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골드러시 상인 연합 (12/143)

골드러시 상인 연합

1

채린과 헤어진 유한은 상태창을 확인했다. 지난 이틀동안 얼마나 캐릭이 성장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상태창]

이름 : 지그

직업 : 대장자이

레벨 : 46

체력(HP) : 280/280

스태미나 : 150/150

마나(MP) : 12/12

힘 : 39               민첩성 : 35+10(바람의 부츠)

인내심 : 36         지식 : 20

행운 25              솜씨 : 42

명성 : 350+5(기욘의 검)

공격력 : 30+37(기욘의 검)

방어력 : 28+37(스케일 아머 +바람의 부츠)

경험치 : 1150/1800

돈 : 7500골드

[습득 스킬]

장작 패기 스킬 7랭크

제련 스킬 7랭크

채굴 스킬 9랭크

생산 스킬 7랭크

수리 스킬 7랭크

수리 성공률 49%

'흐음,썩 나쁘진 않군'

데보라의 던전에서 이틀을 투자한 결과로 크게 나쁘지않았다.

게다가 보상방에서 용사 카웬의 스킬북과 가디언의 설계도의 일부까지 얻지않았는가.

이 두가지는 돈을 주고도 살수 없는 초레어 급 아이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캡슐에서 나가 컴퓨터로 몇번이나 확인해 봤지만,아직까지 한번도 게임상에서 등장하지 않은 유니크였다.

이걸 현 거래 사이트에 내가 팔면 제법 큰돈을 벌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돈이 게임을 하는 목적은 아니었다.

유한이 게임을 하는 주된 목적은 자신의 캐릭을 해킹한 범인을 잡는것이다.해킹범을 잡아 감방에 처넣어 몇년이고 콩밥을 먹게하는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오뉴월에 빌어먹다 감기에 걸려 죽을 해킹범 같으니라구!'

해킹범을 향해 이를 뿌드득갈아붙인 유한은 용사 카웬의 스킬북을 펼쳐들었다.

<스킬북을 익히시겠습니까?>

아름다운 목소리의 요정이 나타나 물었다.

"당연하지.그러려고 널 부른거잖아"

유한이 말을 마친순간 스킬북에서 오렌지색 환한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악!

'아,눈시려!'

이놈의 게임은 어떻게 된것이 툭 하면 화려한 특수효과다. 처음 접속할때의 빛의 신전도 그렇고 유저들의 시력을 보호할 생각이 있는것인지 없는것인지.

유한은 두눈을 살짝 감았다가 떴다. 그러자 의미를 알수없는 도형과 룬문자가 가득 적혀 있는 책이 파라라락 넘어가기 시작했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른후 효과음이 터졌다.

[그레인(Grain)스킬]을 익혔습니다. 

암석과 금속 물질의 결을 볼수 있습니다.

[암 브레이크(Arm Break)스킬]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레인 스킬을 7랭크로 올리시면 습득이 가능합니다.

그레인 스킬은 암 브레이크와 달리 수련을 위한 전제조건을 모두 충족시켰기에 단번에 익힐수 있었다.

'좋아!어디 한번 써볼까?'

배웠으니 얼마나 좋은건지 확인해 봐야한다. 

유한은 가방에서 이빠진 단검 하나를 꺼내 들고는 스킬을 시전했다.

"그레인 스킬!"

단검의 안쪽에서 파도같이 굵은 선들과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균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이건 바로............'

유라이 전에 본적이 있는 바로 그선들이다.

그가 결이라 명칭을 지은 이 선들은 대장간에서 물건을 만들때 처음지었고,도구나 무구를 수리할때 이 선들을 따라 망치질을하면 내구손실을 막을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스킬없이 그냥 살펴본것이라 자세히 보지않으면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스킬을 배워서 구사하니 그냥 봐도 선과 균열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생산 과정에서 생긴 선들은 푸른빛을 띠고,내구가 떨어져 생긴 균열들은 붉은빛을 띠는 차이를 보여,보다 확실히 알아볼수 있었다.

'이게 바로 결을 보는 스킬이라 이거지?'

단검을 내려다본 유한은 흡족한 미소를지었다. 게다가 한번도 공개된적이 없는 스킬을 자신만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흐뭇해졌다.

결을 보는것은 생산이나 수리할때만 유용한게 아니다.

결이란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나서 이루는 경계.당연히 그곳의 결합이 약할수 밖에 없다. 스킬을 응용해서 제대로 후려갈기면 나무든 돌이든 쩍하니 갈라지는 것이다.

