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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악당을 처리하다 (9/143)

악당을 처리하다

1

유한이 일행과 떨어진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츠라면 모를까,대장장이 지그인 상태로 놈들과 함께 있으면 응징할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이제 놈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크크큭!아주 피똥을 싸게 만들어주마"

유한은  한손에는 망치를.그리고 또 한손에는 집게를 들었다.

딱! 딱! 딱!

유한이 공구들을 두들기자 주변에 리젠된 몬스터들이반응을 보였다. 그중 가까운곳의 스켈레톤 병사들이 먼저 유한에게 다가오기시작했다.

"자!따라와라,아그들아!"

유한은 뛰었다. 그냥 뛰는것이 아니라 되도록 발소리를 크게 울리면서 뛰었다. 더 많은 몬스터들이 반응하며 유한을 쫓아왔다. 개중에는 중간 보스급인 우드 골렘도 섞여 있었다.

"케케케!"

유한이 뒤를 돌아보자 십수마리의 몬스터들이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다. 이정도로는 레벨 70대의 제르스와 알덴을 쓰러트리기 어렵지만, 저레벨의 다른 유저들에겐 큰 위협이 될것이다.

'어디 마땅한...........'

주위를 살피던 그의 눈에 마침 전투를 벌이고 있는 파티가 포착되었다.

'룬의 자식들'이라는 이름의 파티였다.

뒤로 처진 성직자는 랜턴을 들고주변을 비추며 동료들에게 힐(Heal)을 써주고 있었고,마법사와 기사로 보이는 두 사람은 앞에서 열심히 몬스터를 도륙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투에 집중하고 있던지라 유한이몬스터들을 끌고 오는것을 보지 못했다.

"으랏차!"

쨍강!

유한은 성직자가 들고 있던 랜턴에 돌을 던졌다. 랜턴이 깨지면서 불이 꺼졌고,순간 파티원들은 어둠에 사로잡혔다.

"어라? 랜턴이 왜 꺼졌지?"

"야!빨리 불을켜!"

파티원들이 당황한느 사이,유한은 교묘하게 그들 사이를 빠져 나갔다. 그리곤 곧바로 걸음을 멈추곤 벽에 찰싹 달라 붙었다.

순간 그는 벽과 하나가 되었다.

"키끼?"

유한을 쫓아오던 몬스터들은 갑자기 유한이 사라지자(?)당황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 근처에 시끄럽게 날뛰는 침입자들이 있었기에 곧바로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켁!뭐야? 왜 이리 갑자기 많아졌어?"

"젠장,앞이 보이지않아 제대로 공격을 할수가......"

룬의 자식들 파티는 몬스터들의 공격에 당황했다.

랜턴이 깨져버려서 제대로 된 공격과 방어를 할수 없는데다가 중간 보스 우드 골렘을 비롯한 몬스터 떼가 새로이 가세하자 제대로 몰매를 맞게 된것이다.

일격필살이 가능한 것이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전투 시스템.그것은유저만이 아니라 몬스터에게도 유효한 시스템이었다.

마법사가 뒤늦게 라이트 마법을 쓰려했지만, 목인병이 날린 화살을 머리에 맞고 즉사하고 말았다.

그렇게 파티 룬의 자식들은 전멸을맞았다.

"아이고,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흑흑,내 롱 메이스가......."

"어디서 갑자기 몬스터 떼거리들이나왔지?"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못했지만 ,자신들이 상대하던 몬스터들 외에 다른 몬스터들이 나타났다는것은 알수 있었다.

분명 비정상적인 숫자였다. 몬스터들이 한장소에이렇게 많이 리젠되지는 않으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대체 어떤 개자식이 몹몰이를 한거야?"

"잡으면 죽여버릴테다"

"흑흑,어떻하냐..........나 롱메이스 떨어트렸어"

"시끄럿!나도 방패 떨어트렸어,임마!"

