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화
[정신력 스텟이 1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마력 스텟이 1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후우우우.”
배고픔도 사라지고, 이제는 그냥 정신이 뚜렷해졌다. 익숙해질 리 없다고 생각한 고통도 이젠 익숙해진 듯, 허덕이던 숨도 차츰 안정되었다.
‘10포인트.’
처음에는 정신력만 오르던 스텟이, 어느 순간부터는 마력 스텟과 비슷하게 오르고 있었다. 아니, 근 하루 중에는 마력 스텟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오르긴 했다.
그렇게 상승한 마력 스텟이 총 10포인트였다. 정신력 스텟은 몇 포인트가 올랐는지 모르겠다. 처음 정신력 스텟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몇 번 떠올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성은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슬슬 스텟 포인트를 확인해 볼 정도의 정신은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마기 스텟의 상승률은 눈에 딀 정도였다. 스텟 포인트 하나하나가 귀한 지금, 우성의 마기 스텟은 잊을만 하면 하나씩 상승했다. 정신이 있는 와중에도 세다가 포기했을 정도라, 몇 포인트나 상승했는지는 직접 확인해봐야 알 수 있었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우성
직업 : 아포피스의 대리자
국적 : 대한민국
진형 : 악마
성별 : 남자
칭호 : 대천사를 제거하다
클레스 : SS
[능력치]
- [근력 : 73] [민첩 : 76] [체력 : 82] [맷집 : 73] [반사능력 : 62] [마력 : 112] [정신력 : 129] [마기 : 91] [PP : 1860]
: (- 1100p)
* 플레이어 특성 : 불굴의 의지 Lv.13 <상세정보>
* 업적 : 마왕의 길을 이끈 자, 최고악의 은총을 얻다, 개미소굴을 소탕하다, 대천사의 씨앗을 제거하다, 대천사를 제거하다
* 포인트 : 99755p
* Lv. 포인트 : 1053
* Life : *******
근력과 민첩 등은 조금 부족하지만, 다른 마력과 정신력 스텟은 100포인트가 훌쩍 넘은 상태. 무엇보다 놀라운 건 마기 스텟이었다.
‘91포인트?’
대체 몇 포인트의 스텟이 상승한 걸까? 몸이 쑤시는 와중에 선뜻 계산이 바로 되지 않았다.
‘업적 보상으로 마기 스텟만 7포인트가 올랐다고 해도 이건…….’
벨제뷔트의 구출 퀘스트에서 우성은 ‘최고악의 은총을 얻다’라는 희귀 업적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었다. 업적의 효과는 모든 스텟이 2포인트 상승하며, 추가로 마기 스텟이 5포인트 상승하는 것이었다.
업적은 장비와는 달리 고적 스텟으로 취급된다. 업적 보상 덕분에 우성의 마기 스텟은 67포인트에 육박했었는데, 지금 보니 91포인트. 무려 24포인트의 마기 스텟이 상승한 것이다.
‘마력 스텟과 정신력 스텟도 10포인트가 올랐다. <불굴의 의지> 특성이 1레벨 상승한 덕분에 정신력 스텟이 추가로 올랐고…….’
총 획득 포인트 44포인트!
‘대박이다.’
고통이 따르긴 했지만, 그 덕분에 어마어마한 보상이 뒤따랐다. 1포인트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는 뼈가 부서져라 노력해야 하는데, 44스텟 포인트라면 단순 포인트로 계산해도 어마어마했다.
물론 그에 따른 고통이나 위험부담은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우성은 알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우성이 겪은 과정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다.
단순히 죽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우성은 벌써 보름이 넘게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끝을 알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보통 사람, 아니 웬만한 랭커 플레이어도 금세 정신을 잃고 자아가 붕괴되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우성이 처음 고통을 이겨내고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정신력, 그리고 PP스텟 덕분이었다.
아포피스와 벨제뷔트가 공명하는 과정에서 우성에게 입힌 피해는 단순히 몸이 튼튼하다고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력이야 그렇다 치고, 몸속으로 들어오는 대량의 마기는 사용자의 정신을 갉아먹고 붕괴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느냐는 온전히 우성의 몫이었다.
만약 우성이 성스러운 정신력의 물약을 마셨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몇 시간밖에 보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편안한 고통이 끔찍한 고통으로 바뀌는 순간, 우성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정신이 붕괴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성은 물약의 복용을 포기했다. 정신력 스텟을 올리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은 꽤 적절했다. 덕분에 우성은 정신력 스텟을 추가로 얻기도 했고,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힘의 전달에도 버틸 수 있었으니까.
pp스텟 포인트. 잠재력, 혹은 절실함 스텟이라고 볼 수 있는 스텟은 우성의 능력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이었다. 타고날 수밖에 없는 이 능력은 우성이 고통은 인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서현이의 얼굴을 떠올리면 우성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우성은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눈을 감고 서현이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슬슬… 끝인가?‘
고통이 잦아들고, 우성은 벨제뷔트의 색이 잿빛으로 변한 걸 확인했다. 천사들의 흰 색과 악마들의 검은 색, 그 사이에 있는 회색은 아무런 힘도 존재하지 않는 무색(無色)으로 볼 수 있었다. 즉, 벨제뷔트가 가지고 있던 힘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힘은 우성이 들고 있는 아포피스, 그리고 우성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벨제뷔트의 색이 완전히 회색으로 변한 그 순간이었다.
[벨제뷔트와의 종속이 완료되었습니다.]
