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대장장이로 전직하다 (6/143)

대장장이로 전직하다.

1

광물을 캔 다음날.

유한은 게임에 접속하기 전에 현 거래 사이트들을 둘러보았다. 혹시 바츠의 아이템이 거래 물목에 올라왔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바츠가 장비하던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과 플레임소드는 전사계통이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장비다.

현 거래 사이트에올라왔다면 단번에 거래가 이루어졌을것이다. 

그러나 거래 목록을 뒤져봐도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 과 플레임소드는 올라와 있지 않았다. 마법 가방이나 개인창고에 처박아두었던 아이템들도 검색해 봤지만 나오지않았다.

망할놈의해커는 멍청하지 안았다. 철저하게 게임 내에서 만나 거래를 하거나,사태가 조용해질때까지 기다리는것이 틀림없다.

그것도 아니면,이미 남에게 넘어가 사용되고 있던가.

'쳇,수면위로 떠오르려면 아직 멀었나?'

어쩌면 영영 떠오르지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포기할수 없다.

결코 아이템이 아까워서 이러는것이 아니다.

바츠에대해서 아무런 기록도 남겨두지않은 유한에게 바츠가 쓰고 모았던 아이템들은 소중한 유산과도 같았다.

그런 아이템을 강탈해 간자식!

어떻게든 놈을 잡아 감옥에 처넣어 콩밥을 먹이고 말리라고 다짐했다.

유한은 컴퓨터를 끄기전이 드림맥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임사에서 제공한 새로운 보안 시스템에 가입했다.

어차피 캡슐방 같은 곳에서 게임하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이용해서 이중으로 비밀번호를 치도록 설정했다.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또다시 털리는 것은 절대 사양이다.

곧바로 게임에 접속한 지그는 발덴으로 돌아와 야장 NPC파부치에게 어제 캤던 광물을 넘겼다.

"흐음,잘했어.훌륭한 광물이군"

곧바로  효과음이울리며 메시지와 함꼐 보상이 나왔다.

-명성이 5올랐습니다.

-보상금을 300골드 받았습니다.

-경험치를 150받았습니다.

이렇게 받은것이 있고 아쉽게 손아귀에서 떠난것도 있었다.

-야장 파부치의 갑옷이 회수되었습니다.

-야장 파부치의 검이 회수되었습니다.

'쳇, 귀신같이 회수해 가는구나'

다행히 파부치의 가방은 회수되지않았다. 파부치가 봐준건지,아님 유한 의 아이템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그것도 아니면 버그의 일종인지는 알수 없었다.

"지그야,내가 너에게 가져오라 한 광물이 무엇인지 아느냐?"

"뭔데요? 철광석 아닌가요?"

광물 덩어리에 무슨 광물이라는 설명이 없었다. 이곳이쇠를 다루는 대장간이었기에 그냥 철광석의 한 종류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건 역청탄이라고 하는거다"

"역청탄요?"

"드워프들은 이것을 가공해서 제련을 하는데 사용한다는구나.이걸 잘 이용하면 순도 높은 철을 대량으로 생산할수있다고 하더군"

"그래요? 영감님은 사용법을아세요?"

"나도 모른다. 드워프의 나라에서 십년넘게 머슴살이를 하면서도 알아낸것은 고작 역청탄을 이용한다는 정보뿐.그나마도 들통 나서 쫓겨나 버렸지"

북쪽에 '노스아크'라 불리는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드워프의 나라다.

바츠 시절에 유한도 가본적이 있었다. 상당히 좋은 무기들을 저렴하게 구할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륙 북쪽에 위치한 이 나라는 춥고 땅이 척박하여 식량값이다른곳보다 몇배는 더 비싸활동에 지장이 많다.

공식 홈페이지의 설정에서도 노스아크는 드워프들의 공업 국가로 철과 무기를 수출하고 식량을 수입해서 먹고사는 나라로 언급되어 있었다.

'그러닌 자국의 비밀을 가르쳐 줄리가 업지'

"난 고국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역청탄의 사용과 그 가공법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러나 별다른 진전을 얻지 못했어"

답답하다는듯이 역청탄 덩어리를 바라보던 파부치는 지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이런 이야기를 네놈에게 했는지 아느냐?"

"부려먹었으니 연유는 알게 해주겠다는건가요?"

"네놈의 근성을높이 샀기 때문이다. 싹수가 없는 녀석이 그렇게 열정을 갖고 매달리는것을 보자니 뭔가 해낼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설마 역청탄의 비밀을 캐라는 퀘스트가 떨어지는거아냐?'

아직 대장장이로 전직도못했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퀘스트를 덜컥 맡아버리느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유한이 내심 마음을 졸일때 파부치가 입을 열었다.

"내 심부름을 훌륭히 수행했으니 오늘부터 너를 이곳의 정식 직원으로 뽑아주마"

다행이 그의 걱정대로 퀘스트가 발동되진 않았다.

<대장장이로 전직을 하시겠습니까?>

은빛 날개의 작은 요정이 날아와 물었다.

