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플레임 마운트로 (25/143)

플레임 마운트로

"제기랄 ,내가 왜!"

유치장에 갇힌 유한은 분통을 터트렸다.

사고가 벌어진 다음 곧장 노스아크에서 튀려고 했지만 성문과 국경이 봉쇄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노스아크에서는 이번 사태를 '수도를 노린 테러'로 간주,나라 전체에 계엄령을 내리고 범인 색출에 나섰다.

그 결과 예전부터 드래곤 대항 병기 프로젝트를 떠벌리던 갈리가 체포되고,갈리의 조수인 유한도 함께 체포되는 신세가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겁니까?"

유한은 복도건너편에다 대고 거세게 항의했다.

"동력원을 어떻게 탑재했기에 메카 드래곤이 발광을 한 거냐고요!"

그러나 그가 펄펄 뛰거나 말거나 갈리는 유치장 벽면에 뭔가를 계산하면서 딴청만 부리고 있었다.

"흠 ,결국 이부분이 문제였던가"

"아!사람 말 좀들으라고!이 난쟁이 똥자루야!"

같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면, 갈리는 분노한 유한에게 목이 졸려 죽었을것이다.

유한이 맞은편에 갇힌 갈리를 보며 이를 갈고 있을때였다. 드워프 병사들이 오더니 감옥 문을 열고 유한과 갈리에게 수갑을 채웠다.

"수갑을 제대로 채운거지?자, 죄인들을 호송해라"

"잠깐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재판장으로"

재판장은 감옥이 잇는 건물의 반대편에 있었다.

재판장 앞쪽은 법관들의 자리였고,뒤쪽은 방청객들의 자리였는데,법관들보다 미리 와 있던 방청객드워프들은 갈리와 유한이 들어오자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그나마 인간 유저들이 참석하지 않은것이다행이랄까.

"조용!모두 기립하시오!"

병사가 창을 바닥에 찧으며 외치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좌우에서 문이 열리고 법관들이 들어와 앉자,방청객들과 피고인 유한과 갈리도 자리에 앉았다.

법관들은 여섯 부족에서 인망이 높은 드워프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그들이 착석하자 곧바로 재판이 시작되었다.

"피고 갈리는 메카 드래곤을 만들어 마을을 부수고,베르겐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것은 물론 우리 드워프의 기술을 인간에게 전수한 것을 인정하는가?"

재판은 일방적 .검사도 변호사도 없었고,법관들의 그랬냐 안 그랬냐 물음에 답한느 식이었다. 

솔직하게 죄를 인정하면 처벌의 수위가 낮아질것이지만, 갈리와 유한은 완강히 죄를 부인했다.

"인정할수 없소!내가 어디 일부러 피해를 입히고자 메카 드래곤을 만든줄 아시오?"

"드워프 기술은 개뿔!난 이 난쟁이에게 특별한 스킬 같은것 배운적 없다고요!"

그러나 두사람의 대답에 방청객들은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고,심지어는 리벳이나 쇳조각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재판도 필요없어!당장 저 두놈을 단두대에 올려!"

"저놈 때문에 내 대장간이 쑥밭이 됐다고!"

방청객들의 소란은 법관의 망치 소리와 함께 멈췄다. 

장내가 진정되자 법관은 다시 갈리에게 말을 건넸다.

"일부러 피해를 입힌것이 아니라고? 본관이 그 말을 믿을 것 같은가? 

저번에 연맹이 그대의 드래곤 대항 병기 개발 프로젝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앙심을 품고 저지른 것이 아닌가?"

"거 ,말 잘하셨소!연맹에서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안았기때문에 이번 사고가터진것이란 말이오!"

"그건 또 무슨괴변인가,갈리!"

노한 법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갈리는 법관과 방청객들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당신들 모두 똑똑히 봤겠지? 내가만든 메카 드래곤을말이야.당신네들은 내가 드래곤 대항 병기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을때 비웃기만 햇어. 

나는 것은 커녕 기지도못할거라고 했지!하지만 결과는 어떘나?"

드워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야 어떻든 메카 드래곤이 움직인것은 사실이다.

"그걸 나 혼자 그만큼 만들어냈단 말이다!잘난 당신들의 비웃음을 들어가면서 말이야.

사고가 난 건 당신들 때문이야!당신들이 내 말을 들어주고,날 도와주고 지원해 줬다면 애초에 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어!"

'이거 완전 어거지잖아'

니들이 날 안 도와 줬기 때문에 사고가 터졌다.

유한은 아무리 생각해도 갈리의 억지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드워프 재판은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것인지,아님 괴짜 갈리의 주장에 드워프들인 공감을 하는지 반박을 하는 자들이 없었다.

사실 유한은 잘 모르지만, 이 게임에서 드워프는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존재였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는 갈리의 놀라운 기술에 묻히고 말았다.

불가능하다는 걸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어찌 거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수 있을까.

이를 반증하듯 법관이 나서서 물었다.

"갈리여,그럼 그대의 메카 드래곤은 연맹에서 나서서 만들었다면 완벽했을 거란말인가?"

"당연한거 아니겠소!나 혼자 모든것을 하다보면 설계도가 완벽해도 실수가 있기 마련이오.

피곤해서 부품을 잘못 끼워 넣었을수도 있고,저 칠칠맞은 인간 조수 놈이 불량 부품을 만들었을 수도 있소"

'아놔,왜 남탓은 하고 지랄이야!'

유한은 울컥했지만 따지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찌되었든 갈리가 이겨야 자신이 석방되지않겠는가.

"그대의 메카드래곤이 연맹에서 나서서 만든다면 완벽할것이라 치지.그러나 과연 그것이 드래곤을 상대할만한 수준이 된다고 장담을 하는가?"

