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마을의 위기
1
야장 NPC가 가르쳐준 광산은 랑켈산 기슭에 있었다.
남쪽이 초보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사냥터라면 산 중턱은 광산들이 모여 있는 군락지다.
"이게 뭐야?"
산과 계곡을 넘어 간신히 도착한 광산의 모습에 유한은 입을 다물수 없었다.
광산을 끼고 세워진 마을에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군데군데 무너진 집.그리고 반쯤은 부서진 울타리.
곳곳에 다치고 헐벗고 굶주린 모습의 주민들이 넋을 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저기 안젤로라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아십니까?"
마을 입구에 앉아있는 NPC아낙을 향해 다가간 유한은 조심스레 물었다.
아낙은 대답할 힘도 없는지 팔을 들어 마을 한쪽을 가리켰다. 아마 그곳에 있다는 의미인듯.
"고맙습니다"
얼른 인사를 한 그는 마을에서 가장 큰 집으로 향해다.
마침 집 앞에서 유한은 자신이 찾는 자를 발견할수 있었다.
그는 다행이 멀쩡했다.
"파부치 씨가 보내서 왔다고?"
"네,여기서 광물 열개를 캐 오라고 했습니다"
유한의 대답에 안젤로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되물었다.
"자네가 보기에 이곳에서 광석을 캘수 있을것 같나?"
"아니요"
광산은 무언가에 공격을 받았는지 입구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광산은 물론 무엇보다 이곳에서 광물을 캘 광부들이 더 문제였다.
광부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온전한 사람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수 없었따.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유한의 물음에 이 마을의 혼장이자 광산 책임자인 안젤로는 어두운 얼굴을 했다.
"며칠전 오크 무리의 공격을 받았네"
"네? 오크라고요?"
유한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알기로 이곳 랑켈산은 오크가 살지 않는 지역이다.비록 하급 몬스터지만 무리를 지어 다니는 오크는 초보유저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상대다.만약 오크들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면 벌써 아르페디아 온라인 홈페이지에 정보가 올라왔을것이다.
"사실 오크 무리가 랑켈산에 이주한것은 얼마 되징낳았네.아마도 북부 네메시스 산맥에서 먹이 다툼에서 밀려난 놈들이 내려온것이겠지"
놈들을 막기에는 광산촌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단다.놈들의 공격에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고............
"다행히 희생된 사람은 적지만놈들이 마을의 재물과 식량을 죄다 약탈해 갔네.그래서 다들 이렇게 쫄쫄 굶으면서 왕도의 군대만을 기다리고 있지"
그제야 유한은 왜 마을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린 모습으로 넋을 놓고 있었는지 알수 있었다.
"그럼 광산은........."
"오크들이 곡괭이나 삽 같은 도구들도 모두 가져가 버렸어.이대론 광산을 복구할수도,광물을 캘수도 없네"
도구도 없이 광물을 캔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즉,유한의 퀘스트는 이곳에서 뜻하지 않은 장애에 가로막힌 것이다.
'크아악!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냐고요!'
퀘스트를 냈으면 일단성공하든 실패하든 도전할 기회를 주어야지.아예 시작도 못하게 만들어 놓는건 무슨 심본지 모르겠다.
유한이 절망에 빠져 있을떄 효과음이 울렸다.
-연계 퀘스트가 발동되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그는 서둘러 메시지 창을 띄웠다.
[광산 마을의 위기]
-오크들의 침입으로 평화로운 광산 마을이 위기에빠졌다. 주민들은 본업에 종사할수 없을정도로 약탈당했고,또다시 들이닥칠 오크들의 침입이 두려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대 용감한 자여!북쪽 계곡에 있는 오크들을 물리치고 광산 마을을 위기에서 구하겠는가?
'어쩐지 야장 NPC가 제법 쓸만한 갑옷과 검을 준다고 했더니만..........'
이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을 줄이야!
연계 퀘스트를 확인한 유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오크들을 물리치는 것은 쉽다.
그가 전사 바츠였다면 말이다.
그러나 레벨 31의 대장장이인 지그로서는 레벨 30의 오크 한마리도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런데,한 마리도 아닌 무리 전체를 상대해야 하다니!
'어쩐다.여기서 퀘스트를 포기해? 그럼,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텐데.......'
어쩌면 대장간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경험치가 떨어지고,어렵사리 획득한 아이템을 잃을수 있다.
유한은 야장 NPC가 준 퀘스트를 포기해야 할지 말지 고민을했다.
그리고 결심을 내렸다.