"당연하지!내가 지금까지 왜 그고생을 했는데?"

유한이 수락하자 요정이 그에게 축복의은빛 가루를 뿌려주었다.

순간 그의 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듯했다.

<축하합니다. 지그님은 대장장이로 전직을 마치셨습니다. 앞으로 아르페디아 대륙에서 좀더 의미있는 일들을 하실수 있습니다.>

요정이 축하를 하고사라진 다음,안내창이덜컥 떠올랐다.

-아직[생산 스킬]과[수리스킬]을 배우지 못하셨습니다. 서둘러 배우도록 하십시오.

유한은 제련노가다의 랑켈산 퀘스트때문에 생산 스킬과 수리스킬은 배우지 못했다. 다른 대장장이 유저들보다 뒤진 상태인것이다.

'그래도 일단 한고비는 넘겼으니까'

유한은 바로 자신의상태창을 열어 확인해보았다.

[상태창]

이름 : 지그

직업 : 대장장이

레벨 " 33

체력(HP) : 120/120

스테미나 : 60/60

마나(MP) : 9/9

힘 : 27                         민첩성  : 16

인내심 : 33                   지식 : 6

행운 : 15                      솜씨 : 10

명성 : 82+5(기욘의 검)

공격력 : 10+37(기욘의 검)

방어력: 4+3(천 바지,면 티)

경험치 : 160/300

돈 : 452골드

[습득스킬]

장작 패기 스킬 9랭크

제련 스킬 8랭크

체굴 스킬 9랭크

'휴우,아직 갈길이멀구나'

바츠 시절을 생각하면 까마득했지만, 이제 부담감을 털어버렸다.

이미 바츠는 사라졌다. 자신은 대장장이라는 새로운 직업의 캐릭터를 키우고있다. 그리고 게임을 하는이유는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괘씸한 해커 놈을 잡아 바츠의 유산을 회수하기 위함이다.

'일단 생산 스킬이랑 수리스킬부터 배워야겠군. 제련 랭크도 더 올려야 하고'

앞으로 할일이 많았다.

그것을 명심시켜 주기라도 하듯,파부치의 고함이 지그의 고막을 때렸다.

"뭘 멍하니 서있느냐!얼른 따라오거라,앞으로 할일이 태산같으니까"

"예예!알아 모시겠습니다요!"

이제부터가 진짜 대장장이로서의 시작이다.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갈 생각이었다.

괘씸한 해커녀석을 생각하면 그냥 미적거리고있을수가 없었다.

"이제 정식 대장장이가 되었으니 생산 스킬과 수리 스킬을 가르쳐  주도록 하겠다"

그러게 말한 파부치는 유한에게 두툼한책을 한권 건네주었다.

"일단은 생산스킬부터 가르쳐주마.하지만 망치를 두들기기 전에 책부터 읽어야할것이다"

'초보 대장장이를 위한 지침서?'

스킬북엔 생산 스킬이 어떤것인가에 대한 설명과 초보대장장이가 기본적으로 만들수 있는 농기구와 무구들의 설계도가 들어있었다.

유한이 책을 다보고 덮자 파부치가 다가와 집게와 망치를 내밀었다.

"다봤냐? 그럼 이제 한번 만들어 보도록해"

유한은  집게와 망치를 받아서 모루 앞으로 갔다. 이미 재료인 철괴와 다른 잡동사니들은 잔뜩 쌓여 있었다.

'뭐부터 만들지?'

곰곰이 생각하던 유한은 제일 쉬운 부엌칼부터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철괴를달군 다음,모루 위에서 보기좋게 다듬고,자루를 꽂을 슴베를 만들었다. 그렇게 성형을 끝낸 다음 나무자루에 단단히 끼우고,숫돌에 갈아서 날을 세웠다.

그렇게 식칼을 완성하자 효과음과 함께 안내창이 떠올랐다.

[생산 스킬]을 익히셧습니다.

-솜씨가 2올랐습니다.

생활과 전투에 필요한 여러가지물건을 만들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다좋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랭크를 높이는것은물론,알맞은재료와 상세한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헷!드디어 배웠군"

희희낙락하는 유한을 보고있던 파부치는 그가 만든 식칼을 낚아채더니 모루에 그대로 내리쳤다.

캉!

날카로운소리와함께 식칼은 두동강이 났다. 거기서 끝내지 않고 파부치는 두동강난 식칼의 자루를 뽑아버렸다.

'아니 이 영감이 미쳤나!'

울컥하는 유한에게 파부치는 부러트린 식칼과 자루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번엔 고쳐봐"

"예?"

"고치라고 ,만들었으면 고칠줄도 알아야지"

'아!그렇지'

파부치는 일부러 식칼을 부러트린게 아니었다.유한에게 수리 스킬을 일러주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꺠진 쇠는 불속에서 되살아난다. 너무 어렵게 여기지말고 없는 부분은 만들고 끊어진 부분은 연결한다고 생각해.그게 바로 수리 스킬이다"

유한은 파부치의 조언에 따라 부러진 칼날 조각을 화로속에서 달구고,그것을 맞붙여 다시 한덩어리로 연결했다. 그리고 빠진 자루를 끼우고 다시 칼날을 갈았다.

