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저드 맨
"켁!이거 장난이 아니네"
화산으로 올라가던 두 사람은 용광로를 능가하는 열기와 메케한 가스때문에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가상현실 게임이라지만 이것까지 비슷할 필요는있는가 싶었다.
-쿠쿵!화산 가스에 중독되셨습니다. 1초당 HP가 5씩 닳습니다. 청정한 지역으로피신하시기 바랍니다.
"으윽!이거 해독제 마셔도 안풀려!"
기를 쓰고 들어가려고 해도 매번 화산 가스에 중독되는 문제가 있었다.
화산 가스가 없는 곳을 골라 방향을 잡았지만, 그때마다 바우틈에서 화산 가스가 뿜어나오곤 했다.
"크아아악!대체 어떻게 올라가란 말이야!"
유한이 화가나서 펄쩍펄쩍 뛸 때였다.
"꺄아악!"
리지스의 비명이 들려 돌아보니, 크기가 1미터는 족히 넘는 전갈들이 잔뜩 몰려와 있었다. 바로 화산 밑에 땅굴을 뚫고 사는 스콜피언들이었다.
"제길 ,하필이면!"
스콜피언들은 두사람을 빙 둘러쌌다 .여차하면 달려들어 독침을 찔러 버리려는 듯 꼬리를 휙휙 휘둘렀다.
"저리 안가? 이 땅 버러지들아!"
유한의 기욘의 검을 뽑아 제일 근접한 곳에 있는 스콜피언의 꼬리를 잘랐다.
꼬리가 잘린 스콜피언이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물러낫지만 다른 녀석들은 쉬이 물러나지 않았다.
"어쩌지?"
"우,우리가 싸우면 승산이 있을까?"
눈에 보이는 스콜피언들의 평균 레벨은 53 .
두 사람 모두 레벨이 스콜피언보다 높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전투계열이 아니라는것과 스콜피언들이 족히 20마리는 넘어 보인다는 것이다.
싸우기에는 벅차고 그렇다고 포위당한 상태라 도망치기도 쉽지 않다.
사사사삭!
두사람의 망설임이 길어지자 스콜피언들은 크고 단단해 보이는 다리를 움직여 공격해 왔다.
"도,돈 던지기!"
당황한 리지스가 먼저 공격을 퍼부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동전이 날카로운 소리를 울리며 날아갔다.
그러나 매섭게 날아간 동전은 스콜피언의 딱딱한 껍질에 튕겨 버렸다.
"그런 공격은 안통한다고!"
리지스 앞으로 나선 유한은 스콜피언들의 집게와 독침 공격을 피하며 기욘의 검으로 놈들의 등과 다리를 베었다.
하지만 딱딱한 껍질로 쌓여 있는 이놈의 전갈들은 큰 타격을 입지않았다. 기욘의 검으로는 공격력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제길 ,미리 칼을 바꿔둬야 했는데'
C급 무기를 만들수 있게 되었음에도,무기 교체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계속 공방에서 노가다만 한탓이다.
바츠 시절처럼 매일 전투의 연속이었다면 신경 쓰지 않을수 없었을 텐데.
'거기다 너무 서둘러 와 버렸어........'
이제와서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다. 어떻게든 돌파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펑!
갑자기 폭음과 함께 화염이 터졌다.
무엇때문인가 했더니 ,리지스의 손에 보드카 화염병이 들려 있었다.
저번 개척단 퀘스트때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지 미리 준비해둔모양이다. 리지스는 불꽃에 놀라서 물러서는 스콜피언들에게 화염병 하나를 또 던졌다.
덕분에 포위망이 열렸다.
"가자!지금이 기회야!"
"나이스!악덕 상인!"
'누구더러 악덕 상인이라는 거야!"
추억의 아이템 덕분에 두 사람은 간신히 스콜피언들의 포위망을 벗어날수 있었다.
그러나 스콜피언들을 따돌리기는 쉽지않았다. 리지스가 무거운 짐을 진것은 둘째 치고 ,
화산 지형에 익숙한 스콜피언들의 움직임은 그들이 떨쳐 낼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이렇게 도망칠수 있는것은 리지스의 화염병덕분. 그러나 그 화염병도 한계가 있었다.
"화염병은?"
"다 던지고 이제 없어!"
결국 두사람은 플레임 마운트 근방에 있는 바위 계곡 입구 앞에서 다시 스콜피언들에게 포위되고말았다.
"어쩌지? 여기서죽을거야?"
"제길 ,가장 가까운 마을이 열흘 거리에 있는데"
과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것인가.
유한과리지스는 서로를 바라보앗지만, 위기를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서 'GAME OVER '란 말이야?'
두 사람에게 절망이 드리워진 그때,
갑자기 스콜피언들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놈들이 스스로 포위망을 풀더니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것이다.
"뭐,뭐야?"
유한이 위를 올려다보니 계곡 위쪽에 뭔가가 있었다. 짧고 굵은 두 다리로 버티고 선 그것은 리저드 맨이었다.
리저드맨들은 계곡 위쪽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스콜피언들의 뒤에서도 ,그리고 계곡 입구의 양옆에서 튀어나왔다.