"물론!다들 보지 않았소? 내 메카 드래곤이 크리스탈 월을 무너트린것을 .그건 드래곤의 브레스에도 견디도록 만들었던 성이 아니오?"

화이트 드래곤 안듀라스의 공격을 막고자 만든것이 크리스탈 월이다. 크리스탈 월에는 드워프 최고의 기술과 노하우가 집적되어 있었다.

침묵을 지키던 법관이 입을 열었다.

"갈리여,메카 드래곤의 파괴력은 인정하겠다. 그러나 드래곤의 마법은 어찌 막을 것인가?"

"훗 ,그깟 마법 .쓰기전에 달려들어 패 버리면 그만 아니오? 

더구나 메카 드래곤은 웬만한 마법이나 브레스도 견뎌낼수 있는 튼튼한 맷집이 잇소.추락해도 별로 부서진 곳이 없는걸 보면 모르겠소?"

재판장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방청객들에게 과연 갈리를 믿어줘야 하는가.메카 드래곤이 안듀라스를 상대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기 떄문이다.

"정숙!정숙하시오!"

다시 한번 장내를 조용히 시킨 법관은 다른 법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을 고심한 법관은 다시 갈리에게 말을 건넸다.

"본 재판부는 이번사건이 갈리 그대의 본의가 아님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대가 입힌 피해는막심한바.본 법관은 한달안에 그대가 이번 피해를 무마할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것을 선고하는바이다"

"그렇다는 말은?"

"그대의 메카 드래곤을 한번 믿어보지 .연맹의 대공방과 최고의 기술자들을 빌려주겠다. 

총책임자가 되어 메카 드래곤을 완벽하게 만들어보아라 .기간은 선고한 대로 한 달이다"

"하!그럼 나에게 기횔 주겠다는 말씀?"

"기회를 준다. 허나!한 달 안에 메카 드래곤이 만족할만한 성능을 보이지 못했을때는 연맹과 드워프 일족을 능멸한 대가를치러야 할것이야!"

그렇게 선고하는 법관의 눈빛이날카롭게 번득였다.

그러나 갈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는 투로 자신만만한 미소를지었다.

"모두가 도와준다면 하자 따위는 생기지 않소.기대하시오.한달  후에 베르겐 광장 한복판에 하얀 도마뱀의 머리가 전시될테니까"

재판은 거기서 끝났다. 

모두의 앞에서 큰소리를 탕탕 친 갈리는 보무도 당당하게 법정을 나섰다.그의 뒤에는 걱정스런 눈빛을 한 유한이 따르고 있었다.

"정말 한 달안에 메카 드래곤을 완벽하게 만들수 있겠습니까?"

"충분해. 연맹에서 내로라하는 기술자들이 달려들면 이번에 문제가 된 제어  게통의 장치들을 완벽하게 고치고도 남아"

"그럼 정말 드래곤을 때려잡을수 있는겁니까?"

유한의 물음에 갈리는 발걸음을 뚝 멈췄다. 잠시하늘을 보던 갈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열었다.

"그게......출력이 생각한 만큼 나오지 않더구나"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유한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형 목인병의 심장을 기반으로 만든 동력원의 출력이 썩 만족할 만한 정도가 아니더군. 

적당히 날고 움직이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드래곤과 전투할 정도까지는............"

결론은 메카드래곤이 완성되어도 드래곤의 상대가 안될거라는 소리다. 

그럼 재판장에서의 그 당당했던 태도는 무엇이란말인가?

"큰소리를 쳣잖아요!"

"이놈아,그래야 풀려나지.처음부터 성능 미달입니다........라고 했으면 우릴 풀어줬겠어?"

"크악!그럼 이제 어쩔거냐고요!"

법관이 그러지 않았던가. 한달 내로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이라고.

만약 메카 드래곤이 안듀라스를 상대할만한 성능을 보이지 못하는 날에는 유한과 갈리 둘다 단두대에 서야 할지모른다. 

까짓 죽는것은 두렵지않다.

죽어봐야 다시 부활하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NCP의 삽질을 거들다 처형당하는 유저라니,이런 쪽팔림이 세상에 어디있겠는가!

"한달 안에 동력원을 개량할수는 있는거죠?"

"글쎄,지금 출력보다 다섯배는 더 향상시켜야 하는데 한달의 기간으로는 좀 힘들지"

갈리의 고백에 유한은 당연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히 계십쇼.저라는 조수가 있었던 건 잊어주세요"

"이놈아,가지마!조수가 튀면 모두들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하는 상황, 갈리는 유한을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방법이없잖아요,방법이!"

"있어!확률이 희박하긴 하지만 한가지 방법이!"

유한의 귀가솔깃해졌다.

솔직히 가석방된 상태에서 노스아크를 탈출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얼마가지 못해 드워프 병사들에 체포될수도 있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갈리의 도박에 모든걸 걸어보는것은 어떨지?

"동력원으로 드래곤 하트를 쓰면충분한 출력을 얻을수 있을거야"

"드래곤 하트요?"

유한의 입이쩍 벌어졌다.

"서,설마 드래곤의 생명과 마법의 근원이라는 그건 아니겠죠?"

"왜 아니겠냐? 바로 그거다"

드래곤 하트를 얻을수 있는 방법은 2가지.

하나는 직접 드래곤을 사냥해 얻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드래곤이 죽은 장소를찾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드래곤은 죽을때 자신의 레어가 아닌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최후를 맞는다. 그것이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설정 .

드래곤 하트를 구할 확률은 현실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안녕히 계십쇼"

유한이 가려하자 갈리는 몸을 날려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기,기다려봐!내가 있음 직한 장소를 알고 있다니까!"