'까짓것 한번 죽지 두번 죽나!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바츠 시절에는 한번도 퀘스트를 거절해 본적이 없다. 그런것은 지그가 되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한은 오프라인에서의 다소 숫기 없는 모습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행동이 과격한 면이잇었다.
저돌적이며 물불을 가리지 않는 광전사 바츠가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안젤로를 향해 말했다.
"제가 오크들을 물리치겠습니다!"
"오오,자네가!정말 그렇게 해주겠나?"
"물론이죠!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촌장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유한의손을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동안 오크들에게 많이 시달린 모양이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자.몸이 피곤하니까 좀 쉬어야지'
유한은 게임 접속을 종료하고 캡슐에서 나왔다.
2
유한이 학교를 중퇴한것은 원해서 그렇게 된것이 아니었다.
우연찮게 접하게 된 사실을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렸을뿐인데,이게 문제가 되어 버린것이다.
유한이 다니던 학림 고등학교는 학림재단이라는 곳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학림 재단은 땅 투기로 벼락부자가 된 졸부가 세운 교육 제단으로 이사장부터 학교장,교감까지 한집안 식구들이 도맡아서하고 있었다.
덕분에 학교 운영에 비리가 개입하지않을수 없었고,이런저런 좋지 않은 소문이 떠돌았다.
다소 세상에 불만이 있긴했지만 평범한 소년인 유한은 아무런문제없이 학림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입한한지 한달후에 문제가 발생했다.
유한이 급식으로 받은 국속에 생쥐한마리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작고 에쁜 녀석이.
평소 학교 밥이 낸 돈에비해 형편없기로 소문난 학림 고등학교였다.
하지만 아무리 형편없다 해도 이럴수는 없다.
유한은 폰카로 찍은사진을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렸다.
이게 5500원짜리 밥입니다. 도대체 말이 됩니까?밖에 나가 분식점에서 사먹으면 이보다 배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수 잇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좀 보십시오.오늘 점심 식사 시간에 제 국속에서 나온겁니다. 예쁘게 웃고 잇는 녀석 보이시죠? 바로 생쥐입니다.크악!이런걸 먹으라고 내놓는 학교 당국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습니다.
유한이 올린 글은 수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갔고,학림 고등학교 홈페이지가 항의하는 학부모들과 네티즌들에의해 다운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유한이 특별히 학교나 재단을 미워해서 이런 글을 올린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던진 돌멩이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학교에서는 아이피를추적해 처음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냈다.
그러나 정작 학교에서는 유한에게 어떤 제대도 가하지 않았다.
유한도 학교에서 자신을 어쩌진 못할거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학부모들과 네티즌들이 학림고를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고,교육청에서도 장학사를 파견해 이런저런 사정조치를 내렸다.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자신에겐 아무일이 없을거라고.
그러나 그것은 유한의 착각이었다.
"야,니가 우리 학교의 명예를 더럽혔다면서?"
'이것들은왜?'
갑자기 불쑥 찾아온 녀석들.학림고 일진들이었다.
평소 학교의 명예와 위신을 깎는데 서슴지 않던 녀석들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애교 심이 가득하다 못해 철철 넘쳤다.
놈들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핑계로 매일 유한을 끌어내서 린치를 가했다. 말리려고 나온 유한의 친구들에게도 주먹을 휘둘렀고,유한을 편들면 가만 안두겠다고 을러대기도 했다.
견디다못한 유한은 선생과 학생 주임에게 녀석들을 신고햇다. 그러나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친구들도 하나둘 등을돌렸고,유한은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끝까지 싸워보자는생각도 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잔뜩 터져서 교실로 돌아가고 있을떄였다.
교감이 누군가를 불러서 이야기하고 잇는것을 보았다.
학림고 일진 짱 정현일이라는 녀석이었다.
재단이사장의 손자라고 온갖 말썽과 악행을 부려도 선생들이 그냥 내버려 두던 인간 말종.
웬일로 그녀석을 훈계하나 싶었는데,훈계하는게 아니었다. 오히려 잘했다고 어꺠를 다독이고 있었다
"이제 좀 있으면 그 유한인가 하는 녀석도 학교를 관둘게다.다 너랑 네 친구들 덕분이지"
"크크,저만 그랬나요.그놈 친구들도 그랬잔아요"
"그러게 말이다. 시험 답안 몇개 뺴준단 말에 친구를 배신하다니.요새 애들은 뿌리부터 썩었어.아!너는 뺴고 말이다.하하핫"
대화를 들은 유한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것인지 모두 이해했다.
