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해커의 제안 (24/143)

해커의 제안 

"허,허허허!"

살다보면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나오는 경우가 있다.

지금의 유한이 딱 그 짝이었다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을 자신을 피해 어떻게든 숨어 지내야 할 녀석이 버젓이 전화를 걸어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때? 새로운 캐릭을 키우는 재미가? 대장장이도 키워볼만하던가?"

놈의 도발에 안드로메다에 잠깐 들렀던 정신이 돌아왔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유한은 휴대폰을 부숴버리럯처럼 꽉 움켜쥐고 언성을 높였다.

"이 자식!너 누구야!당장 내 바츠 살려내!안 살려내면 죽여 버릴줄 알아!"

"참나,그깟 게임  캐릭터 하나 날아간 것 가지고 너무 열을 올리는군"

"뭐가 어째? 그게 어떤 캐릭인줄 알기나해?"

"알지.가상형실의 허망한 존재일 뿐이잖아"

해커의 말이 그다지 틀렸다고 할수 없었다.

그러나 그 냉정한조소는 바츠를분신처럼 애지중지했던 유한을 극도로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자식!죽여 버리겠어!"

"그래, 죽여 봐라.뭐 그전에 일단 날 찾아야겠지만"

유한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대체 이놈은 뭔가? 해킹당한 피해자를 약 올리려고 전화한건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건가?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것 같았지만 유한은 일단 분노를 억눌렀다. 

현재 자신이 해커를 어떻게 해 볼 능력은 없었다. 화가 난다고 악을 써 봐야 놈에게 조롱만 당할 뿐이다.

심호흡을 한 유한은 차갑게 물었다.

"도대체 목적이 뭐냐?"

"호오,제법 빨리 마음을 가라앉히는군"

"닥쳐,내 질문에 답이나 해.아니면 이 전화 끊어버리겠어"

그리고 곧장 사이버 수사대에 연락할 것이다. 이상한 번호로 해커에게 전화가 왔으니 추적해 달라고.

"목적이라........바츠를 지운 이유 말인가? 아니면 내가 너에게 전화를 한 이유 말인가?"

"둘다. 차례대로 말해봐"

마치 유한의 속을 긁기라도 하겠다는 듯 해커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유한의 인내심이 바닥을 치려는 순간 ,해커는 입을 열었다.

"바츠를 지운 이유는 한 가지 알아보고 싶은게 있었기 때문이다"

"알아보고 싶은것?"

해커의 말투가 어쩐지 조금 진지해진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바츠라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외롭지만 강하고,무모할 정도로 아주 용감했지.솔직히 말해 지우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강한 캐릭터를 키우는 사람이 실제로 어떤 인간인가 궁금하더군. 

평범한 사람인가,아님 좀 다른 부류인가........확실하게 알아보는 데는 극단적인 방법이 최고지"

"그래서 지워 버렸다는 거냐?"

평범한 사람은 해킹을 당해 캐릭터가 지워지면 게임을 접어버린다. 공든 탑이 무너진 좌절감과 재차 해킹당할 두려움 때문에.

"실망스럽지 않게 넌 다른 부류의 인간이더군 .

꿋꿋이 새로운 캐릭터를 그것도 게임에서 외면 받는 생산직을 키우고 있는데다가 방송에 오를정도로 대단한 캐릭터를만들었어"

칭찬인지 조롱인지 해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네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건 알았다. 그런데 그걸 확인하니 또 다른 것을 알고싶더군"

"또 다른것?"

"너란 인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더군. 성격은 어떤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지.............."

"그래서 전화를 했다는 거냐?"

이놈은 미친놈이다. 그리고 짜증날정도로 건방진 놈이다.

유한이 이 해커란 놈에 대해서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정말 눈앞에 있으면 찍소리도 못할정도로 패 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놈은 수화기 저 너머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흥미가 생긴 덕분에 나는 너와 한가지 내기를 하고 싶어지더군"

"내기?"

도대체 이놈은 무슨 꿍꿍이를품고 있는 것인가.

흥미가 생긴다더니 이젠 내기를 하겠단다. 차라리 조롱하기 위해 전화했다고 하는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것이다.

"나도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하고있다. 해킹한 아이템을 처리하기 위해서지"

"그렇겠지"

그래서 유한이 다시 대장장이를 키우기로 결심한것이 아닌가. 해커가 내놓는 바츠의 아이템을 추적하기 위해서.

