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대장장이 견습생 (3/143)

대장장이 견습생

1

'그런데 어떻게 범인을 잡아낸담?'

게임을 계속하기로 결심한 유한은 해커를 잡을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마땅한 방안이 없었다.

경찰이나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한다?

"죄송합니다.해킹범의 수법이 교모해서 힘들겠습니다."

했지만,이런 소리만 들었다.

그럼 게임 회사에 도움을 구한다?

"해커를 잡는데 저희도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목소리는 친절했지만, 성의가 전혀 느껴지지않았다. 드림맥스는 옛날 부터 그랬다.

워낙에 게임이 인기를 끌다보니,그것을 믿고 오만하게 군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아무튼 그런것은 접어두고.

마지막으로 혼자 해커를 추적해 본다?

이것도 무리였다.유한은 그저 순수한 유저일뿐,컴퓨터나 프로그램에 대해 자 알고 있지 못한다.

그가 할수 있는거라곤 게임상에서 직접 확인하는 방법뿐.

누군가 자신이 쓰던 아이템을 장비하고 다니는것을 보기를 기대하는것 외에 다른 방법은없었다.

그런 녀석이 하나 나타나 붇들고 계속 추적하다보면 원흉을 잡게 될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않은일이다. 해커와 은밀한 뒷거래를 해서 손에 넣은 장비나 아이템을 드러내놓고 사용할 바보는 없다.

더욱이 바츠유저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서 자기 아이템을확인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면 범인과 장물을 취득한 자들은 곧장 잠수를타 버릴것이다.

'제길,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티안나게 남의 장비들을 살펴볼 방법은없는가?

집에 있으면서도,게임에서 초급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검정고시 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면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학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올떄까지도 그랬다.

"야,너 오늘 현핀 뜬다며?뭐 때문에 그러냐?"

"길드 대장장이 새끼가 절라 짜증나게 하잖아"

학원입구 근처에서 몇몇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게임을 소재로 이야기하는 모양이었는데,귀를 힐끗거리며 들어본 결과 녀석들도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 사냥하다 검 내구도가 많이 깎였거든.그래서 같이 사냥나온 길드 대장장이 놈에게 맡겼는데 이자식이 고치기는커녕 내구도를 70이나 더 깎아먹더라고.전체 내구력이 120밖에 안되는 검인데 말이야!"

"미친!어떻게 한번에 70이나 깎아먹을수 있냐?"

"그 새끼 말로는 '손이 미끄러졌다'고 하는데,아무리 봐도 이건 일부러 그런거야.사람 물먹이려고 말이지"

"너 그자시한테 원한 산거라도 있냐?"

"씨팔!얼마전에 소개팅한 애를 내가 가로채서 그런가"

이야기를 듣고 잇던 유한은 피식 웃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는 무기의 내구가 많이 깎인 만큼 수리 실패 확률이 올라간다.

그래서 무기를 잘 관리하는 유저의 경우 내구가 조금만 깎여도 바로바로 수리를 하곤 했다.

문제는 수리를 해주는 대장장이의 수리 성공률이다.

NPC대장장이들이 수리를 해주긴 하지만,수리비가 너무 비쌌다. 또 특별한 무기나 장비의 경우에는 수리에 필요한 금속이나 재료들이 따로 필요했다.

대장장이 유저들도 수리 스킬을 배울수 잇지만, 제련이나 생산 스킬이 높아야 수리 성공률이 높게 나온다. 그래서 수리 성공률이 80%정도인 NPC대장장이들과 달리,대장장이 유저들의 수리 성공률은 60~70%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았다.

전체 서버에서 NPC보다 높은 수리률을 자랑하는 유저는 100명이 채 안되고,90%이상의 달인급들이 10명이 될까 말까 였다.

그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비싼돈을 지불하고 NPC에게 수리를 받거나,기도하는심정으로 대장장이 유저에게 수리를 맡기곤했다.

"너뭐야 새꺄.뭔데 웃고 지랄이야?"

칼이 박살났다는 녀석이 유한에게로 다가와서 멱살을 잡았다.

아마 유한이 피식 웃은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아니 난 다른 생각을 한다고......."