"스콜피언, 죽여라!"
"우아아!"
계곡 위에서 들려온 명령에 스콜피언들을 포위하고 있던 리저드맨들이 창과 방패를 앞세우고 공격해 들어왔다.
선두의 리저드맨이 스콜피언의 독침에 찔려 쓰러지자 ,뒤따르던 리저드맨이 곧장 달려들어 창을 내질렀다.
그 역시 독침에 희생되자 세번쨰,네번째 리저드맨들이 계속 달려들었다.
그들은 스콜피언보다 약하고 레벨이 떨어졌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결국 스콜피언들은 리저드맨들의 개 때 러시에 밀려 하나 둘 쓰러지더니 결국 전멸당하고 말았다.
'쯧쯧!참 무식하게 싸운다'
졸지에 관전자가 되어 양측의 싸움을 지켜보던 유한은 리저드맨들의 막가파 전술에 혀를 찼다.
그들의 용맹은 박수를받을 만 했지만 그들의 단순무식함은 야유를 받을 수준이었다.
스콜피언과 리저드맨의 레벨 차이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다.
리저드맨들이 조금 더 협력적이고 효과적으로 스콜피언들을 상대했더라면 별 피해없이 전멸시킬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술이라는 것을 몰랐다. 오히려 진화 수준이 더떨어져 보이는 스콜피언들이 둥글게 방어진을 짜서 리저드맨들의 공격에 대항했다.
만약 숫자가 동등하거나 큰 차이가 나지않았다면 스콜피언들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야!뭐하는거야!이 틈에 도망가야지!"
리지스의 말에 유한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기 전부터 기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두 사람의 주변을 수백 마리의 리저드맨들이 꽉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인간 ,여기 왜 왔나?"
리저드맨들은 손에 든 나무창을 유한과 리지스에게 겨냥햇다.
행동은 물론 눈빛을봐도 인간에게 그리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살아가기 척박한 환경이라 ,자신들과 다르게 생긴 이종족들의 등장이 달갑지 않은게 당연했다.
"여기,우리땅. 우리 이 땅 지킨다. 침입자 용서 안한다"
'제길, 결국 죽이겠다 이건가?'
수백 마리리저드맨들에게 포위당한 상황.
분명히 암담하기는 했지만, 기회가 영 없지는 않았다.
스콜피언보다 떨어지는 전술 지능을 가진 리저드맨들이 아닌가.
약한곳을 노려 기습적으로 치고 나가 본다면?
"돈 뿌리기!"
리지스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던 모양.아니, 상인답게 날카롭고 약삭빠른 계산능력을 가진 그녀가 먼저 행동에 나섰다.
돈 던지기의 상위 스킬인 돈 뿌리기가 펼쳐지자 수십개의 동전들이 리저드맨들을 두들겼다
"이야아아아아아!"
그 틈을 타서 유한이 리저드맨들에게 난입해 검을 휘둘렀다.
미리 말을 맞추진 않았지만 리지스가 만들어준 기회를 놓칠 정도로 유한은 둔하지 않았다.
"암 브레이크!"
"돈 뿌리기!"
작전은 성공했다. 리저드맨들의 대열이 흐트러졌고,조금만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포위망을 돌파할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9부 능선을 넘은 그들의 앞에 강적이 출현했다.
"꺄악!"
리지스가 포위망안으로 날아갔다. 갑자기 끼어든 덩치 큰 리저드맨이 꼬리로 그녀를 후려친 덕분이었다.
"이 자식이!"
유한은 그 덩치 큰 리저드맨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상대가 거세게 휘두른 창에 기욘의 검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놈은 강하다!'
지금 유한의 앞에 있는 덩치 큰 리저드맨은 그에게 말을 걸었던 녀석이었다.
조금전 계곡 위쪽에서 리저드맨들에게 명령 을 내렸던 대장이기도 했다.
녀석은 다른 리저드맨들에 비해 덩치도 큰 데다가 차림새도 다른 놈들과 달랐다.
목에는 뼛 조각으로 만든 악세서리를 주렁주렁 걸었고,머리에는 식인새의 깃털로 만든 관을 썼다.
'그래,리저드 워리어였군!'
리저드맨들을 인솔하는 리저드 워리어.
레벨은 65로,레벨 48인 리저드맨들보다 체격이 크고 실력도 월등히 뛰어났다. 워리어라는 명칭이 일러주듯 ,전투력은 대장장이인 유한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빠각!
리저드 워리어는 창대로 유한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제대로 한방 맞은 유한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리저드맨들이 달려들어 그를 포승줄로 꽁꽁 묶었다.
"돌아간다!"
"우!우!우!"
대장의 명령에 리저드맨들은 짧은 구호를 외치며 창을 치켜들었다. 그것이 바로 승리를 기뻐하는 리저드의 방식.
계곡 안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손에는 유한과 리지스가 전리품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2
바위 계곡 안에는 리저드맨들의 군락이 있었다.
곳곳에 돌을 쌓아 만든 엉성한 집들이 보였고,암컷 리저드맨과 새끼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잡혀온 외부인들을 바라보았다.