[수리 스킬]을 익히셨습니다.

-솜씨가 1올랐습니다.

부서진 도구와 아이템을 고칠수 있게 되었습니다.

랭크를 높이면 수리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제 대장장이의 기본이되는 3가지 스킬을 모두 익혔다.

남은것은 정진하여 스킬 경험치를 모아서 랭크를 높이는 일뿐이다.

2

생산 스킬을 수련하는 방법에는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는 스스로 재료와 공구를 모아서 수련하는 방법.

둘쨰로는 좋은 무기를 원하는 유저에게서 재료를 공급받아 제작해주면서 스킬 경험치를 쌓는방법.

마지막 셋째로는 대장간에서일을 하면서 스킬 경험치를 올리는 방법이다.

보통 첫째는 어느정도 자금이 있고,레벨도 높은 대장장이들의 수련 방식이고,둘째는 길드에 속한 대장장이들의 수련방식이었다.

아직 랭크나 레벨이 낮은 대장장이 유저들은 대장간에 채용되어 생산을 거듬으로서 경험치를 올려나갔다.

지그 역시 아직은 세번째 방법으로 경험치를 얻고 있었다.

-낫을 만들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30을 얻었습니다.

"헤에,이것도 별로 어렵지 않잖아?"

생산 스킬과 수리 스킬을 배운 유한은 이제 당당한 대장간의 일원으로 생산 작업에  참가했다.

유한이 제일 먼저 맡은 일은 낫 30개를 만드는것이었다.

낫을 만드는 일은 식칼처럼 간단했다. 대장간에서 받은 철괴를 화로에 달군뒤 두들겨 모양을 만들고,나무 자루를 끼우고 ,마지막으로 숫돌에 갈아날을 세우면 되었다.

실패율도 적어서 유한은 모자람 업이 낫을 30개를 만들어 제출할수 있었다.(:원문에는 식칼로 표기되있음)

"낫 삼십개를 만들어 왔습니다"

유한이 낫을 내놓자 이리저리 살펴보던 파부치는 눈살을 찡그렸다.

"흥,밀 이삭이잘릴까 의심스럽군. 이번엔 봐주지만 또 한번 이따위로 만들어오면 네놈의 일당은 없다."

'젠장, 잘 만들어 와도 잔소리야'

돈과 경험치를 얻긴했지만, 파부치 영감의 쓴소리가 지워지지 않았다.

계속 스킬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 유한은 이번엔 호미 25개를 만드는 일을 받아냈다.

그리고 얼마뒤 다 만든 호미들을 제출했다.

"뭐냐? 이게 호미냐? 내 콧구멍이나 파는데 쓰면 딱좋겟군"

"크크큭!"

파부치의 말에 지그처럼 생산품을 제출하러 왔던 유저들이 낄낄 거리며 웃었다.

지그의 얼굴이 벌겋에 붉어졌다. 자신이 보기엔 자기것이나 다른 유저들것이나 상태나 질이 틀려보이지않았다.

그럼에도 파부치는 유독 자신만을 까대고 있었다.

다른 유저가 혼나는 경운 거의 없었다. 상성이 나빠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일은 연거푸 게속 되었다.

내가 발가락으로 만들어도 이보단 잘만들겠다느니,자루가 헐겁다느니,오크에게 줘도 안 쓸거라느니......

스킬 경험치는 쑥쑥 올라가지만 계속 이런식으로 비아냥거리니 기분이 상할 수박에 없었다.

"크아악!빌어먹을 영감탱이!왜 나만 갖고 지랄이야!"

유한은 쾅쾅쾅 달군 쇠를 두들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러나 어찌나  세게 두들겼는지,모루가 쩍 하고 쪼개져버렸다.그리고............

-쿠쿵!도끼 만들기에 실패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스킬 경험치를 3얻었습니다.

안내창의 친절한 멘트는 유한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더구나 부서지는 바람에 납품할도끼의 숫자를 채우지못할것을 생각하니 더 짜증스러웠다. 생산품 숫자를 채우지못하면 보수와 경험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하,생산 스킬 올리는 중이신가요?"

"어,댁은 분명........"

짜증으로 충만한 유한에게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초반에 같이 노가다를 하며조언을 해줬던 카프라는 유저였다. 그도 파부치와 상성이 나쁜 캐릭터엿는데,그나마 유한보다 나아서 훨씬 전에 전직을 했고,덕분에 스킬 랭크도높았다.

이미 대장간에서 올릴 경험치는 다 올렸는지 한동안 보이지 않았는데,무슨 일로 대장간에 들른것인지?

"지그님도 파부치 영감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나 보군요"

"지그 님도라니.......그럼 카프님도 그랬었습니까?"

"예,저도 물건을 갖다주면 매번 잔소릴 하더군요.나중엔 좀 괜찮아졌지만요"

"어째서요?"