"그래서 말인데........숨박꼭질을 하는거야.내 캐릭터를 네가 가진 캐릭터로 찾아서 잡는거다.어차피 네가 오프라인에서는 날 찾을 방법이 전무하니까"

"과연 그럴까?"

"난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해커다. 너 혼자서 아무리 날뛰어도 날 잡을수 없어"

그래서 이렇게 뻔뻔하게 전화를 걸수도 있는것인가

어쨌든 유한은 해커의 제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나름대로 해커를쫓고 있는 중이고 전화가 끝나는대로 경찰에 신고할 셈이다.

경찰이 놈의 전화를 추적하면 쉽게 잡을수 있는데 뭐하러 고생한단말인가.

"내가 하기 싫다고 하면 어쩔거냐?"

"그 대장장이마저도 지워지고 싶은가 보군"

해커가 은근히 협박했지만 유한은 굴하지 않았다.

"멋대로 해라.이미 너 때문에 내가 제일 아끼는 바츠가 날아갔다. 네가 같은짓을 반복한다 해도 내가 상대 안하면 그만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한의 심장은쿵쾅 뛰고 있었다. 그만큼 바츠 이후에 키운 대장장이 지그에 대해 애착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애착심을 감추고 해커를 상대로 배짱을 부리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 놈의 유희에 끌려가고 싶지 않으니까.

"배짱 좋군. 그래,바츠의 유저라면 그 정도는 돼야지"

해커의 말투가 달라졌다.왠지 조금전보다 은근해진 느낌이었다.

"잘들어라,강유한. 난 너에게 기회를 주려는거다. 넌 내가 밉지 않나? 잡아서 시원하게 두들겨 패고 싶지 않나?"

물론 왜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할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놈을 잡아 죽지 않을만큼만 패 버리고싶다.

그러나 해커 본인에게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들으니 유한은 괜히 삐딱하게 말하고 싶어졌다.

"미친놈 꽁무니를 쫓는 취미는 없어"

"나를 잡으면 '네가 잃어버린 소줗한것' 을 되찾을수 있는데도 말이냐?"

이건 또무슨 소린가.

소중한것을 되찾을수 있다니? 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이라고 하면 분명......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냐!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이라니?"

"날 잡으면 확실하게 알수 있다. 어떤가? 나와의 내기에 응해 보지 않겠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과연 해커가 말하는 잃어버린 소중한것이 무엇인지,그리고 그 소중한것이 유한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다면 과연 되찾는게 가능한 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한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응해 주지.잡히고 나서 후회하지나 마라"

"후후후,날 후회하게 만들기를 기대하지"

어차피 해커를 잡기위해 새로 게임을 시작했던것이 아닌가. 놈이 먼저 연락을 하고 자신을 잡아 보라며 제안할것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숨박꼭질 시작이다. 건투를 빈다,강유한"

전화는 거기까지였다.

해커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유한은곧장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를 했다. 저번에 자신을 해킹한 해커가 괴상한 번호로 뻔뻔스레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자 담당 경찰도 유한만큼이나 어이없어 했다.

"알겠습니다.그럼 방금 전의 통화 기록을 바탕으로 해커의 발신지를 추적해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 해커의 제안을 수락하긴 했지만 놈의 수작에 놀아날 마음은 없었다. 게임에서 잡든, 오프라인에서 잡든 ,어쨌거나 해커 녀석을 잡으면 그만이다.

놈이 보상으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않았다. 바츠를 되살려 준다고 해도 게임사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유한은 잔뜩 기대를하고서 사이버 수사대의 답신을 기다렸다.

몇 시간뒤,유한은 담당 경찰의 전화를 받을수 있었다. 담당 경찰의 풀 죽은 목소리에 유한의 기대는 유리처럼 부서졌다.

"이거 죄송합니다. 발신지 추적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어렵다니요?그럼 못 잡는단 말입니까?"

"그것이.......이놈이 대체 우간다에 있는지,베네수엘라에 있는지 알수 없는 상태라서요"

발신지를 추적한 결과 목적지로 지목된 곳만 국내외 수백곳이 넘는다고한다. 그걸 일일이 다 뒤질수도 없는일이고,뒤진다 해도 잡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해커라 소리칠 만하다는 건가?'

