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플레이어-103화 (103/258)

1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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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가 사용하는 천룡창(天龍槍)은 마(魔)등급 무기와 신(神)등급 무기의 바로 아래에 있는 용(龍)등급 무기였다. 사실상 악마 진영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들을 다 끌어 모은다 하더라도 100위안에 꼽힐 수 있을법한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용(龍)등급 무기는 마(魔)등급 무기나 신(神)등급 무기에 비해 손색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떤 점을 콕 집어서라기보다는, 전체적인 장비의 능력 면에서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현수는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에 불만은 없었다. 비록 우성이 사용하는 마검만큼은 아니더라도, 천룡창(天龍槍)은 분명 신규 플레이어인 그가 사용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무기였다.

하지만 복이 터졌다고 할까?

안현수가 가지고 있는 천룡창(天龍槍)은 한 단계 더 진화를 거듭했다. 그것도 일반적인 진화가 아닌, 무려 아포칼립스에 존재하는 무기들 중 최고 등급이라 평가받는 신(神)등급 무기로.

‘신룡창(神龍槍)?’

떠오른 메시지에 안현수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그 역시 ‘더 플레이어’에서 상당히 많은 정보를 수집했던 만큼, ‘신(神)’등급 무기가 얼마나 희귀하고, 값진 아이템인지 알고 있었다.

우성이 가지고 있는 S급 특전인 마검과 등급만 놓고 보면 동급이라고 할 수 있었으며, 룡(龍)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만큼 안현수에게도 궁합이 잘 맞았다.

당장이라도 안현수는 무기의 능력치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자세한 능력치 하나하나를 확인해 볼 틈이 없었다. 그보다 먼저, 안현수가 불러낸 용이 진화를 거듭하기 시작한 것이다.

키아아아아-.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용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헤츨링에 불과한 용은 이내 몸을 둥글게 말더니, 피부를 조금씩 벗겼다. 벗겨진 피부는 허물처럼 무르지 않고 단단했다.

“뭐, 뭐야 저건?”

용의 몸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천사 진영 플레이어는 당황하며 도끼를 높게 들었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곧장 웅크리고 있는 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까앙-!

하지만 그의 도끼는 목표한 용을 공격하지 못했다. 안현수가 창을 뻗어, 플레이어의 도끼가 용을 내려찍기 전에 가로막은 것이다.

“너야말로 어딜 방해하려고?”

“이 새끼가 개수작을…….”

“개수작이라니. 무려 1천 포인트나 지불하고 불러낸 용을 가지고.”

“지랄말고 뒤져!”

플레이어는 목표를 용에게서 안현수에게로 바꿨다. 어차피 용은 안현수가 불러낸 소환물. 안현수를 죽이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게 분명했다.

쩍, 쩌적-.

그 때, 용의 몸에서 허물이 벗겨지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단단한 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속에서 다시 살이 돋아났다.

키아악-!

화악-.

그 순간, 벌어진 용의 아가리에서 불길이 쏘아졌다. 미카엘의 염화(炎火)만큼은 아니지만, 용이 뱉어낸 뜨거운 용염(龍炎)은 플레이어의 몸에 큰 화상을 입히기에 충분했다.

“아악, 뜨거어--!”

플레이어는 몸에 붙은 불을 꺼뜨리고자 바닥에 몸을 굴렸다. 살을 까맣게 태울 듯한 불은 보통 불이 아닌 용염(龍炎)이라 원래 쉽게 꺼지지 않는 것이었지만, 안현수의 용은 이제 겨우 헤츨링을 벗어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용은 한 단계 진화를 거듭했다고 보기에 충분했다. 아직까지도 허물을 벗고 있는 중이었지만, 허물을 모두 벗고 다시 날아 오른 순간엔, 안현수에게 큰 힘이 될 게 분명하다.

“준아!”

키아아아아-!