계곡 깊숙한 곳에는 커다란 동굴이 있었고,동굴 주위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목책이 둘러져 있었다.
"침입자,잡아왔다"
리저드 워리어의 말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리저드맨들이 안으로 기별을 넣었다.
잠시후,동굴 안에서 뼛조각과 깃털로 온몸을 장식한 리저드맨이 나왔다.
다른 놈들과 틀리게 얼굴에 알록달록한 물감을 칠한것을 보면 리저드 샤먼이 확실했다. 리저드맨들의 무당이자 주술사인.
여성체인 리저드 샤먼은 잡혀온 유한과 리지스를 요리조리 뜯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인간들 ,가둬라"
"죽여야 하지 않나?"
리저드 워리어 가 항의하듯 따졌다. 그는 한쪽에 가지런히 쌓인 인골을 가리켰다. 언제나 침입자는 저렇게 해왔다는 뜻일 것이다.
"이 인간들 안 죽인다"
"왜 안죽이나?"
"위대한 혼이 이 인간들 죽이지 말라고했다"
"왜 위대한 혼이 죽이지 말라 했나?"
"엄마 말들어라!"
리저드 샤먼은 더 설명하기 귀찮다는듯, 지팡이로 리저드 워리어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알고보니 리저드 샤먼은 무당이기 전에 리저드 워리어의 어미였던 모양.
리저드 워리어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대신 유한과 리지스를 동굴 안으로 끌고 가더니 감옥에 발로 차 넣었다.
"으악!"
"꺄아악!"
유한과리지스는 감옥 바닥으로 떨어졌다.
리저드맨의 감옥은 동굴 바닥을 우물처럼 깊게 판 뒤에 위에는 뼈와 넝쿨을 엮어 만든 창살을 덮어 죄수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에휴,내 신세야!'
대체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모르겠다.
노가다로 점철된 갈리의 조수 노릇도 쉽지 않았다. 그가 친 사고 때문에 유저들이 보는 앞에서 NPC에게 처형을 당하는 희대의 망신을 살 뻔했다.
이를 벗어나려다 보니 팔자에도 없는 퀘스트를 받았고,악덕상인과 함께 플레임 마운트까지 와서 스콜피언에게 쫓기다가 결국 리저드맨의 포로가 되었다.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글쎄,나도 이런 뭐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서"
겪어 본적도 없지만, 종종 유저들이 지성있는 몬스터에게 포로로 잡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포로가 된 유저들은 몬스터들에게 아이템을 몽땅 털리고 죽거나 노예가 되어 부림을 당하다가 탈출을 하는 파란만장한 모험을 하곤했다.
그중 일부는 몬스터에게 벗어나고자 일부러 자살하기도 하는데 지금 유한의 입장에서는 불가,
여기서 죽으면 걸어서 10일거리의 인간 마을에서 부활하는데 그럼 시한내에 퀘스트를 완수하기가 어려워진다.
'쓰벌 ,결국 대장장이 탈출기를 써야 한단 말이지?'
자신의 뜻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야 할드싶었다.
그나마 잡히자마자 죽지 않은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아이템도 다 뺏기고 몬스터에게 죽으면 그야말로 퀘스트 실패에 알거지 신세니까.
"좋아 ,까짓것 .탈출을 해주지"
"방법이나 있어?"
리지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그도 그럴것이 리저드맨들에게 잡혔을때 가방과 무기를 모두 압수당했기 때문이다. 수중에 아이템이라곤 잡동사니밖에 없었다.
"내 주머니에 이게 있는데?"
유한은 갈리의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작은 쇳조각이 끼워진 나무토막을 비춰졌는지,리저드맨들은 그냥 놔 두었다.
"스위스 군용 나이프잖아.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이런것도 있었어?"
"니가환장하는 레어 아이템의 하나지"
"그런데 이걸로 어떻게 하려고?"
리지스는 창살을 올려다보았다. 창살까지 높이가 족히 10미터를 되었다. 벽면이 미끄러워 기어 올라가는 것은 도저히 무리 .
"멍청한 도마뱀들이 방어구는 감사히 내버려 뒀더라고"
"아하!그거!"
유한은 왼손을 위로 치켜들고 손을 강하게 펼쳤다.
촤라락!
왼손에 끼고 있던 와이어 건틀렛에서 와이어가 총알같이 날아갔다.와이어가 창살 위로 솟구치자 유한은 손목을 비틀어 와이어가 창살에 감기도록 했다.
그런 다음 왼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자 와이어가 되감기면서 유한의 몸을 창살로 끌어올렸다.
창살에 매달린 유한은 갈리의 나이프로 창살의 노끈을 잘라 내 구멍을 뚫고 밖으로 빠져 나갔다.
"이놈들은 간수도 안 세워두나"
우물처럼 깊은데다가 위를 막았으니 탈옥할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 유한은 와이어를 내려보내 리지스를 끌어올렸다.
"좋았어!탈옥 성공!"