그레인 스킬은 사람으로 치면 급소에 해당하는 부위를 알아보게 해주는 유용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암 브레이크는 그 급소에 치명타를 안겨주는 공격 스킬.

'흐흐흐!이제 어딜가든 서러움 당할 일은 없어!'

상대만 적당하다면 옛날처럼 솔플을 만끽할수도 있을것이다.

변변한 공격 스킬하나 없는 대장장이에게 용사 카웰의 스킬북이야말로 하늘이 내린,아닌 게임 개발자가 내린 은총과도 같았다.

'좋아,그럼 이제부터 죽자사자 스킬 랭크를 높이는거야!'

목표를 세운 유한은 바르카스 왕국의 수도 발덴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레벨이 높아진 만큼 수준 높은 장비를 만질수 있는 도시로 가려고했으니 스킬을 익히는데에는 익숙한 곳이 좋을듯했다.

중앙 광장의 자주 애용했던 자리에 돗자리를 깐 그는 팻말에 커다랗게 광석을 구입한다고 적어놓았다.

상점에 가면살수 있지만, 바가지를 씌우는 상점보다는 유저들에게서 사는것이 훨씬 저렴했다.

"자!철광석 구합니다. 잡석이 섞인 하품도 상관없습니다.괜찮은 가격 쳐드릴테니 파십시오!"

"동광석이나 구리도 구합니다. 착한 가격 쳐드립니다!"

유한의 외침에 주위를 지나가던 유저들이 하나둘 호기심을 띄고 다가왔다. 

초보 유저들의 천국 발덴.

레벨이 낮다보니 이곳에서 잡을수 있는 몬스터도 하나같이 약한 것뿐이다.

하급 몬스터들이 주는 광석은 재질이 나쁘기에 상점에 팔지도 못하고 쓸데없이 인벤토리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저기,하품 철광석이 열개 있는데.........."

초보티가 팍팍나는 유저하나가 수줍게 철광석 덩이를 내밀었다.불순물이 섞여 있어 상점에 가져감녀 2골드도 받지못한느걸 알기에 차마 사줄까 싶었다.

그러나 유한이 그자리서 3골드를 척 건네주자 초보 유저는 놀라 눈을 똥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겁지겁 인벤토리를 뒤져 나머지 철광석들을 모두꺼내놓았다.

"이거 모두 팔게요!"

"음,철광석이 34개니까 10골드입니다"

예상치 않게 10골드를 번 유저는 연방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고 떠나갔다.

그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제법 많은 유저들이 모여들어 유한에게 철광석을 포함한 여러광물들을 팔았다.초보 시절은 현질을 하지않는 이상 항상 가난한 법이기에 그들은 서로 먼저 광석을 팔려고 난리였다.

"내 광물좀 사주세요!"

"무슨 소리!내 게 더 좋아요.내거부터 사주세요!"

유한은 광물 외에도 유저들에게서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단검이나 도끼같은것도 사들였다. 수리랭크도 높이고,그레인 스킬 랭크도 높이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적지않은 돈을 썼지만, 저번에 수리를 해주며 번 돈이 제법 되기에 두눈 딱 감고 질러버렸다.

그레인 스킬의 랭크를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도구를 만들고 고쳐야한다. 적어도 암 브레이크를 익힐때까지는 수행을 한다 생각하고 정진해야 했다.

"자!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바닥에 청동화로와 모루,망치등을 꺼내놓으니 당장 작은 대장간이 차려졌다.

유한은 화로에 철광석과 목탄을 집어넣고 불을 지폈다.

풀무가 없었기에 연방 부채질을 하며 화로 안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얼마후, 시뻘겋게 녹은 쇳물이 흘러나왔다. 이를 거푸집에 받아넣은 유한은 모루위에 반쯤 식은 단검을 올려놓고 두들겼다.

따앙!땅!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예전같으면 그냥 철의 몇몇결들을 따라 망치질을 했을텐데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레인 스킬!"

유한이 스킬을 발동하자 단검의 결들이 등고선처럼 파랗게드러났다. 과거의 희미했던 ,그나마도 몇 안되는 결들이 아니었다.

'이래서 스킬이 중요한거야'

유한은 결들을 골고루 두들겨 단검을 완성했다.

-상당히 우수한 품질의 단검이 만들어졌습니다.솜씨 좋은 대장장이의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솜씨가 2 올랐습니다.

생산 스킬 경험치가 80 올랐습니다.

그레인 스킬 경험치가 70올랐습니다.

-자갈밭도갈수 있는 단단한호미가 만들어졌습니다. 농부가 탐을 낼것 같습니다.

