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먹느냐 먹히느냐 (16/143)

먹느냐 먹히느냐

1

검은 초승달 길드가 선전 포고를 하고 간후,

묵묵히 전진하던 개척대는 해가떨어지자 휴식겸 저녁식사를 했다.

길포드는 유저들의 사기를 높이고 지금까지의 노고에 대한 보상도할겸 요리사들로 하여금 식재료를 아끼지 말고 최고의 요리를 만들도록 했다.

요리가 만들어질 동안 ,유저들은 삼삼오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대로 퀘스트를 진행해도 괜찮을까?"

"그러게 .여기서 다 털리면 난 개털이 된단 말이야"

유저들은 대부분저렙.갖은돈을 탈탈 털어 무역품을 마련했는데,도둑 길드에 헌납하면 그야말로 거지가 되어 버린다.

"괜찮을거야.검은 초승달이 무서운 놈들이긴 해도 레드 타이거 용병대정도는 아니니까"

"그렇지? 폭풍의 길포드에게는 안되겠지?"

"그럴거야"

유저들은 애써 걱정을 떨쳐 버리고 저녁식사를 들었다.

'훗!다들 걱정이 된 모양이군'

귀를 기울이고 있던 유한은 피식웃었다. 애써 안 그런 척하지만 유저들은 검은 초승달 길드가 두려운 모양이다.

하긴 ,중간에 퀘스트를 포기하면 패널티를 받으니 그들입장에서는 이래도 걱정,저래도 걱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사히 노스아크까지 도착해 퀘스트를 성공하는것이다.

글너데,요리를 먹고 난 뒤 이상이 발생했다. 유저들이 하나둘 배를 움켜잡더니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한것이다.

-쿠쿵!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체력이 10 저하됩니다.

해독을 하지 않으면 3초당 1 씩 HP가 떨어집니다]

"주,중독?"

유한은 서둘러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HP수치를 나타내는바가 보라색으로 물든채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다.

"포,포션을!"

유한은 서둘러 포션을마셨다. 그러나 포션을 마셔도 중독이 풀리지 않았다.혹시나 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모두 비슷한 처지인지 리지스를 비롯해 모두들 얼굴을 있는대로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당했다!"

길포드는 개척대원들이 난데없이 중독된것이 바로도적길드의 작품임을 꺠달았다. 좀 전의 습격은 선전 포고가 목적이 아니라 소란스런틈을 타 음식에 독을풀기 위하이었던것이다.

"성직자들은 얼른 중독자들을 해독하고 마법사와 전사들은 주위를 경계한다!"

하지만 그 지시가 미처 유저들에게 모두 전파되기 전이었다. 갑자기 사방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주위에서 쿼렐 과 단검, 그리고독침등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오늘의 숙영지로 잡은지역이 알고 봤더니 도적들이 은신해 있는곳이었던 것이다.

"크아악!"

"으악!"

피해는 일꾼 NPC와생산직 유저들에게서 먼저 발생했다. 무장도 빈약한데다 도적길드가 그들을 집중적으로 노렸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번 퀘스트는 전멸전이 아니다. 그저 개척대가 정해진 기한안에 노스아크에 입성하지 못하도록 하면 되는것이다. 

일꾼들과 생산직 유저들이 속속 쓰러지자 길포든느 기욘과 힘을 합쳐 일단 이 포위된 형국을돌파하기로 했다.

"모두 나를 따르라!"

그의 외침과 동시에 레드 타이거 용병단과 NPC기사들이방패로 앞을 가린채 돌진했다. 숲속에서 맹렬히 활과 독침등이 날아왔지만, 중무장을 한 이들을 쓰러트릴 수는 없었다.

"파이어볼!"

"매직 애로우!"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마법사들이 뒤에서 이들을 지원했다.그러자 살아남은 NPC일꾼들과 상인 유저들이  용감하게 그들의 뒤를 따랐다.

"놈들을 막아라!"

"한놈도 도망치게 해서는 안된다!"

앞쪽에서 도적들이 일어서며 길을막았다.

길포드는 그들을 향해 성난 포효를 터트렸다.

"비켜라!내 앞을 가로막는 놈은 모두 죽는다!"

쿠콰콰콰콰!

