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지상 최대의 낚시 (27/143)

지상 최대의 낚시 

1

유한이 가장 먼저 찾은것은 철광석이었다. 무기를 만들려면 당연히 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홀트의 지도는 대륙 북부의 자원만 표시되어 있기에,이곳에서는 직접 돌아다며 광산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플레임 마운트에서 철광석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암석들은 화산 지대에 어울리는 화산암들뿐.

"이렇게 철광석을 잡기 힘들어서야 원.............."

리저드맨들의 도움을 받아 사막까지 누벼 봤지만, 보이는 거라곤 바싹 마른 모래와 붉은 빛의 자갈들뿐 .철광석처럼 생긴것은 보이지 않았다.

'가만!이건?'

포기하려던 찰라,유한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유한은 방금 자신이 버렸던 붉은 자갈을 집어들었다.

손으로 문지르자 꺼끌꺼끌한 붉은 가루가 손끝에 묻어났다. 그는 당장 자갈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녹슨 철광석]

설명 : 붉게 녹이 슨 철광석 조각.품질이 낮아서 이것으로 제련을 하려면 철광석보다 3배는 더 집어넣어야 쓸만한 철괴가 나올것 같다.

유한은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이거다!이거!드디어 찾았어!"

영문을 모르는 리저드맨들이었지만, 빛나는 손톱을 만드는데 가장 필요한 재료를 얻었다고 하니 다들 기뻐했다. 

지금 유한과 리저드맨들이 온곳은 사철 지대였다. 지표 위로 드러난 철광석들이 녹이 슬어 붉은 자갈처럼 보였던 것이다.

유한이 이 사철들을 알아볼수 있었던 것은 갈리의 광산에서 광물을 캔 경험에 힘입은 바가 컸다. 

광산 밖에 떨어진 철광 조각들이 붉게 녹이 슨것을 본적이 있었던 것이다.

"좋았어!이걸로 철광석을 확보가 되었고!"

"또 뭘 구해야 하나?"

리저드 워리어의 물음에 유한은 당연하다는듯 대꾸했다.

"숯이지.숯이 있어야 불을 피울수 있으니까"

"숯? 그게 뭐냐?"

"이런 무식한놈 ,그건 나무를 적당히 태워서 만드는 연료인데 제철을 하려면 필요한........"

"여기 나무 얼마 없다"

리저드 워리어의 한 마디에 청산유수로 말을 쏟아내려던 유한의 입이 합죽이가 되었다.

리저드 워리어의 말대로 플레임 마운트와 근방의 사막엔 나무가 거의 없었다. 제련을 할 만큼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기는 애초에 불가능. 

"야 ,그럼 니들은 대체 불 피울때 뭘 쓰냐?"

"불이 필요하면 하이에나의 똥을 태운다"

"하이에나의 똥?"

척박한 땅이라 짐승의 배설물밖에 태울게 없었던 모양.

유한은 일단 화력이나 살펴보자는 생각에 리저드맨들이 모아온 하이에나의 똥에 불을 붙여 보았다.

화르르륵!

'호오,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불꽃이 푸르긴 했지만, 화력은 숯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숯이나 나무보다 훨씬 오래 타들어 갔다.

"좋아 ,이거면 되겠어 .이제 고로를 만들고 제철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면 돼"

"물? 못 먹는 물이라도 괜찮나?"

플레임 마운트에서 식수는 중요한 자원. 리저드맨들이 마시기에도 부족했다.

"못 마시는 거라고 괜찮아. 쇠를 식히는데 쓰는거니까"

유한이 적당한 장소를 골라 고로를 만드는 사이 리저드맨들은 물을 구하러갔다.

제련을 하기 위해선 고로가 필요하다. 유한이 가진 청동화로로도 제련을할수 있지만, 생산량이 작은데다가 시간도 오래 걸렸다.

리저드맨들을 무장시키려면 다량의 철괴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고로가 필요했다.

'그런데 고로가 어떻게 생겼더라?'