학교에선 직접적으로 자신을 건드릴수 없으니 일진들을 사주하고,친구들에게 배신하도록 꼬드긴 것이다.
인간이라는게 이따위던가. 세상이 이렇게 더러웠나.
이성의 끈이 툭하고 끊어지는 순간,공교롭게도 근처에 밀대 자루 하나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것을 손에 쥔 다음 저질렀던 일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이 들었을때는 퇴학 통보를 받은 다음이었다
교감 선생님과 선량한 학생을 몽둥이로 마구 떄렸다면서 말이다.
그날 유한은 학교를 그만뒀다.
'헉!꿈이엇잖아'
학원 강의 시간에 몰래 구석에서 졸고있던 유한은 화들짝 놀라 잠에서깼다.
손등으로 입가의 침을 훔치던 유한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복도에서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던 비곗덩어리와 눈이 마주쳤기 떄문이다.
씨익!
유한을 향해 미소를 짓는 놈은 며칠전 학원앞에서 시비가 붙은 녀석의 형이었다. 안그래도 옆에 동생 놈과 친구 녀석이 같이 있었다.
'바로학원을 바꿨어야 했는데..........'
때늦게 후회해 봐야 이미 물건너 간일.
각오를 다진 유한은 강의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꾸려 복도로나왔다.
"크크,뒈질준비는돼 있겠지? 이 찐따 새............."
비계덩어리의 말은 거기까지였다.유한이 사타구니를 냅다 걷어찼기 때문이다.
"끄어어억!"
"동생몫까지 한대 더 맞아라!"
유한은 잔뜩 오그라든 비곗덩어리의 사타구니에 또 한번 킥을날려주고는 바람같이 도망쳤다.
"잘있어라,멍청이들아!앞으로 영영 보는일이 없을거다!"
"크아악!너 이자식!거기 안서!잡히면 죽을줄 알아!"
비곗덩어리와 그 동생들이 일제히 유한을 잡기 위해 쫓아왔다. 유한은 유유히 달아났지만 잘못해서 막다른 길로 들어가고 말았다.
돌아섰을때는 놈들이 눈앞에 당도해 있었다.
'제길,재수가 없는 날이군'
유한은 힘껏 저항해 보았지만, 힘과 숫자 모두에서 약세라 당해 낼수 없었다. 그는 잔뜩 열받은 비곗 덩어리와 동생놈들에게 눅신해질떄까지 두들겨 맞았다.
"꺄악!경찰 아저씨 !여기에요,여기!여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요!"
골목 입구에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싶더니 여학생 하나가 고함을 질렀다.
갑작스런 훼방꾼의 등장에 양아치들은낭패어린 표정을 지었다.
"너 이새끼!앞으로 한번만더 까불었다간 그땐 아주 뒈질줄 알아.알았어?"
"웃기고 있네,골통까지 비계가 찬주제에"
"이 자식이 진짜!"
"형,저새끼 놔두고 빨리 가요!"
민중의 지팡이가 무섭긴무서운지 비곗덩어리 녀석들은 유한을 내버려 둔채 꽁무니를 뺐다.
그러나 정작 경찰은 오지않았고,엉망이 된 유한에게좀전에 고함을 질렀던 여학생이 다가왔다.
"너 괜찮니?"
건빵 바지에 영문이니셜이 찍힌 티셔츠.그다지 꾸민 모습은 아니지만, 상당히 예쁜 얼굴이었다.
그런데,왠지 낯이 익어 보였다. 목소리도 어디서 들어본듯하고.
"괘,괜찮아"
유한은 아픈것보다 미소녀에게못난 꼴을보여준것이더 쪽팔렸다. 그래서 곧장 돌아섰지만, 소녀는 놓아주지 않았다.
"안괜찮은거 같은데?이것봐!이마에서 피가나잖아"
소녀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유한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그런데,너 굉장히 눈에 익은데? 혹시 이 동네에 사니?"
"아,아니.여기는 아니고 옆 동네에......"
유심히 유한의 얼굴을 들여다보던소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유한!너 유한이 맞지?"
이번에는 유한이 깜짝 놀랐다.
"어? 맞는데 넌 누구?"
"나야나!송채린.어렸을적 옆집에 살았잖아"
"뭐? 네가 채린이라고?"
"그래,이야~너 어릴때랑 하다도 안변했구나"
기억이났다. 어릴때 옆집에살던 소꿉친구 송채린.
