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1
던전 2층은 1층보다 유저들이 훨씬 적었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2층던전이 더 위험하고,구조상 유저들이 몰려다니며 사냥할수 있는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칠흑같이 어둡고 오싹할 정도로 조용한 던전 안을 유한과 채린은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내디뎠다.
'히잉!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둡잖아'
채린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던전의 어둠에 치를 떨었다.
워낙에 어둡다 보니 환경설정에 들어가 밝기와 감마,대비를 각각조정했지만 ,그래도 앞을 제대로 살필수 없었다. 그나마 처음보다 좀 나아진게 다였다.
"지그야,뭐가 보여?'
"쉿!몬스터들은 소리에 에민하니까 목소리를 낮춰"
유한은 채린의 손을 잡고 앞장서 가고 있었다. 한발짝씩 내디디면서 주변을 아른거리는게 없는가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다.
"으읏, 아무것도 안보이니까 괜히 무서워지는것 같아"
채린은 유한의 손을 잡는것을 넘어 아예 팔을 꼭 붙들었다.
어둡고 고요하고 으스스한 느낌이 완전 유령의 집에라도 들어온듯했다.
'이 녀석 이런데 약하구나'
언제나 활달하기만 한 채린에게 이런 모습이있었을 줄이야.
사실 어둠에 익숙하지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둠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날수록,그리고 혼자일수록 더욱 큰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그때문인지 채린은 더욱더 유한에게 바싹 붙고 있었다.
뭉클!
채린이 끌어안은 팔쪽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통감 옵션을 올리면 좀더 생생한 기분을 느끼겠지만, 최대로 올린다 해도 촉감과 통감이 실제같진 않다.
'헤에!채린이 녀석 제법 글래머잖아'
어릴땐 삐쩍 마른데다 피부까지 새까매 성별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아니,초등학교 1학년까지 같은 남자인줄로만 알았다.
그런 채린이 여자란것을 알게된것은 2학년때 같은 반 짝궁이 되면서다.같이 화장실 가자고 했다가 걷어차인뒤 녀석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후후후!'
채린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걷던 유한은 어느순간 발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앞쪽에 뭔가 있었다.
어둠속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청각과 시각등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니 뭔가 잡히는게 있었다. 삐걱거리는 관절소리와 어스름한 실루엣.
목인병이었다.
'주변에 다른 놈들은 없나?'
목인병은 홀로다니지 않는다. 근거리 공격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멀지않은 곳에 다른 놈들이 있었다.스켈레톤 병사와 던전 2층부터 등장하는 스켈레톤 나이트였다.
레벨 40의 스켈레톤 나이트는 스켈레톤 병사보다 좀더 상위의 마물로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분명 한녀석을 공격한다고 소란을 피우면 주변의 다른 녀석들도 달려들터.
유한이 가만히 서있자 채린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 왜 걸음을 멈춘거야?"
"앞에 몬스터가 우글우글해"
"정말? 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귀를 기울여봐.뭔가 이상한 소리가들릴거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않았지만, 채린은 유한의말을 믿기로 했다. 던전 안에서 조심해 손해 볼것은 없으니까.
"그럼 우리 빙돌아서 가는거야?"
"아니,저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해.길은 여기밖에 없으니까"
"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쉿!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유한이 경고했지만 늦었다. 채린의 말소리가 들리자마자 몬스터들이 반응을 보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얼른 뛰어!절대 손을 놓으면 안돼!"
유한은 채린의 손을 잡고 곧장 앞으로 달려갔다. 채린이 아프다고 꿍얼대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여기서 꾸물거리다가 몬스터들에게 포위되는 날에는 둘다 바닥에 드러누워야 했으니까.
"끼이이이이!"
"끼끼끽!"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쫓아왔다.
유한은 계속 달렸다. 중간중간에 가로막는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우회하거나 놈들 사이의 틈새로 날렵하게 빠져나갔다.
그에게 있어 어둠은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듯했다.