유한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장소를 알고 있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오랜 옛날 ,위대한 탐험가셨던 내 서조께서 늙은 드래곤이 안식의 장소를 찾는 것을 보고 추적한 적이 있었다."

"추적만 한겁니까?"

"쉬이 접근할수 없는곳이라 확인만 하고 물어나셨지. 대륙 남서쪽에 있는 '플레임 마운트(Flame mount)'가 바로 그곳이다"

"플레임 마운트요?"

대륙 남서쪽의 사막 가운데 있는 화산 지대.

공식 홈페이지에 짤막하게 그리 소개되어 있었다. 유저들의 왕래라 많지 않아 알려진 정보도 거의없었다.

바츠 시절에 유한도 가 보지 않았던 곳으로 그가알고 있는 정보는 플레임 마운트가 노스아크에서 매우  멀다는 것뿐이었다. 

"여기서 거기 가는데만 이십일은 넘게 걸릴겁니다.왕복해서 갔다 올곳이 아니라고요"

"그건 다 방법이 있으니 염려마라.시간을 대폭 줄이는 운송 수단이 잇으니까. 어쩔거냐,다녀오겠느냐 말겠느냐?"

갈리의 말이 끝나자 효과음과 함께 퀘스트를 받겠냐는 창이 떠올랐다.

-드래곤 하트 획득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유한은 승인키를 눌렀다.

퀘스트 앵벌이.지금 상황에선 절대 거부를 받아주지 않을것 같았기에 속 시원히 받기로 했다.

"좋습니다. 그놈의 드래곤 하트 찾아오도록하죠"

"잘생각했다. 그쪽 방면의 지도는 내가 건네주마. 이 동 수단도 준비해 줄테니까 서둘러 갔다 오도록 해라"

[드래곤 하트 획득 퀘스트]

-메카 드래곤이 충분한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드래곤 하트가 필요한 모양이다. 

안식의 장소를 찾아가 드래곤 하트를 획득해오자.퀘스트를 완수하면 갈리로부터 푸짐한 보상을 받을수 잇다.

*퀘스트 기간은 게임 시간으로 1달입니다.

*이 퀘스트는 파티 플레이를 할수 없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어렵겠는걸'

기한이 있는데다가,드래곤 하트가 플레임 마운트 어디에 잇는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그 지역에 있을테니 가서 찾아보라고할뿐.

혹시 잘못 선택한것은 아닌지.

거기다 퀘스트를 혼자 하라고 하지않는가. 그 이유는 갈리의 대답에서 들을수 있었다.

"너 혼자 몰래 갔다 와야 한다. 다른 놈들은 당최 믿을수가 없어"

이세상에서 마나가 가장 많이 집척되어 있다는 드래곤하트다. 마법의 재료외에도 용도가 무궁무진.

당연히 부르는게 값이다.

유한도 막상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게 되면 먹고 튀려는 유혹에 흔들릴지 모른다. 

그런 마음을 눈치챘는지 갈리가 떡밥을 뿌렸다.

"드래곤 하트를 가져다주면 내 너에게 우리 일족에게 내려오는 비장의 기술을 하나 가르쳐 주마"

드워프 일족에 내려오는 비장의 기술.

그게 무엇인지 몰라도 대장장이인 지그에게 날개를 달아 줄것임이 분명했다.

솔직히 드래곤 하트를 유한이 가져봐야 직접 사용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마법사나 인첸터에게 내다 팔기밖에 더 하겠는가.

당장 코앞의 이득보다 두고두고 써먹을수 있는 고급기술이 더 소중한법.

유한은 자신을 믿어 달라는듯 가슴을 탕탕쳤다.

"걱정마십쇼.한번맡은퀘스트를 중간에서 포기한적이 없는 몸입니다. 드래곤 하트는 걱정 말고 드래곤을 완성할 준비나 해 놓으십시오"

"오냐,너만 믿겠다" 

2

갈리에게 퀘스트를 승낙한 다음날 .

유한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검정 고시 학원을 마치고 극기도 도장으로 향했다. 극기도 도장은 오늘도 많은 수련생들로 북적북적거렸다.

"야,강유한이!왜 이리 늦었어!"

"쳇!삼십초밖에 안 늦었습니다!"

"어쭈!이놈이 이제 개길줄을 아네?"

사범 곽대발이 뭐래거나 말거나 유한은곧장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유한이 극기도 도장에 나오기 시작한것도 어언 한달여.이제는 능숙해져서 갈아입는 시간도 굉장히 빨라졌다.

10초안에 도복을 갈아입으라고 갈궈도 가능할 수준이되었다.

"삼십초늦었으니 체육관을 삼십 바퀴 돈다. 실시"

"아이쿠, 고마우셔라.삼십 바퀴만 뛰면 되나요?"

"왜? 삼백 바퀴로 올려주랴?"

"아닙니다. 삼십 바퀴 돌겠슴다!"

유한은 체육관 측면에 있는 러닝트랙을 따라 열심히 뛰었다.

체육관이 운동장만큼넓지 않다해도 예전엔 30바퀴를 뛰라 하면 절반도 뛰지 못했다. 폐가 터질것 같았고 창자가 꼬이는 듯했다.

'인간은 참 신기한 생물이란 말이야'

인간만큼 적응력이 빠른 동물은 없는듯했다.

스스로가 안된다,무리다,절대 못한다 싶었다.

그러나이젠 30바퀴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뛸수 있었고,팔 굽혀 펴기도,턱걸이도,줄 타고 오르기도 능숙하게 해냈다. 