유한의 옆집에 살다 초등학교 4학년이되면서 다른곳으로 이사를 간 아이였다.
아주 멀리 이사간줄 알았는데,알고보니 가까운곳에 살았던 모양이다.
'이,이자식 언제 이리 예뻐졌냐?'
어릴떄 기억속의 채린은 자신보다 키도크고 얼굴이 새까만 활달한 아이였다.
짧은머리에 남자애들처럼 입고 다녀서 처음에는 여자애인줄도 몰랐다.
힘도세고 어찌나 싸움을 잘하는지 초등학교때 채린을 이기는 남자애가 없었다.
그랬던 녀석이 지금은 아주 예쁘고 멋진 소녀가되어 있었다.
유한보다 작고 아담한 체구에 양갈래로 묶어내린 귀여운 헤어스타일,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생기발랄한 모습은 옛날의 골목대장 같은 치기를 찾기가 어려운 정도였다.
'그런데 이 녀석어디서 본것 같은데........'
어릴떄가 아니라 얼마전에 만난듯했다.
그러나 그게 언제인지,그리고 어디인지 떠올리려 할때 채린이 유한의등짝을 짝 소리가 나도록 후려쳤다.
"이야!반갑다,짜식!칠년 만이네!"
"컥!"
좀전에 맞은 부위를 맞아 쓰라렸다. 외모와 달리 채린의 성격은 7년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듯했다.
하지만 유한은 오랜만에만난 짝궁이그닥 반갑지않았다.
하필이면 이런때에 만날것이 무언가,동네양아치들에게 흠뻑 두들겨 맞아 엉망진창일때 말이다.
'제길!'
예전의 단짝 친구는 이렇게 멋지게 변했는데,자신은 갈수록 별 볼일 없에 되어 버리다니.부끄럽기도 하고자신을 이렇게 몰아간세상이 밉기도했다.
"너희 집 아직 거긴? 부모님 잘계시지? 슈퍼는 잘되고 있고? 유현이는? 그 말썽쟁이 동생은 잘 있는거야?"
"으,응.근데 나바빠서 그러니까 나중에보자"
유한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하더니 후다닥 달아나 버렸다. 뒤에서 채린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뒤로 돌아보지않았다.
나중에 보자고 했지만,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자격지심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한심한 꼬락서니를 소꿉친구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3
광산 마을을 위협하는 오크들을 물리치기로 약속한 유한은 오크들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놈들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방법을 생각해 낼수 없었다.
오크들이 군락을 이룬곳은 광산 북쪽의 계곡이었다.
규모는 대략 30마리.
이중 성인 남자 오크가 10마리,암컷 오크가 5마리,나머지는 새끼들이었다.
'휴!그나마 싸워야하는 대상이 줄어들어다행이다'
생식과 육아를 담당한 암컷 오크들은 전투를 치루지않는다. 새끼들도마찬가지다. 유한이 상대해야하는것은 10마리의 수컷 오크들뿐이었다.
만약 지그가 아닌 바츠였다면 이대로 오크마을로 쳐들어가 닥치는대로 죽였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크 한마리 상대하기 어려운상태.정면 대결을 벌이기보다는 머리를 써서 놈들을 처리해야 한다.
'나 혼자 싸울게 아니라 파티를 모아봐?'
그러나 안하던 짓을 하자니 마음에서 심각한 거부 반응이 솟구쳤다.
아직도 죽지않은 바츠의 근성은 혼자 싸울것을 외치고 있었다.
'그래,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고........'
마을이나 근처 필드까지가서 사람을 모으는것은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경험치와 아이템을 나눠야 하는 단점이 있다.
4인 파티가 100의 경험치를 주는 몬스터를 죽이면 실제로 받는 경험치는 25밖에 안되는것이다.
유한은 포기하고 오크 군락지를 돌며 정보를 수집했다.
'뭔가 좋은 방법이없을까?'
이쪽에서 먼저 기습한다면 일대일이라도 승산이 있다. 하지만 그 소란을 듣고 나머지 9마리가 우르르 몰려나와 몰매를 가하것이 뻔하다.
방법은 궁리하던 유한은 오크한마리가 군락지 밖으로 나오는것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조심조심 놈에게 들키지않게 따라가던 유한은 한적한 곳에 이르자 뒤에서 덮쳤다.
파부치의 검을 휘두르자 놈의 체력이 3분의 1이상 닳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히지못해 놈의 화만 돋우고 말았다.
"최이익!인간!죽어라!"