그 의 기형검이 폭풍처럼 앞을 쓸어 갔고 화들짝 놀란 도적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길포드의 폭풍 베기는 도적의 빈약한 방어력으로써는 도저히 막을수 없었다.

기욘도 지지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유형의 검기가 앞을 가로막는 도적들을 베어 버렸다.

NPC라고 하지만 기욘의 무위는 그들이 어떻게 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기욘은 적어도 100대 초반 유저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쪽으로!"

유한은 마차뒤에 숨어어쩔줄 몰라하는 리지스를끌고 왼쪽으로 튀었다.

"왜 다른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거야?"

엉겁결에 끌려가고 있지만, 리지스는 유한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바보야!저쪽으로 가면 적의 추격이 집중된다고,차라리 이쪽으로 가는게 훨씬 나아"

도적의 추적은 아무래도 다수의 유저들이 빠져나간 쪽이 되기 십상이다. 유한ㅇ느 오히려 그 허를 찔러 반대 방향을 목표로 잡았다.

다행히 도적들의 시선이 모두 길포드가 빠져 나간 쪽으로 집중되었는지 유한의 앞길을 가로막는자들은 없었다.

"헉헉헉!"

숨이 턱까지 차올라 더이상 뛰지못할 때까지 달린 유한과 리지스는 바닥에 털썩주저앉았다. 

"쫓아오는놈들은 없는거지?"

"그런거 같아?"

리지스는 그렇게 말하며 카트에서 드링크를 하나꺼내서 마셨다'해독제'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글씨가 유하의 눈에 들어왔다.

"너만 먹냐!"

"후후후!이백 골드,아니 삼백 골드 되겠습니다"

리지스는 HP가 거의 다닳아가는 유한을 바라보며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 손에 해독제를 꺼내들고 약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여유와 오만을 부렸다.

"이리 내놔!"

"앗!이도둑놈!"

HP가 달랑 5남은 유한에게 이성은 남아 있지않았다.

리지스의 손에 들린 해독제르 획 낚아챈 그는 벌컥벌컥 들이켜 중독을 풀고 HP포션을 마셔 피를 채웠다.

"휴,이제 살것 같군"

위기를 극복한 유한은 한숨을돌렸다.

"뭐가살거 같다는거야!"

"아놔,진짜 쪼잔한 지지배네.그깟 해독제 한병 갖고............"

고개를돌리던 유한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리지스는단지 해독젝 아까워 외친게 아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주변에 가득한 몬스터들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레드 오크와 라이칸 스로프,거기다 대들보만 한 몽둥이를 든 오우거까지.

"이런 제기랄"

승냥이때를 피하려다가 호랑이 소굴에 들어온꼴이었다.

3

-아놔!이 씹다만 껌 같은 도둑놈의 새끼들!

-개-삐리리-들아!내 아이템 먹고 얼마나 잘 사나 보자!

-검은초승달 길드 콱 망해 버려라!

전투 종료후,

도적들은 죽은유저들이 떨어트린 아이템을 주워모으고,개척단의 NPC들이 끌고 가지 못한 마차에 실려있는 상품을 전리품으로 습득했다.

주변에 죽은 유저들이 메시지로 아우성을 부렸지만,그들은 눈썹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소득이 별로입니다"

"폭풍의 길포드를 너무 가볍게 본건가"

키라는 한곳에 쌓인 전리품들을 보고 고개를저었다.

함정은 완벽했다.

먼저 선전 포고를하는 척하며 부하를 잠입시켜 음식물에 독을탄다. 이를위해 키라 자신이 직접 나서서 길포드와 유저들의 시선을 유인했다.

독을푸는데 성공한뒤 개척단이 야영을 할만한 곳에 미리와서 매복하여 저들이 중독 되기를 기다린다.

유저들이 하나둘 주독되어 체력이 떨어지면 기습하고,혼란에 빠지면 포위망을 갖춘뒤 사냥하다.

하지만, 길포드는 그냥 길포드가 아니었다.

그는 빠른 판단력과 막강한 무력으로 함정의 한축을뚫고 탈출했다. 그의 뒤를 따라 적지 않은 수의 NPC들과 유저들이 빠져 나갔다.

특히 상인 유저들은 약삭빠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죽은 유저들의 대부분이 지우너 업무를 맡아던 생산직 유저들이었다.