생산 스킬 경험치가 50 올랐습니다.

그레인 스킬 경험치가 30 올랐습니다.

물건을 만들떄마다 스킬 경험치가 팍팍 올라갔다.

"우허허허!이렇게 되면 중급 대장장이가 되는것도 금방이다!" 

무척 신이난 유한은 유저들에게서 구입한 광석을 모두 꺼내 D랭크 무구의 농사 도구들을 만들었다.

'그레인 스킬에 이런 묘용이 있을줄이야!'

전에도 대장간에서 결을 맞춰 무구를 만들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그레인 스킬을 사용하니 제작 시간도 줄고,제품의 품질도 급상승했다. 초보 대장장이인 유한이 거의 중급 대장장이는 되어야 능속하게 만들수 있는 품질의 도구들을 만들어 낸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기 님 ,이거 파시는건가요?"

언제 왔는지 도둑 계열로 보이는 유저하나가 유한이 만들어놓은 단검 앞에 쪼그려앉아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새파랗게 윤기가 도는 단검은 상점에서 파는 단검들보다 내구가 무려 30%높았으며 공격력과 방어력도 10~20%가량 뛰어났다. 단검을 주로 쓰는 도둑이 탐낼만했다.

"이거 좀 비싼데......."

유한이 슬쩍 튕기자,유저는 파리처럼 손을 삭삭 빌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백 골드밖에 없거든요.이거 모두 드릴테니 저한테 파세요"

100골드라면 상점보다 10%정도 비싼 가격이지만, 성능이나 내구를 감안하면 절대 손해는 아니었다.

"음,그럼 내가 손해 좀 보죠"

들어간 단가가 20골드도 채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한은 마지못해 물건을 건네는 척했다.

그뒤로 이와 비슷한 일이 몇번 발생했다.

"야!광장 서쪽에 제법 괜찮은 물건을 파는대장장이가 있다면서?"

"내 친구가 거기서 철검을 하나 샀는데 가격에 비해 성능이 꽤 좋다더라"

"저번에 수리 겁나 잘하던 유저있지? 바로 그 사람이래"

원래 중앙광장은 유저들이 모여 파티를 구성하고,정보를 교환하며,아이템을 거래하는 장소다.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탄 지그표 상품들은 어깨에 날개가 달린듯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아예 이쪽으로 나가버려?'

그깟 해커를 잡는게 무에 대수냐.

그냥 이렇게 재미나게 게임을 즐기는게 더 좋지 않느냐.한순간 들려온 유혹의 속삭임에 넘어가 버릴뻔한 유한은 얼른 고개를 내저은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힘차게 외쳤다.

"자,철광석 구합니다!동광석이나 구리도 구합니다!착한 가격 쳐드립니다!"

이번에는 방패와 어깨 보호구,쟁기와 같은 좀 전에 만들지 않았던 물건들을 만들어 보기로했다.

2

유한이 발덴의 중앙 광장에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지도 언 일주일이 다 되어 갔다. 밥 먹고 잠자고 검정고시 학원가는 시간을빼고 하루종일 도구만 만들었다.

단순작업에 질릴만도 했지만, 의외로 대장장이 일도 할 만했다. 다양한 종류의 무구가 완성될때마다 뿌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거기다 유저들이 자기 물건이 좋다며 칭찬까지 해주자 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 덕분에 솜씨를 30이상 올릴수 있었고,제련 스킬과 생산 스킬은 6랭크,그레인 스킬은 7랭크까지 갈고닦을수 있었다.

물론 돈도 많이벌었다.

유저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어 지그표 무구를 팔라는 바람에 나중에는 즉석에서 경매가 붙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헤에!대장장이도 할만하잖아?'

유한은 대장장이란 직업에 대해 새로 눈을 뜨게 되었다.

생산직이라 보잘것없고,항상 전투 계열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이런 재미도 쏠쏠했다.

"좋아,이제는 암 브레이크를 수련해 볼까?"

그레인 스킬이 7랭크에 들어선 이상,암 브레이클르 수련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암 브레이크를 익히겠습니까?>

유한이 스킬북을 꺼내들자 이번에도 빛의 요정이 나타나 물었다. 그런다고 하자 스킬북이 파라라락 넘어가며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암 브레이드(Arm Break)스킬]을 익히셨습니다. 무구나 병기를 부술수 있습니다.

드디어 그토록 염원하던 전투스킬을,아니 전투 스킬 비슷한 것을 익히게 되었다.