"쉿!교도소를 빠져나가야 비로소 탈옥이라 할수 있는거야"
두사람은 우선 동굴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녔다. 도망치기전에 빼앗긴 아이템과 상품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피 같은 아이템을 찾는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동굴이 꽤 넓은데다 사방에 나무창을 든 리저드맨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기 때문.
이대로 빠져나가는것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된다면!'
유한과 리지스는 위험한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리지스가 저편에 횃불을 들고 지나가는 리저드맨의 발치로 돌멩이하나를 던졌다.
"응?"
갑자기 어디서 돌이굴러오자,리저드맨은 돌이 굴러온 쪽으로 다가갔다.
어두운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리지스는 리저드맨이 오기 무섭게 발을 걸어 쓰러트렸다.뒤이어 유한이 달려들어 갈리의 나이프를 녀석의 목에 겨누었다.
"켁!인간? 어째서?"
"묻는말에 대답이나 해.우리 물건 어디다 뒀어?"
"족장의 방에......."
"안내해!"
유한과 리지스는 리저드맨을 인질로 잡고 족장의 방으로 향했다.
"인간들 탈출했다!"
"리저드 잡혔다!족장 방으로 가고 있다!"
들키지 않을수 없는 상황.
유한과 리지스가 인질을 끌고 가는것을 보고 리저드맨들이 벌떼같이 몰려왔다.
"전부 움직이지마!움직이면 이 새끼는 죽어!"
유한은 인질로 잡은 리저드맨의 목에 갈리의 나이프를 더 가까이 들이댔다.
덕분에 리저드맨들은 쉬이 공격할 생각을 못했고,유한과 리지스는 놈들을 재껴두고 족장의 방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누구냐!"
족장의 방에는 리저드맨이 셋 있었다.
족장인지 화려한 짐승 가죽을 깔고 앉은 덩치 큰 리저드맨과 들어올때 보았던 리저드 샤먼, 그리고 유한을 잡아온 리저드 워리어였다.
리저드 워리어는 유한이 들어오자 곧장 손에 든 나무창을 앞으로 겨누었다.
"야,무기 안 내려놔? 이 새끼 죽는꼴 보고 싶어?"
그러자 리저드 워리어는 자세를 바꾸더니 들고 있던 나무창을 인질로 잡은 리저드맨에게 날렸다.
날카로운 흑요석 날이 박힌 나무창은 리저드맨의 몸통을 그대로 꿰뚫었다.유한이조금만 늦게 피했다면 꼬치 신세를 면키 어려웠을것이다.
"인질되는 전사 ,필요없다"
"이 자식이!"
리저드 워리어는 뒤춤에 차고 있던 도끼를 끄집어 들었다.
비록 도끼는 짐승의 뼈로 된 자루에 흑요석 날을 달아 만들어 엉성하기 짝이 없었지만, 리저드 워리어의 공격은 오싹할 정도로 빠르고힘이 있었다.
"이런!"
유한은 날아오는 도끼를 피하거나, 피하지 못하는 공격은 건틀렛으로 막아냈다. 엉성한 흑요석 날은 솜씨 좋은 드워프가 만든 건틀렛을 쪼갤수 없었다.
문제는엉성한 도끼보다도 리저드 워리어의 힘과 예상할수 없는 몸놀림.
적지 않은 파워가 실린 도끼질에 주먹, 발차기 ,심지어는 긴 꼬리까지 휘두르며 난타를 퍼부으니 유한이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옛날 같았으면 좋은 적수를 만났다면 전의를 불태웠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거기다 떙전 하나 없는 리지스에게 도움을 받을수도 없는 상황.
'시간을 끌면 진다!'
리저드 워리어도 문제지만 , 지켜보고 있는 족장이나 샤먼이 어떤 행동을 보일 지도 문제였다. 거기다 밖에 있는 리저드맨들이 난입하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이거나 먹어랏!"
방어와 동시에 유한은 와이어를 쏘았다. 갑자기 추가 달린 쇠줄이 날아올줄 몰랐던 리저드 워리어는 황급히 고개를숙여 와이어를 피해냈다.
그러나 유한은 타격을 입히려고 와이어를 날린게 아니었다. 유한은 왼팔을 획 돌리자 날아가는 와이어의 방향이 틀리면서 리저드 워리어의 몸을휘감았다.
"잡았다!"
"크윽!"
리저드 워리어는 안간힘을 쓰며 와이어를 끊어 내려 했지만, 단단하게 감긴 강철 와이어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끊어지지 않았다.
유한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곧장 리저드워리어의 숨통을 끊기 위해 갈리의 나이프를 들고 녀석에게 달려갔다.
"멈춰라,인간!"
달려드는 유한을 가로막은 것은 리저드 족장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갈리의 나이프를 막았다. 칼날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족장은 나이프를 놓지 않았다.
'제길!'
그사이 리저드맨들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족장의 방에 함부로 들어갈수 없는 신분이었기에 리저드 워리어가 침입자를 처리해 줄것이라 믿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이쯤되니 들어오지 않을수 없었다.
"내 아들 죽이는것 허락하지 않겠다"
'이런 ,젠장!'