거기다 데려온 부하들도 생각보다 많이 죽고 다쳤다.

10명의 전사자중 절반 이상이 길포드와 레드 타이거 용병대를 막다가 당했다.

"제길,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백전노장이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키라는 부하의 말에 100%공감이갔다.

길포드도 그렇지만, 그의 부하들도 만만치 않았다. 세세한 명령없이도 각자가 흩어져서 자기위치에서 도적들을 물리치며 탈출을도왔다.실제 레벨이나 전투력은 그저그런 수준이었지만, 일사분란한 행동과 빠른 대처 능력은 모자란 전투력을 보오안하고도 남았다.

"일설에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길드원의 상당수가현역 군인이라고 하더라고요"

"참나,군바리면 군바리답게 FPS게임이나 할것이지"

아직 모든것이 끝난것은아니다.

개척대가 노스아크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고,그사이 몇차례 기회는더 생길것이다. 초전의 실패는 분석하여 차후에 보완해서 사용하면 된다.

"추적향(追跡香)은 뿌려 놓았겠지?"

"당연하지요.이틀동안은 유효할겁니다"

은신 망토를 걸친 도적이 자신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키라가 선전 포고를 할때 몰래 스며들어 유저들의 식량에 독을풀고,추적향을 뿌려놓았다.

"냄새가 짙은곳에 놈들이 모여있을겁니다"

"좋아,그럼 두번째 사냥을 시작하도록할까?"

키라는 자리를 뜨기전에 죽은 유저들을 한번 더둘러보았다.

아까도 확인했지만, 그 지그라는 놈의 시체는 보이지않았다.

죽지 않은건지,아니면 이미 죽고 다른곳에서 부활을 한것인지.

'전자였다면 좋겠군'

키라는 반토막이 난 자마다르를 꺼내들었다.

아끼던 무기를 쓸모없게 만들어준 보답은 반드시하고 싶었다. 상대가 평범하지 않다면 더더욱.

3

"야,이 의리 없는 놈아!너 혼자만 도망치기냐?"

"닥쳐!쌓아둔 의리나 있었냐?"

유한은 리지스의 바난을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등뒤로는 몬스터들이 계속 쫓아오는 중이었다 .카트를 끌고 있어 유한보다 속도가 되지는 리지스는 죽을 힘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만약 처음 유한이 먹을것을 던져서 몬스터의 시선을 살짝 돌려놓지 않았으면 벌써 잡혔을것이다.

'제길, 이렇게 도망만 쳐서는.........'

뭔가 방법이 없을까.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높다란 나무에 걸린 넝쿨들이 유한의 눈에 들어왔다.

그순간 번쩍하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유한은 곧장 넝쿨을 타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꺄아악!저리가!저리 가란 말이야!"

리지스는 몬스터들에게 따라 잡히기 일보직전이었다.

특히 발 빠른 라이칸스로프들이 리지스의 카트를 붙잡을만큼 거리를 좁혔다.

라이칸스로프 한마리가 막 리지스의 카트를 붙잡으려는순간.

"켕!"

손을 베인녀석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다른 한마리는 대체 어디서 공격이 날아왔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적이 보이지않는다 생각되는 순간, 난데없이 발차기가 라이칸스로프의 뒤통수를갈기고 지나갔다.

"케엑!"

"하하핫!맛이어떠냐? 이게 바로 시계추 검술이다!"

라이칸스로프를 공격한것은 바로 유한이었다. 덩굴에 매달린 유한은 마치 타잔처럼 나무와 나무사이를 옮겨다니며 검을 휘두르고 몬스터들을 발길질로 차버렷다.

생전 처음 보는공격에 몬스터들은 당황했다. 상대가 땅에 있으면 우르르 쫓아가 발방주기라도 할텐데 나무의 덩굴을 타고 공중에서 날쌔게치고 빠지니 잡기도 쉽지 않았다.

'시계추 검술?'

리지스는 저것과 비슷한 장면을 예전에 본적이있었다. 직접 본것은 아니고 타인의 플레이를 동영상으로 찍은것을 공략 사이트에서 보았다.

"저건 분명 '마의 시계탑'에서........"