처음엔 땀나고 힘들어서짜증이 났다. 곽대발의 갈굼이 심해질 때마다 하루에도 몇번씩 그만둘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유한은 오기로 참고 버텼다. '그래 니가 하는 거 다 받아들일테니 나중에 한번두고보자'는 심보로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벌써 한달이 지나갔다.

땀나고 힘든것은 여전했지만, 요즘은 이상하게 개운한 느낌이었다. 

여름에 운동하면 못살거라 생각했지만 땀을 좍 뺴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오히려 기분이 사쾌하기까지 했다. 

아무튼 적응이 되었다.처음에는 집에가서 엎어져 자기 바빠 게임도 잘못했는데,이젠 할거 다 하고도 새벽 타임을 즐길수가 있었다.

"사범님, 저도 이제 무술 좀 가르쳐 주세요.만날 체력 단련만 하고 이게 뭡니까?"

"어쭈,주둥이가 팔팔한걸 보니 아직 힘이 남았나 보구먼"

"이젠 체력 단련 같은 걸로는 주둥이 안죽는다고요"

곽대발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 올랐다.

요놈이 요새 적응이 되었다고 게임에서처럼 까불고 있었다. 예전엔 헐떡거리고 눈이 빙글빙글 돌아서 찍소리도 못하던 녀석이.

사실 그것은 곽대발표갈굼형 체력단련의 성과 때문이다. 극기도의 모토대로 인간을극한의 상태로몰아넣어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고 높이는 훈련.

얼마 전 이 체력 단련만 3달하고 군대 간 녀석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부대 훈련이 너무 쉬워서 살이찌고 있다고 하던가?

아무튼 유한이 감사는 커녕 깝죽대고 있으니 이를 그냥 놔둘수는 없었다.

"오냐,니 소원대로 무술을 가르쳐 주지"

"헤!정말입니까?"

"어이,유한이 녀석에게 호구좀 씌워줘"

유한은 태권도 시합에 나가는것처럼 호구를 장착했다. 헤드기어를 쓰고 호구를 두르고 낭심 보호대와 다리 보호대도 둘렀다.

곽대발은 유한이 호구를 제대로 입었나 살펴보다가 벼락같이 돌려차기 한방을 날렸다.뻐억!

"크엑!"

체육관이 쩡하니 울릴만큼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유한은 호구를 입은것이 무색할정도로 강렬한 타격을 받았다. 옆구리에 전해진 킥의 충격파가 오장육부를 짜릿하게 흔들고 지나갔다. 

바닥을나뒹군 유한이 벌떡 일어나 항의했다.

"뭡니까!갑자기!"

"하하하,무술이란게 말이야 맞으면서 배우는 거거든"

이렇게 말하는 곽대발의 표정은 너무나 상쾌하고 싱그러웠다. 하얀 이빨이 반짝 빛날정도로.

곽대발이 저리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데 유한은 왜 이리 암담한 생각이 드는지 알수 없었다.

'이 인간, 웃으면서 사람 잡을 인간이야!'

너무 우쭐댔었나?아님 너무 성급했나?

아무튼 유한은 자신의 발언을 후회했다. 차라리 체력 단련이나 하고 갔으면 상쾌한 하루가 되었을것을.

"으으윽............."

호구를 벗는 유한의 입에서 연방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것이 팔과 다리가 온통 멍투성이에다 옆구리가 욱신욱신했다. 호구가 아니었으면 정말 어디 한군데 부러졌을지도.

"어떠냐? 맞다보니 뭔가 알수 있겠지?"

알기는 개뿔!

유한이 배운것은 살기 위한몸부림이였다.

'서걱'하는 소리를내며 허공을 가르는 곽대발의 발차기는 그야말로 살인 무기와 동급 .제대로 맞는다면 바로 병원행이다.

아마 지금이 게임속이라면 다음과 같은 안내창이떴을것이다.

-방어와 회피를 알게 되었습니다.

"서투르긴 했지만 방금전 넌 내 공격을 피하고 막았다. 어째서 그런 게 가능했을까?"

"그야 맞기  싫으니까요"

유한이 다소 성의 없는 대답을 하자,곽대발이 발길질을 하였다. 하지만 장난삼아 뻗은 것에 불과하기에 유한은 그냥 알아서 맞아 주었다.

"만약에 이 발차기가 제대로 된거였으면?"

"당연히 피하거나 막습니다"

"공격이 제대로 된건지 아닌건지는 어떻게 알지?"

"그야 상대가 하는걸 봐서........"

곽대발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직 유한이 머릿속에 이론을정리하진 못했지만, 뭔가 본능적으로 느끼고는 있는것 같았다.

"무술에서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자세'다 .올바른 자세를 몸에 익혀 두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위력을 발할수 있기 때문이지"

"자세요?"

"저길 봐라 ,왜 누구는 샌드백이 출렁거릴 정도로 강한 킥을 날릴수 있고 ,누구는 그러지 못하는 걸까?"

곽대발은 샌드백에 발차기를 하는 수련생들을 가리켰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면 발차기도 강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덩치가 훨씬 큰 수련생이 그보다 왜소한 수련생보다 형편없는 위력을 발차기를 하고 있었다.

어쨰서 그런 것일까?

유한은 자세히 살펴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아 !알겠습니다"

"말해봐라"

"저 덩치 큰 형은 발차기 폼이 제멋대로에요.근데 다른 아저씨는 발차기  폼이 일정해요.그래요!사범님처럼"

유한의 입에서 정확한 답이 나오자 곽대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정확하고 효율적인 자세 때문에 힘이 제대로 집중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공격이 강한것은 물론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거야.모양새도 절도있게 보이고"

"호오!"

유한은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쳤다. 머릿속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맞춰져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세란건 무술에서만 중요한게 아니다. 다른 운동에서도 중요한건 마찬가지지.