어쩌면 놈을 너무 가볍게 봤었던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놈이 제시한 대로 게임상에서 잡는 것뿐.

사실 냉정하게 놓고 보면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지만,유한은 희망의 끈을 놓지않았다. 놈에 대해서 마땅한 단서는 얻지 못했지만, 소득은 있었다. 

놈은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전화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 사실을 확실하게 알수 있었다.

'분명 내 주변에 나타날거다'

해커는유한의 성격와 삶이 궁금하다고 했다. 아무리 최고의 해커라 해도 키보드만  두드려서는 그런것을 알수 없다. 

이놈이 정말 사이코라서 자신을 스토킹하려 든다면 분명 가까이 다가올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안달이 나서 서두를 필요는 없어'

이쪽에서 설치면 저쪽에선 팔짱끼고 감상하고 있을뿐.

그러나 이쪽이 조용하면 답답해지는것은 저쪽이다. 그렇게 되면 녀석은 유한을 자극하려들것이고,좀더 가까이 접근하려 할것이다.

그렇게 녀석이 가까이 왔을때 바로 일격을 가하는것이 유한의 작전.

이미 녀석은 이전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왔다. 아무런 행방을 알수 없었던 처음과달리,녀석은 바츠의 아이템을 뿌렸고,직접 유한에게 전화까지 걸었다.

'혹 모르지,정 심심하다 못해 직접 면상을 내밀지'

그때는 진짜 가만두지 않으리.

뼈가 으스러지게 수련하고 있는 극기도로 마음껏 후려갈기도 비틀어 줄것이다. 경찰에 넘겨서 콩밥을 먹이는것은 물론이고.

2

"왜 이렇게 늦었느냐? 기다리다 목 빠지는줄 알았다"

공방으로 돌아온 유한을 맞이한것은 드워프 갈리의 잔소리였다.

특별히 기한이 정해진 퀘스트는 아니었지만 ,얼음 궁전과 지하 요새 도시를 탐험하며 꽤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그게 ,신형 목인병이 워낙 재빠르고 또 강해서......."

"쯧쯧 ,이깟 것하나 잡지 못해서 드워프의 조수 노릇을 제대로 할수 있겠느냐? 평소 수련 좀 해놓을것이지"

"누가 안했답니까? 해 봤자 전사들보다 기본 실력이 떨어지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유한의 입이 댓발 튀어나왔다. 얼음 궁전에서 리빙아머에 당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

당시 유한은 암 브레이크로 맞섰섰지만, 레벨도 전투력도 모두 우위였던 리빙아머에게 순식간에 압도당했다. 

파티원들의 구원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죽었을것이다.만약 생산직이 아니고 전사 캐릭이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이래서 나약한 인간은어쩔수 없다니깐"

"드워프는 강한데 왜 예티한테 얻어맞고 광산을 뺏겼을까요?"

"시,시끄럽다!얼른 가지고 온것이나 내놔봐"

유한은 보드카를들이킨 것처럼 얼굴이 벌게진 갈리의 앞에 신형 목인병의 심장을 내놓았다.

주먹만한 나무 구체에 이런저런 마법진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효과음과 함께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창이 떠올랐다.

-동력원 획득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경험치 500을 얻었습니다.

-와이어 건틀렛을얻었습니다.

"어흠, 이걸 받아라.인간에게는 분수에 넘치는 물건이나,너는 내 조수라서 주는 것이다"

갈리가 보상으로 준것은 손에 끼고 있던 건틀렛이었다. 바로 눈덮인 숲에서 갈리를 처음 만났을 당시 그냥 지나치려했던 유한의 다리를 붙잡았던.

그렇지 않아도 이것에 탐을 내고 있었던 유한은 얼른 받아서 옵션을 확인했다.

[와이어 건틀렛]

공격 : 30

방어 : 20

내구 : 70

설명 : 드워프 장인 갈리가 만든 특수 제작 무기.건틀렛에서 발사되는 강철 와이어는 공격외에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수 있다.

'호오!공격까지 할수 있단 말이지?'

보통 건틀렛이라면 손에 끼는 방어 장비로만 생각되는데 ,갈리의 건틀렛은 와이어를 발사해 공격까지 가능한 전천후 무구였다. 

거기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수 있다니 활용도가 높을것은 불문가지.