마의 시계탑 던전이 최초로 본서버에 적용되었을때였다.

보스 '시계의 마왕'을 누가 가장먼저 물리치는가를 두고,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당시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무섭게 인기 상승을 하던 떄라서 게임 전문 채널에서도 방영을 해줄정도였다.

마의 시계탑은 등장하는 몬스터도 몬스터였지만, 필드 그 자체만으로도 유저들의 치를떨게 만들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과 촘촘하게 늘어선 함정들.

그러나 무엇보다 유저들을 돌아버리게 한것은 로프와 쇠사슬로 된 공중 통로였다.

발 딛을곳이라곤 없기에 로프나 쇠사슬에 매달려서 싸워야했는데,흡혈바쥐나 가고일같은 비행 몬스터들의 공격에 취약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필드 환경을 이용해 몬스터를떄려잡고 빠르게 통로를 통과한 유저가 있었다.

그는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 바츠.

바츠는 로프와 쇠사슬을 타고 공중 곡예라도 하듯이 왔다 갔다 하면서 몬스터들을 베고 후려쳣다.

그것을 본 유저들은 '시계추 검술'이라 부르며 흉내 내기 시작했다.물론 그들이 바츠 흉내를 내고 있을때,통로를 돌파한 바츠는누구보다 먼저 시계의 마왕을 해치워버렸다.

'저 녀석,어디서 본것은 있어 가지고'

리지스는 유한이 바츠 본인이라고 전혀 상상 하지 못했다.

아니,상상할수 없을것이다 .일격에 몬스터를 베어 버리던 바츠의 시계추 검술과 달리 유한의 공격은 위력이 턱없이 낮았으니까.

자세히 살펴보면 유한이 초심자와 다르게 매우 능숙하게 시계추 검술을 펼친다는것을 알수 있겠지만, 리지스는 줄행랑을 치느라 바빠서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우어어!"

계속된 유한의 공중 공격에 짜증이 난 오우거는 몽둥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한방에 아름드리나무를 쓰러트릴 일격이 있었지만 ,오우거 답게 속도가 느리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오히려 주변의 나무와 애꿎은 몬스터들만 몽둥이에 맞아 피해를 입었다.

오우거의 난동에 견디다못한 몬스터들은 하나둘 도망쳤다. 그러나 쪽수를 믿고 오우거에게 달려드는 놈들도 있었다.

자중지란.

유한은 공격을 늦추고 나무위에서 몬스터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마지막으로 남은것은 역시 오우거.

네메시스 산맥의 중간 보스로 군림하는 몬스터다웠다.

그러나 녀석은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 적잖은 타격을받았는지 피통이 꽤 줄어있었다.

"크크크,슬슬 파이널을 장식해 볼까?"

유한은 다시 시계추 검술을 펼치며 오우거를 공격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오우거는 길길이 날뛰며 닥치는대로 나무를 부수괴 찍어넘겼다.

공격력이 갉아대는 수준이라도 계속되는 타격에 장사가 없는 법.그렇지 않았도 몬스터들과 싸운다고 많은 피가 깎였던 오우거는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경험치 800을 얻엇습니다.

-명성이 100 상승했습니다.

-오우거 고기를 얻었습니다.

[오우거 헌터]칭호를 얻으셨습니다.

*칭호는 명성과 퀘스트를 얻는데 도움이되고,특정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벌렁 쓰러진오우거 위에 올라선 유한은 지그라는 이름앞에 붙은 오우거 헌터 칭호를 보며 광소를 터트렸다.

"캬캬캬!이 몸은 대장장이 오우거 헌터시다!"

그야말로 언감 생심에 가까운일을 해낸것이다.

지그의 레벨과 공격력으로 오우거를 잡는다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렇게 편법을 부린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버그 때문이 아니라 드림맥스가 설정한 몬스터의 인공 지능 수치와 행동 패턴 때문이다.

따로 설정하지 않는한 ,몬스터는 적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움직인다. 이런 식으로 오락가락하면  움직임만 쫓다가 혼란에 빠지는것이다.

물론 상대가 유저였다면 나무에 기어오르거나 같이 덩굴을 타고 달려들었을것이다. 그러나 그만한 이성과 지능이 힘만 쎈 오우거에게는 없었다.