그때부터 지그와 오크의 난타전이벌어졌다 .유한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오크보다낮았지만, 파부치에게서 받은무구들로 어느정도 만회했다.
"이걸로 끝이다!"
유한은 오크가 휘두른 도끼를 피하고,녀석의 목을 그었다.몸이 갸우뚱했던 오크는 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경험치 80을 얻으셨습니다.
-수컷 오크의 이빨을 얻으셨습니다.
"헉헉!힘들다"
전사가 아닌 이상 오크와 맞짱을 뜬다는것은미친짓이다.생산직 계열들은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하는데서 그 능력을 발휘하기 떄문이다.
물론 그들이라고해서 싸움을 못하는것은 아니지만,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는 전사 캐릭터의 전투 능력을 따라갈수 없다.
간혹'전투상인'이나'전투요리사'같은 캐릭터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같은 직종의 유저들보다 잘 싸울수 있다는것을 제외하고는 장점이 없다.
이도저도 아닌'잡캐'일뿐인 것이다.
"휴우,이제 좀 살겠군"
포션을 마셔 체력을 회복한 유한은 재빨리 몸을 낮췄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싸우는 소리를듣고 다른 오크가 오지않을까 긴장했는데 말이다.
'인식 범위 밖인가?'
눈으로보든,소리로 인지하든 몬스터는 자기 영역에들어온 유저를 공격한다. 선공을 하지않더라도 동족을 공격하고 있는 유저들을 적으로인식해 공격하는 개체도있다.
몬스터에 따라 인식 범위가 넓기도하고,좁기도 하다.
지금 유한이 있는 장소는 군락지의 오크들이 인식하기에는 먼거리인 모양이다.
인식,인식이라........
'만약 놈들이날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면?'
아무리 몬스터라 해도 다른데 신경을 쓰다보면 바로 옆을 지나는 유저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공략 사이트에 보면 돌던지기나 소음을 이용해 몬스터를 따돌리는 방법들이 올라와 있을정도로.
'그래!그걸 응용하면 되겠군!'
생각해 보니 괜찮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유한은 미친듯이 검으로 나무를 찍어대기 시작했다. 도끼가 아니라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장작패기 스킬을 배운뒤라 필요한 만큼의 나무를 구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거 생각보다 유용한 스킬이네"
처음 장작 패기 스킬을 습득했을때는 어디에 써먹을지 한숨만 나왔는데,이렇게 요긴하게 써먹을 줄은몰랐다.
유한은 필요한 만큼의 장작을 아이템 가방에 집어넣은뒤,어두워지기를 기다렷다가 오크 군락이 있는 계곡으로 내려갔다.
오크들의 집은 나뭇가지와 낙엽을엮어서만든 움집이다. 그래서 화재에 무척 취약했다.
유한은나뭇잎과 흙을 온몸에 묻혀 후각이 예민한 오크들을 속인뒤,군락지 곳곳에 장작더미를 쌓아놓았다.들키지 않게 처리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도 들었지만, 오크들을 상대하자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준비를 마치자 유한은 장작더미에 불을질렀다.
"꾸이익!불이다!"
갑작스레 불길이 치솟자 움막에서 오크들이 뛰쳐나와 비명을 질렀다.
일부러 송진을 듬뿍 머금은 소나무를 장작으로 썼기에 불길뿐만 아니라 매캐한 연기도 같이 피어올랐다.
"꾸에엑!"
유한은움집 사이에 숨어있다 한 녀석을 향해 검을휘둘렀다. 이번에는 제대로 노렸는지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졌다.
-경험치 80을 얻으셨습니다.
-레벨 32가 되셨습니다.
힘이 1증가했습니다.
지식이 1 증가했습니다.
*지식의 축적은 마법을 효율적으로다루고,지능적인 전투를 수행하게 해 줍니다.
-수컷 오크의 이빨을얻으셨습니다.
역시 한칼에 해치우니 얻는게 많았다.
한 녀석을 해치운 유한은 서둘러 다음 상대를 노렸다.
오크들은 계곡을 뒤덮은화마와 매캐한 연기때문에 지금 군락지에서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 채지를 못했다. 연기가 그들의 시각와 후각을 마비시켰고,시뻘건 화염은 오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꾸웨엑!"
"꿰엑!"
어썌신은 아니지만 유한은 불길과 연기속에숨어 우왕자왕 하는 오크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간혹 한방에 죽이지 못한 오크와 치고받는싸움을 벌이면서 착실히 놈들의 숫자를 줄였다. 바츠 시절에 쌓았던 전투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네 녀석이마지막이지?"