'2층은 구불구불한 미로로 되어 있어 1층처럼 계속 쫓아오지못하지'
2층 던전은 갈림길이 있고,코너도 군데군데 있었다.
때문에 몬스터들은 추격을 하다가도 목표를 쉽게 잃어버리곤 했다.유한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길을모르면 어둠속에서 헤매다 몬스터에 죽을수 있지만, 바츠 시절에 데보라 던전의 지리를 통달해놓았기에 눈감고도 길을 찾아갈수 있었다.
'문제는 그래도 쫓아오는 놈들이 있다는거다'
간신히 몬스터를 떨어트려 놓는다해도 금세 3~4마리씩 나타나 따라왔다. 중간중간에 새로 리젠되는 몬스터들이었다.
1층이라면 이런놈들은 동굴 구석에 숨거나 벽에 붙어서 쥐 죽은듯 있으면 피할수 있다.
그러나 2층은 폭이 좁은 미로라서 숨을 곳이 마땅찮았다. 부딪쳐서 발각당할 가능성도 높았다.
그때는 비장의 방법을 쓸수밖에.
"죄송합니다. 이놈들 좀 부탁할게요"
"앗!뭐하는거야!"
유한은 중간중간 만나는 파티들에게 몬스터들을 맡겨놓고 도망갔다.
이런식의 떠넘기기는 바츠시절에 고안한 방법이다.
사냥을 하는데 방해하거나 몹을 가로채는 비양심파티에 이런식으로 몬스터를 곱뺴기로 넘기곤했다.
물론 자주하지는 않았다. 자주하면 꼬리를 밟힐테니까.
"다 왔다!"
유한이 채린이를 데리고 온곳은 2층 던전 중앙의 작은 광장이었다. 2층 로비처럼 환한 이곳에는 몇몇파티가 모여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헉헉!숨차다.그런데 여기는 몬스터가 안나오나 보네?"
주위를 둘러본채린이 가쁜 숨을 가누며 물었다.
"일명 '휴게실'이라고도 불리는 안전지대야"
"나도 던전이나 사냥터에 안전지대가 있다는이야긴 들었어.그런데 지그 넌 이곳에 안전지대가 있는걸 어떻게 알았어?'
채린의 물음에 순간 유한은 말문이 막혔다.
"난 어두워서 앞도 보이지 않는데 넌 몬스터들을 피해서 길도 척척 찾아내더라"
"그,그건........"
"뭔가 이상해.아니,수상해!너 설마 나보다 먼저 여기 와본거 아니야? 실은 이 게임을 미리 해보았다든지"
궁지에 몰린 유한은 필사적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냐.이런거 공략 사이트를 둘러보면 다나와.공략사이트를 뒤지다 보면 숨은 고수들이 알려주는 팁(Tip)을 적잖게 건질수 있어.난 대장장이 라서 약하잔아.던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것들을 알아두는게 중요하다 싶어서 주사를미리 좀했어"
"응,그랬구나. 난또 그런줄도 모르고"
유한은 간신히 채린의 의심을 잠재울수 있었다.
공략 사이트라는 핑계가 생각나지 않았다면 자칫 바츠시절의 전과를 구구절절 읊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둠을 꿰뚫어보는 방법도 거기서 안거야?'
'뭐 그런셈이지"
유한의 대답에 채린은 두눈을 반짝였다.
"그럼 나도 설명만 들으면 어두운데서 앞을 볼수 있겠네"
"그,그건 좀............"
바츠 시절에 쌓은 오래된 경험과 감각이 있기에 가능한것이지.아무나 익힐수 있는 요령은 아니다.
유한이 곤란한 표정을 짓자 채린은 가르쳐 달라고 뗴를 썼다.
결국 유한은 그녀에게 요령을 가르쳐 주기로했다. 어두컴컴한 던전안에서 계속 손을 붙잡고다닐수도 없는 노릇이고.......