입이 헤벌쭉 벌어진 유한은건틀렛을 손에 착용했다.

마치 자신을 위해 만든 듯 착용감이 좋았다.

옆에서 유한이 건틀렛을 착용하는걸 지켜보고 있던 갈리가 사용법을 설명해주었다.

"이 건틀렛 안에는 특수강으로 만든 태엽과 스프링 장치가 들어있다.그 기계 들 덕분에 와이어를 힘들이지 않고 날리고 회수할수 있지."

"호오,기계 장비란 말인가요?"

"와이어는 건틀렛의 손을 강하게 펴면 발사되고,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면 되돌아오게 된다"

"한번해봐도 되죠?"

유한은 정면에 있는 주전자를 노려 와이어를 발사했다.

깡!

섬전같이 튀어나간 와이어는 탁장위에 있던 주전자를 후려갈겼다. 놋쇠로된 주전자는 찌그러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오!이거 괜찮은데요?"

"와이어 끝에는 작은 추가달려있다. 그 추를 잘 조종하면 직선이든 곡선이든 와이어를 던질수 있고,손목의 움직임을 이옹하면 물건을 휘감을수 있다"

"저번에 제 다리를 감았던 것처럼 말이죠?"

"그래"

유한은 주먹을 움켜쥐어 와이어를 회수했다. 그리곤 다시 주전자를  향하여 와이어를 발사했다.

추가 달린 와이어는 주전자를 향해 무섭게 날아갔다.유한이 손목을 교묘하게 비틀자 슬쩍 휘어져 날아간 와이어는 주전자의 손잡이에 빙글빙글 감겼다.

"이렇게 하는 거군요!"

"그래,센스가 제법이구나"

유한이 주먹을 움켜쥐자 와이어는 주전자를 감은 상태로 되돌아왔다. 와이어는 회수되는 탄력이 굉장히 좋았다.

"건틀렛에 내장된 태업과 스프링은 근육에 반응하기에 주먹을 쥐었다 펴는 세기에 따라 와이어를 잡아당기는 힘이 달라진다.

아주무거운 물건이 아니면 네 코앞으로 끌어당길수 잇을게야"

멀리있는 물건을 낚아채는데 안성맞춤인 아이템.어디 그뿐이랴.응용하기에 따라서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할수있었다.

몬스터를 묶어 꼼짝 못하게 하거나 무기를 뺏을수도 있고,높은 곳에 올라갈때는 로프 대신에 사용할수도 있을터.

"일정 길이만큼 쓰고 싶을때는 추를 잡아서 이렇게 끌어당기면 된다. 줄자를 푸는 것처럼 말이야"

반대편 손으로 추를 당기니 와이어가 조금씩 풀려나왔다. 회수방법은 전과 동일.

유한은 한동안 와이어 건틀렛을 시험해 보았다. 물건을 휘감거나,와이어로 휘감은 물건을 손에 끌어오거나,

대들보에 와이어를 감아서 순식간에 천장으로 오라가는 등등.......

'우와!마치 스파이더맨이 된것 같아!'

유한이 연습을 빙자한 놀이에 빠져 있자,보다 못한 갈리가 언성을높였다.

"이놈아,이젠 적당히 하고 일좀 해라!네가 없는 동안 주문이 많이 들어왔단 말이야"

갈리는 또다시 유한을 마구 부려 먹기 시작했다.

어차피 유한도 공중 요새에서 받은 퀘스트를 수행하려면 스킬 경험치를 많이 올려야했기에 불만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치이익!카앙,캉!

대장간의 시뻘건 불꽃이 쇳소리와 함께 튀어올랐다.

작업은 힘들고 지루했지만, 유한은 망치질을 그만두지않았다.

그러기 얼마,효과음과 함께 메시지가 떴다.

-생산 스킬이 5랭크로 올랐습니다.

솜씨가 1 올랐습니다.

인내심이 2 올랏습니다.

*정밀 부품을 생산할수 있게 됩니다.

[정밀 조립 스킬]을알게 되엇습니다. 상급 대장장이를 찾아가면 정밀 조립 스킬을 배울수 있습니다.

'오오!드디어 나도 정밀 조립 스킬을 배울수 있다!'