"구라까지마 새꺄,이쪽보면서 실실 깐거 다 봤어"

녀석은 다짜고짜 주먹을날렸다. 

참성질도 급한 녀석이다.

눈앞에서불꽃이 번쩍하는순간 유한의 고개가돌아갔다.

녀석은 한 대로 성이 차지않는지 반대쪽 주먹을 날렸다.

옆구리에 또 한방 맞은 유한은 크게 비틀거렸다.

"얌마 ,왜 엄한 놈을 상대로 힘을 빼고 그래?"

"크크,준비 운동 해놓으면 좋잖아"

바닥에침을 탁 뱉은 녀석은 유한의머리로 발차기를 날렸다.

이종 격투기에서 봤던 하이킥을 흉내낸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발차기는 유한이 들어올린 팔에 막혔다.

유한은 녀석의 다리를 잡더니 그대로 뒤로 떠밀어 버렸다. 

"어,어!으아아악!"

뒤로 벌렁 나자빠진 녀석은 운이 없는지 뒤통수를 땅바닥에 찧었다.

실실웃으며 구경하던 녀석의 친구가 곧장 유한에게 달려들었다.

"이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녀석의 친구는 유한의 얼굴을 후려치고는 움찔했다.

후려치는순간 유한의 눈과 딱 마주쳣는데,눈동자에 독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위,위험해'

그러나 두뇌의 경고보다 유한의 행동이 더 빨랐다.

"크억!"

한대 먹인 유한은 몸을 앞으로 튕기며 박치기로 상대의 콧대를 뭉개버렸다.

"어?코,코피!"

"아이,쓰벌 !뒤통수 깨졌어!"

두녀석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은 떄리는데는 익숙하지만,맞는것은 그렇지않았다.

더구나 이런 녀석에게 얻어터질줄은 몰라다.

평범한 인상에 부실한 체격.부스스한 차림새.어딜봐도 양아치들에게 갈굼당하는 호구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가.

그러나 사자에게 발길질하는 얼룩말이 있는것처럼,맞기만 하는 호구만 있는게 아니다.

악에 받치면 이렇게 눈이 뒤집혀 덤벼드는 호구도 잇었다.

"싸움도 못하는 놈들이 시비는"

"뭐,뭐라고? 이새끼가!"

두 녀석이 한대 치려고 손을 치켜 올리다가 슬그머니 도망쳐 버렸다.

유한이 만만하게 보이지 않은것도 있었지만,거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잇었다.

"어떤 놈들이 학원 입구에서 싸움질이야!"

검정고시 학원의 원장이 나타났다.

정작 시비가 벌어졌을때는 보이지도 않더니,일이 끝나고 나서 엉뚱한 사람을 붙들고 늘어졌다.

"너냐? 네가 소란 피웠냐?"

"보면몰라요?난 피해자라고요"

유한이 터진입술을 가리켯지만,원자은 그의 말을 믿지않았다.

시비 건 놈들은 이미 도망쳐 버렸고,애꿎게 남겨진 유한을 위해서 변호해 주는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끄러,이놈아!싸움을 건 놈이나 맞는 놈이나 그게 그거지!"

무엇보다 고루한 어른들의 사고방식이란 이랫다.

어떤 사고가 발생했나보다,잡음이 이는것 자체를 꺼려한다.

가해자나 피해자나 그들에게 있어서 학원의 평판을 떨어트리는 귀찮은 존재일뿐이다.

"또 학원앞에서 싸움을 벌이면 그땐 아주쫓아낼테니까 알아서해!알겠어?"

원장은 엄포를 놓은후 들어갔다.

'빌어먹을,제 자식 놈이 당해도 그따위로 말하려나?'

유한은 기분이 무척 더러웠다.

자신을이렇게 막장으로 내몰았던 학교 선생들과 저 원장의 사고방식이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위와 체면만을 생각하는 자들.그런 자들이 사람을 가르칠 자격이 잇는가?

세상이 정상이라면 그런 자들은 없어져야 마땅하지 않는가.세상이 정상이라면 말이다.

"야,네가 방금전에 내 동생 쳤냐?"

얼마쯤 걸어가고 있었을때 였다.

웬 비곗덩어리가 유한의 앞길을 막아섰다.