'채린이 배우면 한결 수월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유한은 채린을 데리고 어두운통로로 나왔다. 안전지대와 가깝기에 몬스터가 리젠되지않는곳이다.
"어둡다고 지레 겁먹지말고 집중해서 잘살펴봐.어둠에 익숙해지면 상대의 실루엣을 어렴풋하지만 알아볼수 있다고했어"
일명 암(暗)적응을 이용한 방법.
"그리고 눈으로 보려고만 하지마.눈으로 보는동시에 귀로 소리를 들어야해.소리를 듣고 방향을 파악하고 소리의 크기에따라 거리를 계산할줄도 알아야해"
유한은 소리를 듣고 위치와 거리를 유추하는 방법을 설명해줬지만 ,채린이 과연 어디까지 이해할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확실히 채린도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까다롭네.그냥 저기 쉬는 사람들에게 랜턴 하나 달라고 하면 안될까?"
"그래도 상관없지.다만 지금 우리가 불을 환하게 켜고 던전을 걸어가는것은 '나 잡아 잡수세요'하는거랑 똑같아"
초보궁수와 초보 대장장이로 이뤄진 파티는 그래서 서러웠다.
"알았어,너도 익혔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채린은 자신감을 갖고 배워보기로 했다.
사실 두사람은 얼마든지 쉽게 갈수 있었다. 저기 쉬고 있는 파티들에 끼워달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유한은 물론이고 채린도 그런식으로 기생해서 던전을 탐험하기는 싫었다.
거기다 두사람이 초보 궁수에 초보 대장장이라는걸 안다면 거절당할 공산도 높았다. 파티에 도움이 되긴커녕 경험치만 가져가는 거추장스런 존재로여길테니까.
이미 고생을 각오했던 바,어떻게든 둘이서 데보라의 던전을 뚫어야했다.
'후후,이 요령을 배우면 랜턴 값을 굳힐수 있겠...........'
쓸데없는 생각으로 잠깐 집중력을 흐트린 채린이 악 비명소리를 냈다. 옆구리를 뭔가 푹 찌른것이다.
몬스터의 공격은 아니었다.
유한이 던전 바닥에 구르는 나뭇가지를 집어들고있었다.
"딴 생각하지말고 집중해"
"야,너!갑자기 그런식으로 찌르는데 어딨어?"
채린은 유한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주먹은 허공을 갈랐을뿐이다. 다음순간, 나뭇가지가 이마를 떄리고 지나갔다.
"아얏!지그 너!"
"집중을 해서 찾아봐.내가 지금 어느쪽에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 파악해 보라고"
절대 쉽게 익힐수 있는게 아니다. 유한은 채린이 그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물론 채린은 유한이 바츠였던 걸 모른다. 그래서 유한도 금방익힌것을 나라고 못하겠냐는 당찬 생각을 하는 모양이지만,그런 그녀의 자신감은 유한의 자존심을 슬쩍 건드렸다.
바츠는 사라졌어도 바츠의 감각과 지식은 지그에게 계승되고 있었다. 아무리 채린이 모른다해도 그것을 깔보게 놔두고 싶지는 않았다.
물컹!
유한은 순간 깜짝놀랐다.
여유있게 채린을 능락(?)하던 중이었는데 ,방금전에 나뭇가지가 위험한곳을 찌르고말았다.
바로 채린의 착한 가슴을.
"뭐야,강유한!너 인마 죽을래!"
"으악!"
분기충천한 채린이 유한이 있는 쪽으로 화살을날렸다. 호아급히 옆으로 구른 유한에게로 화살이 계속 날아와 퍽퍽 박혔다.
"미안!일부러 한건 아니야!"
"계획적이었지,이 엉큼한 자식아!"
화살은 계속 날아왔다. 유한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준 덕분에 채린의 감각은 100%아니 200%까지 올라갔다. 유한이 어디로,또 얼마나 멀리 피하는지,채린은 모두다 파악했다.
"나와,인마!바위뒤에 짱 박혀 있으면 모를줄 알아!"