자신과똑같이 상성이나쁜 캐릭터.거기다 생산 스킬을 올리면서 잔소리를 들었다는데 나중엔 안들었다고 하니 유한으로선 그 비결이 궁금할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단순히 일을 완수하겠다는 생각보다 좀더 잘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였을겁니다"

"엥,어차피 쓸것도 아닌데 잘만들 필요가 뭐있어요?"

유한도 좀더 좋은 물건을 제작하는게 좋다는건 알고있다.

상점에서 파는 물건보다 내구와 성능이 더 우수한 물건을 만들어야 스킬 경험치도 많이 받고 유저들에게 팔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장간 수업으로 만드는 생산품은 판매용이 아니다.따로 빼돌릴수 없기에 일부러 잘만들 필요도 없고,보상과 경험치를 온전히 받을 만큼만 성공하면 된다.

더구나 일부러잘만들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돈을 모으고 경험치를 올리는데 비효율적이다.

거기다 잘 만들고 싶다고 만드는 족족 좋은 물건만 나오는것은아니다.

과유불급.

오버하다간 오히려상점 물건보다 더 저질의 상품이 만들어질때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좀 더 좋은 것을 만들어줘야 파부치 영감이 좋아할겁니다"

"그러니까, 영감의 비아냥거림을 덜 듣기 위해 잘 만들것이냐? 아님 돈과 경험치를 빨리 올리기 위해 그냥 무시할것이냐? 택하라는거군요"

"단순히 비아냥거리는게 아니라 더 분발하라는 거겠죠"

정말 그럴까.

유한은 속는 셈치고 물건을 잘 만들어보기로했다. 좀더 시간을 들여서 좀더 정성을 들여서 말이다.

-도끼를 만들었습니다. 질이 좋고 튼튼해 보입니다.

스킬 경험치 65를 얻었습니다.

-도끼를만들었습니다 .다소 성의가 없는 제품입니다.

스킬 경험치 25를 얻었습니다.

-쿠쿵!너무 힘을 주어서 도끼만들기에 실패했습니다.

스킬 경험치 5를 얻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잘 만든것도 있고 못 만든것도 있고 아예 실패한것도 있었다.

유한은 완성된 도끼 24개를 파부치에게 갖다주었다.

그가 만든 도끼들을 꼼꼼히 살펴보던 파부치느 짤막하게 말했다.

"좋아지고 있군.좀더 신경 써서 만들도록 해"

보상과 경험치를 온전히 받진못했지만 이 까다로운 영감에게서 조금은 좋은 평가를 들을수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잘했다'는 의미는 아니였다.

카프와 이야기한후 몇번이고 정성을 들여 일을 했지만 파부치의 멘트는 같았다.

'좋아지고 있다',혹은'좀더 잘해봐라'정도.절대 칭찬은 없었다.

"아놔,이 까탈스런 영감탱이!내가 더러워서라도 멋진걸만들고만다"

유한은 빨리 경험치와 돈을 쌓겠다는 생각을 접어버렸다. 오기때문이라도 썩을 영감탱이를 찍소릴못하게만들어 주고싶었다.

그래서 되도록 수량이 적은 품목으로 일거리를 받고,시간과 정성을 들여만들었다. 덕분에 한번 고품질로 납품 수량을 채울때도 있었다.

그러자 파부치 왈.

"이제야 좀 쓸만해졌군.장인이라면 이 정돈 되어야지"

유한이 기대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훌륭하다,어엿한 장인이 되었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솜씨가 많이 발전했다 정도는 들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짜증이 몰려오려 하고있었다.

"제기랄,대체 뭘 어째야 칭찬을 들을수 있는거야?"

-생산스킬이 7랭크로 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올랏습니다.

솜씨가 2 올랐습니다.

투덜거리는 사이 생산 스킬이 올라갔다. 확인하지않은 사이에 벌써 그만큼 스킬 경험치가 쌓인 모양이다.

'아놔!확 대장간을 떄려치워 버려?'

그래도 오기가 있지 꼭 칭찬을 듣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유한은 허공에 떠오른 안내창을 지워버리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쇠를 두들겨 식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형 숫돌에 날을 갈았다.

'응? 이게 뭐지?'

유한은 멍하니 숏소드의 날을 살펴보다 묘한것을 발견했다.

시퍼렇게 드러난칼날에 보일듯 말듯 희미한 선들이 그어져 있었던 것이다. 뚫어져라 쳐다보지않음녀 절대 발견할수 없을정도였다.

'전엔 이런게 없었던거 같은데'

왜 이런 선이 그어져 있을까.

이유는 알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것은 유한이 그려 넣거나 만든것은 절대 아니라는거다.

'혹시 다른것도?'

아까 상당히 질이 좋다는 안내문이 나왔던 물건을 꺼내 서 비교해보았다. 거기도 칼날에 희미한 선들이 있엇고 지금 들고있는 것보다 가지런한 것이 일정한 형식이있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것도?'