암 브레이크는 5랭크가넘어야 착용자에게 타격을 입힐수 있다. 하지만,5랭크 밑이어도 상관이 없었다. 암브레이크의 특징은 무구를 부수는데있다. 상대가 아끼면 아끼는 무구일수록 금전적, 정신적 데미지는 클것이다.

'크크크,나한테 시비거는 놈들은 장비를 모조리 깨버려야지'

내심 음흉한 미소를 지은 유한은 어제팔다 남은 단검을 하나 꺼내 놓았다. 그리고 그레인 스킬을 펼쳤다.

가지런히 한 방향으로 나 있는 결들이 보였다. 유한은 가장 취약해 보이는 지점을 노려 기욘의  검을 휘둘렀다.

"암 브레이크!"

-쿠쿵!암 브레이크에 실패하셨습니다.

수련 경험치 1 올랐습니다.

단검은 원래 목표로 했던 곳이 아니라 날의 이가살짝 빠지며 내구가 2 깎였다.

'제길!'

쉽지 않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였다.

결을 볼수 있다 해도 손이 익숙하지않으면 스킬은 성공하지 않는다. 물론 실패해도 내구는 조금깎을수 있지만, 상대에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것이다.

적어도 내구가 절반 가까이는 날아가야 상대가 화들짝 놀라 물러날것이다. 내구 2~3정도 깎고 말다가는 분노한 상대에게 맞아 죽기 딱 좋다.

'세상에 몰매 이겨내는 장사 없고,노가다 이겨내는 스킬없다!'

유한은 바츠시절의 교훈을 떠올리며 다시 암 브레이크를 준비했다.

과거 상위 전사의 스킬들을 익힐때도 무척애를 먹었다. 하지만, 무려 한달간에 걸친 노가다 플레이로 불가능해 보이던 스킬 숙련도를 마스터했다.

"암 브레이크!암 브레이크!암 브레이크!"

유한은 계속해서 암 브레이크를 구사했다. 엉뚱한곳을 때려 실패해도 굴하지 않았다. 단검을 다 소진하면 그 자리서 망치질을 해 다시 이어붙였다.

그런 유한의 행동이 무척 특이했던 모양이다

지나가던 유저들이 한번씩 그를 쳐다보았다. 대부분 멀쩡한 단검을 부수고 다시 이어붙이는 그의 행동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님, 단검이 필요없으면 저 주세요"

"쯧쯧,할일 없으면 필드에 나가 사냥이라도 하던가"

유한은 유저들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열심히 단검들을 부서뜨렸다.

그렇게 백여개의 단검을 부수고 다시 이어 붙였을때였다.

캉!

이전과는 다른 날카로운 파열음.내리치는 순간 손에 딱 느낌이 전해졌다.

-암 브레이크가 절반 성공했습니다.

경험치 15올랐습니다.

불완전하지만 스킬이 먹혔다. 조금 비뚤하지만, 그가 목표로 한결을 따라 단검이 두조각나 있었다. 내구도도 절반 가까인 떨어졌다.

절반이라지만 성공했다!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크하하하하핫!"

흥분과 희열로 가슴이 터질것 같았던 유한은 그 자리서 미친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지나가던 유저들이 깜짝놀라 '드디어 이놈이 미쳤구나'란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대장장이 지그의 겜생에 처음으로 공격 스킬을 익혔으니 손가락질 좀 받는다고 그게 무에 대수겠는가.

"흐음!그래,그러면 될것 같아"

좀 전의 감각을 떠올린 유한은 다시 단검을 붍잡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부서지는 단검의 숫자가 쌓여 갈수록 성공 확률은 조금씩 올라갔다.

3

검정고시 학원을 다녀온 유한은 게임에 접속했다. 그런데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효과음이 울리더니 안내창이 떠올랐다.

-쪽지가 왔습니다. 확인해주세요.

"채린이가 보냈나?'

자신에게 쪽지를 보낼만한 사람은 채린밖에 없었다.

같이 게임을 하잔건지,아님 무구의 수리를 맡기려는건지,그것도 아니면 다른 용무가 있는지.

유한은 일단 족지 함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쪽지는 채린에게서 온것이 아니었다.

"딜론?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발덴 지부장?"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지만, 하루에도 수십개의 길드가 생성되었다가 사라진느 아르페디아 온라인인만큼 크게 신경쓸것은 아니다.문제는 저들이 왜 자신에게 쪽지를 보냈느냐 하는것이다.

저들과 문제되긴 커녕 마주친 적도 없는 데 말이다.