쓰러진 룬의 자식들은 죽은 다음에도 한참동안 그자리에 누워있었다. 이대로 부활을 선택하면 록스턴에서 다시 시작해야 되기에 떨어트린 아이템을 회수할수 없다.

저벅저벅.

몬스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쓰러진 룬의 자식들 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어두워서 얼굴을 알아볼수는 없지만 몬스터와는확연히 다른 발걸음 소리.

순간,룬의 자식들 파티원들이 바빠졌다.

-님아 ,살려주셈!

-살려주면 그 은혜는 잊지 않겠음!

죽은 유저는 살아있는 유저에게 말을 건넬수 없다. 게임시스템이 그렇기 때문에 룬의 자식들 파티원들은 비주얼 키보드를 두들겨 열심히 대화창을 올렸다.

그러나 유한은 살려달라는 그들의 대화창을 깡그리 무시했다. 그러나 그들이 떨어트린 돈이나 무기들은 무시하지 않았다.

-아악!안돼!

-어떤 개쉑이냐? 내 방패 주워가면 뒤진다!

'쏘리,댁들에게 감정이 있어 이런것은 아니우'

유유히 남의 돈과 무기를 챙긴 유한은 또다시 공구들을 딱딱 두들겼다. 그러자 주변에 흩어졌던 몬스터들이 곧장 반응하여 다가오기 시작했다.

유한은 몬스터들을 끌고 또 다른 희생자들을 찾아 떠났다.

남은것은 퍽치기를 제대로 당한 룬의 자식들뿐.

"으으!아까 그 새끼 캐릭터명 봤냐?"

"어두워서 안보이던데"

"그 개새끼,누군지 모르지만 절대 그냥 안둔다"

록스턴에서 재부활한 룬의 자식들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잃어버린 무기는 무기는 무기상에서 사서 충당하고 곧바로 마녀 데보라의 동굴로 달려갔다.

몹몰이를 하며 퍽치기를 하는 비매너 자식을 잡아야 했다.그리고 빼앗긴 아이템도 돌려받아야 했다.

"크엑!"

유한은 또 하나의 길드가 전멸당하자 이번에도 그들의 아이템을 챙겨서 달아났다. 원성이 빗발쳤고 양심의 가책도 느꼈지만, 일단 그런 것은 무시하기로했다.

몹을 몰아와서 전투 중인 파티에게 쏟아버리는 방식으로 모두 7개의 파티를 전멸시켰다. 돈도 주웠고,아이템도 이것저것 많이 챙겼다.

'크크,이거 쏠쏠한데.아예 퍽치기 전문범으로 나서봐?'

그러나 이젠 더 하고 싶어도 그럴수 없엇다. 던전 안이 상당히 시끄러워졋기 때문이다.

"야,전투 중지!던전 안에 퍽치기 하는 비매너가 있데"

"님들 ,좀 도와주세요.그 색키 안잡으면 님들도 뒤통수 맞을거라고요"

"GM을 불러야 하는거 아니야?"

마지막 말을 듣는순간 유한은 움찔했다.

사실 이 정도로 GM이 달려오지는않는다. 더구나 어두운 던전의 특성 때문에 유한의 캐릭터가 아직 들통나지 않은 상태.

피해자가 대량으로 속출하면 GM들이 강림하실지 몰라도,드림맥스는 되도록 유저들이 게임하는데 관여하지않으려고 애를썼다. 대신 게임에 수배 시스템을 적용해 놓고 그것으로 PK범을 잡도록 권장하고 있었다.

'뭐 이정도면 충분하군'

가방을 슬쩍 열어본 그는 씨익 미소를 지엇다.

"그나저나 이놈들이 시아를 데리고 어디까지 갔으려나"

지도를 띄워서 살펴보니 제르스와 알덴은 던전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에있었다. 이동하지 않고 있었는데,그자리서 경험치를 올리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채린이 자신을 기다리자고 버티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

"날기다리고 있다면 당연히 찾아가줘야지"

유한은 유저들속에서 슬그머니 모습을 감췄다.

