스터라지만 다굴에는 장사없다. 

리저드맨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창을 꽂아넣고 등판에 오른 리지스가 연방 백 블로우로 내리찍었다.

거기다 세 유저들의 연하 공격이 이어지면서 피는 빠르게 깎여 가기 시작했다.

"끼끼끼끼끼끼!"

절체절명의 순간, 스콜피언 퀸은 또다시 피어를 터트렸다.

리저드맨들이 귀를 틀어막고 주저앉은 사이,유한이 포이즌 세이버를 들이밀고앞으로 달려나갔다. 

피어 떄문에 마비되긴 했지만, 그 전에 던지다시피 하며 달렸던 몸은 멈추지 않았다.

"죽어랏, 이 마물!"

혼신의 일격은 최후의 일격이 되었다.

포이즌 세이버가 스콜피언 퀸의 가슴에 박히는 순간,녀석의 가슴에 달려있던 드래곤 하트가 떨어져 나갔다. 동시에 티끌만큼 남아있던 스콜피언 퀸의 HP가 0이 되었다.

최후를 맞은 스콜피언 퀸의 비명이 용암굴에 울려퍼졋다. 하얀빛에 감싸인 스콜피언 퀸의 몸이 모래처럼 허물어졌다.

싸움은 그렇게 유한과 리저드맨들의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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