비곗덩어리뒤에 방금전에 시비가 붙었던 녀석과 그 친구 놈이 있었다.

'병신새끼,처맞았다고 꼬질렀냐?'

유한은 비릿하게 웃고있는 녀석들을 쨰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비곗덩어리가 유한의 멱살을 잡더니 골목 쪽으로 우악스럽게 집어던졌다.

"이 새끼가 어딜 꼬라 보는........"

비곗덩어리는 채 말을 끝맺지못했다.

골목에 던져졌던 유한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집어던졌기 때문이다.

비계덩어리와 그 일당은 썩고 냄새나는 오물을 그대로 뒤집어써야 했다.

"우엑!더러워!"

"이 썅!저 개새끼 잡아!"

유한은 악을 쓰며 쫓아오는 양아치들을 피해 달아났다.

재미없다.이렇게 도망가는것도 재미없는 짓이다.

하지만,잡혀서 개처럼 두들겨 맞는것은 더더욱 재미없다.

유한은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복잡한 골목을 지나,큰 찻길을무단횡단해서 집에 올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 망할놈의 세상!'

현실은 시궁창.

마음먹은대로 성적은 오르지않고,양아치들은 제멋대로 활개를 친다.

어른이라는것들은 모조리 짜증나는것들뿐이다.

'세상이 아예 뒤집어졌으면좋겠다'

게임속의 세상 아르페디아가 차라리 현실이고 바츠가 진짜 자신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람들은 자신을 고교 퇴학생이 아니라 유명한 전사로 알아줄것이고,매일 그에 걸맞은 즐거운모험을 즐길수 있을것이다.

적어도 검 내구가 깎였다고 징징대는 멍청한 양아치와 싸우지는 않을것이다.

그 패거리 때문에 학원을 옮겨야 할까 싶은 찌질한 걱정 따위도 하지않을것이고.

'가만,내구라고?'

가상의 세계지만 아르페디아에서 불변의 아이템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검이고 장비든지 내구가 정해져있고,쓰다보면 닳고 이가빠지고 금이가서 내구가 깎이게 도니다.

내구가 0이 된장비들은 부서지거나 사용할수 없고,그런건 레어급 장비들도 마찬가지다.

레드 본 플레이드 메일과 플레임소드도 그랬다.

유현이야 잘 아는 대장장이 유저가 없어 막대한 돈과 비싼 재료를 들여 NPC대장장이에게 그 수리를 맡겼지만 유한의 장비를 가지고 있는 녀석은 어떨까.

NPC대장장이에게 수리를 받을수도 있겠지만,NPC 대장장이보다 높은 수리율에 저렴한 가격으로 고쳐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에게 수리를 맡기지 않을까?

"그렇지!그러면 되겠구나!"

가늘지만 붙잡고 올라갈 줄을 하나 찾았다.

대장장이가 되는것이다.

대장장이로 전직해서 수리 성공률이 높은 달인이 되면 여러 길드에서 초빙해 가려고 할것이다.

그렇게 초빙되면 길드원들이 가진 장비를 볼수 있을것이고,유력한 길드 몇갤 전진하다 보면 잃어버린 장비들을 찾을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이왕 새로 게임을 하는거라면 ,전과 다른 계통의 직업을 선택하는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것이다.

"그래,대장장이가 되자!대장장이가 돼서 추적을 해보는거야!"

유한은 컴퓨터를 켜고 아르페디아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와 공략 사이트들에 접속했다.

사라진 바츠의 뒤를 이을 새로운 전설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범인을 찾을 추적자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2

대장장이가 되기로 결심했지만,당장 대장장이가 될수 있는것은 아니다.

간단하지만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해커를 잡기로 결심했던 날,유한은 초보자 퀘스트를 모두 수행했다.

관리 NPC를찾아가서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기본적ㅇ니 배경과 정보에 대해서 듣고,그가 주는 기초 퀘스트를 수행했다.

지도를 보고 어떤 곳을찾아가는 법이나,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아이템을 보관하고 사용하는 방법등등.

그렇게 기초 퀘스트를 완수하면 얼마간의 골드와 식량을 받고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할수 있었다.

성급하게 사냥부터 시작하는 유저들과 달리,노련한 유한은 발덴의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힘은 들지만 정해진 시간에 훨씬 더 많은 경험치와 골드를 얻을수 있었기 때문.