다시 몬스터들을 모아야했다. 되도록 많은 수가필요하지만,던전 안이 시끄러워졌으니 조심하면서 움직일필요가 있었다.

2

채린은 유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르스와 알덴은 2층에 내려가서 기다리자며 재촉했지만, 의리가 있지 유한을 두고 그냥 갈수 없었다.

채린은 유한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유한은 마비에서 풀린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지만, 길을 제대로 못찾아 그러는지 던전을 헤매고 있었다.

'마중 가는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채린의 앞에 몬스터들이 한 무더기가 나타났다. 덕분에 채린은유한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야 했다.

"트리플 샷(Triple Shot)!"

채린은 화살 3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선두의 스켈레톤 병사가 화살을 맞고 멈칫했지만, 그정도로는 파괴할수 없었다. 오히려 성질만 돋웠는지 놈은 괴성을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끼이이이!"

"시아야,엎드려!"

채린이 고개를숙이자 알덴이 날린 파이어볼이 도끼를든 스켈레톤 병사를 가루로만들었다.

뒤를 이어 제르스가 뛰어나와 나머지 스켈레톤과 목인병들을 아주 손쉽게 처치했다.

레벨 차이에 이은 아이템발이 수적인 차를 무색케 했다.

초보 지역에서 레벨 70대가 가지는 힘이란......

"고마워요 ,알덴 오빠"

"시아야,너 알덴한테만 고마워하기냐?"

제르스는 삐진듯 채린의 어깨를 두드리다 슬그머니 손을 허리춤으로 내렸다.

조금더 아래로 내려가려는 찰나,알덴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왔다.

'얌마,서두르지마.그러다 저번처럼 따귀맞는다'

그리고 명성치에 패널티를 먹겠지.더 내려갈 여지도 없지만 말이다.

'쳇, 알았어'

사전에 충분히 떡밥을 뿌려 놓아야 했다. 그래야 은긴슬쩍 스킨쉽을 해도 거부감을 일으키지않고 오프라인으로 불러내 만날수 있다.

그전까지는 '좋은 오빠들'이라는 이미지를 튼실히 심어둬야한다. 그러기위해선 경험치와 레벨을 올려주는 것은물론,뇌물도 갖다 바쳐야했다.

"아무래도 그 활은 공격력이 약한것 같구나.자,오빠가'레인저의 활'을 줄테니까,시아가 쓰도록해"

"와!이거 정말 저한테 주는거에요?"

"그럼 ,난 기사라서 쓸일이 없거든"

"이'레인저의 제복'과 '레인저 장갑'은 어떠니? 나도 마법사라서 이건 못 입는데"

이왕주는거 화끈하게 주기로 했다.

"'레인저의 모자'하고 '레인저의 부츠'까지 다 가져가렴"

레인저 세트는 준레어급의 아이템들이다. 상점에서 파는것이 아니라 오직 몬스터를 잡아야 얻을수 있다.

테시아스 필드의 레벨 65급 보스'황야의 무법자'를 잡아야 하나씩 얻을수 있는데,제르스와 알덴도 어렵사기 구했을정도로 세트를 모두 맞추기가 어렵다.

D급이지만, 디자인이 멋지고 드문 물건이라서 고렙들도 차고 다니거나 보조 캐릭터에 입혀 놓기도했다.

초보들은 현질이 아니면 착용하기도 어려웠다.

다시말해,부르주아장비.

늑대들의 흑심을 모르는 채린은 그저 멋진 디자인과 D급 최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레인저의 활에홀딱 반했다.

"와우,이거 정말 멋지다!고마워요,오빠들!"

두녀석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채린의 늘씬한 몸매에 레인저 세트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찰랑거리는 짧은 치마아래로 미끈하게 빠진 각선미를 보고있자니 투자한만큼 눈이 즐거워진 순간이다.