안현수의 반가운 외침에 용은 허물을 벗은 얼굴을 쳐들고 우렁찬 울음을 토했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안현수는 이 때다 싶어 곧장 바닥에 몸을 비비며 불을 꺼뜨리고 있는 플레이어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쉬익-.

‘가볍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가벼워진 무게에 안현수의 창이 한층 빨라졌다. 모든 불을 꺼뜨리지는 않았지만, 몸에 붙은 큰 불을 대충 꺼뜨린 플레이어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안현수의 창을 피해냈다.

안현수의 창이 애꿎은 땅에 박혔다 뽑혀졌다. 이전 같았다면 바닥에 박힌 창을 빼내는 데에 제법 애를 먹었을 텐데, 너무 창이 부드럽게 뽑혀 정작 창을 움직이는 안현수가 놀랄 정도였다.

‘날카롭다.’

과연 최상위 등급의 무기라는 건가? 뒤를 이어 안현수는 창에 용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신(神)등급 무기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후우우우웅-.

평소보다 많은 용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창 끝에 가득 용력이 맺힌다. 창에서 자체적으로 용력의 힘을 증폭시키는 듯, 얇고 긴 울음을 흘리기까지 한다.

‘이건… 사기 아니야?’

장비 하나의 차이로 이렇게까지 편해질 수 있었던 건가? 안현수는 속으로 마(魔)등급 무기를 사용하는 우성을 욕했다.

‘이러니 당연히 내가 질 수밖에.’

지금껏 매번 우성에게 패하기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안현수는 속으로 억울함을 실토했다.

하지만 단순히 장비의 영향이 전부라기엔 어폐가 있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안현수가 ‘다르다’는 걸 느낀 이유는, 무기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기와 안현수의 직업과 특성의 조합 덕분이었다.

안현수의 직업은 창을 사용하는 직업, 그것도 용을 부린다는 용기사(Dragon Knight)였다. 특별한 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용력(龍力)을 직업을 통해 습득하고, 그를 통해 무기와의 조화를 최상으로 이끌어냈다.

말하자면 우성은 전적으로 무기를 통해 직업과 힘을 얻었다면, 안현수는 본래 가지고 있던 직업에 무기가 합쳐지며 더욱 상승의 효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안현수는 잠시 넋을 놓고 새롭게 변한 신룡창(神龍槍)을 바라보다 바닥을 짚고 일어나는 플레이어를 바라봤다.

방금 전과는 달리,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카아아아아아아-!

자신감이 생긴 안현수가 히죽 웃었다. 그 뒤로, 탈피를 끝낸 한 마리의 용이 입에서 작은 불길을 뿜어내며 날아올랐다.

“우리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면담 좀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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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서걱-.

때리고, 베었다. 우성은 검뿐만이 아니라 손과 발, 모든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허억, 헉. 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아무리 <대리인>을 발동했다지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능력에 비해 체력은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우성은 <대리인>과 함께 <광폭화>까지 발동중인 상태였다.

‘초감각도 은근히 체력을 많이 잡아먹는 것 같고…….’

서걱-.

느릿하게 베어지는 천사의 몸을 바라보던 우성은 곧 생각을 고쳤다.

‘아니,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인가?’

눈앞에서 바뀐 세상에 적응하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다른 세상, 다른 시간 속에서 사는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가 훤히 보였다. 그리고 그런 만큼 집중력이 빠르게 감소하며 눈이 침침해졌다.

‘얼마나 남았지?’

그보다, 얼마나 죽였지?

검을 얼마나 휘둘렀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베었는지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거의 몸이 움직이는 대로 정신이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언제쯤 끝나지?’

깡-.

반사적으로 옆에서 찔러오는 창을 검으로 쳐내며 우성이 주먹을 쳐들었다. 둥글게 말아 쥔 주먹은 앞으로 뻗어나가, 천사의 머리를 짓뭉갰다.

펑-.

풍선처럼 터져 나가는 천사의 머리를 보며 우성은 반사적으로 속으로 숫자를 셌다.

‘스물.’

