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광산 탈환 작전 (21/143)

광산 탈환 작전 

1

수정 광산과 외부를 이어주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썰매를 타고 이동하는거였다.

수정 광산에는 하루에 한번 썰매가왔다갔다.

아르마달 길드에서 직업 운영하는 썰매에는 들어올때는 광부들이 먹을 식량과 도구들을 실었고,나갈때는 수정 광산에서 캔 수정을 가득실었다.

매번 같은 일상의 연속,간혹 광산 근처로 몬스터가 접근하기도 하지만 ,경비하는 유저들에게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 스릴감이라곤 전혀 느낄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곳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거야?"

"글쎄,조만간에 대거 패치가 이뤄진다고 하니까 그떄까지만 참으면 될거야.그때가 되면 다른 놈들에게 이 수정 광산을 넘기고 우린 다른 작업을 하게 될테니까 말이야"

꼬리가 길면 밟히기도 하지만,한곳에 오래 붙어 있으면 발전이없다.

조만간에 적용될 패치에는 작업장 사업을 보다 발전적이고 세련되게 해나갈 요소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구시대 게임들같이 인부들을 끌고 막장이나 필드를 헤매는 짓은 이제 그만 하게 되는것이다.

물론 그놈의 패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야한다.

"제길, 그럼 오늘도 수고해"

"그래,너도 잘 있어"

이곳 수정 광산 책임자인 후퍼는 정말 갑갑해 미칠것만 같았다. 하루종일 볼수 있는거라고는 광산을 들라거리는 중국인 광부들과 하얗게눈 덮인 산밖에 없었기 때문.

그러나 길드장의 명령을 어길수 없기에 마지못해 손을 들어 썰매를 몰고 가는 동료를 향해 흔들어 주었다.

콰콰콰콰!

광산을 내려간 썰매는 얼어붙은 강으로진입했고,곧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차라리 상인을 할걸 그랬나'

상인이 되어 썰매를 몰고 다니면 이렇게 따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입맛을 다신 후퍼가 등을 돌렸을때였다. 갑자기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썰매가 두꺼운 얼음을 꺠고 강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썰매를 모는 유저들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애를썼지만,무거운 썰매가 가라앉는것은 순식간.

썰매와 유저들을 삼켜버린 얼음강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썰렁한 바람이 불고 지나갔다.

"뭐,뭐야?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썰매를 환송하러 나왔던 후퍼와 길드원들은 입을 떡 벌린채 다물줄몰랐다.

"크크크!속이 다 후련하구먼"

유한은 얼어붙은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서서 사악하게 웃었다.

썰매가 그냥 강에 빠진것은 아니다. 아르마달 길드의 썰매가 항상 다니는 길목의 얼음에 유한이 적당히 손을  써놨기에 저런 일이 벌어진것이다.

강의 얼음에 금을 깊게 그어놓고,금이 간곳은 소금을 뿌려 다시 얼어붙지못하게 만들엇다. 그것도 모르고 그 위로 무거운 썰매가 지나갔으니 참사를 겪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일단 썰매는 처리했고........."

유한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했다. 때마침 그의 주변으로 일련의 유저들이 다가왔다.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길드원들로 하나같이 손에 삽과 곡괭이,로프를 들고있었다. 옷에 흙이 잔뜩 ㅁ두어있는것으로 보아 어디서 작업을 하다 온듯.

"일은 끝냈습니까?"

"지그님이 이야기한대로 다 해놧습니다"

"좋아요.그럼 이제 떡밥만 뿌리면되겠군요"

유한의 말에 길드원들은 품속에서 돈주머니를 하나씩 꺼내들었다. 이미 작전을 충분히 설명해 놓았기에 수행함에 있어 다른 말을 해야할필요는 없었다.

"자 ,이제 칼만 믿고 으스대는 놈들을 처리해 봅시다"

"맞습니다 .저런 상도의를 모르는놈들은 혼쭐이 나야죠"

그들은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2

"이상하다. 아까 분명 이 근처에 인기척이 있었는데......."