떡밥이 먹혔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 채린의몸에 손을 뻗으려는 찰나였다.

휙!쨍그랑!

뭔가 날아오는듯하더니 주변이 깜깜해졌다. 바닥에 내려놓았던 랜턴이 깨진 것이다.

"뭐,뭐야?"

"누가 돌을 던졌어?"

목적을 달성하려는 순간에 방해를 받자 제르스와 알덴은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는것을 느꼈다.

'아서라,참자 참아!시아를 꼬시기 전까진 멋진 모스만 보여줘야해'

하지만 그것도 잠시,

"꺄아아악!"

어둠속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설마 시아가 몬스터들에게 공격이라도 당한것일까.

알덴은 곧장 라이트 마법을썼다. 그리고볼수 있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수십마리의 몬스터 군단을.

스케렐톤 병사에 목인병,우드 골렘까지.1층에 나오는 거의 모든 몬스터가 한자리에 몰려온것 같았다.

"허걱!우째 이런일이!"

알덴은 즉각 라이트 마법을 해제하고는 사방으로파이어볼을 날렸다. 폭음과 함께 몇마리의 몬스터가 날아갔지만, 그것은 몬스터들의 흉성에 기름을부었을뿐이다.

"불켜 ,불!"

"지금 한가하게 라이트를 쓸때가 아니라고!"

알덴은 연방 연발 마법을 날렸고,제르스도 거검을 뽑아들고 범위 공격 스킬을 연달아펼쳤다.

"리볼빙파이어!"

"휠 슬래쉬!"

화염계 마법이 폭발할 때마다 잠깐씩 동굴 안을 볼수 있었다. 하지만 눈감고 싸우는것과 마찬가지다 보니 보통때보다 더 많이 맞았고,공격 성공률도 현저히 떨어졌다.

두사람은 어둠속에서 말그대로 난전을벌였다.

여자들한테 껄떡대느라 한동안 레벨업을 소홀히 했지만, 레벨 70정도면 데보라의 던전에서 쉽게 죽지는 않는다. 마녀 데보라의 동굴은 레벨 40~60사이의 초중수들을 위한 던전이기 때문이다.

3

"누,누구세요? 왜 날 끌고 가는거에요?"

제라스와 알덴이 악전고투를 치르고 있을때,ㅊ린은 누군가에게 손목이 잡혀끌려가고 있었다.

대체 누가 자신의 손을 잡은것인자 궁금해 하는 그녀에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나.지그"

"뭐야,너였어 ?대체 어딜 헤매다가 이제 온거야?"

"하하,몬스터들에게 쫓기느라고 늦었어"

지금 제르스와 알덴이 상대하는 녀석들은 유한이 몰고 온 놈들이었다. 유한이 채린을 데리고 잽싸게 빠지자 목표물을 제르스와 알덴으로  바꾼것이다.

"오빠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채린이 뒤를 돌아보며 우물쭈물하자 유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안돼.불이 없잖아.이럴때는 가만있는게 두사람을 도와주는거야"

이런 암흑천지에서 제르스와 알덴을 도울 방법은없었다. 도와준다고 어쭙잖게 화살을쏘다가 제르스와 알덴이 맞게 되면 채린만 머더러가 되어버린다.

"걱정마.저둘은 강하니까 무사할거야"

그렇게 채린을 안심시킨 유한은 커다란 바위뒤에 숨어 두사람을 지켜보았다.

얼마의 시간이지났을까.

자르고 부수고 마법을 구현하는 소리가 잦아들더니 동굴 한쪽에서 밝은 빛 덩어리가 생겨났다. 알덴이 라이트마법을 쓴것이다. 몬스터들을 다 처리했는지 두 사람의 주위에 몬스터들의 사체가 즐비했다.