족장의 손아귀 힘은 굉장했다. 마치 강철 집게에 꽉 잡힌듯 꼼짝 달싹 하지 않았다. 억지로 나이프를 뺴려하다간 칼날이 부러질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다른 기회를 노리는것이.........'
유한은 일단 나이프를 놓고 물러섰다.
그러나 얼마 물러서지도 못했다. 그가 힘을 풀자 리저드 워리어가 도리어 와이어를 잡고 유한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죽어라 ,인간!"
어느새 흑요석 도끼를 뽑아든 족장이 유한의 머리를 노리고 도끼를 내리쳐다. 눈앞까지 날아오는 도끼를 차마 끝까지 볼수 없었던 유한은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3
"족장 ,죽이지 마라!"
족장의 도끼가 유한의 코앞에서 멈췄다.
황급히 말린것은 리저드 샤먼이었다. 그녀는 리저드 워리어를 말렸던 것처럼 리저드 족장을 말렸다.
"왜 말리나?이 인간 우리 아들 죽이려했다!"
리저드 워리어 역시 족장인 아버지의 말이 맞다는듯 ,유한을 감싸고도는 리저드 샤먼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족장, 위대한 혼이 이 인간들 죽이지 말라고했다"
"위대한 혼이 왜?"
"이 인간들 리저드에게 필요할 거라 했다"
리저드에게 필요할거라니 .리저드 족장과 워리어는 벌컥 화를냈다.
"마누라,거짓말 마라!"
"리저드에게 필요한자가 리저드 공격하나?"
족장보다 더 언성을 높인 워리어는 유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인간, 마법사다!인간 마법사 리저드에게 위험하다!"
리저드 워리어는 유한이 마법사일거라 생각했다. 마법이 아니면 이 가느다란 줄로 힘쎈 자신을 꼼짝달싹하지 못하도록 묶어 둘수는 없었다.
"나는 마법사가아니야"
유한의말에 세 리저드의 눈이 그에게로 돌아갔다. 잠시 주춤했던 유한은 자세를 고쳐잡고 당당하게 말했다.
"난 대장장이다!"
"대장장이?"
세 리저드들은 놀랍다는 듯이 되물었다. 특히 리저드 워리어가.
유한은 당연한 반응이라 여겼다. 생산직에 불과한 대장장이가 이렇게 잘 싸울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리저드들이 놀란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
"대장장이가 뭐냐?"
"그거 먹는거냐?"
리저드 족장과 워리어의 물음에 유한은 석화상태가 되었다가 5초후에풀려났다.
"이런 무식한!너희들 대장장이가 뭔지도 모르는거냐?"
"대장장이........대장보다 높은 전사인가?"
"아놔!이 무식한 돌대가리들!"
유한은 가슴을 두들겼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리저드맨들은 돌로 깎아 만든 흑요석 무기와 나무방패를 들고 다닐정도로 문명이 뒤떨어진종족이다.
쇠가 무엇인지 ,그 쇠를 다루는 대장장이가 무엇인지 모르는게 당연했다.
"대장장이는 쇠로 무기를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거야"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리지스가 대장장이가 뭔지 가르쳐주었다. 물론 그는 말해도 리저드맨들은 알아 듣지 못했다.
"쇠? 그게 뭐냐?"
"어휴!쇠도 모르니!저기 있는 저 검이 쇠로 만든거라고!"
리지스는 족장의 자리 옆에 놓인검을 가리켰다. 그것은 유한이 자비하고 있던 기욘의 검이었다.
"아!저 빛나는 손톱 ,쇠라는 것으로 만드나?"
리저드들은 검을 빛나는 손톱이라 표현하고있었다. 그것은 검이 꼭 몬스터의 손톱처럼 날카롭고 뾰족한데다가 번쩍였기 때문이다.
리저드들은 인간이나 유사 인종들이 지니고 있는 빛나는 손톱을 탐냈다. 빛나는 손톱을 가진 리저드가 강한 전사가 되고,그자가 곧 족장이 되었다.
그러나 리저드들은 빛나는 손톱을 만들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인간에게서 뺏으려고 해도 이곳 플레임 마운트에는 찾아오는 인간은 얼마 없었다.
간혹 찾아오는 인간 전사에게서 뺏어도 금방 녹이 슬고 이가 빠져 쓸수 없게 되어 버리곤했다.
"그럼 너,빛나는 손톱 만드는 인간이냐?"
족장은 다시 유한을 돌아보았다. 분위기가 다소 온하해 졌지만, 유한은 긴장을 늦추지않고 대꾸했다.
"그래 ,손톱인지 발톱인지 저런 검을 만드는게 나다"
"그렇군!마누라,나 이제 알았다!"
리저드 족장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인간은 리저드가 가장 필요로 하는 빛나는 손톱을 만들줄 아는자였다. 리저드도 빛나는 손톱을 가지라고 위대한 혼이 저 인간을 죽이지 말라고 한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스콜피언들의 공세에 부족이 궁지에 몰렸을때는 더더욱 필요한 존재였다.
"인간, 널 죽이지 않겠다.네 마누라도"
"차라리 죽여,임마!"
"누구더러 이 녀석 마누라라는거야!"