광산 근처의 숲을 돌아보던 아르마달 길드의 전사는 의아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숲속에서 수상한 유저들을 발견했다. 수정광산을 노리는 놈들이라 생각하고 달려와 봤더니 사라지고 없었다.

"끄새 접속을 끊었나?"

돌아서던 사내는 눈 위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뭔가 싶어 가 봣더니 금화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아까 얼쩡거리던 놈들이 흘리고 간것일까.

"어리? 여기에 또 돈이!"

그는 또 한개의 금화를 발견했다.

"뭐지?돈 자루에 구멍이라도 난건가?"

그는 일정하게 떨어진 금화들을 주우며 점점 숲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갔을까,그의 눈에 유달리 번쩍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눈밭 가운데 놓인 찢어진 돈주머니.그 안에는 번쩍이는 금화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우왓!이게 웬 떡이람?"

돈이 쌓여 있는곳으로 달려가는 순간, 푹하는 소리와 함껙 그의 신형이 사라져 버렸다.교묘하게 입구를 감춰 놓은 구덩이에 빠진것이다.

"아구구!어느 빌어먹을 놈이여기다 함정을 파놓은거야?"

간신히정신을 차린 사내는 욕설부터 늘어놓았다.

그때 위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한점을 판 놈인지,아님 지나가던 유저인지 알길은 없었지만, 그는 일단 구조를 요청했다.

"사람살려!여기 사람이 빠졌어요!"

자력으로 탈출하기에는 함정이 꽤 깊었다.

그때 여러명이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들은 구조 활동은 커녕 매장 활동을 벌였다. 함정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다. 그들은 나뭇가지와 눈덩이로 순식간에 함정을 덮어버렸다.

"뭐야!니들, 뒤지고 싶냐!얼른 안꺼내!"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가버린것이다.

"이런 개새끼들 .걸리면 아주 뒤졌어!"

그는 길드 채팅을 통해 동료들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광산 근처에는 10명의 길드원들이 있으니 구조엔 어려움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이 걸작이었다.

-쓰벌 ,나도 당했다.

-도대체 어떤 놈의 새끼가 구덩일 파 놓은거야?

-그러게.잡히기만 해봐라.다리 몽둥이를 아주 확 부러트려 버릴거다!

채팅창에 온갖 욕설들이 올라왔다.

구조 요청을 하던 사내는 같이 욕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확인해보니 지금 광산을 지키고 있는 동료들이 모두 함정에 빠져 있는게 아닌가.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것을 깨달은 사내는 함청 위로 기어오르려고 했지만, 워낙에 높고 미끄러워서 오를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말이 안 통하는 중국인 광부들에게 구조 요청을 할수 도 없었다.

그나마 중국어를 할줄 아는 후퍼가 있었지만 마침 접속을  끊었는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재접속? 자살? 그 어떤것도 해답이 되지 않았다.

"아놔,미치겠네!대체 어떤 새끼들이 이런 짓을 벌인거야!"

이리저리 생각을 해봐도 방법이없었다.

상인 연합의 도움을 받아 경비병들을 격리한 유한은 곧장 수정 광산으로 향했다.

수정 광산에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중국인 광부들이 수정을 캐고 있었다. 그들은 유한이 또다시 나타나자 아르마달길드원들을 불렀지만,달려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크크크!짱꿰들아 죽었다고 복창해라"

유한의 도발에 중국인 광부들은 곡괭이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쪽수를 믿는듯했는데,과연 레벨차를 무서워하지 않을정도로 숫자가 많았다. 얼핏 봐도 50명은 넘어보이니까.

"암 브레이크!암 브레이크!암 브레이크!"

유한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곡괭이와 삽들을 모조리 암 브레이크로 부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광부들은 자루만 남은 도구들을 휘두르고 돌을 집어던졌다.