'일단 열어 보면 알겠지'

유한은  곧바로 쪽지를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발덴 지부장을 맡고있는 딜론이라고합니다.

오늘 서신을 보낸 이유는 '수리의 달인'으로 불리는 지그님의 명성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지그님 같이 우수하고 장래가 촉망받는 장인과 관계 맺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거든 답장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지그님이 항상 영업하시는 중앙 광장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답장이 오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골드러시 상인 연합 발덴 지부장 딜론 드림.

"하하,뭐가 했더니 스카웃 제의로군"

바츠 시절에도 이런 쪽지가 왔었다.

고명하신 드래곤 슬레이어께서 우리길드에 오셔서 후학들을 이끌어주십사하는 쪽지들이 하루에도 몇통씩.

독불장군 바츠의 소문을 모르지 않을텐데도 어떻게든 줄을 대보려는 심산이었다. 유한은 모조리 씹어버렸고,그런 쪽지는 오는 족족 휴지통에 집어넣었다.

아르페디아의 고독한 늑대 바츠가 왜 길드에 들어야 한단 말인가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고있는데.

그러나 바츠는 죽었고,지금 유한은 지그를 키우고 있다.

'가입하면 수리를 핑계로 길드원들의 장비를 볼수 있겠지.상인 연합이니까 유명한 전사 캐릭은 없더라도 아이템 거래가 활발할터.거래 정보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수 있을지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한은 곧바로 달론에게 답장을 보냈다.

중앙 광장에서 자리를 잡은 유한은 언제나처럼 그레인스킬과 암브레이크를 수련했다.

몇번이나 단검을 부숴먹었을까. 답장을 보낸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유한의 앞에 부유한 상인 복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다.

외모로따지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사이.

계산적이로 날카로운 눈빛을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로 가리고 있는 전형적인 상인이었다.

"딜론님이십니까?"

"예<제가 골드러시상인 연합의 발덴 지부장 딜론입니다"

딜론은 유한에게 악수를 건네왔다.

"답잦을 받고 곧장 오는 길입니다. 어디 조용 한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할까요?"

딜론이 유한을 데리고 간곳은 동쪽 번화가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엔젤가든'이다.

아름다운 샹들리에에 대리석 조각과 청동 장식으로 치장한 아담한 2층 레스토랑 안엔 제법 고급 장비를 걸친 유저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환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있었다.

유한도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초보나 저렙들이 아닌 도 많은 중렙이나 고렙들이 이용하는 곳이었다.

고렙들은 초보 시절 발덴에서서 추억을 더올리고 금의 화향을 기분을 즐기기위해,게임사는 골드 회수를 위해 운영하고 있었다.

"일단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게 좋겠지요? 지그 님은 뭘로 드시겠습니까?"

여기서 꿀리면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 유한은 대차게 나가기로 했다.

"로블랑산 와인이랑,이오드 해의 다랑어 스테이크로 주세요"

"오,여기간판 메뉴를 잘 아는 모양이군요"

딜론은 내심놀랐다. 초조 대장장이에 불과한 유저가 당황한기색없이 엔젤가든의 대표 요리들을 ,그것도 비싼것들만 골라서 주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리가 나오자 유환은 능숙하게 와인을따라 마시고 절도 있게 요리를 썰어먹었다.

이건 절대 공략집만 보고와서 할수 있는행동이 아니다. 분명 많이 먹어본 솜씨다.

'부캐인가?본캐는 전사인 모양이군'

딜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유한이 시킨 메뉴 때문이다. 지금 유한이 먹는 두가지 요리는 전사 게통이 즐겨먹는 요리여다.왜 전사들이 즐겨 먹는가 하면...........

-적절한 식사는 건강에 보탬이됩니다. 하루동안 스태미나10%가 증가합니다.

게임시간으로 하루밖에 안되지만, 이렇게 스테미나를 상승시켜 놓으면 전투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돈있는 유저들은 이렇게 추억을 만끽하고 고급 요리를 먹어 스탯을 올려놓은 뒤 사냥르 나가곤했다.

"자,원하는것이 뭡니까? 이런곳에서 밥까지 사준것을 보면 다 원하는것이 있을텐데요?"

"이유야 뻔하지요.지그 님이 우리 길드에 가입하길 권합니다"

유한이 그럴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딜론이 보다자세히 말을 이었다.