"헉헉!뒈지는줄 알았다"

"제길,피가 거의 다 닳았잖아"

간신히 몬스터들을 처리하기는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체력과 마나를 거의 다 소진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인벤토리에서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도대체 어떤 놈의 새끼가 이따위 짓을 한거야"

"잡히기만 하면 아주 뼈를 발라 버릴테다"

제르스와 알덴은 몬스터를 몰아온원흉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대상을 향해 이를 뿌드득 갈아붙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그들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오오오!대박이다,대박!"

죽을 고생 한만큼 보람이 있었다. 죽은 몬스터들 사이에 돈과 함께 여러가지 장비들이 떨어져 있는게 아닌가. 

"이야!목인병이 롱메이스도 주던가?"

"이 방패좀봐.데보라 던전에선 안나오는 준레어 급이라고"

도대체 언제 데보라의 던전이 이렇게 후하게 변했을까.

두사람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않고 떨어진 장비와 아이템들을 주워모으기 시작했다. 채린에게 레인저 세트를 넘겨주면서 상당한 지출을했기에 은행 잔소를 다시 채워놓을 필요가 있었다.

"야,알덴 .너 꽤 챙겼잖아. 그러니까 이 칼은 나한테 넘겨라"

"인마,내가 마법 안써줬으면 넌 아까 죽엇어"

"무슨........살려주긴,내가 널  살려준거지"

제르스와 알덴은 그렇게 아이템들을 놓고 티격태격했다.

그러나 다툼은 그리오래가지 못했다.

"동작 그만!"

"엥?"

언제 나타났는지 ,한무리의 유저들이 두사람앞에 서있었다.적게 잡아도 30명이 넘었는데 저마다 살기등등한 눈으로 제르스와 알덴을 쏘아보고있었다.

"제르스와 알덴.......이번일은 네놈들 짓이냐?"

"응? 뭐가요?"

여자들한테 껄떡대기로 유명한 녀석들.설마 이런비매너 짓까지 할줄은 몰랐는데 아주오리발까지 내미고 있었다.

"뭐긴 뭐냐!너희들이 몹을 몰아다 유저들 뒤통수 치고 우리가 떨어트린 장비를싹 걷어갔잖아!"

"아니,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두사람은 진정 영문을 몰랐다.

모를 수밖에.범인은 따로 있으니까.

"무슨 소리긴 무슨 소리야!지금 니들 손에 들린 그 칼이 바로 내거다!"

선두에 선 인상 험악한 아저씨 유저의 말에 다른 유저들도 제각기 언성을 높였다. 제르스와 알덴이 미처 아이템 가방에 챙겨넣지 못한 장비들을 가리키면서.

"저 롱메이스는 내 거라고!"

"내 방패도 저기있구먼!"

"이런 쓰벌 놈들!그런 식으로 남의 아이템 훔치면좋냐?"

"뭐 이런 새끼들이 있어? 훔친 아이템을 아예 바닥에 깔아놓고 나눠 먹고 있네!"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유저들의 비난에 제르스와 알덴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누가 누구의 아이템을 먹었단 것인가.

자신들은 그저 죽은 몬스터들이 드랍한아이템을 주운것뿐이건만.

'힉,설마!'

제르스와 알덴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자신들이 주워 챙겼던 것중에 데보라 던전의 몬스터들이 안주는것들이 있었다.

어쩐지 아이템이 이상하게 후하다 했었다.

대체 어떻게 된것인가? 누가 이런음모를 꾸민것인가?

"오,오햅니다!사실은 우리도........"

"오해는 무슨 오해!여자를 집적대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퍽치기까지 하는거냐?"

아이템은 유저들의 땀과 돈이깃든 소중한 물건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유저들은 두사람을 에워싸고 발길질과 주먹질을 날리기 시작했다.

자칫 머더러가 될수있지만, 그것을 분별할만한 이성은 그들에게 없었다.

"아,아니.제 말좀 들어........"