"이크크,작전상 후퇴!"

도구를 다 깨 버린데 마족한 유한은 재빨리 도망쳤다.

유한의 계략을 알리없는 중국인 광부들은 쫓아낸것이 기쁜지 만세를부르며 유한이 도망간 쪽으로 너도나도 침을뱉었다.그리고 다음날.

수정광산은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해졌다.

유한이 광산도구들을 모두 부숴 버린 바람에 중국인 광부들은 작업을 할수가 없었다. 하소연을 하려고 해도 아르마달 길드원들은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뒤늦게 나타난 후퍼는 상황이 심상치않다는것을 깨달았다.

어젠 운송 썰매가 가라앉더니,일이 있어 잠시 자릴  비운사이 경비보던 녀석들도 다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또 어제까지 멀쩡하던 도구가 다 깨져 있었고,중국인 광부들은 빨리 새 도구를 달라고 난리를 쳤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일단은 광부들의 동요를 가라앉혀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그는 날뛰는 중국인 광부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걱정하지 마라.조만간 길드에서 보급품을 실은 썰매가 올것이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그때까지 휴가 왔다고 생각하고 각자 쉬고 있어라"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썰매가 오지 않았다.

노스아크에 길드 지부가 없기에 브로딘 왕국 지부에서 썰매가 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는것을 알지만, 너무 지체되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한 후퍼는 상인 길드원에게 쪽지를 날렸다. 왜 아직 오지 않느냐고.

그러자 놀라운 답장이 왔다. 중간에 사고가 나서 새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처럼 또 얼음이 깨져서 썰매에 싣고 가던것이 몽땅 가라앉았다고 하던가.

'똑같은 사고가 또 벌어졌다고?'

아르페디아온라인에서 돌발 사고가 가끔 일어나곤 하지만 ,이건 좀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유한이 꼬드긴 골드러시 상인 연합측에서 손을쓴것이지만, 여기까지 후퍼가 알리는 없었다.

"빌어먹을!그건 그렇고 이 자식들은 이바쁜 판국에 모두 어딜 간거야?"

꾸지람이라도 하려고 채팅창을열었더니 온갖 욕설과 한탄이 난무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니들 전부 어디있는거야?

-아니 ,형님은 대체 어디에 있었습니까?

-맞아요!한참 기다렸다고요!

다들 어떤 놈들이 파놓은 함청에 빠졌다고 하는데 하루종일 후퍼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미안하다. 여자 친구랑 데이트를 하느라........

-젠장,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빨리 구하러 오기나 하쇼!

-알았어,잠시만기다려!

후퍼는 서둘러 길드원들이 갇혀 있다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가다보니 중간에 번쩍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어? 저거 갑옷아니야?"

누가 흘리고 간것인지 갑옷이 한벌 눈밭에 뒹굴고 있었다. 금빛으로 번쩍이는게 꽤나 좋아 보이는 고급이었다.

욕심이 동한 후퍼는 갑옷을 향해 다가갔다.

-형님!뭐하고 있는겁니까!빨리 좀 오라고요!

-잠깐 좀기다려.갑옷 떨어진거 줍고 갈테니까.

-뭐요? 갑옷이라고요?

순간 아르마달 길드원들은 엄청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광속의 속도로 채팅방에 글을 띄워 올렸다.

-형님, 그거 함정!

-스톱!스톱!

그러나 동료들의 경고는 늦은감이 있었다.

갑옷을 주우러 걸어가던 후퍼는 외마디 비명을 남기며 깊은 수렁 아래로 떨어졌다.

"크아악!이제 우릴 누가 구해주냐고요!"

아르다라 길드의 마지막 남은희망마저 그렇게 꺼져 버렸다.

마지막 녀석마저 처리되자 유한은 숨어 있던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주위로 낯익은얼굴들이 모여들었다.

딜론을 비롯한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조합원들이었다.