아, 맞아.

스물이었다. 우성이 죽인 천사의 수였다.

처음 남아있던 천사가 스물일곱이었으니, 이제 일곱 남았다.

“시팔. 많이도 남았군.”

평소 자제하던 욕지꺼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제법 많이 죽였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적게 남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만하면 많이 남았다. 우성의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지쳐있었다. 대리인의 지속시간 1시간이 줄어들수록, 우성의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전에도 이랬나?’

머릿속으로는 상념을 하면서도, 우성의 몸은 움직였다. 마치 두 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기라도 한듯, 그 둘은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맞아. 그 때는…….’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정신을 잃었었다. 아포피스에게 자아를 빼앗긴 건 아니었지만, 정신을 잃음과 동시에 안현수에게 검을 휘두르는 등 제정신이 아닌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도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정신을 제대로 박혀 있었으니.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몸과 머리가 흔들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사악-.

또 한 명의 천사가 목이 베어졌다. 가슴에 상처가 벌어지며, 지독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차마 비명은 지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다른 천사가 없는지를 확인했다.

푸욱-.

푹-.

그 때, 천사 하나의 창이 우성의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그와 동시에 우성의 검이 천사의 목을 꿰뚫었지만, 우성은 어깨를 꿰뚫은 창을 바라보며 속으로 신음했다.

‘힘들다.’

뒤쪽으로 천사 하나가 날아드는 기척이 느껴졌다. 우성은 어깨에 박힌 창을 뺄 생각조차 못하고, 몸을 돌림과 동시에 검을 크게 휘둘렀다.

서겅-.

천사의 창과 함께, 그의 몸이 반으로 나뉘어졌다. 설마하니 창까지 함께 베어버릴 줄은 몰랐는지, 우성도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이제 넷 남았나?’

그 때, 네 명의 천사가 동시에 사방에서 우성을 덮쳤다. 그 중에는 천사들을 지휘하고 있던 칼랍이 끼어있었다. 지친 우성의 모습에 승부수를 띄운 모양이었다.

“이방인, 네 이놈!”

칼랍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화가 많이 난 듯, 그의 얼굴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네가 죽인 사람이 몇이냐.”

우성은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입 밖으로 저절로 꺼내진 말에 우성은 깜짝 놀랐지만, 그것과는 별계로 이미 그의 검은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게…….’

후웅-.

우성의 검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아니, 우성은 자신의 검이 느리게만 느껴졌다. 이렇게 움직여서 어떻게 천사들을 벨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천사들의 창이 길게 뻗어오며 우성의 몸을 노렸다. 몸을 향해 창이 다가오던 순간까지, 우성은 그 모든 것이 마치 남의 일처럼 보였다.

‘벤다.’

서걱-.

푹-.

“어?”

칼랍은 깨끗한 단면으로 잘려나간 자신의 창을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봤다.

눈 깜짝할 사이, 그리 빠르지도 않은 검이 자신의 무기를 잘라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칼랍 외에 다른 두 명의 천사들의 창도 같은 모양 그대로 잘려나간 후였다.

다행이라면 한 명의 천사의 창은 잘려나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우성의 뒤에서 창을 찔러오던 천사의 창은 우성의 오른쪽 어깨를 꿰뚫었다. 원래라면 심장을 찌를 창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우성이 몸을 틀은 것이다.

“이건 대체…….”

피잇-.

그 순간, 칼랍은 눈앞이 흐릿해졌다. 세상이 기울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다른 세 명의 천사들을 돌아봤다.

칼랍을 포함한 세 명의 천사들의 몸이, 똑같은 모양으로 반듯하게 베어졌다. 세 방향에서 붉은색의 분수가 터져 나오며, 우성의 몸을 적셨다.

“아…….”

우성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를 찌른 천사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성의 오른손은 어깨야 아무렇지 않다는 듯 뻗어가고 있었다.

턱-.

우성의 손이, 천사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제 좀… 쉬자.”

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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