유한은 레벨 10이 될때까지 음식점에서 설거지혹은 배달을 하거나,밭에서 두더지나 토끼를잡았다.

최소 레벨 10은 되어야 어느곳이든 정식 일꾼으로 채용될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라,인마!"

밭에서 당근을 갉아먹던 토끼는 유한이 나타나자 부리나케 도망쳤다.

밭을망치는 토끼나 두더지를 10마리 잡아야 밭에서의 아르바이트를 완수할수 있었다.

유한이 마지막 10마리쨰 토끼를 잡아농부에게 건네주자 농부는 수고했다며 보상금을 지불했다.

동시에유한의 경험치도 올라갔다.

-보상금 10골드를 받았습니다.

-경험치 5올랐습니다.

-레벨 10이 되셨습니다.

민첩성이 1올랐습니다.

*민첩성이 오르면 보다 빠르고 날렵하게 움직일수 있습니다.

"휴우,이제 다 되었군"

그렇게 레벨 10까지 올린 유한은 대장간으로 달려갔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길이 존재했다.

스스로 스킬을 터득하는것과 대장간에서 일을 하면서 스킬을 배우는것이다.

그런데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장인 NPC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괴팍하고 까다로워 그들 밑에서 일하며 스킬을 배우는것도 쉽지 않았다.

본캐가 있어서 돈이 많은 유저들은 도구와 관련 스킬북을 사서 스킬을 연마하곤 했다.

그러나 초보나 빈털터리들은 대장간에서 다소 피곤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후자들이 불리해 보이지만,꼭 그렇지도 않다.까다로운 NPC밑에서 수련하다 보면 스킬북으로 알수 없는 조언들을 듣고,경험을 쌓으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만들어 갈수 있다.

"여기가 딱 좋겠군"

유한이 선택한 대장간은 왕도 발덴에서 가장 큰 대장간이었다.

기왕에 대장장이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큰 대장간을 운영하는 유명한 장인 NPC밑에 들어가야 빨리 대장장이 스킬을 습득할 수있을것이라 생각햇다.

깡!깡!

치이익!치익-!

커다란 대장간에는 수십명의 대장장이들이 온몸에 비지땀을 흘리며 풀무질에 망치질을 하고있었다.

바로 NPC대장장이들과 그들에게 스킬을 배우고 있는 초보 유저들이다.

"지그라고? 대장장이가 되고 싶다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로의 대장장이가 못마땅한 얼굴로 유한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예!세계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고 싶습니다"

유한의 씩씩한 대답에 피식 웃은 야장은 고개를 저었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대장장이가 되겠다고 찾아오지.하지만,대부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둬.지금 이곳은 사람들로 꽉 찼으니 돌아가"

"네?"

설마 대장간에서 다짜고짜 거절당할 줄은 몰랐던지라 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게암에서 설마 알바를 거절하는 NPC가 있을줄이야.

"아 뭐하고 있어!당장 돌아가라니까!"

유한이 가만히 서있자 늙은 야장은 망치를 휘둘러 그를 쫓아냈다.

"큭큭큭!"

멀지않은 곳에 있던 유저들이 유한을 힐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겋게 변한 유한은 다짜고짜로 야장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곳 말고 대장간이 없는것은  아니지만,이대로 물러서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 일단 한번 써 보세요.저 이래 봬도 꽤 쓸만하다니까요.아놔!최소한 테스트는 해봐야하잖아요!"

유한의 강짜가 통했는지 늙은 야장의 태도가 변헀다.

"흠,퀘스트라?"

"뭐든지 잘할 자신이 있으니까 한번 시켜 보시라고요"

잠시 뭔가 생각하던 야자은 유한을 대장간 뒷마당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굵은 나무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저 장작들을 내일아침까지 다 패면 널 받아주마"

"켁!"

유한은 장작더미들을 바라보다 사래가 들릴뻔했다.

하루는 커녕 사나흘을 해도 다 패놓을수 있을까 싶었다.

"저,저걸 하루만에 다 패라고요? 서,설마 농담이시죠?"