"님!이건 제거에요!"

유한은 옆의 유저가 제작해 놓은 도끼의 날을 사펴보았다. 과연 거기도 희미한 선이 있었다.그런데 선의 간격과 형식이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 제멋대로였다.

'일정하게 나오면 좋은건가?'

문제는 이선들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느냐는것이다 .분명 중간에 일부러 선을 긋거나 뭘 첨가하거나 한적은 없다. 숫돌을 갈면서 생겼다면 그리 큰 차이도 없을것이다.

'옳거니!'

유한은 옆에서 대장장이 NPC들이 쇠를 두들기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 손바닥을 마주쳤다.

문제의 선들은 쇠를 두드리는,그러니까 단조하는 과정에서 생긴것이다. 단조할때 쇠를 겹치고 구부려서 두들기는 작업을 반복하는데,이게 이리저리 눌리고 물속에서 냉각되면서 겹쳐진 흔적이 겉으로 드러나게된것이다.

'그렇군!그래,그랬던 거야!'

일거리를 새로 받은유한은 쇠를 단조할때 정성을 기울였다. 다른 유저들처러 아무렇게나 하는것이 아니라 일정한 형식으로 구부리고눌러서 두들겼다.

아니,단순히 구부리고 두들기는 것은 아니었다.

'두들기는 것도 아무렇게나 하면 안돼.일정한 힘과 규칙적인 간격으로 내리쳐야..........'

그래야쇠가 힘을 고루 받아서 골고루 퍼지고,눌리며 겹쳐진 흔적들도 제멋대로 구불구불하지 않고 일정한 간격과 패턴을 보이게 된다.

그 최종적인 확인은 숫돌에 갈았을때 알아볼수 있었다.

-숏소드를 만들었습니다. 고품질의 숏소드입니다.

일반 숏소드보다 내구가 10높습니다.

공격력이 5높습니다.

무게가 1 줄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75를 얻었습니다.

"오호!그래,이거다!이거야!"

유한은 펄쩍 펄쩍 뛰었다. 이제야 잘만드는 비법을 터득한 것이다.한번으로 긴가민가해 계속해서 만들었다.

-고품질의 숏소드입니다.......

-일반 숏소드보다 내구가 8높습니다.

공격력이 4 높습니다........

나머지 9개도 처음보다 옵션의 수치가 조금 낮기는 해도 상당히 좋은 물건들로 생산되었다.

그렇게 정성을 들인다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잡아먹었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은 있었다.

파부치에게 물건을 갖다주자 이전과 반응이 상당히 달랐던  것이다.

그는 한참동안 말없이 숏소드들을 살펴보았다. 

뭔가 심각한듯 신음을 흘리기도 하고,작게 탄성을 내뱉기도했다.

과연 어떤 말을 할까.

유한은 무척 궁금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음!훌륭하군!그래,이 정도는 만들어야 어딜 가든지 대장장이라고 말할수 있는게다"

"하하하!그렇습니까?"

기대는 어긋나지않았다. 파부치의 칭찬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고생하고 핀잔을 들었던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달콤하게 들려왔다.

"그동안 손재주가 많이 는 모양이군"

"그럼요!생산 스킬이 7랭크에 올라섰다고요"

7랭크에 오르기 위해 유한이 지난 며칠동안 벌인 노가다는 눈물겨울정도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파부치는 곧장 말을 이어나갔다.

"지그야,왜 내가 너에게만 섭섭한 소리를 많이 한건 아느냐?"

"상성........아니 싹수가 없어 보여서요?"

"너 같은 녀석은 작은 재주만 믿고 우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는 옳은 대장장이가 될수  없지.그래서 내가 유독 너에게만 섭섭한 소리를 많이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랬던가.덕분에 뜨거운불앞에서 고생을 실컷 했지만, 좋은 물건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되었다.

앞으로 상점가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상점것보다 좋은 질의 도구와 무기를 판다면 뗴돈을 벌수있을터.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곤란하지.작은 칼 몇자루를 잘만들엇다고 방심하다간 더 좋은 물건은 절대 만들수 없다. 알겠느냐? 보다 명품을 만들기위해선 끊임없이 정진해야 하는 것이야"

"예!잘 알겠습니다"

이제 겨우 생산 7랭크일뿐.최고의 대장장이가 되려면 제련이나 생산,수리에 있어서 1랭크의 고지에 올라야 했다.

그리고 관련된 다른 스킬들도 더 익혀 놓아야 한다.

"그래,이제 난 너에게 가르칠 것은 다 가르쳤다. 이제 너에게 필요한것은 세상에 나가 더 많은 경험을 쌓는것뿐이다"

"예 ?떠나라고요?"

"그래,이제 둥지를 떠날떄가 된게다"

사실 경험치만을 생각하면 벌써 떠났어야 옳았다.

그러나 극악 상성으로 인한파부치와의 관계가 대장간에서 좀더 오래 머물게 했다.