'그래도 고블린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거야'

상대가 고블린이었다면 주저없이 독침 세례를 퍼부었을것이다.

싸움에는 상대에 맞는 전술이필요한 법이다.

무식하게 칼질만 해서는 레벨을 빨리 올리기가 힘들다.아르페디아 온라인은 그런게임인것이다.

"어?살아있었네!"

나무에서 내려온 유한은 얼마 가지않아 라지스를 만났다.

바위틈에 숨어있던 그녀는 유한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것을 따지려나 머리 위에 붙은 칭호를 발견하고 흠칫했다.

'뭐,뭐야? 시계추 검술을 흉내내다 싶었는데,정말 오우거를 죽였단 말이야?'

대장장이 주제에 대체 무슨 수를 썼단 말인가?

유한은 리지스에게 거드름을 피며 다가와 손을 쓱 내밀었다.

"내놔"

"뭘?"

"어허,남이 힘들게 목숨을 구해줬으면 응당 보답ㅇ르 해야지"

유한은 이참에 리지스에게 당한것을 조금이라도 갚으려고했다.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

"웃기네!누가 구해달랬어?"

"그래도 결과적으로 널 구해 준셈이잖아"

물론 유한은 그녀가 예뻐서 구해준것은 아니다. 언제까지 쫓길수 없으니까 해치웠을뿐이다.

"흥!네가아니래도 몬스터들을 따돌릴수 있었어.그리고 네가 날 몬스터들이 있는곳으로 데려갔잖아"

오히려 위로금을 내놓으라는 리지스의 강짜에 윻나은 피식 웃었다.

"알았다.주기 싫으면 주지마.대신 여기서부터는 따로 행동해"

"뭐라고?"

"난 저쪽으로 갈테니까 넌 이쪽으로 가든지,아님 여기서 몬스터들이랑 쎼쎼쎼 하고 잘 놀고 있어라"

"야,지그!"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리지스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유한을 후다닥 쫓아갔다. 만약 여기서 헤어진다면 자신은 정말 몬스터의 손에 죽을것이다

"어,얼마 주면 되는데? 천 골드 주면돼?".

"삼천 골드"

"너무 많잖아!"

"어허,앞으로 누리게 될 혜택은 생각하지 않는건가?"

앞으로 누리게 될 혜택.

리지슨느 그 혜택을 벌써 누리고 있었다. 방금 숲속을 헤매던 레드 오크 한마리가 유한과 그녀앞에 나타났는데,녀석은 화들짝 놀라서 도망쳐 버렸다.

유한이 달고 있는 오우거 헌터의 칭호 때문이었다. 오우거 헌터 칭로를 달면 몬스터에게 '오우거를 죽일정도로 강한자'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다.

물론 몬스터의 쪽수가 많거나,몬스터가 오우거보다 레벨이 높을 경우에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칭호는 게임속에서 의미 있거나 훌륭한 일을 한 유저에게 부여된느데,유저는 필요에  따라 칭호를 드러낼수도 있고 숨길수도 있다.

"싫으면 마시고~"

"야!돈 줄테니까 같이가!"

유한은 돈을 받는것보다 리지스의 속을 바싹 태우기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그래서 앞으로 후다닥 달려가자 리지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죽어라고 쫓아갔다.

"헥헥,너무해!연약한 소녀를 보호해 주지 못할망정"

"누가 연약하더라? 난 그런 사람못 봤는데"

한참을 쫓고 달리던 두사람은 어느산으로올라갔다.

이름도 없는 ,네미시스 산맥의 수많은 산봉우리 중의 하나였지만, 유한이 이 산을 오르는 이유가 있었다.

이산을 넘으면 노스아크에 더빨리 갈수 있다. 바츠시절에 노스아크에 몇번 오가면서 발견한 지름길이었다.

그러나 지형이 나쁘고 길이 좁아 카트는 몰라도 마차는 오를수 없어 개척대는 아마 다른 길로 가고있을것이다.카트 역시 그리 수월하게 오를수 있는 지형은 아니다. 내용물이 무겁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헥!헥!나쁜놈.사내자식이 여자애가 힘든걸 그냥보고만있다니"

"힘들면 좀 덜어내던가.뭐가 그리 귀한 물건이라고"

유한은 슬쩍 리지스의카트를 살펴보았다. 카트짐칸을 열자 지독할 정도로 어지러운 냄새가풍겨왔다.