"뀌이익!이 괴씸한 인간!"
마지막 수컷 오크를 해치우자 나머지 오크들은 유한과 불길을피해 저 멀리 달아났다. 성인 수컷들이 모두 사라진 이상 이곳의오크 무린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될수 없다.
"아이구,삭신이야!"
유한은 통감 옵션을 20%로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녹아내리는 고통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마지막남은 포션을 들이켰지만 상처만 아물뿐,긴박한 상황에서 죄어졌던긴장감은 쉽게 풀리지않았다. 거기다 극도의 집중력을 유지해 전투를 치러야 했기에 정신적인 피로가 많이 쌓인 상태였다.
"오크가 이렇게 처리하기 힘든 녀석들이었을줄이야"
역시 다른 이유가 아닌 생산 직종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정도 레벨의 생산 직종 치고 이만한 전투를 치른 유저는 없을거라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우쭐해졌다.
4
오크 토벌에 성공한 유한은 수컷 오크들의 이빨과 녀석들이 뺴앗아간 광산 도구들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은 처음 왔을떄와 달리 싹 정리가 되어 있었다. 여기저긱 병사들이 돌아다녔고,NPC신관들이 굶주림과 허기에 지친 마을 사람들을치료해 주고 있었다.
"오!저기 오는군요"
지그가 나타나자 안젤로가 허리에 쌍검을 찬 NPC기사와 함꼐 다가왔다.
"오크들은 어찌 되었나?"
"수컷들을 모두 처리하고 나머지는 쫓아 버렸습니다"
"오오오!고맙네!정말 고마워!"
안젤로는 기쁜 나머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유한이 아이템 가방에 있던 수컷 오크들의 이빨과 광산 도구를 넘기자 효과음이울렸다.
-퀘스트 완수로 경험치 300을 얻었습니다.
-레벨 33이 되셨습니다.
인내심이 1올랐습니다.
-명성이 30높아졌습니다.
*광산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인이 되셧습니다.
'에게 겨우 이거야?'
퀘스트 완수에대한 보상이 겨우 경험치와 명성치르 족므 올려주는것으로 끝나는데 유한은 실망했다. 괜찮은 아이템 하나정도는 줄거라 기대했는데.
'망할 놈의 게임회사!이것도 보상이라고'
유한이 한창 드림맥스를 씹고 있을때였다.
쌍검의 기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는 오크 토벌대의 대장 기욘이라한다. 다소 사정이 생겨 늦게 오게 되었는데 자네에게 선수를 빼앗겨 버렸군."
'다소 사정이란건 드림맥스의 수작이겠지'
퀘스트의 발동을 위해서 게임사에서 만든 설저일것이다. 시간이 정해진 퀘스트를 제외하고,언제나 게임속의 군대는 이렇게 뒷북만 울리는 역을 수행한다.
"기사로서 전공을빼앗긴 일은 분하나,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해준데에 자네에게 고맙다고하고싶군.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지그라고 합니다"
"지그? 들어보지못한 이름이군"
아직 지그는 명성이 낮아서 이렇다.
명성이 높으면 NPC들의 말투나 대접이 완전히 달라진다. 유한이 예전에 키웠던 바츠의 경우는 모르는 NPC들이 없었다.
어떤 국왕 NPC는 바츠에게 백작의 작위를 주겠노라고 한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것을 받아들이면 해당왕국에 봉사해야하고 귀찮은 일도 많아지기에 유한은 아르페디아 대륙 어떤 나라의 작위도 받지 않았다.
"평민인가? 직업은 뭔가?"
"대장장이 입니다. 광물을 구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호,대장장이라 ,앞으로 나라를 위해 큰일꾼이 되겠군"
기욘의 칭찬과 함꼐 안내창이 하나 슬쩍 떠올랐다.
-명성이 15올랐습니다.
그러나 명성이 올랐다는 사실보다 유한의입이 쩍벌어지게 한것은 따로있었다.
"옛 이야기에위대한 기사나 영웅이 대장장이였던 경우가 많더군.직접 신검을 만들고 그 신검을 이용해 악마나 마물들을 퇴치하셨지.그대도 그런인물이 되길 바란다"
이렇게 말하며 기욘은 자신이차고있던 검중의 하나를 풀어서 지그에게 건네주었다. 곧 효과음과 함꼐 안내창에 '기욘의 검'을 받았다고 올라왔다.
'어이쿠 이게 웬떡이냐!'
아이템을 획득하자 유한은 바로 클릭해서 살펴보았다.