"지그님은 초보시절부터 우수한 실력을 선보였기 때문에 많은 길드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고렙이 되신다면 그 수준의 다른 이들보다 월등한 것이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쪽지를 받은것도 골드러시 뿐인데요"

"저희 제의가 제일 빨랐던 거지요.다른 길드는 아직은 두고 보고 있을겁니다. 대장장이는 어낙 수련이 고되고 지켜워서 키우다가 접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그랬다. 미래를 보고 길드에 넣어 놨는데 캐릭터 키우는것을 접어버리면 대장장이에게 투자한 길드만 손해인것이다. 그래서 길드들은 대자장이의 수준이 중렙을 넘어지면  가입을 제의하곤했다.

"하지마 저희는 다릅니다. 100명중에 1명을 건지는 한이있더라도 일단 투자를 한다는게 저희 길드의 방식이지요"

확실히 상인 기질이 느껴지는 딜론이었다 .혹시 현실에 상업이나 마케킹쪽이아닌지?

"자금 많은가보네요"

"상인 연합이라 하지 않았습니까.우리 길드원들 대부분이 상인들입니다"

딜론의 말에 따르면 골드러시는 오픈 베타 테스트때부터 있었던 길드 5개가 연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상인과 장인들을 중심으로 포섭,1000여명의 길드원을 확보한 중간 규모의 길드였다.

"우리 길드의 최종 목표는 아르페디아의 상권과 유통을 지배하는겁니다"

순간 딜론의 눈빛이 번득이더니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상인이었는데,지금은 무슨 혁명가 처럼 보였다.

"지금님도 알겁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생산직들이 얼마나 고되게 게임을 하고있는지 말입니다"

"뭐,그거야 각오하고 하는거니까........"

"물론 각오는 했지요.하지만 대놓고 괄시받을 이유까지는 없잖습니까? 왜 우리가 전투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를 당해야 합니까 ?이런 불합리한 사고가 만개한것이 부당하다 생각하지는않습니까?"

사실이 그렇다.

전투 직업군들은 생산직들을 사냥터에서 파티에 끼워주지도 않고,간혹 끼워주더라도 허드렛일만 시킨다.

길드에 가입한다 해도 역시 대우는 마찬가지.전사나 마법사 계열들보다 은근히 차별 대우는 받고있다.

오로지 전투에서 싸우거나 지원할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생산직들의 불만과 하소연이 매일 게시판에 올라왔지만,게임사는 묵묵 부답하고 있었다.

"우리가 뭉치면 저 오만한 전투 직업군들에게 한벙 먹여줄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들에게 그 어떤것도 공급해 주지않을수 있다는것이지요.그들이 필요로 하는 수제 무기나 장비역시 꿈도 못꾸게 만들수 있는겁니다"

아무래도 골드러시의 탄생 배결에는 생산직들의 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저런식으로 상인과 장인들이 대동단결한다면 전사들이 꽤나 괴로울 듯싶엇다.

물론 전사들에게는 최후의 보루로 NPC상인들이 있긴 하지만 ,상당히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고,안정적인 물품 공급을 받지 못하면 게임을 즐기는데 애로사항이 꽃필것이다.

"어떻습니까? 우리들의 대의에 동참하는것이?"

"흐음 ,뜻은 좋지만 좀 위험한건 아닙니까?"

"절대 운영자로부터 제제당할 짓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시스템을 장악하는것입니다"

그럼 다행이다.

요즘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인기를 끌자 어떤 길드는 계획적으로 시세 조작에 나서거나 현질을 빙자한 사기행각을 벌여 길드원 전원이 계정을 압류당한 적도있었다.

"만약 지그님이 골드러시에 가입하시면 저희는 지그님의 수련에필요로 하는 모든 물품들을 지원할 의사가 있습니다. 고랭크 스킬을 올리기위한 금,은은 물론이요.니켈,크롬 같은 특수 금속까지 제공하겠습니다. 그리고 레벨업에 필요한 제반 정보들을 제공할 의사도 있습니다"

달콤하게 들리는 말이기는 한데 한가지 걸리는것이 있었다.

"하지만 받는 만큼 내놓는게 있어야겠죠?"

유한이 바츠 시절 길드에 절대 가입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일단 회원이 되시면,게임을 하다가 익히는 노하우들을 길드에 알려야합니다. 그리고 생산한 수제 물품들을 전량 납품해야합니다. 롱소드를 기준으로 일주일에 이백개정도면 충분하겠군요"

"일주일에 이백개라......."

유한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지원을 아낌없이 해주는 대신 길드에 얽매이는것이 아닌가.

"랭크가 올라가면 납품 묵록의 질과 수량도 다라지겠죠?"