유한은 발덴의 대장간과 갈리의 공방에서 보았던 고로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고로는 흙벽돌을 쌓아서 만드는데 ,열이 새 나가지 않도록 틈새마다 꼼꼼하게 진흙을 발랐다. 

그리고 고로의 옆에는 공기를 불어넣기 위한 나무로 된 풀무가 있었다.

'여긴 흙벽돌을 찎을 흙이 없는데........'

한참을 고심하던 유한은 적당한 바위를 골라 통째로 구멍을 뚫어 고로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풀무는 생각끝에 하이에나 가죽으로 풍선처럼 만들었다. 부풀은 가죽 풍선으로 화로에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화로를 완성하자 효과음과 함께 안내창이 떠올랐다. 

-엉성한 화로를 만들었습니다. 

상급 대장장이를 찾아가 화로 만드는 법을 배우십시오.화로를 1기 만들면 그 자리에 [작은 대장간]을 지을수 있습니다. 

"호오 ,대장간을 지을수 있단 말이지?"

한마디로 독립을 할수 있다는 소리다.

이미 유한은 작은 대장간 하나를 운영할 만큼의 스킬과 자금을 모았다. 좀 더 실력 있 는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선 아직 많은 수련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이번 퀘스트를 끝내면 갈리에게 화로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래야지'

그리고 조수일은 그만두고 독립하리라 마음먹었다.

퀘스트의 보상으로 드워프의 기술을 배우고,수킬 스킬을 좀더 높여서 B급 ,A급의 무기를 만질수 있게 되면 소문만 듣고도 고렙 유저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럼 굳이 길드를 전전하며 바츠의 무기를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다.

실력과 명성이 높아지면 거물들이 알아서 찾아오게끔 되어 있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온것처럼 말이지.킥킥킥"

즐거운 상상을 하던 유한은 뭔가 시끌시끌한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리지스가 좌판을 깔아놓고 암컷 리저드맨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본인과 유한이 강력하게 부정했지만 이미 리저드맨들에게 '대장장이 인간의 마누라'로 낙인찍힌 리지스는 오늘도 보석 원석 긁어모으기를 게을리 하지않았다.

"자 ,여러분 오늘 보실 상품은 여성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마법의 상품으로서......"

리지스가 파는것은 화장품이었다. 싸구려(?)원석으로 화장품을 맞바꾼 암컷 리저드맨들은 커다란 입에 시뻘건 루즈를 칠하고,

눈썹도 없는 이마에 시커멓게 눈썹을 그렸다.

리지스는 원석을 더 받고 화장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자 ,이것은 남자를 그냥 녹여 버릴수 있는 필살의........."

"캬악!지독하다!"

리지스가 향수를 살짝 뿜어내자 리저드맨 암컷들은 질색을 하고 물러났다.

인간과 취향이 다른 그들의 반응에 리지스는 잠시 당황햇지만 상품의 선전을 살짝(?)바꾸는 식으로 다시 판촉에 나섰다.

"지독하죠?이거 한방이면 치한 걱정은 뚝!맘에 안드는 남정네가 다가오면 그냥 팍팍 뿌려 주면 됩니다.냄새만 맡고도 그냥 도망쳐 버린다니깐!"

향수를 순식간에 치한 퇴치용 병기로 판매해 버리는 리지스였다. 철면피를 쓰고 꿋꿋이 장사를 하는 그녀를 보며 유한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정말 남극에서도 에어컨을 팔 녀석이라니까"

유한은 리지스의 사기행각에서 고개를 돌렸다.

마침 물을 구하러 갔던 리저드맨들이 가죽 자루에 물을 잔뜩 담아왔다. 그런데 그들이 구해온 물이 좀 이상했다. 

'물 색깔이 뭐이래?'

못 마시는 물이라 하더니,물은 약간 녹색을 띠고 있었다.

유한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으로 조금 떠서 물에 대한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오염된 화산수]

설명 : 화산의 유독 성분이 녹아 있는 물 .마시면 중독 현상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죽게된다. 