제르스와 알덴은 기를쓰고 변명을 해 보았지만, 유저들에게 씨알도 먹히지않았다.

평소 행실이 너무 좋지 않은탓이다.

"저,접속 종료"

이런 상황에서는 내빼는것이 최고,그러나 내뺴는것도 쉽지는 않았다.

<공격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게임을 종료할수 없습니다. 전투 종료휴에 로그아웃하시기 바랍니다>

게임 시스템이 이러니 강제종료가 어려웠다.

억지로 접속을 끊었다가는 패널티로 경험치와 돈을 날리는것은 둘째치고 캡슐의 가상현실에 맞춰놓았던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길수 있었다.

다시 말해 내뺄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하나뿐.

"이런 썅!우리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제르스가 거세게 검을 휘둘렀다.

유저 2~3명이 한꺼번에 쓰러지자,둘을 두들기던 유저들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제르스의 이름이 새빨갛게 변했다. 아까 유저들을 해치우면서 머더러가 된것이다.

"어쭈,이제 아주 본색을 드러내시는구먼"

"닥쳐!니들이 칠칠맞게 아이템을 떨어트려 놓고 뭔 개소리야!"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말이 안통하면 주먹이다.

제르스와 알덴이 이런식으로 나오자 유저들도 더이상가만있지 않았다.

전사 계열들은 검과 방패를 뽑아들었고,마법사들은 주문을 외우고 성직자들은 여러 유저드에게 버프를 걸었다.

"까불지마!우리 레벨이 얼만지 알아? 70대야,70대!"

"흥,고작 그정도냐? 겁없이 까불기에 레벨 100대는 되는줄 알았다"

두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유저들의 평균 레벨은 40~50대.레벨 10의 차이가 큰것을 감안하면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문제는 숫자였다. 몰매에 장사없다고 30명이 넘는 쪽수는 확실히 압박감이 느껴졌다. 거기다 유저를 상대로 싸우는것은 몬스터를 상대로 하는것보다 훨씬더 까다롭다.

빈틈을 보이면 레벨 70대라도 죽게된다. 절대 방심하거나 빈틈을 보여서는 안된다.

딱!딱!

"아얏!어떤놈이야?"

뒤에서 돌멩이가 날아오자 제르스와 알덴은 고개를 훽 돌렸다.

"아,미안해요.도와주려고 한건데 형님들이 맞았네요"

언제 나타났는지,대장장이 녀석이 자신들에게 손을 흔들며 아는척을했다.

"이 자식이 지금 어떤 상황인줄 알고!"

"어어어!앞을 봐요,앞을"

유한의 경고에 두 녀석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랬다. 자신들은 지금 유저들과 대치중이었지 않던가. 황급히 돌아서자 득달같이 달려들고있는 유저들이 보였다. 그중 빠른 몇은이미 코앞까지 와 잇었다.

"니들도 죽어서 아이템좀 떨어트려 봐라"

유저들은 유한이 만들어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제르스와 알덴은 그야말로 폭풍같이 두들겨 맞았다.

칼에 찔리고 몽둥이에 터지고,마법에 굽히고.......한번 기선을 제압당한 상태에선 반격조차 쉽지않았다.

'크크크!감히 날 깔본 대가다'

유한은 몹을끌고 오면서 제르스와 알덴몰래 가로챘던 아이템을 뿌려놓았다. 자신을 깔보던 두놈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한것이었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걸려들줄이야.

'너희들은 이제부터 게임하기 무척 피곤할거야'

잃어버린 아이템을 못 돌려받은 유저들은 계속 두 녀석을 쫓아다닐것이다.

한동안 계속 시달릴것이고,퍽치기 전과와 머더러 전과 때문에 게임을 즐기기가 무척 어려울것이다.

역시 공을 들여 음모를 짜낸 성과가 있었다.

처음부터 채린에게 이 둘의 정체를 알려줬다면 이런 재미난 구경은 못했을터.