"만족할만한 금액을 지불할것이니 지그님께 손해되는 일은 없을겁니다"

딜론은 유한이 대장장이로서 생산에만 전념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장장이 유저들이 그럴지라도 유한은 다른 사정이 있었다. 그가 대장장이를 키우는 이유는 바츠의아이템을 추적해서 해커를 잡기 위함이다.

골드러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그리고 또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 알수는 없지만, 한곳에 묶여 있을수는 없다. 어느정도 수준이 되면 여러 길드들과 접촉하여 장비와 아이템을 살펴볼 계획이기 때문이다.

"말씀은 고맙지만, 전 어디에 얽매이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유한의 말에 딜론은 실망 어린 눈빛을 보였다.

"생각을 잘하세요.스킬을 높이기 위해서 들어가는 돈은 대장장이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홀로 자금을 마련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것은물론,재료를 제대로 구할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대장장이 유저들이 중간에서 접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대장장이가 스킬과 스탯을 올리려면 물건을 자꾸 생산하는 수밖에 없는데,그러려면 재료비가 등골이 휠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

그중에는 돈을 주고도 살수없는 희귀한 재료들도 있어 상급 대장장이가 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다른 직업군들도 나름대로 캐릭을 키우는데 힘이 들지만, 전투 계열에 비해 생산직 게열이 좀 더 힘든것은 분명했다.

상위 랭크 50인의 면면만 봐도 알수있다.

50인중에 생산직 유저는 한손에 꼽을정도로 드물었다.

"저도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얽매이는것이 싫군요"

유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딜론이 화들짝 놀라 그의 소매를 잡았다.

사실 초보 대장장이 하나 가입하든 안 하든 상고나은 없다. 길드에 소속된 대장장이의 수만 이미 수십명은 된다.

그러나 딜론이 며칠동안 지켜본바에 따르면 유한은 다른 대장장이들과 다른 뭔가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 소년을 엄청난 대장장이로 키울것이 틀림없다.

"하하하,성격이 급하군요.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준회원으로 가입하면 됩니다"

"준회원요?"

"게임상으로 등록되는 길드원은 아니고,인터넷에 있는 저희 골드러시 길드홈페이지에 가입을 하면 준회원으로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길드원도 아닌데 홈페이지에 가입할수 있습니까?"

"사실 안되지만, 제 직권으로 허락하는겁니다"

"물론 공짜는아니겟지요?"

딜론은 어린놈이 정말 조심성이 많구나 싶었다.

보통 유리한 조건 하나만 걸면 뒤는 듣지도 않고 덥썩 무는 녀석들이 많았다.

특히 유한 나이대의 소년들이 말이다.

그러나 유한은 현실의 더러움을 충분히 보았고,게임사의 야박함과 약관의 냉정함을 두루두루 경험했다. 달콤한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게 된것이다.

"준회원이 되면 일단 제 메신저로 관리가 됩니다. 지그님은 그저 매주마다 생산한 물품을 저에게 넘기면 됩니다. 앞에 이야기했던 노하우도 제공해 주면 고맙겠고요.물론 노하우 제공시에는 보상이 따를겁니다"

"길드의 정보는 열람할수 없습니까?"

사실 유한이 제일 탐을 내는것은 이것이엇다.

"정보를 원하면 회원등급을 상향시켜 주겠습니다. 단,정보의 가치에 따라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유한은 이 조건이 맘에 들었다.

까다로운 조건도 없고 그냥 물건을 만드는대로 넘기면 그만이다. 정보도 마찬가지고.

"좋습니다. 그럼 준회원으로 가입하겠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정회원 신청을 하십시오"

딜론은 옅은 미소를지었다.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성과는 이뤄냈다. 그는 쪽지에 뭔가를쓰더니 유한에게 넘겨주었다.

"우리 길드의 홈페이지 주소입니다"

"혹시 개인정보가 누설되지는 않겠지요?"

유한은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해킹을 당한 뒤로는 이런데 많이 민감해졌다.

"우리 길드는 상인 연합니다. 신용을 최고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입시 다른 개인정보는 필요없습니다.이메일 주소 하나와 지그 본인이라 증명할수 있는 스크린샷 한장이면 충분합니다. 그럼 24시간안에 준회원으로 가입시켜 드리겠습니다"

믿고 거래만 하겠다는데 유한은 더이상 물어볼것도 없었다.

그렇게 유한은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준회원이 되었다.

4

이튿날,유한은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준회원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강유한 너 많이 변했다. 길드에도 가입하고"

비록 준회원이지만, 그리고 필요 때문이라지만 이렇게 누군가와 협력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바츠 때만 해도 독불장군으로 쏘다녔는데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것은 해커 때문이다. 그 망할 놈이 바츠를 없앰으로서 유한의 플레이 스타일까지 비틀어 놓았다.