'이거 그냥 써도 될라나?'

어차피 쇠를 식히는 용도로 쓸것이라지만, 찜찜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녹색 물은 뭐야?"

리지스가 다가와서 물었다.

뭔가 돈이 되는건 아닌지? 잔뜩 호기심을 품은 그녀를 바라보던 유한은 씩 웃으며 오염된 화산수 한 바가지를 권 했다.

"마시면 몸에 좋은 약수인데 한 모금 마실래?"

"입에 침이나 바르고 구라를 치시지"

그러나 리지스는 유한이 준 화산수를 버리지않았다. 

화산수의 정보를 확인한 그녀는 빙명에 따라서 밀봉하고 가방에단단히 챙겨두었다.

"안좋다는거 알면서 뭐하러 챙기냐?"

"호호호,독약을 만드는데 사용할수도 있거든"

"졌다,졌어"

유한은 풀 한포기,물 한방울 버리지 않고 죄다 돈으로 생각하는 리지스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장난은 그만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작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이제 재료와 여건이 모두 갖추어졌으니까.  

그는 리저드맨들을 화로 주위로 불러모았다.

"자 ,이제 제련을할테니까 다들 똑바로 보고 배워"

"배우라고? 리저드 너 돕기만할거다"

"임마,니들이 배워야 내가 덜 힘들지.그리고 내가 가고나서 칼 만들어 줄 사람없으면 곤란하지 않냐?"

"맞다!맞다!"

그제야 리저드맨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을하고 유한의 제련 시범을 구경했다.

화르륵!화르르르륵!

가죽 풀무로 바람을 불어넣을떄마다 화로의 불꽃이 춤을 추었다. 벌겋게 녹이 슨 철광석들이 태양처럼 뜨겁고 환하게 달아올랐다. 

얼마쯤 지나자 녹아내린 쇳물이 화로 밖으로 흘러내렸다. 유한은 쇳물을 틀에 받아서 철괴로 만들었다. 

"무기를 만들려면 이렇게 철광석을 녹여서 철괴로 만들어야해.그리고 이 철괴로 검이나 창을 만드는거야"

유한은 완성된 철괴로 칼 한자루를 만들었다.

화로 속에서 붉게 달아오른 철괴를 망치로 두들기고,물에 넣어 식혔다. 

그런 작업을 몇번을 되풀이하자 철괴는 검의 모양으로 바뀌어 갔고 리저드맨들의 입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리저드맨들의 탄성은 의문의 수근거림으로 바뀌어 갔다.

"빛나는 손톱이 빛나지 않는다!"

"색깔 이상하다"

"시끄러워!아직 덜 만들어서 그런거야!"

그러나 숏소드는 점점 이상한 색이 되어 가고 잇었다.

처음엔 시커멓다가 점차 우중충한 녹색으로 바뀌어 갔다. 

'이거 왜 이러지? 물이나빠서 그런가?'

만드는 유한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그러나 내색하진 않았다. 실수가 있다는걸 드러냈다가는 돌팔이라며 리저드맨들에게 비난을 살거이 분명할테니까.

유한은 시치미를 뚝 떼고 숏소드를 완성헸다. 제작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좀 서두르느라 품질 좋은 물건이나오지 않았을 뿐 . 

-포이즌 숏소드를 만들었습니다. 

10%확률로 상대를 중독시킬수 있는 위험한 검입니다. 

스킬 경험치 35를 얻었습니다. 

'엥?'

만들어 보니 포이즌 숏소드라고 한다.

분명 제작 과정에서 별다른 짓을 하지 않았다. 첨가물을 넣은 적도 없고,특수 처리도 하지안았다. 그저 색깔이 이상한 물 ,오염된 화산수에 넣어 쇠를 식혔을뿐.

'그래서 그런 거란 말이야?'

아무래도 오염된 화산수가 원인인듯했다. 거듭된 단조과정에서 유독 물질들이 검에 베어 버린건지도.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검 자체에 하자가 없어보이는데다,오히려 독특한 옵션이 붙었다. 시범을 보이다가 오히려 새로운 제작법을 익히게 된것이다.