홈런을 잘 치는 타자나 ,골을 잘 넣는 스트라이커를 보면 '그거다!'라고 할수 있는 자세들이 딱 나오거든"

오랫동안 무도에서는 수많은 자세와 동작들이 연구되고 개량되었다. 강력한 공격과 완벽한 방어,그리고 신체의 균형감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 의미로 무술도 결국은 과학이라는 거다"

"그렇군요.그럼 저도 사범님이 하는 발차기 자세를 따라 한다면............"

비곗덩어리 따위는 한방에 날려 버릴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분에 유한이 허공에 발차기를 날렸지만 , 오히려 균형을 못 잡고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아야야........분명 제대로 따라 했는데"

"인마,한번 만에 다 되면 개나소나 고수가 되게?"

"이것도 꾸준한 반복과 수련이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지.하여튼 무술이 과학이다 보니 대부분의 자세와 동작에 일관성이 있지 .

이걸 이 바닥 용어로 기구식이라 하는데 ,조금만 눈썰미가 좋으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공격이 나올지,그리고 빈틈이 어디에있을지 짐작할수 있지"

"그런가요? 그러고보니 게임에서도 그런것 같았어요"

전사나 기사가 어떤 유형의 공격 스킬을 쓰기전에 반드시라고 할만큼 사전 준비 동작을 취하곤 한다. 가령 깊이 베기를 할때는 먼저 한발을 크게 내딛는다던지.

그런데 이런 동작은 스킬을 쓴다고 자동적으로 나오는게 아니다. 게임에서 스킬은 그저 독특한 효과를 주고 하괴력만 증폭시켜 줄 뿐이다.

예를들어 주요 공격 스킬인 깊이 베기의 경우,꼭 내딛으며 내리치는 방식이 아니어도 되었다. 

횡으로 검을 휘두를수도 있고,반대로 쳐 올리는 경우도 있다. 또 물러나거나 비켜서면서 내리치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파괴력은 전진하며 내리치는게 제일 강했어'

거기다 그 방식이 크리티컬이 제일 잘 터졌다.

그러다보니 유저들의 뇌리에는 깊이 베기는 '앞으로 한발 내딛으며 내리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각인되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유저들은 깊이베기를 할때 앞으로 한발 내딛는 성향이 있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그래서 재밌지.관장님이나 다른 녀석들이 매달리는덴 다 이유가 있다고"

곽대발이 웃으며 말했지만 ,유한은 왠지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대체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만든 제작자는 누굴까.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 해도 그런식으로 세세하게 적용해 놓은 이유는 또 무엇인가? 

가상현실을 보다 현실에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서? 아님 다른 목적이 있어서?

"상대를 파악할수 있다면 대응하기도 쉬워지겠네요"

"그래,만약 네가 나에게 깊이 베기를 하려고 자세를 잡는다면 난 바로 달려가서 찌르기로 제압해 버리는거지"

"근데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어째서 무역로 개척 퀘스트때 저한테 발릴뻔한 겁니까?"

"얌마!그땐 니가 이상한 스킬을 써서 그렇잖아"

아무튼 귀에 솔깃한 이야기였다.

자세나 동작을 보고  상대의 공격을 파악하는 것.

사전에 어떤 공격이 나올지 예측할수만 있다면 전투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것은 바츠 시절에 상대의 움직임을 잃었던 것과 비슷하지만  차원이 달랐다. 바츠 시절에는 일단 부딪쳐 봐야 상대를 간파할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자세나 동작만 보고도 알수 있다면 생소한 상대라도 그 공격 패턴을 능히 짐작할수 있고 충분한 대응을 할수 있다.

'이거 상당히 괜찮은걸?'자세 보기 '라고 하면 되나?'

암브레이크를 쓰는데도 유리할듯했다.

암 브레이크는 일단 상대 무기와 유한의 무기가 부딪쳐야 발동한다. 그런데 끊임없이 움직이는 무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상대의자세를보고 움직임을 예상할수 있다면 맞추는것은 훨씬 쉬워질 것이고,암 브레이크의 성공률도 높아진다.

지금까지 상대의 움직임을 쫓고,바츠 시절의 전투 데이터만 가지고 대항하던 것보다 한단계 더 발전할수 있는것이다.

'정말 괜찮겠군.아니, 괜찮은것이 아니라 확실해!'

유한은 내심 이 '자세보기'에 대해서 제대로 연구하고 파악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기왕 게임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너 지금 어디냐? 아바란 왕국 근처에 있으면 와서 내 도끼좀 수리해줄래?"

"전 아직 노스아크에 있는데요.오늘 접속하면플레임마운트에 가야 할것 같고요"

"플레임 마운트?"

"혹시 아세요? 전 거기가 굉장히 멀다는 것밖에 모르는데 아는게 있으면 좀 가르쳐 주세요"

정보나알아볼까 해서 물어본 것인데,곽대발이 눈살을 확 찌푸렸다. 

표정이 변한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수련생들 중에도 몇몇이 플레임 마운트라는 말을 듣곤 돌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아주 험악하게 인상을 일그러트린 사람도 있었다. 그는 바로 극기도 도장의 관장 송태수였다.

"헉!관장님!"

"방금 플레임 마운트라고 했나?"

대체 언제 들어와서 이렇게 인상을 쓰는건지.

아무튼 중요한것은 그게 아니었다. 확실히 극기도 일당, 아니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플레임 마운트에 가본적이 있는 듯했다.

"참 아름다운 곳인지.태초에 지구의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실감할수 잇는 곳이야"

"........."