정밀 조립 스킬을 배우면 가디언을 제작할수 있을뿐 아니라 공중 요새에서 받은 퀘스트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유한은 당장 갈리를 찾아가 정밀 조립 스킬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한창 메카 드래곤의 심장을 만들던 갈리는 귀찮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 시키는 일이나 할것이지........"

그래도 양심이 없진 않던지 정밀 조립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공방 한쪽 구석에 나뒹굴고 있던 몇가지 부품들을 가져와 조립해 보이며서 설명을 곁들였다.

"정밀 조립이란 말그대로 기계나 정밀한 무구를 만드는 기술이다. 당연히 부품 하나까지 이해하고 머릿속에 담아둘수 있는 집중력과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하지"

쓱 시범을 보인 갈리는 서랍속에서 톱니바퀴와 태엽, 그리고 시계 바늘과 둥그런 시계 몸통을 끄집어냈다.

"자, 여기 시계 설게도가 있으니 한번 조립해 봐라"

갈리의 말이끝나자 효과음이 울리며 스킬 습득 퀘스트가 유한에게 날아왔다.

[정밀 조립 스킬 익히기]

-탁상시계 제작.

탁상시계 제작에는 태엽 1개,톱니바퀴 9개,회전축 4개,시계 바늘 3개,탁상시계 설계도가 필요.

*제작한 탁상시계가 작동하면 정밀조립 스킬을 배울수 있다.

'쉽게 생각하는거야.장난감 로봇을만드는것처럼'

유한은 설계도를 보며 시계의 전체적인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나 시계는 유한이 어릴때 만들던 플라스틱 장난감 로봇이 아니었다.

'크윽!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작고 조그마한 톱니바퀴들과 태엽,짧고 가는 축을 딱 들어맞게 끼워 맞추는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면 부속들이 모두 풀려서 사방에 나뒹굴곤 했다.

거기다 안에서 밖으로 정확히 순서를 맞춰 조립해야 했고,적재적소에 부품을 끼워 넣어야 했다.

'진짜 적당히라는 말과 안 어울리는 스킬이군'

짜증이 날 정도로 성가시고 힘들었다.

그러나 유한은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다시 도전했고 결국  시계를 조립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이 녀석아,그냥 시계를 조립하면 다 인줄 아느냐?시계가 가질 않잖느냐.시계가 작동을 하게 만들어야지!"

'아 ,그렇지!'

유한은 태엽을 감았다. 서너 바퀴 태엽을 감아주자 톱니바퀴들이 철컥이면서 시계 바늘이 째깍째깍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생명이 깃들기라도 한것처럼.

[정밀 조립 스킬]을익히셨습니다. 랭크를 높이며 보다 복잡한 기계들을 만들수 있습니다.

"앗싸!"

쾌재를 부른 유한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고된 만큼 열매는 달콤하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

뿌듯함이 그의 마음을 가득채웠다.

대장간에서 불 피울때가 엊그제 같은데,이제 중급 대장장이의 지표라할수 있는 정밀 조립스킬을 배웠으니........

'이럴게 아니라 기록을해둬야지'

이것은 던전을 탐사한 것만큼이나 감개무량한일.유한은 자신이 조립한 탁상시계의 스크린샷을 찍고,모험일지에 기록을 올렸다.

[8월 7일 .지그 드디어 정밀조립 스킬을 배우다!]

그런데 유한이 모험일지에 기록을 남기기 무섭게,갈리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지그!정밀 조립 스킬을 다 배웠으면 태엽 인형 열개를 만들어라.메카 드래곤의 제작비가 부족해서 모자란 자금은 인형을 팔아서 충당하기로했거든"

부속하고 설계도를 앞으로내미는 갈리의 낯짝이 그렇게 뻔뻔해 보이지 않을수 없었다.

돈이 필요하면 자신이 직접 만들던가.

본인은 메카 드래곤을 제작한다며 하루종일 공방에 처박혀 농땡이를 치면서 궂은일은 유한에게 다 떠맡기고 있었다.

'이걸 콱 받아버려?'

아서라,여기서 받아버렸다가는 드워프 조수라는 칭호를 반납해야하는것은 물론 드워프 왕국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유한은 내심 이를 북북 갈며 태엽 인형의 제작에 들어갔다.

3

태엽 인형 제작 외에도 갈리는 유한에게 계속해서 일을 맡겼다.