문제는검의 강도.

아무리 좋은 검이라 해도 약하면 전투에 쓸모 없다.

"야 ,너 이리와봐"

유한에게 지목된 녀석은 겁먹은 얼굴로 물러났다.

"이리 좀 와 보라니까"

"싫다,너 그걸로 나 찌르려는거 다 안다"

리저드맨은 결코 마루타가 되고 싶지않은듯했다. 

"안죽일테니까 얼른 오라고!"

유한이 버럭 고함을 지르자 녀석은 마지못해 다가왔다. 유한은 놈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흑요석 도끼를 집어들었다.

"이 검이 앞으로 너희들이 사용하게 될 무기다"

유한은 완성된 포이즌 숏소드로 흑요석 도끼를내리쳤다. 무겁고 날카로운 흑요석 도끼가 일격에 박살나자 리저드맨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장장이 인간의 손에 들린 저 새로운 무기는 기존에 자신들이 쓰던 무기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앞으로 너희들도 이 무기를 만들수있게 될거야"

"와아아!"

리저드맨들의 환호성이 계곡을 무너져라 우려퍼졌다.

그것은 반격을 시작하는 외침이었고,새로운 문명에 눈을뜨게된 기쁨의 함성이었다.

2

유한은 리저드 맨들 중에서 머리가 똑똑하다는 놈들만 골라 무기 만드는법을 가르쳤다. 

덕분에 이제 리저드맨들도 금속을 다룰수 있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사냥과 채집뿐이던 리저드맨의 세계에 대장장이라는 직업이 새로이 생긴것이다.

물론 아직은 초창기고 지도받는 입장이라 리저드 대장장이들의 실력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얌마들아!이걸 무기라고 만들었냐!"

유한은 리저드 대장장이들이 생산한 창과 도끼날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품질이 정말  형편없었다. 예전에 파부치의 말대로 '오크에게 줘도 안쓸'정도로 .그레인 스킬을 쓰지 않아도 균열이 훤히 보일정도였다.

"왜 또 화를 내나?"

"리저드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리저드 대장장이들은 유한이 원망스럽다는듯 항의했다. 그런 그들의 항의에 유한은 언성을 높였다.

"짜식들아!이런 고물로는 스콜피언은커녕 하이에나도 상대할수 없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리저드 대장장이들이 만든 무기들은 이미 실전에서 그 위력이 검증되엇다.

철기로 무장한 리저드맨들이 재차 침공한 스콜피언들을 격퇴한것이다 .

비록  스콜피언 퀸이 끼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수월하게 물리쳤다는 사실은 리저드맨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예전엔 상대도 할수 없었던 덩치 큰 스콜피언 ,스콜피언 솔져라고 불리는 놈을 쓰러트리기도 했다.

위력은 검증되었다. 그러나 조악한 품질은 한번만 전투를 치르면 무기의 내구를 모두 닳게 만들었다. 덕분에 대장간에서는 하루종일 무기를 만들고 수리해야 했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너희가 무기를 더 좋게 만들어야 전사들의 희생이 적어지는 거라고! 알겠어?"

"알았다. 잔소리 좀 그만해라"

"리저드 귀 따가워 살수 없다"

리저드 대장장이들의 대꾸에 유한이 뭐라고 더 쏘아붙이려 할때였다. 갑자기 유한의 몸에서 환한 빛이 터지며 눈앞에 안낸창이 떠올랐다.

[스승의 고뇌]를 경험하셨습니다 .가르치는 만큼 배우고 느끼는것도 많습니다. 앞으로 스킬을 올리는데 필요한 수련 경험치가 줄어듭니다.

'뭐라고!'

깜짝 놀란 유한은 스킬목록을 살펴보았다.

과연 남들보다 1,5배 더 많던 수련 경험치들이 줄어들어 있었다. 남들과 똑같은 수치로.

'오오!이걸 내가 경험하다니!'