"뭐든지 잘할 자신이있다면서? 저 정도도 못할것 같으면 당장 가거라~"

"아,알았어요.한다고요.하면 되잖아요"

유한이 울며 겨자 먹기로 늙은 대장장이의 제안을 받아들이자,효과음이 울리며 퀘스트 창이 떴다.

[대장간 장작 패기]

-근성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첫번째 관문.

하루안에 장작 500개를 패놓는것이 당신의 임무입니다.

*실패하면 대장간 취직은 물건너감.

퀘스트 창에는 장작의 개수까지 친절히적혀 있었다.

500개의 장작.과연 내일아침까지 다 팰수 있을것인지?

'제길 !난 빨리 유명한 대장장이가 되어야 하는데.........'

그가 대장장이가 되기로 한것은사라진 아이템을 추적 하여 범인을 찾기 위함이다. 그래서 일부러 힘들지만 빠른길을 선택한것인데,이게 처음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3

휙!탁!

유한이 도끼를 내려치자 모로 세워놓았던 장작이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아구구,삭신이야!통감 옵션을 조금 줄여 놓을걸 그랬나?"

장작을 패본적이 없는 유한으로서는 장작 ㅐㅍ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도끼가 무거운것은 둘째치고 방향 조절을 못해 엉뚱한곳을 찍기 일쑤였다.

간신히 맞춰서 때리면 도끼가 통나무에 박혀 빠지지않을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허리와 팔뚝이 쑤시고 아픈것이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물론 실제로 일하는것에 비하면 조금 뻐근한 수준이었지만 말이다.보통 유저들은 이 통감 옵션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꺼 버린다. 게임을 하면서 고통을 느끼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유한은 싱크로율을 20%까지 올려놓았다.

이유는 예전에 바츠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경험 때문이다.

바츠 시절의 유한은 무수한 전사 유저들이 자신의 피가 얼마나 다는지도 모르고 나자빠지는것을 몇번이고 보았다.

가상현실 게임을 마치 예전의 2D나 3D게임처럼 단순하게 여긴것이다.통증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다.

위험을 알려주는신호고,위험을 넘길수 있도록 유저들을 분발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였다.

어떻게 하면 덜맞을까,그리고 어떻게 하면 맞더라도 아픔을 감소시킬까 고민케 했다.

그 결과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 위해,아니 덜 맞기 위해 남들보다 한발짝 더 움직였고,그 미세한 차이는 레벨이 올라가면서 확연히 드러났다.

결국 혼자서 레드 드래곤을 잡을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런 노력 덕분이다.

뭔가에 의존하지않고,고통을 통해 위험을 감지하고 넘기다 보면 남들보다 훨씬 기민하게 움직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결과도 그렇게 나타났다.

그렇게 예전에 그랬던 대로 아픔을 각오하고 켜 둔 통감 옵션은 장작 패기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수십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올바른 자세와 힘의 강약을 익히게 해준것이다.

덕분에 유한은 장작 패기의 요령을 터득,생각보다 빠르게 작업을 진척시킬수 있었다.

장작을 쉽게 패기 위해서는 평범한 통나무 위에 장작을 모로 세워놓고 정확히 결을 따라 내려치는게 중요했다.

그러면 적은 힘으로도 장작을 둘로 쪼갤수 있고,쪼개진 장작도 모양이 가지런해진다.

그렇게 얼마나 장작을 팼을까?

[장작패기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이제 어디에서든 장작을 쉽게 구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힘이 1올랐습니다.

*좀더 강한 힘과 공격력을 발휘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효과음과 동시에 스킬을 습득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상태창을 띄워 확인한 유한은 어리둥절한 표표정을 지었다.

"뭐야? 장작 패기 스킬이라니? 그런 스킬도 있었나?"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장작 패기 스킬이 있어도 이상할것은 없지만,전투 스킬만 올려봤던 유한에게는 생소한 스킬이었다.

"그런데 이 스킬을 어디서 써먹어야 하는거야?"

정작 습득하긴 했지만, 쓸모없어 보였다.

장작이야 나무꾼 NPC를 통해 싼 값에 구입할수 있기  때문이다.

유한은 장작 패기 스킬을 익혔다는것보다 부가로 힘이 올라 스탯이 향상되었다는게 더 좋게 느껴졌다.