그렇게 유한의 도움(?)덕분에 채린은 어둠속에서도 사물을 알아볼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다.
2
채린이 성공리(?)에 훈련을 마치자 유한은 주섬주섬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가 서둘러 착용한것은 아래위 한벌의 스케일아머와 나무에다 쇠를 덧씌워 만든 라운드 실드였다.
"뭐야? 너 장비를 갖고 있었어? 지금까지 왜 숨긴거야?'
"숨긴게 아냐.몬스터들을 피해 달릴때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서 안꺼냈을뿐이야"
무게가 늘어나면 방어력은 좋아질지 몰라도 민첩성이 떨어진다.
이 아이템들은 제르스와 알덴을 누명 씌운다고모았던 것들중 일부였다. 다급하게 처리하느라 좋은것을 남겨두지 못했지만 쓸만한 것들은 챙겨두었다.
"이제부턴 각오해야해.아까처럼 마냥 달릴수가 없으니까"
"몬스터가 길을 막고 있기라도 한단 말이야?"
던전 3층으로 내려가자면 가장 좁은 3개의통로들을 지나야 했다. 그 좁은통로에는 몬스터들이 일렬로 나열되어 포진해 있었다.
길이 좁다보니 한거번에 몰려오는 일은 없지만,지나가는 사람 입장에선 몬스터를 반드시 상대해야 했다.
유저가 파티나 전사 계열일때는 손쉽게 돌파할수 있다. 나타나는대로 차례차례 각개격파를 해버리면 되니까.
게임사에서도 앞의 미로에서 길을 헤매고 몬스터들과 난전을 벌인유저들이 잠시 쉴수 있도록 만들었다. 쉽게 경험치를 쌓을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보너스 구간이라고 할까.
하지만, 초보 대장장이유한과 초보 궁수 채린에게는 오히려 난코스나 마찬가지였다.
"내가선두에서 막을테니까 넌뒤에서 활을 쏴줘"
그렇게말하며 유한은 채린에게 한가지를 건네주었다. 자신이 목에 걸고 다니던 티케의 부적이었다. 특별아이템 치고 방어력 2상승에 마법 방어력 10%증가라는 빈약한 옵션밖에 없는 물건이다.
"이게 뭐야?"
"이벤트 당첨돼서 받은거야.별로 좋은 건 아니지만 궁수는 방패나 중갑을 못끼니까 너한테 필요할거야"
"웃긴 아이템이네.재수가 좋아진다며 왜 방어력을 높여주지?"
"글쎼.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슬슬 가볼까?"
무장을 완료한 유한은 채린과 함께 앞으로 나갔다. 얼마쯤 가다보니 첫번째 좁은 통로앞에 도끼를 든 스켈레톤 병사 하나가 서 있었다.
"앞에 뭔가 희끄무레한것이 아른거리는데 몬스터맞지?
"그래,아직 우리를 감지하지 못한거같아"
채린은 호라에 화살을 재었다. 기습할수 있는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맞아라!트리플 샷!"
화살3발이 어둠속을 가르고 날아갔다. 순간 채린의 목에 걸린 티케의 부적이 약한 빛을 발했지만,채린과 유한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전방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탁!타탁!
"와!세발 다 맞았어!"
채린이 기뻐서 소릴 질렀다. 발걸음 소리만듣고 날린 공격인데 다 명중했다.
"으랏차차차!"
유한은 화살이 날아가는 순간에 이미 몸을날리고 없었다.그의 임무는 화살 공격에 피가 닳은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엇다.
스켈레톤 시리즈의 약점은 등뼈 하나로 버티고 있는 허리,그리고 목.
일격 필살!
유한은 기욘의 검을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바삭 부서지는 소리가 울리더니,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크리티컬이 떠졌습니다.
경험치를 110얻었습니다.
-98골드를 얻었습니다.
랜턴을 얻었습니다.
"또있다!"