일족의 대장로님께서 부탁했다며 시계 부품을 만들어달라고 하지않나,

베르겐의 공방에서 사용할 기계 부품이 필요하다는 등 끊임없이 날아오는 직업 퀘트에 유한은 정신이 없을정도였다.

그 결과 잠자고,밥먹고,학원 다녀오는 시간외에 하루종일 대장간에 처박혀 노가다를 하다보니 제련과 합금 ,생산 ,정밀 조립의 스킬 경험치들이 빠르게쌓여갔다. 

'하아,이러다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거 아냐?'

유한은 덜컥 겁이났다. 스킬 경험치가 늘어가는 것은 기뻤 지만 ,대장간에서 평생 썩는것은 절대 사양하고 싶었다.

더구나 이 망할 드워프가 슬슬 자신을 악의 길(?)로 인도하고 있었다.

"뭡니까,이게? 꼬리관절 장치를 다섯개 만들라고요?"

"그래,내가 저번에 말했지 않느냐.너도 메카 드래곤을 만드는 성스러운 과업에 동참시키겠다고"

정밀 조립 스킬 8랭크가 되자 갈리는 유한에게 메카 드래곤의 부속을 만드는 일들까지 함께 시켰다.

'하아,이젠 괴짜 드워프의 망상에까지 동참해야 하다니'

그나마 스킬 경험치들을 많이주어서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아무튼 유한이 가세한 덕분에 메카 드래곤은 날로 완성도가 높아져 갔다.

이제 동력원이 들어갈 가슴 부위를 제외하면 다른 부분들은 푸르게 도금이 된 특수강 비늘로 덮여 어엿한 드래곤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헤,망상 드워프의 삽질치고는 꽤나 멋있네'

메카 드래곤은 그 외양만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줄수 있을정도로 멋있었다.

진짜드래곤은 아니지만 ,30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덩치에서 풍겨나오는 위압감은 왠만한 몬스터는 보는것만으로도 질려버리게  만들것이다.

"됐다.이제 동력원만 넣으면 끝난다"

"완성이라는 겁니까?"

"솔직히 부족한 감도 없지 않지만, 동력원만 넣으면 움직이는데 큰 문제는 없을거야"

유한은 갈리가 말하는 부족한 점이 마법이아닐까 싶었다.

드래곤이란 종족이 단순히 덩치 큰 도마뱀이라 비하되지 않는이유가 바로 그들의 강력한 용언 마법 떄문이니까.

드워프는 마법과 거리가 먼 종족.갈리가 동력원을 연구한답시고 마법을 좀 연구했다지만, 

그 실력은 얼마되지 않는다. 당연히 메카 드래곤에는 그 어떤 공격 마법도 탑재되어 있지 않았다.

'이 드워프,진짜이걸로 드래곤과 싸움을 붙일 셈인가?'

안움직여도 개망신이지만, 드래곤과 맞짱 뜨다 깨져도 문제가심각했다. 열받은 드래곤이 '이거 만든 놈 나와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애꿎은 물건 하나 만들어 일족에 피해를 주는것은 아닌지.

"마지막 작업은 내가 할테니 넌 그동안 놀다오너라"

"놀다 오라니요?'

갈리가 해가 서쪽에서 뜰 말을 하자 유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동안 수많은 작어 퀘스트로 자신을 갈구던 드워프가 맞는가 싶었다.

"그동안 갑갑했을것 아이냐.일거리를 하고,메카 드래곤을 만드는거 돕는다고 줄곧  공방에만 머물렀으니까."

"그랬지요"

갑갑하다 못해 좀이 수시고 온몸에 가시가 돈는줄 알았다.

"그러니까 이젠 좀 쉬어라. 베르겐에 가서 맛있는것도 좀 사먹고 친구도 만나고......."

그러면서 갈리는 유한에게 100골드를 선뜩 내주었다.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갈리답지 않은행동에 유한은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허!얼른 가지 않으면 외박을 취소해 버릴게야!"

"알겠습니다. 갑니다.가!"

유한은 그래도 갈리가 양심은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외출하기 전 잊은 물건이 있어 공방에 다시 들렀을때,갈리의 진심을 엿들을수 있었다.

"크하하핫!메카 드래곤이 태어나는 역사적인순간을 둘이서 만끽할순 없지 !메카 드래곤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야!"