"장작은 다 팼나?"

게임시간으로 하루가 지나자 늙은 야장 NPC가 나타났다 유한은 한쪽에 가지런하게 쌓인 장작들을 가리켰다.

쓸만하게 팼다고 생각했는지 늙은 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저만하면 충분하구먼"

"저,이제 그런 정식으로 대장장이 일을........"

"어허!애송이 주제에 어딜!닥치고 허드렛일이나 좀더 해라.장작 패기가 지겹다면 물을 길어 오던지"

"그,그런게 어디 있어요!왜 나만 차별하는데요!"

"너만 차별하는것이 아니다"

늙은 야장은 유한과 같이 뒷마당 한쪽에서 장작을 패고있는 유저들을 가리켰다.

한참 자신의 일에 빠져 주위를 보지못했는데,어느새 저렇게 모여들었던 모양이다.

"머뭇거리다간 허드렛일도 못하게 될게야"

"알았어요!하면 되잖아요.하면!"

결국 유한은 '물긷기'를 수행하기로 하고 같은 신세가 된 유저들과 함꼐 물통을 들고 근방의 우물로 가서 물을 퍼 날랐다.

물 긷는일은 힘들고 지루했으며 장작 패기같이 스킬이생기거나 스탯이 오르지도 않았다.

"아이씨,이게뭐야!누군 알바를 망치질부터 시작하고,누군 노가다부터 하고!"

유한이 투덜거리자,같이 물을 나르던 유저중의 한명이 그 이유를 아는지 슬쩍 가르쳐 주었다.

"아마 우리가 야장 NPC와 상성이나빠서 그럴겁니다"

"상성이 나쁘다니요?"

"처음 캐릭터를만들떄 생일 정하잖아요.월마다 별자리가 있고 거기에 따른 상성이 있는데,생일 상성이 대장장이와 안맞는 캐릭터는 야장 NPC한테 갈굼을 많이 당한데요"

"뭐요?" 

유한도 캐릭터를 생성할때 생일이 중요하다는건 알고 있었다.

몇월며칠에 태어나는가에 따라 초기 스탯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한의 경우는캐릭터 지그가 초기 스탯이 안정적으로 나오도록 생일을 설정했다.

그런데,그 생일이 대장장이와 상성이 안 맞는거라니!

"그,그럼 이거 혹시 노가다만 하고 대장장이는 못 되는거 아닙니까?"

"글쎼요.뭐 하다보면 친밀감이 상승되어 할수도 있다는데요.다만 초반에 고생한다 그거지요"

스탯이 좋은 대신에 그런 대가를 치러야한다.

유한도 지그를 시작하며 나름 공략 사례를 찾아봤지만 그런 내용은 보지 못했다.캐릭터 생성은 기본이라 여기고 그냥 넘어갔기 때문.

'앞으로 남의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되겠군'

바츠 시절에는 남의 조언이나 정보따위는 듣지않았다.

그 자신이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선도해 나가는 초고렙 중의 하나였으니까.

그러나 초보 캐릭터 지그는약하기 짝이없고그나마 능력치도 보잘것없었다.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놓을 수밖에.

'하아!한심하군.정말 대장장이가 될수 있을까?'

낙심하려는 자신을 간신히 추스른 유한은 열심히 우물의 물을 길어 대장간으로 날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노가다에 싫증을 느낀 초보 유저들이 대장간 알바를 그만두고 나갔다.

다른 일을 해보겠다거나,캐릭터를  새로 만들겠다면서.

결국 유한과 유한에게 별자리 상성을 가르쳐준 유저만이 남았을때 야장 NPC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흠!이만하면 대장간에서 일해도 되겠군"

[대장간 결급생]이 되셨습니다

-대장간에서 일을하며 대장장이 스킬을 익히실수 있습니다.

대장장이 NPC에게 인정을 받으면 대장장이로 전직할수 있습니다.

-힘이 1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올랐습니다.

*강한 힘과 인내심은 당신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될것입니다.

효과음과 동시에 2개의 메시지 창이떴다.

드디어 야장 NPC의 테스트를 통과한 모양이다.

그날부터 유한은 왕도 발덴에서도 가장 큰 대장간에서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BY R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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