유한과 리지스가 펄쩍 뛰건 말건 족장은 말을 이어갔다.
"대신 넌 리저드에게 빛나는 손톱 만들어 줘야 한다"
"미쳤냐? 내가 왜 니들한테 무기를 만들어줘?"
유한은 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장 퀘스트 수행하기도 바쁜데 이곳에서 칼 따위를 만들 시간이 없었다.
"아니면 넌 죽는다!네 마누라도!"
족장이 흑요석 도끼를 번쩍 치켜 올리며 위협했다. 화들짝 놀란 리지스가 유한의 등뒤로 숨었지만 ,정작 유한은 콧방귀만 뀌었다.
"그래 ,죽일테면 죽여봐.내가 죽으면 너희가 더 손해일걸?"
어차피 여기서 죽어봐야 마을에서 부활하면 그뿐.퀘스트를 수행할 시간이 빠듯해지겠지만, 그렇다고 몬스터의 협박에 굴복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크윽!"
족장도 아주 바보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 건방인 인간의 마음을 돌려 빛나는 손톱을 만들게 해야했다.
"그러지 말고 빛나는 손톱 만들어 다오"
'아 ,싫대도 그러네"
"내 목걸이 주마"
"그런거 거저 줘도 안해"
유한과 족장이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북소리가 울리며 리저드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밖에서 리저드맨 하나가 뛰어 들어와 황급히 보고를 올렸다.
"족장, 큰일이다!스콜피언들이 급습했다!"
"뭣이?"
상황이 심각하게 변했는지 족장의 방에 들어왔던 리저드맨들이 일제히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
리저드 워리어도 와이어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와이어를 풀고 무기를 챙겨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리저드 셔먼과 족장은 황급히 아들의 뒤를 따라 나갔다. 일족의 중요한 사안을 접어 둘 정도로 스콜피언과의 싸움은 큰일인 모양이다.
'뭐 무리도 아니지'
유한은 계곡 입구에서 리저드맨과 스콜피언들이싸웠던 것이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스콜피언들이 얼마나 많은 리저드맨들을 죽였던가.
만약 다수의 스콜피언들이 습격을 해 왔다면 리저드맨들은 오늘 줄초상 날 일만 남았다.
"이 틈에 우린 도망치는게 어떨까?"
"당근 .이 기회를 놓치며 아르페디아 최고의 바보가 될걸"
유한과 리지스는 족장의 방을 뒤져서 자신들의 가방과 아이템을 회수했다 .다행히 잃었던 것들은 모두 족장의 방안에있었다.
"근데 출구로 나가는 길은 어떻게 알지?"
"소리가 들리는 곳이 출구일거야"
유한이 말한대로 리저드들의 고함과 비명이 들리는곳으로 가니 동굴의 출구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 동굴의 출구에서는 필사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뭐,뭐야 저건?"
리지스는 리저드의 적들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콜피언이 기습했다고 해서 아까 보았던 크기의 녀석들이 뎨거지로 온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리저드맨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스콜피언들은 조금전의 그 작은 놈들이 아니었다.
가장 작은 놈도 족히 3미터는 넘었고,가장 덩치가 큰놈은 10미터가 넘었는데 사마귀처럼 상체를 곧추세우고 있었다.
"저 ,저거!"
유한도 선두에서 리저드맨들을 살육하는 스콜피언을 보았다.
여느 스콜피언들과 달리 거대한 집게발과 낫처럼 생긴 긴 다리를 가지고 이었는데 ,낫 같은 다리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리저드맨들이 마치 수수깡처럼 쓸려 나갔다.
그러나 한번도 보지 못한 이상한 스콜피언의 생김새보다 유한을 놀라게 한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놈의 가슴에 박혀 있는 황금색 빛의 커다란 보석.
'드,드래곤 하트?'
지금 저 이상한 스콜피언의 왼쪽 가슴에 달린 보석은 드래곤 하트와 똑같이 생겼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바츠 시절에 유한은 홀로 레드 드래곤을 잡았고,그 대가로 로또 1등과 버금가는 극악 드랍율의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었다.
그 역시해커에게 털리면서 행방이 묘연해졌지만 ..........
그러나 유한은 드래곤 하트가 어떻게 생겼는지 잊지 않았다.
레드 드래곤으 잡았던 감동을 기억하고자,항상 가방 한쪽에 드래곤 하트를 두고 자랑스럽게 바라보곤 했으니까.
저 드래곤 하트는 그때 레드 드래곤의 것과 똑같앗다. 붉은 빛이던 레드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와 그저 색깔만 다를뿐.
'아무튼 지금 중욯나것은 왜 저게 저놈에게 있냐는거다!'
양쪽에서 싸우는 틈을 타서 도망치려고했는데.본의 아니게 퀘스트의 목표를 확인해 버린 유한은 한참 동안 멍하니 드래곤 하트를 단 스콜피언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이 눈앞까지 다가올때까지.
"크르르르!"
"바보야 ,위험해!"
유한은 멍청하게 있다가 스콜피언의 집게에 싹둑 잘려 나갈뻔했다.