처음에 고생할떄는 언제 이 덥고 지긋지긋한 곳에서 떠나나 싶었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네놈의 근성이라면 전설의 '아이언 마스터(Iron Master)가 될수 있을지도"

"예?뭐라고요?"

"아니다.아무것도 아니다"

내뱉은 말을 얼버무린 파부치는 그동안 수고했다며 얼마간의 돈과 아이템을 주었다. 망치,집게,숫돌등 대장장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도구들이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앞으로도 종종 들르겠습니다"

"그럴 필요없다. 그 지겨운 면상 다시 내밀지 마라"

파부치가 말은 이렇게 햇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앗다. 시원섭섭해 하는 파부치를 등지고 유한은 대장간을 떠났다.

이제 대장장이 지그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것이다.

3

파부치의 대장간을 떠난 유한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필요한 장비와도구들을 사기위해 발덴 상점가에 있는 잡화점에 들렀다.

"어서 오십시오!"

예쁘게 생긴 여점원이 나와 친절하게 반겨주었다.

그러나 유한은 겉모습에 속지않았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어떻게 된것이 철없는 초보유저들이 상점에 들렀다가 별 쓸모도 없는 아이템을 잔뜩 사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상인 NPC들과 종업원 NPC들의 화려한 상술에 말린 덕분이다.

이들은 상당히 끈덕진 면이 잇었다. 그냥 멍하게 유저가 물건을 사기를 기다리는 다른 게임속의상인 NPC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뭐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혹시 이 항아리를 사러 오신 건가요?"

"아니,그건 필요없는데......."

"이 도마가 요즘 최고 인기 상품이랍니다. 이번에 특별히 할인을 하고 있는데다가 박달나무로 되어 있어 내구가 무척 뛰어나죠"

"저기,난 대장장이거든"

"어머!그런가요? 그래도 하나 지르세요.요리 스킬을 연마하는 여친에게 이보다좋은 선물은 없을거에요"

싫다고해도 자꾸권한다.

'아놔,이놈의 게임 인공지능은 진짜'

매번느끼는거지만 치 떨리도록 실감났다.

예쁘거나 혹은 상당히 멋진 NPC들이이런식으로 아양을 떨고 유혹을하니,게임 속 세상이 어떤지 모르는 초짜들은아까운 돈으로 쓸데없는 사재기를 하곤했다.

더구나 쓸모없는 아이템을 게임속 비밀 퀘스트에 필요한 은밀한 품목처럼 속여 비싸게 파는 용팔이 NPC들도 있어 게임 공략 사이트들마다 이들에 대해주의할것을 명시해 놓고있었다.

유한도 바츠 시절에 그런 용팔이 NPC에게 걸려 큰돈을날린적이 있었다.

'GM들이 NPC를 조정하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스럽단 말이야'

성가실정도로 NPC들의 인공지능 사양이 높았지만,좋은 점도 있다. 자주들르는 단골에겐 가격을 깎아주기도 했고,특별한 아이템을 팔기도 한다. 그리고 퀘스트나 모험에 관련된 정보들도 제공해주었다.

"저기 '작은모루'랑'청동화로',그리고'숯'을 주세요"

지금 유한이 고르고 있는 것들은 여행을 하는 대장장이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다니는도구들이었다. 저것들만 있으면 생산이나 수리를 얼마든지 할수있었다.

"다 합쳐 338골드 되겟습니다"

'생각보다 비싸군'

모루가 150골드,청동화로가 180골드,숯이 30개에 8골드였다.

바츠 시절에는 껌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이지만, 초보인 지그 입장에선 상당한액수였다.

그나마 대장간 일을 하면서 모아둔돈이 있고,저번에 레이징 보어를 잡으면서 얻었던 아이템들을 팔면서 여유가 좀 있었다.

"어? 저건 뭔가요?"

"'야장의 작업복'이랍니다. 훗,대장장이라면 이 정도는 입고 다녀야죠"

'어쭈 ,이게 지금 도발을 하나?'

여점원 NPC를 살짝 쨰려본 유한은 '야장의 작업복'을살펴보았다. 그리고 같이 있는 '야장의장갑'이라는것도 보았다.

[야장의 작업복]

방어 : 4

내구 : 12

불에 대한 내성 10%증가.

설명 : 대장장이들의 작업복,두껍지만 통풍이 잘된ㄴ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 천옷보다 높은 방어력을 갖고 있다.

[야장의 장갑]

방어 : 2

내구 : 8

불에 대한 내성 5%증가.

설명 : 대장장이들의 장갑.내화성이 강한 가죽으로 되어 있어 열기로부터 손을 보호해준다.

"손님, 지금 이둘을 같이 사시면 특별히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유한이 관심을 표하자 여점원이 살살 꼬드겼다.

'음,당장 필요한건 아니지만........'

언제까지 추레하게 천 옷을 걸치고 다닐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여행을 하다보면 몬스터를 만날때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수준의 방어구는 갖춰 놓아야 했다.

유한은 남은돈으로 야장의 작업복과 장갑을 사고,이왕에좀 더 지르자는 생각에서 방어력을 2높여 주는 가죽 구두도 구입했다.