"광산은 봉쇄했습니까?"

"물론이죠.우리 길드의 허락이 없으면 이제 어느 누구도 이곳에 올수 없을겁니다"

"중국인 광부들은 어떻게 할겁니까?"

유한의 물음에 딜론은 피식 웃었다.

"손을쓸 필요도 없지요.일당은 주는 사람이 없으면 알아서 사라질테니까"

중국인 광부들이 사라지면 수정 광산은 텅비게되어 자연스레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데 경비들을 함정에 빠트린 정도로 될까요? 만에 하나 함정에서 빠져나가면 일이 복잡해 질텐데요"

상인들 중의 하나가 내심걱정을 털어놓았다.

유한은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경비들이 '자살' 을택해서 마을 부활을 노릴수도 있고,GM에게 구조 요청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마을 부활을 해봤자 가장 가까운 마을은 걸어서 3일 거리에 있다. 

여기까지 오렴녀 필히 썰매를 타야하는데 썰매는얼마든지 손을 써 놓을수 있었다. 거기다,

'GM이 어디 그리 쉽게올까봐?'

드림맥스는 오류나 버그가 아니면 게임에 개입하려 하지않는다. 게임 내에서 해결할수 있는문제는 유저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GM을 보거나 부르는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

"거기에 대한 걱정은 마세요.그보다 아르마달 길드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광산을 지켜낼 방법은있습니까?"

광산을 차지하는것은 어찌어찌 되었지만,지켜내는것이 문제다.

"지그님, 우린 상인 연합입니다. 돈으로 용병을 고용할수 있고,다른 방법도 잇으니 그런 걱정은 안해줘도 됩니다"

딜론이 그렇게 한다는데 유한이 더걱정해줄 필요는 없었다. 

골드러시 상인 연합과 아르마달이 길드전을 붙던 ,아니면 곳곳에서 힘겨루기를 하던 그는 수정만 캘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용병을 구할거면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 문의해 보세요.지그가 추천했다고 하면 잘 봐줄겁니다"

"호,레드 타이거 용병대와 알고 지냅니까?"

"그게 개척단 퀘스트를 한다고 폭풍의 길포드와 안면을 트게 돼서요"

어디 안면만텄는가.

극기도 배우러 갔다가 딱 마주쳐서 이젠 아주 뺴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3

과연 3일이 지나자 광산은 텅텅 비었다.

50명에 달하던 중국인 광부들은 일당을 못 받게되자 모두 떠나 버렸고,아르마달 길드원들은 자살을 선택해 함정을 빠져나갔다.

광산이텅 비어 버리자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길드원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길드 소속의 광부들은 수정을 캐고,호위로 고용된 용병 유저들은 행여나 모를 아르마달길드의 공격에 대비하여 각종 방어물을 설치했다.

유한은 갱도 안으로 들어가 수정을 캤다. 갈리가 부탁한 30개면 충분하지만 ,지금까지 고생한것도 있고 일종의 수고비라 생각하며 가방 가득 수저을 담았다.

볼일을 모두 마친 유한은 베르겐으로 돌아왔다. 베르겐에는 그사이에 유저들이 더 늘어나 있었다. 바르카스 왕국과의 교류가 증가했다는 증거다.

"정말이야?"

"아,그렇다니까!"

"어허,그럼 큰일이잖아"

무슨 일인지 유저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NPC드워프들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듯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눴다.

"저기,무슨 일인가요?"

유한이 다가가 물었지만,유저들은 아무일이아닌양 슬쩍 외면했다. NPC드워프에게 물어봐도 인간에겐 가르쳐 줄게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인데 이러는거야?'

유한은 무척 궁금햇지만 일단 갈리의 공방으로 돌아왔다. 심부름 퀘스트를 마치는것이 더 중요했기 떄문.

여전히 메카 드래곤을 조립중이던 갈리는 유한이 오자마자 호통을 쳤다.