리지스가 소리치지 않았다면 그리고 리저드 족장이 몸을 날려 구해주지 않았다면 정말 죽었을 것이다.
"크윽 ,왜 날?"
"넌 우리 리저드에게 중요한 인간 ,죽으면 안된다!"
그렇게 말한 족장은 아직도 저항하고 있는 리저드맨들을 둘러보며 고함을 질렀다.
"모두 동굴 안으로 피해라!어서 피해라!"
악착같이 싸웠지만,리저드맨들은 덩치도 큰데다 흉폭하게 날뛰는 스콜피언들을 물리칠수없었다.
두 사람은 리저드맨들과 함께 동굴 깊숙한 곳으로 달아났다.
유한은 이상하게 생긴 스콜피언의 가슴에 빛나는 드래곤 하트를 생각하면 도망가고 싶지않았다.
그러나 당장 놈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리저드맨들을 따를수밖에 없었다.
4
스콜피언들은 악착같이 리저드맨들을 쫓아왔다.
정찰을 보낸 몇몇 자식들이 리저드맨들에게 죽었단느 것을 알고 복수를 하러 온것이다.
그러나 리저드맨들이 좁고 꼬불꼬불한 통로로 들어가버리자,덩치가 큰 그들은 더 이상 리저드맨들을 쫓을수 없었다.
"다 왔다. 스콜피언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한다"
리저드맨들이 이른 곳은 계곡 밖의 넓은 불모지.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린 유한은 리저드 족장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아까 그놈은 뭐야?"
"맨 앞에 있던 놈?"
"그래 ,그 전갈에 사마귀를 섞어 놓은것 같은 녀석 말이야"
"그놈 스콜피언의 우두머리 .'스콜피언 퀸'이다"
"스콜피언 퀸?"
스콜피언의 여왕.
일면 그럴싸했다. 스콜피언들 중에서 덩치가 제일 크고 괴상하게 생긴데다가 드래곤 하트까지 가슴에 척 하니 박고 있었으니까.
"그놈 나타난것 우리 아버지 때다. 놈이 나타나고 스콜피언들 무척 강해졌다. 숫자도 늘었다. 아버지 싸우다가 죽었다."
리저드 족장의 설명을 들어오면 플레임 마운트의 스콜피언들은 리저드맨들과 거의 비슷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던 모양이다.
크기도 유한이 처음 보았던 1미터 정도의 개체들이었을 뿐.
그런데 어느순간 스콜피언 퀸이 변이를 일으켰고,놈은 크고 강한 새끼들을 치기 시작했다.
놈이 갑자기 강해진 데는 드래곤 하트와 관련이 있는듯했다. 족장의 뒷말을 들어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스콜피언 퀸 ,전에는 강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싸웠다가 가슴에 커다란 상처 입고 도망갔다. 다음에 나타났을때 덩치도 커졌고 무척 강해져 있었다"
여기까지 말한 리저드 족장은 유한이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가리키며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빛나는 손톱이있었다면 아버지 지지 않았을 거다. 다 빛나는 손톱이 없었기 때문이다. 빛나는 손톱이 있어야 스콜피언에게 이길수 있다"
족장은 유한이 무기를 만들어 주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었다.
유한도 족장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리저드들은 강하고 용맹하지만 무기가 보잘것 없었다.
만약 그들이 날카로운 무기와 단단한 방어구를 손에 넣게 된다면 스콜피언들에게 밀리지 않을것이다.
'아니 ,스콜피언에게 이길지도 모르지'
그러면 스콜피언 퀸도 쓰러트릴수 있을지도.
여기까지 생각한 유한은 간곡한 눈빛을 보이는 족장을 바라보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나도 너한테 목숨을 신세졌는데 아무것도 안해 줄수는 없지"
"오오!빛나는 손톱 만들어 줄건가?"
"대신 조건이있다"
"뭐든 말해라"
리저드 족장은 영혼도 팔수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유한을 바라보았다.
"첫째,내가 무기를 만드는데 너희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나혼자 너희들이 필요로 하는 무기들을 전부 만들려면 시간과 힘이 드니까"
"알았다. 리저드 너 돕는다"
"둘째,내가 무기를 만들어 주면 너희는 반드시 스콜피언과 싸워야한다"
무기를 만들어 줬는데 이놈들이 스콜피언과 대결을 미루거나 피하면 유한만 입장이 난처해져 버린다.
유한이 무기를 만들어 주기로 결정한데는 스콜피언 퀸이 지닌 드래곤 하트가 지대한 공헌을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는 싸운다!"
족장은 물론이요,주변에 있던 리저드 워리어와 다른 리저드맨들도 몰려와 싸운다며 창을 높이 치켜 들었다.
스콜피언 종족은 그들에게 있어 부모 형제를 죽인 원수였다.
"마지막으로 셋째,스콜피언 퀸을 죽이고 놈의 가슴에 박힌 보석을 나에게 넘겨다오"
사실 유한이 가장 먼저 요구하고 싶은것이 이것이었다. 드래곤 하트를 획득하는것이 이번 퀘스트의 목표이므로.