"으악!뭐야 이거!"

"어른의 달콤한 음료수.이게 드어프들에게 정말 비싸게 팔리는 품목이지"

유한은 못 말린다는듯 고개를저었다.

그는 묵묵히 정상으로올라갔고,리지스도 낑낑거리며 그의 뒤르 따랐다.

이윽고 두사람은 산의 정상에 이르렀다.

"저 다리르 넘어서 조금만 더 가면 노스아크야"

유한은 저 멀리 보이는 계곡을 가리켰다. 깎아지는 낭떠러지위에 출렁다리가 위태롭게걸려 있있었.

저 다리에 대한 정보는 공식홈페이지에 있다. 강철 로프를 꼬아만든 저 다리는 드워프들이 세운것으로,과거 남쪽으로 진출하다 중단한 흔적이라고 했다.

저 다리가 완성되었을 쯤 ,브로딘 왕국과 개통되는 길이 만들어졌기에 강한 몬스터가 빈번히 나타나는 이 지역은 가도 건설이 중단되었다는것이 게임상의 설정이었다.

"앗!저길 봐!"

유한은 리지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갤 돌렸다.

그들이 서 있는 산 아래쪽의 비탈길에서 개척대와 검은 초승달간의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개척대는 마차를 둥글게 배치하여 방어벽으로 삼았고,도적들은 독화살을  날리거나 화염병을 던지는식으로 개척대의 방어벽을 뚫으려 했다.

"어떡하지? 저러다 전멸하는거 아니야?"

개척대가 전멸하면 퀘스트는 실패.

두사람이 이곳까지 고생하며 온 보람이 없다.

그러나 리지스의 걱정과 달리 유한은 개척대가 전멸할 것이라 생각하지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검은 초승달 길드의 맹렬한 공격에 숫자가 많이 준 개척대가 꼼짝달싹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도적들중에 마차를 넘어가는 녀석은 몇 없었다.

개척대는 길포드와 기욘의 지휘하에 잘싸우고 있었다.

상대의  맹공에 당황하지 않고 착실하게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며 바어에 임하고 있는것이다.아마 초전에 당했던 것을 발판으로 미리 대비를해둔듯했다.

'조만간 도적들이 물러가겠군'

아직 승패가 난것은 아니지만 ,유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기습에 실패한 이상 시간을 끌면 손해 보는것은 도적들뿐이다. 그들은 기사나 전사들같이 정면 승부에 익숙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대로물러서지는 않겠지'

개척대가 다리를 건너게 되면 도적들에게 기회는 거의 없다. 계속 건너부터 사방이 확 트인 평야 지대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놈들은 다리를 건너기 전에 또 한번의 승부를 걸려고 할것이다.

'아마 저곳이 놈들의 마지막 승부처가 되겠군'

유한이 눈여겨본곳은 출렁다리 앞에 있는 작은 협곡이었다. 협곡 위 쪽은 수풀이 무성해 복병을 두기에 매우 적절해 보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도적들의 마지막 습격을 막을수 있을까?

번쩍 좋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빨리 내려가자!여기서 어물쩍 거릴틈 없어!"

"야!대체 어딜 데려가는 거야?"

유한은 리지스를 끌고 가다시피 하며 산을 내려갔다.

그런데 그들이 가는 방향은 개척대가 싸우고 있는 방향이 아니었다.

4

"도적들이 도망친다!"

수차례 거센 공격을 퍼붓던 검은 초승달 길드가 물러나자 개척대의 유저와 NPC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몇몇의 유저들이 방어벽 너머로나와 도적들을 쫓으려들었지만, 우레같은고함이 그들의 발목을붙들었다.

"전원 제자리에서 대기!"

다들 명령을 따르긴 했지만, 못마땅한 얼굴들이었다.

도적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데 그냥 도망가게 놔둔단 말인가.

여기까지 오면서 죽거나 낙오한 유저들은 20명이 넘었고 NPC들의 희생은 그보다 많았다.

그러나 유저들은 길포드의 명에 따르지 않을수 없었다. 초전의 습격 때 살아난것도 그의 활약덕분이고,이후 개척대를 수습해 여기까지 이끌고 온것도 바로 길포드였다.