"아니,왜 이리 늦은게야!수정 캐러 광산까지 갓다 왔냐!"

"어이쿠,어ㄸㅎ게 그러 아셨습니까?"

유한은 갈리에게 수정 30개를 건넸다. 그러자 안내창들이 뜨면서 보상이 날아왔다.

-퀘스트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경험치 500,명성이 150올랐습니다.

-드워프의 가방을얻었습니다.

갈리의 나이프를 얻엇습니다.

간단한 심부름 퀘스트치고 보상이 두둑했다. 드워프의 가방은 지금까지 쓰던 파부치의 가방보다 물건을 1,5배 더 많이 넣을수 있었다.

그러나 유한의 시선을 끈것은 갈리의 나이프라 불리는 작은칼이었다. 그는 곧바로 아이템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갈리의 나이프]

공격 : 12

내구 : 31

갈리가 발명한 다용도 작업칼 .나이프를 비롯하여 병따게,가위,톱,송곳,핀셋등의 도구들이  함께 들어있다.

사용 시 솜씨가 3 증가한다.

'이거 완전 스위스 군용 칼이잖아'

어른들이 흔히 '맥가이버 칼'이라고 부르는 그 물건.

한손에 쏙 들어올정도로 작지만, 여러가지 작업에 사용할수 있다 .특히 필드에서 급히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때 꽤 도움이 되리라.

"아무튼 수고했다. 생각같아선 느긋하게 휴가를 주고 싶다만 ,네가 해줄일이 생겼구나"

'제길, 돌아온지가 언젠데 또!'

유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갈리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안한다고 해봤자 억지로 시킬것이 뻔해 일단 받는다고 한유한은 갈리에게서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북쪽에서 마물이 나타났다는 보고 올라왔단다. 그곳을 탐험하던 인간들이 발견했다고 하는데,그들의 증언에 따라 놈의 생김새를 그려보니 이렇게 생겼더구나"

'이건 데보라 던전의목인병?'

생김새나 덩치는 조금씩 틀렸지만 분명 데보라 던전의 목이병과 비슷했다.

[동력원 획득 퀘스트]

-북쪽에 나타났다는 신형 목인병을 찾아 쓰러트리자.목인병이 출현하는 지역의 정보는 '드워프의 조수'칭호를 이용하면 알수 있다. 목인병의 심장을 갈리에게 전해주면 보상을 받을수 있다.

"너도 아는지 모르지만 ,이 마물은 마녀 데보라의 목인병과 무척닮았다. 데보라의 목인병은 투박한 움직임에 비해 강력한 동력원을 갖고 있지"

갈리가 탐내는것은 바로 목인병의 심장, 즉 동력원이었다.

"이 마물은 어쩌면 데보라의 비공개 작품인지도 몰라.보다 강력한 동력원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단 소리야"

현재 갈리는 메카 드래곤의 동력원을 찾고 있는 중이다.

목인병의 동력원은 갈리에게 있어 당연히 참고할만한 사항이었기에,그는 데보라 던전의 목인병을 입수해서 동력원 연구를 했었다.

"덕분에 많은 자료를 얻었지만, 메카 드래곤을움직일만한 동력원의 개발에는 실패했지.하지만 신형 목인병을 입수할수 있다면 돌파구를 마련할수 잇을지 몰라"

"저더러 이놈을 잡아오라 이거군요"

"그래,동족들에게 맡기려 했지만, 그놈들 도끼질에 목인병이 어디남아나겠냐? 내 이야길 코로도 안듣는 녀석들인데 말이야"

그래서 조수인 유한에게 맡기게 되었다는 것.

유한은 공방으로 돌아오면서 들린 베르겐에서 유저들과 드워프들이 수군거리던 것이 생각났다. 아마 그들이 떠들던것도 이 퀘스트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을까.