이 '기연'은 종종 공략 사이트에 보고되는 것이었다.

NPC병사나 견습 기사를 조련한 유저나 마탑에서 마법 강의를 한 마법사 유저들이 이런 기연을 만났다고 했다. 

물론 병사나 기사의 조련이나 마밥 가의 같은것은 아무나 하는것이 아니다. 게임 내 국가의 작위나 벼슬을 얻거나 마탑에 속한 유저들만이 할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명성도 높아야 하고 레벨도 어느정도 수준에 다다라야만 했다.  

'헤 ,대장장이도 가능한 거였구나'

생산직 유저들은 NPC에게 배운다고 생각만 하지,가르칠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더구나 자기 수련과 생산에 바빠서 남에게 가르침을 줄 겨를이 없다.

유한도 드래곤 하트때문에 플레임 마운트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기연이 없었을 것이다.

'잘돼군. 안그래도 수련 경험치 때문에 걱정했었는데'

유한은 계속 리저드 대장장이들을 갈구기로 마음먹었다. 공략 사이트에 스승의 고뇌 다음에 '스승의 시련'이라는 기연을 만났다는 유저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기연을 또 만날수 있다는데 잔소리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얼른 일 안해? 제련하던것들은 어디갔어!화로에 불이 식고 있잖아"

유한이 고래고래 리저드 대장장이들을 호통치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리저드맨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또 스콜피언이 침공하는가 싶엇는데,그것이 아니었다.

"큰일이다, 큰일!"

"무슨일이야?"

"광산에 자이언트 샌드웜이나타났다!"

리저드맨이 말하는 광산은 유한이 녹슨 철광석을 주웟던 노천 광산을 말한다.리저드맨들이 거기서 철광석을 주워 오고 있었는데 자이언트 샘드웜이 나타났다니! 

"인간들 때문이다!인간들 때문이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유한은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리저드 철광 줍는데 인간들 자이언트 샘드웜 몰고 왔다!"

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플레임 마운트에 찾아온 인간 유저들이 필드 보스를 만나 도망치다 광산까지 찾아왔던 모양이다.

"제길 !전부 연장 ,아니 무기 챙겨!광산 뺏기면 니들 전부 망하는거야!"

광산을 뺏기면 철광석을 못 얻고 그러면 무기도 만들수 없다. 

무기를 못 만들면 리저드맨들은 스콜피언을이길수 없고,그럼 유한은 드래곤 하트를 획득하지 못한다.

 무슨 일이 있든 자이언트 샘드웜을 쓰러트리고 광산을 지켜야했다.

문제는 이곳의 필드 보스인 자이언트 샘드웜을 죽이는게 가능할까 하는것이다.

'안되면되게 헤야지!'

유한은 이곳에 와서 새로 만든 검을 집어 들었다.

제련으로 강철괴를 뽑아만든 C급의 무기 '포이즌 세이버'.

기욘의 검으로는 강한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한계를 느껴 새로이 만들었다.

[포이즌 세이버]

공격 : 72

내구 : 95

설명 : 사막의 전사들이 휘두르는 날카로운 외날의 곡도.

부수 효과 : 30%확률로 치명적인 중독을 선사한다.

원래대로 만들면 그냥 세어버라고 할것이,오염된 화산수로 단조를 하면서 중독 옵션을 달게 되었다. 

유한이 워낙에 꼼꼼히 단조를 하여 중독 확률이 30%가 되었고,검의 색깔도 짙은 녹색이 되었다.

원래는 스콜피언 퀸과 싸우기 위해 마련한거지만 ,미리 그 위력을 알아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다.

"모두가자!"

유한은 포이즌 세이버를 허리에 차고 곧장 노천 광장을 향해 달려갔다. 철제 무기로 무장한 리저드맨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3

"으앗!저리가!저리가라고!"

노천 광산에선 이미 한바탕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리저드 전령이 이야기한 3명의 유저들이 자이언트 샌드웜을 향해 연방 창을 휘두르며 마법을 쏘고 힐링을 뿌렸다.