[기욘의 검]
공격 : 37
내구 : 42
설명 : 바르카스 왕국의 상급 기사 기욘이 쓰던검.적당한 길이에 안정적인 중량을 자랑한다. 장비하고 있으면 명성이 5상승한다.
'호오,이거 제법 괜찮은걸?'
파부치의 퀘스트가 끝나면 돌려줘야 할 야장파부치의검과 달리 이것은 완전히 지그,바로 유한의 것이 되는거였다.
초보 시절에 이리저리 돈 쓸일이 많고 아이템이 하나라도 아쉬운데 이만큼 쓸모있는 검을 얻는다는건 굉장히 반가운일이다.
"자네의 앞길이 창창하도록 주신꼐 빌겠다. 나는 국왕 폐하께 보고를 해야하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안녕히 가십시오,나리"
안젤로와 마을 사람들의배웅을 받으며 토벌대는광산 마을에서 철수했다. 희미하게 사라지는 토벌대를 보고있던 유한에게 안젤로가 말을 건네왔다.
"이제 다시 광물을 캘수 있겠군.자네,파부치 영감이필요로 하는 광물을 열개 가져가야한다고 했지?"
"예,그랬지요"
한가지는 해결했지만, 정작 중요한 파부치 영감의 퀘스트가 남아있었다.
이미 광산 입구는 다른 광부 NPC들에 의해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남은일은 안에들어가 광물을 캐 오는것뿐.
"따라오게.광산 깊숙한 곳에서 광물이나오니까"
안젤로는 지그에게 곡괭이 하나를 건네주며 갱도로 안내했다.
유한은유쾌한 기분으로 그의 뒤를따랐다.
퀘스트가 거의 다끝났다는생각에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길것이라고는 상상도못한채............
5
"파부치 영감이 말한 광물은 바로저쪽 벽에 붙어있지"
안젤로는 갱도의 끝,막장의 한쪽 면을 가리켰다. 은은하게 칠흑빛으로 빛나고 있는 벽면 전체가 모두 광물이었다.
유한은 소매를 걷어 붙이고 곡괭이를 들었다. 그리고 기세 좋게 내려찍었다.
까앙!까앙!
몇차례 두들겼음에도 불구하고 벽면은 요지부동이었다. 유한은 곡괭이지에 좀더 힘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몇차례 강도를 높여가며 곡괭이질을했지만, 여전히 떨어지는것은 부스러기 뿐이었다.
"헉,헉!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유한이 영문을 몰라할때 한쪽에서 지켜보고있던 안젤로가 다가왔다.그리고 벽에곡괭이를 박았다.
안젤로는 그저 가볍게 곡괭이질을 했을 뿐인데도,벽면이 쩍갈라지더니 커다란 광석 덩어리가 굴러떨어졌다.
"자네는 아직 광석을 '채굴'하는 방법을 모르는군.그래서는 힘만 낭비할 뿐이야"
"아니,그럼 어떻게 하는겁니까?"
"힘만 준다고 되는게 아니야.일단 요령이란게 필요하지.강하게 내려친다는 생각은 말고 곡괭이를 가볍게 쥐고 허리를 이용하게"
안젤로가 또 한번 곡괭이를 휘둘렀다. 여지없이 광석덩어리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유한은 안젤로가 채굴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손바닥을 마주쳤다.
안젤로의 말대로 자신은 미련하게 힘으로 몰아붙이려했었다. 필요한것은 힘을 많이주는게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힘을 집중하는 가인데말이다.
'그래,임팩트!임팩트를 제대로 줄수 있어야 하는거야!'
용도만 틀리자,전사가 쓰는 '베기'기술과 다를게 없었다.
베기는 힘으로 하는것이 아니다. 베는 순간칼날에 얼마나 힘을 집중시킬수 있느냐에 따라 공격력이 달라진다.
제대로 베기가 성공하면 크리티컬이 터질 확률도 증가하고 일격참살의 기회도 높아진다.
채굴할때도 마찬가지다.
유한은 안젤로가 가르쳐준대로 해보기로했다.
'자세를 잡고,자루를 가볍게 쥐고,원심력을 이용해 곡괭이를 휘두르면서........'
나비처럼 날아벌처럼 쏜다.
유명한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말처럼 곡괭이 날이 타점에 가까워졌을때 유한은 힘을 실었다.
캉!
곡괭이 날이 벽에 부딪치자 큰 소리와 함께 광석 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채굴스킬]을 익히셨습니다.