"그럼 또 다녀오겠습니다"

"오냐.이번엔 어디서 놀지 말고 재깍재깍 돌아오도록해.이번일만 잘 해내면 너도 메카 드래곤 제작에 참가할 영광을 누리게될게다"

유한은 느긋하게 놀다 오기로 결심햇다.

재주가 느는것은 몰라도,괴짜 드워프의 망상에 동참하고 싶진 않았다.

4

베르겐으로 온 유한은 NPC드워프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끌어모았다.

드워프들은 여전히 인간에게는 아무말도 안해준다며 버텼지만 유한이 드워프의 조수라는 칭호를 드러내고 다시 말을 걸자 그제야 못이긴척 이런저런 정보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놈 하나뿐이 아니야.똑같은 놈이여럿발견되었어"

"북쪽으로 가다보면 큰 계곡이 나오는데 놈들은 그안에서 나오는것 같았어"

"생긴건 데보라 던전의 목인병과 비슷한데 성능이나 위력은더 뛰어나더군. 우습게보다간 큰코다칠게야"

드워프들에게 정보를 얻은 유한은 유저들에게서도 정보를끌어모았다. 물론 순순히 말해주는 사람은없기에 식당이나 주점에서 도둑처럼 몰래 엿들었다.

"그러니까 노스아크 북쪽 어딘가에 제 2의 데보라 던전이 있다는거야?"

"틀림없다니까. 안그러면 왜 목인병 비슷한 놈들이 싸돌아다니겠어?"

목인병은 데보라 고유의 마병.오직 데보라 던전에서만 나온다.

유한은 유저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던전 최초의 발견자라는 기록을 용사의 집에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던전의 존재 말고도 유저들에게 또 다른 궁금증이 있었다.

"이것 참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이런식으로 북쪽에 제 2의 데보라 던전이 있다고 나올것 같으면 패치를 했어야 하지 않겠냐는거야"

지금까지 데보라의 던전은 오직 바르카스 왕국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그랬고,여러 공략 사이트들에도 다른 곳에 데보라의 던전이 있다는 언급은 없었다.

"예전에 패치가 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드림맥스에서 미리 해놓고 일러주지 않은 거겠지"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단 이유때문이다.

히든 피스를 비롯해서 그러것이 꽤 많았다. 막상 장작 패기만해도 나무로 된 몬스터에 유효하다는걸 유저들은 모르고 있지 않은가.

"미리 해 놨다고 치자.그럼 그게 나온건 누군가 숨겨진 던전이 드러나도록 행동을 했다는거잖아"

뭔가를 깨야 그와 연관된 다음 사건이 일어나기마련.

뜬금없이 등장할이유는 없었다.

"누군가 등장 조건을 맞췄다는거야?"

"딱히 등장 조건이 보고된게 있었나?

"저번에 광부인지 대장장이인지 뭔가가 데보라의 던전에서 채굴로 자이언트 스톤골렘을 때려잡았다고 하던데 그 때문이 아닐까?"

얼마전 유한이 데보라의 던전에서 활약한(?)동영상이 공략 사이트들에 올라와 이슈가 된적이 있었다.

생산 스킬의 재발견에 유저들이 환호했지만 곧 반응이 싸늘하게 식어버렷다. 유한을 따라 한 많은 유저들이 스톤 골렘에 피떡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유한의 활약은 오로지 암석의 결을 볼수 있는 눈을 가져야만 가능하단 것을 유저들은 알지 못했다.

덕분에 동영상이 합성이다. 거짓이다는 의견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자식아,말이 되는 소릴해!생산 스키로 어떻게 보스몹을 잡아? 그런거 다 구라야,구라!"

"그렇겠지? 나도 좀 이상하더라고"

문제의 당사자가 뒤에서 엿듣고 있다는것도 모르고유저들은 제멋대로 떠들어 댔다.

유한은 가방안에 있던 가디언 설계도를 꺼내서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이걸얻었기 때문인가?'