스켈레톤 병사를 해치운것을 기뻐할틈도없이 둘은 곧장 정면에 있는 또다른 몹에게 곧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파워샷!"
매서운 소리를 울리며 날아간 화살은 목인병의 복부에 적중했다. 피가 쭉 닳았지만,그걸로는 부족했다. 유한은 돌진하며 검을 마구 휘둘렀다.
퍽퍽퍽!
조금전과 같은 순서로 채린이 활로 선제공격하고,유한이 남은 피를 깎아낸다.
다른 몬스터들도 같은 방식으로 하나씩 쓰러트렸다. 어둠속에서 조용히 다가가 정지된 몬스터를 기습하니 성과도 좋앗고,경험치고 쑥쑥 올랐다.
-경험치 115를 얻었습니다.
-130골드를 얻었습니다. 화살 20발을 얻었습니다.
-레벨 40이 되셨습니다.
민첩성이 1 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 올랐습니다.
한마리씩 상대하다 보니 레벨 업에 시간이 좀 걸리는게 아쉬웠다. 그러나 어쩔수 가없었다. 지금 유한은 대장장이 지그이지 전사 바츠가아니니까.
'그래도 생각한 것보다 쉽네'
공격력과 방어력이 약한 두사람이라 고전할거라 생각했다.
채린이 초반에 몸의 피를 얼마만큼 깎아주느냐에 따라 유한이 마무리를 쉽게하느냐 어렵게 하느냐가 결정되는데,유한이 처음 예상한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사냥이 진행되고 있었다.그것은 채린의 사격 명중률이 상당히 높게 나오는 덕분이었다. 거기다 트리플 샷이라든지,파워샷 같은 스킬의 크리티컬확률도 높았다. 대략 10발중에 6발 정도가 크리티컬이 발동하고 있었다.
'궁수가 다른 직업에 비해 크리티컬율이 높다지만, 6할이면 거의 명궁 수준인데.........'
과연채린이 크리티컬을 잘 터트리는 비결이 무엇일까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유한은 한순간 휘청했다.
몬스터의 공격 때문은 아니다.
유한은 HP가 바닥난 스켈레톤 병사를 완벽히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며 공격력이 절반이하로 뚝 떨어진것이다.
'아차,이런!'
유한은 자신이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무엇을 실수했는지 깨달았다. HP는 신경 쓰고 있었으면서 스테미나는 살피지 않았다.
흉성이 치민 스켈레톤은 곧장 반격을 폈다. 유한은 스켈레톤의 공격을 막아내며 뒤로 벌렁쓰러졌다. 스테미나가 바닥나서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이번엔 일부러 쓰러진거였다.
"시아야,한방더!"
"알았어!"
유한이 위기에 처했단것을 안 채린은 곧바로 스켈레톤에게 화살을 날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들리더니 곧 해골이 부서지는 소리가들려왔다.
-경험치 110을 얻었습니다.
-113골드 얻었습니다.
"헤,큰일 날뻔했네"
유한이 바닥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휴,바보야.스테미나가0이 되는것도 모르고 있었어?"
파티창으로 알수 있는 항목.그러나 채린도 유한의 스태미나가 바닥이난것을 몰랐다. 그만큼 둘 다 전투에 몰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칼질만으로 스태미나가 0이 되어 버리다니'
칼을 한번 휘두르면 스태미나가 1닳는다. 그러나 그정돈 금방 회복이 된다.
유한이 스태미나에 별 신경을 안썼던 데도 이유는있었다. 갖가지 공격스킬로 스태미나를 많이 소모한느 전사 계통과달리,대장장이는 스태미나를 크게 소모할 일이 없었기 때문.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신경 끈것이 오판이었다.
공격 스킬이 없는 만큼 검을 몇배나 더 휘둘러야 했기 떄문에 스태미나의 소모가 자연 회복 속도를 추월해 버린것이다.
"자,이거마셔서 스태미나 보충해"
채린이 건네준것은 유리병에 든 우유였다.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유한은 뚜껑을 따고 우유를 마셨다.