"피해는?"

"전사 일곱명,부상 열입곱 명입니다

자칼이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전투중에 죽고 다친 사람은 훨씬 더 많았다. 부활의 성수가 있었기에 유저들을 몇번이고 살릴수 있었다.

문제는 부활의 성수가 얼마 남지 않앗단 거였다.

"한번 더 공격을 받으면 무너지고 말겁니다. 특히 NPC들의 희생이 클것입니다"

"나도 알아.하지만 이제 우리도 다 왔어.저 앞의 달미나 넘으면 놈들도 더이상은 어쩔수 없을거야"

문제는 놈들이 얼마나 빠르게 정비해서 달려드느냐하는것이다. 더구나 저쪽은가볍고 이쪽은 짐이 많다.

"서둘러라!얼른 다리를 건너야 한다!"

쉴 시간도 없었다.

길포드는 직접 마차를 밀면서 행군을  독려했다.

노스아크가 코앞이지만 ,아직 안전하다고 말할수 없었다.

"분명 서둘러 다리를 넘으려고 할거다"

키라는 길드원들과 함께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일전에서 검은 초승달은 적잖은 전력을 상실했다. 기습이라고 하지만 도적답지않은 정면 승부를 벌였기 때문이다.

굳이 그렇게 해서 피해를 낼 이유가 있었던가.

검은 초승달 길드원들은 불만이었지만,키라가 그리했던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놈들의 아이템과 무구를 소모시키기 위해서다"

"둘째로 놈들을 기만하기 위해서지"

개척대는 부활의 성수와 포션을많이 소모한데다가,초전에  생산직 유저들이 많이 죽는바람에 내구가 떨어진 무구를 수리하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상대가 많은 피해를 입고 도주하면 경계가 느슨하게 풀어지기 마련.빠른 시간에 전력을 정비해서 재공격에나서면 큰 전과를 거둘수 있다.

"놈들이 기만에 속겠습니까? 놈들을 이끌고 있는건 폭풍의 길포드입니다"

우회하거나 복병을 우려하여 행군을 멈출수도 있다.

"속지 않아도 상관없어.저 앞에 있는 다리를이용하지 않으면 노스아크로 가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니까"

"과연!"

개척대는 정해진시간안에 어떡해서든 노스아크에 도착해야한다. 다리를 이용하지 못해 시간을 초과해도 검은 초승달 길드 입장에선 퀘스트를 완수한 셈이다.

"기왕에 다리를 아주 없애 버리면 좋을 텐데요"

"드워프들이 워낙에튼튼하게 만들어 놔서 말이지"

키라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않은것은 아니다.

그런 출렁다리는 강철 로프로 만들어진 것이라 도적들이 든 단검 같은것으론 어쩔수 없었다. 부서트리고자 하면 못학것은 없지만 ,적잖은 시간이 걸릴것이다.

"더구나 다리가 멀쩡해야 놈들이포기를 안하지"

키라는 길드원들을 다리 앞 협곡 위쪽에 매복하도록 했다.

개척대가 다리에 막 들어갈 쯤에 공격을 퍼부을 생각이었다.

느닷없이 공격을 받으면 좁은 출렁다리를 서로 건너려고 아우성을 칠것이고,통제되지 않은 집단은 모래성처럼 무너질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술 냄새가 나는것 같지 않습니까?"

"술 냄새라고?"

부하의 말에 키라가 냄새를 맡아 보려 할때였다.

개척대가 협곡안으로 들어오는것이 보였다 .

도적들은 은신술을 펼치거나 머리카락 한올 보이지 않도록 몸을 낮추었다.

"복병이 있을지도 모른다!샅샅이 살펴라!"

그러나 개척대 척후병들은 협곡 위에 몸을숨긴 도적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더구나 어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조바심이 그들을 더욱 성급하게 만들엇다.

"크큭, 됏다. 이제 놈들이 안으로 들어올 것이야"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술 냄새가......."

"대체 술이 어디 있다고 술 냄새가 난다는거냐?"

키라는 짜증을 내다말고 깜짝 놀랐다.

좀 전까지는 몰랐지만, 신경을 쓰니 부하의 말대로 술 냄새가 나고있었다 .그것도 아주 독한 술냄새가.