[모든 스텟이 10포인트 상승합니다.]
[벨제뷔트가 모든 힘을 잃은 상태입니다. 마검 벨제뷔트의 힘이 마검 아포피스에게 전이되었습니다. 또한, 플레이어 이우성의 몸 속에도 벨제뷔트의 힘이 살아 숨쉽니다.]
모든 스텟 10포인트 상승. 우성의 눈이 부릅떠졌다. 실로 말도 안 되는 능력치 상승이었다. 예상은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 이제…….’
[띠링-! 고정 마력 스텟 포인트 120을 달성하였습니다.]
[초(超)마검 아포피스가 신(神)마검 아포피스로 상향됩니다.]
[초(超) 마검 아포피스의 절삭력(공격력)이 한층 강력해집니다.]
[모든 스텟 포인트가 10포인트 상승합니다.]
[마기 스텟 포인트가 10포인트 상승합니다.]
[나가(Naga) 스킬의 레벨이 1만큼 상승합니다. 나가(Naga)의 스킬 레벨이 최고치에 도달합니다.]
[고유능력 ? 대리인의 스킬 레벨이 상승합니다. 대리인의 스킬 레벨이 최고치에 도달합니다.]
[직업 특성 ? 절대적인의 스킬 레벨이 A. rank로 상향됩니다.]
[플레이어 이우성과 아포피스의 자아의 공명이 시작됩니다.]
“뭐야?”
그 순간, 우성의 정신이 아득하게 떨어졌다.
**
-꽤 멋진 성과군. 기대 이상이다.
우성의 정신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주처럼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잠시 정신이 몽롱해졌던 우성은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우주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막상 눈을 뜨고 보인 광경은 우주가 아니었다. 태양도, 달도, 지구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아무 것도 없는 검은 공간 속에서 우성 혼자만이 오롯이 떠있었다.
신기하게도 한 점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우성은 자신의 팔다리를 또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쯤, 우성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위를 확인했다.
머리 위를 하늘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 공간 속이 과연 우성이 살던 세상과 같은 이치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고개를 들어 올려 머리 위를 확인하자, 우성은 신화 속에서나 들었던 거대한 뱀의 형상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뱀을 본 게 아니었다. 정확히는 뱀의 비늘을 본 게 전부였다. 우성의 시야를 꽉 채운 그것은 더 이상 ‘뱀’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아포피스인가?”
태양을 가린 거대한 뱀. 태양신 라의 대적악마. 또한, 우성의 검의 진짜 주인.
저만큼 거대한 뱀이 있을 리 없었다. 꿈틀거리던 뱀은 지느러미를 치우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뱀이 아니라 꼭 용을 닮은 모습이었는데, 거대한 눈동자가 우성의 시야를 꽉 채웠다.
우성은 아포피스를 보면서 그가 자신과 꽤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눈을 마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실상 우성과 아포피스의 거리는 감히 걸어서 도달할 수 없는 거리만큼 떨어져있었다.
아포피스는 그 정도로 거대한 뱀이었다. 만약 아포피스가 마음만 먹는다면 지구는 물론이거니와 태양계 전체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 만큼. 신들의 존재는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중 아포피스와 비교할 수 있는 존재는 태양신뿐이었다.
-드디어 제대로 만났구나.
끝없이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우는 말이었다. 속으로 아포피스의 말이 들려오면 우성은 늘 신경질적으로 받아쳤다. 그의 음성이 들려온다는 것은 즉, 자신의 정신세계에 아포피스가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막상 아포피스와 마주한 우성은 그를 향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거대한 존재 앞에서 감히 이전처럼 대들 수가 없었다. 그것은 아마 어느 누구라고 그럴 것이다.
-겁먹은 쥐 같구나. 그러지 마라. 평소 그 당당하던 모습이 마음에 드니까.
“그렇다고 어떻게…….”
-그 정신력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하군. 플레이어 이우성, 넌 내가 선택한 ‘열쇠’다. 좀 더 자신감을 가져라.
“플레이어? 열쇠?”
우성의 귀에 두 가지 키워드가 들렸다. 이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았지만, 분명 아포피스는 우성을 향해 ‘플레이어’라는 또렷한 단어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포피스가 다른 악마들과는 달리 플레이어라는 존재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혹시 네가… 날 이 세계로 불러들였나?”
-너뿐만 아니라, 다른 열쇠 후보들 모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플레이어 이우성. 넌 네가 살고 있던 세계의 수많은 인간들 중 선택된 열쇠 후보,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선택된 진짜 열쇠다.
두근, 두근-.
우성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단순한 말이었지만 우성은 드디어 이 아포칼립스를 만든 조물주를, 그리고 그 조물주가 아포칼립스를 만든 진짜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껏 안현수와 전현승, 이 두 사람과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해왔지만 정작 답을 알 수는 없었다. 조물주를 만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열쇠라는 게… 뭡니까?”
우성의 말투가 어느새 존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우성은 스스로 그것은 인지하지도 못하고있었다. 저 거대하고 위대한 존재를 감히 자신과 동일한 선상에 놓고 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아포피스 역시 그것을 꽤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편하게 하라던 말은 빈 말이었나? 우성의 말투에 흡족해하는 아포피스의 기분이 우성에게까지 전해졌다.
아포피스의 꼬리가 꿈틀거렸다. 검은색 공간 속에서도 검은색 비닐을 가진 그의 몸은 선명했다.
-내 힘을 받을 몸. 그리고 정신. 그 그릇을 말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