광산이나 바위에서 광물을 채집할수 있습니다. 랭크가 높을수록 더 많은 광물과 희귀한 보석을 얻는것이 가능해집니다.
'헉!보석까지!'
어느게임이나 그렇지만, 보석은 돈이 되는아이템이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선 보석이 마법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래서 마법사의 스태프를 만들때,혹은 여러가지 아티팩트들을 만들떄 사용되곤 했다.
희귀하고 알이굵은 보석일수록마법효과가 높다.
그래서 인첸트(Enchant)스킬을 익힌 마법사들은 보다 좋은 스태프나 아티팩트를 만들기 위해 매일 보석들을 사모았다.
'하지만 이것도 상당한 노가다가 필요할것 같군'
채굴의 경험치를 본 유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직업상많은 광물이 필요한 것이 틀림없다. 그것을 일일이 사모을만한 재력이 현재 자신에게 없기에,광부가 부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빨리 광석을 캐서 퀘스트를 종료하자'
지그는광석 덩어리를 아이템 가방에넣고 다시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생각만큼 광석 덩어리가 그리 자주떨어지지는 않았다.
이미 스킬을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작업하는 안젤로와 채굴량이 달랐다. 아마 광산 전문 NPC니까 채굴랭크가높아서 그럴것이다.
"제법 요령이 생긴 모양이군.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 바닥에서 어림도 없지"
"걱정 마세요.광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
"하하핫,하지만 자네가 대장장이라면 하지않을수 없을거야.그러니까 알아두라고,좋은 광물을 얻으려면 곡괭이 다루는요령뿐만아니라 광석 자체를살피는것도 중요해"
"광석을 살펴요?"
그게 무슨 말인지?
유한은 이어지는 안젤로의말에 귀를 기울렸다.
"광석이란게 말이야.애초에 여러가지 물질이합쳐져서 만들어진 거야.강한 압력에의해서 한 덩어리가 되었지만, 각 물질들간에는 경계가 있지"
"물질의 경계라........."
"그리고 같은물질이라도 조직의 결합이 강한것과 느슨한것이 뒤섞여있네.그것들 사이에도 경계는 있기 마련이고,경계를 잘 살피면 작은 힘으로도 쉽게 광물을얻을수 있지"
뭔가 베테랑 광부다운 심오한 이야기를 하는듯했다.
결론은 물질이 합쳐진경계를 노려떄리면 광석이잘 부서진다는것이고,그럼 광물도 쉽게 얻을수 있다는 이야기.
"그것을 알아보려면........어렵겠군요"
광석의 결을 알아보고 정확히 경계를 떄리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나도 꽤 오랫동안 채굴을 하면서알게 된 사실이니까 애송이정도의 안목과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지"
다시 말해서 광물을 잘캐고 싶으면 스킬 랭크를 올리라는이야기다.
그러나 유한은 칙칙한 막장에서 이런노가다까지 해야되는가 싶었다.
사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선 이런 노가다를전문적으로해주는 세력들이 있었고,돈을 어느정도 벌게 되면 그들에게서 광물을 힘들지않게 구입할수 잇다.
대장장이 육성 공략집을 봐도대부분의 유저들이 광물을 직접 채굴해서 얻기보다는 시간절약을 위해 살것을 권하고 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전 광물을 열개 다 구했으니 이만 가 봐야겠어요"
어느새 광물을 10개 다 모을수 있었다.
퀘스트창이 떠오르며 이제 다시 발덴으로 돌아가 야장 NPC를 만날것을 권했다.
"잘가게.자네에게 신세진거 잊지않겠네.언제든 광물이 필요하면 이곳으로 찾아오도록해"
"그럴일이 있다면요.그럼 안녕히 계세요"
유한은 광물 10개를 아이템 가방안에 확실히 챙기고 발덴으로 향했다.
광산입구에서 퀘스트 내용을 일지에 적고 스크린샷을 찍는것을 잊지않았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처음 등장한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뿌듯함이 마음을 가득채웠다.
'크크크,이걸 공식 홈페이지와 공략 사이트에올리면 다들 놀라겠지?'
놀라고 신기해할것이다.
하지만, 보상이 뛰어나지않는 이상 자신과 같은 플레이에 도전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링켈산의 퀘스트를 받은것은 아무래도 대장장이와의 극악한 상성 때문인것 같으니까.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할까?'
모든것을 하루아침에 다 아는것은 재미없는 일.
내일의 즐거움을 남겨두기위해 유한은 게임을 종료하고 캡슐에서 나왔다.
BY RAY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