"이거 옛날생각나네.2학년 소풍때였지? 그때도 내가 너한테 우유줬었잖아"
"그래,바나나 우유였지.그때 죽을뻔했는데 왜 잊겠어?"
당시 소풍날 점심시간,엄마가 아줌마들과 수다떨고 있을때 유한은 채린과 나란히 앉아서 김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너 그때 김밥이 목에 걸렸잔아.내가 준 바나나우유가 아니었으면 황천길갔을거야"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라 주장하는 채린에게 유한ㅇ느 조용히 말을 붙엿다.
"바나나 우유,유통기한이 일주일넘은거였어"
"그,그랬나?"
유한은 똑똑히 기억하고있었다. 그걸 마시고 3일동안 설사에 구토로 죽을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게임이라서 참 다행이었다.유통기한 걱정을 안해도 되니까.
옛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휴식을 취한 두사람은 계속 앞으로 나갔다.3층던전으로 내려가는 통로에 거의 다다랐을때쯤.갑자기 그들 앞에 거대한 몬스터 하나가 리젠되었다.
3미터 크기에팔다리가 웬만한 유저의 허리보다 더 굵은 우드 골렘이었다.우드 골렘 한마리로 통로가 꽉 찬 든했다.
"꺄아,이게 왜 여기에!"
지금까지 목인병과 스케레톤 시리즈는 둘이서 힘을 합쳐 잘 쓰러트려 왔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나타난 우드골렘은 다른 몹들과 수준이다르다. 중간 보스라서 레벨도 훨씬높고,나무로 되어서 방어력이 좀 약하다는것 빼고는 저렙들을 상대로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했다.
그래서 유한도 이곳까지 오면서 우드골렘이 안나타나기를 기원했었다.하지만, 이렇게 나타나 버렸고,여기는 둘러갈길 없는 외통수.
빠각!
"크아악!"
"지그야!"
우드 골렘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나선 유한은 놈이 휘두른 팔에 맞아 날아갔다.그나마 비켜 맞았으니 망정이지 제대로 맞았다면 한방에 게임 오버되었을거다.
"파워샷!"
채린이 뒤에서 필사의 공격을 날렷다.티케의 부적이 은은하게 빛난 순간,채란의 파워샷에서 크리티컬이 터졌다.
우드 골렘은 기우뚱했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그뿐이었다.
"위험해!물러나있어!"
HP포션을 입안에 쏟아부은 유한은 채린을 안고 바닥에 쓰러졌다. 육중한 우드골렘의 팔이 두사람의 머리를 스치고 벽을 부쉈다.
엄청난 굉음이 두사람의 귀청을 때렸다.
'쳇!바츠였다면 한방 감이었을놈인데'
그러나 투덜거리고있을틈이 없다. 곧장 일어난 유한은 기욘의 검으로 우드 골렘의 허리를 후려쳤다.
퍽퍽!
열심히 때려보았지만, 대장장이 지그가 입힌 타격은 겉표면에 흠집을 낼 정도에 불과했다. 체력도 얼마닳지 않았다.
'제길!공격 스킬만 있었어도..........'
우드 골렘의 HP를 팍팍 깍을수 있었을것이다.
'이놈의 게임사는 왜 대장장이에게 공격 스킬을 안주는거야?대장장이들은 사냥을 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아무리 생산직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는 처사 아닌가.
해커를 쫓기 위함이라지만 ,대장장이를 선택하고 나서 이토록 후회해보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원통해 하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우드 골렘이 파리채를 휘두르듯 팔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빨리 방패를 들어올려 막았다.
퍼엉!
방패가 단 한방에 내구의 반이닳아버렸다.
"오냐,네가 죽나 내가 죽나 어디 한번 해보자!"
두려움보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때부터 우드골렘과 유한의 본격적인 타격전이 시작되었다. 유한은 방패가 부서지면 갑옷으로 막고,갑옷마저 내구가 닳으면 HP포션을빨며 버텼다.