별 볼일 없게 여겼던 생산직을 하게 되었고,채린과 재회해서 파티 플레이도 해 보았다.

거기다 이젠 길드까지 가입했다.

'뭐 나쁘지는 않잖아'

생산직이라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름길이 있었고,생산이란 활동 자체에도 나름 보람이 있었다.

파티같은건 남의 뒤치다꺼리나 해줘야 하니 짜증 날것 같앗지만,채린과의 탐험은 오히려 즐거웠고 덕분에 새로운 방식으로 던전을 돌파하여 숨겨진 보상방에 가 보기도 했다.

길드에 가입함으로서 얻는 이득도 있을것이다.

바츠 시절에 이렇게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바츠는 생산직이 아니니 여러모로 입장이 달랐을것이다.

"언제까지 옛날 생각만 할수는 없지"

중요한건 현실이다.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바꿀수 있다면 모를까.

유한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중요했다.

지그를 잘 키워서 해컬르 잡는 첨병으로 삼아야한다.

그리고 그 외에도 잘 이용을 해야한다. 이를테면......

"크크크,라스트모히칸이라고 했지?그 비곗덩어리 자식 피눈물 흘리는 꼴을 봐야 하는데"

이미 사악한 대뇌는 모든 계획을 짜 두었다. 제르스와 알덴때처럼 .

유한은 콧노래를 부르며 게임에 접속했다.

발덴 중앙 광장에는 언제나처럼 많은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에는 유한이 접속하기를 기다린 이들도 있었다.

"오 ,지그님왔네요.제 칼좀 수리해 주세요"

"요새 무기 새로 만든건 없어요?"

"철광석 모아 왔거든요.이걸로 갑옷 좀 만들어 주시렵니까?"

"멀쩡한 칼 그만 부러트리고 일 좀 해주세요"

이미 지그는 발덴의 유명인사.

아직은 발덴과 그 인근 지역에서만 유명할 뿐이지만, D급 장비만이 아니라 희귀한 장비들도 손보게 되면 더 멀리,더 위험한 필드에 있는 고렙들에게까지 유명해질것이다.

"님아,님아!님이 발덴에서 수리 킹짱이라는 대장장인가여?"

암브레이크 수련을 잠시 멈추고 유저들을 상대로 장사 좀하려는데 웬 초딩하가 새치기를 하며 나타났다.

그냥 초딩이아니라 갑부 초딩이었다.

레벨은 얼마나 되는지 알수 없지만, 걸치고 있는 장비는 화려했다.

D급이지만 극악의 드랍율과 멋진 디자인때문에 부르조아 장비로 공인된 레인저 세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제르스와 알덴이 채린의 환심을 사려고 바쳤던 그것이었고,유한도 바츠 시절 힘들게 모았던 장비였다.

그외에도 몇 가지 비싼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건 패스.

"아 올만에 발덴 왔는데 절라 짜증!레인저 셋 질렀는데 상인 놈이 활 내구 20닳은 거  판 거심!"

'한국어로 해,자식아'

유한은 괜히 짜증이 났다. 눈치없는 초딩은 유한에게 레인저의 활을 내밀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암튼 찌질 대장장이한테 맡기면 내구 즐 될것 같아 님이 잘 고친다고 해서 왔삼.내구 깎지 말고 고쳐 주라능.내구 하나라도 깎으면 캐허접이라 소문낼 거심"

'이놈을 암  브레이크의 제물 1호로 만들어 버릴까'

문득 이런 생각이들었다. 주변 유저들도 이 건방진 갑부 초딩을 방법하기를 원하는듯했다.

그러나 유한은 욕구를 억누르고 활 수리에 들어갔다.

초딩과 싸워봤자 득될게 없다.

시위를 풀고 활대를 감싸고 있는 장식들을 떼어냈다.

그리고 백단목과 황동으로 된 궁신(弓身)을 그레인 스킬로 살펴보았다.

불게 드러나는 균열들을 노려보던 유한은 깜짝 놀랬다.

'이,이건!'

시위를 거는 활 끝의 구석.

혹시나 해서 살펴봤는데 있었다. 희미하고 작지만, 구석에 새겨진 글자는 그것임이 분명했다.

바츠(Vatzz).

이 레인저의 활은 바로 유한이 소유했던 장비였다.

"드,드디어 찾았다!"

(대장장이 지그 2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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