"스콜피언 퀸의 가슴에 박힌 빛나는 돌 말인가?"
"그 보석은 너희들에게 재앙을 가져온 물건 .내가 가지고 먼곳에 가서 버리려는 거다"
리저드맨들은 드래곤 하트가 무엇인지 모르는듯했다.
그래서 유한이 '재앙의 근원'을 멀리 갖다 버려 준다니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그 빛나는 돌 너에게 주겠다"
"좋아!이것으로 거래 성립이군!"
유한은 족장이 내미는 손을 맞잡아 흔들었다.
빛나는 손톱을 얻을수 있게 되었다고 하자,리저드들은 창대를 치켜들며 환호성을 지르고,몇몇 리저드맨들은 꼬리를 흔들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뭔 이야기를 했는데 저렇게 좋아라 하는거야?"
리지스가 쓱 다가와 말을 건네자 유한은 움찔했다. 악덕 상인과 함께 하고 있다는것을 잠시 망각한것이다.
'혹시 이녀석 들은건?'
"대체 족장하고 무슨 거래를 한거야?"
다행히 엿듣지는 않은 듯했다. 스콜피언 퀸의 가슴에 박힌 드래곤 하트에 대해서도 모르는눈치.
유한은 적당히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
"그냥 ........하도 딱해서 칼 몇 자루 만들어 주기로 했다"
"수상한데 .혹시 퀘스트와 관련있는 거래였어?"
'눈치 빠른 녀석 같으니'
자세한 사정은 모르는 리지스였지만, 추리는 날카롭게했다.
뭔가 화제를 돌릴만한 이야기가없을까 생각하던 유한은 리지스가 목에 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야 ,너 그건뭐냐?"
"아,이거? 스콜피언 독침에 찔린 녀석에게 해독제를 주고 바꾸자고 하니까 주던걸?"
리지스가 걸고 있는 목걸이는 리저드맨들이 걸고 다니는 목걸이였다. 그냥 돌맹이를 가죽끈에 꿰어놓았다 싶었는데,자세히 보니 그냥 돌멩이가 아니었다.
"보석 원석!"
"꽤 알이크지.인첸터들에게 꽤 비싸게 팔릴거야"
리지스는 제대로 득템을 했다는 듯 씩 웃었다.
저만한 보석 원석이라면 해독제를 몇 박스 사고도 남을것이다.
"리저드맨들은 이상하더라 .이런 보석 원석보다 뼈 같은걸 더 귀하게 여기더라고.뭐라던가,뼈는 영혼이 깃든 것이라서 신성하다고 하던가?"
"아무튼 여기와서 적자 보진 않았으니 다행이구나"
"크크크,적자 안본것으론 안되지 .두고보라고 여기서 크게 한건 해서 톡톡히 챙길테니까!"
그렇게 말한 리지스는 자신을 찾는 리저드맨들에게로 달려갔다. 또 해독제 한병은 엄청난 바가지에 팔려는것이리라.
'휴,아무튼 저 돈 귀신이 냄새를 맡지 못해 다행이다'
드래곤 하트에 대해서 알면 눈이 시벌겋게 타오를것은 뻔한일 .그렇게 되면 유한은 저 돈에 환장한 악덕 상인으로부터 드래곤 하트를 지킬 자신이 없었다.
과연 드래곤 하트에 대한 비밀을 끝까지 지킬수 있을까?
"대장장이 인간, 거기 있나?"
불안해 하는 유한에게 리저드 샤먼이 다가왔다.
무슨 볼일인가 싶어 돌아봤더니 그녀는뼛조각으로 만든 목걸일 유한의 목에 걸어 주었다.
"이야기 다 들었다. 너 이게 우리 리저드의 친구다"
샤먼의 말이끝나기 무섭게 효과음이 울리며 유한의 눈앞에 안내창들이떠올랐다.
-동지의 목걸이를 얻었습니다.
[리저드의 친구]칭호를 얻으셨습니다.
*이 칭호를 달면 리저드맨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리저드맨을 죽이면 경험치와 명성치가 깎입니다.
그저 필요해서 손을 잡았을 뿐인데 칭호까지 얻게 되다니 .
그만큼 리저드맨들의 상황은절실했다. 유한은 샤먼이 건네준 동지의 목걸이의 옵션을 살펴보았다.
[동지의 목걸이]
방어 3 상승.
곤충류 몬스터에 대한 공격와 방어 20%상승.
크리티컬 발동 10% 상승.
설명 : 리저드맨 주술사가 만든 세공품 .머나먼 원시의 영혼을 느낄수 있을 듯하다.
'호,제법 쓸 만하군'
그러나 이것은 공짜가 아니다.
한두마리도 아니고 수많은 리저드맨들을 무장시키는 대가로는 어쩌면 작을수도 있다.
그러나 유한의 진짜 목적은 드래곤 하트.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서둘러야 겠군. 일단 재료부터 확보하려면.........'
퀘스트 기간은 한 달 .
이미 3일이 지났으니 24일안에 리저드맨들을 무장시키고 스콜피언들을 격파해야 한다. 꾸물거릴 시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