"지그야 !안되겠어.우리 그냥 도망가자"
뒤에서 화살을 계소 날리던 채린이 외쳤다.쏘고 쏴도 우드골렘의 피가 닳지 않으니 질릴만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던전을 헤매며 고생한것이 모두 허사가 된다.
"잠깐!"
뒤로 물러나 숨을 고르던 유한의 머리에 순간 뭔가 번뜩였다.
그는 기욘의 검을 집어넣고나무를 할때 쓰던 도끼를 꺼내들엇다. 무기를 바꾼 이유는 단 한가지 때문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장작이나 패보자!"
"너 미쳤어?"
채린은 도끼를 들고 달려가는 유한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유한은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우드 골렘도 나무니까,나무로 되어 있으니까 장작 패기 스킬이 통하지 않을까 하느 터무니 없는 생각으로 돌진하고있는것이다.너무나 억울한 마음에 이판사판 여섯판까지 벌여보자는 심정이기도 했다.
왜 드림맥스는 대장장이를 이토록 약하게만들었는가!
대장장이중에서도 특이하게 사냥을 잘하는 유저가 있긴 하다.하지만 그것도 유저의 눈물나는노력과 노하우에 의한편법일뿐 전투 스킬이 따로 있는건 아니다.
생산 스킬로 우드골렘을 공격하는것,이 무모한 행동은 약한자의 몸부림이자 게임사에 대한 항의였다.
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유한이 휘두른 도끼가 우드골렘의 다리에 박혔다. 그리고 유한은 죽음을 직감한듯 눈을 질끈 감았다.
-장작 1개를얻었습니다.
"얼레?"
놀란것은 유한뿐만이 아니었다. 안타깝게 바라보던 채린도 놀랐고,우드 골렘도 황당한지 굳어있었다.
그러는 사이 안내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생활에서 지혜를 찾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지식이 3올랐습니다.
"버,버그가 아니었어?"
버그인줄 알았는데,안내창에 멘트까지 나온느걸 보면 원래 이렇게 할수도 있는 모양이다.
공략 사이트에서는 이런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크하하하!어쨌거나 유효하다 이거잖아!"
"지그야!해치워버려!"
"오케이!맡겨만 줘!"
유한은 우드 골렘의 양 다리에 장작 패기스킬을 마구날렸다. 획득 아이템으로 장작이 계속 떨어지면서 우드 골렘의 다리가 쩍 벌어졌다.
"쿠우우우우!"
양다리를 잃은 우드골렘이 서글픈 울음을 흐릴며 앞으로 넘어졌다.
그 다음은 완전히 학살이나 다름없었다. 우드골렘의 등으로 올라간 유한은 연방 장작 패기스킬을 섰고,채린은 화살을 날려 골렘의 피를 깎았다.
결국 이 대단한 콤비는 일반 전사나 마법사들도 버거워하는 우드골렘을 완벽히 처치했다.
-경험치 500을 얻었습니다.
-레벨 42가 되셨습니다.
힘이 1 올랐습니다.
솜씨가 1 올랐습니다.
행운이 1 올랐습니다.
-500골드를 얻었습니다.
나무 활 1 개를 얻었습니다.
"하하핫!난 이제 최강의 대장장이다!"
중간 보스답게 경험치나 보상이 푸짐했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더 기쁜것은 장작 패기스킬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한 일이었다.
나무를 얻는것 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을거라 생각했던 스킬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줄은 몰랐다.
"대단한데!생활 스킬이라고 우습게 볼게 아니구나!"
"크하하!이제 장작 패기 스킬도 열심히 올려놔야 겟어!"
목인병과 우드골렘은 물론이고,나무로 된 놈들을 죄다 쓰러트려 벌리수 있을것 같앗다.
새로운 발견에 흥분한 유한은 한참동안이나 장작더미 위에 서서 광소를 터트렸다.
들뜬 마음은 한참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BY RAY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