"퀘에에에!"

유한은 땅 밖으로 반쯤 몸을 드러낸 샘드웜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기구에서 내려다 볼때는 작았는데 ,실제로 땅에서 바라보자니 정말 집채만큼 덩치가 컸다.

'내가 옛날에 이런 놈을 어떻게 이겼지?'

바츠 시절에 자이언트 샘드웜을 한번 잡은일이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포효하는 놈을 보자니,바츠 시절의 용맹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바츠때 유한이 잡았던 놈은 자이언트 샘드웜의 성체가 아닌 새끼였다.

"죽여라!공격해라!"

리저드 워리어의 명령에 리저드맨들은 자지언트 샘드웜을 향해 창칼을 마구 집어던졌다. 몇 자루는 박히고 또 몇자루는 빗맞아서 튕겨났다.

덕분에 막 자이언트 샌드웜에게 먹힐뻔한 유저들의 목숨을 구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자이언트 샘드웜의 인식이 유한과 리저드맨들에게로 돌려졌다.

"퀘에에에엑!"

"으악!온다!"

레벨 90의 자이언트 샘드웜은 이곳 플레임 마운트의 제왕.

리저드맨들이 상대할 수준의 몬스터가 아니다. 드래곤하트를 몸에 지닌 스콜피언 퀸이 나선다 해도 쉽게 승부를 장담하지 못할 상대였다. 

리저드맨들이 처음에 용감하게 덤볐던 것은 새롭게 획득한 무기에 대한 믿음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무기로도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자 다들 고개를 돌려 도망쳤다.

"피해라!피해!"

"잡히면 먹힌다!"

쩍 벌어진 주둥이에 촘촘히 박혀 있는 칼날 같은 이빨들 .포이즌 세이버를 쥐고 있던 유한은 흉칙한 자이언트 샘드웜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굳어  버리고 말았다.

'제길!정신 차려라,강유한!넌 바츠였다!바츠였다고!'

스스로 채찍질하는사이,어느새 자이언트 샘드웜은 유한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끈적하게 더운 숨과 지독한 악취가 유한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들었다.

"죽어 ,이 자식!"

"퀘에에에엑!"

자이언트 샘드웜에게 잡아먹히려는 순간 ,유한은 쥐고 있던 포이즌 세이버를 샘드웜의 이빨 사이에 찔러넣었다. 

회심의 일격을 당한 샘드웜이 고통스러워하는상,유한은 재빨리 몸을 굴려서 자이언트 샘드웜에게서 떨어졌다. 

어찌나 급하게 뒤었는지 샘드웜에게 찔렀던 포이즌 세이버를 회수하지도 못했다. 

"님,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구원을 받은 유저들이 유한에게로 다가왔다. 그들은 어째서 유저가 몬스터인 리저드맨들과 함꼐 하는지 알수 없었지만 ,지금 이상황에서 그걸 따질때가 아니었다. 

자이언트 샌드웜을 피해 멀리 도망치거나 때려잡거나 둘중하나를 선택해야한다.

"바위로 올라가라!바위로 올라가!"

리저드 워리어가 유한에게 소리쳤다.

이미 리저드맨들은 근방의 큰 위위로 피신한 상태.

유한과 3명의 유저들도 근처에 리저드맨들이 피신한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갔다.

"쿠에에엑!"

"허억!"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자이언트 샌드웜이 그들을 쫓아왔다. 

그러나 유한과 세 유저 모두 간발의 차이로 바위위에 올라가 버린터라 녀석은 애꿎은 바위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그리고 유한의 눈앞에 안내창이 하나떠올랐다. 

-자이언트 샌드웜이 중독되었습니다. 5초당 HP가 30씩 닳습니다. 

'포이즌 세이버 덕분인가?'

찰나의 순간 찔러 넣은것이 30%확률로 중독이 발동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유한은 그걸로 자이언트 샘드웜을 죽일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놈은 필드 보스라서 HP가 꽤 많고,

어느정도 자연 회복 능력도 있어 적을 독엔 끄덕도 하지 않을테니까.