자신을 무시하는 놈들에게는 응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한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한스스로를 위한 일이었다. 가상현실에서까지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해서야 어디 게임을 즐기는 의미가 있겠는가?

"지그야,뭐가 어떻게 된거야? 저 사람들은 왜 오빠들을 패고 있는거야?"

"나도 몰라.여기있다간 우리도 휘말릴지 모르니까 얼른 도망가자"

"하지만........"

"빨리!형들도 네가 얼른 도망가기를 바라고 있을거야"

유한은 채린을 끌고 가다시피하며 2층으로 내려갔다.

등 뒤로 들려오는 제르스와 알덴의 비명 소리가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2

"어떻게 되었어?"

"떡.실.신 일보 직전이야"

유한이 1층을 살피고 돌아와 말하자 채린은 고개를 저었다.

오빠들이 뭔가 곤란한 문제에 휘말렸다는것은 알지만,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몰랐다. 거리가 멀어 두사람이 유저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올라가서 상황을 알아보려 했지만 유한이 위험할거라며 말렸다.그가 대신 보고 오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던데"

"그게........행실이 안 좋은 사람들이었나봐"

"행실이 안 좋다니? 누가?"

"그 형들 말이야 .게임하면서 여자 유저들한테 치근덕댄다고 하더라.나중에는 오프라인까지 불러내서 껄떡댄다던가?"

"에이,설마......"

며칠동안 같이 다니며 경험치를올려주고 멋진 장비도 선물해줬다. 그런 사람들이 어찌.

채린이 믿겨 하지않자 유한은 두사람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까발렸다.

"제르스와 알덴이라고 하면 꽤 유명하데.아까 그사람들도 여자친구가 희롱당해서 온거라고 하더라고"

"정말이야?"

"게임 공략 사이트의 요주 인물 게시판을 보면 알거라던데?"

사실은 그게 아니지만,두 녀석의 전과를 이용해 적당한 거짓말을 만들어 냇다.

채린도 그제야 믿는 눈치였다.

"사람은 겉만 봐선 알수 없는 거구나"

"과도한 호의에는 엉큼한 목적이 있기 마련이지"

유한은 충고를 하면서 곁눈질로 채린의 아래위를 쓰윽 훑었다.

좀전에는 어두워서 몰랐는데,불빛이 비치는 던전 2층로비에서는 채린의 달라진 차림새를 확실히 알아볼수 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레인저 풀 세트.

채린이 황야의 무법자를 상대할 레벨은아니고 현질을 했을것 같지도 않으니,제르스와 안델이 준것이분명했다.

'그자식들,꽤 공을 들였군'

하긴 성격은 둘째 치더라도 채린은 확실히 미소녀가 아닌가.

미모도 연예인 안부러울정도로 상당하고,성숙미가 쌓인 늘씬한 몸매도 상당히 착한편.

여기에 결정적인것은 현질을 통해 외모를 가다듬은게 아닌.본인이 순수한 자연 미인이란거다.

'그래도 그렇지 레인저 세트까지 바친건 심한거 아냐?'

유한도 바츠 시절에 레인저 세트를 모은적이 있었다.

참 어렵게 모았었다. 당시 황야의 무법자를 잡을 레벨은 되었지만, 레인저세트의 드랍이 극악한 탓이었다.틈틈이 사냥을 하다보니 나중에 다 모았을때는 유한의 손에는 그보다 좋고 멋진 아이템들이 수북할때였다.

그래서 유한은 몇번입지도않고 은행 창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아마 그역시 해커가 털어갔을것이다.

'혹시 그놈들 이거 현질해서 구한건 아닐까?'

레인저의 제복과 부츠는 남녀의 성별이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장갑과 모자,활은 남녀 공동이다.

숙련도가 쌓인 아이템이나 준레어와 레어급 아이템에는 독특한 부가기능이 있었다.