'이런 똥자루 같은 드워프가!'

영광의 순간을 홀로 독차지 할 셈이었던 것이다. 

갈리의 치사한 속셈에 유한은 기분이 나빴지만, 원래 메카 드래곤에 시큰둥했었기에 딱히 걸고 넘어지고 싶진 않았다.

괜히 이 일로 실랑이를 벌이면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지금 유한에게 중요한것은 오래만의 외출을 아주 보람있게 보내는 것이니 말이다.

오랜만에 베르겐으로 나온 유한은 먼저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베르겐 지부로 찾아갔다.

그동안 틈틈이 만든 C급 무구들을 매각하기 위함인데 ,미리 딜론과 이야기가 되어 있어 그런지 판매에 별어려움이 없었다.

'다 합쳐서 53,700골드 인가?'

유한은 무구를 처분하고 베르겐의 광장으로 나왔다.

베르겐은 그사이 유저들이 더 늘어나서 중앙 광장은 유저들이 벼룩시장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아이템과 파티원을 구하거나 정보들을 주고받았다.

유저들이 주고받는 정보의 8할 이상은 얼음 궁전과 공중 요새에 관한 이야기였다. 

대부분 노스아크에 온 이유가 새로이 발견된 얼음 궁전과 공중 요새를 탐험하기 위해서였기에,파티원이나 정보도 그쪽에 맞추고 있었다.

"야 ,얼음 궁전에서 공중 요새 가는 방법이 밝혀졌다면서?"

"최초 발견자중의 한 사람이 공략 사이트에 올렸데.돌로 된 테이블에 감춰진 글이 실마리가 된다고 했어"

"글 올린 사람이 성직자였지? 에이린인가 하는"

듣자니 파티원주에 에이린이 자랑삼아 얼음 궁전에서 공중 요새로 들어가는 방법을 까발린 모양이다.

그녀의 가볍고 까불거리는 성격을 미루어 볼때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라생각했지만, 막상 자신들의 비밀이 공개되니 썩 기분이 유쾌한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초 발견자들만 왕국에 들어갈수있다고 하더라.가서 특별한 아이템과 퀘스트도 받았데"

"우씨,그런 법이 어딨냐?"

"일종의 특혜라고 할수 있지 .분통해 할게 아니라 우리도 뭔가 숨겨진 요소를 발견해야......."

거기까지 말하던 유저가 눈동자를 빛냈다.

"저 님은?"

유저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다 갑자기 주목을 받은 유한은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 

"지그다!공중 요새 발견자 오 인중의 한 사람인 지그야!"

"오오오!아직 노스아크에 있었구나!"

"그러게 .하도 안보여 다른 곳으로 떠난줄 알았는데"

주변의유저들이 삽시간에유한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유저들의 파도에 유한은 무척 당황했지만, 이미 빠져나갈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님이 방패로 거울을 만들어서 메두사를돌로 만들었다면서요?"

"대장장이 계열 히든 클래스라는데 정말 입니까?"

"메두사 굳히고 십초만에 박살냇다는데 비결이 뭔가요? 진짜 히든 스킬이 있습니까?"

"저도 대장장이거든요!님처럼 캐릭터 키우고싶은데 조언좀 해주세요!"

"지그님!저랑 발덴에서 만난적 있죠? 단골한테 오랜만에 수리좀해주세요!"

"저도요,저도요!"

아우성 이외엔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몰려온유저들의 압박에 유한은 머리가 다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바츠 시절에도 방송을 여러번 탔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 

다들 바츠에 대해서 잘 알긴 해도 들이대는 이들은 얼마 없었다. 바츠 캐릭터가 워낙 외골수에 독불장군으로 알려져서 쉬이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던 탓. 

그래서 바츠에 대한것은 그이름과 전투 동영상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아놔,귀찮은데 그냥 접속을끊어버릴까'

게임을 잠시 중지하고 사람들이 없는 하가한 새벽 시간에 재접속해서 달아나는건 어떨지.

그러나 어딜가도 마찬가지일듯싶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넓은 필드와 렉 없는 환경을 믿고 통짜 서버에 하나의 채널만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

한동안은 유저들에게 주목받는 신세를 면키 어려울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수리 스킬이나 좍좍 올려봐?'