"놈이 없어졌어요"

여자 마법사의 말에 유한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땅속으로 도망쳤는지 자이언트 샘드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주 가 버린것은 아닐까?

살그머니 방심하던 그때 그들이 피신해 있던 바위가 크게 요동쳤다.

"으아아악!"

"케엑!리저드 살려!"

자이언트 샘드웜은 가 버린게 아니었다. 녀석은 땅속으로 들어가 유한이 올라서 있는 바위 아래쪽을 파 놓은것이다. 

당연히 바위는 기울어졌고,그 위에 대비해 있던 리저드들이 바위 아래로 굴러떨어졌어 .유한과 세 유저들은 바위에 붙들어 떨어지는것은 간신히 면했다.

"퀘에에에에엑!"

"끼에엑!"

"끄엑!"

바위에서 떨어진 리저드맨들은 자이언트 샘드웜의 밥이 되었다. 다들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가지고 있는 도끼를 휘두르고 창을 찔러댔지만 미약한 저항에 불과햇다. 

결국 자이언트 샘드웜의 이빨에 씹혀 하나하나 녀석의 목구멍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거 잡아!"

유한은 아직 살아남은 리저드맨에게 강철 와이어를 날려보냈다. 추가 달린 와이어는 리저드맨의 팔에 감겼다. 

유한이 바로 주먹을 움켜쥐는것과 동시에 자이언트 샘드웜이 리저드맨의 몸을 물어뜯었다.

"케엑!살려줘!"

"살려줄테니까 꽉 붙들고 있어!"

유한은 옆에 있는 유저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하고 있습니까!얼른 놈을 공격해요!"

"........."

"내 말 안들립니까?"

유한에 일갈에 세 유저는그래도 영문을 모르겠다는듯한 눈빛이엇다. 오히려 성직자 유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왜몬스터를 살리려는거죠?"

"뭐?"

"유저라면 몰라도 뭐 하러 몬스터를 살려요? 님이 테이밍한 녀석인가요?"

테이밍한 것은 아니다.

이들의 말대로 리저드맨들은 NPC도 아니고 그저 몬스터에 불과하다. 함께 지내면서 제철 기술을 가르쳐 준것도 드래곤 하트를 획득하기 위함이다.

예쁘거나 멋지게 생기지도 않았고,정이 들만큼 친해진 녀석도 없다.

'나는 그저.........'

살려고 발버둥 치는 녀석들을 그냥 보고 있을수 없었다. 

이유는 그것뿐이다.

자신이 어려웠을때,학교를 그만둬야 했을때 아무도 유한을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 

교감은 음모를 꾸몄고 선생들은 그에 동조했다. 친구들은 시험 답안 몇개에 배신을했다.

아무도 유한을 도와주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학교와 재단을 질시하던 자들도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을뿐 .아무도 수렁에 떨어진 유한에게 동아줄을 내려주지않았다.

"닥치고 얼른 공격하지 못해!"

그런 어른들처럼 되기 싫었다.

상대가 아무리 몬스터고,가상현실 속의 인공지능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이같은 상황을 그냥넘기고 싶지는 않았다.

"끄에에엑!"

유한의 호통에 불구하고 세 유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 사이 와이어를 붙들고 있던 리저드맨은 자이언트 샘드웜의 목구멍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땅 위에 떨어진 리저드맨들을 모두 먹어치운 자이언트 샘드웜은 다시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제기랄!"

리저드맨을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연방 욕지거리를 내뱉던 유한은 건틀렛에서 와이어가 계속 풀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래 ,헛된 죽음은 아니었군"

유한은 와이어를 계속 풀면서 바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필요 이상으로 풀려진 와이어가 바위를단단히 감았다.

"대체 뭘 하려는거야?"

"위험해!땅에 내려가면 큰일난다구요!"