"조용한 사막 가운데 솟구친 정열이 넘치는 화산 ,

사방에 뜨끈한 용암이 흘러내리고 기묘한 바위틈에서 어린 시절 연탄 보일러를 추억할수 있는 화산 가스가 방출되곤 하지"

왜곡에 가깝게 순화된 표현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치를 떠는 수련생들과 한숨 쉬는 곽대발 ,그리고 담담하게 회상하는 송태수 모두 주먹 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리저드맨과 친구가되었고 스콜피언들과 이웃이 되었지.밤마다 하이에나는 노래를 부르고,친절한 식인새가 아침마다 우릴 깨워주었어"

'대체 그게 무슨 의미냐고요!'

유한이 알고 싶은것은 플레임 마운트의 정보였지,누군가의 어설픈 감상은 아니었다.

"후후후,아무튼 그 허무의 세게에서 우리는 욕망의 덧없음을 배울수 있었다. 그래서 용파리 NPC에게 지불한 십만 골드가 결코 아깝지 않더군"

"용파리 NPC가 뭘 팔았는데요?"

"드래곤의 무덤이 있다는 지도.드래곤 하트에 욕심을 냈던 우리는 진정으로 값진 보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여기서 유한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거친 극기도의 사나이들을 완전히 질리게 한 플레임 마운트의 황량함때문이 아니다.

드래곤 하트에 대한 정보는 갈리만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엇던 것인가? 

혹시 레드 타이거 용병대처럼 용파리에게 낚여 플레임 마운트로 간 유저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드래곤 하트가 다른 사람의 손에 이미 넘어갔다면?

"유한아 ,너 혹시 플레임 마운트에 갈일이 있는거냐?"

"그게,퀘스트와 관련이 되어서요"

"그래? 가면 인생에 대해서 아주 많은 것을 배울수 있을 게다. 사나이라면 그런곳에 한번 가 보는것도 나쁘지않아.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니까"

송태수는 '우리만 고생해서는 억울하지'란 표정으로 유한의 어깨를 도닥여 주었다. 그리고 송태수는 마지막까지 조언을아끼지 않앗다.

"그리고 유한아,네가 거길 간다면 한 가지 명심해야 할것이 있다"

"그게 뭡니까?"

모든것을 초월한듯하던 송태수의 눈빛이 살벌하게 불타올랐다.

"너 ,채린이 데려가면 죽는다. 알겠냐?"

아버지의 뜨거운 마음이 깃든 주먹이 유한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유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아 ,알겠습니다!"

어차피 파티 플레이를 할수 없는 퀘스트니까 데려갈 일은 없었다.

3

갈리가 준비한 이동수단이라는것은 기구였다.

워낙 괴짜 드워프라서 대륙간 이동 로켓이라던지,메카 적토마 같은 것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르페디아 대륙에서 공인된, 

지극히 정상적이고 빠른 이동수단이었다.

'이걸 타면 플레임 마운트까지는 금방이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서 출발해도 되는 겁니까?"

지금 기구가 놓은 장소는 베르겐의 광장이었다. 갑자기 기구가 생겨났기에 유저들은 뭔가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일 기밀 아니었습니까?"

"뭘 할지는 너와 나만 아는일 아니냐.연맹의 늙은이들에겐 특별한 재료가 필요해서 조수를 보내는거라 했으니 괜찮아"

사실 야반도주하듯 유한을 몰래 보낸다면 갈리는 드워프들에게 의심을 살 것이다. 그렇기에 이리 당당하게 보내는 것인지도.

"근데 너 기구 조작법은 알고 있기나 하냐?"

"물론이죠.전생에 배워 놓았거든요"

"전생?그건 뭔 소리야?"

"그런게 있어요"

바츠 시절에기구를 타고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 봤었다. 당연히 유한은 기구 조종에 능숙했다. 한쪽 구석에 놓인 매뉴얼이 필요없을 정도로 .

"자 ,그럼 출발해 볼까?"

유한은 기구 중앙에 있는 버너의 레버를 당겼다. 버너의 불꽃이 기낭의 공기를 태우자 기구가 점점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야!기다려!"

"엇!"

갑자기 기구의 곤돌라가 휘청했다.

그렇게 된것은 갑자기 누군가 기구에 매달렸기 떄문이다. 그것도 아주 무거운 짐을 지고서.

"너,너는 뇌물녀!"

"리지스다.멍청아!그새 이름도 까먹었냐!"

버럭 소리를 친 리지스는 낑낑대며 곤돌라 안으로 들어왔다. 

무역로 개척 퀘스트에 같이 참가했었던 악덕 상인 리지스 .목적한 바를 위해서라면 NPC에게 뇌물 먹이기도 서슴지 않는 그녀가 유한의 기구에 덜렁 올라탄 것이다.

"무슨 짓이야!남의 기구에 멋대로 올아타다니!"

유한의 항의에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훗, 혼자 멀리 떠나려는걸 보니 뭔가 특별한 퀘스트를 맡은모양이지?"

움찔!

유한은 혹시 리지스가 이번 퀘스트에 대해서 알고 있는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여기서 그녀를 확 떠밀어 버려야 할지 모른다. 

"너 TV에서 봤어 .시아네 어쩌고 하는 파티에 끼여서 공중 요샐 발견했었다며?"

"그,그랬지"

"공략 게시판에 올라온 에이린이란 애의 글도 봤어 .최초 발견자들은 왕궁에 들어가 레어템도 받고 무슨 퀘스트도 받았다며?"

그것은 왜 묻는것인지?

혹시 리지스도 얼음 궁전의 비밀을 캐려다 실패해서 원한에 사무쳤거나 그런것인가? 

그래서 그 뒤로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며 파파라치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았던 것인가!

그러나 이런 생각은 유한이 오버한것이었다.