아무도 가보지않은 보상방에서 이것을획득했기 때문에 다음 단계의 퀘스트가 열린것은 아닌지?

'그럼 북쪽에 잇을지 모를 제2의 데보라 던전에 설계도의 남은 부분이 있다는건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유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북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디언의 남은 설계도가 꼭 자신의 손에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기에 지체할수 가 없었다.

5

"에이~거짓말!언니,자이언트 스톤 골렘을 어떻게 채굴로 잡을수 있어요?"

"정말 그렇다니까,얘는 왜 사람 말을 못 믿고 그래?"

베르겐을 벗어나 북부관도를 걷던 유한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낯선 이들 속에 껴 있는 반가운 얼굴을 발견할수 있었다.

바로 채린이었다.

"시아야!"

그제야 채린도 유한을 발견했느지 아는척을 했다.

"어!지그야!"

얼마전 놀이도산에같이간 이후 몇번 통화를 하긴했지만 '시아'로서 만나는건 데보라 던전 이후처음이었다. 유한이 개척단 퀘스트에 드워프 조수 노릇을 하느라고 매우 바빳기 때문이다.

"이야!딱 보고 싶을때 만났네!"

보고싶었다고 하는 채린의 말에 유한은 왠지 기분이좋아졌다.

예전과 다를바 없는 그녀의 미소가 어쩐지 더 환하게 느껴지는것은 그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자 ,다들 인사해.이 녀석이 내가 이야기했던 대장장이 지그야"

채린의 소개에 그녀와 함께 서 있던 세 사람이 유한에게 인사를 건넸다. 두눈에 호기심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채린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대충짐작이 갔다.

"안녕하세요.마법사 오펜입니다"

"로키다"

"방가방가,저는 에이린이랍니다"

모범생 스타일의 소년 마법사와 중갑을 걸친 이십대 초반의 청년 기사,그리고 성직자치고 꽤나 화려한 사제복을 입은 귀여운 아이가 채린의 파티원이었다.

채린의 설명에 의하면 오펜은  90레벨 ,로키는 105레벨 ,에이린은 88레벨이란다.

'헤에,직업별로 골고루 모았네'

다들 성격도 괜찮은듯.

전에보았던 제르스와 알덴같은 음흉한 부류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로키라는 기사가 인상이 무서워 보였지만,그것은 그가연상인데다가 과묵한 탓일것이다.

"다 네 친구들이야?"

"응!로키 오빠는 아빠 제자고,오펜은 우리 반 반장 .그리고  에이린은 중학교 후배야"

'어,중학생이었나?'

키가 작고 어려 보여서 초딩인 아닌가 싶었다 .당사자에게 그런 말을 하면 분명 기분 나빠하겠지만.

"시아야,이 대장장이 분이 네가 이야기했던 그사람이야?"

"응,채굴 스킬로 자이언트 스톤 골렘을 잡은 당사자 지"

"에이,언니.거짓말은 그만 하라니깐"

일부러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오펜이나 에이린은 유한의 전과를 전혀 안믿었다. 하기야 워낙에 엄청난 짓을 저질렀으니 못 믿는다고 해도 할말은 없었다.

'당장 스톤 골렘을 잡아 보여줄수도 없고'

유한이 멋쩍은 얼굴로 서있을때 로키가 입을열었다.

"꽤 특이한 칭호를 달고 있군"

그제야 오펜과 에이린도 유한이 달고 잇는 칭호를 보게 되었다.

"드워프의 조수?"

"어머머머!이런 칭호도 있었나?"

"후훗!내가 보통대장자이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채린은 데보라의 던전 이후 게임상에서 유한을 만난적이 없었다. 한동안 도장일로 바빴던 데다가 그 뒤로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복귀했을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모험을하고 다녔다.

"드워프는 인간을 경계한다고 하던데.어떻게 조수가 될수 있었죠?"

"저도 그게 알고 싶어요"

오펜과 에이린이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유한은 머리를 긁적였다. 특별히 비밀이란 것은없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져 좋을것은 없었기 때문.