갈리의 공방에있는 동안 여러 스킬들의 랭크를 올렸지만, 수리 스킬은 올리지 못했다. 딱히 수리와 관련된 작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린 유한이 주섬주섬 좌판을 펴고 있을 때였다.

광장한편에 은신한채 그를 지켜보는이가 있었다. 날 카롭고 살기어린 시선을 띤 그는검은 초승달 길드의 장 키라였다.

"크크크,드디어 찾았다!"

노스아크 각지를 돌아다니며 대장장이 놈을 찾는다고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이제야 복수를 할수 있게 되었다. 

"후후후,기대하거라.날이면 날마다 애로가 꽃피게 해줄테니까"

키라는 품속에서 녹색 액체가 든 유리병을 꺼냈다.그것은 '카므나의 저주'라고 불리는 독약이었다.

상대를 죽이진 못하지만 HP와 MP,스테미나 수치는 물론이요,스탯까지 절반으로 깎아 버리는 능력을 자랑했다.

"더구나 이독은 로그아웃을 한다고 효과가 사라지지 않는단 말이야'

웬만한 해독제로는 치료가 안되는데다가 ,[하이 프리스트(High Priest )]칭호를 가진 고위 성직자의 퓨리파이가 아니면 풀리지도 않는다.

'어디 실컷 고생해 봐라'

키라는 독침을꺼내 카므나의 저주를 두루두루발랐다.그리고 독침을 대롱에 넣고 충분히 숨을 들이켜 두 볼에 모았다. 

마지막으로 대롱을 좌판을 펴고 앉는 유한을 향해 겨냥했다.

"꺄악!저게 뭐야!"

"드래곤이다!드래곤이나타났다!"

갑자기 들려온 비명 소리에 키라는 하마터면 엉뚱한곳으로 독침을 날릴뻔했다.

드래곤이라니?노스아크에 사는 드래곤이라면 화이트 드래곤 안듀라스가 있다. 

그러나 그 녀석은 매년 두차례 드워프들에게 조공을 받는다고 부하들만 보낼뿐 ,자신이 직접 나타난 경우는 없었다.

혹시 와이번이나 조금 큰 새를 보고 드래곤으로 착각한것은 아닐지.

'제길!대체 뭐가 나타났다고 소란이야?'

광장의 유저들이 개미 때처럼 흩어졌다. 망할 대장장이 녀석도 깜짝 놀라 좌판을 걷어버리고는 인파속에 섞여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한에게 독침을 쏘려던 키라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짜증니 나긴 했지만, 키라 역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한건 마찬가지였다.

'정말 드래곤이 나타난건가?'

드워프들이 안듀라스에게 조공을 바치지않기라도 했던가?

고개를 돌린 키라는 엄청난 것을 보았다.

거대한 푸른 드래곤이 날개를 좍 펴고서 광장으로 ,자신의 눈앞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헙!"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

어찌나 놀랐는지 키라는 숨을확 들이켰다. 

입에서 대롱을 떼지않았다고 생각한것은 일이 벌어진 다음이었다. 대롱 속의 독침은 키라의 목구멍에 들어와 박혔다.

"크엑!이,이런!"

-쿠쿵!카므나의 저주에 중독되었습니다. HP와 MP를 포함해 전 스탯이 절반으로 깎였습니다.

그러나 키라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코앞까지 들이닥친 푸른 드래곤은 키라와 유저들을 치고 ,아니 깔아뭉개고 지나갔다.콰콰콰쾅!

광장에 추락한 드래곤은 광장을 쓸어버린것에 만족하지 않고 앞쪽의 상가와 대장간들도 밀어버렸다. 

그러고도 여력이 남았는지 ,베르겐을 감싸고 있는 크리스탈 월까지 무너트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드래곤이 뜬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크악!대체 뭐냐고!난데없이 죽어서 경험치가 깎였잖아!

당황하는 군중들 속에서 유한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다수의 유저와 NPC를 희생시키고,가옥과 성벽을 날려버린 드래곤은 바로 갈리가 만든 메카드래곤이었기 때문이다.

푸르게 도금된 비늘이나, 비늘이 떨어진 부분에 드러난 기계 부품들은 메카 드래곤이 확실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허걱,이런 큰 사고를 터트렸으니........'

만약 그가 메카 드래곤을 만드는게 일조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드워프들과 유저들이 가만있지 않으리라!

유한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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