그렇게 한바탕 쇼핑을 하고나니 수중에는달랑 10골드정도만 남앗다.

"에고,지름신이 완전 강림하셨어"

알고도 당하는게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유저들이다.

싸다는 말에,특별히 할인해 준다는말에 이것저것 사다보면 어느새 주머니는 텅 비어 버린다.

'재료비가 없으니까 일단 수리 스킬을 올리면서 돈을벌자'

수리 스킬은 꼭 대장간이 아니라도 높일수 있다. 식당의 NPC들이나 농부 NPC들에게 일거리를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거리는 보통 유저가 찾아가 얻어내지만, 가끔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어이,거기 너!대장장이 맞지?"

'켁!돌발 퀘스트다'

이렇게 NPC쪽에서 먼저 접근하는 경우가 있었다.

직업이나 레벨에 따라 이런 일들이 종종 생기는데,현재 유한에게 있어그리 반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비병 NPC가 무엇을 맡기려는지 짐작이 갔기 떄문이다

" 이 창 좀 수리해줘.사례는 충분히 할테니까"

경비병 NPC는 대뜸 창을 건네며 수리 퀘스트를 걸어왓다.

-경비병의 수리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제길,아직 수리 스킬이 엉망인데'

기회가 될수 있는 돌발 퀘스트가 반갑지않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동안 제련과 생산에만 전념했던지라,유한은 아직 수리 스킬을 거의 올리지 못했다.

최악 9랭크.

원래 계획은 식칼이나 낫을 고치며 수리 스킬 랭크를 올릴 생각이었다. 병사 NPC에게 일을 받는것은 예정에 없었다.

"저기,전 아직 초보라서 실력이 변변치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창을 수리할순 있겠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무기는 도구보다 수리하기가 어려우니까.

"뭐? 창 하나도 못고치면서 대장장이인 척하고 다니는거야? 너 혹시 다른 나라 첩자 아냐?"

"아뇨!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퀘스트 거부가 쉽지않다. 거부 버튼을 누르고 안하겠다고 말하는데도 경비병 NPC는 물러서지를 않았다.

'제길,이런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는 퀘스트를 거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때가 종종 잇었다.

바츠때도 공짜로 몬스터를 토벌해달라,산적을 때려잡아달라며 마을 촌장 NPC가 달려든 적이 있었다.

유한은 한번 받은 퀘스트를 거부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이런 돌발 퀘스트를 끝까지 거부한 유저도 있었는데,결국 그는 명성이 깎이는 낭패를맛봐야했단다.

'마음 같아서 그냥 차고 있는 칼로 푹 쑤셔 버리고 싶은데'

귀찮다고 경비병 NPC에게 그런 짓을 했다간 명성이 깍이고,수배범이 되어 다른 유저들을즐겁게 해주는 퀘스트의 소재가 되어 버릴것이다. NPC에게 상해를입히는짓은 PK와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제가 아직 스리 스킬을 올리지못해서요"

"흥,대장장이가 수리스킬도 안올렸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NPC주제에 슬슬 사람 속을 긁기까지 한다.

바츠였다면 그 까마득할 정도로 높은 명성치때문에감히 말도 못건넬 NPC병정놈이.

"아무리 봐도 수상하군.따라와.신분을 좀 확인해봐야겠어"

'우쒸!퀘스트 거부한다고첩자 취급을 하다니!'

이 상태로 끝까지 거절했다간 진짜 첩자로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자신은 발덴에 있는 유저들에게 즐거운 오라거리가 될것이다. '첩자를 잡아라'의 퀘스트 주인공이 되어서.

"알았어요.알았어.대장장이 맞으니까 창 이리 내놔요.당장 고쳐 드립죠"

유한은 퀘스트를받아들였다.기분이 상하기도하지만, 어쩌면 가능할것도 같았다.

이미 자신은 보통 대장장이가 아니지않은가? 시간이 좀 걸렸지만 10연속으로 고사양의 숏소드를  생산한 초보치고는 매우 우수한대장장이니까.

"좋아,어디한번실력을 발휘해 보라고"

경비병 NPC는 수리할창을 건네주었다. 군데군데 이가빠지고 녹이 슬었고,내구도 3정도 떨어져있었다. 

'해보자,어차피 하지않으면 안될일이잖아"

녹슨 창을 노려보던 유한은 화로에 숯을 넣어 불을 지피고 ,창끝을 달구었다. 그리고 달궈진 창끝을 망치로 두들기고 식혀서 숫돌에 갈아 날을 세우고 녹을 없애 나갔다.

다행이 잘돼 가는것 같았다. 그리고 한순간!

갈고있던 창날의 한쪽이 뚝부러졌다. 수리는 완료되엇지만,오른쪽이 약간 부러진 덕분에 내구가 17이나 깎이고 말았다.

"호오,이렇게 쉬운것도못 고친단 말이지?"

경비병의 눈매가 무섭게 변했다.