바로 아르페디아 온라인 유저들이 자신의 아이템에 흔적을 남기거나 지울수 있는 기능이었다.유저들의 아이템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다.

유한도 귀한 아이템들에는 바츠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눈에 잘 안띄는 곳을 골라서...........

플레임 소드나 레드 본 플레이트에도 그랬고,레인저 세트에도 이름을 적어두었다.

"활좀 잠시 보여줄수 있어?"

"내 활을?"

확인해보고싶었다. 혹시 채린이 장비한 레인저 세트중에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이 있는지.그리고 있다면 두 녀석을 추궁해 누구한테서 구입했는지 알아볼것이다.

"모자랑 장갑도 건네주면 더 좋고"

"왜 그러는데? 설마 먹고 튀려는건 아니겠지?"

"튀면 네가 우리집에 쳐들어오면 되잖아"

"맞네"

채린은 순순히 장비들을 넘겨주었다.

유한은 레인저 세트에 자신이 이름을 적엇던 부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거기엔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왜그래? 뭐가 문제가 있어?"

"아냐,레인저 세트가 꽤 희귀한거라서 그냥 한번 살펴본거야"

"그래? 멋지다 싶었는데 비싼거였구나"

유한은 대충 둘러댔다. 자세한 이유를 말하자면 바츠시절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다. 또 채린을 못 믿는건 아니지만, 만약 소문이 새어 나가면 해커가 잠수해 버릴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여기서 던전 탐사를 그만둬야 하는걸까"

제르스와 알덴은 유저들에게 맞아 죽었는지 파티 리스트에서 빠져 있었다.

초보 궁수와 대장장이 단둘이서 이 험한 던전을 뚫을수 있을까.채린은 무척이나 회의적이었지만,며칠동안 벼르고 벼른 데보라 던전의 탐사를 그만두고 싶지않았다.

"흐음!글쎼,딱히 그만둘 필요는 없을것 같아"

유한의 말에 채린이 반색하며 물었다.

"그렇지? 하지만, 우리 둘이서 가능할까? 랜턴도 없는데................"

2층 로비는 밝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1층과 마찬가지로 어둡다. 몬스터도 2층 몬스터들이 더 강하다.

그러나 유한은 둘이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다.

"내가 아까 도망치면서 신기한 것을 알아냈거든"

"신기한거라니?"

"오다가 몬스터들에게 쫓기면서 랜턴을 잃어버렸어.거기다 막다른 곳에 몰리기 까지했지"

"그런데?"

"어쩌나 해서 바위뒤에 웅크리고 있었는데,몬스터들이 반응을 하지않는거야.마치 날 갑자기 못보는것처럼 말이야"

"와!그거 설마!"

유한은 바츠 시절 장기간 데보라의 던전을 탐사하며 알아낸 사실을 방금전에 알아낸것처럼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여기 몬스터들은 빛과 소리에 반응해서 움직이는거 같아.그걸 잘 이용하면 크게 어렵지 않게 몹들을 사냥할수 있을거야"

물론 그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있었다. 바로 어둠에 익숙해져야 하는것이다. 유한은 바츠 시절에 그 감각을 익혀 놓았지만, 채린은 그것을이제부터익혀야 했다.

"우리가 잘할수 있을까?"

"걱정마.나한테 다 작전이 있으니까"

유한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들겼다. 이미 1층에서 몹몰이를 할때부터 생각해 놓은 작전이었다.

"어차피 우리둘로는 다시 던전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어.차라리 앞으로 나가면서 부딪쳐 보는게 나아"

"흠,못 먹어도 고라 이거지?"

채린은 유한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생산직 캐릭이라 자신보다 훨씬 불리할텐데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유한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자,가자!생초보 둘이서 던전을 통과해 보자고!"

"좋았어!"

그렇게 초보궁사와 초보 대장장이는 던전의 어둠속으로 용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BY R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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