유한이 바위에서 내려 반대편 바위로 뛰어가자 세 유저들이 만류하고 나섰다 .땅위로 달리면 자이언트 샌드웜에게 감지되어 공격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들은 입으로만 말릴뿐 ,직접가서 유한을 붙들지는 않았다. 

"퀘켁!"

기세좋게 달려들은 자이언트 샌드웜이 유한의 코앞에서 멈칫했다.  머리가 뒤로 턱 꺾어진 녀석의 입에는 가느다란 와이어가 걸려 있었다.

"걸렸군. 아니 ,낚인건가?"

유한은풀려나간 강철 와이어의 길이를 정확히 계산하고 있었다.

이렇게 자이언트 샌드웜이 턱 하니 낚이게 된것은 녀석이 와이어에 감겼던 리저드맨을 삼킨 덕분.

죽은 리저드맨이 온몸으로 미끼가 되어준 덕택이었다.

그리고 갈리가 텅스텐을 섞어 만든 강철 와이어가 엄청난 강도를 가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붙들고 있을수도 없을것이다. 

"퀘에엑!퀘엑!"

자이언트 샌드웜이 고통에 겨워 날뛰었다. 와이어를 감았던 거대한 바위가 들썩들썩 할 정도로 녀석은 힘이 남아돌았다.

그러나 녀석의 힘과 유한을 잡아먹겠다는 집착은 오히려 스스로를 자멸로 몰아갔다. 몸부림칠수록 강철 와이어가 연한 살 속으로 파고들어 입이 길게 찢어졌다.

"어디 더 날뛰어 보시지!"

유한은 건틀렛의 와이어를 더 풀어서 자이언트 샌드웜의 몸통을 빙글빙글 감았다. 그리고 주먹을 강하게 움켜 쥐었다. 

끼기기긱!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한 건틀렛이 와이어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거대하고 육중한 자이언트 샌드웜을 끌어당기다 보니 팔이 뽑힐것처럼 뻐근해졌다. 

그러나 유한은 와이어를 느슨하게 하지 않았다 .할수 있는 한도까지 팽팽하게끌어당겼다.

"퀘에엑!"

"더 날뛰어봐!아예 숨통을 끊어 버릴테니까!"

유한의 말대로 자이언트 샌드웜이 날뛰면 날뛸수록 가느다란 강철 와이어는 녀석을 단단히 옥죄었다. 아니 ,옥죄는 것을 넘어 살을 째고 핏줄을 조였다. 

이렇게 되자 중독 때문에 느릿느릿하게 피가 깎이고 있던 자이언트 샌드웜의 피통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고통은 자이언트 샌드웜을 더욱 날뛰게 만들었고,그럴때마다 강철 와이어는 한층 더 깊숙하게 녀석의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대장장이가 자이언트 샌드웜을 붙들었다!"

"공격해라!공격!"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리저드맨들이 일제히 공격에나섰다. 자이언트  샌드웜이 와이어에 휘감겨 움직임이 봉쇄 되었기 때문.

리저드 워리어를 필두로 리저드맨들은 자이언트 샌드웜에게 달려들어 창으로 찍고 도끼를 내리쳤다 .

"야!당겨! 아예 숨통을 끊어버려!"

무기가 없는 리저드맨들은 유한에게 붙어서 와이어를 잡아당겼다. 

리저드맨 들이 난도질을 할수록 ,와이어가 더 날카롭게 박힐수록 자이언트 샌드웜의 피는 점점 빠르게 닳아갔다.

"꿰에엑!"

마침내 최후의 비명을 토한 자이언트 샌드웜은 피투성이가 된 커다란 몸을 대지에 뉘였다.

"이겼다!리저드가 자이언트 샌드웜의 이겼다!"

"우!우!우!"

환호성을 지르는 리저드맨들의 중심에는 플레임 마운트의 제왕을 끌어올린 영웅이 있었다. 리저드맨들은 유한의 팔다리를 잡더니 행가래를 쳤다.

리저드맨들의 전설에 남은 지상 최대의 낚시꾼.

그는 바로대장장이 지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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