"수리는 안올렸다고 했잔아요"

"시끄럿!아무리 봐도 수상하다!첩자가 아닌지 직접확인해 봐야겠어"

"아 진짜 왜 그래요!나 대장장이 맞다니까요!선량한 발덴 시민이라니깐요!"

보상은 커녕 경비병 NPC에게 질질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유한이 이런 지경에 빠지든 말든,게임의 시스템은 어김없이 친절한 안내창을 띄웠다.

-창을 수리하셨습니다.

내구가 17 떨어졌습니다.

스킬 경험치 5를 얻엇습니다.

*수리 스킬을 계속 올리면 낡은 물건을 새것같이 고칠수 있게 됩니다.

"어휴!진짜 재수도 없지"

경비병 NPC에게 끌려가던 유한은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빠져나올수 있었다. 물론 말만으로 되지않아 수중에 남은 10골드를 몽땅 뇌물로 바쳐야 해다.

뇌물에 헤벌쭉해진 경비병 NPC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않았다.

다짜고짜 수리를 맡긴것도,턱도 없이 첩자라고 몰아세운것도  처음부터 뇌물을 받아내려는 수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제길,게임속의 세상도 썩은건 똑같군"

NPC주제에 유저를 상대로 그따위 짓을 저지르다니!

바츠 시절엔 이런식으로 수모를 겪은 적이 없었다.

직업이 전사 였기때문인지,당시엔 아직 패치가 세세하게 안 되어서 그런진 몰라도 감히 자신에게 시비를 건 NPC가 없었다.

한참을 투덜거리던 유한은 자신의수리 성공 확률이 얼마인지살펴보았다.

'43퍼센트라........이대로라면 한동안은 꽤나 욕을먹겠군'

처음 장사에 나서는 초보 대장장이의 수리 성공률이 60%인걸 감안하면 상당히 나쁜편에 속했다.

공략 사이트들을 보니 수리 스킬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하고있었다.

당신이 부러트린 검의 숫자만큼 수리 스킬의 랭크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수리 성공 확률은 랭크 외에도 솜씨가 얼마나 되는가에 영향을 받기도한다니 시간이 나는대로 솜씨를 많이 올릴것을 권하고 있었다.

"내 솜씨가 15정도인데 좀더 높일 방법이 없을까?"

솜씨를 높이는 방법은 얼마든지있다.

레벨을올리면서 볼규칙적으로 추가되는 스탯을 알뜰히 모으던지,아님 요리 스킬이나 그림 스킬과 같이 솜씨를 높여주는 스킬을 배우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에 시간이많이 걸린다. 요리나 그림 스킬도 쉽게 랭크를 높일수 잇는것이 아니다.

"흐음!어쩌면 좋지?"

잠시 고민하던 유한은 무릎을 탁 치더니 그대로 게임에서 로그아웃했다.

캡슐 밖으로 나온 그는 방안의 컴퓨터를 켜서 이메일을 확인해보았다.

저번에 바츠가 해킹된 다음,게임사에서 위로랍시고 최신형 캡슐과 아르페디아 온라인 6개월 무료이용권,그리고 특별 아이템 한개를주겠다고 했었다.

이중에 캡슐은 아직 집에 배달되지 않았고,6개월 무료 이용권과 특별 아이템은 이메일로 전달되었다.

유한은 건성으로 넘겼던 특별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 메일을 열었다.

특별 아이템은 더러 게임 내에서 흔하지않은 특수한 기능을 지원해 주는 경우가 있기에 잘만 걸리면 상당히 쓸모가 있다.

'제법 솜씰르 높여주는 아이템이 나오라'

유한은 예쁜 목걸이처럼 생긴 아이템을 커서로 눌러 확인했다.

[티케의 부적]

방어 2상승

마법 방어력 10%증가.

설명 : 행운의 여신 티케가 내려준 부적.걸고 있음녀 재수가 좋아질것 같다.

티케는 아르페디아 세계에서 행운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그래서 스탯 중에 행운을 왕창 올려주는 효과가 있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행운이 높아지면 수리 성공률도 좀 높아지는데,이건 아무리 살펴봐도 생산과 관련된 아이템은아닌듯했다.

"쳇!이게 뭐야!이게 무슨 특별 아이템이야? 마법 상점에서 파는 아티펙트도 이보다는 낫겠다"

유한은 드림맥스에 대한 악감정이 100증가하는것 같았다.무엇보다 문구가 더 기분나빴다. 차고 있으면 재수가 좋아질거라니.마치 유한이 지금까지 재수가 없어서 해킹을 당하고,이런 고생을 하는거라고 조롱하는것 같지않은가.

"쳇!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확 삭제해 버리려다가 참았다.

저렙인지라 이 정도의 아이템도 아쉬운 판이었기에.

유한은 다시 캡슐에 들어가 게임에 접속했다.

이제 수리 스킬의 랭크를 올리려면 팔에 알통이 베기고 손바닥이 까지도록 모루를 두들기는 방법밖에 없다.

                                BY R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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