특히 경쟁자가 생기는것을원치 않았다.

"저,그게..........."

난처해 하는 유한을 구해준것은 역시 채린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레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렸다.

"지그야,노스아크엔 언제부터 있었어?"

"한달정도 되었어.그런데,넌 여기 웬일이야?'

"북쪽에 새로운 던전을찾아보려고.제2데보라던전이 발견될거라는 소식이 사방에 좍 퍼졌거든"

"아하!그래서 이렇게 파티를 짜서 온거구나"

"너도 던전을 찾으러 가는중이야?"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면 길어지기에 유한은 일단 대충 짧게 넘어갔다.

"뭐 비슷해.따로 받은 퀘스트도 있어서 말이야"

"그래? 그럼 우리랑 같이 갈래? 혼자 가는것보다 여럿이 가면 더 재밌을거야"

"하지마 대장장이가 끼면 불편해 할텐데....."

채린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문제였다 파티에서 전투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생산직은 애물단지나 마찬가지니까.

"야!니들 반대하면 죽는다!로키 오빠도 반대하기만 해봐요.강퇴시켜 버릴테니까!"

그러나 다른 맴버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파티 리더인 채린이 손을 쓰면서 상황은 간단하게 끝났다.

독단이라면 독단인 상황.하지만 채린에게 불만스런 눈빛은없었다. 다들 자이언트 스톰골렘을 해치웠다는대장장이의 실력이나 한번 보잔 듯했다.

그렇게 유한이 '시아네 패밀리'파티에 끼는것이 결정되었다.

"자 ,이제 렛츠........"

"헉!"

기우좋게 렛츠고를 외치려던 채린은 한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것은 마법사인 오펜도 마찬가지.그들은 재빨리 유한과 로키의 등뒤로 숨었다.

"왜그래?"

"시꺼 !나 잠시 로그아웃할테니까 나 봤다고 하면 죽을줄 알아,알겠지?"

그리고 채린은 서둘러 접속을 끊엇다.

유한은 채린이 무엇때무에 당황했는지 몰랐다. 분명 앞을 보고 도망치듯 로그아웃을 했는데 ,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앞에 누가 있나?'

안그래도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아레스라는 이름의 날카로운인상에 강건한 체격의 전사였다.

"이봐,혹시 이 근처에서 안경쓴 마법사 녀석과 레이저 세트를 갖춘 궁수 여자애못봤나?"

그는 유한의 앞으로 와서 다짜고짜채린과 오펜을 찾았다.

도대체 그둘과 이아저씨는 무슨 상관인 건지.

"글쎼요.못봤는데요"

"거참 이상하군. 석구고놈이 거짓말을할놈은 아닌데"

뭐라고 중얼거린 그는 유한과 에이린을 흘깃보더니 점잖은 투로 잔소리를 했다.

"보아하니 학생같은데 게임은 적당히 하도록해.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

아레스는 그 잔소리를 마지막으로 파란 빛을 뿌리며 사라졌다. 순간이동 아이템을 써서 다른곳으로 이동한것이다.

"참나,자기가 뭐라고 이래라저래라야?"

"그러게요.뭐 잘났다고 구시렁구시렁....."

유한과 에이린이 사이좋게 투덜거리는사이,채린과 오펜이 다시 접속을했다.

"갔어?"

"누구?"

"아까 그 아저씨말이야"

"가긴 갔는데 대체 누구야?"

"하아,쓸데없이 잔소리 해대는 그런 사람있어"

채린은 말하기도 싫다는듯 대충 얼버무렸다. 유한도 눈치채지 못할정도는 아니라서 더 묻지 않았다.

채린과 오펜이 다시 파티에 가담하자,일행은 곧장 북쪽으로떠났다.

모험을 떠나는 그들의 발걸음은 빠르고 또 가벼웠다.

                                             BY R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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