"네가어디로 가든 상관없어!다만 내 본능이 말하고 있어!니가 가는곳에 재물이떨어질 것이라고!"

"무 ,무슨 소리야?"

"넌 공중 요새를 발견해서 레어 아이템을 손에 쥐었어.

그리고 최초 발견자라는 신분으로 특별한퀘스트를 받았지 .또다시 레어 아이템을 손에 넣을 확률이 높아진거야"

유한은 왜 리지스가 기구에 덜렁 매달린 건지 알것같았다. 그녀는 지금 유한이 공중  요새에서 받은 퀘스트를 수행하러 가는줄 알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에게 빌붙어 레어 아이템을 건져 보시겠다?"

"당근!레어 아이템은 곧 돈이니까"

역시 돈벌이에 환장한 귀신이 들러붙은 이유는 있었다. 

"흥, 그래봤자 내가 파티에 안 껴주면넌  헛고생이야"

"상관없어 .니가 가는곳에서 재물 냄새가 나고 있으니까"

"어이구 ,과연 그럴까?"

유한은 극기도 도장에서 나온뒤 인터넷을 뒤져가며 플레임 마운트에 대한 정보를 긁어모았다.

다녀온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인지,그곳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적었다. 그나마 올라온 정보들을 보면 최악 ,

몬스터를 상대로 득템할 확률도 낮았고,가까운 마을이 도보로 10일 거리에 있어 물과 식수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한번 죽으면 꽝 .

다녀온 유저들은 하나같이 후회를 했고,왜 이런 필드를만들었냐는 불평이 뒤를이었다. 심지어는 간다는 사람 있으면 도시락 싸들고 가서 말릴거라고 했다.

결코꿀과 우유가 흐르는 필드가 아닌것이다. 유한도 그놈의 퀘스트만 아니면 절대 가지 않았을것이다.

"빈정거리지 말고 넌 내가 돈 벌수 있게 협조를 해야해!네가 내 상품을 써 버리는 바람에 무역로 개척 퀘스트에서 얼마 벌지도 못했단 말이야!"

"내 작전 때문에 퀘스트가 성공한건 모르고?"

"내 보드카 때문에 성공한거야.그런 점에서 넌 나에게 빚이 있는거니까 나에게 돈을 벌게 해줄 의무가 있어.최소한 돈이 될만한 곳으로 인도해야해"  

"어휴,그래 니 마음대로 하세요"

유한도 더이상 말리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말려보아야 통하지 않을 상대인데다,이 끈덕진 돈 귀신을 상대로 입씨름하기도 귀찮았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했다. 이 녀석이 플레임 마운트에 도착한 순간어떤 표정을 지을지 말이다.

'크크크,분명 땅을 치고후회하게 될거다'

나중에야 어떻든 지금의 리지스는 매우 즐거워보였다.

유한은 그녀의 콧노래가 비탄의 울음으로 바뀌길 기대했다. 그리고 기원했다. 기구가 얼른 플레임 마운트로 날아가기를 .

4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모두 3개의 대륙과 1개의 커다란 섬이 있다. 

그중 가장 큰 대륙이 아르페디아 대륙으로 수십개의 국가와 수많은 황무지와 불모의 땅들이 난립해 있었다.

"이크!풍향이 바뀌었네"

유한의 재빨리 로프를 잡아당겨 기구의 방향타를 조종했다.

열기구로 플레임마운트까지 가는데 3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땅이라면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하지만 하늘을 날아가는 덕분에 그런 시간 낭비는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

유한은 갈리가 건네준 지도와 나침반을 보면서 기구를 노스아크 남서쪽으로 계속 돌아갔다. 

기구를 타고 가는 도중엔딱히 할일이 없었다. 느긋하게 하늘 아래의 풍경을 감상하며 스크린샷도 찍고 모험일지도 작성했다.

가끔씩 무료하지 말라고 까마귀나 독수리같은 비행형 몬스터들이 공격해 왔지만, 와이어 건틀렛을 채찍처럼 휘둘러 간단히 격퇴할수 있었다.

"신기한 건틀렛이네,그거 레어 아이템이야?"

"그렇다고 할수 있지"

괴짜 드워프의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니 얻어진 물건. 

리지스는 와이어 건틀렛이 탐이 나는 모양인지 탐욕스런 눈빛을 번득였다. 

"얼마면 되니? 오천 골드면 되겠어?"

"여자애가 내뱉는 대사치곤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냐?"

지금은 천금을 준데도 와이어 건틀렛을 팔생각이 없었다. 

아직 모든 기능을 다 발휘해 보지도 못한데다,시계추 검술등 와이어를 이용해 펼칠수 있는 플레이가 무궁무진하기 때문.

"쳇, 숙녀를 위해 양보좀 하면 안되냐?"

"누가 숙년데?"

그렇게 둘이 티격태격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말싸움도 계속하면 지겨운법.휴전(?)기간동안에 유한은다른 생각을 했다.

'채린이나 다른 애들은 뭘하고 있을까?'

유한은 자신과 함꼐 공중 요새의 왕 이바니우스 3세에게 퀘스트를 받았던 동지들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자신은 정밀 조립 스킬을 7랭크로 올린뒤 공중 요새의 재건에 필요한 부품들을 생산하기만 하면 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마 지금쯤 어디론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큭큭, 그중에서도 로키 형이 제일 고생하고 있을걸?'

마녀 데보라의 행방을 추적하느라 쩔쩔매고있을 로키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뭘 궁상맞게 낄낄 거리냐?"

리지스가 가까이 다가와 물어다. 

"그러는 넌 무슨 목적으로 또 접근한거야?"

유한은 이제 간파하고 있었다 리지스가 자신에게 다가올때는 뭔가를 권하는척하면서 팔려고 한다는것을 .