키라는 수풀속에 숨겨져 있는 커다란 술통을 발견했다.

술통에는 작은 구멍이 여럿 있었는데,그곳을 ㅗ술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뭐야 이건?'

누가 버리고 간것인가>

자세히 생각해 보려고 할때,뒤에서 거센 외침이 들려왔다.

"어이 삼류자객!"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길포드옆에 있었던,자신의 자마다르를 동강 냈던 놈의 목소리였다.

이름이 지그라고 했던가?

키라가 묵묵 부답이자 이번에는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

"어디있냐,삼류자객.너한테 줄 선물이있으니까 얼른 나와라!두꺼비처럼 엎드리고 있다고 일류가 되는건 아니야!"

'크으윽, 내 이놈의 자식을!'

키라가 울컥해서 나서려고 하자 옆에 있던 부하들이 말렸다.

"조금 있으면 개척대가 공격 지점에 다다릅니다"

여기서 나섰다가는 도적 길드가 매복한것을 들킬수 있었다.

키라는 할수 없이 꾹 참았다.

공격개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공격 명령을 하달한뒤 놈을 잡아 죽여도 늦지는 않을터.

'그래 계속 까불어라 .조금 있다가 아주 박살을 내줄테니까'

"야,너 계속 안나오면 나 이선물 그냥 던진다?"

'던지든지 말든지'

휘이익-퍽!

키라가 애써 유한을 무시하고 있을때였다. 허공을 격하고 무언가가 날아와 바닥에 부딪쳐 깨졌다.

'화,화염병?'

유한이 던진것은  바로  술병에 헝겊 뭉치를 꽂아 불을 붙인 엉성한 화염병이었다.

화염병은 땅에떨어지는순간 박살나며 주위로 불꽃을 날렸다.

그뿐이었다면 키라나 도적들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것이다. 그런데 화염병이 떨어진 자리가 술통 근처였다는것이 문제였다.

술통에서 조금씩 흘러내리던 술은 불꽃을 만나자 아주 반갑다는듯 맹렬하게 불타올랐다.

"저,저거!"

도적들이 경악하는사이,불꽃은 술통에서 흘러내리는 술을 따라 술통 안으로 빨려 들어갓다.

키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지금이순간 그가 할수 있는거라곤 목젖이 찢어져라 고함을 지르는것뿐이었다.

"모두 피햇!"

콰아아아앙!

화염병과 술통 안에 들어 잇는것은 드워프들이 코가 비틀어질때까지 마시는 독한 보드카.

통속에 들어있던 보드카에 불꽃이 옮겨 붙는 순간, 무겁고 조용한 액체는가볍고 사나운 불꽃이 되어 자신을 감싸고 있는 참나무통을 산산조각으로 찢어발겼다.

"크아아악!"

갑작스런 폭발에 도적들은 혼비백산했다. 물리적인 데미지도였지만, 생상한 시각적, 청각적 데미지가 그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콰아앙!

반대편 협곡에서도 폭음과 함께 도적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반대편에서 작업을 한것은 보드카의 주인인 리지스였다.

원래는 노스아크에 가서 비싸게 팔려던 보드카였는데,유한의 독촉에 눈물을 머금고 내놓은  것이다.

양쪽에서 치솟는 불꽃은 두사람이 감춰놓은 다른 술통들로 퍼져 나갔다.

폭발이폭발을 부르고,풀숲 전체가 화염에 휩쓸렸다.

"캬캬캬!술맛이 어떠냐 ,삼류 자객!"

폭발하는 불길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도적들을보며 유한은 연방 키득거리며 웃었다.

워낙에 현실과 근접한 게임이라 술로 화염병을 급조해봤는데 그게 통할줄이야.

이제 도적들의 마지막 기회는 날아간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유한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불속에서 전신을 시커멓게 그을린 키라가 걸어나왔기 때문이다.

키라의 눈동자는 불꽃만큼이나 이글이글 불타오르고이었다.

"젠장, 너무 여유를 부렸나?"

화염병만 던지고 튀었어야 했는데.

뒤늦게 도망치는 유한의 등뒤로 키라의 악에받힌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저 새끼 잡아!"

                                          BY R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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