예전에도 쥬스를 주고서 돈을 요구하지 않았던가.

"심심하면 책이라도 좀 읽는게 어떄?"

리지스가 내민 책의 표지에는 '달마야 중국가자'라고 적혀 있었다. 시중의 모 출판사에서 출간한 퓨전 소설의 제목 .

"얌마!이건 저작권 위반이야!"

"걱정마.텍스트 파일을 붙여넣기 해서 만든게 아니라 ,드림맥스에서 정식으로 판권을 사서 서비스하는 책이니까"

리지스의 말대로 책에는 저작권자의 인지가 붙어있었다.

"복사본이 아니라니 다행이군"

"누굴 범죄자로 취급하는거야?"

유한은 리지스라면 분명 소설을 통째로 타이핑해서 팔고도 남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도 되는일이 있고 안되는 일이 있다. 게임내에서 그렇게 만든 책을 유통시키다간 계정 압류 저도로  끝나지 않는다. 

고소장이 날아오고,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하는것이다. 

"아무튼 팔십 골드"

"그냥 안보고 만다"

"그럼 칠십이 골드로 깎아 줄게"

"안산다니까!"

"그럼 대여료 팔 골드"

두 사람이 그렇게 아옹다옹하는 사이 기구는 2개의 나라를 지나고,황량한 초원을 지나 ,사막 한가운데로 흐르는 용암의 강을 건넜다.

하늘로 불을 뿜는 거대한산이 웅장한 모습을드러냈다. 바로 이곳이 늙은 드래곤이 안식의 장소로삼는다는 플레임 마운트인 것이다.

'지옥이라더니...........'

정말 그렇게 보였다. 사방에 용암이 흘러내렸고,시커먼 대지위에는 풀 한포기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유한은 착륙하기 전에 기구로 주변을 맴돌며 조사했다.

몬스터는 고사하고 바퀴벌레나 살까 싶었지만 그래도 이 혹독하고 열악한 필드에서도 생명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식인새와 하이에나,스콜피언과 리저드맨, 거기다 자이언트 샌드웜까지.

그나마 게임이니 이렇게 구색을 갖춰 놓았을 것이다.

"야 ,너 왜 자꾸 이 주변을 빙글빙글도는거야?"

"그야 다 왔으니까"

"서,설마........"

"그래 ,여기가 내 도착지다"

그순간 리지스는 두눈을 휑하니 뜨고 입을 쩍 벌렸다. 아마 머리위에 돌덩이 하나가 쿵 떨어진 기분일 것이다. 

돈이 될 녀석을 따라왔는데 전혀 돈벌이가 안될 동네로 오고 말았으니 그 충격이 오죽하겠는가?

'그러기에 왜 따라왔냔 말이다'

유한은 내심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플레임 마운트 .

아무리 봐도 이곳은 상인이 활동하기 최악의 환경이다. 찾아오는 유저는 전무하고 ,마을도 없고,보고된 특산품이나 자원도 없다. 

거기다 이동도 호위업이는 어려울 듯했다. 

식인새나 하이에나도 그렇지만, 군락을 이루는 리저드맨과 슼로피언은 상대하기도 어렵고,그들의 인식을 떨쳐 내기도 쉽지 않으니까.

거기다 필드 보스는 수시로 땅속을 박차고 나와 먹이를 채어 가 버리는 사막의 청소부 자이언트 샘드웜. 함부로 돌아다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

'에휴,지금 남을 비웃을때인가?'

답답하기는 유한도 마찬가지였다. 이 넓고 험한 플레임 마운트 어디에 드래곤 하트가 있는지 알길이 없다.

아마도 화산 속이 제일 유력해 보엿지만, 그렇다고 열기구를 타고 곧바로 화산을 진입할수 없다. 화산 근처만 가도 뜨거운 화염에 기구가 그대로 타 버릴테니까.

'여기서 GG쳐버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바츠 시절부터 한번도 퀘스트를 포기한적  없던 불굴의 정신이 죽이되던 밥이되던 도전하라고 주문하고 있었다. 

'더구나 여기서 포기하면 드워프 비장의 기술을 못 배우잖아'

유한은 비교적 안전한 바위 위에 기구를 착륙시켰다.

"야 ,다왔어 .내려"

유한은 혹시 리지스가 돌아가자며 달려들지나 않을지 걱정했다. 자칫 잘못해서 기구를 뺏기면 돌아갈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  

그러나 유한의 우려와는 달리 리지스는 묵묵히짐을 챙겨서 기구에서 내렸다. 

유한은 리지스가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 제정신이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는 그게 아니었다.

'괜찮 아,분명 지그 녀석 대단한 퀘스트를 하는 중일거야 .그러니까 아무도 안오는 여기에 온거고'

퀘스트를 하는 지그를 쫓아다니다 보면 ,굉장한 레어아이템을 획득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플레임 마운트까지 온 보람이 있을것이고 대박을 건질수 도 있다. 

리지스는 양손으로 뺨을 두들겼다.

자신은 상인이다. 언젠가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모든 상권을 손에 넣으실 몸이다.

시장판에서 물건을 떼다 팔아서는 절대 그렇게 될수 없다. 상인이라 해도 위험한 모험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발전할수 있고,득템을 할수 있으면 뗴돈을 벌수 있다.

"아자!아자!힘내라,리지스!"

'회복이 빠른 녀석이군'

유한은 스스로를  격려하는 리지스를 보고 피식 웃었다. 고래 심줄 같이 질긴 악덕 상인 녀석이지만 ,저런 모습은 왠지 미워 보이지가 않는다. 

"난간다. 넌 거기서 기구나 지키고 있던가"

"앗!기다려!같이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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